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시간의 스케일에서 볼 때, 생명체라는 것은 참으로 나약하고 덧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생명체가 번성하는 기간은 별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아주 짧은 시기에 국한되어 있으며, 우주가 나이를 먹고 온도가 내려갈수록 생명체가 생존할 확률은 거의 0으로 사라진다. 이 점에서 물리학과 열역학의 법칙은 매우 단호하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계속 빨라지면 생명체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온도의 하강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면, 진보된 문명을 가진 생명체들은 목숨을 부지할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과학문명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거대한 동결을 피해 끝까지 살아남는 종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일단 우주가 거치게 될 각 단계들은 천문학적인 시간 동안 계속되므로, 진보된 생명체들이 시간이 모자라서 탈출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알려진 물리법칙에 입각해서 먼 미래에 등장할 '우주 탈출 기법'의 유형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물론 지금의 물리학 수준으로는 고도의 문명을 가진 종족이 과연 어떤 방법을 동원할지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대ㅗ 지금부터 탈출을 위해 어떤 변수들이 어떤 범위에서 조정되어야 하는지를 현대물리학의 범주 안에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공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우주 탈출(Universe Escape)'의 가장 큰 문제는 탈출에 필요한 기계장치를 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자 입장에서 보면 '우주 탈출을 돕는 기계가 물리법칙상 가능한가?'를 따지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물리학자들은 '원리에 입각한 증명'을 원한다. 우주 탈출을 할만한 과학문명에 이룩할 수 있을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과학이 아무리 진보한다고 해도 '우주 탈출(Universe Escape)' 자체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야기를 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우주가 비극적인 운명을 앞두고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우주로 탈출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물리법칙은 다른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를 향한 인류의 대탈출을 허용하고 있을까?
0.목차
- 1단계: '모든 것의 이론' 구축하고 검증하기
- 2단계: 웜홀과 화이트홀 찾기
- 3단계: 블랙홀 탐사선 띄우기
- 4단계: 블랙홀 만들기
- 5단계: 아기 우주 만들기
- 6단계: 우주적 스케일의 가속기 만들기
- 7단계: 내파 유도하기
- 8단계: 초광속 우주선 개발하기
- 9단계: 압축된 별의 음에너지 활용하기
- 10단계: '양자적 전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기
- 11단계: 생명체가 도저히 웜홀을 통과할 수 없다면?
- 12단계: 새로운 우주에 문명 구축하기
1. '모든 것의 이론' 구축하고 검증하기
우주 탈출을 시도하려면, 우선 '모든 것의 이론(ToE: Theory of Everything)'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끈이론(String Theory)'이건 혹은 다른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아인슈타인 방정식(Einstein Equation)'에 '양자적 보정(Quantum Correction)'을 가하는 방법을 알아내야만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이론들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끈이론의 최신 버전인 'M-이론(M-Theory)'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운이 좋다면 앞으로 수십 년 이내에 '모든 것의 이론(ToE)'이 구축될지도 모른다.
일단 양자중력을 구현한 '모든 것의 이론(ToE)'이 완성되면, 그다음으로 할 일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는 대형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rator)'로 '초대칭 입자(Supersymmentry Particle)'를 직접 만들어내거나, 거대한 '중력파 감지기'를 우주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검증할 수 있다. '양자중력이론(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병합한 이론)'을 완성한 후, 초대형 입자가속기로 '양자적 보정'을 확인하면, '아인슈타인 방정식(Einstein Equation)'과 '웜홀(Worm-Hole)'에 관한 의문들은 점진적으로 풀려나갈 것이다.
- 웜홀은 안정적인가?: '로이 커(Roy Patrick Kerr, 1934~)'의 '회전하는 블랙홀' 다시 말해 '커 블랙홀(Kerr black hole)' 주변에 접근할 때 여행객의 몸이 블랙홀을 교란시키지는 않을까? 이렇게 되면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웜홀)'을 건너기도 전에 블랙홀이 붕괴될 수도 있다. 웜홀의 안정성에 관한 계산은 '양자적 보정' 방법이 확립된 후에 다시 한번 수행되어야 한다. 그때가 되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 '무한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가?: 서로 다른 두 시간대를 연결하는 '웜홀'을 통과할 때, 웜홀 입구 주변의 '복사 에너지(Radiation Energy)'가 무한대로 커지면, 일대 재앙이 초래된다. 웜홀의 입구로 진입해 과거로 간 복사 에너지가 시간이 흘러 또다시 입구로 진입하고, 이 과정에 무한히 반복되면 복사 에너지는 무한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중 세계 이론을 도입하여 해결할 수 있다. 즉, 복사 에너지가 웜홀로 진입할 때마다 다른 우주로 간다면, 한 곳에 누적되어 무한대가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의 이론'이 완성되면 어느 쪽이 맞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 다량의 음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가?: 웜홀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음에너지(Negative Energy)'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음에너지의 존재는 이미 확인되어 있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서 아직은 현실성이 없다. 과연 거시적인 물체가 웜홀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에너지를 찾아낼 수 있을까? 충분한 양의 음에너지가 발견되면, 미래의 고도 문명의 '우주 탈출 프로젝트(Universe Escape Project)'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2. 웜홀과 화이트홀 찾기
2-1. 웜홀 찾기
'웜홀(Worm Hole)'과 '우주적 스케일의 끈'은 우주 공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빅뱅(Big Bang)'이 일어날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되었으므로, '웜홀'과 '우주 끈'도 그 순간에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우주가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규모로 팽창되면서 '웜홀'은 거시적인 스케일로 커지고, 이와 함께 신비한 '음의 물질(Negative Matter)'도 그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주 탈출'을 꿈꾸는 생명체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탈출 가능한 웜홀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고도의 문명을 가진 생명체라면 확인되지 않은 가설에 한 종족의 운명을 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2-2. 화이트홀 찾기
또 하나의 가능성은 '화이트홀(White Hole)'을 찾아내는 것이다. 화이트홀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해 얻어낸 해이기 때문에, 블랙홀과는 반대로 '모든 물체를 뱉어내는 구멍'으로 통한다. 이론적으로 화이트홀은 블랙홀의 반대편에 존재하기 때문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체는 화이트홀을 통해 다시 바깥으로 분출된다. 천문학자들은 아직 화이트홀의 흔적을 발견해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릴 차세대 관측기가 완성되면, 그 존재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블랙홀 탐사선 띄우기
'블랙홀(Black Hole)'을 '웜홀(Worm Hole)'로 활용하면 크게 좋은 점이 있다. '블랙홀'은 우주 도처에 꽤 많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손쉬운 탈출구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블랙홀을 통과할 때에는 '시간 여행은 타임머신이 만들어진 시점보다 더 먼 과거로 이동할 수 없다.'는 제한도 받지 않는다. '커의 고리(Kerr Ring)'의 중심부에 위치한 웜홀은 우리의 우주와 다른 우주를 연결하거나, 한 우주의 서로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탐사선을 보내서 관측자료를 수집한 뒤,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질량의 분포 상태'와 아인슈타인 방정식으로 구한 '웜홀의 해(Wormhole Solution)'에 대한 '양자적 보정(Quantum Correction)'을 계산해야 한다.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살아있는 상태로 블랙홀을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블랙홀과 관련된 물리학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여서 아직 증명된 것이 별로 없다. 만약 블랙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하다면, 고도의 문명을 가진 지적 생명체들은 블랙홀의 내부 탐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3-1. 블랙홀 탐사선이 보낸 관측자료를 받아본다.
블랙홀을 통하는 여행은 한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편도 여행인 데다가, 그 주변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블랙홀을 통한 여행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무작정 짐을 싸 들고 떠날 수는 없다. 발달된 문명을 가진 종족이라면, 근처에 있는 항성형 블랙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후, 탐사선을 먼저 파견할 것이다. 탐사선은 값진 정보를 한동안 송신해오다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는 순간부터 먹통이 될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면 강력한 복사 에너지에 곧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블랙홀로 빨려가는 빛은 '청색편이(Blue Shift)'를 일으키면서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 근처를 지나는 탐사선은 강한 '복사(Radiation)'를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또 탐사선 자체가 블랙홀을 교란시키면 '사건의 지평선'에 '특이점(Singularity)'이 형성되면서 웜홀 입구가 갑자기 폐쇄될 수도 있다. 따라서 탐사선은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 존재하는 '복사 에너지'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폐쇄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탐사선은 '사건의 지평선'을 넘기 전에 관측자료를 근처에 있는 '모선(Mother Ship)'으로 보내올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탐사선이 '사건의 지평선'으로 가까이 갈수록, 모선에 타고 있는 관측자의 눈에는 모든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탐사선이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면 아예 시간이 정지된다. 따라서 탐사선은 사건의 지평선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모든 관측자료를 전송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송 신호가 '적색편이(Red Shift)'를 일으켜서 해독이 불가능해진다.
4. 블랙홀 만들기
'사건의 지평선' 근처의 물리적 특성이 파악되었다면, 그다음에는 서서히 움직이는 블랙홀을 실험용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때 3단계의 문명인들은 '회전하는 먼지 구름과 입자들은 블랙홀이 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결론을 재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Schwarzschild Radius)'이란 블랙홀이 되기 위한 어떤 물체의 반지름 한계점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회전하는 입자 뭉치가 스스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까지 압축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따라서 회전하는 입자 뭉치는 블랙홀이 될 수 없다. 즉, 회전하는 질량은 스스로 압축되어 블랙홀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인공적으로 에너지와 질량을 서서히 주입하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까지 압축될 수 있다. 3단계 문명인들은 이런 방법으로 블랙홀을 만들어 인공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질량이 태양보다 큰 맨해튼 크기의 '중성자 별(Neutron Star)'들을 한데 모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이들은 중력에 의해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하나로 뭉쳐지겠지만, 아인슈타인이 증명한 대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까지 압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진보된 문명인들은 그 속에 새로운 중성자별을 조심스럽게 주입하여 '슈바르츠실트 반지름'까지 수축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성자별의 집합은 '커 블랙홀(Kerr Black Hole)'로 전환된다. 이처럼 다양한 중성자별의 속도와 반지름을 제어할 수 있다면 '블랙홀(Black Hole)'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충분히 진보된 문명은 태양 질량의 3배가 될 때까지 조그만 중성자별을 한데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질량은 바로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 1910~1995)'가 예견했던 중성자별의 최대 크기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면 중성자 별은 자체중력에 의해 '내파(implosion)'를 일으키면서 블랙홀이 된다. 이때 진보된 문명의 과학자들은 인공적으로 블랙홀을 만들 때,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성자별을 매우 천천히, 매우 정확하게 수축시켜야 할 것이다.
4-1. 블랙홀의 '복사 에너지'의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사건의 지평선'을 한번 통과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그러나 고도의 문명을 종족이 '우주의 종말'에 의해 멸종을 두고 있다면 '사건의 지평선'을 돌파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건의 지평선'으로 진입한 빛은 진동수가 증가하면서 에너지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에, 블랙홀로 접근하는 여행객의 생명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의 정면돌파를 결심했다면 복사 에너지의 정확한 양을 미리 계산하여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4-2. 안정성 문제
또 '안정성'에 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커 블랙홀(Kerr Black Hole)'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웜홀은 과연 안정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정확한 계산을 하려면 '양자 중력 이론(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병합한 이론)'이 먼저 완성되어야 한다. 아직은 장담할 수 없지만, 크게 제한된 조건하에서는 안정된 웜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양자중력이론의 정밀한 수학'과 '블랙홀의 관측자료'에 기초하여 매우 신중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블랙홀을 통한 우주 탈출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시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자적 보정(Quantum Correction)'과 충분한 실험이 실행된다면 한 가닥 가능성이 발견될 수도 있다.
5. 아기 우주 만들기
지금까지는 블랙홀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우주 탈출'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 가정을 철회하고, 블랙홀이 매우 불안정하며 '복사에너지(Radiant Energy)'도 치명적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조금 더 어려운 길을 가야만 한다. 즉, '블랙홀을 통한 탈출'은 포기하고, 아예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야 한다. '인플레이션 이론(inflation Theory)'을 탄생시킨 '앨런 구스(Alan Guth, 1947~)'는 우주를 탈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가짜 진공(False Vacuum)'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으므로 '앨런 구스'는 진보된 문명이 가짜 진공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이로부터 새로운 '아기 우주(Baby Universe)'를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앨런 구스(Alan Guth)'의 계산에 의하면, 우리의 우주와 비슷한 크기의 우주를 만들려면 1089개의 '광자(Photon)'와 1089개의 '전자(Electron)', 1089개의 '양전자(Positron)', 1089개의 '뉴트리노(Neutrino)', 1089개의 '반뉴트리노(Anti-Neutrino)', 1089개의 '양성자(Proton)', 1089개의 '중성자(Neutron)'가 필요하다. 얼핏 보기에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는 양 같지만, '앨런 구스(Alan Guth)'는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과 에너지가 중력에 의해 야기된 '음에너지(Negative Energy)'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떄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과 에너지는 아주 적다고 주장하였다.
5-1. 초고밀도 상태로 아기 우주 만들기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법칙은 새로운 우주의 창조를 허용하고 있을까? 만약 우리가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착수하면 당장 곤란한 무제에 직면하게 된다. 10-26cm 규모의 가짜 진공은 무게가 1온스 정도에 불과하지만, 밀도는 1080g/cm3나 된다.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의 총 질량을 가짜 진공과 같은 밀도로 압축시키면, 원자만한 공간 안에 모두 집어넣을 수 있다. 시공간의 불안정한 틈새에 존재하는 가짜 진공에 몇 온스의 물질을 추가하면 아기 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추가할 물질을 엄청나게 작은 부피로 압축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5-2. 초고온 상태로 아기 우주 만들기
'아기 우주'는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공간 속의 작은 영역을 1029K까지 가열한 후 빠르게 식히면, 시공간이 불안정해지면서 작은 거품 우주가 만들어지고 '가짜 진공'도 함께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탄생한 아기 우주는 수명이 아주 짧지만, 초고온 상태에서는 진짜 우주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일상적인 전기장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컨대, 아주 강한 전기장 속에서는 가상 전자-양전자 쌍이 수시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데, 텅 빈 공간의 한 지점에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주입하면 가상 입자가 실제의 입자로 바뀔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간상의 한 지점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면 가상의 아기 우주가 실제의 우주로 전환될 수 있다.
5-3. 형성되는 아기우주를 볼 수는 없다.
방금 위에서 말한 '초고밀도 상태' 또는 '초고온 상태'를 어떻게든 만들었다면, 이때 탄생한 아기 우주는 다음과 같은 형태일 것이다. 우리의 우주에서 작은 양의 물질을 초고에너지 상태로 만들려면 강력한 레이저나 입자빔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성된 아기 우주는 우리 쪽이 아닌 '반대쪽'을 향해 팽창하기 때문에 아직 실험실에서 발견된 사례는 없다. 이 아기 우주는 자체적으로 반중력을 행사하면서 '초공간(Hyperspace)' 속에서 맹렬하게 팽창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특이점(Singularity)'의 반대쪽에서 형성되는 우주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웜홀(Worm Hole)'은 우리의 우주와 아기 우주 사이를 연결하는 탯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5-4. 아기 우주를 만드는 과정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기 우주를 오븐으로 구워내는 작업에는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우리 우주와 아기 우주 사이를 연결하는 탯줄은 결국 증발하면서 500만 톤짜리 핵폭탄과 맞먹는 '호킹 복사(블랙홀이 내는 흑체 복사)'를 방출한다. 이것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25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기우주를 오븐으로 구워내려면 이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
- 아기 우주가 블랙홀로 변하여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것은 '많은 질량을 지나치게 압축시키면 블랙홀로 변한다.'는 '펜로즈 정리(Penrose theorem)'의 결과이다. '아인슈타인 방정식(Einstein Equation)'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도 여전히 성립하기 때문에, 아기 우주로부터 분출된 물질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기 우주를 만들면서 재앙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펜로즈의 정리'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펜로즈의 정리'는 유입되는 물질이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과정에 음에너지나 음의 물질이 개입되면 '펜로즈의 정리'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웜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기 우주를 만들어내려면 음에너지를 다량 확보해야 한다.
6. 우주적 스케일의 가속기 만들기
인류의 문명이 3단계로 접어들면, 인류는 '플랑크 에너지(Planck Energy)'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과학자들은 막대한 에너지를 한점에 집중시켜서, 웜홀을 제어하고 시공간에 구멍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플랑크 에너지에 도달하면, 웜홀 등 다른 우주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것을 구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6-1. 3단계 문명은 입자가속기로 '플랑크 에너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우주는 불과 1mm 떨어진 곳에 다른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가 존재하는 '초공간(Hyperspace)' 속의 '막(Membrane)'일 수도 있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LHC같은 입자가속기가 평행우주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류의 과학문명이 1단계로 진입하면, 평행우주를 탐사할 만한 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평행우주와 교신하는 것이 허황된 꿈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상황은 얼마든지 나빠질 수 있다. 만약 양자중력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가 '플랑크 에너지' 수준이라면, LHC로 평행우주를 감지한다는 희망은 접어야 한다. 플랑크 에너지는 LHC가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의 1조 배에 달한다.
3단계 문명은 플랑크 에너지 영역을 탐사하기 위해 항성만 한 크기의 입자가속기를 제작할 것이다. 가속기의 내부에서 입자들은 가느다란 빔을 형성한 채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데, 여기에 에너지를 주입하면 입자의 속도가 빨라진다. 여기에 거대한 자석을 이용해 '입자빔(particle beam)'이 원형 궤적을 그리도록 유도하면, 입자는 1조 전자볼트까지 가속될 수 있다. 원의 지름이 클수록 입자빔의 에너지는 더욱 커지는데, 직경 27km 짜리 강입자 강속기는 0.7단계 문명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3단계 문명은 항성계와 비슷한 크기의 입자가속기를 만들 수 있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면 입자빔을 우주 공간에서 가속시켜 플랑크 에너지에 이르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가속기가 입자를 1m당 '200GeV(2000억 전자볼트)'까지 가속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자. 사실 이것은 겸손한 가정이다. 이 가속기들을 연결하여 플랑크 에너지에 도달하려면, 입자가속기의 행렬은 10광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3단계 문명인들은 이런 천문학적 스케일의 가속기를 제작할 때 입자빔의 궤적을 직선이 아닌 원형으로 만들어서 크기를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6-2. 입자빔이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을까?
이런 엄청난 가속기를 만들려면 공학적인 문제도 끔찍하지만, 그보다 더 걱정되는 문제가 있다. 입자빔이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을까? 입자빔이 진행하다 보면 결국 온도 2.7K 짜리 '배경 복사(Background Radiation)'와 충돌하면서 에너지를 서서히 잃게 된다. 이론적인 계산에 의하면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입자빔의 에너지에는 어떠한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가속기의 제작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배경복사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입자빔이 지나가는 모든 길을 진공 튜브로 감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경 복사에 의한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앞으로 실험물리학자들이 알아내야 할 숙제이다.
7. 내파 유도하기
우주적 스케일의 가속기를 만들기가 어렵다면 '레이저빔(Laser Beam)'과 '내파 유도 장치'를 활용한 차선책을 강구할 수도 있다. 수명이 다한 별이 중력에 의에 안으로 파괴되면서 오그라드는 것처럼, '내파(implosion)' 과정은 엄청난 온도와 압력을 수반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중력(Gravity)'이 물체를 밀어내지 않고 잡아당기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붕괴는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일어나며, 별은 엄청난 밀도로 압축된다.
7-1. 수소폭탄 핵융합
내파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광경은 장관이겠지만, 이 과정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예컨대 수소폭탄으로 내파를 재현하려면 '리튬 듀터라이드(Lithium Deuteride, 수소폭탄의 원료)'의 온도가 '로슨(Lawson)'의 기준온도인 1천만 도까지 올라간 채로 폭탄 내부에 정교하게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1천만 도는 핵융합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온도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 뿐, 폭발 과정을 제어할 수는 없다.
'자기장(Magnetic Field)'을 이용하면 수소 기체를 균일하게 압축시킬 수 없다. 지금까지 몇 번의 시도가 있어왔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자연에서는 지금까지 '자기홀극(Magnetic Monopole)'이 발견된 적이 없다. '자기 홀극(Magnetic Monopole)'이란 하나의 자기장만을 가지는 자성물질로, '단일 N극' 또는 '단일 S극'을 가진다. 조금 더 간단히 말하자면, 극이 하나뿐인 자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자기장은 항상 지구 자기장처럼 양극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자기홀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균일한 자기장이라는 것은 아예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자기장을 어느 한 부위를 압축시키면 반대쪽이 팽창하게 된다.
7-2. 레이저 핵융합
핵융합과정을 제어하는 또 다른 방법은 '구면(Spherical Surface)' 위에 여러 개의 레이저를 설치해놓고 구의 중심부에 위치한 조그만 '리튬 듀터라이드(Lithium Deuteride)' 알갱이를 향해 일제히 레이저빔을 발사하는 것이다.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에서는 핵무기 시뮬레이션을 위해 강력한 레이저 핵융합장치가 사용되고 있다. 이 장비는 일련의 레이저빔이 터널 속으로 진행하다가 터널 끝에 있는 거울에 반사되면 방사선 방향으로 한 곳에 집중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레이저빔들이 한데 모이는 곳에 '리튬 듀터라이드'가 놓여 있다. 레이저빔이 이곳에 도달하면 '리튬 듀터라이드'는 내파를 일으키면서 초고온 상태가 되고, 그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3단계 문명에서도 소행성이나 달에 대형 레이저기지를 설치하여 이와 같은 내파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닥의 레이저빔을 동시에 발사한 후 한 지점으로 모으면 시간과 공간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8. 초광속 우주선 개발하기
지금까지 언급한 기구들을 제작하여 적재적소에 설치하려면,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이나 별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8-1. '알큐비에레 초광속 우주선' 만들기
이를 구현하는 방법으로는 '미구엘 알큐비에레(Miguel Alcubierre)'라는 물리학자가 1994년에 최초로 제안했던 '알큐비에레 초광속 우주선(Alcuvier Superluminal Spaceship)'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우주선을 공간에 구멍을 뚫거나 '초공간(Hyperspace)'로 점프하는 등 공간의 위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앞쪽에 있는 공간을 수축시키고, 뒤쪽 공간을 확장하면서 빠르게 전진하는 운송장치이다. 예컨대, 대형 식당의 입구에서 식탁이 있는 곳까지 융단이 길게 깔려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당신이 기다란 올가미를 던져서 식탁에 걸고 힘껏 잡아당긴다면, 식탁과 당신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발밑의 융단에는 두툼한 주름이 잡힐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간을 수축시킬 수 있다면 조금만 움직여도 먼 거리를 이동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간 자체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할 수 있다. 텅 빈 공간이 아무리 빠르게 팽창해도 이 과정에서는 정보가 전달될 수 없으므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에 위배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주의 팽창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간을 빛보다 빠르게 수축시키면 그곳에 있는 물체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멀리 있는 별과 우주선 사이의 공간을 수축시키고, 우주선 뒤쪽 공간을 잡아 늘리면, 우주선은 자동으로 전진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예컨대 지구에서 '켄타우로스 프록시마 별'까지 몸소 갈 필요가 없다. 공간을 수축시키면 '켄타우로스 프록시마 별'이 지구 쪽으로 알아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구엘 알큐비에레(Miguel Alcubierre)'는 이런 방법이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엄연한 '해(Solution)'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다시 말해서, 물리법칙이 '공간 수축'과 '초광속 비행'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우주선에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다량의 '양에너지(Positive Energy)'와 '음에너지(Negative Energy)'를 확보해야 한다. '양에너지'는 앞쪽 공간을 수축하는 데 사용되고, '음 에너지'는 뒤쪽 공간을 확장하는 데 사용된다. 음에너지를 얻으려면, '캐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 두 금속판 사이의 거리는 '플랑크 길이(10-33cm)' 정도로 가까워야 한다. 물론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거리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물리학자 '세르게이 크라스니코프'는 '미구엘 알큐비에레(Miguel Alcubierre)'가 구한 해에서 기술적인 결함을 발견했다. 우주선의 내부는 외부공간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정보도 경계선을 넘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여행객이 처음부터 우주선의 내부에 있었다면, 그는 우주선의 경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우주선의 내부는 외부의 '수축된 공간'과 완전히 고립된 지역이므로, 이 안에서 아무리 복잡한 계기판을 조작한다고 해도 그 정보가 외부로 전달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우주선은 지구와 다른 별을 연결하는 일종의 '철길'이 될 수는 있다. 예컨대 여러 대의 우주선을 우주 공간에 띄워 공간을 수축시킨 후, 이 길을 따라 후속 우주선을 발사하면 외계의 별까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8-2. '알큐비에레 초광속 우주선'은 '웜홀'보다 훨씬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초광속 비행은 공간에 구멍을 뚫는 등 시공간의 '위상(Topology)'을 변형시키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수축시켜서 이동하는 기술이므로 웜홀보다 훨씬 쉽게 구현될 수 있다. 하지만 초광속 우주선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것을 타고 우주를 탈출할 수는 없다. 아무리 달려봐야 우주 안에서 맴돌 뿐이다.그러나 '알큐비에레식 우주선'을 적절히 이용하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이 우주선을 이용하여 '우주 끈(Cosmic String)'의 충돌을 유도하면 우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과거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9. 압축된 별의 음에너지 활용하기
'레이저빔(Laser Beam)'을 이용하면 '음에너지(Negative Energy)'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로부터 안정된 '웜홀(Worm Hole)'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강력한 레이저 펄스가 구형의 광학 물질에 입사되면 '광자(Photon)'가 생성되는데, 이 광자들은 진공 중에서 일어나는 '양자적 요동(Quantum Fluctuations)'을 부추길 수도 있고 진정시킬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가 '양 에너지 펄스'이고, 후자는 '음에너지 펄스'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들 두 종류의 에너지 펄스를 더한 결과는 항상 +가 되어 기존의 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9-1. 음에너지가 만족하는 세 가지 법칙
1978년에 '터프츠대학(Tufts Universe)'의 물리학자 '로렌스 포드(Lawrence Ford)'는 '음에너지'가 만족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 후로 이 분야는 전 세계의 이론물리학자들에 의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 첫 번째 법칙: 첫 번째 법칙은 하나의 펄스에 포함되어 있는 음에너지의 양이 시간과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것이었다. 즉, 펄스가 발생한 후 먼 거리를 진행할수록, 또는 시간이 많이 흐를수록 음에너지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레이저빔으로 음에너지를 발생시켜서 웜홀의 입구를 연다고 해도, 이 상황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 두 번째 법칙: 두 번째 법칙은 항상 음에너지 펄스가 먼저 생성된 후에 양 에너지가 생성되며, 이들을 더한 값은 항상 +라는 것이다.
- 세 번쨰 법칙: 세 번째 법칙은 양과 음, 두 펄스의 시간 간격이 길수록 양 에너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9-2. 음에너지 만들기
이 법칙들을 고려하면 '레이저(Laser)'나 '캐시미르 금속판(Casimir Metal Plate)'으로 만들어낼 수 있은 '음에너지(Negative Energy)'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일단은 한번 생성된 음에너지가 후속으로 생성되는 양에너지와 합쳐지면서 상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은 음에너지가 가는 길목에 '에너지 수거용' 상자를 설치해놓고, 이곳에 음에너지가 도달하는 순간에 레이저빔을 발사하여 차단막을 내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일단 차단막이 내려오면 그 뒤를 따라오는 양에너지는 상자 안으로 진입할 수 없으므로, 상자의 내부에는 순수한 음에너지만 저장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계속되는 펄스로부터 방대한 양의 음에너지를 추출해낼 수 있다. 차단막은 양에너지의 진입을 봉쇄하고 음에너지만 통과시키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양에너지가 매우 큰 경우에는 두 펄스 사이의 간격이 길어지기 때문에, 골라내는 작업도 그만큼 쉬워진다. 이런 방법으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음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상자의 차단막을 내리는 행위 자체가 상자의 내부에 또 다른 양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2차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애써 모아놓은 음에너지의 대부분을 잃게 된다. 이것은 미래의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이다.
'로렌스 포드'가 발견한 세 가지 법칙은 '캐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에 응용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1m 크기의 웜홀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면,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10-22m 이내의 영역에 음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10-22m는 양성자 크기의 10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물론 지금의 기술로는 구현할 수 있지만, 미래의 문명은 극미의 공간과 시간을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10. '양자적 전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기
서서히 식어가는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지적 생명체는 신진대사를 느리게 진행시키거나 아예 장기동면에 들어감으로써 생명활동의 속도를 늦춰 위기를 피해 갈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으로 종족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생명활동의 속도를 늦춰 생명활동의 주기가 천문학적 단위로 길어져야 한다. 그래야 범우주적인 양자적 과정이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거품 우주가 자연적으로 탄생하거나 다른 우주로 '양자적 전이(Quantum Transition)'를 일으키는 것은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다. 따라서 장구한 세월 동안 목적의식을 갖고 끈질기게 기다리지 않으면, 바로 눈앞에서 놓쳐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생명활동의 속도가 극도로 늦춰진 미래의 지적 생명체들은 사고의 속도를 극도로 늦춰서 '양자적 사건'을 일상사처럼 겪으며 살게 될 것이다. 생명활동의 주기가 천문학적 단위로 길어진 생명체의 눈에는 '양자적 전이'가 꽤 자주 일어나는 사건처럼 느껴질 것이다. 생명활동의 주기가 천문학적 단위로 길어진 생명체들에게 '웜홀'이 나타나고 '양자적 전이'가 일어나면서 다른 우주로 탈출하게 되는 '구원의 날'을 기다리는 것은 그다지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11. 생명체가 도저히 웜홀을 통과할 수 없다면?
그런데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 보자. 웜홀의 입구가 너무 작아서 생명체가 도저히 통과할 수 없거나, 웜홀 통로를 지날 때 엄청난 압력이 가해져서 아무리 든든한 보호막을 착용해도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러한 상황은 얼마든지 닥칠 수 있다. 웜홀 통로에 주기적으로 강력한 힘이 작용할 수도 있고, 엄청난 복사장과 파편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미래의 지적 생명체들은 단 하나의 가능성에 모든 희망을 거는 수밖에 없다. 그 가능성이란 웜홀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새로운 우주로 충분한 정보를 전송하여 그들의 문명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웜홀 통로가 아주 좁다면 모든 문명을 전송하는데 '나노 기술(Nano Technology)'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웜홀의 입구와 내부 통로의 폭이 원자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다면, 매우 가느다란 나노 튜브를 통해 개개의 원자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반대편으로 송신해서 그곳에서 원래의 문명을 재창조하는 수밖에 없다. 또는 이보다 상황이 더욱 안 좋아서 웜홀의 폭이 소립자 하나 정도의 크기라면, 양성자를 하나씩 통과시켜서 반대편 우주에서 전자와 조우하여 원자와 분자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웜홀의 폭이 이보다도 작고, 만약 그쪽 우주에 생명체들이 있다면,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한 레이저빔에 모든 문명의 정보를 실어서 웜홀의 반대편으로 발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12. 새로운 우주에 문명 구축하기
웜홀의 반대편에 '나노봇(Nanobot)'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반대편에 있는 새로운 우주에서 나노봇은 원자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형 추진 로켓이나 다량의 연료가 없어도 새로운 행성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원자 규모의 나노봇들은 전기장을 이용하여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쉽게 가속될 수 있으므로, 나노봇들은 새로운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휘젓고 다닐 것이다. 또한 이들은 '정보(information)'만을 이용해서 종족을 퍼뜨릴 수 있으므로, 거추장스러운 하드웨어도 필요 없다.
나노봇이 새로운 우주에서 새로운 행성을 찾았다면, 나노봇들은 그곳에 있는 천연자원을 이용하여 거대한 복제 공장을 건설할 것이다. 이곳에서 DNA를 대량생산하여 세포에 주입시키고 적절한 환경에서 배양하면, 형체와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들은 이전의 우주에서 온 생명체이므로, 그들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과거와 같은 문명을 다시 재건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