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의 '존 B. 펜(John B. Fenn, 1917~2010)' 박사,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의 '쿠르크 뷔트리히(Kurt Wuthrich)' 박사,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たなかこういち, 1959~)' 연구원은 2002년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들 3명이 2002년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단백질 등 생물의 몸을 만드는 분자 종류를 특정하는 방법'과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유전 정보 한 세트를 '게놈(Genome)'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DNA라는 설계도에서 만들어져 몸속에서 기능하는 단백질 한 세트를 '프로테옴(Proteome)'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프로테옴'을 분석하는 학문 분야를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라고 한다. 2002년은 인간의 DNA의 염기 배열이 해독되었던 시대이므로, 이후에는 프로테오믹스로 생명과학의 초점이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되던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0. 목차
-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
- 단백질의 종류는 질량을 측정해 특정할 수 있다.
- 매우 작은 단백질의 질량을 어떻게 측정할까?
- 단백질을 이온화하는 방법
- 학회에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을 발표하였다.
- 1988년에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이 제품화 되었다.
- '프로테오믹스'의 기초가 되는 연구였다.
1.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
'다나카 고이치(たなかこういち)' 연구원이 수상을 받은 이유는 '프로테오믹스'에서 단백질 분석의 관건이 되는 기술인 '소프트레이저 탈리법'을 개발이었다.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Soft Laser Desorption)'은 단백질을 이온화하는 방법으로, 단백질의 종류나 구조를 특정할 때 필요한 기술이다.
우리의 몸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 피부, 근육, 내장, 몸속에서 기능하는 '효소(enzyme)'들 모두가 단백질이다. 즉, 단백질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분자이다. 이들 단백질을 연구하는 일은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특정한 질병에 특정한 단백질이 있으면, 그 단백질이 몸속에 있는지를 조사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특정한 단백질을 가로막아 질병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단백질의 종류는 질량을 측정해 특정할 수 있다.
현재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물종의 '게놈(Genome)'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Database化)'되어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Amino Acid)'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며, 아미노산 1개는 게놈의 염기 배열을 3개와 대응한다. 아미노산은 20종이 있는데, 1조를 살펴보면 모두 질량이 다르다. 효소 등을 사용하면, 단백질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아미노산이 몇 개 연결된 것'으로 잘라 낼 수 있다. 이렇게 잘린 부분의 질량을 조사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면, 그와 똑같은 부분이 조합되어 있는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질병에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되는 단백질이 있을 경우, 그 질량을 분석해 종류를 특정할 수 있다.
3. 매우 작은 단백질의 질량을 어떻게 측정할까?
단백질의 질량은 매우 작다. 작은 것은 한 분자의 무게가 10-20g 정도이고, 큰 것도 10-18g 정도이므로, 아무리 정밀한 저울을 사용해도 무게를 측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질량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질량을 측정하고자 하는 분자를 이온화해서, 그 운동 등 움직임을 조사하면 된다. 이와 같은 방법을 '질량 분석(Mass Spectrometry)'이라고 한다.
가벼운 분자와 무거운 분자를 같은 힘으로 누르면, 가벼운 것일수록 빨리 날아간다. 이와 같은 이온의 움직임에서 질량을 구하는 방법의 하나로 '비행 시간형 질량 분석법(TOFMS: Time-of-Flight Mass Spectrometry)'가 있다. TOFMS는 이온을 전기적인 힘으로 비행시켜 목적지인 '검출기'에 도착한 시간을 정확하게 재고, 이미 질량이 알려진 물질의 비행 시간과의 차이를 비교해 질량을 구하는 방법이다. 단백질의 경우에도 TOFMS 등을 사용해 이온화한 분자의 움직임에서 질량을 구하므로, 단백질을 이온화할 필요가 있다.
4. 단백질를 이온화하는 방법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단백질을 이온화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없었다. '원자나 전자를 부딪쳐 이온화하는 방법', '레이저를 쬐어 이온화하는 방법' 등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도 단백질의 분자를 부수지 않고 이온화할 수는 없었다. 단백질은 큰 분자이기 때문에, 이온화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단백질이 부서져 버리고, 반대로 에너지가 부족하면 이온화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알맞은 에너지를 가해 이온화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단백질을 이온화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없었다. '원자나 전자를 부딪쳐 이온화하는 방법', '레이저를 쬐어 이온화하는 방법' 등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도 단백질의 분자를 부수지 않고 이온화할 수는 없었다. 단백질은 큰 분자이기 때문에, 이온화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단백질이 부서져 버리고, 반대로 에너지가 부족하면 이온화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알맞은 에너지를 가해 이온화하기가 어려웠다.
질량을 조사하고자 하는 물질에 레이저를 쬐어 이온화 하는 '레이저 이온화법'은 1980년 무렵에 이미 개발되고 연구되어 있었다. 당연히 단백질을 이온화하는 연구도 있었지만, 역시 단백질을 부수지 않고 이온화할 수는 없었다. 1984년경부터 '시마즈 제작소(株式会社島津製作所)' 중앙연구소에서는 '다나카 고이치(たなかこういち)' 연구원을 포함한 4명의 그룹이 '레이저 이온화법'으로 단백질을 이온화하는 연구를 했다. 당초 이 그룹은 '코발트(Co, 원자번호 27번)'라는 금속 분말을 단백질과 섞어 그것에 레이저를 쬐어 이온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코발트(Co)'는 레이저를 흡수해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단백질을 급속하게 가열한다. 그러면 단백질에 직접 레이저를 쬐는 것보다 단백질이 이온화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가 많아진다. 그러나 역시 단백질을 부수지 않고 이온화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나카 고이치(たなかこういち)' 연구원은 '코발트' 뿐만 아니라 '글리세린(Glycerin)'도 섞어보았다. 이때가 1985년 봄이었다. 그런데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의 인터뷰에 의하면, 사실 '글리세린'을 섞은 것은 실수로 섞은 것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실수한 실험 재료는 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은 이것을 아깝게 생각해서, 그냥 버리지 않고 이 재료에 레이저를 쬐어보았다. 그리고 검출기로 관찰해 보았더니, 보통 때라면 오차로 무시해 버릴 정도의 신호가 나왔다. 이 신호는 처음에는 노이즈 같았다고 한다. 노이즈로 생각했다면 이 실험은 이대로 끝났겠지만, 다나카 연구원은 이 오차 정도의 신호를 간과하지 않았다.
5. 학회에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을 발표하였다.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 등은 '코발트'와 '글리세린'을 섞으면, 단백질이 부서뜨리지 않고 훌륭하게 이온화할 수 있음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 후에도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였다. '코발트'와 '글리세린'을 단백질에 섞어 그것에 레이저를 쬐어 이온화하는 이 방법을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Soft Laser Desorption)'이라고 불렀다. '소프트(soft)'는 단백질을 분해시키지 않고 부드럽게 이온화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 등은 1987년 5월에 열린 '일본 질량 분석 학회'와 같은 해 9월에 열린 '제2회 일본·중국 연합 질량 분석 토론회'에서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Soft Laser Desorption)'을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또 1988년 6월 미국의 국제 학술지 '라피드 커뮤니케이션 인 매스 스펙트로메트리(Rapid Communications in Mass Spectrometry)'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 등이 발표한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의 발견이 돌파구가 되어, 그 후에 단백질의 질량 분석'이라는 방법이 발전하였다. 그리고 현재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은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6. 1988년에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이 제품화 되었다.
6-1. MALDI라는 기술이 처음으로 제품화 된 'LAMS-50K'가 발매되었다.
'코발트'와 '글리세린'을 섞으면 단백질이 효과적으로 이온화되는 메커니즘은 현재도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마즈 제작소'는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이온화할 수 있는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의 제품화를 목적으로 연구를 계속하였다.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은 중앙연구소에서 기술부로 자리를 옮겼고,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의 제품화에 관계하게 되었다. 그리고 1988년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을 실제로 결합시킨 제품이 처음으로 발매되었다. 이 질량 분석 장치는 'LAMS-50K'라고 명명되었다. 그 후에도 '시마즈(SHIMADZU)' 제작소에서는 '질량 분석 장치의' 개량을 거듭하였고, 현재는 'MALDI(매트릭스 지원 레이저 탈리 이온화법)'라는 이온화법을 이용한 질량 분석 장치 분야의 시장 점유율에서 2016년 기준 세계 3위가 되었다.
'매트릭스 지원 레이저 탈리 이온화법(MALDI: Matrix Assisted Laser Desorption Ionization)'란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 등이 개발한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의 별명이다. 단백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혼합하는 코발트나 글리세린 등의 보조적인 물질을 '매트릭스(Matrix)'라고 한다. MALDI는 매트릭스를 넣은 시료에 레이저를 쬐어 이온화하는 방법이라는 의미이다. '매트릭스 지원 레이저 탈리 이온화법(MALDI)'과 '소프트 레이저 탈리법'의 원리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지금은 MALDI라는 이름이 더 일반화되어 있다.
실은 '단백질의 이온화 연구'에서는 그 원리를 발견한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보다, 그 후에 MALDI를 개량하고 보급시킨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미카엘 카라스(Michael Karas, 1952~)' 박사와 '뭔스터 대학'의 '프란츠 힐렌캄프(Franz Hillenkamp, 1936~2014)' 박사가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2002년 노벨화학상은 '다나카 고이치' 연구원에게 돌아갔다. 이것은 노벨상 선정 위원회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는 일'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6-2. 전기 분무 이온화(ESI)
'매트릭스 지원 레이저 탈리 이온화법(MALDI)'은 몇 가지 있는 이온화법 가운데 하나이다. '다나카 연구원과 공동 수상한 '존 B. 펜(John B. Fenn)' 박사의 수상 이유는 MALDI와는 다른 이온화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존 B. 펜(John B. Fenn)' 박사가 개발한 것은 '전기 분무 이온화(ESI: Electrospray Ionization)'라는 방법이다.
MALDI에서는 조사하고자 하는 물질을 한 번 건조한 뒤에 레이저를 쬔다. 하지만 '전기 분무 이온화(ESI)'는 조사하고자 하는 물질을 액체 상태 그대로 내보내는 방법이다. 시료를 함유한 액체 방울이 가느다란 전극에서 나가게 되면, 날리는 사이에 사료를 녹이고 있는 액체가 증발해 시료의 이온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생긴 이온을 분석기로 유도해 질량을 계측하는 것이다. ESI에서는 시료를 건조할 필요가 없으므로 더욱 연속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MALDI에 비해 '소용없는 혼합물을 깨끗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분석조차 어렵다는 점' 등의 결점이 있다. 그래서 현재에는 용도에 따라, MALDI나 ESI 등의 이온화법이 사용되고 있다.
6-3. 'MALDI'를 사용한 '단백질 분석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나?
그러면 '매트릭스 보조 레이저 탈착이온화(MALDI: Matrix Assisted Laser Desorption Ionization)'를 사용한 '단백질 분석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현재의 계측 기술은 아직 '검출 한계(분자 하나를 검출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계측 기술이 '검출 한계(분자 하나를 검출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어떤 일이 가능해질까?
유기 화합물'에는 탄소·수소·산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분자 속에 얼마 만큼씩 포함되어 있는지를 높은 정확도로 조사하면, 아주 엄밀하게 탄소와 수소와 산소의 비율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그 물질이 무엇인가를 더욱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것을 조사하는 방법이 세계적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면 '매트릭스 보조 레이저 탈착이온화(MALDI: Matrix assisted laser desorption ionization)'의 응용으로는 어떤 가능성이 고려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질병의 진단'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혈액 한 방울로 암이 진행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X선으로 촬영해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종양도 혈액 중의 단백질에서 검출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용이 낮아지면 약국이나 병원 등에서 언제라도 검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약국에서 암을 진단하고, 약을 먹는 것만으로 초기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7. '프로테오믹스'의 기초가 되는 연구였다.
2002년 노벨 화학상의 또 한 명의 수상자인 '쿠르트 뷔트리히(Kurt Wüthrich,1938~)' 박사는 '핵자기공명(NMR: Nuclear Magnetic Resonance)'을 사용해 '단백질의 구조를 조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NMR(핵자기공명)'은 '핵자(핵을 이루고 있는 기본입자라는 뜻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를 말함)'가 강한 자기장 내에 있을 때, 이차적으로 진동하는 자기장인 전자기파를 특정 주파수에 맞추어 걸어 주었을 때 강하게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현상이다. NMR 등에 의해 '단백질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부분의 구조'를 알아내면, 이를 막아 내는 구조를 지닌 물질을 개발해 '약'으로 쓸 수 있다.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세 사람 연구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의 기초가 되는 계측 기술이다. 앞으로 '인류의 생명의 유지'와 '인류의 생활'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프로테오믹스'를 이용한 많은 성과가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