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Endoplasmic Reticulum Stress Response)

SURPRISER - Tistory 2022. 10. 13. 02:27

 2014년에 '앨버트 래스커 기초의학 연구상(Albert Lasker Basic Medical Research Award, 약칭 래스커상)'은 일본 교토 대학의 '모리 가즈토시(일본어: 森 和俊も, 1958~)'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래스커상 수상 이유는 '세포 내 단백질의 품질 관리 메커니즘 규명'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세포 안에서 합성된 단백질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우리의 몸은 수만 종류 이상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만들어졌을 때는 끈 모양이지만, 그 후 접힘으로써 각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접는 공장에 해당하는 곳이 '소포체(ER: Endoplasmic Reticulum)'라는 세포 소기관이다. 수십 년 전까지는 단백질은 소포체 내에서 '자동'으로 접히고, 소포체는 단지 단백질이 통과하는 '복도'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소포체는 단백질이 제대로 접혀 있는지를 체크하는 '품질 관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소포체에서 품질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량품' 단백질이 축적되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또 이들 메커니즘은 바이러스와 암의 증식과도 관계된다고 한다. 또 당뇨병 등 여러 질병과의 관련도 지적되어, 연구는 암과 바이러스 질환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0. 목차

  1.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
  2. 불량품을 골라내는 '눈'
  3. 3개의 '눈'의 이상은 수많은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

1.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

 '소포체(ER: Endoplasmic Reticulum)' 중에는 단백질을 접기 위한 '샤프롱'이라는 장치가 있다. '샤프롱(Chaperon)'이란 원래 '사교계에 데뷔하는 젊은 여성을 따라가서 보살펴 주는 나이 많은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갓 만들어진 단백질이 제대로 접히는 동안 붙어 다닌다고 해서 명명된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합성된 단백질은 '샤프롱'에 의해 제대로 접힌다. 그러나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양이 많으면, 샤프롱의 접는 작업을 따르지 못해' 불량품'이 생김으로써 세포가 기능할 수 없게 된다. 불량품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거나, 불량품을 분해하도록 촉진하는 등의 품질 관리를 '소포체'가 하는 것이다.

 소포체에는 불량품의 존재를 감시하는 '눈(센서 역할을 하는 분자)'이 붙어 있다. '눈'이 소포체 안의 이상을 감지하면 '핵(Nucleus)'에 신호를 전해 핵 안의 '큰 북'을 울린다. '큰 북'이 울리면, 자다가 일어나서 활동하는 샤프롱이 늘어나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동시에 불량 단백질을 분해하는 장치도 늘어난다. 이 반응을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Endoplasmic Reticulum Stress Response)'이라고 한다.

1-1. 단백질의 품질 관리 메커니즘

  1. 단백질이 합성되어 접힌다: 소포체의 표면에 있는 '리보솜'에 의해 단백질이 합성된다. 단백질은 소포체 안의 샤프롱에 의해 제대로 접힌다. 그 후 목적하는 장소를 향해 수송된다.
  2. 불량 단백질이 축적: 대량의 단백질이 합성되면, 제대로 접히지 않은 이상한 형태의 '불량품 단백질'이 쌓인다.
  3. '눈'이 이상을 인식: 소포체의 막에 있는 '눈(센서)'이 이상을 인식한다.
  4. 샤프롱이 늘어난다: 소포체가 이상을 인식하면, 핵으로 신호가 가서 '샤프롱'이 늘어난다.
  5. 제대로 접힌다: 늘어난 샤프롱에 의해 제대로 접힌 단백질은 목적 장소로 수송된다. 한편, 남은 불량품은 끈 모양으로 늘어나 소포체 바깥인 '세포질'로 운반된다. 그리고 세포질의 분해 장치에 의해 분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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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량품을 골라내는 '눈'

2-1. 불량품을 골라내는 '눈'을 발견하다.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Endoplasmic Reticulum Stress Response)'은 1988년에 미국 텍사스 대학의 '메리 제인 게팅(Mary-Jane Gething)' 교수가 발견했다. 일본 교토 대학의 '모리 가즈토시(일본어: 森 和俊も, 1958~)' 교수는 10만 개의 효모를 분석해 소포체에 있는 '눈' 분자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피터 월터(Peter Walter)' 교수도 '눈' 분자를 발견했다. 그들이 '눈'을 발견하면서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 연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2009년에 캐나다의 의학상인 '가드너 국제상(Gairdner International Award)'을 받았고, 2014년에는 미국의 의학상인 '래스커상'을 받았다.

2-2. 3개의 '눈'이 품질을 컨트롤한다.

 단백질을 많이 만들 때, 소포체에게는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불량품이 생기기 쉬워진다. 예컨대 태아가 성장할 때는 온몸에서 많은 양의 단백질을 만든다. 또 몸속에 세균이 칩입 했을 때, 항면역 세포가 '항체'를 대량으로 만든다. 단백질을 대량으로 만드는 그 장면에서, 척추동물은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기지 않도록 소포체에 있는 3개의 눈으로 잘 조절한다.

 각각의 조직과 상황에 따라 어느 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가 달라진다. 예컨대 생쥐새끼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각각의 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1. 첫째 눈(IRE1): '첫째 눈(IRE1)'을 망가뜨리면, 생쥐는 간이 발달하지 않아 태어나지도 못한다.
  2. 둘째 눈(PERK): '둘째 눈(PERK)'을 망가뜨리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에 이상이 생겨서 생쥐는 당뇨병에 걸린다.
  3. 셋째 눈(ATF6): '셋째 눈(ATF6)'을 망가뜨리면 '척삭(등뼈가 생기기 전에 만들어져 몸을 지탱하는 중요한 조직)'이 발달하지 않아 태어나기 전에 죽는다.

 이들 눈은 이상을 감지한 후의 메커니즘도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첫째와 셋째 눈은 이른바 '가속기(Accelerator)' 역할을 하는데, 단백질을 접기 위한 샤프롱을 늘림으로써 정상 단백질을 계속 만들게 한다. 둘째 눈은 이른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을 일시적으로 멈추도록 지시함으로써, 불량품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셋째 눈은 조직마다 상황에 따라 샤프롱을 늘리거나, 단백질을 만드는 양을 조정하면서 단백질의 품질을 조절한다.

 효모에는 첫째 눈만 있다. 진화 과정에서 척추동물은 3개의 눈을 획득하고, 각각의 눈이 역할을 분담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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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개의 '눈'의 이상은 수많은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

 3개의 '눈'의 이상은 암, 당뇨병 등 수많은 질병에 관계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그래서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의 기초연구가 앞으로 이제까지 없던 획기적인 질병 치료약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질병 치료로 이어지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질병마다 어느 눈이 가장 중요한지, 어디가 이상인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에 의한 조절 메커니즘은 복잡해서, 조직에 따라서는 방어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어떤 조직에서는 세포를 죽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내용의 논문도 있다. 이들 작용을 잘 조정해 질병을 치료하려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3-1. 암세포를 죽이는 약

 '모리 가즈토시(일본어: 森 和俊も, 1958~)' 교수는 먼저 암세포를 죽이는 것부터 약을 만들려고 한다. 암은 덩어리로 자라지만, 덩어리 안은 산소와 영양이 적어서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다. 그 때문인지 암세포는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을 이용해 살아간다고 밝혀져 있다. 그래서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을 중단시켜서, 거기에 의존하는 암세포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눈의 기능을 중단시키는 약의 후보는 이미 많이 있다.

 예컨대 '둘째 눈을 정지시키는 약'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해 암 성장이 멈추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동시에 췌장의 기능이 나빠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암이 치료되는 동시에 당뇨병에 걸리게 되었으므로, 이대로는 '암세포를 죽이는 약'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여러 가지 후보가 조사되고 있으나 간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3-2. 항바이러스제

 암뿐만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늘어나는 과정에서 소포체를 이용한다. '바이러스'도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을 이용해 늘어난다는 논문이 많이 있다. 따라서 '소포체 스트레스 응답'을 연구하다 보면, 온갖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꿈의 항바이러스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