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우리가 알고 있는 척추동물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성별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같은 척추동물이라도 물고기는 예외이다. 물고기 중에는 자라나면서 성별이 바뀌는 것들이 많다. 암컷으로 성장한 후에 수컷으로 바뀌는 물고기, 수컷으로 성장한 후에 암컷으로 바뀌는 물고기, 수컷과 암컷 사이에서 유연하게 성별을 바꾸는 물고기 등, 종류에 따라 성이 바뀌는 방식도 다양하다. 성전환을 하는 물고기는 발견된 것만 해도 400종이 넘는다. 특히 온도~열대 바다에 많으며 '농어 무리', '놀래기 무리', '망둑어 무리' 등 다양한 물고기가 성전환을 한다.
성별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컷 또는 암컷 특유의 '생식샘(난소 또는 정소)'을 다시 한쪽의 성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텐데, 물고기들은 왜 성을 바꾸는 것일까? 실은 성전환은 물고기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교묘한 번식 전략이다. 성전환을 하는 물고기의 생태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 물고기는 독자적으로 성전환하는 성질을 발달시켜 왔다.
- 일부다처의 하렘을 이루는 '청줄청소놀래기'
- 일부일처 시스템을 갖는 '클라운피시'
- 성장하면 모두 암컷으로 바뀌는 '양태의 일종'
- 성전환 물고기가 성별을 바꾸는 메커니즘
- 몸의 크기에 따라 새끼를 남기는 데 유리한 성이 달라진다.
- 서식 환경이 물고기의 성전환을 일으킨다.
1. 물고기는 독자적으로 성전환하는 성질을 발달시켜 왔다.
물고기는 온몸의 뼈가 '경골 어류(Osteichthyes)'와 '연골 어류(Chondrichthyes)'로 크게 나누어진다. '경골 어류'는 '경골(단단한 골격)'과 '연골(부드러운 골격)'을 모두 갖고 있는 반면, '연골 어류'는 골격이 모두 연골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연골 어류(Chondrichthyes)'는 지구상에서 '경골 어류'보다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경골 어류'는 '연골 어류'에서 진화해 생겼다. 결국 물고기 조상의 성은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성을 전환하는 물고기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성장하면서 성을 바꾸는 방법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성을 바꾸는 물고기들은 상당히 많은 종에 걸쳐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성을 바꾸는 성질은 각각의 종에서 독자적으로 발달시켜 왔다고 생각된다.
성전환은 자손을 남기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되지만, 물고기 이외의 척추동물에서는 성전환이 알려져 있지 않다. 양서류이 개구리 가운데 성을 전환할 가능성이 보고된 종도 있지만, 현재까지 아직 정확한 것은 아니다. 물고기만이 성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이유는, 생식샘의 구조가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단순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물고기는 체외 수정을 하기 때문에, 체내 수정을 하는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생식샘이 훨씬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난소와 정소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성을 전환할 때 난소와 정소를 바꾸는 동안은 번식 활동을 할 수 없지만, 물고기의 경우는 짧은 기간에 생식샘을 바꿀 수 있기 떄문에, 그 기간을 빼도 성전환을 하는 편이 자손을 남기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1-2. 성전환과 함께 모습이 변하는 물고기들
먼저 성전환 전후로 겉모습이 완전히 바뀌는 물고기들을 소개한다. 물고기를 포함해 동물의 수컷은 암컷의 시선을 끈다든지 외적을 위협하려는 등의 이유에서 암컷보다 화려한 모습을 한 것이 많다. 성을 바꾸는 물고기의 일부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보인다.
- 벵에돔(흑돔): 먼저 얼굴이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 '벵에돔(흑돔)'은 태어날 때부터 얼마 동안은 암컷이다가 자라면 하렘 안에서 가장 큰 암컷이 수컷으로 성을 바꾸는 물고기이다. 암컷인 동안은 비교적 온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수컷으로 성전환하며 머리 부분의 혹과 아래턱이 급격하게 발달해 우락부락한 얼굴로 변한다. 그 이름의 유래가 되는 혹은 성전환한 수컷만이 갖는 특징이다.
- 놀래기: '벵에돔(흑돔)'과 마찬가지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하는 '놀래기'는 암컷일 때는 색채가 평범하지만, 수컷이 되면 색이 화려한 모양으로 바꾸니다.
- 금강바리: 그 밖에도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이 바뀌면서 등지느러미의 일부가 자라나는 '금강바리(Sea Goldie)'도 있다. 이러한 겉모양의 변화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빨리 변하는 것 중에는 성전환을 시작해 약 10일 정도면 볼 수 있다.
2. 일부다처의 하렘을 이루는 '청줄청소놀래기'
먼저 소개하는 것은 '청줄청소놀래기(학명: Labroides dimidiatus)'라는, 주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을 바꾸는 물고기이다. 이러한 암컷에서 수컷으로의 성전환은 물고기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성전환이다. 또 드물게 반대 방향으로 성전환하는 경우도 확인된다. 몸길이는 최대 10cm 정도로 한국·일본을 비롯한 온대~열대의 산호초에서 서식한다. '청소 물고기'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곰치'나 '능성어' 등 다양한 물고기의 피부를 쪼고 다니면서 표면에 붙은 기생충을 먹는다.
'청줄청소놀래기'는 일부다처의 '하렘'을 이루는 물고기이다. '하렘(Harem)'이란 번식을 위해 1마리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으로 이루어진 어느 정도 지속성이 있는 집단을 말한다. 1마리의 크고 강한 수컷이 자기 세력권 안에서 최대 10마리 정도의 암컷을 거느린다. 다른 수컷이 세력권 안으로 들어오면 격렬하게 공격해 쫓아낸다. 청줄청소놀래기는 태어난 단계에서 수컷인 것은 없다. 태어나서 얼마 동안은 모두 암컷이다. 암컷 청줄청소놀래기는 하렘의 일원으로 수컷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우두머리인 수컷이 죽음 등의 이유로 하렘에서 사라지면, 하나의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을 시작한다. 이때 성전환 하는 것은 '하렘' 안에서 수컷 다음으로 컸던 최대 암컷이다. 결국 이러한 성전환이 일어남으로써, 하렘에서 최대인 개체가 수컷이 되는 구조가 늘 유지된다. 이처럼 '청줄청소놀래기'는 주위의 사회 상황을 감지해 성을 전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성전환하는 개체가 어떻게 주변의 암컷보다 자신의 몸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청줄청소놀래기'의 성전환에서는 우선 처음에 '행동'의 전환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하렘의 우두머리인 청줄청소놀래기 수컷'은 번식기에 암컷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구애 행동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암컷의 등에 달라붙어 암컷과 함께 수면 근처로 올라간다. 암컷은 이때 알을 방출하고 그에 맞추어 수컷은 정자를 뿌린다. 이 수컷이 하렘에서 사라지면 그때까지 가장 큰 암컷이었던 개체는 약 30분 정도 만에 다른 암컷에게 구애 행동을 취한다. 그리고 이 최대 암컷은 조그만 암컷의 등에 달라붙어, 함께 올라가서 산란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때 최대 암컷에게는 수컷의 생식샘 '정소'가 발달해 있지 않아서 정자를 만들 수는 없다. 겉보기만의 수컷의 행동인 셈이다. '몸'의 성전환은 '행동'의 성전환에 비하면 약간 시간이 걸린다. 2~3주일에 걸쳐 '난소의 축소'와 '정소와 발달'이 일어나고 마침내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수컷이 된다.
또 '청줄청소놀래기'는 드물게 반대 방향의 성전환을 하는 경우도 알려져 있다. 이것은 같은 종의 물고기가 적은 환경에서 우연히 수컷끼리 만난 경우에, 작은 쪽이 암컷으로 성을 전환함으로써 새끼를 남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청줄청소놀래기' 뿐만 아니라 일부다처형 성전환을 하는 '망둑어의 일종(Trimma okinawae)' 등은 드물게 반대 방향의 성전환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3. 일부일처 시스템을 갖는 '클라운피시'
한편 영화 '니모를 찾아서'로 잘 알려진 '흰동가리 무리'는 먼저 수컷으로 자란 다음 암컷으로 성을 바꾼다. '흰동가리 무리'의 일종인 '클라운피시(Clownfish, 학명: Amphiprion ocellaris)'는 최대 몸길이가 10cm 정도이다. 주황색 몸에 흰 줄무늬를 가진 온대~열대의 산호초에서 사는 물고기이며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다.
자연 상태의 '클라운피시(Clownfish)'는 새끼 때 바다로 흘러들어가 우연히 다다른 말미잘 속에서 일생을 보낸다. 독침이 있는 말미잘 속에서 살면서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이다. 하나의 말미잘 속에는 대게 여러 마리의 클라운피시가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이처럼 '클라운피시'는 새끼 때 우연히 이르게 된 말미잘에서 일생을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미리 성별이 정해져 있으면, 도착한 곳에 동성만 있으면 이성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크기의 순으로 성별을 할당함으로써, 2마리 이상의 클라운피시가 있는 말미잘에서 확실하게 수컷과 암컷의 짝이 생길 수 있는 구조를 이룬다. 클라운피시 무리 중에서 성숙한 것은 몸이 큰 2마리뿐이다. 무리 중에서 몸이 가장 큰 것이 암컷, 둘째로 큰 것이 수컷, 그리고 그 밖에는 정소도 난소도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성적으로 미숙한 것들이다. 몇 년이 지나도 무리 안에 더 큰 개체가 2마리 이상 있는 한, 성적으로 성숙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무리 중에서 번식할 수 있는 것은 성별을 가진 특정한 1쌍뿐으로, 클라운피시는 일부일처 사회 시스템을 갖는 물고기라고 할 수 있다. 단, 클라운피시는 수컷에서 암컷으로 단 한 번만의 성전환이 확인되며, 암컷으로 성전환이 완료되면 정소가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진다.
4. 성장하면 모두 암컷으로 바뀌는 '양태의 일종'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양태의 일종'인 Thysanophrys celebica은 '클라운피시(Clownfish)'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성장의 정도에 따라 성별을 바꾸는 물고기이다. '양태의 일종'은 온대~열대의 모래바닥에서 서식하며, 특별히 무리를 짓지 않고 우연히 만난 개체와 짝을 이루어 번식한다. 짧은 기간 동안은 모두 수컷이었지만, 세 살 전후로 몸길이 10cm를 넘으면 수컷이었던 '양태의 일종'은 모두 암컷으로 성이 바뀐다.
마찬가지로 '감성돔(Black Porgy)'도 성장 정도에 따라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소개했듯이, 성전환의 방향과 그 계기는 어종에 따라 실로 다양하다.
5. 성전환 물고기가 성별을 바꾸는 메커니즘
사람이나 다른 많은 척추동물에서는 '성염색체'라는 염색체의 조합에 의해 암수가 정해진다. 사람에게는 X, Y의 2종의 염색체가 있고 Y염색체에 정소를 발달시키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존재한다. XY라는 성염색체 조합을 갖는 경우는 남성이 되고 XX라는 조합을 갖는 경우에는 여성이 된다. 물고기의 경우에도, 송사리 등에서 성염색체의 존재가 분명하며 그런 물고기에서는 태어나면서 성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성을 전환하는 물고기들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성별을 바꿀까? 성을 바꾸는 물고기는 거의 모두 성염색체가 발견되지 않는다. 물고기의 성 결정 방법은 종에 따라 크게 다른 셈이다. 성염색체를 갖지 않은 성전환 물고기에서는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 성의 결정에 강한 작용을 한다.
예컨대 '망둑어의 일종' 등 일부다처제 물고기에서는, 성전환을 시작하는 최초의 계기는 '하렘의 암컷이 사라졌다'는 시각 정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시각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어 난소와 정소에 있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 수용체'의 수를 변화시키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하렘형 사회를 이루며 주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을 바꾸는 '망둑어의 일종'은 암컷일 때는 커다란 난소와 아주 작은 미성숙 정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수컷으로 성전환하면 난소는 축소되어 그 기능을 잃고, 그 대신 정소가 크게 발달한다. 단, 몇 차례든 양방향으로 성을 전환할 수 있는 '망둑어의 일종'은 성전환을 해도 사용하지 않는 쪽의 생식샘이 축소될 뿐이다. 물고기에서는 암컷이 가진 난소이든 수컷이 가진 정소이든, 그것이 발달하는 데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의 자극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망국어의 일종'은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이 시작되면, '생식샘 자극 호르몬'을 단백질이 난소에서 감소하고 반대로 정소에서 증가한다. 그리고 '생식샘 자극 호르몬'을 받은 정소는, 몸 전체를 수컷으로 변하게 하는 '웅성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렇게 해서 수컷으로 성전환이 진행되는 것이다.
6. 몸의 크기에 따라 새끼를 남기는 데 유리한 성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들 물고기는 왜 성을 바꾸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켰을까? 그 이유는 '체장유리성설(體長有利性說)'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1969년에 미국의 생물학자 '마이클 기셀린(Michael Ghiselin)'이 주창하고, 1975년에 미국의 생물학자 '로버트 워너(Robert Warner)'가 수식화함으로써 크게 발전한 성전환의 원칙을 제시한 이론이다. '체장유리성설(體長有利性說)'이란 물고기의 몸의 크기에 따라 새끼를 남기는 데 유리한 성이 달라지며, 물고기들은 거기에 유리한 성의 방향으로 성을 전환한다는 견해이다.
6-1. 수컷이 더 커야 유리한 경우
우선 '청줄청소놀래기'처럼 '하렘'을 형성하는 물고기를 생각해 보자. '하렘'을 만드는 일부다처 사회를 갖는 물고기들의 경우에는 수컷 사이의 경쟁이 심하며, 암컷은 더 강하고 커다란 수컷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조그만 수컷은 경쟁에서 밀려 암컷을 얻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새끼를 남길 수 없다. 한편, 암컷일 경우 설령 작아도 하렘의 일원으로 자신이 낳은 알의 수만큼 자신의 새끼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작을 때는 암컷으로 있는 쪽이 새끼를 남기는 데 유리한 것이다.
하지만 몸이 커지면 유리한 성별은 역전된다. 몸이 크고 강한 물고기는, 수컷이면 자신의 하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암컷과의 사이에서 더 많은 자신의 새끼를 남길 수 있다. 결국 몸이 작을 때는 암컷으로 있고, 커진 다음에 수컷이 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자신의 새끼를 남길 수 있는 셈이다. 이것이 일부다처 사회를 유지하는 물고기에서, 암컷으로부터 수컷으로 성전환이 발달해온 이유라고 생각된다.
6-2. 암컷이 더 커야 유리한 경우
한편, 클라운피시처럼 일부일처형 사회를 유지하는 물고기나, '양태의 일종'처럼 우연히 만난 수컷과 암컷이 짝을 이루어 산란하는 물고기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처럼 암컷이 강한 수컷만을 택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설령 수컷이 작아도 암컷과의 사이에서 새끼를 남길 수 있다. 이들처럼 암컷이 강한 수컷만을 택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설령 수컷이 작아도 암컷과의 사이에서 새끼를 남길 수 있다. 이때 수컷의 정자의 수는 암컷의 알의 수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에, 수컷의 새끼의 수는 만난 암컷이 낳을 수 있는 알의 수로 정해진다. 결국 수컷 자신의 크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암컷의 경우는 몸이 클수록 많은 알을 낳을 수 있으므로, 암컷이 남길 수 있는 새끼의 수는 암컷 자신의 몸의 크기와 함께 늘어난다. 이 경우는, 조그만 개체는 수컷으로 있는 편이 새끼를 많이 남길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커다란 개체는 암컷으로 있는 편이 더 많은 새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진화의 과정에서,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전환이 발달해 왔다고 생각된다.
7. 서식 환경이 물고기의 성전환을 일으킨다.
물고기 중에는 성전환은 하지 않지만, 성을 결정하는 방식이 유연한 종이 많다. 예컨대 넙치나 금붕어는 일단 유전적으로 성별이 정해지지만, 갓 태어난 새끼는 수컷과 암컷이 몸매에 차이가 없고, 이 무렵의 새끼를 온도가 높은 물에서 키우면 유전적인 암컷 가운데 일부가 수컷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뱀장어의 경우도 태어난 직후에는 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느 정도 자라난 다음 성이 결정된다고 한다. 암수 어느 쪽의 성별이 되는가는 그것이 자란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단, 무엇이 뱀장어의 성을 결정하는 요인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연산 뱀장어는 수컷과 암컷이 대략 반반씩 존재하지만, 알에서부터 뱀장어를 사육하면 거의 모두가 수컷이 되고 암컷이 되는 개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 점이 뱀장어를 완전 양식하는 데 커다란 장애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뱀장어의 어린 새끼에게 주는 먹이에 암컷이 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을 섞음으로써 인위적으로 암컷 뱀장어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까지 물고기의 성전환이 물고기의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원래 물고기의 사회 구조는 어떻게 정해질까? 거기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경향이 있다.
- 먹이나 서식 장소 등이 비교적 한정되어 분포하는 경우: 우선 먹이와 서식 장소 등 생존에 필요한 것이 제한되어 있다든지 특정 장소에 집중되어 있는 환경의 물고기는, 강한 수컷이 먼저 먹이와 서식 장소를 획득하고, 그 주변에 암컷이 따르게 되는 일부다처 사회가 되기 쉽다. 예컨대 다른 물고기의 몸에 붙은 기생충을 먹이로 하는 '청줄청소놀래기'의 경우, 많은 물고기가 찾아오는 이른바 '클리닝 스테이션(Cleaning Station)'이라는 곳을 강한 수컷이 자신의 영역으로 점유하고, 그 주위에서 암컷을 거느리는 사회가 된다.
- 먹이나 서식 장소 등이 비교적 일정하게 분포하는 경우: 먹이나 서식 장소 등이 비교적 일정하게 분포하는 환경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일부일처제 또는 우연히 만난 개체와 번식하는 사회를 만들기 쉽다. 특히 '양태의 일종'처럼 헤엄치는 것이 서투른 물고기가 이런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결국 물고기가 성전환을 획득한 근본적인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물고기들이 어떤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는가라는 점에 다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