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우주 (Universe)

슈퍼 GZK 우주선(Super GZK cosmic ray)

SURPRISER - Tistory 2022. 3. 28. 00:03

 '우주선(cosmic ray)'이란 우주에서 지상으로 내리쬐는 고속의 입자이다. 그런데 에너지가 지극히 높은 우주선인 '슈퍼 GZK 우주선(Super GZK cosmic ray)'을 두고 흥미로운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을 이용한 계산에 의하면, 이러한 우주선은 관측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것은 상대성 이론일까? 관측 결과일까?

 그래서 이 논쟁에 대해 결론을 짓기 위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한 연구팀이 손을 잡고 대규모 공동 관측을 하였다. 앞으로의 '슈퍼 GZK 우주선'의 검증에 따라, 물리학이나 천문학에 대변혁이 올지도 모른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이 제창한 '상대성 이론'의 한계가 발견되거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천체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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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우주선(cosmic ray)'의 발견
  2. 우주선의 불가사의한 법칙
  3. 우주선 에너지의 상한
  4. 상대성 이론은 무너지는가?
  5. '슈퍼 GZK 우주선'이 검출되다.

슈퍼 GZK 우주선(Super GZK cosmic ray)
슈퍼 GZK 우주선(Super GZK cosmic ray)

1. '우주선(cosmic ray)'의 발견

 '우주선(cosmic ray)'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빅토르 헤스(Victor Hess, 1883~1964)'가 발견했다. 20세기 초, '박검전기(leaf electroscope)'라는 전기 검출기가 박검전기가 전기를 띠면, 안쪽에 있는 2장의 금속 조각이 전기의 반발력에 의해 잘 열린다. 하지만 불가사의하게도, 그냥 두면 금속 조각은 서서히 닫힌다.

 당시 '라듐(Ra, 원자번호 88번)' 등의 광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Radioactive ray)'을 내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방사선에는 공기 속의 원자로부터 전자를 튕겨 날리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박검전기의 금속 조각이 닫히는 것은 '지각(crust)'에서 나오는 방사선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지각에서 멀어지면 방사선이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에펠탑(Eiffel Tower)' 위에서 실험하는 연구자도 나타났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방사선이 약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빅토르 헤스'는 1911년부터 1912년에 걸쳐 박검지기를 가지고 '기구(balloon)'에 올라타, 고공에서 방사선을 측정했다. 그 결과, 지상에서 멀어질수록 방사선이 강해지는 것을 발견해고, 방사선의 발생원이 지구의 바깥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것이 우주에서 내리쬐는 강력한 방사선, 즉 '우주선'의 최초 발견이다. 헤스는 이 공적으로 193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박검전기(leaf electroscope)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빅토르 헤스(Victor Hess, 1883~1964)'

1-1. '1차 우주선'과 '2차 우주선'

 그리고 1938년에,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피에르 빅토르 오제 (Pierre Victor Auger, 1899~1993)'가 '공기 샤워'라고 불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공기 샤워(air shower)'란 큰 에너지를 지닌 우주선이 지구의 공기를 이루는 원자핵과 충돌하여 2차 입자를 만들어 한꺼번에 대량의 소립자가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지구에 오는 우주선을 '1차 우주선(primary cosmic ray)', 공기 속에서 생기는 우주선을 '2차 우주선(secondary cosmic rays)'이라고 불러서 구별한다.

 아래 그림은 우주에서 쏟아진 '1차 우주선'에 의해 '2차 우주선'이 생겨 '공기 샤워'가 일어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1차 우주선(그림에서는 양성자)이 대기 중의 '질소 원자핵', '헬륨 원자핵' 등과 충돌하여 '파이 중간자(Pion)'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붕괴되어 '중성미자(Neutrinos)', '뮤온(Muon)' 등의 '2차 우주선'이 생겼다.

'1차 우주선'과 '2차 우주선'

2. 우주선의 불가사의한 법칙

2-1. 우주선은 고속으로 나는 입자이다.

 오늘날에는 '우주선(cosmic ray)'의 정체가 '고속으로 나는 입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우주선의 입자는 대부분 '양성자(Proton)'나 '헬륨(He)', '철(Fe)' 등의 원자핵이다. 그 밖에 '전자(Electron)' '광자(Photon)', '중성미자(Neutrino)' 등도 우주선으로 지구에 온다.

 그런데 양성자, 원자핵, 전자 등은 '하전 입자(전하를 띤 입자)'이다. '하전 입자(Charged Particle)'가 '자기마당(자기장)' 속을 날면, 그 운동은 '로렌츠 힘(Lorentz force)'이라고 불리는 힘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을 이용하면, 하전 입자의 궤도를 구부려 어떤 공간의 영역에 가둘 수 있다. 소립자 연구에 이용하는 '원형 가속기(Circular Accelerator)'는 이 원리를 이용하여 도넛 모양의 용기에 하전 입자를 가두고, 강력한 전파로 입자를 가속하는 것이다.

2-2. 우주선의 발생원은 어디일까?

 자기마당을 가진 은하 등의 천체도 하전 입자를 가두는 용기가 된다. 그 안에서 은하 내의 '초신성 폭발(Supernova Explosion)' 등으로 생긴 충격파가 양성자 등의 하전 입자를 가속시킨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천연 가속기'는 천체의 크기와 자기마당의 세기에 따라 우주선의 에너지를 높인다.

 지구에는 다양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이 날아온다. 비교적 낮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은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안에서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Supernova Explosion)' 등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은 '우리 은하' 바깥에 발생원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어떤 천체에서 오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고에너지 우주선의 발생원'으로 '은하의 충돌 현장'이나 '활동 은하핵(AGN: active galactic nucleus)'이 지목되고 있다. '활동 은하핵'은 특별한 활동성이 보이는 은하의 중심 영역을 말하는데, 그 밝기가 일반적인 은하보다 훨씬 밝다. 이러한 활동 은하핵이 존재하는 은하를 '활동은하(Active Galaxies)'라고 부른다. 또 초기 우주에 만들어진 '초중입자(Superheavy Particle)' 등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발생원이라는 설도 있다.

2-3. '지구에 날아오는 우주선의 에너지'와 '우주선이 날아오는 빈도'의 관계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지구에 날아오는 우주선의 에너지'와 '우주선이 날아오는 빈도의 관계'이다. 낮은 에너지의 우주선은 빈번하게 지구에 내리쬐지만,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일수록 지구에 오는 빈도가 낮아진다. 우주선의 에너지는 'eV(전자볼트)'라는 단위로 나타난다. 에너지가 1012eV 이상인 우주선은 1m2당 매초 1개 정도 날아오는 데 비해, 1016eV 이상의 우주선은 같은 면적당 1년에 1개 정도밖에 날아오지 않는다.

 '지구에 날아오는 우주선의 에너지'와 '우주선이 날아오는 빈도'의 관계를 '로그함수 그래프(log function graph)'로 그리면 거의 직선이 된다. 그래프는 우주선의 에너지가 10배 올라가면, 우주선이 날아오는 빈도는 100분의 1로 줄어듬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발생원에서 오는 우주선이 왜 이런 법칙을 따르고 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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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주선 에너지의 상한

3-1. 우주 배경 복사에 의해 우주선이 약해진다.

 그러면 지구에는 과연 얼마나 높은 에너지의 우주선이 날아올까? 사실 지구에 날아오는 우주선의 에너지에는 어떤 상한이 존재한다는 예언이 있다. 이 예언의 따르면, 아무리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이라도 우주 공간을 길게 나는 가운데, 반드시 4×1019eV 정도로 약해진다고 한다. 이 예언은 우리의 우주를 채우는 빛인 '우주 배경 복사'가 관계되어 있다. '우주 배경 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란 1965년에 처음 발견된 것으로, '탄생 직후의 우주(빅뱅 우주)'의 흔적이 되는 빛이다.

3-2. GZK 한계

 '우주 공간을 고속으로 나아가는 양성자'로서의 우주선을 생각해 보자. 우주 공간에는 1cm3당 약 400개의 '광자(우주 배경 복사)'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우주 공간을 나아가는 양성자는 어떤 확률로 광자와 충돌하게 된다. 그때 양성자의 에너지가 4×1019eV 이하라면, 대부분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나아간다. 하지만 에너지가 4×1019eV를 넘으면, 광자와 충돌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 충돌로 '파이 중간자(pion)'가 발생하고, 양성자의 에너지 일부를 가져가 버리므로, 양성자의 에너지는 충돌 전의 80~90% 정도로 줄어든다. 양성자는 그 후에도 4×1019eV 이하가 될 때까지 광자와의 충돌을 되풀이해 에너지를 줄여간다. 따라서 계산상으로는 아무리 고에너지의 양자라도 우주 공간을 1.5억 광년 정도 여행하는 가운데 반드시 그 에너지는 4×1019eV 이하로 약해진다. 결국, 지구에서 아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1.5억 광년 이내에 발생원이 없는 한, 지구에서는 4×1019eV 이상의 고에너지 우주선은 이르지 않는다는 것이 예언의 내용이다.

 그래서 '우주 배경 복사'를 발견한 다음 해에 '우주선(Cosmic ray)'의 상한값이 제창되었다. 그 상한값은 '4×1019eV'로 'GZK 한계(GZK limit: Greisen-Zatsepin-Kuzmin limit)'​라고 불린다. 'GZK 한계'의 이름은 '그라이젠(Greisen)', '자체핀(Zatsepin)' 쿠즈민(Kuzmin limit)' 등 제창자 3명의 이름에서 머릿글자를 따온 것이다. 4×1019eV이라는 상한값은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발표한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에 근거한 '로렌츠 변환(Lorentz transformation)'을 사용해, '양성자의 질량'과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로부터 산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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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대성 이론은 무너지는가?

 '우주선(cosmic ray)'은 우주에 존재하는 '천연 가속기'에 의해 가속된다. 하지만 4×1019eV 이상으로 가속할 수 있는 천체의 후보는 '활동 은하핵'이나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 등 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천체 현상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천체는 일반적으로 매우 먼 곳에 있어서 1.5억 광년 이내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면 'GZK 한계'를 넘는 우주선은 지구에 오지 않을까? 이 문제에 가장 일찍 주목한 사람이 일본의 이론 물리학자인 '사토 후미타카(佐藤文隆, 1938~)' 박사이다. '사토 후미타카' 박사는 1972년에 매우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만약 GZK 한계를 넘는 우주선이 관측되면, '특수 상대성 이론'이 지극히 높은 에너지 영역에서는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GZK 한계'의 예측은 '상대성 원리(Relativity principle)'에 근거한다. 따라서 이 예측을 우주선의 관측과 대조시키면, '상대성 원리'를 높은 정밀도로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관측 결과가 예측과 다르면, '상대성 원리'가 무너진다고 생각해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광속에 접근하면 '뉴턴 역학'의 한계가 나타나는 것처럼, 지극히 높은 에너지 영역의 세계에서 '상대성 이론'의 한계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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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슈퍼 GZK 우주선'이 검출되다.

5-1. 슈퍼 GZK 우주선'의 후보가 보고되다.

 관측기가 대형화됨에 따라, GZK 한계를 넘는 우주선인 '슈퍼 GZK 우주선(Super GZK Cosmic Ray)'의 후보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도의 결정에 도전한 사람이 당시 일본 도쿄 대학 우주소 연구소의 교수였던 '나가노 모토히코'의 팀이다. 앞서 말했듯이, 고에너지의 우주선일수록 지구에 날아오는 빈도는 낮아진다. 예컨대 GZK 한계를 넘는 1020eV의 우주선이 날아오더라도, 100km2의 넓은 영역에서는 1년에 겨우 1개밖에 날아오지 않는다고 계산된다. 그래서 나가노 교수팀은 실제로 100km2의 넓이를 가진 거대한 검출기를 준비해 '슈퍼 GZK 우주선'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것이 1990년에 완성한 '아케노 광역 공기 샤워 관측 장치 (AGASA: Akeno Giant Air Shower Array)'이다.

5-2. AGASA

 AGASA는 도쿄 대학 우주선 연구소 '아케노 관측소' 주변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검출기이다. 약 100km2나 되는 공간에 11대나 되는 '신틸레이터 검출기'를 약 1km 간격으로 설치했다. '신틸레이터 검출기(Scintillator Detector)'란 우주선이 통과하면 으슴푸레한 빛을 내는 장치이다. 111대의 검출기는 모든 광섬유에 접속되어 '공기 샤워(Air shower)'의 검출을 알리는 신호가 관측소에 모인다. 각 신틸레이터 검출기의 신호 시간의 차를 해석하면, 1차 우주선이 온 방향을 알아낼 수 있다.

 AGASA는 1990년부터 13년동안 수많은 우주선을 관측했다. 그리고 세계의 연구자들을 놀라게 할 성과를 얻었다. 13년 동안 1020eV의 '슈퍼 GZK 우주선(Super GZK cosmic ray)'이 11번 포착된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나의 해석으로, 지구에서 1.5억 광년 이내의 근방에 이러한 고에너지 우주선의 발생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슈퍼 GZK 우주선(Super GZK cosmic ray)'이 날아오는 방향을 조사하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고에너지 천체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AGASA의 개관

5-3. 'TA 계획'으로 논쟁을 매듭짓는다.

 AGASA의 관측 결과에 대한 반론도 있다. 미국 유타 대학팀은 '공기 샤워'가 대기 중에서 만들어내는 형광을 망원경으로 포착하는 'HiRes'로 우주선을 관측했다. HiRes는 AGASA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선 검출기이며, 1020eV를 넘는 고에너지 우주선을 포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HiRes의 관측 규모가 AGASA보다 2배 이상 되었음에도, 1020eV를 넘는 우주선은 AGASA보다 적은 3번 검출되었다. 그래서 유타 대학팀은 AGASA의 우주선 에너지 측정에 잘못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AGASA 팀과 HiRes 팀 중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이 논쟁에 대해 결론을 짓기 위해, 두 팀은 힘을 합쳤다. 미국 유타주에 펼쳐진 760km2나 되는 황야에 AGASA의 10배 이상 감도를 가진 우주선 검출기를 건설해, 그곳에서 공동 관측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TA 계획(telescope array project)'이다. TA에서는 지표에 둔 576개의 신틸레이터 검출기에 의한 'AGASA형 관측'과, 대기 중에서 공기 샤워의 미세한 형광을 관측하는 'HiRes형 관측'을 동시에 한다. 두 가지 관측 결과를 직접 비교하면, 이 논쟁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5-4. 'Pierre Auger Observatory' project

 슈퍼 GZK 우주선'의 실증에 도전하는 것은 TA 계획(Telescope Array Project)'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에는 '공기 샤워'의 발견자의 이름을 붙인 '피에르 오제 관측소(Pierre Auger Observatory)'가 건설되어 2005년에 대규모의 관측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계획한 사람은 'CP 대칭성의 파괴(CP violation)'의 발견으로 198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크로닌(James Watson Cronin, 1931~2016)' 박사이다.

5-5. JEM-EUSO 계획

 또 일본의 이화학연구소와 고난 대학을 중심으로 한 팀은 '국제 우주 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망원경을 설치해, 궤도에서 지구 대기를 내려다보면서 공기 샤워'를 관측하는 'JEM-EUSO 계획(Japanese Experiment Module-Extreme Universe Space Observatory Project)'을 시작하였다. 이 계획은 'ESA(유럽우주기구)'를 중심으로 준비해 온 'EUSO 계획'을 이어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