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열역학을 지배하는 세 개의 법칙
- 우주의 종말
- 우주의 5단계
- '우주의 종말'에서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1. 열역학을 지배하는 3개의 법칙
19세기의 물리학자들은 열물리학을 지배하는 3개의 법칙을 발견한 후, 그것을 우주의 종말과 연관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1854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1821~1894)'는 열역학법칙을 우주에 적용한 결과 '별과 은하를 비롯한 모든 만물은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열역학 제1법칙: 열역학 제1법칙은 물질과 에너지의 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Law of energy conservation)'이다. 물질과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E=mc2를 통해 서로 왔다 갔다 할 수는 있지만, 이들을 합한 양은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는다.
- 열역학 제2법칙: 열역학 제2법칙은 간단히 말해서 무질서도를 의미하는 '엔트로피(Entropy)'의 총량이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숲에서 일어나는 화재', '기계에 스는 녹', '제국의 붕괴', '인간의 노화' 등은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컨대, 종이를 태우려면, 그냥 마른 종이에 성냥이나 라이터 등을 갖다 되면 될 정도로 아주 쉽다. 이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타고난 재를 모아서 종이로 복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은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열역학 제 3법칙: 열역학 제3법칙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하면, 절대온도(T)가 0으로 접근할 때 '계(System)'의 엔트로피는 어떤 '일정한 값(Constant Value)'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열역학 제3법칙에 의하면 절대온도 0K에 이를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0K에 가까워지도록 만들 수는 있지만, 완전히 0K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입자의 에너지가 0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너지가 0이 되면 입자의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지므로, 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모두 0이 되게 된다. 그러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에 따르면,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 즉, 에너지가 0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2. 우주의 종말
'우주의 종말' 가설로는 주로 '빅 프리즈(Big Freeze)', '빅 크런치(Big Crunch)', '빅 바운스(Big Bounce)' 3가지가 있다.
- 빅 프리즈(Big Freeze):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우리의 우주는 영원히 유지되지 못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멈추게 된다. 별빛의 원천인 핵연료가 고갈되면 별과 은하가 빛을 일으면서, 우주는 죽은 별, 중성자 별, 블랙홀 등이 넘쳐나는 암흑천지가 될 것이다. 결국 우주는 '거대 동결'인 '빅 프리즈(Big Freeze)'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 빅 크런치(Big Crunch): 우주의 종말을 싫어하는 일부 우주론학자들 중에는 우주가 완전히 끝나지 않고 주기적인 변화를 반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즉, 우주가 팽창하면서 엔트로피도 계속 증가하다가 나중에는 다시 수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가 완전히 수축된 '빅 크런치(Big Crunch)' 상태에 이른다고 해도, 그 후에 엔트로피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 빅 바운스(Big Bounce): 일부 학자들은 그 후에도 팽창과 수축이 반복된다고 믿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다음 주기로 넘어갈 때마다 엔트로피가 '차기 이월'되어 우주의 수명이 점차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주가 제아무리 주기적인 변화를 반복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생명체도 파괴될 것이다.
2-1. 빅 프리즈(Big Freeze)
WMAP 위성이 보내온 사진을 분석해 보면, 신비한 반중력이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십억 년, 또는 수조 년 동안 팽창이 계속되면 우주는 완전히 얼어붙게 될 것이다. 천체들 사이의 거리를 계속 증가시키고 있는 반중력의 크기는 우주의 부피에 비례한다. 즉, 우주가 커질수록 반중력도 더욱 세게 작용하여 은하들은 더욱 빠르게 멀어지고, 그 결과 우주의 부피도 더욱 빠르게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관측 가능한 거리에는 36개의 은하들만이 남고, 나머지는 무지막지한 팽창과 함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면, 우주 안의 모든 지점들은 완전히 고립될 것이다. 이와 함께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공간에 남아 있는 에너지도 점차 희미해진다. 그러다가 절대온도 0K에 이르면 모든 모든 생명체들은 최후의 운명인 '거대한 동결(Big Freeze)'를 맞이하게 된다.
2-2. 빅 크런치(Big Crunch)
우주의 종말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한 최초의 논문은 1969년에 '마틴 리스(Martin Rees, 1942~)'가 발표한 '우주의 붕괴: 종말론적 연구(The Collapse of the Universe: An Eschatological Study)'였다. 당시에는 '우주의 평균밀도'를 의미하는 'Ω(오메가)'의 값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마틴 리스(Martin Rees)'는 이 값을 2로 가정했다. 다시 말해서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되어 '빅 프리즈(Big Freeze)'가 아닌 '빅 크런치(Big Crunch)'로 끝난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는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두 배로 멀어지면, 우주는 팽창을 멈추고 수축 모드로 전환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기 때문에 현재 관측되는 '적색편이(Red Shift)'는 '청색편이(Blue Shift)'로 바뀐다.
'마틴 리스(Martin Rees)'의 계산에 의하면, 우리의 우주는 앞으로 500억 년 후부터 혼란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종말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최후의 붕괴를 1억 년 남긴 시점에서 은하수를 포함한 모든 은하들은 서로 충돌하여 하나로 합쳐지고 개개의 별들은 충돌하기 전에 이미 분해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주가 수축되면 별에서 방출된 복사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획득하기 때문이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의 온도가 극도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 우주 공간의 온도가 별의 표면 온도보다 높아져서 별이 에너지를 흡수하는 형국이 된다. 이렇게 되면 별들은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기체 구름으로 완전히 분해된다.
이런 환경에서 생명체는 당연히 소멸될 수밖에 없다. 근처에 있는 별과 은하로부터 쏟아지는 복사열에 단 한 마리의 박테리아조차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탈출구는 없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 1923~2020)'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상황에서 모든 생명체들은 통구이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땅을 깊이 파서 그 속에 숨으면 생존기간을 수백만 년 정도 늘릴 수 있겠지만, 맹렬하게 쏟아지는 초고온의 우주배경복사는 결국 지구의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이다."
2-3. 빅 바운스(Big Bounce)
만약 지금의 우주가 '빅 크런치(Big Crunch)'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일부 물리학자들의 주장대로 또다시 팽창이 이어지면서 주기적인 변화를 반복할 것인가? '폴 앤더슨(Poul Anderson, 1926~2002)'의 소설 '타우 제로(Tau Zero)'는 후자의 경우를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만약 우주가 '뉴턴의 법칙'을 따른다면, 그리고 은하가 압축된 후에도 약간의 공간이 존재한다면 '주기적 우주'는 가능할 수도 있다. 은하가 하나의 점으로 수축되지 않는다면, 별들이 가까워져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퍼지면서 새로운 팽창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뉴턴의 방정식'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다.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1931~)'와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은하들이 한 점으로 압축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이렇게 되면 은하 속의 별들은 서로 비껴갈 틈이 없으므로 파국을 피할 길이 없다.
3. 우주의 5단계
그러나 WAMP 위성이 최근에 보내온 관측자료를 보면, 우주는 '빅 크런치(Big Crunch)'나 '빅 바운스(Big Bounce)'보다 '빅 프리즈(Big Freeze)'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시간대학의 '프레드 애덤스(Fred Adams, 1961~)'와 '그레그 레플린(Greg Laughlin)'과 같은 과학자들은 우주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나누어 해석하고 있다.
단계 | 이름 | 시기 |
제1단계 | 원시기 | 10-50~105년 |
제2단계 | 별과 은하의 전성기 | 106~1014년 |
제3단계 | 쇠퇴기 | 1015년~1039년 |
제4단계 | 블랙홀기 | 1040~10100년 |
제5단계 | 암흑기 | 10101년 이후 |
3-1. 제1단계: 원시기
첫 번째 단계의 우주는 10-50~105년으로, 이 단계의 우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팽창하면서 온도도 빠르게 식어갔다. 우주가 식으면서 하나로 뭉쳐 있던 힘들이 서서히 분리되어, 오늘날 존재하는 네 종류의 힘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장 먼저 분리된 힘은 '중력(Gravity)'이었고, 그다음으로 '강력(Strong Force)'이 분리되었으며, '약력(Weak Force)'과 '전자기력(Magnetic Force)'은 가장 나중에 분리되었다. 초기우주에서는 빛이 방출되자마자 곧바로 흡수되었기 때문에 공간 전체가 불투명하고 우주 공간은 흰색이었다. 그러나 빅뱅이 일어나고 38만 년이 지난 후, 우주가 충분히 식자 원자가 생성되기 시작했고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도 이 무렵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빛이 공간을 자유롭게 통과하면서 우주 공간이 맑아져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 시기에 원시 수소가 '핵융합(Nuclear Fusion)' 과정을 통해 헬륨으로 변했고, 오늘날 사방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들의 모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DNA나 촉매 분자 등 안정된 화합물이 형성되기에는 온도가 너무 높았으므로 생명체가 탄생하지는 못했다.
3-2. 제2단계: 별과 은하의 전성기
두 번째 단계의 우주는 106~1014년으로, 지금 우리가 이 시기에 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별 속의 수소 원자들이 맹렬하게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런 별들의 수명은 수십억 년에 이른다. '허블 우주 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 찍은 사진을 분석해 보면 젊은 별의 주변에는 먼지와 작은 알갱이들이 원반 모양으로 분포된 채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뭉쳐지면서 지구와 같은 행성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계는 DNA와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다. 천문학자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서 과학적인 법칙에 입각하여 태양계 바깥의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DNA와 비슷한 화학물질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생명 탄생의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외계의 생명체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대기오염', '온난화 현상', '핵폭탄', '빙하기', '소행성 충돌', '태양의 적색거성화' 등 자연재해와 인공재해를 모두 극복해야 한다. 그들이 전쟁과 같은 자멸의 길을 용케 피해 갔다 해도, 일련의 자연재해를 모두 극복하지 못한다면 종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빙하기: 지구는 지난 160만 년 사이에, 지구는 빙하기라는 혹독한 시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빙하기에 북미 대륙의 대부분은 얼음으로 덮여 있었으며, 이런 환경에서는 인류의 문화라는 것이 탄생할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 인류는 늑대들처럼 고립된 집단생활을 하면서 식량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이들에게는 당장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였으므로, 과학이나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문자를 발명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후, 어떠한 이유로 빙하기가 끝나고, 인간은 빠른 속도로 진보하여 별을 탐사할 정도의 문명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 문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간빙기'에 불과하면,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만 년에 걸친 빙하기가 또다시 도래하여 지구를 온통 얼음으로 덮어버릴 것이다. 지질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구의 자전에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제트기류(성층권에 위치한 강력한 바람)'가 형성되고, 그 결과 북극을 덮고 있는 얼음층이 저위도 지방으로 서서히 내려오면서 빙하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인간이 살아 남으려면, 땅을 부지런히 파고 들어가서 깊은 지하에 숨는 수밖에 없다. 한때 지구 전체는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구와의 충돌: 지구의 역사를 보면 1만 년 단위로 끊어서 볼 때, 인류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빙하기'이다. 그러나 100만 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빙하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재앙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6500만 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들이 한순간에 멸정된 것도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있는 직경 290km 짜리 원형 분화구도 직경 15km 남짓한 운석이 떨어지면서 생긴 흔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거대한 충돌이 일어나면서 파편 조각들이 대기로 유입되어 태양빛을 차단하는 바람에 지구는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식물과 공룡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 시기에 공룡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들이 멸종하기까지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과거의 충돌 사례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 50년 이내에 운석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또 한 번의 대재앙이 일어날 확률은 약 10만 분의 1 정도이다. 그리고 향후 수백만 년 사이에 이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 태양의 적색거성화: 현재 태양의 온도는 초창기 때보다 30% 이상 뜨거워진 상태이다. 컴퓨터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앞으로 35억 년 후에 태양의 온도는 지금보다 40% 정도 쌍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구는 극심한 온난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태양의 덩치가 점차 커져서 온 하늘을 다 덮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지구의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바다속으로 숨어들어갈 것이고, 결국 이들의 몸은 다시 어류로 진화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태양의 표면이 점차 지구로 다가오면 바닷물을 결국 펄펄 끓게 되어, 그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던 생명체들은 결국 끓는 물에 빠진 생선처럼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3-3. 제3단계: 쇠퇴기
세 번째 단계의 우주는 1015년~1039년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의 에너지가 남김없이 고갈되면 우주는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든다. 이 시기에는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수소 원자의 핵융합반응이 완전히 종결되고 무거운 원자의 핵융합반응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면서, 우주 공간에는 핵반응의 찌꺼기라 할 수 있는 '왜성(Dwarf)'과 '중성자 별(Neutron Star)', '블랙홀(Black Hole)'만이 남게 된다. 하늘의 별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으며, 우주는 총체적인 암흑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별의 내부에서 진행되던 핵융합반응이 멈추면서, 우주의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별의 주변을 돌던 행성들은 완전히 얼어붙는다. 이 시기에 지구게 남아 있다고 해도 표면은 얼음으로 덮여 있을 것이므로, 만약 생명체가 남아 있다면 새로운 서식치를 빨리 찾아야 한다.
우리의 태양의 수명은 수십억 년 정도고, 거성의 수명은 수백만 년 정도이지만, 조그만 적색왜성은 수조 년 동안 타오를 수 있다. 그래서 지구를 다른 '적색왜성(Red Dwarf)'의 행성으로 편입시킬 수만 있다면 수명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인 '켄타우로스 자리 프록시마별(Proxima Centauri)'이 바로 '적색왜성(Red Dwarf)'인데, 지구와의 거리는 약 4.3 광년이며, 질량은 태양의 15%에 불과하고, 밝기는 4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 별의 주위를 공전하려면, 지구가 켄타우로스 자리 프록시마 별의 행성이 되어 지금과 같은 양의 빛을 수용하려면, 공전궤도의 반지름은 지금의 20분의 1로 줄어들어야 한다. 일단 이 궤도 속으로 진입하기만 하면,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수조 년동안 확보할 수 있다. 결국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면서 최후까지 빛을 발할 수 있는 별은 '적생왜성(Red Dwarf)'뿐이다. 하지만 100조 년이 지나면 이마저도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3-4. 제4단계: 블랙홀기
네 번째 단계의 우주는 1040~10100년으로, 이때가 되면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이외의 모든 에너지원이 사라진다. '제이컵 데이비드 베켄슈타인(Jacob David Bekenstein, 1947~2015)'과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이 증명했던 대로, 블랙홀은 희미한 양의 에너지를 서서히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검지 않다. '블랙홀의 증발(Black-Hole Evaporation)'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장시간 계속된 에너지의 증발은 블랙홀의 운명을 좌우한다.
증발하는 블랙홀의 수명은 질량에 따라 다양하다. '양성자(Proton)'와 질량이 비슷한 '미니 블랙홀(Mini Black Hole)'은 태양계의 수명 동안 100억 와트의 에너지를 방출하며,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수명은 1066년에 이른다. 그리고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은 10117년 동안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그러나 블랙홀이 말년에 이르면, 에너지를 서서히 방출하다가 갑작스러운 폭발을 일으킨다.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이 시기까지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다면, 블랙홀에서 방출하는 희미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그 주변으로 몰려들어 살아가다가 결국 폭발과 함께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3-5. 제5단계: 암흑기
다섯 번째 단계의 우주는 10101년 이후로, 이 시기에 접어들면 블랙홀의 증발 에너지마저 고갈되어 우주 전체가 완전한 암흑으로 뒤덮인다. 이 시기가 되면 우주의 온도가 절대온도 0K로 서서히 접근하고, 모든 원자들은 아무런 미동도 없는 정지 상태가 된다. 또한 '양성자(Proton)'가 스스로 붕괴되어 '뉴트리노(Neutrino)'와 '전자(Electron)' '반전자(Anti-Electron)'들이 수프처럼 엉킨 채로 떠다닐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는 '전자'와 '양전자'가 서로 공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인 '포지트로늄(Positronium)'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전자'와 '반전자'로 이루어진 '포지트로튬(Positronium)'이 암흑기의 우주에서 새로운 생명체의 기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포지트로늄의 크기는 일반적인 원자와 비슷하지만, '암흑기(제5단계 우주)'가 도래했을 때 각 입자들 사이의 거리는 1018파섹까지 멀어진다. (1파섹=3.26광년) 이것은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보다 수백만 배나 먼 거리이다. 즉, 암흑기가 되면 우주는 이미 엄청난 규모로 팽창된 후이기 때문에, 포지트로늄 하나의 크기는 지금의 '관측 가능한 우주'보다 커진다. 따라서 그 시대의 '화학(Chemistry)'은 지금과 전혀 다른 천문학적 스케일의 학문이 될 것이다.
천문학자 '토니 로스만(Tony Rothman, 1953~)'은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앞으로 10117년이 지나면 '전자(Electron)'와 '양전자(Positron)'가 서로 상대방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포지트로늄(Positronium)'과, '중입자(Baryon)'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뉴트리노(Neutrino)', '광자(Photon)', '포지트로늄(Positronium)'이 소멸되면서 남은 '양성자(Proton)', 그리고 '블랙홀(Black Hole)' 등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다."
4. '우주의 종말'에서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면 '빅 프리즈(Big Freeze)'의 마지막 단계에서 지능을 가진 생명체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끈질기게 벌여왔다. 언뜻 생각해 보면 절대온도 0K까지 내려가는 '암흑기 우주(5단계의 우주)'에서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말도 안 되는 토론을 끈질기게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논쟁은 2개의 핵심적인 질문에 기초하고 있다.
- 지적 생명체의 몸은 절대온도 0K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가?: 열역학의 법칙에 의하면,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리고 모든 기계들은 이 흐름의 과정에서 추출된 에너지로 작동한다. 예컨대 온도가 다른 두 지역을 연결하는 열기관을 이용하면, 역학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이때, 온도의 차이가 클수록 열기관의 효율은 높아진다.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증기기관과 증기기관차는 모두 이런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암흑기 우주(5단계의 우주)'에서는 모든 곳의 온도가 균일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추출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 지적인 생명체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가?: 정보이론에 의하면,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의 최소단위는 온도에 비례한다. 따라서 온도가 0K 근처로 떨어지면 정보교환이 어려워진다. 우주가 차갑게 식을수록 정보으니 최소단위인 비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다.
4-1. '제5단계 우주(암흑기 우주)'에서 생명체는 어떻게 진화할까?
우주의 온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면, 생명체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의 체온을 낮추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다. 에너지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의 생존전략이다. 그러나 체온이 0℃까지 내려가면 부드러운 근육과 신선한 피를 포기하고 로봇과 같이 단단한 몸으로 변해야 한다. 추운 기온에 적응하려면, 싱싱한 근육보다는 기계적인 몸을 갖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기계적인 몸도 결국 열역학 법칙을 따라야 하므로, 기계적인 몸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생명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적 생명체가 육체를 아예 포기하고 '순수한 에너지로 존재하는 의식'으로 진화한다고 해도, 정보이론과 관련된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날이 갈수록 추워지는 환경에 살아남으려면 가능한 한 생각을 천천히 해야 한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은 미래의 생명체가 정보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길게 늘리거나, 스스로 가수면 상태에 빠져 에너지 소모량을 줄임으로써 생명을 이어갈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정보를 처리하고 생각하는 데에는 수십억 년의 물리적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주관적인 시간은 달라지지 않도록 진화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들은 자신이 1+1을 계산하는 데, 수십억 또는 수조 년의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단 하나의 생각을 떠올리는 데 수조 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어쨋거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생각의 속도가 이 정도로 느린 생명체들은 우주적 규모에서 일어나는 '양자적 전이(Cosmic Quantum Transition)'을 목격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아기 우주의 탄생'이나 '다른 양자우주로 전환' 등의 우주적 양자 사건들은 수조 년에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실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수수한 이론일 뿐이다. 그러나 '암흑기(5단계의 우주)'에서 '수조 년의 시간'은 생명체들에게 단 몇 초에 불과하므로, 이들은 길고 긴 세월에 걸쳐 일어나는 우주적 양자 사건들을 일상적인 시간 규모에서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無에서 태어나는 광경'이나, '다른 우주를 향해 양자적 도약을 일으키는 사건' 등은 이들에게 별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사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4-2. 반론
그러나 최근 들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의 이론에 대한 반론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팽창이 가속되는 우주에서 생명체는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 1954~)'와 '글렌 스타크만(Glenn Starkman)'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수십억 년 전에 우주는 너무 뜨거워서 생명체가 살 수 없었다. 앞으로 장구한 세월이 지나면 우주가 커질 대로 커져서 온도가 0K에 육박할 것이다. 제아무리 똑똑한 생명체라 해도 이런 온도에서는 결코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프리먼 다이슨'은 "현재 절대온도 2.7K인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의 온도는 앞으로 영원히 하강 추세를 유지할 것이며, 모든 지점이 똑같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똑똑한 생명체들은 미세한 온도 차이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 온도가 아무리 떨어져도 0K 아래로 내려갈 수는 없으므로, 이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온도의 하강 속도는 느려진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우주의 온도가 계속해서 떨어지므로, 그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은 항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와 '글렌 스타크만(Glenn Starkman)'은 배경 복사의 온도가 '기븐스-호킹 온도(Gibbons-Hawking Temperature, 약 10-29K)'에 이르면 더 이상 하강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온도에 이르면 우주는 더 이상 추워질 수 없기 때문에, 우주의 온도는 어디서나 일정해질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들은 아무리 효율 높은 열기관을 발명한다 해도 더 이상 에너지를 얻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온도가 완전히 균일해지면 '정보(Information)'의 전달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