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암세포 재프로그래밍(Cancer Cell Reprogramming)

SURPRISER - Tistory 2022. 10. 20. 01:18

0. 목차

  1.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차이
  2. '줄기세포'와 '암세포'의 차이
  3. 어떻게 해서 암이 될까?
  4. '초기화'로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릴 수 있을까?
  5. 세포의 유형을 바꿔 암의 전이를 치료한다?

1.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차이

 우리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출발하였다. 수정란이 분열해 2개의 세포가 되고, 다시 분열해 4개, 8개로 늘어나다가 최종적으로는 약 60조 개로 늘어난다. 피부, 근육, 소화관 등의 조직과 기관에 다양한 세포들이 있고 그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를 이룬다. 그런데 그 가운데 '악당(Villain)' 역할을 하는 세포가 있다. 바로 '암세포(Cancer Cell)'이다. '암세포'는 차례차례 분열해서 종양을 만들고, 몸 안의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증식을 반복하여 결국 개체를 죽음으로 내몬다.

 우리 몸에서는 하나하나의 세포가 각각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외부의 세포는 몸의 표면을 지키고, 근육의 세포는 신축해서 움직임을 만드는 식이다. 하나하나의 세포가 각각의 역할을 가진 특정 세포로 되는 것을 '분화(Differentiation)'라고 한다. 우리의 몸은 분화한 세포가 모인 '세포의 사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세포 사회에서 정상적인 세포는 마음대로 분열해 늘어날 수 없으며, 불필요해진 세포는 죽는다. 그럼으로써 전체로서의 조화가 유지된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 조화를 교란시키고, 가능한 한 분열을 계속한다. '암이 건강에 치명적인 이유'는 암세포가 쓸데없이 분열을 계속해서 영양을 낭비하거나, 증식의 결과로 정상 세포가 있어야 할 자리를 빼앗고 조직이나 기관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혈액의 암인 백혈병에서는 일반적으로 적혈구나 백혈구 등 다양한 세포가 존재해야 할 혈액이, 암세포의 일종인 백혈병 세포로 채워진다고 한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의 가장 큰 차이는 암세포는 무한히 증식하며 그 증가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1-1. 정상 세포의 분열에 상한선이 있는 이유

 정상 세포'의 분열 횟수에는 상한선이 있는데, 기껏해야 20회 정도이며, 많은 세포라도 50회 정도이다. '정상 세포'의 분열 횟수에 상한선이 있는 이유는 DNA의 말단 구조를 가리키는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텔로미어'는 'TTAGGG(AATCCC)'라는 염기분이 1000회 이상 반복되어 있으며, 분열할 때마다 짧아진다. '텔로미어는 고리를 포함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DNA가 끝에서 부서지기 않게 하는 마개의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혈액 세포에서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20~30대의 세포에서 텔로미어의 길이는 10000 염기분 정도였지만 60~70대의 세포에서는 6000 염기분 정도로 짧았다고 한다.

 한편, 텔로미어를 늘리는 성질을 가진 '텔로머라아제(Telemerase)'라는 효소가 있다. 많은 암세포에는 '텔로머라아제'가 지나치게 작용해서, 분열을 반복해도 DNA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텔로머라아제'는 이 반복된 배열과 쌍을 이루는 배열의 RNA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이용해 텔로미어 부분을 정확히 붙들고 있다. 그런 다음 염기를 포함한 부품을 텔로미어의 말단에 붙여, DNA를 늘리는 반응을 중개한다. '텔로머라아제'도 'DNA 중합 효소(DNA Polymerase)'의 일종이다.

반응형

2. '줄기세포'와 '암세포'의 차이

2-1. '줄기세포'와 '암세포'는 죽지 않는다.

 'iPS 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 'ES세포(배아 줄기세포)' 등의 '만능 세포'는 다른 세포로 분화가 되며, 자신과 같은 세포를 낳게 하는 '줄기세포(Stem Cell)'이다. '줄기세포'는 정상 세포이기 때문에 증식이 제어되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증식 능력은 무한이다. '줄기세포' 이외의 '정상 세포'들은 어느 정도 분열하면 증식이 정지되고 마침내 죽는다. 즉, '줄기세포' 이외의 '정상 세포'들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암세포'나 '줄기세포'는 죽지 않는 세포이다. 물론 개체가 죽으면 그 안에 있는 '줄기세포'와 '암세포'도 죽는다. 하지만 산소나 영양의 조건 등이 제대로 갖춰지면 '암세포'나 '줄기세포'는 죽는 일이 없다. 그래서 '줄기세포'와 '암세포'는 무한히 증식할 수 있는 것이다.

 몸의 다양한 장기에 마련되어 있는 '줄기세포(Stem Cell)'에서도 비교적 활발하게 '텔로머라아제(Telemerase)'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성질이 어떤 종류의 줄기세포든 상한선을 넘어 분열할 수 있는 요인의 하나로 생각된다. 

2-2. 차이점은 '다른 세포가 되는 능력'의 유무

 '줄기세포(Stem Cell)'와 '암세포(Cancer Cell)'는 모두 무한히 증식할 수 있고, 수정란이 분열해 태어난 세포라는 점은 같다. '줄기세포'와 '암세포'는 둘 다 높은 증식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둘은 전혀 다른 세포이다. 그러나 '줄기세포(Stem Cell)'와 '암세포(Cancer Cell)'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줄기세포'에는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줄기세포' 가운데 'ES 세포(배아 줄기세포)'는 태반을 제외한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어떤 역할을 가진 세포든지 될 수 있는 셈이다. 'iPS 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도 마찬가지로 어떠한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다. 'iPS 세포'는 이미 분화한 세포를 인위적으로 '초기화'시켜 만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초기화'란 일단 정해진 역할을 가진 세포를 '모든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일을 말한다.

 '암세포'도 'iPS 세포'와 마찬가지로 '정상 세포'에서 태어난다. 그릭 그때 일어나는 변화가 이른바 '암화(Cancerizing)'이다. '암화'는 정상 세포가 변한다는 점에서는 '초기화'와 같다. 그러나 '암세포'는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없다. 암세포는 분화가 정지되며, 오로지 분열만을 계속하는 세포이다.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암세포로 '분화'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3. 암 줄기세포

 그런데 '암세포'의 덩어리 가운데 '암 줄기세포'라고 불리는 세포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는 암의 근원으로 생각되는 세포로, 암세포의 덩어리 가운데 1% 또는 그 이하의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더욱이 '암 줄기세포'는 항암제 등의 약품을 토해 내는 능력이 높은 특징을 가졌다. 이는 보통의 '줄기세포'와도 공통된 특징이다. 단, '암 줄기세포'라고 해도 'iPS 세포'나 'ES 세포'처럼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다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피부의 줄기세포가 피부 세포로만 분화하는 것처럼, '암 줄기세포'에서는 암세포만 태어난다. '피부의 줄기세포'가 '피부 세포'로만 분화하는 것처럼 '암 줄기세포'는 '암세포'만 태어난다. 암세포를 면역이 약한 생쥐에게 이식해도 암을 만들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하지만 '암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높은 확률로 암이 발생한다. 이것이 '암 줄기세포'의 하나의 정의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암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에서 태어날까? 실은 아직도 '암 줄기세포'의 기원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피부 등의 조직에 줄기세포나 거기에서 약간 분화한 시점의 세포에 변화가 일어나면, 그것에서 '암 줄기세포'가 태어나는 것으로 추측된다.

세포 분류 증식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
ES 세포 (배아 줄기세포) 정상 세포(줄기세포) 무한 증식 / 제어됨 태반을 제외한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
iPS 세포 (유도만능 줄기세포) 정상 세포(줄기세포) 무한 증식 / 제어됨 어떤한 세포로도 분화 가능
일반적인 정상 세포 정상 세포 제어됨 이미 분화됨
암 줄기세포 암세포(줄기세포) 무한 증식 암세포로 분화
암세포 암세포 무한증식 없음

3. 어떻게 해서 암이 될까?

 그러면 암세포가 태어나는 '암화(Cancerizing)'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될까? '세포의 분화'와 비교하면서 살펴보자 '세포의 분화'에서는 세포 내의 핵에서 일어나는 화학 변화에 의해, 세포에서 작용하는 유전자의 조합이 결정되어 나간다. 세포가 가진 DNA를 한 권의 책에 비유하면, 읽지 않는 페이지를 풀칠해서 묶어 버리는 것과 같다.

 한편, 자외선이나 화학 물질 등에 의해 DNA가 변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암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책에 쓰여있는 내용이 변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전자의 이상이 한 군데에서 일어나다고 해서 암이 되지는 않는다. 책에 한 군데의 잘못이 있다고 해서, 전체 내용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 것과 같다. 그런데 잘못된 곳이 늘어나면, 차츰 문장의 의미가 애매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이상이 축적되면, 세포는 결국 암이 된다. 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암에 걸리는 확률이 높아지는 일과도 관계되어 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유전자의 이상이 축적되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암세포에서는 이상이 흔히 나타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들의 대게는 세포의 증식을 촉진시키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가진 단백질 유전자'나 '세포의 증식에 브레이크를 거는 단백질 유전자'이다.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증식의 '엑세러레이터(Accelerator)'의 효능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브레이크가 듣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암세포의 증식이 불능 상태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암'은 '유전자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형

4. '초기화'로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릴 수 있을까?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세포가 암화되므로, 그것을 복구시켜주면 암화를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분화한 세포를 '초기화'하는 것이다. '야마나카 신야(Yamanaka Shinya)' 교수는 '초기화에 필요한 4개의 유전자(야마나카 팩터)'를 발견하여, 분화한 세포를 초기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성인의 피부 세포에서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인 'iPS 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초기화'란 특정 역할을 가진 세포를 어떠한 세포든지 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세포를 '재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하면 정상 세포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 일이 가능할까?

 여기에는 적어도 '암세포의 유전자의 불안정성'과 '재프로그래밍의 효율'이라는 2개의 큰 장벽이 존재한다.

iPS 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

4-1. 암세포의 유전자의 불안정성

 첫째 장벽은 '암세포 유전자의 불안전성'이다. 암화는 유전자의 이상이 몇 번이나 겹쳐져 일어난다. 암세포에서는 더욱 유전자의 이상이 일어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DNA의 부분적인 이상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염색체가 절단되어 다른 염색체에 연결되는 식의 큰 변화도 일어난다.

 예컨대 '만성 골수성 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의 경우, 인간이 가진 46개의 염색체 가운데 9번째의 염색체에 22번째의 염색체가 이어진 비정상 염색체를 모든 백혈병 세포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염색체의 이상에 의해 두 유전자가 이어진 융합 유전자가 생긴다. 그 결과, 증식의 스위치를 켜 놓은 채 그대로 둔 것과 같은 비정상 단백질이 탄생한다. '만성 골수병 백혈병'은 3~10년 정도 만에 '급성 백혈병'으로 진행된다. '급성 백혈병'으로 진행되면, 예컨대 19번째의 염색체가 3가닥이 되는 그러한 염색체의 비정상이 더욱 중첩된다.

 이처럼 진행된 암에서는 특히 염색체가 불안해지고, 다양한 유전자의 변화가 겹치게 된다. 그래서 치료가 어렵게 된다. 물론 초기의 암에서는 암세포를 '재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행된 암에서는 유전자나 염색체의 이상이 다양한 부분에 더욱이 무작위로 일어나므로, '재프로그래밍'하는 일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1. 재프로그래밍의 효율

 또 하나의 장벽은 '재프로그래밍'의 효율이다. iPS 세포를 만들 때 4개의 유전자를 '레트로바이러스 벡터(Retrovirus Vector)'라는 유전자의 운반자를 통해 세포로 보낸다. 이 방법으로 iPS 세포로 초기화하는 세포는 현시점에서 약 0.1%이다. 1000개를 시험에 1개를 얻는 비율이다. 암 덩어리에는 상당히 많은 세포가 포함되어 있다.

 X선 검사를 통해 겨우 발견될 정도의 암의 덩어리인 약 1g에는 1억 개 정도의 세포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1개의 세포가 30회 정도 분열해서 태어난 수치이다. 그리고 암이 진행되어서 알 수 있는 크기가 된 암에서는 10억 개 정도의 세포가 있고, 말기 암의 덩어리에 이르러서는 1조개 정도의 세포가 있다. 그 모든 세포에서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전자에 이상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조기에 발견된 암은 X선 검사에서 겨우 보일 정도이다. 그런데 그것조차 1억 개의 세포를 가지고 있으므로, 99%의 효율로 암세포를 '재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한다고 해도, 1억 개의 암세포 가운데 100만 개의 암세포가 남게 된다. 그러면 암은 다시 재발하고 만다. 그래서 암세포를 재프로그래밍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재프로그래밍의 효율'을 올리는 일이 필요하다.

 암의 치료에는 '병용 치료(Combined Treatment)'가 중요하다. 예컨대 외과 수술에 의해 대부분의 암을 제거한 다음 남은 '암세포'와 '암 줄기세포'를 재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반응형

5. 세포의 유형을 바꿔 암의 전이를 치료한다?

 모든 암의 90%는 '상피(내장성 기관의 내면을 싸고 있는 세포조직)'라는 조직에 생긴다. 이 '상피 세포'는 세포끼리 단단히 결합해 세포의 시트를 만들어, 피부나 소화관 등을 만든다. 그런데 암세포가 가진 특징의 하나로 주위의 조직에 파고 들어가거나, 혈액을 타고 전신 조직으로 전이하는 일이 있다.

 '진행된 암의 암세포'는 세포의 성질이 '상피 세포(Epithelial Cell)'의 유형에서 더욱 운동성이 높은 '간엽계 세포(Mesenchymal Cells)'라고 불리는 유형으로 변한다. '상피 세포'는 세포끼리 결합하고 있지만, '간엽계 세포'는 세포끼리의 결합이 사라져 세포끼리 떨어지며 하나하나의 세포가 크게 퍼진다. 이처럼 성질을 바꿈으로써 암세포는 주위 세포와의 결합을 풀고, 세포의 시트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주위의 조직을 파고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재프로그래밍'에 의해 '간엽계 세포'를 '상피 세포'로 되돌리려는 아이디어가 있다. 이는 암세포를 정상적인 세포로 되돌리는 것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 초기의 암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서 '간엽계 세포'를 '상피 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면, 전이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TGF-베타'라는 단백질을 '상피 세포'에 투여하면 '간엽계 세포'의 유형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상피 세포'에서 '간엽계 세포'로의 이행에 대해서는 분자 수준에서 이해가 진행되어 있는데, '간엽계 세포'에서 '상피 세포'로 이행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간엽계 세포'의 유형에서 '상피 세포'의 유형으로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면, 암의 치료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