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체감 시간
- 어른이 되면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
- '마음의 시계'는 어디에 있는가?
1. 체감 시간
1-1. 즐거울 때,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
즐거울 때는 짧고, 흥미가 없을 때는 길게 느껴진다'고 흔히 말한다. 심리학 실험에서는, 시계를 몇 번이나 보는 등 시간 경과에 주의를 기회가 많을수록 길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시간 경과에 주의를 기울이면, '마음의 시계'의 눈금이 많이 기록되는 셈이라 경과도 길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즐거울 때처럼, 시간 경과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울수록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1-2. 공포를 느낄 때,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
'체감 시간'은 시간 경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요인 말고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길어지거나 짧아진다. 예컨대 공포를 느끼는 경우, '아직 시간이 요것밖에 안 지났어?'하는 식으로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공포를 느끼면 시각 정보 처리가 빨라짐과 더불어, '마음의 시계'의 진행이 빨라져 실제 시간과 어긋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시각의 정보처리가 빨라져, 이른바 '슬로 모션(Slow Motion)'으로 보이는 현상을 '타키사이키아(tachypsychia)'라고 한다.
2007년, 미 '베일러 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의 연구 그룹이 과학, 의학, 공학 학술지 'PLOS ONE'에 보고한 실험을 하나 소개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놀이를 체험할 때, 낙하 시간이 어느 정도의 길이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실험 결과, 참가자 19명은 타인의 낙하 시간보다 자신의 낙하 시간을 평균 약 36% 길게 평가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무서운 체험일 것이다.
또 일본 '지바 대학(Chiba Universiy)'의 '이치카와 마코토' 박사 등은 위험한 인상을 주는 영상을 보여주고 '체감 시간'을 조사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마음의 시계'가 평균적으로 약 10% 빨라졌다. 그런데 오래된 시간이나 과거의 체험을 생각해 낼 때는 기억의 영향이 커져, '마음의 시계'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2. 어른이 되면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나이를 먹을수록 연령에서 차지하는 1년의 비율이 작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이 설명은 실험에 근거한 내용은 아니고, 프랑스의 심리학자 '피에르 자네(Pierre Janet, 1859~1947)' 등이 직감에 따라 생각한 것이다.
2-1. '마음의 시계'를 느리게 하는 요소
'마음의 시계'가 실제 시간의 경과보다 느려지면,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그러면 무엇이 '마음의 시계'를 느리게 하는 걸까? '마음의 시계'를 느리게 하는 요소는 심리학 실험에 의해 몇 가지가 확인되어 있다.
- 새로운 사건을 체험하기 어렵게 되거나, 일상의 세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면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것은 어느 기간 중에 체험한 사건의 수를 실마리로 시간의 길이를 추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른은 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새로 체험하는 사건의 수가 적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일이라도 세부에 우즤하면 시간을 길게 느끼는 것 같다. 반면 어린이들은 새로운 놀이나 공부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고, 날씨 변화 등 일상의 세부도 의식한다. 그래서 어린이가 시간을 더 길게 느낀다고 한다.
- 또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몸의 '대사(생명 유지를 위해 몸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학 반응)'가 활발하지 않은 경우,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고 한다. '몸의 대사'와 '마음의 시곗 바늘의 진행'은 대응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즉, 어른은 날마다 습관이 되어 새로 체험하는 사건의 수가 줄어드는 데다, 어린이보다 '대사(Metabolism)'가 떨어지므로 1년도 짧게 느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된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실제 시간을 공유해도, 어린이의 체감 시간보다 어른의 체감 시간이 더 짧은 것으로 보인다.
2-2. 어른은 긴 시간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대해서도 시간을 짧게 느낀다.
'1년처럼 긴 시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분 단위의 짧은 시간'에 대해서도, 어른은 시간을 짧게 느낀다. 이 현상은 실험으로도 확인되어 있다.
이 실험은 2003년 '일본 과학 미래관(日本科学未来館)'의 전시 기획의 하나로 이루어진 실험이며, 그 결과는 '이치카와 마코토' 박사에 의해 2005년 11월에 열린 '일본 기초심리학회'에서 발표되었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험 참가자는 소리의 반향이 없는 아주 어두운 방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고 나서, 3분이 지났다고 생각한 시점에 다시 버튼을 눌렀다. 이때 시간을 속으로 헤아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개인차는 매우 컸지만, 약 3300명을 분석한 결과, 2~4살이 많아짐에 따라 1초씩 길어졌다고 한다. 5세와 65세 사이에서는 3분 사이에 20초 정도의 차이가 생긴 셈이다.
3. '마음의 시계'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도로를 건널 때, '얼마나 지나면 붉은 신호등으로 바뀔까?', '어느 정도 지나면 차가 가까이 올까?' 하는 식으로 시간을 예측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잴까? '시간을 재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제창되어 있다. '마음의 시계'의 메커니즘은 단지 하나가 아니라, 1초·1시간·1일·1년 등과 같이 포착하려는 시간의 길이에 따라 서로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시간의 인식'을 뇌과학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는 일본 훗카이도 대학의 '다나카 마사키' 박사에 의하면, 뇌의 '시상(Thalamus)'이나 '대뇌(Cerebrum)' 등의 신경 세포는 시간 경과와 함께 '활성화 빈도'가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컨대 활동이 낮은 상태에서 일정 수준이 되기까지 시간 경과를 재는 것으로 추정된다.
- 십수 초 정도까지의 '시간 감각': 십수 초 정도까지의 시간 감각을 담당하는 것은 '대뇌 - 소뇌'나 '대뇌 신피질 - 대뇌 바닥핵'을 각각 루프로 하는 경로라는 설이 유력하다. 여기서 말하는 '루프 경로(Loop Path)'란, 뇌의 어느 부위에서 나온 신호가 다른 부위를 경유해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가는, 동그란 형태의 '신경 회로'를 가리킨다. 하지만 더 자세한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다.
- 하루 단위에서 분 단위 정도까지의 약간 긴 '시간 감각': 하루 단위에서 분 단위 정도까지의 '약간 긴 시간 감각'은, 대뇌 반구의 안쪽 면에 있는 '설전부'나 '후부 대상회' 등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는 사건 순서 등의 시간 감각에 관여한다.
- 과거의 '시간 감각': '저 일을 다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까?' 등과 같이 생각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과거 시간의 길이를 체험한 시점에서는 느끼는 길이와는 반드시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사건의 양 등에 따라 변한다. 생각나는 시간은 나중에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기도 하므로, 어떤 사건이 자세히 생각나면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컨대 사고 순간을 나중에 매우 길게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이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