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StarWars)'에는 '데스스타'라는 무기가 등장한다. '데스스타(Death Star)'는 초강력 빔을 발사하는 달과 비슷한 크기의 무기이다. 영화에서는 데스스타에서 발사된 초강력 빔이 레이아 공주의 고향인 '앨더란(Alderaan)' 행성을 가격하자 순식간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행성의 잔해가 전 태양계에 걸쳐 산산이 흩어져나갔다. 그리고 앨더란에 거주하고 있던 수십억의 생명들은 일제히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대고, 그 절망적인 기운은 은하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이렇게 거대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레이저와 같은 빔 에너지 폭탄을 이용하여 행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일이 가능한 일일까?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와 '다스 베이더(Darth Vader)'가 휘두르던 '광선검(Lightsaber)'은 어떨까? 하나의 광선검으로 다른 광선검을 무자르듯이 잘라낼 수 있을까? 또 TV 시리즈 '스타트렉'에는 '페이저(phaser)'라는 '광선총(Ray Gun)'이 나온다. 미래의 경찰이나 군인들은 페이저와 비슷한 광선총을 개인 화기로 사용하게 될까?
스타워즈를 본 일부 비평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화 같은 스토리'라며 맹비난을 했다. 서로 부딪칠 때마다 '챙! 챙!' 소리가 나는 광선검은 제아무리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라고 해도 절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이런 무기를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볼 때 '광선빔(Ray of lig Beam)'에 담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에는 한계가 없다. '데스스타'나 '광선검'같은 무기가 물리학 법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0. 목차
- 에너지빔 무기의 역사
- 양자 혁명
- 레이저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 레이저의 종류
- 광선총, 광선검을 아직 못만든 이유
- 데스스타(Death Star)
1. 에너지빔 무기의 역사
1-1. 고대신화의 에너지빔
에너지빔에 대한 상상은 고대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 '제우스(Zeus)'는 인간에게 벼락을 내리는 신으로 유명하다. 노르웨이의 신 '토르(Thor)'는 '므졸니르(Mjolnir)'라는 마술 망치로 번개를 일으켰고, 힌두의 신 '인드라(Indra)'는 작살에서 에너지빔을 발사할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실제로 빛줄기를 무기로 사용하는 에너지빔을 만들었다. 빛줄기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처음 떠올린 사람은 아마도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년경~)'인 것으로 보인다. 고대 최고의 과학자였던 그는 '아이작 뉴턴(Issac Newton, 1642~1727)'이나 '고트프리트 빌헬름 폰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보다 무려 2천 년이나 앞서 미적분학의 대략적인 개념을 정립한 사람이다. '2차 포에니전쟁(기원전 218년~기원전 201년)'이 한창이던 기원전 215년에 '아르키메데스'는 로마에 대항하는 시라쿠사 왕국을 위해, 해변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하고 여기에 태양빛을 반사시켜서 다가오는 적함에 쏘는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다. (이것이 무기로서 효과를 발휘했을지는 아직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1-2. 공상과학물에서 등장한 에너지빔
1889년에 발표된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1946)'의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에서도 빔을 이용한 무기가 등장한다.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 삼각대 위에 설치한 무기로 열에너지 빔을 발사하여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는 '대형 포물경(포물선 모양의 반사거울)'으로 초강력 음파를 반사하는 신무기를 연구한 적이 있다.
빛을 한 점에 모아서 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무기는 '제임스 본드(James bond)' 시리즈 '골드 핑거(Gold Finger)'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레이저를 화면에 등장시킨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일 것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스파이 '제임스 본드'는 악당의 본거지에 침투했다가 사로잡혀서 꽁꽁 묶인 채 금속 테이블 위에 눕혀진다. 그러자 천장에 매달린 총에서 레이저가 발사되어 테이블을 서서히 두 토막으로 잘라나갔다. 물론 '제임스 본드'는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하여 이 위험한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 악당을 무찌르는 데 성공한다.
광선총이라는 무기가 '하버트 조지 웰즈'의 소설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은 그것이 '광학의 법칙'에 위배된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에 의하면, 우리의 눈에 보이는 빛은 멀리 갈수록 넓게 퍼질 뿐만 아니라, 결맞음 상태에 있지도 않다. 이것을 '결어긋남 상태(incoherent)'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빛을 이루는 파동들의 진동수와 위상이 제각각인 상태를 말한다. 과거 한때 과학자들은 한 점에 초점이 맞춰진 결맞는 빛을 빔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생겨나고 '레이저(Laser)'가 출현하면서 이 생각은 틀렸음이 입증되었다.
2. 양자혁명
2-1. 고전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20세기가 막 시작될 즈음 물리학 분야에서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났다. '뉴턴의 법칙'과 '맥스웰 방정식'이 행성의 운동과 빛의 특성을 잘 설명해 주긴 했지만, 이들의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속속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물질에 전기가 통하는 이유'나 '특정 온도에서 물질이 녹는 이유', '기체에 열을 가하면 빛을 발하는 이유', '저온에서 나타나는 초전도 현상' 등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 원자 규모의 세계에 적용되는 새로운 역학이 필요해졌다. 200년 이상 세상을 지배해 왔던 '뉴턴의 물리학'을 포기하고 새로운 물리학을 구축해야할 시기가 닥친 것이다. 이것은 부분적인 변화가 아니라 '과학 혁명' 그 자체였다.
2-2. 양자가설
199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는 에너지가 뉴턴의 생각처럼 연속적이지 않고, 작은 '양자(Qunntum)'라는 단위로 이루어져 불연속적이라는 '양자가설(Quantum Hypothesis)'을 주장했다. 그 후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빛이 작은 알갱이인 '양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양자가설'을 주장했고, 이 입자는 훗날 '광자(Phot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이 간단한 아이디어에 기초하여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라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광전효과'란 금속에 빛을 쪼였을 때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으로서, 현대의 TV, '레이저(Laser)', '태양전지(Solar Cell)' 등 다양한 전기 장치에 응용되고 있다. 당시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이론'은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그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막스 플랑크'조차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막스 플랑크'는 자신의 저서에서 '아인슈타인은 가끔씩 과녁을 벗어난다.'고 적어놨다.)
2-3. 보어의 원자모형
그 후 1913년에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가 완전히 새로운 원자모형을 제안했다. 보어의 원자 모형에 의하면, 전자는 원자핵 주변을 양파껍질처럼 에워싸고 있는 '특정한' 궤도만을 돌 수 있다. 그리고 전자는 하나의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점프'를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광자(Photon)'를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각 궤도는 고유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처음 궤도의 에너지보다 나중 궤도의 에너지가 크면 광자를 흡수하고, 처음 궤도의 에너지보다 나중 궤도의 에너지가 작으면 광자를 방출한다.
2-4. 양자역학의 체계가 확립되다.
그리고 1925년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 1887~1961)'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를 필두로 한 여러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체계를 확립하면서, 원자의 구조와 특성을 설명하는 완전한 이론이 비로소 탄생하게 되었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입자이면서 파동의 성질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 파동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만족하며, 전자의 파동방정식을 풀어보면, 보어의 '궤도 점프(Orbit Jump)'를 비롯한 원자의 다양한 특성을 계산할 수 있다.
1925년까지만 해도 물리학자들은 원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25년에 양자역학의 체계가 잡히면서 원자의 내부에 적용되는 역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원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예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좋은 컴퓨터만 있으면 양자역학의 법칙을 이용하여 복잡한 화학물질의 특성을 이론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뉴턴 역학'을 이용하여 우주에 있는 천체들의 움직임을 이론적으로 계산했듯이, '양자역학'을 이용하여 우주를 이루는 모든 화학성분을 특성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3. 레이저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3-1. 결맞은 빛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1953년 캘리포니아에 있는 버클리대학의 '찰스 타운즈(Charles Townes)' 교수와 그의 연구 동료들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결맞는 복사파를 최초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여기에는 '메이저(MASER: Microwave Amplification through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라는 이름을 붙여졌다. '찰스 타운즈'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64년에 러시아의 물리학자 '니콜라이 바소프(Nikolai Basov)', '알렉산드로 프로호로프(Aleksandr Prokhorov)'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 후 이들이 얻은 결과는 곧바로 가시광선에 적용되어, 그 유명한 '레이저(LASER: Light Amplification through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가 탄생하게 되었다.
'레이저(Laser)'가 작동하려면 특별한 '기체(Gas)'나 '결정(Crystal)', 또는 '다이오드(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만드는 장치)' 등 레이저를 통과시키는 특별한 '매질(어떤 파동 또는 물리적 작용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주는 매개물)'이 있어야 한다. 이 매질에 전기나 라디오파, 빛 등의 형태로 에너지를 주입하면 매질 속의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여 원자 속에서 바깥쪽 궤도로 점프를 일으킨다.
전자가 높은 에너지 궤도를 돌면 원자는 들뜬 상태가 되고, 이런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즉 들뜬 상태에 놓인 원자는 불안정하다. 여기에 '광선빔(빛)'을 주입하면 들뜬 원자들이 광자와 충돌하면서 다량의 광자를 방출하고 '안정한 상태(에너가 낮은 상태)'로 되돌간다. 이때 방출된 광자는 또다시 다른 원자와 충돌하여 다량의 광자를 방출시키고, 이 과정이 빠르게 반복되면서 수많은 광자가 광선빔 속으로 방출된다. 여기서 핵심은 어떤 특별한 환경에서 많은 광자들이 동일한 패턴으로 진동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결맞은(Coherent)' 빛이라고 한다.
일렬로 늘어져 있는 도미노 칩을 상상해 보자. 도미노 칩은 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 에너지가 가장 작고, 똑바로 서 있을 때 에너지가 가장 크다. 에너지가 큰 도미노 칩은 들뜬 상태에 있는 원자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첫 번째 도미노 칩을 쓰러뜨리면 모든 칩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면서 에너지가 작은 상태로 전이된다. 레이저빔의 작동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3-2. 특별한 매질만이 결맞은 빛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특별한 매질만이 레이저를 작동시킬 수 있다. 에너지가 주입된 원자가 광선빔과 충돌하면서 새로 방출된 광자들이 원래의 광자와 결맞는 상태에 있으려면, 특별한 매질을 사용해야 한다. 적절한 매질 속에서 수많은 광자들의 진동이 일치하면, 연필심처럼 가느다란 빔 형태의 레이저가 생성된다.
간단한 '기체 레이저(Gas Laser)'는 '헬륨(He)'과 '네온(Ne)'이 들어 있는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속으로 전기 에너지를 주입하면, 원자들이 에너지를 흡수하여 들뜬 상태가 되고, 이들이 순식간에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결맞는 빛이 생성된다. 그리고 관의 양 끝에 설치해둔 거울을 이용하여 빔을 반사시키면, 관 속을 오락가락하면서 동일한 과정이 반복되고, 결맞는 빛은 높은 에너지로 증폭된다. 이때 두개의 거울 중 하나는 완전히 불투명한 것을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소량의 빛이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면 가느다란 레이저빔이 관의 한쪽 끝을 밖에 발사된다.
3-3. 레이저가 가느다란 폭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는 이러한 원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레이저는 연필심과 같이 가느다란 폭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구에서 달을 향해 연필심만큼 가느다란 레이저를 발사한다면, 달에 도착할 때 레이저의 폭은 수 km까지 퍼진다.
4. 레이저의 종류
요즘은 새로운 형태의 레이저가 많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레이저를 생성하는 매질'과 '매질 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도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 오늘날 레이저는 '매질의 종류'와 '매질 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기체 레이저(gas laser): 가장 흔한 종류의 레이저로서, '헬륨-네온 레이저(Helium-Neon Laser)'가 여기에 속한다. 전형적인 붉은색 빔을 만들어내며, 에너지원으로는 라디오파나 전기가 사용된다. '헬륨-네온 레이저'는 출력이 비교적 약한 편이지만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기체레이저는 중공업 현장에서 발파와 절단, 용접 등에 사용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화학 레이저(chemical laser): 출력이 매우 큰 레이저로서, 에너지는 '에틸렌(C2H2)'과 '삼불화질소(NF3)',의 화학반응을 통해 공급된다. 이 레이저는 군사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데, 미국 공수부대와 지상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백만 와트짜리 '화학 레이저'는 비행 중인 단거리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 엑시머 레이저(excimer laser): '불활성기체(아르곤, 크립톤, 제논 등)'와 '플루오린(F)' 또는 '염소 화합물'의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레이저이다. 눈에 보이지 않느 자외선빔을 생성하며, 초소형 반도체 기판 위에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여러 가지 회로소자를 새기거나 안과에서 라식수술을 할때 사용된다.
- 고체 레이저(solid-state laser): 최초의 레이저는 '크롬-사파이어 루비 결정'으로 만들어진 고체 레이저였다. 현재는 '이트륨(Y)'과 '홀뮴(Ho)', '톨륨(Tm)'을 비롯한 다양한 화합물이 사용되고 있다. '고체 레이저'는 고에너지 광선빔을 매우 짧은 펄스의 형태로 생성한다.
- 반도체 레이저(semiconductor laser): 반도체 관련 산업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다이오드(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만드는 장치)'를 이용하여 레이저를 생성하며, 금속을 절단하거나 용접할 때 사용된다. 잡화점의 계산대에서 상품의 바코드를 읽을 때 사용하는 장치도 '반도체 레이저'를 응용한 것이다.
- 다이 레이저(dye laser): '유기 염료(색깔을 가지는 유기 화합물로 이루어진 물질)'를 매질로 사용한 레이저여서, 1조 분의 1초 동안 지속되는 초강력 광선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5. 광선총, 광선검을 아직 못 만든 이유
그렇다면, 이 모든 기술을 조합하여, 공상과학물에 나오는 광선총이나 광선검 같은 무기를 만들 수 있을까? 또는 데스스타를 활성화시킬 만큼 강력한 레이저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렇게 다양한 레이저가 상업용과 군사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공상과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선총, 광선검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광선총, 광선검이 하도 많이 등장해서 식상할 정도가 되었지만, 실제로 광선총, 광선검은 아직 만들어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5-1. 레이저의 덩치가 너무 큰 문제
가장 큰 이유는 레이저의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휴대용 무기로 사용하려면,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대한 발전기를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줄여야 한다. 초대형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고 싶다면, 지금으로서는 그 발전소를 끌고 다니는 수밖에 없다. 광선총은 만들 수는 있지만,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에 광선총을 유선으로 연결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즉, 초강력 발전기를 휴대할 수 있는 크기를 줄이기도 어렵 때문에, 지금의 기술로는 개인용 광선총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 '나노 기술(Nano Technology)'이 꾸준히 발전하여 강력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초소형 배터리가 개발된다면 무선 광선총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나노기술은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21세기 말이나 22세기 정도가 되면 나노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여 초소형 배터리로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2. 매질이 너무 불안정한 문제
이론적으로 레이저에 집중시킬 수 있는 에너지의 양에는 한계가 없다. 하지만 레이저 총을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다고 해서, 매질이 극히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다. 예컨대 고체 레이저에 과도한 에너지가 주입되면, 결정체가 과열되어 갈라지거나 심하면 폭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물체를 기화시키거나 적을 무력시키는 강력한 레이저 무기를 원한다면, 아예 폭발을 유도하여 폭탄처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경우에는 매질의 불안정성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비싼 무기를 1회용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5-3. 광선빔을 단단하게 붙잡을 수 없는 문제
광선검도 이와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단 빛은 초속 약 3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칼날 모양으로 단단하게 붙잡아둘 수가 없다. 두 번째 문제는 광선빔이 진행하다가 허공에서 갑자기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빛으로 칼 모양을 만들려면, 칼의 끝부분에서 빛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것 역시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설정이다. 만약 광선빔으로 칼을 만든다면 칼날은 하늘 끝까지 뻗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사실 '플라즈마(Plasma)'나 '이온화된 초고온 기체'를 이용하면 광선검과 같은 무기를 만들 수는 있다. 플라즈마는 어둠 속에서 빛을 내도록 만들 수 있고, 쇠를 자를 수도 있다. 플라즈마로 칼을 만든다면 천체망원경의 몸체처럼 얇고 속이 빈 대롱에 손잡이가 달린 형태일 것이다. 대롱에서 분출된 플라즈마는 기다란 모양의 기체가 되는데, 온도가 매우 높아서 웬만한 금속은 쉽게 녹일 수 있다. 이런 도구를 '플라즈마 토치(Plasma torch)'라고 한다.
6. 데스스타(Death Star)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데스스타(Death Star)'에서 발사된 레이저포는 행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이런 무기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려면 지금까지 레이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강한 레이저가 있어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를 사용하면 별의 내부와 비슷한 온도는 구현할 수 있다. 미래에는 '초강력 레이저'와 '핵융합 발전기'를 조합하여 별의 에너지를 지구에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별은 거대한 수소 기체 덩어리가 중력으로 응축하면서 탄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도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특히 별의 중심부는 온도가 5천만~1억 도에 달하는데, 이 온도에 이르면 수소 원자핵들이 전기적 반발력을 이기고 서로 충돌하기 시작한다. 소위 '핵융합반응(Nuclear fusion reaction)'이라는 이 과정을 통해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생긴 엄청난 양의 에너지는 외부로 방출된다. 수소 원자핵들이 융합되어 아주 미세한 질량 결손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양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방성식 E=mc2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별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지구상에서 '핵융합 발전'을 하는 방법을 굳이 찾는다면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는 '관성 밀폐 핵융합'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밀폐 핵융합'인데, 둘 중 어느 하나도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데스스타'의 위력에는 한참 못 미친다. 데스스타의 가공할 레이저포를 구현하려면 다른 곳에서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6-1. 핵점화 X-선 레이저
'핵융합 발전'을 하는 방법 말고, 데스스타의 레이저포를 구현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수소폭탄'을 응용하는 것이다. 'X-선 레이저'의 배터리를 핵무기와 결합시키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행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다. 수소폭탄이 폭발하면, X-선 영역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따라서 핵폭탄은 'X-선 레이저'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핵력'은 일반적인 화학반응의 1억 배에 가까운 에너지를 발휘한다. 야구공만 한 크기의 우라늄 핵탄두를 투하하면, 도시 하나를 불덩이로 만들 수 있다. 이 핵탄두의 1%만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해도 도시 하나를 초토화하기에는 충분하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레이저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방법은 '핵폭탄에서 생성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X-선 레이저'와 가장 인연이 깊은 사람은 수소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 1908~2003)'이다. '애드워드 텔러'가 고안했던 'X-선 레이저'는 간단히 말해서 구리선으로 에워싸인 소형 핵폭탄이었다. 핵폭탄이 폭발하면 X선 영역에서 구형 충격하가 발생하고, 이 파동이 구리선을 통과하면서 레이저효과를 일으키는 식이다. 이때 생성된 'X-선 빔'을 적에게 발사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물론 이 장치는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작동하기 때문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6-2. '핵점화 X-선 레이저'로 IBCM을 요격한다?
'핵폭탄으로 점화되는 X-선 레이저'는 1983년에 지하갱도에서 '카브라 테스트(Cabra test)'라는 이름하에 처음으로 가동되었다. 수소폭탄이 폭발하면서 다량으로 방출된 '결어긋난 X-선'이 '결맞은 X-선 빔'으로 집중되어 위력을 발휘했다. 테스트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이 실험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카브라 테스트'에 감명받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 해에 역사적인 연설을 통해 '스타워즈 방어막(Star Wars defensive shield)'의 구축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스타워즈 방어막' 구축에서는 '핵점화 X-선 레이저'를 이용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요격을 주목적으로 했다. 그러면 정말 'X선-레이저'로 과연 ICBM을 요격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ICBM에 간단한 장치를 붙착하면 X-선 레이저를 쉽게 피할 수 있다. 예컨대 탄두에 수백만 개의 칩을 장착하면 레이더를 교란시킬 수 있고, 탄두를 회전시켜서 X-선이 흩어지게 만들 수도 있고, 화학물질을 공중에 살포하여 X-선 빔을 막을 수도 있다. 또 핵탄두를 다량으로 발사해서 '스타워즈 방어막'을 뚫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핵점화 X-선 레이저'로 적의 ICBM을 요격한다는 것은 그다지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것 같다.
6-3. '데스스타'로 행성이나 소행성을 파괴할 수 있을까?
그러면 데스스타를 만들어서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asteroid)'을 파괴하거나 '행성(planet)'을 파괴하는 일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수소폭탄'을 이용하는 방법과 '감마선 폭발'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 '수소폭탄' 이용하기: '수소폭탄'이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이론적으로 한계가 없기 때문에 '핵점화 X-선 레이저'를 써서 행성이나 소행성을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 '수소폭탄'은 대략 다음과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수소 폭탄을 제작하려면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순서를 잘 조절하면 파괴력을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은 1961년에 구 소련연방에서 제작되었는데, TNT 5천만 톤의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TNT 1억 톤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행성을 통째로 날려버리려면 파괴력의 단위가 달라야 한다. 그래서 데스스타에서 수천 개의 레이저빔을 한곳에 겨냥하여 동시에 발사하면, 웬만한 행성의 표면은 초토화시킬 수 있다. 먼 미래에는 이런 무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감마선 폭발' 이용하기: 문명이 극도로 발달된 사회라면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을 이용하여 데스스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빅뱅 다음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초대형 사건이다. 우주에서는 자연적으로 '감마선 폭발'이 일어나고 있지만, 인류가 고도의 문명을 갖게 되면 무기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별이 수축하여 폭발을 일으키기 전에 별의 회전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초강력 감마선을 원하는 곳에 겨냥하여 발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