자신의 생각이 옳은데도, 상대의 교묘한 말솜씨로 인해 농락당했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그것은 '궤변'이라는 잘못된 논리를 사용해 논점을 바꾸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논리 전개를 사용하는 주장을 '궤변'이라고 한다. 흔히 사용되는 궤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0. 목차
- 허수아비 인형 논법
- 피장파장 논법
- 톤 폴리싱(Tone Policing)
-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
- 아침밥 논법
1. 허수아비 인형 논법
'논점 바꾸기'가 생기면, 이야기가 원래의 내용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개별 발언 자체는 의미가 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의식적이든 의도적이든 논점을 바꾸어 부당하게 상대를 공격하는 장면을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유재석: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도 있으니, 어린이가 집 바깥에서 노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
- 박명수: 재석아. 너는 어린이가 집 바깥에서 놀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 의견에 반대해. 왜냐하면 바깥놀이는 어린이의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야. 게다가 어린이를 집에 가두면 가엾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명수의 발언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가? 명수의 의견은 그 주장만을 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재석이와 명수의 주장은 애당초 논점이 다르다. 재석이는 '어린이가 집 바깥에서 노는 것이 위험한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반면 명수는 '어린이가 집 바깥에서 노는 것을 막아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본래의 주장에서 논점이 바뀌어 버리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명수는 재석이가 '어린이를 집에 가두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논점이 바뀌지 않은 '제대로 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명수가 '위험한 장소에서 어린이가 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는 '어린이가 집 바깥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의견을 밝혀야 한다.
명수는 상대방의 주장을 왜곡 해석하고, 그 주장에 대해 공격하고 있다. 공격하기 쉬운 내용으로 왜곡된 재석이의 주장을 비유적으로 '허수아비 인형'이라고 한다. 명수는 이 허수아비 인형을 공격하므로, 이 기법을 '허수아비 인형 공격'이라고 한다. 명수는 '허수아비 인형 공격'으로 인해 논점이 교묘하게 바뀌어, 명수의 주장만을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명수는 재석이의 '어린이가 집 바깥에서 노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어린아이가 집 바깥에서 노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왜곡 해석하고, 그에 대해 '바깥놀이는 어린아이의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반론했다. 게다가 '어린이를 집안에 가두어야 한다.'는 가공의 주장을 만들고, 그에 대해 '어린이가 가엾다'고 반론했다.
'누군가의 발언 일부를 발췌해 TV나 인터넷에 퍼뜨리고, 발췌한 발언을 본 사람이 발언의 의도를 왜곡시키는 것'도 '허수아비 인형 공격'의 한 예이다. '허수아비 인형 공격'에 빠지지 않기 위해, 토론에서 본래의 주장이 올바르게 인용되고 있는지 주의해서 살펴보자.
2. 피장파장 논법
'허수아비 인형 공격'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부당하게 공격할 때 흔히 사용되는 궤변 중에는 '피장파장 논법'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A로부터 중요한 약속을 깨뜨린 점을 지적당한 B가 '너도 예전에 약속을 깨뜨리지 않았느냐?'고 돌려 말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A가 과거에 약속을 깨뜨린 일이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B가 약속을 깨뜨린 것을 정당화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비슷한 궤변으로 '다른 사람 탓하기'도 있다. '예전에 그 사람도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이런 궤변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를 주목하게 되어 논점이 흩어진다. 그리고 상대방의 인격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너도', '그 사람도'라는 말투에 주의해야 한다.
3. 톤 폴리싱(Tone Policing)
'톤 폴리싱(Tone Policing)'도 흔히 볼 수 있는 궤변이다. '톤 폴리싱'이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그 '말투(Tone)'를 '탓하는(Policing)' 것을 말한다. 예컨대 A가 성차별 문제에 대해 공공연히 분노를 드러내면서 고성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하자. 그에 대해 B가 '그렇게 감정적으로 주장하면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것은 전형적인 '톤 폴리싱'이다. '주장하는 내용이 타당한가?'라는 논점이 '주장하는 방법이 적절한가?'라는 논점으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주장하는 내용이 아닌 말투 등을 지적하는 것을 '톤 폴리싱(Tone Policing)'이라고 하며, 주장하는 내용에서 논점을 바꾸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톤 폴리싱(Tone Policing)'은 '톤 트롤링(Tone Trolling)', '어조 논쟁(Tone Arguments)' 등으로도 불린다.
'톤 폴리싱'은 선의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파나 사회적으로 입장이 약한 사람의 주장을 소홀히 할 위험성이 있다. 왜냐하면 당사자는 냉정하게 호소하더라도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을 담아 고성으로 호소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분노나 주장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노력을 충분히 한 다음에, 상대방의 말투에 주의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4.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은 어떤 주장이 정당한 이유를 권위에 의지하는 궤변이다. 예컨대 A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고 하자. 'B박사는 과거에 여러 차례 획기적인 치료법을 개발했다. 또 그는 병든 어린이를 구하기 위한 자선사업도 오래 하는 등 많은 공적이 있다. 그런 그가 개발한 새로운 치료법은 놀라울 것이다.' 이것은 타당하지 않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잘못된 논증이다. 왜냐하면 권위가 있다고 해서 그 살마의 성과가 좋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궤변은 '논점 바꾸기'에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B박사 치료법의 과학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적받는데 B박사의 업적과 인간성을 줄곧 주장하는 경우 등이다. 인간에게는 근거가 애매해도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이것을 '권위에 대한 예속'이라고 한다. 따라서 권위에 호소해 논점을 바꾸어도 그 점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5. 아침밥 논법
'아침밥 논법'은 정치인의 답변을 묘사하는 말로, 이 이름의 유래가 된 가공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기자가 어느 정치인에게 '아침밥은 드셨나요?'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정치인은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때 사실 정치인은 '빵은 먹었지만, 밥은 먹지 않았다'는 의미로 '밥을 먹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러면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습니까?'라고 묻더라도 '무엇을 아침식사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등으로 답변을 얼버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