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오토파지(Autophagy)

SURPRISER - Tistory 2022. 10. 13. 02:08

 2016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은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 자가 소화 작용)'을 밝혀낸 일본 도쿄 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Yoshinori Ohsumi, 1945~)' 특임 교수가 수상했다. 수상 이유는 '자가포식 메커니즘의 발견'이었다. 기자 회견에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효모'를 이용한 기초적인 연구가 오늘날 오토파지의 연구의 열쇠가 되었다면, 기초 생물학자로서의 더 이상의 기쁨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세포 내부의 단백질을 분해해서 재이용하는 '오토파지(Autophagy)'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현상이었지만,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이것을 빵의 발효 등으로 낯익은 '효모(Yeast)'라는 균류를 이용해 확인하였다. 그리고 '오토파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전자를 다수 특정해, 앞으로의 연구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하였다. '오토파지'는 효모에서부터 우리들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핵생물'의 세포가 갖추고 있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으로, 최근에는 암이나 파킨슨병 등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덕분에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혼자서 시작한 오토파지 연구는 전 세계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주요 분야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점차 그 중요성이 더 밝혀질 것이다. '오토파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토파지'를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보자.

0. 목차

  1. '오토파지'란 무엇인가?
  2. '오토파지'의 메커니즘
  3. 오토파지 병
  4.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키는 약
  5. 오토파지는 광범위한 현상과 관계되어 있다.

'오스미 요시노리(Yoshinori Ohsumi)' 교수

1. '오토파지'란 무엇인가?

1-1. 세포는 자신의 내용물을 먹어치운다.

 우선 '오토파지(Autophagy)'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의 몸은 약 37조 개라는 엄청난 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심장이 움직이고 장이 영양분을 흡수하는 일도 각각의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세포 속에서는 매일 에너지나 재료 등, 움직이는 데 필요한 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는 '낡은 단백질' 등의 '쓰레기'가 반드시 나오게 된다. 쓰레기가 세포 안에 점차 쌓이면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우리는 건강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세포 안에는 쓰레기를 청소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세포 안을 청소하는 시스템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단백질 전용 분해 장치인 '프로테아솜(Proteosom)'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필요 없어진 단백질에 '유비퀴틴(Ubiquitin)'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표지가 붙은 단백질만을 대상으로 청소한다.

 둘째는 무작위로 세포 안의 내용물을 먹어치워 깨끗하게 하는 '오토파지(Autophagy)'라는 시스템이다. '오토파지(Autophagy)'는 '자신(auto-)'을 '먹는(-phagy)' 기능이다. 오토파지에서는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특수한 격리막이 지름 0.001mm 정도의 범위를 에워싸. 닫힌 막인 '오토파고솜(Autophagosome)'이 된다. 그 막 안에 갇힌 것은 일단 분해된 다음 재활용된다고 한다.

1-2. 효모에서 오토파지를 발견하였다.

 '오토파지(Autophagy)'라는 세포의 기능 자체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50년 이상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토파지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진행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이다. 그 시작이 바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의 발견이었다. 1988년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도쿄 대학 교양학부에 연구실을 만들었을 때, 효모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분해 메커니즘의 규명을 연구 주제로 골랐다. 이 일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효모나 식물은 세포 안에 '액포(Vacuole)'라는 쓰레기를 분해하는 독특한 세포 소기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액포 속으로 쓰레기가 어떻게 운반되어 가는지 당시는 수수께끼에 쌓인 채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먼저 특수한 효모를 사용함으로써 '그 청소의 과정(오토파지)'을 세계 최초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 성공을 계기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 등은 효모를 이용해 '오토파지에 관여하는 유전자(ATG 유전자)'를 차례차례 발견했다. 그리고 연구실에 합류한 '요시모리 다모쓰'와 '미즈시마 노보루' 등이 효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포유류의 오토파지 관련 유전자를 밝혀냈다. ATG 유전자의 발견을 계기로, 먼저 오토파지는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특정한 유전자가 실마리가 되어, '오토파지의 메커니즘'과 '제어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전 세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 오토파지 연구가 드디어 꽃을 피운 것이다.

1-3. 배가 고프면 자신을 먹는다.

 '오토파지(Autophagy)'는 세포 안의 물질을 먹고 분해하는 메커니즘이다. 보통 때도 그 기능을 볼 수 있지만, 특히 세포가 아사에 직면했을 때 활발해진다. '오토파지'는 청소를 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을 때 자기 자신을 분해해 재료를 재활용하는 기능도 가졌다고 생각된다.

 생물의 일생에는 세포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는 때가 많다. 예컨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면, 급격하게 분열을 반복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태반이 완성되어 모체로부터 영양분을 받을 때까지 수정란은 스스로 성장을 위한 재료를 마련해야 한다. 그때 자신의 내부에 있는 재료를 분해해 재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그 아미노산을 이용해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오토파지가 일어나지 않으면, 수정란은 정상적으로 자라날 수 없다.

1-4. '공복일 때'의 에너지원은 아니다.

 세포가 기아 상태에 빠지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오토파지의 작용은 활발해진다. 쥐의 경우, 먹이를 섭취하지 못하면 12~24시간 후에 오토파지의 작용이 최대가 된다고 한다. 인간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원래 인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물만 먹으면 몇 주일을 살 수 있다. 그 점을 생각해 보면, 오토파지가 활발해지는 반응이 매우 빠르다고 생각된다. 몸속의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려는 단계에서부터 에너지를 위해 오토파지를 실행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오토파지를 활발히 함으로써 단백질 합성 재료를 확보한다고 추측된다. 우리의 몸속에서 음식물을 먹고 에너지를 얻는 시스템과, 기아 상태에서 몸속의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시스템은 전혀 별개이다. 이 전환에 필요한 재료를 오토파지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에너지를 만들기 전에 재료를 마련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기아 상태를 확인해 미리 오토파지가 활발해지는 것도 합당하다.

 이처럼 '세포는 왜 오토파지를 할까?' 또는 '오토파지로 분해한 물질은 어디에 사용될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 추측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토파지에는 아직 수수께끼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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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토파지'의 메커니즘

오토파지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다만 상세한 메커니즘에는 수수께끼가 많아 아직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1. 막이 생김: 소포체와 접한 곳에서 격리막이 만들어진다. 격리막의 기원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 막에 둘러싸임: 미토콘드리아나 단백질 등이 격리막에 둘러싸인다. 실제의 세포 안은 미토콘드리아 등의 세포 소기관이나 단백질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므로, 막 속에도 많은 물질이 있다.
  3. 막에 완전히 감싸임: 가미토콘드리아나 단백질이 격리막 안에 완전히 감싸인다. 만들어진 공은 '오토파고솜(Autophagosome)'이라고 한다. '오토파고솜'이 완성되면, 세포 속을 떠도는 리소좀이 접근한다. '리소좀(Lysosome)' 안에는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다. 효모나 식물의 세포에서는 액포가 리소좀의 역할을 한다.
  4. 리소좀과 융합: '리소좀(Lysosome)'과 '오토파고솜(Autophagosome)'이 융합한다. 리소좀 안에 있는 효소가 오토파고솜 안으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나 단백질 등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5. 잘게 분해됨: 오토파고솜 안에 있던 것이 잘게 분해된다. 분해된 부품은 그 후, 세포 내의 성분의 재료로 재이용된다.

오토파지의 메커니즘

3. 오토파지 병

 오토파지의 이상이 다양한 질병의 원이 된다고도 추정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경이 변성되어 일어나는 질병은 오토파지의 이상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3-1. 파킨슨 병

 예컨대 '파킨슨병'이 그중 하나이다. '파킨(Parkin)'이라고 불리는 '파킨슨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실은 오토파지 시스템의 일부에 관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세포 안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낡거나 손상되면, 독물인 '활성 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를 대량으로 방출한다. '파킨'의 이상에 의해, 오토파지에서 불량 미토콘드리아를 먹어치우지 않으면, 뇌 속에 활성 산소가 쌓여 증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유력한 가설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3-2. SENDA

 또 2013년에는 '미즈시마 노보루' 교수와 요코하마 시립대학의 '마쓰모토 나오미치' 교수 등의 연구팀이 오토파지에 관여하는 유전자 'WDR45'의 이상으로 일어나는 인간의 질병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SENDA'라고 이름 붙여진 이 질병은 뇌 속에 '철(Fe)'이 점차 쌓이면서, 심각한 지적 장애나 운동 장애가 일어나는 '신경 변성 질환(Neurodegenerative Disease)'이다.

 최근에는 오토파지가 먹는 대상을 조금이나마 선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토파지에서는 넓은 범위를 에워싸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고를 수는 없다. 그러나 격리막에 접하는 부분에서는 불량 미토콘드리아 등 '불량품'을 인식해 적극적으로 먹으려는 것 같다. 격리막에 의해 흔히 먹히는 물질의 하나가 '페리틴(Ferritin)'이라는 '철(Fe)'을 함유한 단백질이다. 함유되어 있는 철을 회수해서 재이용하기 위해 오토파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먹는다고 생각된다.

 SENDA 환자의 뇌 속에 철이 쌓이는 상태는, 오토파지가 기능하지 않거나 철이 재이용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오토파지의 이상만 질병이 원인인지는 아직 불확실함) 신경 세포처럼 수명이 긴 세포는 세포 안에 불필요한 쓰레기가 쌓이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런 세포에서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오토파지'에 의한 '청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또 오토파지가 면역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보고도 있다. 세포 안에 침입한 병원균을 오토파지를 통해 물리치거나, 오토파지로 획득한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면역 세포를 활성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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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키는 약

 오토파지를 치료에 이용하려는 다양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키는 약을 만들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질병의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 변성 질환' 등 세포 안에 불필요한 것이 쌓여 일어나는 질병들은 많다. 따라서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키면, 그 쓰레기가 제거되어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앞으로는 건강한 사람도 병을 예방하기 위해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키는 약을 먹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오토파지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또 각 개인의 몸속에서 오토파지가 어느 정도 활발한지 진단하는 방법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 세계의 연구진들이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리소좀(Lysosome)'의 작용을 방해해, 오토파지에 의한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려는 인간 대상의 실험도 시작되었다. 일부 암세포는 정상 페포보다 오토파지가 활발하다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현재 다양한 장기의 난치성 암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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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토파지는 광범위한 현상과 관계되어 있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인 까닭에 매우 광범위한 현상과 관계하고 있다. 생물학이 단백질의 합성에 주목해 주로 발전해 왔지만, 합성과 마찬가지로 '분해'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오토파지'의 발견 이후 더욱 강하게 인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5-1.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오토파지로 분해된다?

 우리 자신이 오토파지와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를 소개한다. 우리는 누구나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나 수정함으로써 태어났다. 다만 정자가 가지고 있던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수정란에 전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정자의 미토콘드리아 가 오토파지에 의해 분해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토파지에서는 미토콘드리아가 아버지 쪽에서 왔는지 어머니 쪽에서 왔는지를 구별하는 것 같다.

 수정 직후에 오토파지에 의해 정자의 미콘콘드리아가 분해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다만 정자의 미토콘드리아의 분해가 증명된 것은 선충 등으로, 인간 수정란에서 정자의 미토콘드리아 분해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1. 수정: 수정하면 정자와 난자가 융합해, 정자의 핵과 미토콘드리아가 난자로 들어간다.
  2. 정자의 미토콘드리아가 막에 감싸인다: 정자에서 유래한 미토콘드리아만 난자 속에서 인식되어, 선택적으로 격리막에 포위된다.
  3. 막에 완전히 감싸인다: 정자의 미토콘드리아가 격리막 속에 완전히 감싸이고, 만들어진 공은 '오토파고솜(Autophagosome)''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포 속을 떠다니는 세포의 청소부 '리소좀(Lysosome)'이 접근한다. 리소좀 안에는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다.
  4.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시작한다: 리소좀과 '오토파고솜이 융합한다. 리소좀 내부에 있던 효소가 오토파고솜의 내막과 함께 미토콘드리아를 분해한다.
  5. 잘게 분해된다: 미토콘드리아가 조각조각 분해된다. 잘게 쪼개진 부품은 그 후 세포 안의 성분의 재료로 재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