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물리학 (Physics)

초광속(Superluminal)

SURPRISER - Tistory 2022. 3. 31. 19:07

0. 목차

  1. 초광속의 가능성
  2. 파장에 따라 빛의 속도가 변한다?
  3. 물질 속에서는 빛보다 빨리 나아갈 수도 있다.
  4. 빛을 쫓아가면 '빛의 충격파'가 생긴다.
  5. 겉보기 초광속

1. 초광속의 가능성

1-1. 광속도 불변의 원리

 '초광속(Superluminal)'이란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광속도 불변 원칙'에에 따르면, 광속은 항상 일정하며 빛보다 빠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체를 어떻게 가속해도 '초광속'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에서 보았을 때, 초속 20만 km로 날아가는 로켓에서 다시 초속 15km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발사한다면, 우주선의 속력은 지구에서 보아 초속 35만 km가 되어 초속 30만 km를 넘는 것이 아닐까? 우주선의 앞에서 앞쪽으로 발사된 빛을 생각해 보자.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의하여,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이 보든, 바깥에 있는 사람이 보든 이 빛은 초속 약 30만 km로 나아간다. 만약 우주선이 지구에서 보았을 때 35만 km로 날아간다면, 빛의 속력이 우주선보다 느리다는 모순이 생긴다. 이 계산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여기에서는 로켓과 우주선의 속력이 단순히 덧셈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순이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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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속력을 덧셈하는 올바른 방법

 시속 50km로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차 안에서 시속 30m의 공을 던지면, 차 밖에 정지해 있는 사람에게는 공의 속력이 80km로 보인다. 차의 속력을 v, 차에서 던진 공을 차 안에서 본 속력을 u, 그리고 차 밖에서 본 공의 속력은 V라고 하자. 그러면 일반적으로 V=v+u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은 '뉴턴 역학(Newtonian mechanics)'에 바탕을 둔 속력의 덧셈이다.

 아까 말한 로켓과 우주선 얘기로 돌아가 보자. 20만 km 날아가는 로켓에서 15만 km로 우주선을 발사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v는 초속 20만 km, u는 초속 15만 km가 된다. '뉴턴 역학'에 따르면, 지구에서 본 우주선의 속력 S는 35만 km가 된다. 그렇게 되면 광속을 넘어서 상대성 이론에 어긋난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속력의 덧셈에 관한 새로운 식을 유도했다. 아인슈타인이 만든 식을 기초로 하면, 로켓에서 발사된 우주선의 속력 S는 지구에서 봤을 때 약 초속 26만 km가 된다. 이것이 속력의 올바른 덧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뉴턴의 속도 덧셈'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틀린 것이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범위에서는 뉴턴의 식이 '근사식'으로 충분히 성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속에 가까운 속력이 되면, 뉴턴의 식이 성립하지 않게 되어, 아인슈타인의 식을 사용해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이 유도한 '속력의 덧셈 식'

2. 파장에 따라 빛의 속도가 변한다?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의하면, 진공 중의 '빛(전자기파)'의 속력은 가시광선·전파·X선 등 어떤 종류의 파장과도 무관해, 언제나 초속 약 30만km이다. 그런데 최첨단 물리학 분야의 일부 연구자들은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예외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을 바로 '빛(전자기파의 파장에 따라, 진공 중의 빛의 속도가 변할 가능성이다.

 만일 광속이 변한다고 해도 극히 파장이 짧은 고에너지의 빛이 일으키는 극히 근소한 변화이기 때문에, 지상 실험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 이 변화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먼 곳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는 일이다.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이란 극히 고밀도의 별끼리 충돌하는 등의 이유로 일어나는 대폭발이다. 폭발이 일어날 때는 다양한 파장의 빛(전자기파)'가 거의 동시에 방출된다. 이때 파장이 짧고 고에너지의 전자기파이 '감마선(gamma ray)'도 나온다. 파장이 다른 감마선의 속력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면, 지구에 도달할 때까지 그 차이가 축적되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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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감마선 폭발을 관측해 보았다.

 2009년,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히로시마 대학', '도쿄 공업대학' 등의 합동연구팀은 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 (Fermi Gamma-ray Space Telescope)'을 이용해 '감마선 폭발'을 관측했다. 이때 관측한 감마선 폭발 'GRB090510'은 지구에서 73억 광년 거리의 먼 우주에서 일어났다. 연구팀의 결론은 '일부 이론이 예측하는 도달 시간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파장이 달라도 광속도 불변의 원리는 성립하고 있었다. 다만, 파장에 따라 광속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0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기술로 검증 가능한 범위에서는, 어떠한 파장의 빛에서도 광속도 불변의 원리는 성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매우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의 절대 진리로 여겨졌던 뉴턴의 이론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수정되었듯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는 보증은 없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넘어서는 이론을 세우기 위해, 지금도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 (상상도)

3. 물질 속에서는 빛보다 빨리 나아갈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아무리 물체를 가속해도 광속을 넘을 수가 없다. 위에서 소개한 아인슈타인이 유도한 '속력의 덧셈 식'을 사용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큰 속력끼리 더한다 해도, 더한 후의 속력 S는 결코 광속 c를 넘을 수가 없다.

 빛은 우주 최고의 속도이지만, 빛을 쫓아가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빛은 여러 가지 물질 속을 나아갈 때 빛의 속력을 줄어든다. 물질 속을 나아가는 빛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가 빛의 진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진공 속보다 속도가 느려진다. 예컨대 공기 속의 광속은 진공 속과 별로 차이가 없어 광속의 약 99%, 물속에서는 광속의 약 75%, 유리 속에서는 광속의 약 63%, 다이아몬드 속에서는 광속의 약 41%까지 느려진다. 그래서 진공 속을 나아가는 빛을 쫓아갈 수는 없지만, 이처럼 물질 속에서 느려진 빛이라면 쫓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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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빛을 쫓아가면 '빛의 충격파'가 생긴다.

 '소리(Sound)'는 지상에서 '초속 340m(시속 1224km)'의 속도로 나아간다. 아래 그림은 다른 속력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와 그 기체에서 생기는 음파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비행기가 음속보다 느리게 날아가는 경우, 비행기에서 나온 소리는 기체 앞쪽과 뒤쪽으로 퍼져나간다. 소리가 비행기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한편, 비행기가 음속보다 빨리 날아가는 경우, 비행기가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경우, 비행기 앞쪽에는 소리가 없다. 주위로 퍼져 나간 소리를 비행기가 앞지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스스로 낸 소리를 앞지르면서 날아가면, 여러 순간에 나온 음파의 '빽빽한' 부분끼리, 그리고 '성긴' 부분끼리 겹쳐서 두 가지 '충격파가' 생긴다. 소리보다 빨리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충격파'가 발생하듯이, 물질 속을 빛보다 빨리 나아가는 물체에서는 '빛의 충격파'라고 할 수 있는 빛이 발생한다. 이 빛을 '체렌코프광(Cherenkov radiation)'이라고 한다.

 물속에서는 빛이 나아가는 속력이 진공 속의 약 75%까지 느려진다. 물속에 있는 전자나 양성자 등의 입자가 어떤 이유로 가속되면, 물속에서 광속을 넘어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음파의 충격파처럼, 초광속으로 나아가는 입자에서 원뿔 모양으로 '체렌코프광'이 생긴다.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생기는 '충격파'

4-1. 체렌코프광을 이용하여 '중성미자'를 검출하였다.

 200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 도쿄 대학 특별 영예 교수인 '고시바 마사토시' 박사는 '체렌코프광'을 이용해 '중성미자'라는 소립자가 검출하였다. 지하 1000m에 건조된 '가미오칸데'라는 거대 관측 장치를 이용해,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가 물속의 전자와 충돌했을 때 등에 발생하는 미약한 체렌코프광을 검출하는데 성공하였다.

 '가미오칸데'는 1983년 일본 기후 현 가미오카 광산의 지하 1000m에 만들어진 관측 장치이다. 지름 15.6m, 높이 16m의 원통형 장치의 내부는 물로 차있고, 벽면에는 체렌코프광을 검출하기 위한 '광전자 증배과'이 약 1000개 붙어 있었다. 가미오칸데는 1993년에 관측을 마쳤으나, 후속 역할을 하는 중성미자 관측 장치 '슈퍼 가미오칸데'가 가동 중이다.

슈퍼 가미오칸데(Super Kamiokande)

5. 겉보기 초광속

5-1. 은하는 초광속으로 멀어지고 있는가?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며, 우주에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없다. 하지만 우주를 둘러보면, 빛보다 빨리 멀어지는 은하가 존재한다. 이는 은하가 광속을 넘어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989~1953)'은 당시 세계 최대급 망원경을 사용한 은하 관측을 통해, 먼 은하일수록 지구에서 빨리 멀어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을 통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우주는 어떤 지점을 중심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가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은하를 관찰하면, 가까이 있는 은하보다 멀리 있는 은하가 더욱 빠른 속도로 멀어짐을 알 수 있다.

 광속은 '우주의 최고 속도'이다. 그러면 아무리 먼 곳의 은하라도 멀어지는 속력은 초광속일 수 없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구에서 먼 곳에 있는 은하들은 초광속으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다만 먼 곳에 있는 은하가 멀어지는 것은, 은하가 공간 안을 운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의 운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공간의 팽창 효과에 비하면 미미한 것이다. 즉, 몇몇 은하가 초광속으로 지구에서 멀어져 가도, 그건은 '겉보기의 초광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은하 자체가 광속을 넘어 운동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대성 이론과는 모순되지 않는다.

 공간이 광속을 넘어 팽창하면, 빛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마치 자신이 걷는 속도보다 빨리 뒤로 가는 '움직이는 보도(moving walkway)'를 걷는 것과 같다. 아무리 걷고 있어도 '움직이는 보도' 바깥에서 보면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즉, 광속보다 빨리 멀어지는 은하에서 나온 빛은 지구에 닿지 않는다. 우주 팽창의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 한, 지구에서 그 은하들을 관측할 수는 없다.

움직이는 보도(moving walkway)

5-2. '초광속 통신'은 가능한가?

 A지점에서 B지점을 향해 가능한 한 빨리 신호를 보내고 싶다. 우선 A지점과 B지점을 향해 가능한 한 빨리 신호를 보내고 싶다. 우선 A지점과 B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C지점에서 A지점을 향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 다음에 그 라이트를 B지점을 향해 매우 빨리 움직이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초광속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방식의 통신은 실제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초광속으로 정보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상대성 이론과도 모순되지 않는다. C지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면, A지점에서 B지점을 향해 빛의 점은 초광속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C지점에서 나온 발신 시각이 다른 '별개의 빛'이 A지점에서 B지점에 걸쳐 시간차를 두고 도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정보를 전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광속 통신'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초광속 통신'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