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곰, 박쥐 등의 포유류는 춥고 식량이 부족한 겨울철을 오로지 '겨울잠'을 자면서 보낸다. '겨울잠(동면)'은 겨울을 매우 태평하게 지내는 방법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달 동안 겨우 몇 ℃의 저체온, 1분당 몇 회 정도의 적은 호흡수 등, 매우 특수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몸속에는 놀랄 만큼의 교묘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0. 목차
- 휴면(Dormancy)
- 겨울잠을 자는 동안 굶주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 '중도 각성'은 왜 일어날까?
- 몸이 겨울잠에 맞게 변한다.
- 겨울잠 특이 단백질(HP)
- 곰의 겨울잠
- '변온 동물'과 '정온 동물'의 월동
- 겨울잠과 수명
- 겨울잠 갤러리
1. 휴면(Dormancy)
포유류나 조류 중에는 추위가 심해지거나 식량을 구할 수 없게 되어 살기 힘들 겨울 몇 달 동안, 구멍이나 동굴 등에 틀어박혀 그저 가만히 잠을 자면서 보내는 종이 있다. 다람쥐나 곰 등이 그러한 예이다. 하지만 가은 지역의 동물이라도 여우나 토끼 사슴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언뜻 편하게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몸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된다. 예컨대 다람쥐의 체온은 불과 5℃, 심장 박동수는 1분당 몇 회 정도로, 마치 빈사 상태와 같다. 이처럼 동물이 일정 기간, 저체온, 저대사, 저활동 상태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현상을 '휴면(Dormancy)'이라고 한다. 이 중, 1회 휴면 시간이 24시간이 넘지 않는 것을 '일내 휴면', 24시간을 넘어 겨울에 일어나는 휴면을 '겨울잠(동면)', 여름에 일어나는 휴면을 '여름잠(하면)'이라고 한다.
그러면 과연 어느 정도의 포유류가 겨울잠을 잘까? 그리고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는 서로 비슷한 무리일까? 2015년 기준, 포유류 전체 27개 목 중 11개 목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확인되었다. 이들은 서로 근연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겨울잠이라는 습성이 진화 과정에서 특정 그룹에만 이어져 온 것은 아닌 듯하다.
1-1. 적도 부근에서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 발견
그렇다면 비슷한 서식지, 가령 겨울에 눈이 쌓이는 지역에 사는 동물들만 겨울잠을 잘까? 실제로 겨울잠 연구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북반구의 중위도에서 고위도에 걸쳐 비교적 추운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을 조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남반구의 열대,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포유류 중에서도 '여우원숭이'와 '텐렉(아프리카 대륙의 일부와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발견되는 고슴도치와 비슷한 포유류)' 등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로는 먹이인 곤충이나 식물을 얻을 수 없게 되거나, 포식자에 잡히지 않기 위해서 등이 꼽힌다.
그동안 겨울잠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던 지역에서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어떤 동물이 어떤 때에 겨울잠을 자는가라는 겨울잠의 개념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다람쥐처럼 같은 환경에 놓인 동일한 종이라고 해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있고 자지 않는 동물도 있어서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과거의 연구에서 조사한 개체가 우연히 모두 휴면하지 않는 개체였기 때문에, 그 종은 휴면하지 않는다고 착각해서 발표된 케이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관측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 많은 개체를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에 소수의 개체 조사를 해서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이라고 결론이 난 동물이 실제로는 겨울잠을 자는 종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도 많다. 지금까지 겨울잠 조사 대상이 아니었던 지역의 조사가 이루어지게 된 것에 힘입어, 앞으로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종류가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2.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대부분 소형이다.
이와 같이 겨울잠은 다양한 동물에서 볼 수 있는데,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어떤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소형이라는 점이다 (곰은 예외)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체중에 대한 표면적이 커진다. 그리고 동물은 몸은 체중에 대한 표면적이 클수록 열을 금방 빼앗긴다. 즉, 소형 동물일수록 몸이 차가워져서 추위가 매서운 겨울철에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 회피 수단이 겨울잠의 필요성이 늘어나는 것이다.
2. 겨울잠을 자는 동안 굶주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한마디로 겨울잠이라고 해도 '겨울잠을 자는 기간', '겨울잠을 자는 장소', '겨울잠을 자는 중의 살아가는 방법' 등은 동물의 종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어 단독으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많은 가운데, 박쥐처럼 집단이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있고, 겨울잠쥐처럼 눈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있다. 일반적으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가을의 끝 무렵부터 봄까지 몇 달 동안 구멍, 동물, 식물의 뿌리 등을 겨울잠을 자는 장소로 삼는다. 그중에는 '다람쥐꼬리겨울잠쥐(Edible Dormouse)'처럼 거의 1년간 구멍 속에서 겨울잠을 자며 지내는 동물도 있다.
몇 달이나 되는 오랜 기간 동안 계속 겨울잠을 자는 곳에 틀어박혀 있으면 굶어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지방 축적형'과 '식량 저축형' 두 가지 방법으로 겨울잠 동안의 굶주림 문제를 해결한다. '지방 축적형'이나 '식량 저축형' 중 한 쪽을 택하는 종도 있고 양쪽을 할 수 있는 종도 있다.
- 지방 축적형: 첫째 방법은 겨울잠을 자기 전인 여름부터 가을까지 식량이 풍부한 시기에 많이 먹어서, 영양분을 몸속에 지방이라는 형태로 모아 두는 '지방 축적형'이다. 겨울잠을 자는 중의 주 에너지 원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아닌 지방이다. 지방은 다른 요소보다 1g당 낼 수 있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에너지 저장에 가장 적합한 요소이다.
- 식량 저축형: 둘째 방법은 겨울잠을 잘 곳에 미리 많은 식량을 저장해두는 '식량 저축형'이다. 식량 저축형 동물은 겨울잠에서 일시적으로 깨어났을 때 모아 둔 식량을 먹는다.
이와 같이 겨울잠을 자기 전에 제대로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겨울잠을 성공적으로 자는 데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같은 개체라고 해도, 겨울잠을 자기 전의 식량 상태나 초봄의 온도 등에 따라 겨울잠을 자는 기간은 매년 바뀐다고 한다.
3. '중도 각성'은 왜 일어날까?
하지만 겨울잠을 자는 도중에 동물의 몸이 계속 저체온인 것은 아니다. 몇 시간~몇 주일마다 체온이 급격하게 전으로 돌아가는 '중도 각성'이 일어난다. '중도 각성'은 몇 시간~며칠간 계속된다. '중도 각성'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겨울잠을 자는데, 왜 일부러 에너지를 사용하면서까지 깨어날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몸속에 생기는 노폐물의 처리이다. 노폐물은 간에서 분해되어 '신장(콩팥)'을 거쳐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겨울잠을 자는 중에 분해되어야 할 노폐물이 줄었다고는 해도, 저체온에서는 노폐물의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폐물이 몸속에 축적된다. 여기에서 일시적으로 체온을 올려 노폐물의 처리 능력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잠자리 외에 별도 장소에 배뇨·배변을 하기 위해서도 '중도 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흥미로운 연구 보고가 있다. '중도 각성'을 한 직후의 동물의 뇌파를 조사해 보니, 수면 부족 후에 자고 있을 때 나타나는 '델타파(δ wave)'가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겨울잠은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수면 부족 상태가 아닐까? 그리고 그 수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중도 각성 기간 중 식사와 배설 이외에 누워 있는 시간에 진정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가설이 나왔다. 즉 '중도 각성'은 반드시 일어나는 상태는 아닌 셈이다. 단 이 가설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어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4. 몸이 겨울잠에 맞게 변한다.
4-1. '체온 중추'가 겨울잠에 맞게 변한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물의 체온은 주위 온도보다 약간 높은 몇℃ 정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상한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포유류는 '정온 동물(기온과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동물)'이며, 체온은 항상 37℃ 전후를 유지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체온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것은 뇌의 '시상 하부(Hypothalamus)'에 있는 '체온 중추'이다. 37℃라는 설정 온도보다 체온이 올라가면, 체온 중추의 신경 세포에서 신호가 나와 체표면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땀으로 몸속의 수분을 발열시켜서 체온을 낮춘다. 한편 37℃보다 체온이 떨어져도 마찬가지로 체온 중추의 신경 세포의 신호에 의해 근육이 떨려서 열을 낸다.
겨울잠을 자는 중에는 '체온 중추'의 신경 세포가 어떠한 변화를 일으켜, 체온의 '설정 온도'가 내려간다. 보통은 37℃보다 체온이 내려가면 열이 나는데, 겨울잠을 자는 중에는 몇℃보다 낮은 체온이 되지 않으면 열이 나지 않아 저체온이 유지되는 것이다.
4-2. '심장'이 겨울잠에 맞게 변한다.
겨울잠을 자는 중에 몸속에서는 그 밖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심장의 '심근 세포'이다. 심장은 '심근 세포'가 오그라들거나 느슨해지면서 박동한다. '심근 세포'는 세포 안에 대량의 칼슘 이온이 들어가면 오그라든다. 오그라든 심근 세포가 다시 느슨해지기 위해서는 칼슘 이온을 방출해야 한다. 그러나 겨울잠을 자는 중의 저체온 상태에서는 모든 활동이 둔해진다. 따라서 세포 밖의 칼슘 이온이 들어오는 입구에 해당하는 세포막의 '칼슘 채널'을 바로 닫지 못해 유입이 계속되고, 또 칼슘 이온을 방출하기 위한 에너지도 부족하다. 이렇게 심근 세포가 오그라든 상태가 계속되면 심장이 박동하지 않아 동물은 죽게 된다.
그래서 겨울잠을 자는 상태의 '심근 세포'에서는 세포 안에 칼슘 이온을 너무 모아두지 않도록, 칼슘 채널을 닫은 채로 둔다. 그 대신 세포 안에 있는 칼슘 이온의 '저장고'가 강화되어, 여기에서 칼슘 이온이 나가고 들어옴으로써 여전히 세포를 오그라들게 하거나 느슨하게 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것이다.
5. 겨울잠 특이 단백질(HP)
'체온 중추'와 '심장'처럼, 겨울잠을 자는 중에 몸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인 다람쥐는 '겨울잠 특이 단백질(HP)'에 의해 1년 주기로 몸속 리듬이 이렇게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상태의 몸'이 된다. 1980년대에 '곤도 노리아키(일본 전 미쓰비시화학 생명 연구소 주임 연구원)' 박사는, 그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겨울잠 특이 단백질(HP: Hibernation-Spcific Protein)'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겨울잠을 자는 동물 중에는 1년 리듬의 몸속 변화를 일으키지 않아도, 저온과 해가 짧아지는 환경 요소에만 의해서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는 동물도 있다.
HP는 간에서 만들어져 혈액 속으로 나간다. 겨울잠을 시작하기 전, 간에서 HP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혈중 HP 농도도 낮아진다. 한편, 혈액 속에서 뇌로 수송하는 HP의 양은 늘어난다. 한편, 혈액 속에서 뇌로 수송되는 HP의 양은 늘어난다. '1년 주기로 일어나는 HP의 농도 변화'는 저온과 해가 짧아지는 겨울 환경에 놓이지 않아 겨울잠을 자지 못하는 다람쥐에서도 나타난다. 반대로 HP의 농도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다람쥐는 겨울 환경에 놓여도 겨울잠을 자지 못한다. 즉, 1년의 생물 시계에 따라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상태의 몸이 된 개체가 겨울 환경에 놓였을 때 비로소 겨울잠을 잘 수 있다.
현생 동물에서는 'HP의 농도 변화'는 환경과 관계없이 일어나는데,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상태의 몸이 마침 겨울에 완성되는 이 리듬은 먼 옛날에 겨울 환경을 맞아 조상의 몸속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HP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인 시베리아다람쥐, 들다람쥐 등에서 발견되었다. 한편, '집쥐'나 '생쥐' 등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에서는 HP 자체와 그 설계도가 되는 유전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아래의 표는 '시베리아다람쥐'의 활동 기간과 겨울잠 기간의 신체 변화를 정리한 것이다. '체온', '활동 상태', '대사 상태'를 비교했다. 겨울잠 기간에는 불과 몇 ℃의 저체온이 되고, 심장의 박동과 호흡 같은 생명의 기본 활동이나 대사 속도가 크게 저하된다. 그 결과 에너지의 소비가 크게 절약된다.
신체 변화 | 활동 기간 | 겨울잠 기간 |
체온(℃) | 37 | 5 |
심박수(박동수/분) | 400 | 10 미만 |
호흡수(회/분) | 200 | 1~5 |
대사 속도(cal/g·분) | 0.2 | 0.002 |
에너지 소비(활동 기간을 100으로 한 %) | 100 | 13 |
5-1. 일부가 부서진 상태의 HP 유전자를 가진 '타이완 다람쥐'
그런데 같은 다람쥐 무리이면서 겨울잠을 자지 않는 타이완다람쥐에서 흥미로운 유전자를 찾았다. 일부가 부서진 상태의 HP 유전자이다. 부서져 있으므로 이 유전자를 바탕으로 HP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아마도 타이완다람쥐는 과거에 완전한 HP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HP 유전자가 손상되었다. 만약 타이완다람쥐가 겨울잠을 자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지역에 서식하고 있었다면, 그 개체는 겨울잠에 필요한 HP를 만들지 못하고 자연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완다람쥐는 아열대나 열대에서 서식하므로 겨울잠을 잘 필요가 거의 없고, 손상된 HP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자존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5-2. 사람은 HP가 없지만, 비슷한 구조의 단백질은 10종 이상 가지고 있다.
사실 사람도 HP는 갖고 있지 않지만, 비슷한 구조의 단백질을 10종 이상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곤도 노리아키' 박사는 이렇나 단백질이 약하지만 HP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HP가 없고 겨울잠을 자지 않는 집쥐에 다람쥐의 HP를 투여한 결과, HP를 뇌 속으로 수송하고 활성화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즉, 이 구조를 활용하는, HP 대용 물질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사람에게도 집쥐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6. 곰의 겨울잠
6-1. 곰은 겨울잠을 자는 중에 단백질을 재활용한다.
다른 동물과는 색다른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로 '곰'이 있다. 현존하는 8종의 곰 중에서 북반구에 서식하는 '불곰(Brown Bear)', '아메리카흑곰(American Black Bear)', '반달가슴곰(Asiatic Black Bear)', '북극곰(Polar Bear)'이 겨울잠을 잔다.
곰의 겨울잠의 가장 큰 특징은 겨울잠 내내 '중도 각성'을 하지 않고, 물을 포함에 먹이를 먹지 않으며, 배뇨·배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체온의 저하 정도가 작아, 활동기 체온이 37℃~39℃인데 비해, 겨울잠을 자는 중의 체온은 31℃~35℃ 정도로만 떨어진다. 배뇨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몸속에 노폐물이 쌓여 몸에 해로울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뇨를 하지 않는 습성은 겨울잠ㅇ르 자는 중인 곰에게 오히려 이로움을 준다. 겨울잠을 자는 중인 곰의 몸에서는 하루에 약 100mL의 소변이 만들어진다. 방광에 모인 소변은 배출되지 않고 방광 벽에서 흡수된다. 소변 속에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반응으로 생긴 '요소(Urea)'가 포함되어 있다. 흡수된 요소는 혈액을 통해 장으로 가서, 장내 세균에 의해 암모니아로 분해된다. 이 암모니아를 재활용하여, 단백질의 부품이 되는 '아미노산'을 다시 만든다.
일반적으로 겨울잠을 자는 중처럼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고 계속 잠만 자면,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근육이 분해되어 점차 위축된다. 실제로 다람쥐나 박쥐는 겨울잠을 자는 중에 근육 단백질의 20~40%를 잃는다. 그러나 곰은 단백질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겨울잠에 자는 중에 근육 단백질을 4~11%밖에 잃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잠든 상태이면서 '근육 위축'을 일으키지 않는 곰의 구조를, 계속 누워 있는 환자나 자이 우주 체류하는 우주 비행사에게 응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곰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곰이 겨울잠을 자기 전에 먹는 도토리에는 당이 함유되어 있다. 이 당을 중성 지방으로 몸에 비축해, 겨울잠을 자는 중에 이를 분해해 에너지·물·이산화탄소로 바꾼다. 이 물이 곰의 생명 활동에 사용되기 때문에, 곰은 겨울잠을 자는 중에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지방이 분해되는 도중에 생기는 '글리세롤(Glycerol)'은 아미노산의 골격으로 재이용된다.
6-2. 겨울잠을 자는 중에,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
곰의 겨울잠의 또 하나의 특징은 겨울잠 전에 임신한 암컷이 겨울잠 중에 출산하고 수유를 하는 일이다. 곰의 교미 시기는 여름이다. 교미로 생긴 수정란은 바로 '착상(모체의 자궁에 정착해 발육을 시작하는 것)'하지 않고, 겨울잠에 들어가는 11월 하순부터 12월 상순에 착상해 태아를 키운다. 태아의 발육은 약 2개월로 완료되며, 겨울잠을 자는 중인 1월 하순부터 2월 상순에 태어난다. 곰과의 새끼는 태어났을 때 수백 g밖에 안된다. 그런 아기곰에게 겨울잠을 자는 장소는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곳이다.
그런데 곰의 새끼는 왜 그렇게 작게 태어나는 것일까? 어미 뱃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태아는 어미로부터 에너지원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태아는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이용할 수 없다. 어미에게서 태어나면 신생아는 모유에 함유된 지방을 이용할 수 있다. 태아 때 크게 키우는 것보다 신생아일 때 크게 키우는 편이 효율적이다.
7. '변온 동물'과 '정온 동물'의 월동
7-1. 변온 동물의 월동에서는 세포 안을 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까지는 포유류의 겨울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겨울에 가만히 있는 것은 '포유류'만이 아니다. 파충류나 곤충 등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지낸다. 이러한 생물은 '변온 동물'이다. '정온 동물'처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체온은 주변 체온에 맞추어 바뀐다. 따라서 주변 온도가 영하가 되는 겨울에는 체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체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몸속의 물이 언다. 그러나 세포 안의 물이 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다. 변온 동물 중에는 세포 안의 물을 동결시키지 않는 물질을 만들거나 당 등으로 세포막을 보호해 세포의 파괴를 막는 것도 있다. 즉 '정온 동물의 월동 전략'과 '변온 동물의 월동 전략'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7-2. 겨울잠의 진화 가설
'변온 동물'은 '정온 동물'보다 먼저 지구에 등장했다. 추위가 매서운 겨울을 견디는 구조는 이미 '변온 동물'에게도 갖추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는 진화 과정에서 겨울잠의 구조를 어떻게 획득했을까? 겨울잠의 진화 가설에는 두 가지가 있다.
- 첫 번째 가설은 '변온 동물'에서 '정온 동물'로 진화할 때, 변온 동물이 가진 월동 능력을 이어받아 저체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몸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온 동물'과 '정온성의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서는 겨울잠의 구조가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가설은 무리가 있다는 관점이 강하다.
- 두 번째 가설은 정온 동물로 진화한 후, 각각의 종이 각각의 생활환경에 맞는 겨울잠의 방식을 독자적으로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이 가설의 경우, 종에 따라 다양한 겨울잠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 가설에 따르면, '변온 동물'에서 진화한 '정온 동물'은 37℃라는 적절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를 획득했을 것이다. 그 후 37℃보다 낮은 온도에도 몸의 '설정 온도'를 변경할 수 있는 구조를 발전시킨 동물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사람처럼 겨울잠을 잘 수 없는 동물보다 고도의 진화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8. 겨울잠과 수명
겨울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겨울잠이 단지 '월동' 전략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가능성을 지닌 구조임을 알게 되었다. 그 하나가 '장수'이다. 동물의 몸은 크기가 작을수록 단명하는 경향이 있지만, 옛날부터 다람쥐나 박쥐 등의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크기에 비해 장수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곤도 노리아키'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겨울잠을 자든 안자든 HP가 1년 주기의 농도 변화를 일으키는 다람쥐는 약 11년을 살았다. 한편, HP의 농도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다람쥐의 개체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인 집쥐 정도로 단명했다.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상태의 몸으로 변하는 것'이 '장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중에 '나이를 먹는 일'이 정지된다고 가정한 경우, 다람쥐의 수명에서 평생 동안의 겨울잠 기간을 뺀 기간이 다람쥐 본래의 수명, 즉 같은 크기의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의 수명과 같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보다 길어져, 회춘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 겨울잠을 자는 중인 동물의 피부에 발암성 물질을 발라도 변화가 없었으며, 치사량의 세균을 투여해도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나타내는 실험도 보고되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장수는,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상태의 몸이 '병에 대한 내성'과 '회춘의 메커니즘'을 가져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8-1.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의 수명 비교
아래의 그래프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인 다람쥐'와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인 집쥐'의 수명을 비교한 것이다. 다람쥐는 다시 '겨울잠을 자게 하는 환경에서 사용한 그룹'과 '겨울잠을 자지 않게 하는 환경'에서 사육한 그룹으로 나누었다. 여기에서 '겨울잠을 자게 하는 환경(아래의 그래프에서 실선의 녹색)'이란 항상 어둡고 5℃의 환경을 말하고, '겨울잠을 자지 않게 하는 환경(아래의 그래프에서 점선의 녹색)'이란 '명암 주기 12시간, 23℃'의 환경을 말한다. 그래프는 각 그룹의 동물들이 어떤 연령에 이르렀을 때 살아남아 있는 개체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어느 쪽의 다람쥐이든 수명이 약 3년인 집쥐에 비해 약 11년 동안 장수했다. 즉, 겨울잠 자체가 장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HP에 의해 만들어진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상태의 몸'이 장수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 8년째까지는 '겨울잠을 자게 하는 환경의 그룹'의 생존율이 '겨울잠을 자지 않게 하는 환경의 그룹'의 생존율보다 높은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실험 조건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겨울잠을 자게 하는 환경의 그룹'에서는 HP 농도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개체가 죽으면 데이터에서 제외되는 데 반해, '겨울잠을 자지 않게 하는 환경의 그룹'에서는 제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8-2. '인공 겨울잠'으로 불로장생를 실현한다?
동물이 살아 있으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생긴 '활성 산소' 등의 노폐물이 쌓인다. 그렇게 되면, 이러한 노폐물이 몸에 상처를 주거나 노화가 일어나 병이 생기기 쉬워진다. 만약 '인공 겨울잠'이 실현되면 체온을 저하시키고 대사를 멈추어서, 불로장생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 기술이 발달한 시대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공 겨울잠'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 예컨대 '황화수소'와 '5’-AMP', '티록신 유도체' 같은 화학 물질을 생쥐에게 투여하면 저체온과 저대사가 되고, 투여를 멈추고 잠시 지나면 보통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단, 이 방법으로는 자연계의 겨울잠처럼 몇 ℃까지 체온을 내리지는 못하며, 이 상태를 몇 시간 이상 계속하면 장기에 지장이 생긴다. 체온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인공 겨울잠'이라고 할 수는 없다. HP의 농도를 조작하는 시상 하부에 지령을 내리는 정체불명의 사령탑이야말로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상태의 몸으로 유도할 수 있으며, 진정한 '인공 겨울잠'을 성공시키는 열쇠라고 생각된다. 종을 넘어서 활용되는 놀라운 월동 전략인 '겨울잠'을 사람이 흉내 내기에는 아직 먼 것 같다.
9. 겨울잠 갤러리
9-1. 겨울잠을 자는 긴 날개박쥐의 집단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대부분은 단독으로 겨울잠을 자는데, 온대에서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식충성 박쥐'의 대부분은 집단으로 겨울잠을 잔다. 아래의 사진에서는 약 5000마리의 '긴 날개박쥐(Common bent-wing Bat)'가 동굴 속에서 무리를 이루어 겨울잠을 자고 있다.
9-2. 겨울잠을 자는 관박쥐의 집단
'관박쥐(Greater Horseshoe Bat)'는 보통 단독으로 겨울잠을 자는데, 아래의 사진처럼 저온에 처하면 100마리 안팎의 무리를 만든다. 집단으로 겨울잠을 자는 장점 중의 하나는 1마리 1마리가 바깥공기에 닿는 표면적이 작아져, 열의 방출을 억제하는 데 있다.
9-3. 눈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겨울잠쥐
아래의 사진은 눈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중인 '겨울잠쥐(Japanese Dormouse)'이다. '겨울잠쥐'는 처음부터 눈 속을 겨울잠의 장소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지하에서 겨울잠을 자는 사이에 눈이 내리고, '중도 각성'한 겨울잠쥐는 보다 지내기 쉬운 겨울잠 장소를 찾아 눈의 세계를 헤맬 때가 있다. 그러나 좋은 장소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눈 속으로 기어들어갔지만, 힘이 다해 눈 위에서 잠든 모습이 눈 속 겨울잠의 모습으로 목격된 것으로 보인다.
9-4.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황소개구리
아래의 사진은 논의 흙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황소개구리'이다. '변온 동물'은 주위 온도에 체온이 좌우되기 때문에, 겨울에는 체온이 영하로 내려갈 위험이 있다. 세포 안의 물을 동결시키지 않기 위해, 사진과 같이 비교적 따뜻하게 온도가 안정되어 있는 땅속에서 지내거나, 세포 안의 물을 동결시키지 않는 물질을 몸속에서 만들어 추운 겨울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