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체(Transparent Medium)'는 오랜 세월 동안 공상 과학이나 판타지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왔다. 그러나 '투명체'의 존재는 '광학의 법칙'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어떤 물체도 '투명해지기 위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투명체의 발명은 불가능한 과제로 단정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메타물질(Metamaterial)'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광학 교과서는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메타 물질'은 '미디어 분야', '군사 분야'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0. 목차
- '투명체'의 역사
-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
- 메타물질(Metamaterial)
- 가시광선을 통과시키는 메타물질 만들기
1. '투명체'의 역사
1-1. 그리스 시대부터 투명체를 상상했다.
투명체와 관련하여 가장 오래된 역사는 아마도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으슥한 밤에 죽은 자의 영혼을 느끼면서 두려움에 떨곤 했다. 그리스신화의 영웅인 '페르세우스(Perseus)'는 자신의 모습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도록 가려주는 투구를 무기 삼아 '메두사(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를 죽이는데 성공한다. 정말 투명 망토가 개발된다면, 아무 때나 적진에 침투하여 치명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군대에서 제일 반가워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군대뿐만 아니라 범죄자들도 초대형 규모의 절도행각을 아주 쉽게 벌일 수 있을 것이다.
투명체는 '플라톤(Platon, BC428?~BC347?)'의 윤리와 도덕론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의 대표적인 철학서인 '국가론(The Republic)'에 등장하는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리디아(Lydia)'의 가난하지만 정직한 양치기인 '기게스(Gyges)'는 어느 날 우연히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가 이상한 무덤을 발견한다.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시체는 금으로 된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있었는데, 이 반지는 사람의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양치기는 실험 삼아 반지를 이리저리 사용해 보다가, 그 환상적인 능력에 완전히 중독되고 말았다. 결국 그는 왕의 궁전으로 몰래 들어가서 왕비를 유혹하는 불경을 저질렀고, 나중에는 왕비와 작당하여 왕을 살해한 후, '리디아'의 왕으로 등극하였다.
이 글에서 플라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의지대로 타인을 죽이거나 타인의 재물을 훔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적절한 환경만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타락할 수 있다. 평소에 제아무리 도덕적이고 성실하며 솔직한 사람이라 해도, 투명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고 나면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1-2. 공상과학물에서도 '투명체'는 자주 등장한다.
투명체는 공상과학물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1930년대에 발표된 '플래시 고든(Flash Forden)'시리즈에서, 주인공 '플래시'는 잔인한 외계인 황제 '밍(Ming)'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투명 인간이 된다. 또 판타지물 '해리포터(Harry Potter)'에서는 '호그와트(Hogwarts)'의 성을 몰래 돌아다닐 때 투명 망토를 뒤집어쓴다.
'하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1946)'는 그 유명한 소설 '투명 인간(The Invisible Man)'을 통해, 투명체에 대해 갖고 있던 사람들의 환상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이 소설에서는 한 의학도가 4번째 차원으로 진입하는 통로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투명 인간이 된다. 그러나 그는 이 환상적인 능력을 주로 범죄에 사용했고, 결국은 경찰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주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2.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
2-1. 맥스웰 방정식의 탄생
19세기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 등장하면서, 물리학자들은 '광학과 관련된 법칙'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실험에 뛰어났던 반면,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제임스 클럭 맥스웰'은 고등 수학의 대가였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학하면서 수리물리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맥스웰'은 200년 전 이곳에서 운동 법칙을 밝혀냈던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의 맥을 이어, 전기와 자기를 지배하는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또 하나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아이작 뉴턴'은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여 '미적분학(calculus)'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뉴턴의 운동법칙에서 얻어진 미분방정식을 풀면, 시공간 안에서 물체가 그리는 매끄러운 궤적을 계산할 수 있다. 바다의 파도, 유체의 흐름, 기체의 확산, 포탄의 궤적 등 모든 물체의 움직임은 미분방정식의 언어로 표현된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마이클 패러데이'가 알아낸 역장의 변화를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하였다.
맥스웰의 이론은 '전기장은 자기장으로 변할 수 있고, 자기장은 전기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마이클 패러데이'의 혁명적인 발견에서 시작된다. 그는 '마이클 패러데이'의 역장을 일련의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이다. 이 방정식은 현대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방정식 중 하나로서, 보기에도 끔찍한 여덟 개의 미분방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방정식'을 두고 '뉴턴 이후 물리학이 이루어낸 가장 심오하고 풍성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창시할 수 있었던 것은 '맥스웰 방정식' 덕분이다.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였던 맥스웰은 불행히도, 48세의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만약 그가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자신의 방정식으로부터 시공간의 변형이 유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을지도 모른다. 이 결과는 '상대성이론'과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쩌면 상대성이론의 창시자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2. 빛의 정체는 '전자기파'였다.
'맥스웰 방정식'을 유도한 '맥스웰'은 그 후에 또 다른 질문을 떠올렸다. 자기장이 전기장으로 변환될 수 있고 전기장이 자기장으로 변환될 수 있다면, 혹시 이들이 끊임없이 변환되면서 어떤 영구적인 패턴을 형성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기장-자기장'이 해변의 파도와 비슷하게 일종의 파동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파동의 속도를 계산했는데, 놀랍게도 그 결과는 이미 알려진 빛의 속도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는 1864년에 이 획기적인 사실을 알아낸 후, '계산 결과가 너무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빛은 전자기적 요동의 산물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다. 빛은 전자기적 요동의 산물이다.'라고 예언했다. 이로써 '빛(light)'의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2-3. 투명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빛과 관련된 맥스웰'의 이론과 '현대의 원자론'을 함께 고려하면, 다음과 같이 '투명체'의 광학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고체 속의 원자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단단하게 묶여 있는 반면, 액체나 기체를 이루는 분자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고체가 불투명한 이유는 원자들이 너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빛을 통과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체나 기체의 경우 분자들 사이의 간격이 빛의 파장보다 길기 때문에, 빛이 그 사이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물, 알코올, 암모니아, 아세톤, 과산화수소, 가솔린 등의 액체가 투명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소, 수소, 질소,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기체가 투명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모든 고체가 불투명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체들은 고체이지만 투명하다. 알다시피, 결정체 속의 원자들은 정확한 격자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마치 그물망처럼 원자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기 때문에 그 사이로 빛이 통과할 수 있다. 다른 고체들처럼 다른 고체들처럼 결합되어 있지만,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빛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고체의 원자들이 무작위로 배열되어 있는 경우에도 '어떤 특정한 조건'하에서는 투명해질 수 있다. 특정 물질을 높은 온도까지 가열했다가 빠르게 식히면 된다. 예컨대 유리는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고체임에도 불구하고 액체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다. 딱딱한 사탕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2-4. 원자들을 불규칙하게 배열함으로써, 불투명체를 투명체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투명성'이란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불투명한 물체를 일상적인 방법으로 투명하게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해리포터를 투명하게 만들려면, 일단 그의 몸을 녹여서 액체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끓여서 증기 상태로 만든 다음 개개의 원자를 결정구조로 재배열시킨 후 급냉각시켜야 한다. 즉, 원자들을 불규칙하게 배열함으로써, 불투명체를 투명체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공군은 투명 비행기의 제작이 불가능함을 간파하고 차선책을 택하기로 했다. '레이더(전파를 이용하여 물체를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의 눈을 피하는 '스텔스(stealth)'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에서 약간의 트릭을 발휘하여 탄생할 '스텔스 전투기'는 사람의 눈에 쉽게 띄지만, 적의 '레이더'에는 몸집이 큰 새 정도의 크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려면 다양한 첨단 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 전투기 내부에 쓰이던 금속은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로 교체해야 하고, 동체를 여러 개의 날카로운 경사면으로 만들어야 하며, 배기구의 위치도 바꿔야 한다. 그 결과, 적의 레이더가 동체를 때려도 거의 모든 방향으로 산란되면서 전투기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된다. 물론 스탤스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해도, 레이더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될 수는 없다. 스텔스의 주된 기능은 레이더를 가능한 한 많이 편향시키거나 분산시켜서, 적에게 되돌아가는 위치 정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3. 메타물질(Metamaterial)
3-1. '메타물질'이란 무엇인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투명체를 구현시켜줄 가장 강력한 후보는 '메타물질(Metamaterial)'이다. 과거에는 '메타물질'이 광학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6년에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더럼(Durham)'에 있는 듀크 대학과 런던 왕립대학의 연구진이 '메타물질'을 이용하여 마이크로파에 대하여 투명한 물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즉, '마이크로파(보통 진동수가 1mm~1까지인 전자기파)' 영역의 빛을 통과시키는 물체를 만든 것이다. 물론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인류 역사상 '일상적인 투명체 제작법'의 청사진이 완성된 셈이다.
'메타물질(Metamaterial)'이란 '자연에서 흔히 발견되는 광학적 특성을 갖고 있지 않은 물질'을 말한다. 기존의 물질 속에 미세한 불순물을 주입하여, 그 속을 통과하는 전자기파를 비정상적으로 휘어지게 만든 것이 '메타 물질'이다. '메타(Meta)'란 '넘는다'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메타 물질'은 자연계의 물질에는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물질을 넘어선 물질'이다.
듀크대학의 과학자들은 구리 속에 아주 작은 전기 회로를 동심원 모양으로 삽입해놓고, 그 특성을 관찰해 보았다. 그러자 '세라믹(Ceramic)'과 '테플론(Teflon)', '합성섬유', 그리고 '다른 몇 가지 금속을 복잡하게 섞어놓은 것'과 거의 동일한 결과가 얻어졌다. 구리 속에 주입한 미세한 이물질이 마이크로파 복사의 진행 방향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 현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바위 주변을 흐르는 강을 떠올려보자. 이런 곳에서는 강물이 바위를 빠른 속도로 감아 돌기 때문에, 바위의 옆구리가 서서히 깎여 나간다. 이와 비슷하게 '메타 물질' 속에서 마이크로파가 예를 들자면 원통형 영역을 비껴가기 때문에, 마이크로파로는 원통의 내부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일 메타물질이 모든 반사와 그림자를 제거할 수 있다면, 해당 진동수의 빛에 대하여 완전한 투명체가 된다.
과학자들은 반지 모양 유리섬유에 구리를 덮은 샘플을 만들어놓고 마이크로파를 입사시켰다. 이 샘플이 투명체가 되려면 뒤쪽에 마이크로파에 의한 그림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놀랍게도 실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광원의 반대편에서는 아무 희미한 그림자만 감지되었으며, 구리의 내부는 마이크로파에 대하여 거의 투명한 상태를 유지했다.
3-2. 메타물질은 '나노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메타물질이 투명해지려면 내부 구조가 빛의 파장보다 작은 규모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메타물질'의 내부가 3cm 간격 이하로 이루어져 있다면, 파장 3cm짜리 마이크로파에 대하여 투명해질 수 있다. 그러나 파장이 500nm밖에 되지 않는 푸른색 빛에 대해 투명해지려면 메타물질의 내부는 거의 nm 간격으로 치밀해져야 한다. 이 정도 거리는 원자 규모와 비슷하므로, 메타물질의 개발은 '나노기술(Nano Technology)'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투명 망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의 경로가 뱀처럼 휘어지도록 '메타물질' 내부의 원자를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3-3. 메타물질의 투명성은 '굴절률'에 의해 좌우된다.
'메타물질'의 투명성은 '굴절률(Index of Refraction)'을 조작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굴절(Refraction)'이란 빛이 투명한 물질을 통과할 때 경로가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물속에 담근 손을 바라보거나 안경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면, 물 또는 렌즈 때문에 빛의 경로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리나 물속에서 빛이 굴절되는 이유는 빛이 투명한 매질 속을 통과할 때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순수한 진공 속에서 빛의 속도는 동일하지만, 빛이 유리나 물속으로 진입하면 원자들이 진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때 진공 중에서 빛의 속도를 매질 속에서 빛의 속도로 나눈 값을 '굴절률'이라고 한다. 예컨대 진공의 굴절률은 1.00이고 공기의 굴절률은 1.0003이며, 약 유리는 1.5, 다이아몬드는 약 2.4이다. 일반적으로 매질의 조직이 치밀할수록 굴적각이 크고, 따라서 '굴절률'도 크다.
일반적으로 굴절률은 물질 고유의 특성으로서, 변하지 않는 상수이다. 가느다란 빛줄기를 두꺼운 유리에 쪼이면 표면에 닿는 즉시 굴절되고, 한 번 굴절된 후에는 유리 속에서 직선 경로를 그리며 나아간다. 그런데 '굴절률'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특정한 몇 가지 값이 아니라 유리 속의 모든 지점에서 연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빛의 경로를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빛의 굴절률로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신기루(mirage)'라는 것이 있다. 사막에서 걸어갈 때는 지평선 근처에서 호수가 보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나 산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사막이나 도로면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땅에서 열기가 올라오면 그 근처의 공기가 뜨거워지고, 뜨거운 공기는 주변의 찬 공기보다 굴절률이 작기 때문에, 멀리 있는 곳의 풍경을 담고 있는 빛이 굴절을 일으켜 운전자 또는 보행자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 차를 운전하다가 앞의 지평선 쪽을 바라보면 풍경이 어물거리면서 도로 위에 물이 고여있는데, 이것도 '신기루 현상'이다. 다른 곳으로 가야 할 빛이 온도차 때문에 굴절되면서, 도로 위에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도로 위에 보이는 신기루는 사실 하늘의 모습이다. 우리는 땅에서 하늘이 보이면 그곳에 물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물이 고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3-4. 굴절률이 음수면 투명해진다.
메타물질 내부의 굴절률을 조절하여 빛이 어떤 특정 부위를 피해 가도록 만들면 이 부위는 투명하게 보인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메타물질의 '굴절률'이 '음수(negative number)'인 경우도 허용되어야 하는데, 모든 광학 교과서에는 음의 굴절률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다 구소련의 물리학자 '빅터 베셀라고(Victor Georgievich Veselago, 1929~2018)'에 의해, 1967년에 메타물질 이론이 처음으로 학계에 발표되었는데, 그는 이 논문에서 '음의 굴절률'과 '역-도플러 효과' 등 메타물질의 독특한 광학적 특성을 증명했다. 메타물질은 워낙 기이한 특성을 갖고 있어서, 한동안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 실험실에서 실제로 만들어지고 나서야, 물리학자들은 어쩔 수 없이 광학 교과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음의 굴절은 원래 1967년, '소련(현 러시아)'의 물리학자 '빅터 베셀라고(Victor Georgievich Veselago, 1929~2018)'에 의해 예언되었다. '빅터 베셀라고'는 빛이 물질의 경계에서 꺾일 때 '양(+)'과 '음(-)'의 두 방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음의 굴절을 일으키는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연계에서는 양의 굴절을 일으키는 물질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이로써 베셀라고의 예언은 점차 잊혀 갔다.
그런데 1999년, 영국의 물리학자 '존 펜드리(John Pendry, 1943~)'가 일종의 전기 회로를 이용하면 음의 굴절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발표를 했다. 그리고 2001년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스미스' 등이 '음의 굴절'을 일으키는 구조물을 실제로 실현시키는데 성공을 했다. 다만, 이때에는 보이는 '가시광선(눈으로 지각되는 파장 범위를 가진 빛)' 영역의 빛보다 수만 배나 긴 파장을 가진 '마이크로파(파장의 범위가 1mm ~ 1m 사이인 전파)'로 '음(-)'의 굴절을 실현시킨 것이었다.
그 후 더욱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로 음의 굴절을 일으키는 '메타 물질'이 차례로 등장했다. 2008년 8월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장샹' 등에 의해 가시광선으로 음의 굴절을 일으키는 '메타 물질'이 탄생했다. 이 물질은 겨우 80nm 정도의 그물눈 구조가 겹쳐 이루어졌다. 베셀라고의 예언 이후 메타 물질이 이렇게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의 발전'과 '나노 기술(Nano Technology)' 덕분이었다.
3-5. 물질이 투명해지는 조건
그러면 '빅터 베셀라고(Victor Georgievich Veselago)'는 어떻게 음의 굴절을 예언할 수 있었을까? 빛이 전해지는 방식을 규명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에 의하면 '굴절률(Refractive Index)'은 '유전율(Permittivity)'과 '투자율(Magnetic Permeability)'이라는 수치를 곱한 다음 제곱근한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아래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를 이용하면 모든 물질이 투명한지 불투명한지를 구분할 수 있다.
'투자율'과 '유전율'의 곱이 양수일 때, 투명해진다. 예컨대, 금속은 '유전율'이 '음수', '투자율'이 '양수'이므로 불투명하다. 또 유리나 물은 모두 '투자율'과 '유전율'이 모두 '양수'이므로 투명하다. 그리고 '빅터 베셀라고(Victor Georgievich Veselago)''는 '유전율'과 '투자율'이 모두 '음수'인 경우에도 투명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6. '음의 굴절률'인 물질은 왜 투명한가?
그러면 '빛의 굴절률'은 어째서 '유전율'과 '투자율' 등의 전자기에 관한 수치에 의해 결정되는 걸까? 빛의 정체를 알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므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진동시키면서 공간으로 전해지는 파동이다. 하지만 물질 속의 전자가 이 진동을 방해하면 물질이 불투명해진다. 하지만 반대로 이 진동을 방해하지 않을 때는 물질이 투명해진다. 즉, 물질이 투명한지 아닌지는 전자에 의해 정해진다.
금속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금속의 내부에서는 일부의 '전자(Electron)'가 '원자(Atom)'를 떠나서 금속의 덩어리 속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전자를 '자유 전자'라고 한다. 그런데 금속에 빛이 닿으면 금속 표면의 자유 전자는 빛에 '거슬려서' 진동하기 시작하고 빛을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 빛은 반사되고 불투명해진다. 이번에는 유리나 물 등을 생각해 보자. 가시광선의 빛이 이들의 물질에 닿으면, 전자는 원자에 속박된 채로 빛과 '함께' 진동한다. 그러면 빛은 물질 안을 통과할 수 있고, 이 때문에 투명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투명한지 불투명한지는 '전자의 결합 방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금속으로 된 '메타 물질'은 왜 음을 굴절을 일으키고 투명해지는 것일까? 금속은 빛이 닿으면 전류가 생긴다. 그런데 '메타 물질'의 미세한 회로가 이 전류를 자기장으로 바꿔버려 특정 파장의 빛에서는 '투자율'이 음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원래 금속은 유전율이 '음(-)'인 물질이므로, '투자율'이 음이 되면 '음의 굴절'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4. 가시광선을 통과시키는 메타물질 만들기
실험실에서 메타물질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거의 몇 개월마다 한 번씩 놀라운 진전을 이뤄왔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나노기술(Nano Technology)'를 이용하여 '마이크로파'뿐만 아니라 '가시광선'의 경로까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메타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적용되고 있는데, 그런대로 전망이 밝은 편이다.
4-1. '광성판술' 이용하기
방법 중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분야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면, 새로운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다. 컴퓨터는 탄생 초기에 거의 집채만했다. 하지만 '광성판술(Photo-Lithography)'이라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컴퓨터는 지금과 같이 작아질 수 있었다. 이 기술 덕분에 공학자들은 엄지손톱만 한 기판 위에 초소형 트랜지스터 수억 개를 심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르면 컴퓨터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 이것은 적외선을 이용하여 실리콘 칩 안에 초소형 회로소자를 심는 기술이 개발된 덕분이다. 집적회로의 기판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얇은 반도체기판에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진 초박막을 입힌 후, 그 위에 플라스틱 마스크를 덮는다. 이 마스크는 일종의 탬플릿으로서 복잡한 전선과 트랜지스터, 그리고 컴퓨터 부품 등 회로의 골격이 미세하게 뚫려 있다. 이 기판에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쪼이면, 빛에 민감한 기판 위에 미세한 회로가 새겨진다. 그 후 특별한 기체와 산성 용액으로 기판을 닦아내면 자외선이 닿았던 부분에 수억 개의 미세한 홈이 패이는데, 이것이 바로 트랜지스터가 들어갈 자리이다.
4-2. 가시광선 영역에서 굴절률이 음수인 물질을 만들었다.
독일의 과학자들은 미국 '에너지성(DOE: Department of Energy)'의 연구진들은 2007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가시광선에서 작동하는 메타물질 제작에 성공하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국 아이오와주 '에임스 연구소(Ames Laboratory)'의 물리학자 '코스타트 소콜리스(Costas Soukoulis)'는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의 '스테판 린덴(Stefan Linden)', '마틴 베게너(Martin Wegener)', '군나르 돌링(Gunnar Dilling)'과 함께 파장 780nm 짜리 적색광에 대하여 -0.6의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이전까지의 최단파장 기록은 1400nm로, 이것은 가시광선을 벗어난 적외선의 영역이었다. 이들은 '은(Ag)'으로 코팅된 얇은 유리판에 '마그네슘(Mg)'과 '플루오르화물'을 입힌 후, 그 위를 다시 은으로 코팅하여, '플루오르화물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플루오르화물'이란 '플루오린(F, 원자번호 9번)'가 다른 원소들과 화학결합을 하고 있는 화합물을 말한다. 그래도 전체 두께는 100nm로, 적색광의 파장보다 짧았다. 그리고 '플루오르화물 샌드위치'에 적색광을 통과시켰더니 굴절률이 -0.6으로 나타났다.
다만, 음의 굴절률이 구현된 것은 오직 적색광을 사용한 경우뿐이지 가시광선 전체 영역이 아니다. 적색광 영역을 넘어 모든 가시광선에 대하여 이와 동일한 특성을 보이는 물체를 만들어지면, 꿈속에서만 그리던 투명체가 현실로 구현될 것이다.
4-3. '메타물질'과 '광결정학'
앞으로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는 '광결정학(Photonic Crystals)'이라는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결정학'의 주된 목표는 '전기'가 아니라 '빛'을 이용한 칩을 만들어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처럼 광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트랜지스터를 '광 트랜지스터(Photo-Transistor)'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기판에 초미세 소자를 심어서 빛이 각 소자를 통과할 때마다 굴절률이 달라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빛을 이용한 '광 트랜지스터'는 몇 가지 면에서 전기적 성질을 이용한 트랜지스터보다 유용하다. 예를 들어, '광 트랜지스터'는 열 손실이 훨씬 적다. 기존의 실리콘 칩에서는 계란을 익힐 수 있을 정도의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드시 냉각장치를 달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빛의 굴절률을 나노스케일에서 조절하는 기술'은 '광결정학' 연구와 '메타물질' 연구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메타물질을 구현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광결정학'을 꼽고 있다.
4-4. '플라즈모닉스'로 굴절률을 조절
'광결정학'보다 크게 뛰어난 점은 없지만, '칼텍(Caltech,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연구진들은 '플라즈모닉스(Plasmonics)'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가시광선의 굴절률을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칼텍의 물리학자 '헨리 레체크(Henri Lezec)', '제니퍼 디온(Jennifer Dionne), '해리 애트워터(Harry Atwatter)' 등은 2007년 여름 가시광선의 청색-녹색 영역에서 '음의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플라즈모닉스(Plasmonics)'의 목표는 나노 스케일에서 '물질(특히 금속표면)'을 쉽게 가공할 수 있도록 빛을 압착시키는 것이다. 금속 도체가 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내부의 전자가 원자에서 쉽게 분리되기 때문이며, 원자를 이탈한 전자는 표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가정용 구리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도, 느슨하게 결합된 전자가 금속 표면에서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조건하에서 금속표면에 빛을 쪼이면, 표면의 전자가 빛과 공명을 일으키면서 파동과 비슷한 운동을 하게 된다. 이것을 '플라즈몬(Plasmons)'이라고 한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플라즈몬'이 빛과 동일한 진동수를 갖되, 파장은 훨씬 짧아지도록 압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진동수가 같다는 것은 그 안에 담겨 있는 정보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원리적으로 이렇게 압착된 파동을 나노 전선에 욱여넣을 수 있다. '광결정학'과 마찬가지로 '플라즈모닉스'의 최종 목표는 전기가 아닌 빛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칩을 제작하는 것이다.
칼텍의 연구진이 만든 메타물질은 '은(Ag)'으로 된 두 개의 얇은 층 사이에 50nm 두께의 절연체가 삽입된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 절연체는 플라즈모닉 파동의 진행 방향을 유도하는 '도파관(Wavegui-de)'역할을 한다. 메타물질에 두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여기에 레이저 빛을 통과시켜서 경로과 휘어지는 정도를 분석면, '굴절률'이 '음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4-5. 메타물질의 미래
전기가 아닌 빛을 이용한 '광 트랜지스터(Photo-Transistor)'는 이미 세간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으므로, 메타물질의 개발도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리콘 칩을 대신한 '광결정'과 '플라즈모닉스'의 연구가 진척되면, 투명체는 그 부산물로 얻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리콘 기술을 대치하기 위해 이미 천문학적 자금이 투자되었으므로, 메타물질 연구는 그 덕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