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물리학 (Physics)

반물질(Antimatter)

SURPRISER - Tistory 2022. 7. 21. 17:11

 소설가 '댄 브라운(Dan Brown)'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빈치 코드(DaVinci Code)'를 떠올리겠지만, 이보다 먼저 발표했던 '천사와 악마(Angel and Demon)'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었다. 이 소설에는 소수의 극단론자들의 단체인 '일루미나티(Illuminati)'가 '유럽 입자 가속기 센터(CERN: Conseil Europeean Pour La Researehe Nucleaire)'에서 훔친 '반물질(Antimatter)'로 '반물질 폭탄'을 만들어 '바티칸(Vaticana)'을 폭파시킨다는 끔찍한 계획을 세운다. 이 부분에서는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접촉하면 수소폭탄을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물론 '반물질 폭탄'은 현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반물질'은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물질이다. 물리학자들은 강력한 가속기를 이용하여 극소량의 '반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원자폭탄(Atomic Bomb)'도 효율성을 따져보면 1%를 넘지 않는다. 이는 폭탄에 사용된 '우라늄(U, 원자번호 92번)'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물질로 폭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효율은 정확하게 100%이다. 즉, 모든 '질량(Mass)'이 '에너지(Energy)'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반물질 폭탄'은 '원자 폭탄'과 비교도 안될 만큼 강력한 셈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반물질 속에 들어 있는 물질의 50%가 파괴력을 발휘하고, 나머지는 '뉴트리노(Neutrino)'와 같이 감지되지 않는 입자의 형태로 사방에 흩어진다.

0. 목차

  1. 반물질(Antimatter)
  2. 반물질은 어떻게 보관하는가?
  3. 천연 반물질
  4. 반물질의 기원
  5. '전하가 없는 입자'의 반물질 파트너
  6. 반우주(Antiuniverse)
  7. 과거로 가는 파동

반수소(Anti-hydrogen)

1. 반물질(Antimatter)

 20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물리학자들은 '원자(Atom)'라는 것이 원 궤도를 도는 '전자(Electron)'와 그 중심에 위치에 위치한 작은 '원자핵(Nucleus)'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자'는 '음전하'를 띠고 있고, '원자핵'은 '양전하'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원자핵과 전자가 발견된지 머지않아 '원자핵'은 '양전하'를 띤 '양성자(Proton)'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Neutron)'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졌다.

1-1. '양전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1930년대에 이르러 각각의 '입자(Particle)'마다 그들의 파트너에 해당하는 '반입자(Anti-particle)'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리학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반입자(Anti-particle)'란 입자와 질량이 같고 전기전하의 부호가 반대에다. 최초로 발견된 반입자는 '전자(Electron)'의 파트너인 '반전자(Antielectron)'였다. '반전자'는 '양전자(Positr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양전자(Positron)'은 전하가 '양수(+)'라는 것만 빼고 모든 물리적 특성이 '전자(Electron)'과 동일하다. 물리학자들은 인공적으로 만든 구름 상자 속에서 우주선의 사진을 찍다가 양전자를 발견했다. (구름 상자 속에서는 양전자의 궤적이 매우 뚜렷하게 봉니다. 상자 속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면 전자와 양전자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다.)

1-2. 반양성자를 만들어냈다.

 1955년에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물리학자들이 입자가속기 '베바트론(Bevatron)'을 이용하여 역사상 최초로 '반양성자(Anti-proton)'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반양성자(Anti-proton)'은 음전하를 띠고 있다는 것만 빼고 '양성자(Proton)'과 동일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 '야전자'와 '반양성자'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므로, '반양성자' 주위를 '양전자'가 돌고 있는 원자인 '반원자(Anti-atom)'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반원자(Anti-atom)'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 앞에 반(Anti)'자가 붙은 새로운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반화학물질(Anti-chemical substance)' '반인간(Anti-human)', '반지구(Anti-earth)', '반우주(Anti-universe)' 등이 모두 가능하다.

1-3. '반수소 원자'를 만들어냈다.

 원리적으로는 아무리 복잡한 물질이라 해도, 그에 대응하는 반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유럽 입자가속기 센터(CERN)'의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나 시카고 외곽에 있는 '페르미 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의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rator)'를 이용하면 소량의 '반수소(Anti-hydrogen)'을 만들 수 있다. 1995년에 CERN의 물리학자들은 아홉 개의 '반수소(Anti-hydrogen)' 원자를 만들어냄으로써 입자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르미 연구소'에서도 반수소 원자 100개를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원자(Anti-atom)'은 완전한 진공상태에서 영원히 유지되도록 보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용기의 벽을 이루고 있는 일상적인 원자의 충돌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반원자는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소멸한다.

 '입자 가속기'를 이용하여 고에너지의 '양성자빔(Proton Beam)'을 표적 샘플에 쏘면 '아원자 입자(중성자, 양성자, 전자처럼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다량으로 생성되는데, 여기에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주면 반양성자의 속도가 크기 줄어들기 때문에 따로 골라낼 수 있다. 이들을 '나트륨-22'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된 '양전자(Positron)'와 만나게 하면 '반수소(Anti-hydrogen)'가 만들어진다.

수소와 반수소

2. 반물질은 어떻게 보관하는가?

 하지만 반물질 몇백 그램을 만들어내면 웬만한 국가 살림을 간단하게 거덜 낼 정도로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2004년에 CERN에서 1조 분의 몇 그램의 반물질을 만드는 데에도 무려 2천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반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돈도 말도 안 되게 많이 들어가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간 문제이다. 2004년에 반물질을 만들었던 것처럼 같은 가격과 방법으로 반물질을 만들어 낸다면, 반물질 생산공장을 수천억 년 동안 쉬지 않고 가동해야 간신히 1g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반물질을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지만, 한 번 생산된 반물질을 보관하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이다. '물질(Matter)'과 '반물질(Anti-matter)'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폭발'이 일어나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사라진다. 따라서 반물질을 평범한 용기에 넣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반물질이 용기의 내벽과 닿는 순간 곧바로 폭발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렇게 위험천만한 반물질은 어디에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반물질을 이온화시켜서 이온 기체로 만든 후 '자기 호리병(Magnetic Bottle)'에 속에 가두는 것이다. 여기서 '자기 호리병'은 진짜 병이 아니라 호리병 모양으로 형성된 자기장을 의미한다. 자기장 속에 '반물질 이온(Anti-matter ion)'은 '나선 궤적'을 그리면서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용기의 벽에 닿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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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천연 반물질

3-1. 우주에는 왜 반물질보다 물질이 많은가?

 지구에서 반물질을 생산해 내기가 어렵다면, 우주 공간에서 반물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우주에 존재하는 반물질은 아주 극소량에 불과하다.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물리학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반물질이 그렇게 희귀하다면, 우리의 우주가 반물질이 아닌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이유를 설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우주 초창기에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같다고 가정해왔는데, 알고 보니 반물질보다 물질이 많았던 것이다.

 구 소련에서 수소폭탄을 설계했던 '안드레이 사하로프(Andrei Sakharov)는 이 문제에 대해 그럴듯한 해답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빅뱅이 일어난 직후에 물질과 반물질 사이에는 약간의 비대칭이 존재했다. 즉,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 많았는데, 이 약간의 대칭 붕괴를 'CP 대칭성 깨짐(CP violation)'이라고 한다.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은 지금도 이 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상쇄를 일으켜 사라지고, 물질의 초과분이 지금의의 우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자들은 물질과 반물질의 범우주적 상쇄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투리 물질인 셈이다.

3-2. 우주에서 '천연 반물질'을 찾는 방법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론은 소량의 반물질이 아직도 우주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의 이론이 맞다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반물질을 찾아서 반물질 엔진의 제작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물잘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나의 '전자(Electron)'과 하나의 '양전자(Positron)'가 만나면, 약 1.02'MeV(메가전자볼트)'에 해당하는 감마선(Gamma-razy)'을 방출하면서 소멸된다. 따라서 우주에서 이 에너지에 해당하는 감마선을 추적하면, '천연 반물질'이 있는 장소를 알아낼 수 있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윌리엄 퍼셀(William Purcell)'은 은하수 중심 근처에서 반물질의 샘을 찾아냈다. 이곳에서 관측된 1.02MeV의 감마선은 반물질이 수소 기체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반물질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빅뱅 때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반물질의 샘이 우주의 다른 곳에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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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파멜라 위성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의 과학자들은 반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역을 체계적으로 수색하기 위해 '반물질 탐색 전문 위성'인 '파멜라호(PAMELA: Paylod for Antimatter-Matter Exploration and Light-Nuclei Astrophysics)'를 개발하여 2006년에 궤도에 진입시켰다. 과거에는 관측용 풍선이나 우주왕복선을 통해 반물질 관련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데이터의 분량이 일주일을 넘지 않았지만, 파멜라 위성은 수 년 이상 궤도에 머물면서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연구팀의 일원인 로마대학의 '피에르조르지오 피코차(Piergioegio Picozza)'는 파멜라 위성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반물질 탐색 장치라고 하였다. '파멜라 위성'은 '초신성(Supernova)'과 같은 일상적인 천체에서 방출되는 '우주선(Cosmic Ray)'과 함께 '반항성(반물질로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별)'의 우주선(Cosmic Ray)'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반항성(Anti-star)'의 내부에서 생성될 것으로 예층되는 '반헬륨(Anti-heilium)'을 탐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늘날의 대부분 물리학자들은 빅뱅 직후에 모든 반물질이 물질과 만나면서 상쇄되었다고 믿고 있지만, 파멜라 위성을 쏘아 올린 과학자들은 '초기의 상쇄 과정에 연루되지 않은 반물질'이 아직도 '반항성(Anti-Star)'의 형태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가지고 있다.

3-4. 우주에서 반물질 포획하기

 우주 깊은 곳에 반물질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그중 일부만이라도 수거하여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NASA 산하의 고등 개념연구원은 우주에서 '반물질'을 수집하여 항성 간 항해를 하는 '반물질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반물질을 수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듯이 반물질을 포획하는 어망이다. 하지만 반물질을 채취하는 초대형 탐사선이 워낙 복잡하고 값도 비싸기 때문에, 금세기 말이나 다음 세기 초쯤 돼서야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반물질 포획 장치'는 중심점을 공유하는 세 개의 '동심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구(Sphere)'는 격자 모양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구는 격자 모양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일 바깥에 있는 '구(Sphere)'는 직경이 16km이며, 양전하가 대전되어 있어서 양전하를 띤 양성자는 밀어내고 음전하를 띤 '반양성자(Anti-proton)'는 잡아당긴다. 이런 식으로 바깥쪽 구가 끌어모은 '반양성자(Anti-proton)'들은 중간 구를 지나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지름이 100m가량 되는 안쪽 구에 도달하면 '자기 호리병(Magnetic Bottle)'에 저장된다. 그 후 '반양성자(Anti-proton)'와 '양전자(Positron)'를 결합시켜, '반수소(Anti-hydrogen)'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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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반물질의 기원

 자연은 왜 '반물질(Antimatter)'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소립자(Elementary Particle)'의 종류를 두 배로 늘여놓았을까? 대개의 경우 자연은 매우 효율적이고 절약정신이 투철해서 필요 없는 것을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한 '반물질'은 도무지 필요가 없는 존재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반물질'이 존재하면, '반우주(Anti-universe)'도 존재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반물질'의 기원을 추적해야 한다.

4-1. 상대론적 파동 방정식

 '반물질'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폴 디랙(Paul Dirac, 1902~1984)'이 1928년에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는 '아이작 뉴턴'의 뒤를 이어 케임브리지 대학의 루카스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폴 디랙(Paul Dirac)'은 1902년에 태어나 20대 초반의 나이에 '양자 혁명'을 맞이했다. 당시 그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몰아닥친 양자역학 붐에 지적 충격을 받아 물리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양자론(Quantum Theory)'에 의하면, 전자와 같은 입자들은 파동이며, 이들의 거동은 그 유명한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의 '파동 방정식(Wave Equation)'으로 서술된다. 파동은 특정한 위치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을 의미한다. 그런데 '폴 디랙'은 슈뢰딩거의 방정식에서 결점을 발견했다. 이 방정식은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Electron)'만을 서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자의 속도가 빨라지면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에는 '상대성 이론'이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았다. '폴 디랙'은 곧바로 '슈뢰딩거의 방정식'에 '상대론적 효과를 고려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1928년이 되어 슈뢰딩거 방정식을 파격적으로 수정한 '상대론적 파동 방정식'을 발표하였다. 깡마른 26세의 젊은 청년이 전 세계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것이다. 디랙은 '스피너(Spinor)'라는 고차원적 양을 교묘하게 다뤄서, 전자가 만족하는 '상대론적 파동 방정식'을 유도할 수 있었다. 신기한 수학적 객체가 갑자기 우주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에 적응하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4-2. 디랙 방정식

 '폴 디랙'은 새로운 방정식을 유도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방정식 E=mc2에도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 방정식은 사실 부분적으로만 옳은 방정식이다. 모든 경우를 커버하려면 E=±mc2로 수정되어야 한다. 마이너스 부호가 등장한 이유는 어떤 양의 수학적 제곱근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의의 숫자의 제곱근은 항상 양수와 음수, 두 개가 존재한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음의 에너지(Negative Energy)'라는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물리학의 기본 공리에 의하면, 모든 물체는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로 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음의 에너지를 허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처럼 보였다. '폴 디렉'의 주장대로 E=±mc2를 수용한다면 결국 모든 전자는 음의 무한대 에너지로 떨어질 것이고, '폴 디랙'의 이론은 안정성을 잃게 된다.

 그래서 '폴 디랙'은 '디랙의 바다(Dirac sea)'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즉, 모든 음에너지 상태가 이미 점유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는 음에너지로 떨어지지 않고, 따라서 우주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감마선이 음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전자는 양에너지 상태로 튀어 올라온다. 다시 말해서 감마선이 '일상적인 전자'와 '디랙의 바다에 뚫린 구멍'을 낳는 것이다. 이 구멍은 진공 중에서 일종의 거품처럼 행동한다. 즉, 전하의 부호는 '양(+)'이고 전자와 질량이 같은 또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눈치챘겠지만, 이 구멍이 바로 '반전자(양전자)'에 해당한다. 디랙의 이론에 의하면, '반물질'은 '디랙의 바다'에 존재하는 거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디랙 방정식(Dirac Equation)'이 두 가지 형태의 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반물질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이중 하나는 물질에 해당하고 다른 하나는 반물질에 해당한다. '반입자'의 존재가 예견된지 몇 년 이 지난 후에 '칼 앤더슨(Carl Anderson)'이 실제로 '양전자(Positron)'를 발견했고, '폴 디랙'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33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디랙 방정식'은 반물질뿐만 아니라 전자의 '스핀(Spin)'도 예견했다. 대부분의 소립자들은 회전하는 팽이처럼 자전하고 있는데, 특히 전자의 자전 효과는 트랜지스터와 반도체에 전자의 흐름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스티븐 호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디랙이 자신의 방정식에 특허를 출원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그가 디랙 방정식의 특허를 소유했다면, 모든 TV, 워크맨, 비디오게임, 컴퓨터에서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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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하가 없는 입자'의 반물질 파트너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반입자(Anti-Particle)'는 일상적인 입자와 반대 부호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전하가 없는 입자'의 반물질 파트너는 무엇일까? '전하가 없는 입자'란 빛의 입자인 '광자(Photon)'나 중력을 전달하는 입자인 '중력자(Graviton)' 등을 말한다. '전하가 없는 입자'의 반입자는 자기 자신이다.

 예컨대 '중력자'의 반입자는 '중력자'이다. 다시 말해서 '중력'과 '반중력'을 동일하다는 뜻이다. 중력이 '인력'이라고 해서 '반중력'이 '척력'이 아니다. '중력(Gravity)'과 '반중력(Anti-Gravity)' 모두 '인력'이다. 따라서 반물질은 지표면에서 위로 떠오르지 않고 일상적인 물질처럼 아래로 떨어진다. 다만, 물리학자들이 이렇게 믿고 있는 것이지, 실험실에서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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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반우주(Antiuniverse)

 디랙의 이론은 더욱 심오한 질문에도 답을 해주고 있다. 그러면 '반우주(Anti-Universe)'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의 '운동 방정식(Equations of motion)'이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Field Euations)' 등 물리학의 중요한 방정식에서는 좌우를 거꾸로 바꾸거나, 전하의 부호를 거꾸로 바꾸거나,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바꿔도, 방정식의 형태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C-반전 우주'나 'P-반전 우주'는 'T-반전 우주'가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실제로 물리학자들은 쌍둥이 우주의 존재 여부를 진지한 자세로 연구하고 있다. 이런 우주는 실제로 존재할까? 다른 '반전 우주'들은 거두절미하고, 'CPT가 모두 반전된 우주(CPT-반전 우주)'는 이론상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좌우가 바뀌고, 전하의 부호도 반대이면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우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와 동일한 물리법칙을 만족한다는 뜻이다. 

  1. C-반전 우주: 전하의 부호가 바뀐 우주(반물질로 이루어진 우주)
  2. P-반전 우주: 좌우가 바뀐 우주
  3. T-반전 우주: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우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CPT-반전 우주' 에 사는 외계인과 정상적인 통신을 할 수 없다. 이들이 사는 행성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때문에, 모든 대화는 곧바로 미래 속으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 외계인들은 무언가를 듣자마자 곧바로 잊어버리는 희한한 종족인 것이다. 'CPT-반전 우주'가 물리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이들과 교류할 수는 없다.

7. 과거로 가는 파동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을 빛에 대해 풀면 두 개의 해가 얻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한 곳에서 다른 곳을 향해 정상적으로 이동하는 '뒤처진 파동(Retarding Wave)'이고, 다른 하나는 빛이 미래에서 출발하여 과거를 향해 달려가는 '앞서가는 파동(Advanced Wave)'이다.

 20세기에 공학자들은 과거로 진행하는 '앞서가는 파동'을 수학적인 부산물쯤으로 생각했다. 뒤처진 파동이 '라디오'나 '마이크로파', 'TV', '레이더', 'X-선' 등 다양한 현상을 정확하게 예견하고 있었으므로, 나머지 해는 별생각 없이 무시해 버렸다. '뒤처진 파동'이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굳이 '앞서가는 파동'까지 챙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에게는 '앞서가는 파동'이 심각한 골칫거리였다. '맥스웰 방정식'은 현대물리학의 기념비적인 업적이었으므로, 빛이 미래로 가건 과거로 가건 간에, 방정식에서 얻어진 모든 해는 철저히 분석되어야 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과거로 가는 파동을 무시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자연은 왜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이토록 희한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을까? 조물주의 심술궂은 농담일까? 아니면 무언가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7-1. '과거로 가는 파동'은 '반물질'이었다.

 과거로 가는 파동의 미스터리를 해결한 사람은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 Dynamics)'의 원조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이었다.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원자폭탄을 만드는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에 참여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로스 알라모스'를 떠나 '프린스턴 대학'에서 '존 휠러'의 지도하에 연구를 진행했다. 파인만은 전자의 운동을 서술하는 '디락 방정식(Dirac Equation)'을 분석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디락 방정식'에서 '시간이 흐르는 방향'과 '전자의 전하'를 반대로 바꿔도 방정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곧 '미래로 진행하는 전자'와 '과거로 진행하는 반전자'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원로 교수들은 파인만의 해석이 수학적 트릭에 불과하다며 그의 아이디어를 무시해버렸다. 사실 과거로 간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들리긴 하지만, '디락의 방정식'은 이 점에서 매우 단호하고도 명백했다. '리처드 파인만'은 자연이 과거로 진행하는 허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것은 바로 '반물질(Anti Matter)'의 운동을 서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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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파인만 다이어그램

 '리처드 파인만'이 당시 좀 더 연륜이 많고 꽉 막힌 물리학자였다면, 이 이상한 해를 그냥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젊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파인만은 '과거로 가는 파동'을 계속 파헤쳐서 끝장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문제를 깊이 파고들수록 더욱 이상한 사실들이 속속 발견되었다. 일반적으로 '전자(Electron, e-)'와 '반전자(Anti-Electron, e+)'가 충돌하면 '감마선(Gamma ray)'을 방출하면서 사라진다. 그는 두 개의 물체가 충돌하여 폭발적인 에너지를 방출하고 '무(無)'로 돌아가는 과정을 연구 노트에 '다이어그램(Diagram)'으로 그려보았다. 이것을 '파인만 다이어그램(Feynman Diagram)'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자(Anti-Electron, e+)'의 전하를 바꾸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전자(Electron, e-)'가 된다. 이것을 다시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면, 전체적인 모양에는 변화가 없고,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화살표의 방향만 반대로 뒤집힌다. 이렇게 그려놓고 보면 전자가 시간을 따라 움직이다가 갑자기 과거로 진행하는 모양이 된다. 시간의 순방향을 따라 진행하던 전자가 갑자기 시간 축을 따라 U-턴을 하여 과거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된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같은 전자였던 것이다. 전자와 반전자가 만나서 소멸되는 과정은 미래를 향해 가던 하나의 전자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과거로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었다.

 이로써 파인만은 반물질이 감추고 있는 진정한 비밀을 알아냈다. '반물질(Anti-matter)'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일상적인 물질'이었다. 그리고 모든 입자에 반입자 파트너가 존재하는 이유도 분명해졌다. 모든 입자는 과거로 거슬러갈 수 있고, 과거로 가는 입자는 '미래로 가는 반입자'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한 덩어리의 반물질이 물질과 충돌하여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고 가정해 보자. 이 과정에서 수조 개의 전자와 수조 개의 반전자가 소멸한다. 하지만 '미래로 가는 반전자'의 시간과 전하의 부호를 뒤집어서 '과거로 가는 전자'로 대치하면 이 과정은 동일한 전자가 과거와 미래 사이를 수조 번 오락가락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면 하나의 전자는 시간을 오락가락하게 된다. 이 전자가 시간축에서 U-턴을 하여 반전자가 되고, 반전자가 다시 한번 시간축에서 U-턴을 하면 전자가 된다.

파인만 다이어그램(Feynman Diagram)

7-3. 반물질을 통해 과거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파동'인 '앞서가는 파동'이 '미래에서 오는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파동을 잘 활용하면 메시지를 과거로 보내서 우리의 선조들에게 앞으로 닥칠 위험을 미리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예컨대 과거의 아버지에게 'IMF 외환 위기를 조심하라'는 메세지를 과거로 보낸다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파동이 과거로 간다고 해서 시간 여행을 하듯 당신까지 과거로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지 메시지만 보낼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과거의 사람들에게 위험을 미리 알려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일 것이다.

 반물질의 정체가 '과거로 가는 물질'이라면, 과거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답은 '아니오!'이다. 반물질을 물질의 색다른 형태로 간주하고 실험을 실행하면, 모든 결과가 인과율을 만족한다. 즉, 원인이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앞서서 일어난다. 그리고 '반전자(e+)'의 시간을 반대로 뒤집어서 과거로 보내는 것은 수학적인 연산일 뿐 물리학 자체는 조듬도 변하지 않으며, 실험 결과도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가 시간을 오락가락한다는 것은 분명히 옳은 해석이다.

 그러나 전자가 '과거를 바꾸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실현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양자이론의 타당성을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인과율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 '리처드 파인만'은 '앞서가는 파동(과거로 가는 파동)'과 '뒤처진 파동(미래로 가는 파동)'의 기여도를 모두 더하면 인과율에 위배되는 항들이 깨끗하게 상쇄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따라서 인과율이 유지되려면 반물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반물질이 없다면 인과율은 당장 와해되고 말 것이다.

 파인만은 이 아이디어의 근원을 끝까지 추적하여 전자를 서술하는 양자이론을 기어이 완성했다. 그가 창안한 '양자전기역학(QED: Quantum Electrodynamics)'은 역사상 가장 정확한 과학 이론으로서, 이론과 실험의 오차가 100억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는 이 업적을 인정받아 1965년에 '줄리안 슈빙거(Julian Schwinger)', '도모나가 신이치로(Tomonaga Sinichiro)'와 함께 노벨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