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퀘이사가 화이트홀이라고 주장한 '노비코프'
- 퀘이사의 정체는 초대질량 블랙홀
- 초기 우주의 퀘이사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 초기 우주의 퀘이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 옛날의 퀘이사가 빛을 잃은 이유
1. 퀘이사가 화이트홀이라고 주장한 '노비코프'
러시아의 천체물리학자 '이고리 드미트리예비치 노비코프(Igor Dmitriyevich Novikov)'는 1964년에 멀리 떨어진 '퀘이사(quasar)'가 '화이트홀(White Hole)'이라는 설을 발표했다. 정체불명의 천체 '퀘이사'가 '화이트홀'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퀘이사는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강한 에너지를 복사하는 천체이다. 그는 퀘이사를 늦게 발생한 빅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 퀘이사는 빅뱅이 늦어진 영역에 있지 않았다.
퀘이사가 화이트홀이라고 주장한 '노비코프'는 사실 블랙홀 연구에도 커다란 공헌을 했다. 예컨대 블랙홀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질량, 회전, 전하의 세 가지밖에 없다는 이론의 증거 가운데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블랙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한쪽이 X선을 내고 다른 한쪽이 가시광선을 내고 있는 쌍성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2. 퀘이사의 정체는 초대질량 블랙홀
'퀘이사(quasar)'란 'quasi-stellar radio sources'에서 만들어진 말이며, '점 모양으로 보이는 전파원'이라는 뜻이다. 퀘이사는 1963년에 강렬한 빛을 내는 천체로 발견되었다. 퀘이사는 수십억 광년 이상 떨어진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대형 망원경을 이용해도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퀘이사는 태양의 1조 배라는 밝기로 강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퀘이사가 빛나고 있는 부분은 0.01광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은하는 수만 내지 수십만 광년이나 된다. 퀘이사는 은하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데도 불구하고 은하 이상으로 빛나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퀘이사는 정체는 무엇일까? 퀘이사는 활동이 매우 활발한 은하의 중심부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중심 부분에는 노비코프가 주장한 화이트홀이 아니라, 태양 질량의 10억 배나 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 같다. 퀘이사의 주위 천체와 가스의 운동을 관측하면, 작은 영역에 막대한 질량이 존재함을 알 수 있는데, 이 관측 사실을 설명하려면 블랙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퀘이사의 본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라고 생각되지만, 물론 블랙홀이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 주위에서 막대한 물질이 떨어져 들어갈 때 강착 원반이 형성되고, 원반이 가열됨에 따라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블랙홀로 떨어지지 않는 물질들은 제트로 분출되고 있다. '항성 질량 블랙홀'의 강착 원반과 규모는 다르지만,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같다.
3. 초기 우주의 퀘이사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현재 알려진 가장 먼 퀘이사는 1998년부터 시작된 국제 천문 관측 프로젝트 'SDSS(Sloan Digital Sky Survey)'에서 발견된 약 128억 2000만 광년 거리의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고 생각되므로, 우주 탄생에서부터 불과 10억 년 뒤의 천체인 셈이다.
'거대 질량 블랙홀'의 형성에 대해서는 은하끼리의 충돌에 의해 성단 속에서 '중간 질량 블랙홀'이 생기고, 그것이 은하의 중심부에 모여 거대해진다는 시나리오를 위에서 설명했다. 하지만 초기 우주에는 합체에서 중간 질량 블랙홀을 만들 그런 은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초기 우주의 퀘이사 형성 과정은 커다란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해 초기 우주에서 순식간에 '중간 질량 블랙홀'을 만드는 메커니즘이 있음이 알려졌다.
현재의 우주에서는 '스타 버스트(은하끼리의 충돌 등에 의해 일어나는 폭발적인 별 형성)'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폭주 합체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태양 질량의 100배 정도 이상 무거운 항성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면 항성이 가스 구름의 수축으로 탄생할 경우, 고체 미립자가 적외선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해 식으므로, 작은 질량으로도 수축해서 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우주의 제1세대 항성은 수소와 헬륨만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면 가스 구름의 냉각 과정이 일어나기 어렵게 되어, 항성이 되려면 대량의 가스가 자신의 중력으로 찌부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1세대의 항성에서는 태양 질량의 100~1000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별이 생기기 쉽다. 그리고 초대질량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 초기 우주에서도 태양 질량의 100배 정도의 '중간 질량 블랙홀'이 생긴다. 그들이 다수 합체하고 주위의 가스를 빨아들임으로써, 퀘이사급 블랙홀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중간 질량 블랙홀 형성 이후의 자세한 과정은 아직 모르며, 현재 여러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4. 초기 우주의 퀘이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퀘이사'는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만 발견되고, 우리 은하와 가까운 우주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 은하 가까이에 퀘이사가 없다는 사실은, 옛날에 많았던 퀘이사가 지금은 다 사라져버렸다는 뜻이다. 우주에서 퀘이사의 분포 밀도를 조사하면, 우주 나이가 25억 살일 무렵을 절정으로 해서 감소하고 현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옛날에는 우리 은하 가까운 곳에도 퀘이사가 있었을 것이다. 퀘이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유력한 설에서는, 현재 그 퀘이사들은 우리 은하보다 몇 배 내지 10배 이상 큰 '거대 타원 은하'의 중심에 잠자고 있다고 한다. 거대 타원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0억 배 이상 되는 퀘이사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들이 옛날의 퀘이사였을지도 모른다.
5. 옛날의 퀘이사가 빛을 잃은 이유
그러면 왜 옛날의 퀘이사는 빛을 잃었을까? 그 이유로는 '가스의 공급이 멈추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다. 퀘이사의 빛의 원천은 강착 원반의 가스가 서로 마찰하는 현상인데, 강착 원반의 가스 밀도가 희박해져 틈이 많아지면 퀘이사는 빛을 잃게 된다. 하지만 관측적으로는 은하의 중심에는 대량의 가스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상이 밝혀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2005년 8월에는 NASA의 적외선 우주 망원경인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이 먼지에 가려져 있던 21개의 퀘이사를 매우 좁은 영역에서 발견했다. 게다가 그들 가운데 10개는 거대 타원 은하 속에 있었다. 블랙홀 주변의 먼지가 그 빛을 감추고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주에는 이처럼 간과되어 버린 퀘이사가 많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