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우주 (Universe)

우주론(Cosmology)

SURPRISER - Tistory 2022. 1. 31. 16:59

0. 목차

  1. 우주의 진화
  2. 우주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3. 빅뱅 이론
  4. 우주와 '양자론'
  5. 우주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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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의 진화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는 인류의 오래된 의문이다. 이 궁극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사람들은 예로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더욱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우주는 '무(無)'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하는 '우주 탄생론'까지 나왔다.

 '우주론(Cosmology)'은 20세기에 놀라운 발전을 이룩하였다. 20세기에 이룩한 이 우주론의 성과를 한 마디로 말하면 '우주는 진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생물이 진화해 왔다는 사실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09~1882)' 등에 의해 19세기부터 주장되었다. 생물도 진화했지만, 생물이 존재하는 지구와, 태양계를 비롯한 모든 천체도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나아가 천체가 존재하는 우주 공간 그 자체도 진화해왔다.

1-1. 20세기 우주론의 발전 과정

 20세기가 되어 물리학을 근본적으로 바꾼 일은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과 '양자론(Quantum Theory)'의 출현이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론이며, 양자론은 극미의 물질의 움직임에 대한 학문으로 등장했다.

 새로운 우주론의 출발점이 된 것은,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에서 유도된 '팽창 우주론(Theory of Expanding Universe)'이었다. 그리고 양자론을 이용해 공간 팽창에 수반되는 그 속의 물질 변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빅뱅 이론'이 되었다. 하지만 우주의 참된 기원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불가능했다.

 1983년에는 '양자론'을 시공에 적용한 '허수 시간설(Imaginary Time Theory)'이 제창되어 우주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그 전해에 '알렉산드르 빌렌킨(Alexander Vilenkin, 1949~)'에 의해 제창된 '터널 효과에 의한 無에서의 우주 탄생'이라는 설을 더욱 이론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시공의 양자론은 완전히 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우주 탄생의 이론은 아직 가설 단계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현재는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 등 시공의 완전한 양자론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연구에 의해 앞으로 우주 탄생에 대한 우주관이 크게 바뀔지도 모른다.

  1. 1990년 - 양자 가설 (막스 플랑크): 에너지에 '분할 불가능한 양(양자)'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2. 1905년 - 광양자 가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파동이라고 생각되었던 빛에 입자의 성질이 있음을 발견했다.
  3. 1911년 - 원자 모형 (어니스트 러더퍼드): 원자가 중심부의 원자핵과 그 주위의 전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4. 1916년 - 일반 상대성 이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5. 1919년 - 양성자의 발견 (어니스트 러더퍼드):
  6. 1922년 - 팽창 우주론 (알렉산드로 프리드먼):
  7. 1923년 - 물질파 (루이 드브로이):
  8. 1926년 - 파동 방정식 (에어빈 슈뢰딩거):
  9. 1927년 - 불확정성 원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10. 1928년 - 반입자의 예언 (폴 디랙):
  11. 1929년 - 양자장론 (베르너 하이젠 베르크, 볼프강 파울리): 빛의 파동을 양자론으로 생각하면, 빛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모습이 유도된다. 마찬가지로 전자의 파동 함수로 나타난 파동을 다시 양자론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빛과 전자 모두 똑같은 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12. 1929년 - 팽창 우주의 발견 (에드윈 허블):
  13. 1932년 - 중성자의 발견 (제임스 채드윅):
  14. 1948년 - 빅뱅 이론 (조지 가모):
  15. 1948년 - 환치 계산 이론 (줄리언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
  16. 1957년 - 다세계 해석 (휴 에버렛): 거시적인 세계에 양자론의 공존 개념을 도입해, 우주 상태가 여러 가지 공존함을 보여주었다.
  17. 1964년 - 쿼크 모델 (머리 겔만):
  18. 1965년 - 우주 배경 복사 발견 (로버트 윌슨, 아노 펜지어스):
  19. 1967년 -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 통합 이론 (스티븐 와인 버거, 압두스 살람): 
  20. 1970년 - 특이점 정리 (로저 펜로즈, 스티븐 호킹): 양자론의 효과를 무시하면, 우주는 특이점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즉, 우주의 시공에는 반드시 끝이 잇다는 정리를 증명했다.
  21. 1981년 - 인플레이션 이론 (앨런 구스, 사토 가쓰히코):
  22. 1982년 - '무(無)'에서의 우주 탄생 (알렉산드르 빌렌킨):
  23. 1983년 - 허수 시간설 (스티븐 호킹, 제임스 하틀):
  24. 1986년 - 우주의 대규모 구조 발견 (마거릿 겔러): 우주에는 은하가 다수 밀집하고 있는 영역과 비교적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25. 1990년 - 허블 우주 망원경 발사: 우주의 팽창 속도 관측 등을 목적으로 발사되었다.
  26. 2003년 - WMAP: WAMP 위성에 의해, 우주의 나이가 137±2억 년이라고 확정되었다. 현재는 138억 년으로 알려져 있다.
  27. 2012년 - 힉스 입자 발견: LHC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하였다.
  28. 2019년 - 블랙홀 관측: '사상수평선망원경(EHT: Event Hrizon Telescope)'으로 블랙홀을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1-2. 우주의 진화 과정

  1. 우주 탄생: 우주는 '무(無)'에서 생겨났다고 생각된다. 양자론에 의하면 '무(無)'도 흔들리고 있으며, 우주도 '무(無)'의 요동에서 생겨났다.
  2. 허수 시간의 우주: 우주가 무에서 생겨날 때는 '허수 시간(imaginary number time)'이 흘렀다. 생겨난 우주의 크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0-30cm 정도였으리라고 생각된다.
  3. 인플레이션: 그 후 우주는 순식간에 10의 수십 제곱 배라는 급격한 팽창을 일으켰다.
  4. 빅뱅: 인플레이션을 거쳐, 우주는 에너지로 가득 찬 초고온, 초고밀도의 빅뱅 우주가 되었다.
  5. 우주의 맑게 갬: 우주 탄생으로부터 약 38만 년 후, 우주의 온도가 3000K까지 내려갔다. 이에 따라 원자핵과 전자핵이 결합하여 원자가 생겼다. 전자에 의해 산란되었던 빛은 직진할 수 있게 되어, 우주는 시야가 트였다.
  6. 천체의 탄생: 우주에는 물질 밀도에 차이가 있었다. 밀도가 높은 부분은 중력에 의해 수축해, 우주 탄생으로부터 10억 년 정도 사이에 원시별이나 퀘이사 등읜 천체가 생겨났다.
  7. 우리 은하의 탄생: 인류가 살고 있는 '우리 은하'는 지금으로부터 약 120억 년 전에 탄생한 것 같다. 우리 은하는 지름 약 10만 광년의 광대한 나선 은하이다.
  8. 태양계의 탄생: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했다. 지구에서는 약 38억 년 전에 생명이 탄생했다.
  9. 현재의 우주: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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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주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그러면 우주 공간의 진화란 무엇일까? 우주 공간이 진화한다는 생각은 이론적으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근거로 하여 시작되었다

 우주에 흩어져 있는 은하를 관측하면 은하는 서로 멀어지듯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말만 들으면 우주의 모든 은하는 한 곳에서 사방 팔방으로 계속 흩어져 가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주는 은하가 거의 균등하게 흩어져 있으며, 우주의 중심 같은 곳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은하는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다만 은하가 존재하는 공간이 팽창한다고 생각하면 제대로 설명된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이 팽창하거나 수축하고, 일글어진다는 이론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들었다. 이는 중력의 새로운 이론으로 제안된 것이다. 사실 이 이론은 처음에는 우주와는 관계가 없었지만, '알렉산드르 프리드먼(Alexander Friedmann, 1888~1925)'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면 우주 공간 전체는 팽창 또는 수축함을 증명했다.

 공간의 팽창과 수축을 '공간의 운동'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공간의 운동'은 보통의 물체 운동과 아주 똑같이, 그것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의 여세, 즉 관성에 의해 결정된다. 공간에 작용하는 힘에는 공간 자체의 휘어짐, 공간 내부에 존재하는 물질의 양, 그리고 공간에 내재하는 에너지라는 세 가지가 있음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알려졌다. 현재의 우주는 팽창을 시작한 여세로 그대로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팽창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3. 빅뱅 이론

 현재의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말은, 우주를 과거로 거슬러 가면 수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주가 수축하면 천체들은 서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천체가 서로 접촉할 정도로 수축하면, 우주는 현재와 같은 모습과 같을 수가 없다. 실제로 물질의 성질에서, 그리고 현재 우주 공간의 팽창률에서 약 138억 년 전의 우주는 모든 물질이 그 구성 입자로 분해된 초고온, 초고밀도의 죽 같은 상태였음이 알려져 있다. 이 시대의 우주를 '빅뱅 우주(Big Bang Universe)'라고 부른다.

 물질은 무수한 원자가 모인 것이다.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전자가 움직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원자핵은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인 것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가 3개 이어져 만들어져 있다. 현재의 물리학에서는 '쿼크(Quark)와 '전자(Electron)'가 가장 기본적인 입자로 알려져 있다.

 우주의 온도는 공간의 팽창과 더불어 내려간다. 어느 정도 내려가면 원자핵과 전자가 달라부터 원자가 되는데, 그것은 우주 탄생 후 약 38만 년 뒤에 일어난 일로, '빅뱅 시대'의 끝에 해당한다. 그대는 원자가 모여 천체가 되는 '천체 시대'가 시작되었다. '빅뱅 시대'에는 원자핵이라고 해도 수소나 헬륨의 원자핵이라는 아주 단순한 것뿐이었다. 산소나 금속 같은 무거운 원자핵은 '천체 시대'에 천체 속에서 만들어졌다.

 원자핵과 전자의 시대를 지나 더 과거로 거슬러 가면 우주의 온도는 수억 K의 고온이 되므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분해된다. 더울 거슬러 올라가면, 양성자와 중성자도 쿼크로 분해되어 버린다. 그리고 더 과거로 거슬러 가면, 반입자 등 현재의 우주에서는 전혀 본 적이 없는 입자가 많이 존재하는 시대가 된다.

3-1. 빅뱅 시대

  1. 입자와 반입자의 시대: 빅뱅 우주 시대에는 먼저 입자와 반입자가 거의 같은 양으로 만들어졌다. 반입자는 입자와 전하 등의 성질이 반대인 입자이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소멸하고 빛이 된다. 우리 우주에서는 입자의 수가 약간 더 많았기 때문에 입자만 남게 되었다.
  2. 쿼크의 시대: 초고온이었던 빅뱅 초기에는 쿼크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쿼크가 달라붙어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었다. 쿼크는 아주 강한 힘으로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떼어 낼 수 없다.
  3.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시대: 우주 탄생으로부터 1000분의 1초 후, 우주의 온도는 1조 K로 떨어졌고, 쿼크가 3개씩 달라붙어 양성자와 중성자가 생겼다.
  4. 원자핵과 전자의 시대: 우주 탄생 3분 후, 우주의 온도는 10억 K까지 내려갔다.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에서 중수소의 원자핵이 생겼으며, 이어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에서 헬륨 원자핵이 생겼다. 빅뱅 이론에 의하면, 원자핵의 비율은 무게 기존으로 75가 수소의 원자핵, 약 25%가 헬륨의 원자핵, 그리고 미량의 그 밖의 것이 있었다. 수소와 헬륨의 비율은 현재 우주 전체에서의 원자핵 비율과 일치해, 빅뱅 이론이 옳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3-2. 우주 배경 복사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1968)' 등은 현재의 우주 팽창을 거꾸로 더듬어가, 백수십억 년 전에 빅뱅 시대가 있었다는 '빅뱅 이론'을 제창하였다. 그러면 '빅뱅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전자기파를 통해 멀리 떨어진 우주를 관측한다. 전자기파의 속도는 초속 약 30만 km로 매우 빠르지만, 어디까지나 유한하다. 따라서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다. 그러면 성능 좋은 망원경이 있으면, 우주가 탄생한 순간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멀리 떨어진 곳, 즉 과거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 시대까지의 우주가 어느 정도 투명해야 한다. 탁한 물속 같은 우주에서는 빛이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건너편을 바라볼 수가 없다.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해 원자가 되었을 때, 즉 빅뱅 시대가 끝에 이르러 우주는 투명해졌는데, 이것을 '우주의 맑게 갬'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빛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우주의 맑게 갬' 시대까지, 즉 '빅뱅 시대' 끝 무렵의 우주까지인 셈이다.

 그러면 '우주의 맑게 갬'은 우리에게 어떻게 보일까? 이 시기에는 아직 천체가 탄생하지 않았지만, 3000K 정도로 매우 뜨거웠으므로 밝게 빛나고 있다. 즉, 천체가 존재하는 공간보다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면, 우주 공간 전체가 빛나 보일 것이다. 하지만 빛이 그 시대의 우주에서 현재의 지구로 오기까지 우주는 길이로 따져 1000배 정도 팽창했다. 이에 따라 빛의 파장도 늘어나, 에너지가 줄어들어 절대 온도 3K 정도인 극저온의 약한 전파가 되었다. 이 전파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파 망원경에 의해 1965년에 발견되었으며, 이것은 '빅뱅 이론'의 관측상 최대의 증거로 인정받고 있다. 이것을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한다.

 우주가 탄생한지 38만 년 후, 우주의 온도는 3000K까지 내려갔다. 양전기를 띤 원자핵과 음전기를 띤 전자가 서로 달라붙어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빅뱅 우주의 끝이다. 빅뱅 우주에서 빛은 전자나 원자핵과 끊임없이 충돌해 직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가 생김으로써 빛이 직진할 수 있게 되었고, 우주는 맑아졌다. 이때의 3000K의 빛은 우주 팽창에 의해 파장이 늘어나 현재는 2.73K의 전파가 되었는데, 이것이 '우주 배경 복사'이다. 3000K었던 복사가 약 2.73K로 관측되므로, 파장이 10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전파이므로,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관측할 수 있다.

플랑크 위성이 2013년에 관측한 '우주 배경 복사'

4. 우주와 '양자론'

 빅뱅 이론이 옳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경우 우주는 점점 수축되어 공간의 모든 점 사이의 거리가 0이 된다. 즉, 공간이 무한히 작은 공간에 찌부러들고, 이것이 바로 우주 탄생의 순간이 된다. 이는 관측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그렇게 된다. 그러면 우주의 탄생은 어땠을까?

 여기에는 '일반 상대성 이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20세기가 되자, 물질은 원자와 극미한 입자로 이루어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 미시 세계에서 입자의 움직임은 거시 세계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어, 양자론이라는 새로운 물리학이 탄생했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공간도 팽창 및 수축 등 운동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간을 거시적인 대상으로 생각했을 때의 이론이다. 현재의 우주는 거시적이지만, 우주 탄생의 순간에는 공간이 극미해진다. 그래서 우주 탄생의 순간의 이야기는 '일반 상대성 이론' 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주 탄생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양자론이 필요하다.

4-1. 이중 슬릿 실험

 모든 물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원자의 움직임과 물체의 움직임이 서로 무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물체와 원자의 움직임을 똑같은 이미지로 다룰 수는 없다. '이중 슬릿 실험(double slit experiment)'에 의하면, 예컨대 전자는 입자의 성질뿐만 아니라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미 세계에서는 거시 세계의 직관에 반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어느 특정한 에너지를 지닌 전자를 2개의 슬릿이 있는 판자에 덯져 넣는다. 그리고 그 뒤쪽에 스크린을 놓고, 전자가 슬릿을 빠져나갔을 경우에 스크린 위의 어느 위치에 도달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둔다. 전자는 입자이므로 스크린 위의 어느 한 점에 도달했다는 흔적을 남긴다. 1회의 실험에서는 1개의 전자만 날아온다. 그런데 이 실험을 여러 되풀이하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전자는 다양한 위치에 도달한다. 다수의 실험을 되풀이한 뒤 스크린을 바라보면, 도달한 점들이 멋진 줄무늬를 이루면서 늘어서 있다. 이 줄무늬를 설명하려면 전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4-2. 전자는 수많은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

 위의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의 성질이 있음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전자는 각 시각에 어딘가 한 군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장소에 존재하는 상태, 다른 장소에 존재하는 상태 등 무수한 상태가 존재하고 있다. 거의 공존하고 있지 않은 상태와 공존의 정도가 큰 상태가 있으며, 그 '공존도(공존의 정도)'는 '파동 함수'라는 수로 나타낸다. 그리고 각 상태의 공존도를 나열하면 파동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은 원자 속에 있는 전자도 마찬가지다. 원자 속에 있는 전자의 경우, 그것이 중심 원자핵의 오른쪽과 왼쪽에 있는 상태, 또는 중심 가까이에 있는 상태나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 등 무수한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중심 가까이에 있는 상태의 공존도가 크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상태의 공존도는 매우 작아진다.

4-3. 원자는 파괴되지 않는다.

 원자 속에는 중심에 있는 원자핵의 주위를 전자가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 또는,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을 연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자의 경우, 이런 이미지는 통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하를 지닌 전자가 전자기파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전기력에 의해 원자핵으로 끌어당겨진 채 그 주위를 움직인다. 하지만 지구의 움직임과 똑같이 생각하면, 회전의 움직임과 더불어 전자기파를 방출하면 힘을 잃어, 중심에 있는 원자핵의 위치로 떨어져 버린다. 즉, 원자가 부서져 버린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자는 부서지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 천체나 인공위성에서는 그런 효과는 그 무게에 비해 압도적으로 작으므로 무시해도 된다.)

 그러면 '원자가 부서지지 않는 것'과 '전자가 파동 함수를 갖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원자에 있는 전자의 공존도 또한 파동 함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기는 조금 어려우므로, 양 끝을 고정시킨 줄의 파동을 생각해 보자. 양 끝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전자가 원자의 내부에 속박되어 있다는 상황에 대응한다. 양끝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파장에는 한도가 있다. 그리고 양자론에서는 파장이 길수록 그 전자의 에너지가 작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전자의 에너지에는 더 이상 줄어들 수 없는 '최솟값'이 있는 셈이다. 즉, 최대 파장의 파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전자는 전자기파를 방출해 더 이상 에너지를 줄일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원자가 부서지지 않는 이유이다.

 양 끝이 고정된 줄의 진동은 파동의 '배'가 1개인 것과 2인 것, 3개인 것 등이 있다. 파동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에너지는 많아지고, 파장은 짧아진다. 전자의 에너지는 '배'가 하나인 파동에 대응하는 에너지보다는 작아지지 않는다.

줄의 진동

4-4. 터널 효과

 극미의 입자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에는 '터널 효과(Tunnel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컵 안에 공이 있는 상태를 떠올려 보자. 누가 만지지 않는다면, 다음날에도 공은 그대로 컵 안에 있을 것이다. 컵이 넘어지거나 깨지지 않는다면, 몇 년 후에도 그대로일 것이다. 이번에는 극미의 컵 속에 전자 1개를 놓은 상황을 떠올려 보자. 다음날에 컵 속을 들여다보면, 전자는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컵을 뚫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 현상에는 전자의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나 있다. 이 특징은 모두 전자를 파동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우선 전자는 결코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컵 밑바닥의 오른쪽에 놓았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수면에서 한 군데만 높아진 파동이 있어도, 그것이 차츰 퍼져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자는 어디까지나 한 군데에서만 발견된다는 점이 다르다.

 전자가 컵을 뚫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터널 효과(Tunnel Effect)'라는 현상이다. '전파(Radio Wave)'를 생각해 보자. 전파는 벽에 부딪치면 반사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벽 속으로 파고든다. 만약 벽이 두꺼우면 파고든 전파가 약해지지만, 벽이 얇으면 뚫고 나간 전파가 벽의 반대쪽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전자가 컵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다.

4-5. 불확정성 원리

 전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폭이 넓은 파동'이 하나 있다고 가정하자. 그것은 한 군데로만 집중한 뾰족한 파동이 무수하게 모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 군데에 집중한 파동'은 공존도가 그곳밖에 없는 전자를 나타낸다. 이것은 '어느 시각에는 어딘가 한 군데에 밖에 없다'는 종래의 입자의 이미지와 일치한다. 그러면 왜 전자의 파동은 퍼져 있지 않으면 안 될까?

 그것은 양자론에서의 파동의 성질과 관계있다. 한 군데로 집중한 파동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경과하면, 그 폭이 급격히 넓어진다. 예컨대 원자의 주위에만 파동을 멈추어 둔다고 하면, 처음부터 폭이 있는 파동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폭이 있는 파동은 뾰족한 파동이 무수히 모인 파동으로, 즉 무수한 상태가 공존하고 있는 파동이다. 공존하는 무수한 상태가 차츰 서로 영향을 미쳐, 오히려 더 이상 넓어지지 않도록 된다.

 '터널 효과'를 설명할 때, 극미의 컵 속에 있는 입자가 컵에서 빠져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예 가운데 하나가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핵에서 방사선이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참고로 여기에서 말하는 방사선은 '알파 입자(헬륨 원자핵)'을 말한다. 맨 처음에 '알파 입자'를 나타내는 파동은 폭이 가늘고 원자핵 속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차츰 파동의 폭이 넓어져 원자핵 밖으로도 퍼져 나간다. 파동이 원자핵 밖에도 있다는 것은 알파입자가 밖에 있는 상태도 공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밖에서 그 입자가 발견될 확률이 생긴다. '파동의 높이'와 '발견될 확률' 사이의 관계는 까다로운 문제이다. 결론만 말하면, 각 위치에서의 공존도 절댓값의 제곱이 그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이다.

파동 함수(Wave function)

4-6. 양자장론

 극미의 입자 문제는 양자론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이유의 하나는 전자기파, 그리고 그 일종인 빛을 파동이 아닌 '광자'라는 입자의 집단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현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광전 효과(photoelectric effect)'라는 현상 등이다. '광자'에는 '전자(electron)'의 '양자론(quantum theory) '을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라고 하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양자론'이 등장하였다.

 19세기까지의 견해로는 '전자기파'랑 '전자기장(전기장과 자기장)'의 파동이었다. 그래서 전자에 대한 '양자론'에서는 입자의 여러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자기파에 대한 '양자장론'에서는 다양한 전자기장의 파동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자장론을 사용해 양자론을 재구성할 수 있으며, 나아가 양자론에 있던 모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4-7. 영점 진동

 '영점 진동(Zero point vibration)'이라는 현상은 '불확정성 원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럼 '영점 진동' 현상이란 무엇일까? 극미의 진자를 떠올려보자. '양자론'에 의하면, 진자의 추가 완전히 한곳에 정지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가장 에너지가 작은 상태라도 그 위치를 나타내는 파동에는 폭이 있다. 이것을 '영점 진동'이라고 한다.

 전자기장에도 똑같은 현상이 있다. 양자론에서는 진자가 똑바로 서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전자기장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것도 있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진공처럼 보이더라도 사실은 전자기장의 '영점 진동'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간에 2장의 금속판을 놓기만 해도 그 효과를 검출할 수 있다. 금속판을 놓으면 전자기장의 영점 진동이 영향을 받아 변한다. 그 결과, 2장의 판 사이에 인력이 작용하는데, 이것을 '카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라고 부른다. 매우 약한 힘이기 때문에 어려운 실험이지만, 실제로 이 현상을 일어나고 예측된 크기의 힘이 검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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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주의 탄생

 지금까지 양자론을 설명한 것은 '우주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20세기가 되어, 극미의 세계는 양자론을 이용해 생각하지 않으며 안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또 팽창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 공간은 백수십억 년 전에는 극미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우주 탄생 시대의 우주 공간을 생각하려면 '양자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1. 양자론에 따르면, '무(無)' 상태에서 우주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양자론으로 생각해 볼 때, 우주는 '무(無)'의 요동에서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즉, '무(無)' 상태에서 우주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주 팽창의 모습을 언덕을 구르는 공으로 비유하여 생각해 보자. 언덕 맨 꼭대기의 위치가 공간이 완전히 찌부러져 있는 상태이다. 즉, 공간도 시간도 없는 '무(無)'의 상태이다. 그리고 공이 오른쪽으로 나아갈수록, 더 많이 팽창한 우주를 뜻한다. 언덕은 오른쪽 아래로 구르게 되어있으며, 이는 우주를 팽창시키려는 힘이 작용함을 말한다. 일단 공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차츰 오른쪽으로 나아간다. 즉, 찌부러진 상태에서 발생한 우주 공간은 차츰 팽창해 나아간다.

 그러면 공은 왜 움직여야만 했을까? 언덕의 맨 꼭대기에 가만히 있으면, 우주는 아무것도 발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양자론의 경우를 생각하면, 공이 언덕의 맨 꼭대기에 가만히 있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양자론에는 '불확정성 원리' 또는 '영점 진동'이라는 것이 있다. 무엇이든 완전히 가만히 있는 것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맨 꼭대기에서 조금 어긋나 있는 상태도 반드시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고 어긋나면 언덕은 오른쪽 아래로 구르기 때문에 공은 굴러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무(無)'의 상태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우주는 거기에서부터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우주론에서 '무(無)'라는 것은 중요한 개념이지만, 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으므로, 서로 구별해야 한다. 하나는 '공간도 아무것도 없는 무', 그리고 또 하나는 '공간은 있지만 그 속에 물질이 아무것도 없는 무(진공)'이라는 의미이다. 20세기에 등장한 양자론을 사용하면, 완전한 '무(無)'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요동이라는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알려졌다. 이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의미 모두에 해당된다.

 먼저 공간에 대해 그 의미를 생각하면, 공간은 크기가 없는 상태로 머물 수 없는 셈이다. 즉, 요동 때문에 우주는 탄생하지 않을 수 없다. '무(無)' 가운데 요동이 있다기보다는 요동이 있으므로 '완전한 무는 있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얼핏 진공이라고 생각되는 공간에도 사실은 전자기파나 다양한 물질의 '극미한 요동(영점 진공)'이 감추어져 있다.

우주는 '무(無)'의 요동에서 생겨났다.

5-2. 우주의 발생

 양자론에 의하면, 우주는 발생하지 않을 수 없음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다음에는 어떤 우주가 생기는지, 어떤 우주가 발생하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예컨대 물질이 많이 들어찬 우주가 생기는지, 아니면 그런 것이 전혀 없는 텅 빈 우주가 발생하는지의 문제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존재해야 함을 알고 있다. 만약 공이 날아가고 있다면, 누군가가 그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을 알면 알수록 현재가 왜 이런 상태인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의 발생'은 발생 순간이 시간의 시작이다. 그것은 모든 것의 기원이므로, 그보다 과거의 일 따위는 없다. 즉, 우주의 발생에 대한 '원인(Cause)'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각 시각의 우주 공간을 1차원의 바퀴로 생각해 보자.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므로, 바퀴는 점차 넓어진다. 반대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퀴는 차츰 작아지고 찌부러져 우주의 발생 시점에 다가간다. 따라서 아래쪽 끝에 뾰족한 원뿔이 생긴다. 원뿔의 뾰족한 끝에는 우주의 역사가 끊어져 있다. 그 끝보다 과거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우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원인이 있을 수 없다.

우주의 발생

5-2. '스티븐 호킹'의 우주 모델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과 '제임스 하틀(James hartle, 1939~)'은 1983년에 우주의 발생과 끝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 우주가 시작되었을 때, 시간이 보통의 수인 '실수(real number)'가 아니라 '허수(imaginary number)'라면, 우주의 기원이 '특이점(Singularity)'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뾰족했던 맨 끝이 주발처럼 둥그스름해져, 어디가 끝인지 알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주의 역사가 곳곳에서 매끄러워지면, '기원을 비롯한 모든 점에서 우주의 상태가 매끄러워진다'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이 조건에 의해 우주의 상태가 한정되면, 탄생한 우주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호킹 등이 제안한 취지이다.

호킹의 우주 모델 (오른쪽)

5-2-1. 허수 시간에서 시작하는 우주 모델

 '스티븐 호킹' 등은 허수 시간에서 시작하는 구체적인 우주 모델을 생각해냈다. 이해를 위해 이번에도 언덕을 구르는 공을 예로 들어보자. 호킹의 모델에 따르면, 앞서 설명한 것 같은 언덕의 맨 위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자론의 터널 효과에 의해 마루를 넘어선 다음부터 굴러떨어지는 모델이 된다.

 아래의 그림은 '스티븐 호킹'의 우주 모델을 언덕을 굴러가는 공의 모습으로 나타낸 것이다. A 점은 우주의 크기가 0인 상태를 뜻하며, 그 오른쪽에는 산이 있다. 거시의 세계에서는 A 점에 공을 놓더라도, 오른쪽에 산이 있으므로, 공이 움직이지 않는다. 즉 우주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론에 의하면, 미시 세계에서는 터널 효과에 의해 공이 산을 빠져나간다.

 터널 효과는 허수 시간에서 이루어지는 보통의 운동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뉴턴에 법칙에 의하면 '힘=질량×가속도'이다. 실수 시간에서 물체는 힘의 방향으로 가속된다. 따라서 공이 느닷없이 산을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가속도는 속도의 변화율이며, 속도는 위치의 변화율이다. 즉, 가속도에서도 시간 경과를 이중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간이 허수라면 물체는 힘의 방향과는 반대로 가속된다. 이 그림의 모델에서는 A에서 B까지 허수 시간이 흐르고, 우주는 산을 넘으면서 팽창한다. B점 이후로는 실수 시간이 흐르고, 마루를 구르는 것처럼 우주는 팽창한다.

'스티븐 호킹'의 우주 모델

5-3. 인플레이션 우주론

5-3-1. 진공 에너지가 우주를 급팽창시켰다.

 우주가 허수 시간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면, 우주가 시작된 방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파악된 우주의 상태는 전혀 물질이 없는 진공의 우주임이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의 우주 공간에는 무수한 천체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호킹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우주가 팽창하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우주 공간에 막대한 물질이 자연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 등의 모델에서는 산의 반대쪽에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언덕이 있다. 이 가파른 언덕을 구르는 것처럼 우주는 급팽창한다. 이 가파른 언덕은 우주 공간에 내재하는 에너지 효과를 나타낸다. 내재하는 에너지는 우주 공간을 팽창시키는 힘이다. 이 에너지를 '진공 에너지(우주항 또는 우주 상수)'라고도 한다.

5-3-2. 빅뱅 시대 이전에 초급팽창 시대가 있었다.

 우주가 갓 발생했을 무렵, 그리고 아직 초고온과 초고밀도의 빅뱅 시대가 되기 이전에, 아주 짧은 이런 급격한 팽창 시대가 있었다는 설을 '인플레이션 우주론(Inflation Theory)'이라고 한다. 호킹의 '허수 시간설'을 채용할지 여부는 별도로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시대가 있었다는 설에는 몇 가지의 근거와 이점이 있다. 그 하나는 인플레이션 시대가 끝날 때, 우주 공간에 막대한 물질이 자연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주에서는 진공 에너지는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미세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즉, 어느 시점에서 우주 공간의 모습이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공이라 하더라도 '영점 진공'이 가득 차 있다. 공간의 모습이 변하면, 이 '영점 진동'이 커다란 진동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미세한 진동을 하고 있는 진자를 갑자기 붙잡아 줄의 길이를 짧게 하면 진동의 모습이 변한다. '영점 진동'이 증폭되는 것이다. 양자론으로 생각하면, 커다란 진동의 파동이 출현하는 것은 입자의 출현에 대응한다. 이 입자의 발생은 진공의 에너지가 사라진 대신 입자가 되었다고 좋을 것이다. 이리하여 초고온의, 초고밀도의 빅뱅 우주가 등장하였다.

5-4. 다세계 해석

 양자론에 의하면, 여러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날아오는 전자는 하나씩인데, 각각의 슬릿을 통과한 상태가 간섭해 스크린 위에 줄무늬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우주 규모에서도 일어나다. 그리고 이것은 우주 초기에도, 현재의 우주에서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우주가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영점 진동이 확대되어 우주에 무수한 입자가 자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과정이 된다. 무수한 입자가 발생하는 우주, 그 정도는 아닌 우주, 거의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는 우주 등 여러 가지 우주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계산에 의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당한 입자가 발생하는 우주가 많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현재 우리가 무수한 천체가 존재하는 우주에 살아가고 있다는 점도 신기한 일은 아니다.

 하나의 우주가 다수의 우주와 공존한다는 상태로 변하는 과정은, 일상적인 수준에서도 일어난다. 예컨대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가 스크린 위에 줄무늬를 이루면서 늘어선다고 하지만, 1회의 실험에서 전자가 이르는 장소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이것도 여러 세계의 공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전자가 어느 위치에 이르는 세계, 그 밖의 다른 위치에 이르는 세계라는 식으로 여러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려져 있어도, 하나의 세계를 임의적으로 골랐을 때, 그 세계에서는 전자가 어디에 이를지 알 수는 없다. 이러한 개념을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