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심리학 (Psychology)

왜 '범죄'를 일으킬까?

SURPRISER - Tistory 2023. 1. 7. 19:01

 뉴스를 보면 묻지마 살인과 연쇄 살인 같은 강력 범죄가 발생해 세상에 충격을 주는 경우가 있다. 강력 범죄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무엇이 사람을 범죄로 이끄는 것일까? 범죄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지는 않을까?

0. 목차

  1. 물증에 기반한 범죄의 이해
  2. 모핏의 범죄자 분류
  3. 무엇이 범죄를 촉발하는가?
  4. 범죄자에 대한 심리학적 치료
  5. 고위험자의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6. 드물게 발생하는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대처하기 어렵다.

1. 물증에 기반한 범죄의 이해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범죄를 올바르게 이해해야만 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 범죄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할 때는 '과학적 근거(Evidence, 에비던스)'가 매우 중요하다. '과학적 근거(Evidence)'는 의료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의료 분야에서도 이전에는 의사의 경험과 직감에 의지에 치료 방향을 정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결정하려는 생각이 확대되고 잇다. 이렇게 임상적인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좋은 최신의 근거를 공정하고, 명백하고, 현명하게 사용하여 개개의 환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 의학적 방법론'을 '근거 중심 의학(EBM: Evidence-based medicine)'이라고 한다. '범죄'의 이해와 대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형사의 직감에 의해 수사를 진행한 결과,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거나, 성범죄자나 약물 사용자에 대해 정신론에 근거해 치료한 결과 효과를 얻지 못한 적이 많았다. 범죄 위험이 높은 사람을 발견해, 사전에 범죄를 막거나, 체포당한 사람에게 심리학적 치료를 제공해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Evidence)'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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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핏의 범죄자 분류

 미국의 범죄학자 '테리 모핏(Terrie E. Moffitt, 1955~)'에 따르면, 범죄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청소년기 제한형 범죄자'와 '평생 지속형 범죄자'이다. '모핏의 범죄자 분류'는 뉴질랜드에서 1970년대에 시작된 대규모 추적 조사의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뉴질랜드 '더니든'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난 1000명 이상의 사람들에 대해, 그 특징과 행동을 수십 년에 걸쳐 추적 조사했더니, 범죄자는 두 부류로 분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1. 청소년기 제한형 범죄자: '청소년기 제한형'은 사춘기부터 청년기에 걸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절도', '폭행', '집단 일탈 행위'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성장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으면, 문제 행동을 일으키지 않고 보통의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이른바 '젊었을 때는 철모르는 응석받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2. 평생 지속형 범죄자: '평생 지속형'은 문자 그대로 평생에 걸쳐 범죄를 저지른다. 세계의 범죄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느 나라이든 '평생 지속형 범죄자'가 인구의 몇%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그 몇%가 놀랍게도 전체 범죄의 60% 이상에 관여한다고 한다.

 '청소년기 제한형'과 '평생 지속형'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시기 외에도 큰 차이가 있다. '청소년기 제한형 범죄자'가 사춘기 전후에 한정해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것에 반해, '평행 지속형 범죄자'는 훨씬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5~6세 무렵부터 자주 거짓말을 하거나 작은 동물을 학대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동료나 이웃 아이를 괴롭히거나, 부모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식의 문제 행동이 많아진다. 소년원에 보내지거나, 반사회적 단체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가 다양한 문제 행동을 주변 어른들로부터 학습할 기회는 적다. 따라서 '평생 지속형 범죄자'가 어릴 때부터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그 후에도 범죄를 되풀이하는 데에는 유전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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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엇이 범죄를 촉발하는가?

3-1. 범죄에 크게 관여하는 8가지 위험 인자

 캐나다의 범죄심리학자 '도널드 앤드루스'와 '제임스 본더'는 대량의 범죄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범죄에는 다음 8가지 위험 인자가 크게 관여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것들을 '센트럴 에잇(Central 8)'이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이들 특징에 들어맞는 범죄자가 많다는 것이다. 또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들어맞는 항목이 많으면, 앞으로 범죄에 물들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효과량'이란 관련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클수록 관련성이 높다.

  1. 범죄 이력(효과량: 0.25): 소년 때부터 다양한 범죄·비행 이력이 있음
  2. 반사회적 교우 관계(효과량: 0.28): 반사회적 경향이 있는 사람과 교류가 있음, 건전한 친구로부터 고립
  3. 반사회적 인지(효과량: 0.27): 범죄와 규칙 위반을 긍정하는 가치관·태도
  4. 반사회적 성격(효과량: 0.25): 공격성, 냉혹성, 공감성의 결여, 충동성, 자극 추구성 등
  5. 가정 내의 문제(효과량 0.18): 가정 내의 불화, 예절 교육 부재
  6. 교육 직업상의 문제(효과량 0.18): 학교와 직장에서의 성적 불량, 수업 무관심, 무직
  7. 물질 사용(효과량 0.18): 알코올이나 불법 약물 남용
  8. 여가 사용(효과량 0.21): 건전한 여가 활용 불가능

3-2. 공감성과 불안감이 결여된 '사이코패스'

 강력 범죄를 일으킨 범인 중에는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란 양심과 인간다운 감정이 결여되어,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더구나 '불안감의 결여'로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는 특징을 가진다. 사이코패스의 큰 특징의 하나는 '불안감의 결여'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불안하거나 긴장해 두근거리는 상황에서도, 사이코패스의 심박수는 올라가지 않고 평온한 상태라고 한다. 실제로 강력 범죄자 중에는 심박수가 매우 낮은 사람이 많다.

 인구의 1~3%가 사이코패스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남녀비로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여성의 몇 배~10배라고 한다. 물론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반드시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이코패스가 아니어서 괜찮다' 혹은 '사이코패스이니 나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높은 능력과 대담한 행동력을 함께 지닌 사이코패스는 정치가와 기업의 경영자로서 성공하기도 한다. 한편, 반사회적 경향이 높은 사이코패스는 흉악한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3-3. 가난과 정신 장애와 범죄와의 관련은 희박하다.

 같은 환경이어도 범죄자가 되는 사람과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인자가 범죄와 관련이 있을까? 이 점을 올바르게 파악하면, 최초의 범죄 발생을 막고, 범죄자가 지닌 반사회적인 생각을 심리학적으로 치료해 재범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난'이나 '정신 장애'는 범죄와 관련이 있을까? 캐나다의 범죄심리학자 '도널드 A 앤드루스(Donald Arthur Andrews, 1941~2010)'와 '제임스 본더(James Bonta)'의 통계 분석에서는 '낮은 사회 계층(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환경)'과 '정신적 고뇌·정신 장애'는 범죄와의 관련이 희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난하거나 조현병 같은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범죄자가 되기 쉬운 것은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해도 범죄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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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범죄자에 대한 심리학적 치료

4-1. 범죄자에게 심리학적 치료를 제공하면 범죄율이 낮아진다.

 이미 소개했듯이 '범죄'와 '8개 위험 인자'의 관련성은 분명하다. 과거의 '범죄 이력'은 바뀌지 않지만,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에 대해, 반사회적 교우 관계를 끊도록 지도하거나 반사회적인 생각을 교정함으로써, 그 사람이 다시 죄를 지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어떤 남성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성추행을 했다.'고 말했다. 당연하지만,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이 모두 성추행을 하지는 않는다. 성추행을 하는 사람은 '성추행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여성도 성추행당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와 같은 왜곡된 반사회적 인지를 가지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가 아니라, 성추행이라는 범죄를 허용하는 잘못된 생각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교도소에서는 이런 왜곡된 인지를 교정하는 치료가 이루어진다.

 '심리학적인 치료'에 정말 '범죄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이후의 연구에서 '범죄자에게 심리학적 치료를 제공하면 확실하게 범죄율이 낮아지나.'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범죄자의 처벌과 치료 결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리학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처벌한 것만으로는 재범률은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약간 상승했다고 한다. 또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던 것은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인지 행동 요법' 등이었다. 예로부터 경험적으로 행해진 '정신분석' 등은 거의 효과가 없다는 점도 밝혀졌다.

 단, 사이코패스는 치료하기 어렵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관해서는 '심리학적 치료'에 대한 본인의 저항이 크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그다지 인정되지 않는다. 심리학적 치료가 모든 범죄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치료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4-2. 집행유예가 되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교도소에서의 범죄자에 대한 심리 치료는 상당히 진행되었지만, 재범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집행유예 기간에도 교도소 밖에서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의무화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집행유예'란 형의 집행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

 약물 범죄는 특히 재범률이 높은 범죄이다. 한국의 경우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마약류 사범 '12613명 중 4622명(36.6%)'은 다시 마약류 범죄를 저질렀다. 또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9년 성폭력 사건 동종 재범자 2133명의 재범률은 6.3%였다. 재범률은 2011년 8.1%으로 줄어들었다가, 2017년 5.3%, 2018년 6.4%로 다시 늘어났다.

 인지나 성격의 왜곡을 그대로 방치하면, 아무래도 재범률은 높아진다. 법률문제가 있겠지만, 교도소 밖에서 치료할 수 있는 체제를 충실히 갖출 필요가 있다. 약물범에 대해서는 형벌이 아니라 치료를 우선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한국의 경우, 교도소 운영 비용으로 1인당 680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예산을 들여 범죄자를 치료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범죄자를 줄이기 때문에, 비용 대 효과 면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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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위험자의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범죄자들을 심리학적으로 치료해 재범률을 낮추는 것만이 아니라, 범죄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발견해 예방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첫 범죄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을까? 범죄자에게 공통적인 유전적 특징을 찾는 '범죄 생물학(Kriminalbiologia)'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유전자와 성격을 검사해 '범죄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된 어린이에게 예방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이코패스인 사람은 L형 'MAO-A 유전자'가 많다고 한다. 이 유전자는 '분노 제어' 등을 담당하는 뇌 내 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의 양에 관여한다. L형이면 세로토닌 양이 많아져, 결과적으로 공격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아기에 이 유전자를 검사해 L형이면 분노를 제어하는 훈련을 조기에 실시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 치료는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다른 일반적인 질병과 마찬가지로, 범죄 위험에 관해서도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효과적임은 분명하다. 범죄 위험 인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성적인 '반사회적 성격'에 '반사회적 교우' 관계가 가정 내 문제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해 '범죄 위험도'는 높아진다. '범죄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아 재빨리 대처하는 일은 사회에도 유익하다. 무엇보다 본인과 주변 사람에게 이익이 많다고 생각된다. 강제적인 유전자 검사에는 문제가 있지만, 과학은 과학으로서의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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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드물게 발생하는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대처하기 어렵다.

 의학이 발전에 다양한 치료법이 확립되어도 이 세상에서 질병이 완전히 없어지기란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범죄심리학이 발전해, 범죄 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특징과 효과적인 범죄자 치료 방법이 발견되어도 범죄를 없애기란 어렵다. 특히 드물게 발생해 세상에 충격을 주는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대처하기 어렵다. 발생 수가 적은 강력 범죄는 증상 예가 적은 난치병과 같다. 데이터를 분석해 그 원인을 밝혀내거나 치료법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강력 범죄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강력 범죄와 관련이 깊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강력 범죄의 증가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은 치안이 좋아 비교적 안전한 나라에 속한다. 2018년 인구 10만 명 당 살인 발생률을 보면 미국 5.0건, 프랑스 1.2건 등에 비해 한국은 약 0.6건이다. 범죄에 살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거 없는 불안감에 싸여 지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범죄를 이해하고 예방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 10만 명당 살인 발생률 (2018년)
남아프리카 36.4
멕시코 29.1
러시아 8.2
(세계 평균) 5.8
미국 5.0
인도 3.1
프랑스 1.2
독일 0.9
한국 0.6
중국 0.5
일본 0.3
싱가포르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