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이 출간된 지 한참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0. 목차
- 진화의 과거를 복원하는 일
- 만물을 분류하는 인간
- '종'의 개념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 '종' 문제의 근원
- 다윈의 해결 지침
- 미발견 신종은 아직도 무수히 존재한다.
1. 진화의 과거를 복원하는 일
진화론에는 많은 미해결 문제가 존재한다.. 30~40억 년 전, 지구상에 처음으로 출현한 생명의 선조는 긴 진화의 역사를 통해 복잡하게 갈라져서, 현재는 우리 인간을 포함해 엄청난 수의 생물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생명의 나무' 전체의 근원에서 가지 끝까지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생물보다 훨씬 많은 선조들은 이미 절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혹 출토되는 화석이나 흔적의 한정된 정보만으로, 아득한 옛날에 생겼을 역사적인 사건들을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말단의 일부인 '잎'만 보고, 생명의 '가지'나 '줄기'가 어땠을지를 추론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복원하는 일은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생물학자들은 생물의 형태·발생·생리·생태에 관해 많은 지식을 축적해 왔다. 근년에는 생명의 기본 설계도인 'DNA의 염기 배열 데이터'나 생물의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 배열에 관한 데이터가 급속히 추적되어 왔다. 그리고 '분자 진화학(Molecular Evolutionistics)'이나 '분자 계통학(Molecular Phylogeny)'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확립되어, 분자 수준에서 진화 연구가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생물에 관한 형태에서 분자에 이르는 데이터가 대량으로 축적되었다고 해도, 과거를 복원하는 미해결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진화 연구는 '천문학(Astronomy)'이나 '소립자 물리학(Elementary Particle Physics)'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와 '가설' 사이에서 대화하면서 더욱 좋은 설명이 가능한 이론을 유도해 내는 길을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이란 무엇인가?'라는 미해결 과제는 '생물에 관한 지식'과 '인간의 자연관' 사이에서 생겨난 것이다.
2. 만물을 분류하는 인간
2-1. 별자리의 분류 체계
고대의 사람들은 밤하늘에 빛나는 엄청난 수의 별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이 별에 관해 논하려면, 우선 '별의 분류'부터 알아야 했다. 실제로 세계의 여러 민족이 '별자리'라는 형식으로 '별의 분류 체계'를 만들어 왔다. 그들 별자리 중에는 예컨대 '북극성(Polaris)' 가까이에 있는 '북두칠성(The Big Dipper)' 같이 동서양을 불문하고 같은 별자리로 인식되어 이름이 붙여진 것도 있다.
그러나 신화에 연유하거나, 생물을 보고 판단해 명명되어 온 별자리는, 천문학적으로 말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북두칠성'과 같은 명료한 별자리조차 그것을 구성하는 7개의 별들은 하나하나를 보면, 80광년~120광년 범위에서 우주 공간 속에 점재하는 항성에 지나지 않는다. 즉, 하나의 별자리로 인식한다고 해도, 우주 공간 속에서 실재로 결집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별자리는 단지 우리 인간이 지구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우리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형체로 별을 정리하기 위한 '편의적 분류'에 불과하다.
2-2. 생물의 분류 체계
진화학자 '찰스 다윈'은 고대부터 실천되어 온 '생물의 분류 체계'는 '별자리의 분류 체계'만큼 제멋대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찰스 다윈'은 '생물 분류'는 진화적인 유연 관계라는 근거에 바탕을 둔 분류 체계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점에서 보면, '진화적인 분류 체계'는 확실히 '별자리의 분류 체계'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역사를 돌아봤을 때, 대부분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생물학 저서인 '동물지'나 '동물 부분론'을 '생물 분류학'의 출발점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생물을 분류하는 행위는 분류학자만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의 선조는 수십만 년에 이르는 인류 진화 과정에서, 주위의 환경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구분해 분류하는 능력을 지녀 왔다. 식량이 되는 동식물을 판별하고, 위험한 생물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분류 인지 능력'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과학이 출현하기 전부터 생물을 계속 분류해 왔다. 다만, '생물의 분류 체계'는 원래 '진화적인 사고'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이 '분류 인지 능력'은 자손인 현대인들에게도 계승되었다.
3. '종'의 개념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3-1. 민속 분류
그러면 우리의 선조들은 어떻게 생물의 종을 분류했을까? '문화인류학(Cultural Anthropology)'의 연구에 의해, '민속 분류'에서는 일반적으로 계층 분류의 형식이 채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민속 분류'란 세계 곳곳에 점재하는 선주민에 의한 지역마다의 '생물 분류 체계'를 말한다. 즉, 작은 그룹에서 시작되어 큰 그룹을 만드는 방식의 분류이다. 계층적인 분류'는 인간으로 하여금 한층 더 알기 쉽도록 해 줄 것이다. 또 민속 분류 계층의 깊이에는 제약이 있으며,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의 그룹을 향해서 '변종(Variety)' - '종(Species)' - 속(Genus)' - '생명형(Life Form)' - '시조(Unique Beginner)'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즉 우리가 '종(Species)'에 관해 생각할 때, 그 '종'이 되는 것은 원래 진화학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민속 분류'의 뿌리에 근원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의 '종'은 그것이 자연계 속에 실재하는지에 관계없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분류하고자 했고, 그때 '종(Species)'이나 '속(Genus)' 등의 분류 카테고리는 그룹으로 정리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처럼 인지 심리적으로 생긴 '종(Species)'의 개념은 그 뒤 '생물 분류학'의 역사에서 여러 가지 방호복을 그 몸에 둘러 왔다.
3-2. 근대 분류학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는 '근대 분류학'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라틴 어 학명과 그 명명 규칙은 그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예컨대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Homo sapiens'라는 학명을 부여한 사람도 '칼 폰 린네'이다. 그러나 진화적 사고의 등장에 앞선 세대였던 '칼 폰 린네'는 생물과 그 분류 체계가 진화에 의해 혈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그와 같은 분류가 가능한 이유는 창조주인 신이 세계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종'을 둘러싼 문제는 진화적 사고가 피어난 '찰스 다윈' 이후의 시대에도 그대로 넘어갔다.
4. '종' 문제의 근원
그러면 '종(Species)'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진화생물학'에서 이 문제는 지금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생물 집단 간의 생식 격리를 기준으로 해서 판정되는 '생물학적 종 개념'은 대표적인 종 개념의 하나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종 개념 외에도 수많은 종의 개념이 제안되고 있다. 종 개념의 수는 대략 수십여 개나 된다고 한다.
생물이 진화한다는 사상은 모든 생물이 시공적으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속 분류'의 뿌리에 근거한 인간의 인지 심리의 바탕에서는, 생물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제각각 흩어지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그러면 근본부터 연속적인 생물의 '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종(Species)' 분류 문제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
5. 다윈의 해결 지침
'찰스 다윈'은 인간의 진화를 처음 논한 1971년 출판작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에서 뒤얽힌 '종'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보여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예화를 들었다. 어떤 토지에 복수의 주거지가 모여 지어져 있을 때 '여기에 주거지가 있다.'는 점에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편, '찰스 다윈'은 그 주거지가 '마을'인지 '시가지'인지 '도시'인지 아무래도 좋은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생물계를 보았을 때 모습이 비슷한 생물의 집단이 있다는 사실은 생물 분류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러나 '생물 분류학'에서는 그 집단이 '종(Species)'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끝없는 논쟁을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찰스 다윈'은 그러한 논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의 우리는 생명의 나무라는 진화적 계보의 연속체가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잘라 분류하느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찰스 다윈'의 지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6. 미발견 신종은 아직도 무수히 존재한다.
2010년 1월, 에콰도르의 열대 우림에서 30종 이상의 신종 생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처럼 신종은 매년 계속해서 발견된다. 이제까지 발견된 종의 합계는 약 140만 종을 넘는다. 그리고 미발견종까지 포함하면, 지구에 서식하는 종의 총수는 1000만 종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면 신종은 과연 어디에 숨어 있을까? 예컨대 해양의 95%는 아직도 잠수정에 의한 조사가 실시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바다에는 다양한 '미지의 생물'이 서식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깊은 열대 우림의 높은 나무 위에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곤충이 살고 있다고 한다. 실은 우리의 발아래에도 신종이 숨어 있다. 토양 속의 미생물 대부분은 꺼낼 방법이 없어서,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이처럼 지구에는 '미지의 생물'이 아직도 무수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