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지능 기원설
- 지능이 발달할수록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 인간과 침팬지를 구별하는 유전자
- 인간에게만 있는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 '적은 유전자'로 어떻게 '그보다 많은 뉴런 네크워크'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 인간의 지능은 더 높아질 수 있는가?
1. 지능 기원설
인간은 왜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지능을 갖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은 많지만, 결국 모든 것은 진화론의 원조인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으로 귀결된다.
1-1. 연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능이 발달했다?
한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단계적인 진화를 거쳐왔으며, 아프리카의 기후에 영향을 받아 최초의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무렵 날씨가 추워지면서 숲이 서서히 사라졌고, 우리 선조들은 탁 트인 초원에서 험난한 환경과 포식자들에게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그들은 이런 적대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립 보행을 시작했고, 그와 함께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연장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 무렵에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손가락과 마주 보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리고 연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머리를 계속 써야 했기 때문에 뇌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인간이 연장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연장이 인간을 만든 셈이다.
물론 우리 선조들이 어느 날 갑자기 연장을 만들면서 똑똑해진 것은 아니고, 이 과정은 오랜 세월에 걸쳐 아주 서서히 진행되었다. 연장을 손에 쥔 인간은 초원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지 않은 인간은 서서히 죽어갔다. 여기서 살아남아 자손 번식에 성공한 인간들은 유전자 변이를 겪으면서 뇌의 용량이 커졌고, 그 결과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2. 사회적인 이유로 지능이 발달했다?
인간의 지능이 높아진 이유를 사회적 특성, 집단적 특성에서 찾는 이론도 있다. 인류는 사냥, 농사, 전쟁 등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을 배웠고, 방법이 고도화될수록 집단의 규모도 커졌다. 다른 영장류는 수십 마리 규모로 집단을 이뤘지만, 초기 원시인들은 수백 명이 모여 살았다. 그런데 한 개인이 많은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고 제어하려면, 그만큼 머리를 많이 써야 했다. 그래서 뇌의 용량이 서서히 커졌다는 것이다. 일을 계획하고, 전략을 짜고, 상대를 속이고, 다른 똑똑한 사람을 조종하려면 뇌가 커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먼저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알면, 무리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집단적인 이유로 지능이 발달했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지능 이론(Theory of Machiavellian intelligence)'이다.
1-3.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능이 발달했다?
언어에 초점을 맞춘 지능 발달 이론도 있다.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능이 빠르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언어는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과 '추상적 사고'를 촉진한다. 우리 선조들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사회를 조직하고 지도를 작성하는 등 고도의 지성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동물은 극히 제한적인 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지만, 인간의 평균 수만 개의 어휘를 구사할 정도로 발성기관이 발달했다. 인류는 언어 덕분에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평가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언어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덩치 큰 매머드를 사냥할 때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으며,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미리 알릴 수 있었다.
1-4. 성 선택설
여성이 똑똑한 남성을 선호했기 때문에, 결국 똑똑한 쪽으로 진화했다는 '성 선택설(Sexual Selection)'도 있다. 늑대 무리와 같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 우두머리가 야만적인 힘을 행사하며, 무리 전체를 다스린다. 어쩌다가 다른 수컷이 우두머리에게 도전하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데, 도전자가 이기면 새 우두머리가 되지만 이기지 못하면 처참한 부상을 당한 채 무리를 떠나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점점 똑똑해지면서 힘만으로는 무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숲속에서 포식자를 피해 숨을 때,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할 때, 파벌을 조직하여 우두머리를 몰아내고 싶을 때는 '힘센 사람'보다 '머리 좋은 사람'이 훨씬 유리했다. 그리하여 부족의 우두머리는 점차 '힘센 사람'에서 '똑똑한 사람'으로 바뀌었고, 여성들도 '힘센 남자'보다 '지성적인 남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우수한 두뇌를 가진 후손이 태어나면서, 인류 전체가 점점 빠르게 지능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성 선택설(Sexual Selection)'의 골자다. 이 이론이 옳다면, 뇌의 성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킨 일등공신은 '똑똑한 사람'을 선호했던 여성들이었다. 인간 세계는 남자가 똑똑해야 무리 속에서 우위를 점하고 우월한 후손을 낳을 수 있었다.
2. 지능이 발달할수록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지금까지 '지능 기원설'의 일부를 언급했지만, 모든 '지능 기원설'의 공통점은 지능이 발달할수록 미래를 '시뮬레이션(Simulation)'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도자의 임무는 종족의 앞날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인간의 지능을 향상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 이 정확해야 적절한 계획을 세우고, 동족의 마음을 읽고, 군비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언어 역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동물들도 초보적인 언어를 구사할 줄 알지만, 대부분 시제가 '현재'에 국한되어 있다. 예컨대 나무 뒤에 숨은 포식자가 나타나는 등 당장 눈앞에 위험이 닥쳤을 때, 그들만의 언어로 무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의 언어에는 과거나 미래 시제가 없으며, 동사변형도 없다.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과거와 미래를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인간의 지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 1957~)'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후 처음 수억 년 동안 그들은 '영원한 현재'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당신과 나의 뇌는 그렇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200~300만 년 전에 우리 선조들은 '지금 여기'에서 위대한 탈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3. 인간과 침팬지를 구별하는 유전자
사람의 유전자는 침팬지와 98.5%가 똑같다. 하지만 사람은 침팬지보다 두 배쯤 오래 살고, 인간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침팬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따라서 1.5% 중에 사람과 침팬지를 구별하는 유전자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이 중에서 사람에게만 있는 유전자를 완벽하게 골라내면, 인간의 수명 및 지능과 관련한 유전자도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은 특히 뇌의 진화와 관련 있는 유전자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공상과학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물정보학(Bioformatics)'의 전문가인 '케서린 폴라드(Katherine Pollard)'는 동물의 몸에 칼을 대는 대신 컴퓨터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녀의 목적은 간단 명료하다.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인데, 유전자 염기쌍 중 사람과 침팬지가 다른 부분은 불과 1500만 개뿐이다. '케서린 폴라드'는 연구팀에 들어가 사람과 침팬지의 차이를 규명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연구의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인간에게만 있는 유전자 목록을 알게 되면 '인류의 진화과정'을 알 수 있고, 지능의 비밀도 밝혀질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진행될 진화를 더 빠르게 가속시킬 수 있으며, 한 개인의 지능도 인위적으로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염기쌍 1500만 개는 체계적으로 분석하기에 결코 만만한 수는 아니다.
'케서린 폴라드' 박사는 인간 게놈 대부분이 '잉여 DNA'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진화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다. 잉여 DNA는 오랜 세월에 걸쳐 아주 서서히 변해왔는데, 좀 더 정확시 말하면 4백만 년 동안 약 1%가 변이되었다. 따라서 인간과 침팬지의 DNA가 1.5% 다르다는 것은, 약 6백만 년 전에 진화 나무에서 갈라져 나왔음을 의미한다. 즉, 우리의 세포에는 일종의 분자시계가 내장되어 있는 셈이다. 진화 나무에서 갈라져 나온 후에도 진화가 계속되면서 DNA의 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었으므로, 게놈에서 변형이 빠르게 일어난 지점을 알아내면, '호모 사피엔스'를 탄생하게 한 유전자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케서린 폴라드' 박사는 컴퓨터를 통한 계산을 통해, 게놈의 201개 영역에서 빠른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3-2. HAR1 영역
그중에서도 첫 번째 목록인 '인간 유전자 가속 변형 제1영역(HAR1: Human Accelerated Region 1)'에 있는 118개의 염기쌍은 예상대로 진화를 유도한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118개의 염기쌍이 포함된 게놈 영역에서 가장 많은 변이가 일어났고, 그것이 인간과 원숭이와 다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 염기쌍 중에서 우리가 지금과 같은 인간이 된 후에 변한 것은 18개에 불과했다. 장구한 세월 동안 진화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단 몇 개의 염기쌍에 변이가 일어나면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탄생한 것이다.
그 후 '케서린 폴라드(Katherin Pollard)'와 그녀의 동료들은 인간 게놈에서 HAR1이라는 신비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끝에, 수백만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영장류와 닭은 약 3억 년 전에 진화 나무에서 갈라져 나왔는데, 침팬지와 닭 사이에 서로 다른 염기쌍은 단 2개 뿐이다. 즉, HAR1은 수억 년 동안 단 2개만 변이를 일으켰으니, 사실상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600만 년 사이에 18번이나 일어났다는 것은 이 기간 동안 진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뜻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HAR1이 주름이 많이로 유명한 대뇌피질의 전체적인 형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유전자 서열에서 HAR1 영역에 결함이 생기면, 대뇌피질의 주름이 부족한 상태로 태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뇌회 결손(lissencephaly)' 또는 '매끈한 뇌(Smooth Brain)'이라고 한다. 사람의 대뇌피질은 부피가 클 뿐만 아니라 주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다른 동물보다 대뇌피질보다 표면적이 압도적으로 넓다. 이것이 우리가 탁월한 계산능력을 보유된 비결이다. '케서린 폴라드' 박사는 게놈에서 문자 18개가 바뀐 것이 인간의 지능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이로부터 유전적 진화의 대부분이 결정된다고 결론지었다.
3-3. FOX2 영역
'케서린 폴라드' 박사가 발견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 영역 중에는 이미 알려진 FOX2 영역도 있다. FOX2 영역은 언어를 비롯한 인간만의 특성이 발현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FOX2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얼굴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언어를 구사하기가 어려워진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서열은 이미 규명되었으므로, 인간과의 관계가 침팬지보다 훨씬 가까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우리 유전자와 직접 비교할 수도 있다. 참고로 네안데르탈인의 FOX2 영역은 우리와 똑같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처럼 언어를 구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4. ASPM 영역
ASPM 영역은 두뇌의 기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 다른 영장류보다 지능이 높아진 원인을 ASPM에서 찾고 있다. 선천적으로 뇌가 작은 '소두증(Microcephaly)'은 ASPM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나타나는 병이다. 소두증 환자들은 두개골의 크기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비슷하여 지능이 현저하게 낮다.
과학자들은 ASPM 유전자를 분석한 끝에, 인간과 침팬지가 진화 나무에서 갈라진 후, 지난 600만 년 동안 약 14번의 변이가 일어났음을 알아냈다. 이들 중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변이가 지금과 같은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예컨대, 10만 년 전에 한 변이가 일어났는데, 바로 이 무렵에 아프리카에서 현대인과 거의 똑같인 생긴 인류가 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 변이가 일어났떤 5800년 전에는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처럼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났던 시기'와 '인류의 지능이 급격하게 향상된 시기'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면, 몇 안 되는 유전자 중에서 ASPM이 인간의 지능을 좌우했던 것 같다.
3-5. HAR2 영역
또 다른 영역인 HAR2는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이 부위에 결함이 있는 사람은 복잡한 도구를 다룰 수 없다.
4. 인간에게만 있는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케서린 폴라드' 박사는 인간의 유전자 가운데 침팬지와 공유하면서 변이가 일어난 지점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 바꿔서 침팬지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게놈을 연구할 수도 있다.
2012년 11월, 에든버러대학교 연구팀이 이끄는 한 무리의 과학자들은 오직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게만 있는 RIM-914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유전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100~600만 년 전에 처음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시기는 인간과 침팬지가 진화 나무에서 분리된 후다.)
4-1. 인간의 지능은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이 소식이 알려진 후, '과학자들이 침팬지를 똑똑하게 만드는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과학잡지와 블로그를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유전자가 마침내 발견되었다'는 내용으로 둔갑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전 세계의 네티즌들은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저명한 과학자들이 직접 나서서 '인간의 지능은 단 한 개의 유전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예컨대, 'HAR1(대뇌피질의 주름과 관련된 유전자)'과 'ASPM(뇌의 크기와 관련된 유전자)'을 변형시켜 침팬지의 뇌를 복잡하게 만들면, 다른 유전자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 변형될 것이다. 일단 머리가 커지면 그것을 떠받치는 목 근육이 강해져야 하고, 몸의 전체적인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머리가 아무리 좋아져도 도구를 다루는 손가락을 제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좋아진 머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HAR2(손가락의 기능을 강화하는 유전자)'도 달라져야 한다. 또 침팬지는 걸어갈 때 손과 발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척추를 똑바로 세우고 두발로 걷도록 다른 유전자도 변형되어야 한다. 또 침팬지가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없으면, 머리가 좋아져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으므로, FOX2 유전자가 변형되어 사람처럼 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침팬지가 똑똑해지면 태아의 머리도 커질 것이므로, 암컷의 산도(Birth Cannal)'가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만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도록 여러 유전자를 수정한 후에야 비로소 인간과 비슷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영화' 혹성탈출'에 나오는 것처럼 똑똑한 원숭이를 만드는 것은 해부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처럼 똑똑해지려면 두뇌 이외에 부수적으로 변해야 할 부위가 너무 많다. 따라서 원숭이의 지능을 사람처럼 만드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4-2. ARHGAP11B
그런데 최근에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인간에게서만 발견되고 뇌를 크게 하고 뇌줄기세포 형성을 유발하는 ‘ARHGAP11B’라는 유전자를 원숭이의 수정란에 끼워 넣는 실험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이 유전자를 주입한 원숭이의 신피질 두께는 일반 원숭이의 무려 두 배였고 뇌주름도 인간 수준으로 발달하였다. 충격을 먹은 연구진들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즉시 연구를 중단시켰으나 이는 유전자 하나만으로도 지능을 엄청나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섬뜩한 연구였다.
5. '적은 유전자'로 어떻게 '그보다 많은 뉴런 네크워크'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지금 과학자들은 인간의 지능이 높아지게 된 생물학적 원리를 빠르게 밝혀나가고 있다. 특히 HAR1이나 ASPM과 같은 유전자 영역은 뇌의 비밀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인간의 게놈은 수 만개의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수만 개뿐인 유전자로 1000조 개에 가까운 뉴런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일까?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게놈이 '뉴런'을 모두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뇌가 형성되던 과정에서 다양한 '지름길'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5-1. 뉴런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 없다.
첫째, 상당수의 뉴런이 무작위로 연결되어 있어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 없다. 신생아의 뇌는 이런 이런 상태로 태어난 후,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특정한 연결 부위가 강화된다.
5-2. 자연은 유용한 것이 있으면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대부분은 자연이 그렇듯이 사람의 뇌는 스스로 반복되는 패턴을 갖고 있다. 자연은 무언가 유용한 것이 있으면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600만 년 동안 인간의 지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변한 유전자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도 이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두뇌의 크기가 중요하다. 만약 ASPM과 다른 몇 개의 유전자를 변형한다면 두뇌가 더 크고 복잡해져서 지능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크기가 커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뇌의 구조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능이 향상되려면 회백질이 많아야 하므로, 크기가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6. 인간의 지능은 더 높아질 수 있는가?
6-1. 인간의 전체적인 진화는 거의 끝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진화할수록 머리가 커지고 몸의 털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머리가 엄청 크고 큰 눈에 푸른 피부를 가진 외계인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학자들은 인간의 전체적인 진화가 거의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이미 직립보행을 하고 있으므로, 산도를 통과할 수 있는 태아의 머리 크기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첨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변 환경이 너무 쾌적해진 탓에, 더 이상 적응할 대상이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좋은 시력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의 하나였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쁜 시력은 더 이상 핸디캡이 되지 않는다. 즉, 광학이 발전하면서 근시 유전자가 살아남을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진화는 똑똑한 인간을 골라내는 쪽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변화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천 년 전보다는 확실히 느려졌다.
다만 유전자와 분자 단위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간은 생화학적으로 주변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왔다. 열대지방에서 말라리아와 싸웠던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소를 기르고 우유를 마시면서 몸 안에 '유당(Lactose Sugar)'를 분해하는 효소가 만들어진 사람도 많고, 농업혁명과 함께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면서 몇 가지 변이가 일어났다. 또 사람들은 지금도 짝을 고를 때 건강하고 유능한 상대를 선호하므로, 사회 적응에 부적절한 유전자는 계속 도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변화가 아무리 오래 지속된다고 해도, 우리 몸의 기본 구조와 뇌의 크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6-2. 물리법칙 때문에 생물학적 지능에는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뇌에 적용되는 물리학 제1법칙은 '물질과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즉, 고립된 계에 들어 있는 물질과 에너지의 양은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난도의 정신노동을 수행할 때, 우리의 뇌는 다양한 지름길을 찾아간다. 예컨대 우리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에너지 절약 트릭을 이용하여 실제 모습에 수정을 가한 결과다. 위기가 닥쳤을 때 세세한 요인들을 일일이 분석하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투입되어 결론을 내리기 전에 큰 화를 입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감정(emotion)'이라는 형태로 빠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한다. 기억을 잊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법이다. 우리의 뇌는 저장된 기억 중 당장 필요한 일부만을 떠올린다.
현재 지능의 발달은 물리법칙에 의해 한계에 도달했다. 따라서 앞으로 인간의 지능을 더 높이려면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또 인공적으로 지능을 높이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며, 바로 이 대가 때문에 인위적인 지능 개선에 한계가 생긴다. 뇌의 용량을 늘이거나, 밀도를 높이거나,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들 때마다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부작용이란 무엇일까?
- 뇌의 부피를 키우면: 뇌의 부피를 키우면 지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은 뇌의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많이 쓰면 정보처리 과정에서 지금보다 많은 열이 발생하고, 결국 체온이 올라가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우리 몸은 화학 반응과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체온이 늘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 뉴런의 길이를 확장하면: 뉴런이 지금보다 길어지면 신호전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려,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 뉴런을 가늘게 만들면: 뉴런을 지금보다 가늘게 만들면,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뉴런을 욱여넣을 수 있다. 그러나 뉴런이 가늘어질수록 축삭 돌기 안에서 복잡한 '화학적 반응'과 '전기적 반응'이 일어나기 어려워지다가 결국 오동작을 하게 된다. 안 그래도 뉴런이 전기신호를 발생시킬 때 사용하는 단백질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하다. 바로 이것이 모든 한계의 근원이다.
- 뉴런을 굵게 만들면: 반대로 뉴런을 지금보다 굵게 만들면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져서 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뉴런이 굵어지면 뇌의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신호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길어진다.
- 뉴런들 사이의 연결망을 복잡하게 만들면: 뉴런들 사이의 연결망을 복잡하게 만들어도, 에너지를 더 소모하여 추가열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연결망이 복잡해지면 뇌가 커지고 정보처리 속도는 느려진다.
보다시피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여러 가지 물리적 요인을 고려해 봤을 때, 인간의 지능은 이미 최고조에 도달한 것 같다. 아무런 부작용 없이 뇌의 크기를 키우거나 뉴런의 특성을 바꾸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인간의 지능은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