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우주 (Universe)

블랙홀(Black Hole)

SURPRISER - Tistory 2022. 1. 19. 01:01

0. 목차

  1. 블랙홀, 화이트홀, 웜홀
  2. 블랙홀의 존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3. 항성 질량 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
  4. 거대 질량 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
  5. 블랙홀 속으로
  6. 블랙홀 증발(Black-Hole Evaporation)
  7. 화이트홀(White hole)
  8. 웜홀(Worm hole)
  9. 블랙홀 발전
  10. 블랙홀 갤러리

'블랙홀(Black Hole)' 상상도

1. 블랙홀, 화이트홀, 웜홀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흥미로운 천체이다. 그리고 '블랙홀'과 동시에 예언된 '화이트홀'과 '웜홀'도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이다. 먼저 여기에서는 '블랙홀(Black Hole)', '화이트홀(White Hole)', '웜홀(Worm Hole)'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요약하고 소개한다.

1-1. 블랙홀

 '블랙홀(Black Hole)'은 간단히 말하면, 전체 질량이 중심에 모인 중력이 아주 강한 천체이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모든 물질을 빨아들여서, 어떤 물질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심지어 빛조차도 빨아들인다. 블랙홀은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97~1955)'의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에서 처음 예언되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 주위는 '시공(시간과 공간)'이 크게 휘어진다. 하지만 오랫동안 블랙홀은 이론상의 산물일 뿐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심지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조차도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블랙홀을 가정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우주에서 많이 발견되었으며, 블랙홀이 우주에 무수히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2019년에는 블랙홀이 실제로 관측되었다.

 블랙홀은 태양의 10배 정도 되는 질량의 것부터 태양의 수만~수십만 배의 질량을 가진 초대형의 것이 있다. 전자를 '항성 질량 블랙홀(Stellar Mass Black Hole)'이라 하고, 후자를 '거대 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 또는 '은하 중심 블랙홀' 이라고 한다. 그런데 블랙홀은 초대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초기에는 아주 작은 '미니 블랙홀(Mini Blackhole)'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블랙홀은 온갖 물질을 삼켜버리지만, 미니 블랙홀은 증발해 버린다고 한다. '가속기(Accelerator)'라는 장치로 '미니 블랙홀'을 만들어, 증발하는 모습을 관측하려는 실험도 계획되고 있다.

1-2. 화이트홀

 '화이트홀(White Hole)'도 '블랙홀(Black Hole)'과 마찬가지로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그 존재가 예언되었다. '화이트홀'은 블랙홀과는 반대로 빛이나 물질을 뱉어 낸다고 생각된다. 마치 블랙홀을 거꾸로 돌려 재생한 듯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화이트홀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화이트홀이 블랙홀보다 더 불가사의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1-3. 웜홀

 웜홀은 블랙홀보다도 더욱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이다. '웜홀(Worm Hole)'은 어떤 공간과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지름길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웜홀'을 빠져나가면 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또 이 웜홀을 이용하면 놀랍게도 과거로의 시간 여행도 가능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화이트홀이나 웜홀이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으며, 계산상으로는 웜홀도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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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블랙홀의 존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2-1. 만유인력의 법칙

 '블랙홀(Black Hole)'은 중력이 터무니없이 강한 천체이다. 따라서 블랙홀의 정체를 파악하는 열쇠는 '중력(gravity)'이다. 먼저 여기에서는 중력이 무엇인지, 그 역사를 더듬으면서 간략히 살펴볼 것이다.

  1.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는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든 것은 본래 있어야 할 곳, 즉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무거운 것일수록 그 성질이 강하므로 더욱 빨리 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훗날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 부정되었다.
  2. 갈릴레오 갈릴레이: 한편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는 같은 크기의 납으로 만든 구슬과 나무로 만든 구슬을 떨어뜨려, 무거운 것이나 가벼운 것 모두 같은 빠르기로 낙하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또 낙하 속도는 시간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3. 케플러: 같은 무렵,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는 행성의 궤도에 대한 법칙성을 발견했다. 케플러는 '태양은 행성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다'라고 상정했다. 하지만 케플러는 이 힘을 중력이라고 간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4. 뉴턴: 갈릴레이가 밝힌 물체의 낙하의 메커니즘과 케플러가 밝힌 행성 운동의 메커니즘을 하나의 힘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었다. 뉴턴은 모든 물체는 다른 물체를 끌어당긴다고 생각하고, 그 힘을 '만유인력(universal gravitation)'이라고 불렀다. 뉴턴은 '만유인력(중력)'이 그 질량에 비례하는 힘으로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며, 그 세기는 물체로부터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감소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뉴턴이 말한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ation)'으로 블랙홀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뉴턴은 중력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랙홀을 이해하려면 '중력'의 정체에 대해 알아야 한다. 중력의 정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밝혀지게 된다.

2-2. '일반 상대성 이론' 이전에 블랙홀 같은 천체가 예언되었다.

 그런데 사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 전인 18세기 말에 이미 블랙홀 같은 천체를 예언한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의 천문학자인 '존 미첼(John Michell, 1724~1793)'과 프랑스의 과학자인 '피에르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 1749~1827)'이다.

 어떤 천체의 표면에서 물체를 쏘아 올리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쏘아 올리는 속도가 작으면 물체는 다시 떨어지겠지만, 어떤 속도 이상으로 쏘아 올리면 물체는 천체의 중력을 뿌리치고 영원히 날아갈 수 있다. 이 속도를 '탈출 속도'라고 한다. 탈출속도는 천체의 질량이 클수록 커진다. 예컨대 달의 탈출 속도는 초속 2.37km, 지구의 탈출 속도는 초속 11.19km, 태양의 탈출 속도는 초속 617.5km이다. 미첼과 라플라스는 만약 천체의 밀도를 바꾸지 않고 반지름만 크게 해 나가면, 천체의 질량이 점점 커져 마침내는 탈출속도가 '광속(초속 약 30만 km)'를 넘고, 그와 같은 천체에서는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으므로 관측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보이지 않는 천체'가 된다고 예상했다.

 탈출 속도는 같은 질량이면 천체의 반지름을 작을수록 커지므로, 천체의 질량을 바꾸지 않고 반지름을 점차 작게 해나가더라도 '보이지 않는 천체'가 생긴다고 상상할 수 있다. 예컨대, 태양의 질량은 그대로 두고, 반지름만 점차 줄여나가도, 반지름이 2.95km가 된 시점에서 '보이지 않는 천체'가 된다.

 이처럼 라플라스 등은 뉴턴의 중력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표면에서의 탈출 속도가 광속이 될 듯한 천체의 질량과 반지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라플라스 등의 이러한 상상은 블랙홀의 어떤 일면을 언급한 것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빛의 성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어디까지나 빛을 만유인력이 작용하는 '알갱이'라고 가정한 경우의 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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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특수 상대성 이론의 등장

 '블랙홀'을 이해하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필요하다. 상대성 이론에는 중력의 영향을 생각하지 않는 특수한 상황에서 성립하는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과, 중력의 개념을 넣어 더욱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성립하는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 있다.

 아인슈타인이 물리학계에 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특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해는 1905년이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그때까지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뿌리째 뒤엎었다. 그때까지 의심의 여지 없이 옳다고 생각되었던 '뉴턴의 이론'은 완전히 정지하고 있는 '절대 공간(absolute space)'과, 시간은 항상 같은 속도로 흐른다는 '절대 시간(absolute time)'을 전제로 했다.

 한편 '상대성 이론'의 '상대성'은 '절대성'과 반대되는 의미이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전제로 했던 시간이나 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그것들이 입장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토대가 된 것이 '상대성 원리(Relativity principle)'와 '광속 불변의 원리(Principle of constancy of light velocity)'이다. '상대성 원리'는 '등속 직선 운동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는 모든 물리 법칙이 정지한 장소와 마찬가지로 성립한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광속 불변의 원리'는 '빛은 어떤 관측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언제나 초속 약 30만 km로 일정하다'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원리를 토대로 한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 결론은 매우 놀라웠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나아가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공간이 줄어들고, 질량이 증대한다'라고 하였다. '특수 상대성 이론'이 이끌어낸 이러한 현상들은 보편적인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겠지만, 실험과 관측에 의해 옳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있다.

2-4. 일반 상대성 이론의 등장

 1905년에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은 만족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특수 상대성 이론이 '중력(gravity)'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포함한 상대성 이론을 만들기 위해 더 깊이 사색했고, 1916년에 중력까지 다룬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을 완성시켰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전시킨 것으로, 또 하나의 중요한 토대가 된 내용이 '등가 원리'였다. '등가 원리(Principle of Equivalence)'는 '관성력(Inertial Force)'과 '중력(Gravity)'은 본질적으로 같다'라는 생각이다. '관성력'이란 가속도 운동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 가속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겨지는 힘을 말한다. 관성력의 일반적인 예로는 엘리베이터나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겨지는 힘 등을 꼽을 수 있다.

 '등가 원리'에 의하면, 예컨대 낙하하는 상자 속은 중력과 관성이 서로 상쇄하고 중력이 소거되어 '중력이 영향 없는 관성계'로 간주된다. '관성계(Inertial System)'란 정지하고 있든가 등속 진성 운동을 하고 있는 장소를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생각을 더욱 발전시켜 '낙하하는 상자 속에서는 모든 물리 법칙이 중력이 없는 관성계와 마찬가지로 성립한다.'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모든 물리 법칙에는 빛이 나아가는 방법을 정하는 법칙도 포함된다.

 이 '등가 원리'와 '특수 상대성 이론'을 조합시킨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에 의해 질량이 전혀 없는 빛이 휘어진다'라는 놀랄만한 결론이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공간을 휘어지게 하고, 공간이 휘어지기 때문에 빛이 휘어진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력으로 빛이 휘어지는 것과 더불어, 광속도 불변의 원리로부터 '중력에 의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이끌어낸 이러한 현상들은 보편적인 상식으로는 믿기 어렵겠지만, 실험과 관측에 의해 옳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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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만유인력의 법칙의 한계

 '아이작 뉴턴'이 제창한 '만유인력의 법칙'은 지상의 낙하 운동과 행성의 공전 운동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20세기가 되기까지 만유인력의 법칙을 의심하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도 있었다. 예컨대 '수성의 근일점 이동'이다. '근일점(Perihelion)'이란 타원 궤도를 가진 수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점인데, '수성의 근일점 이동'이란 수성이 한 바퀴 돌 때마다 근일점이 이동해 가는 현상이다. 이 근일점 이동의 크기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한 계산 결과와 미묘하게 어긋났다. 또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속도의 상한은 광속인 초속 약 30만 km라고 했으나, '만유인력은 아무리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순식간에 전해진다'라고 해서 둘 사이에 모순이 생겼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만유인력의 법칙은 완전한 이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고민한 결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이르렀다.

수성의 근일점 현상

2-6.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중력을 정체를 밝혀냈다.

 또 뉴턴의 이론에서는 물체 사이에 생기는 만유인력으로 중력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뉴턴은 만유인력이 왜 생기는가 하는 의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한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질량이 일으키는 공간의 휘어짐이 물체를 접근시킨다고 설명했다. 즉, 질량이 중력을 만들어 내는 이유를 설명해낸 것이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중력이 왜 생기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하면, '수성의 근일점 이동' 현상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다.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1919년의 개기 일식 때 태양의 중력에 의해 멀리 떨어진 별의 빛이 휘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그 옳음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음이 증명되었다는 것이 '만유인력의 법칙'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조합시킨 내용이다. 실제로 중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장소에서는, 만유인력의 법칙으로도 물체의 운동을 올바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천체나 블랙홀 등 '질량이 크고 중력이 큰 것'을 생각할 때는, 즉 '거시 세계'를 설명할 때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필요하다.

2-7. 질량이 없는 빛이 어떻게 중력으로 휘어진다는 것일까?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은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 하지만 질량이 없는 빛이 어떻게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는 걸까? 이를 설명하는 것이 '공간의 휘어짐'이다. 빛은 진공 속에서도 반드시 가장 짧은 경로를 나아가는 성질이 있다. 우리의 직관으로는 가장 짧은 거리가 직선이지만, 사실 그것은 중력의 영향을 생각하진 경우이다. 막대한 질량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서는 가장 짧은 경로가 변한다. 이 경우에도 빛은 어디까지나 가장 짧은 경로를 나아간다. 하지만 그것을 밖에서 보면, 마치 중력원에 끌려당겨지듯이 휘어져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공간이 휘어져 있다'라고 표현한다.

 블랙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블랙홀 내부에서 바깥쪽을 향해 빛이 나아간다고 가정하자. 빛 자신은 바깥쪽을 향해 가장 짧은 경로를 나아간다. 하지만 가장 짧은 경로를 나아가려 해도 중심 방향으로 휘어지는 효과가 더욱 강하다. 결국 빛은 블랙홀에서 탈출할 수 없으며, '특이점(Singularity)'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 말은, 블랙홀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블랙홀에 의한 '공간의 휘어짐'

2-8.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블랙홀'이 예언되다.

 '상대성 이론'은 그때까지의 물리학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예상 밖의 천체도 예언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시킨 1916년, 독일의 수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 1876~1916)'는 갓 완성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해, 항성의 표면 가까이나 그 내부의 중력에 관해 계산하는 식을 만들었다. 이 식은 '슈바르트실츠의 해(Schwarzschild's Solution)'라고 불린다. 하지만 슈바르츠실트가 대상으로 한 것은 완전한 공 모양의 항성뿐이다. 그리고 슈바르츠실트의 해에서 계산된 하나의 결론은 물리학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항성의 질량의 좁은 영역에 집중시켜 나가면, 어떤 한계를 넘었을 때 그 내부에서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을 만큼 중력이 강해지는 영역이 생긴다는 것이다. 빛조차 탈출할 수 없게 되는 이 공 모양 영역의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하고, 그 공의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Schwarzschild radius)'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의 중심에는 중력과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Singularity)'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특이점에서는 모든 물리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라플라스 등이 예언한 '보이지 않는 천체'는 분명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계산한 것이었다. 그리고 라플라스 등은 '사건의 지평선'을 어디까지나 '별의 표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유도된 '보이지 않는 천체'에는 표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그러한 천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물리학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특이점(Singularity)' 등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1960년대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그 존재를 믿게 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John Wheeler, 1911~2008)'에 의해 빛조차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검은 구멍'은 '블랙홀'이라고 명명되었다.

2-9. 현대의 블랙홀 관측

 아인슈타인도 믿지 않았던 블랙홀이었지만, 현재는 그 후보가 여럿 관측되고 있다. 사실 블랙홀은 그 형성 방식에 따라 관측하기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이 있다. 관측하기 어려운 것까지 포함하면 블랙홀은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 에만 수백만 개가 되며, 별들 사이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는 블랙홀이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초신성 연구를 통해, 별이 마지막을 맞을 때, 블랙홀을 낳게 하는 큰 중력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자, 별들 사이에 블랙홀이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는 2019년 4월 11일에 최초로 'M87'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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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항성 질량 블랙홀

3-1. 고밀도 천체인 '백색 왜성'이 발견되었다.

 블랙홀은 질량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그 전체 질량이 한 점에 집중되어 있는 천체이다. 즉, 매우 크면서 아주 작은 천체인 셈이다. 우주에 블랙홀까지는 아니더라도, 질량이 크고 크기가 작은 별이 존재한다면 블랙홀의 존재도 현실성을 띠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1925년, 미국의 천문학자 '월터 애덤스(Walter Sydney Adams, 1876~1956)'의 관측으로, 시리우스의 '동반성(쌍성계를 이루는 별 중 가볍고 어두운 별)'이 꽤 고밀도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별은 태양과 비슷한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크기는 지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각설탕 정도의 크기에 1t에 해당하는 밀도를 가졌음을 말한다. 현재에는 별의 최후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이런 종류의 천체에 '백색 왜성(White Draft)'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3-1-1. 백색 왜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러면 백색 왜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태양과 같은 별의 중심핵에서는 4개의 수소 원자핵에서 1개의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중심핵의 수소가 없어지면 중심핵은 스스로의 중력에 의해 수축되어 간다. 그러면 수축에 의해 발생한 열에 의해 중심핵 주위에서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중심핵이 아닌 그 주위에서 핵융합이 이루어지면, 태양의 바깥층이 팽창하기 시작하고, 색깔도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해 '적색 거성(Red Giant Star)'이라는 거대한 별이 된다. 그 후의 운명은 별의 질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태양과 비슷한 정도의 질량의 별은 적색 거성의 바깥층이 벗겨진다. 그 결과, 바깥에는 '행성상 성운(은하계 내의 가스성운 중 비교적 소형으로 원형인 것)'을 남기고 중심에는 '백색 왜성(White Draft)'이 남는다.

3-1-2. 찬드라세카르 한계

 1931년, 인도 출신의 천문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Subramanyan Chandrasekhar, 1910~1995)'는 백색왜성'의 질량에 한계가 있으며, 그 상한은 태양 질량의 1.4배라는 설을 발표하였다. 백색 왜성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질량을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라고 한다. '찬드라세카한계(Chandrasekhar limit)'란 백색왜성이 가질 수 있는 최대질량이다. 백색왜성은 주계열에 있을 때 질량이 태양 질량의 8배 이하인 별이 핵융합 반응을 마치고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온 천체이다. 주계열에 있는 별들은 핵융합 반응으로 유지되는 기체 압력과 복사 압력이 중력에 의한 수축을 버틴다. 그러나 백색왜성은 내부에서 더 이상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서 충분히 높은 기체 압력이나 복사 압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대신에 축퇴된 전자들에 의한 '축퇴압(축퇴상태의 입자들이 유발하는 압력)'으로 자신의 중력을 버티게 된다. 찬드라세카르는 전자의 축퇴압이 자신의 몸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태양 질량의 1.4배임을 보였다. 이 값이 '찬드라세카르 한계'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 1898~1974)'와 천문학자 '월터 바데(Walter Baade, 1893~1960)' 등은 별의 최후 모습으로, 백색 왜성보다 더 고밀도인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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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블랙홀이 생기는 메커니즘

 우주에는 태양의 100배 되는 질량을 가진 항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단지 무거운 것만으로 블랙홀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질량이 집중돼야 공간의 휘어짐이 강렬해지기 때문에, 좁은 영역에 질량이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 블랙홀이 될 정도로 질량이 집중될까?

 1930년대에,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 1904~1967)' 등은 태양의 질량 8배 이상인 별은 '초신성 폭발(Supernova Explosion)'이라는 대폭발을 일으킨 후, 중성자만으로 된 '중성자별(Neutron Star)'이 된다는 설을 제창했다. 오펜하이머 등은 특별히 무거운 중성자별은 계속 수축하여, 마침내 한 점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이론적을 증명하였다. 특히 아주 무거운 별은 그 일생의 최후에 수축을 계속하고, 최종적으로 한점에 찌부러져 블랙홀이 형성된다는 시나리오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블랙홀은커녕, 중성자별조차 발견되지 않아, 단지 이론상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에도 이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새로운 관측 수단이 등장해, 중성자별이 발견되고 나서야 '오펜하이머'의 시나리오가 옳다고 인정되었다.

별의 일생

3-3. 관측 기술의 발달로 '중성자별'이 발견되었다.

 백색 왜성보다 더한 초고밀도의 천체가 우주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관측 기술의 발달을 기다려야 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자 그때까지 가시광선에 의지해 왔던 천문학에, 전파나 X선 관측이라는 새로운 관측 수단이 등장하였다. 이에 따라 천문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고, 중성자별도 발견되었다.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앤터니 휴이시(Antony Hewish, 1924~2021)' 등은 전파 관측을 하다가 기묘한 천체를 발견했다. 그 천체는 정확한 펄스 모양의 전파를 내고 있었는데, 그 주기가 매우 정확해, 휴이시 등은 그 전파가 우주인이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천체는 펄스 모양의 전파를 낸다고 해 '펄서(pulsar)'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리고 이 '펄서(Plusar)'는 블랙홀과 함께 이론상의 존재였던 '중성자별(Neutron Star)'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성자별은 블랙홀만큼은 아니지만 초고밀도의 천체이다. 중성자별은 원래 가지고 있던 '자기 마당(자기장)'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강한 '자기 마당(자기장)'을 가지고 있다. 그 중성자별이 회전함으로써 그곳에서 강한 전파 등의 전자기파가 주기적으로 나온다.

중성자별과 펄서 (상상도)

3-4. 블랙홀의 관측

 블랙홀의 탄생을 이론적으로 예측한 사람은 1930년대의 오펜하이머였다. 그리고 백색 왜성이나 중성자별 등 고밀도의 천체가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제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할 수 있으면, 블랙홀의 존재는 확실해진다. 하지만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블랙홀 자체에서 '빛(전자기파)'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관측 가능하다. 블랙홀이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관측하기 어렵지만, 2개 이상의 항성이 하나가 된 '쌍성'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태양은 단독 항성이지만, 우주에선는 오히려 2개 이상의 항성이 하나가 된 쌍성이 더 일반적이다.

 쌍성의 한쪽이 블랙홀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항성은 가스 덩어리이므로, 다른 한쪽의 항성을 만드는 가스는 블랙홀의 중력에 흩날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리라고 예측된다. 이 가스는 블랙홀 주위에 원반 모양의 구조인 '강착 원반(contracting disk)'을 만들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듯이 블랙홀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 강착 원반의 가스는 맹렬한 속도로 가속되고, 가스의 마찰에 의해 가열되어 중심 부근일수록 고온이 된다. 그 온도는 중심 부근에서 수천만 ℃에 이르러, 고에너지 빛인 X선을 내뿜는다. 따라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 전의 물질에서는 강력한 X선이 나오고 있을 것이므로, 이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면 블랙홀의 증거를 얻게 된다.

동반성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며 그 주위에 강착 원반을 만들고 있다.

3-5. 블랙홀의 후보 발견

 쌍성을 이루는 블랙홀에서 나오는 X선을 관측하려면, 우주 공간에서의 관측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X선은 대기에 흡수되어 지표에 이르지 않기 때문이다.

3-5-1. 전갈자리 X-1

  1. 발견 시기: 1962년

 '전갈자리 X-1'는 최초로 발견된 X선 천체이다. 다른 X선 천체에 비해 지구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봤을 때 가장 밝게 빛난다. 지구에 내리 쏟아지는 X선 가운데, 약 30%를 '전갈자리 X-1'에서 오는 X선이 차지한다. 아래의 영상은 전천 X선 감시 장치 'MAXI(Monitor of All sky X-ray Image)'가 촬영한 전천의 X선 영상이다. MAXI는 국제 우주 정거장의 일본 실험동 '기보'의 선외 플랫폼에 설치된 장치이다. 이 영상은 2009년 8월 15일부터 2009년 10월 29일까지 약 2개월 동안의 관측으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영상에는 약 180개의 X선 천체가 포착되어 있다. 가운데에서 약간 위에 있는 붉은색 천체가 다른 X선으로 빛나는 천체 '전갈자리 X-1'이다.

3-5-2. 게 펄서

  1. 발견 시기: 1969년

 '게 펄서'는 초신성 잔해의 내부에서 발견된 최초의 중성자별이다. 1054년의 초신성 폭발 잔해인 '게성운'의 중심부에서 발견되었다. 이 발견으로 인해 초신성이 폭발할 때, 중성자별이 생긴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가시광선으로 관측하면, 게 성운 방향에는 많은 항성이 보인다. 하지만 X선으로 관측하면, 가운데의 중성자별과 그 주변이 구름처럼 빛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운데의 흰 점이 중성자별이고, 주변에 중성자별을 둘러싼 가스운은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전자(electron)'로 생각된다. '펄서(pulsar)'는 일정 주기로 펄스 형태의 전파를 방사하는 천체를 의미한다. 게 성운의 중성자별은 1초에 약 30회나 자전한다. 그 모습은 중성자별이 정해진 방향으로 내보내는 전파가 관측 장치를 정기적으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점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성질로부터 '게 펄서(crab pulsar)'는 '중성자별(neutron star)'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X선으로 관측한 '게 펄서(crab pulsar)'

3-5-3. 백조자리 X-1

  1. 발견 시기: 1971년

 1970년에는 세계 최초의 X선 관측 위성 '우후루(Uhuru)'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71년에 우후루는 태양에서 약 6000광년 거리에 있는 '백조자리 X-1(Cygnus X-1)'이라는 'X선원(강한 X선을 복사하는 천체)'을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백조자리 X-1'은 태양계과 같이 우리은하의 '오리온 팔(Orion Arm)'에 있는 천체로, 블랙홀과 거대한 초거성으로 이루어진 쌍성이다. '백조자리 X-1'의 블랙홀은 초거성에서 나온 가스를 빨아들여 가스원반을 만들고 있으며, 가스 원반은 매우 고온이 되어 X선을 내보낸다.

 우주에는 블랙홀 이외에도, 중성자별 등 X선을 내는 고온이면서 중력이 강한 천체가 많다. 그래서 블랙홀이라고 단정하려면 그 X선원이 아주 무겁고 조밀해야 한다. '백조자리 X-1'은 거대한 초거성 'HDE226868'과 쌍성계를 형성하고 있어, 그들의 공전 주기를 알아 내면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천체는 태양의 몇 배 이상의 질량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제 이 천체가 아주 조밀하면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홀에 떨어지는 물질은 언제나 일정한 양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괴었다가 떨어지고 괴었다가 떨어지기를 되풀이한다. 물질이 괴기까지의 시간은 대체로 블랙홀을 일주하는 시간이다. 그때 X선의 강도가 변동한다. 이 변동 주기가 짧으면 짧을수록 매우 작은 중력원이 있는 셈이다. 관측 결과, '백조자리 X-1'은 X선의 강도가 매우 단시간에 변동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천체야말로 블랙홀과, 가스를 계속 흩날리는 동반성으로 이루어진 쌍성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이렇게 해서 블랙홀의 존재는 거의 확실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백조자리 X-1의 발견 이후에도, 이와 같은 블랙홀 후보 천체는 다수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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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쌍성계 블랙홀

3-6-1. 쌍성계 블랙홀이 되는 것은 주로 '근접 쌍성'

 그러면 '백조자리 X-1' 같은 '쌍성계 블랙홀'은 어떻게 해서 생길까?

 '쌍성(binary star)'은 2개의 항성이 공통의 중심 주위를 돌고 있는 천체이다. 이반적으로 밝은 쪽을 '주성(Principal Star)', 어두운 쪽을 '동반성(companion star)'이라고 한다. 3개 이상의 별이 쌍성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6개의 별이 쌍성을 이루는 육중 쌍성도 있다. 항성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쌍성이 더 일반적이다. 태양 이상의 질량인 항성의 경우 단독 항성인 경우는 30%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 70%는 쌍성계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백조자리 X-1'는 '근접 쌍성'이다. '근접 쌍성(Close Binary)'이란 주성과 동반성의 거리가 가까운 쌍성계로, '쌍성계 블랙홀(BBH: Binary Black Hole)'이 되는 것은 주로 이와 같은 '근접 쌍성'이라고 생각된다.

3-6-2. 쌍성계 블랙홀이 생기는 메커니즘

 별의 일생은 그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쌍성계를 만드는 각각의 별의 질량에 의해, 쌍성계 블랙홀의 일생도 여러 가지 패턴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중에서 현재 생각되고 있는 쌍성계 블랙홀의 생성 과정의 하나를 살펴보자.

 우선 질량이 큰 주성이 거성으로 거성을 진화해 간다. 이때 팽창한 거성의 대기가 동반성의 중력권에 흘러들기도 한다. 그 후 주성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블랙홀이 남는다. 수백 년이 지나면 동반성도 거성으로 진화하고, 블랙홀은 동반성의 바깥층 대기를 빨아들여 '강착 원반'을 계속 만들면서 성장해 간다. 이 상태가 현재의 '백조자리 X-1'의 상태라고 생각된다. 동반성이 모두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 동반성의 질량만큼 무거워진 블랙홀이 남는다. 그 후에는 기본적으로 블랙홀의 성장이 멈추지만, 아주 조금 남은 성간 가스를 빨아들이거나 우연히 만난 별 등을 먹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천체는 블랙홀만이 아니다. 중성자별도 쌍성계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쌍성계를 형성하고, 강착 원반에서 X선을 방출하는 경우가 있다. '전갈자리 X-1'도 사실 쌍성계의 중성자별이다. 단, 중성자별은 블랙홀과는 달리 중성자별 자신도 빛을 내보낸다. 한편, 쌍성계 블랙홀은 원반이나 제트에서 X선을 방출하는데, 중심부의 블랙홀에서는 빛이 방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빛의 스펙트럼을 단서로 해서 구분할 수 있다.

3-6-3. 쌍성계 블랙홀의 질량

 쌍성계 블랙홀뿐만 아니라 쌍성계 중성자별도 강착 원반을 만들고 X선을 방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블랙홀과 중성자별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그 단서가 되는 것은 '빛'과 '질량'이다. 쌍성계 블랙홀과 쌍성계 중성자별에서는 방출되는 빛이 다르다. 쌍성계 블랙홀의 경우, 주변의 원반에서는 빛이 나오지만 블랙홀에서는 빛이 나오지 않는다. 한편 쌍성계 중성자별의 경우, 주변의 원반과 중성자별 자체에서 모두 빛이 나온다. 그래서 빛의 성분을 비교하면, 블랙홀인지 중성자 별인지 추측할 수 있다.

 항성이 공전하고 있을 때, 색깔은 그 운동에 맞추어 달라진다. 이는 빛의 도플러 효과에 의한 것으로, 멀어질 때 붉은색을 띠고 가까워질 때 푸른색을 띠게 된다. 이때 다시 같은 색깔이 될 때까지의 기간을 재면 '공전에 걸리는 기간(주기)'을 알 수 있다. 즉, 붉은빛을 띠었을 때와 푸른빛을 띠었을 때의 색깔 변화의 정도로부터 동반성이 공전하는 '속도'를 알 수 있다. 또 별을 밝을수록 크므로, 밝은 정도로부터 '질량'도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질량은 블랙홀의 확실한 증거가 된다. 중성자별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3배 이하로 한정된다. 따라서 만약 발견한 X선 천체가 태양 질량의 3배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그 별은 블랙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까지 발견된 블랙홀 후보 천체의 대부분은 이러한 조건으로 확인되었다. '백조자리 X-1'도 최저 태양의 10배 이상의 질량을 가졌기 때문에 블랙홀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X선 천체의 질량을 잴 수 있을까? 그것은 동반성에서 나오는 빛의 변화를 조사하면 된다. 우선 동반성의 빛에서 동반성의 운동이나 질량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반성의 질량과 운동으로부터 상대가 되는 X선 천체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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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대 질량 블랙홀

 태양 질량의 몇 배에서 몇십 배 되는 '항성 질량 블랙홀'들은 별의 일생의 최후에 생긴다고 생각되며 전형적인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에는 더 무거운 블랙홀도 존재하리라 생각된다. 그들은 은하의 중심에 있으며, 무려 태양의 100만~수십억 배의 질량을 가졌다고 한다. 이들을 '거대 질량 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 또는 '은하 중심 블랙홀(Galactic Center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우주에는 적어도 1조 4000억 개 이상이나 되는 은하가 있다. 은하의 모양도 공 모양, 타원 모양, 나선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이 있다.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는 중심에 막대 모양을 가진 '나선 모양'이기 때문에, '막대 나선 은하'라고 한다. 나선 은하 주위에는 회전하는 은하 원반이 있다.

4-1. 은하의 중심에 '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960년대부터는 은하의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졌다. 은하에는 수백억에서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모여 있으며, 중심으로 갈수록 그 밀도가 커진다. '우리 은하'에도 적어도 2000억 개 이상의 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별의 밝기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중심이 밝게 빛나는 은하가 많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우리 은하나 그 밖의 은하 중심에서 정체불명의 강한 전파도 관측되었다. 그러한 사실로부터 '은하의 중심'에는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는 매우 멀고, 은하의 중심부도 두터운 먼지로 덮여 있기 때문에, 그 중심부를 상세하게 관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은하 중심에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관측 기술의 발달을 기다려야만 했다.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은하 중심의 질량을 상세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항성 질량 블랙홀(Stellar mass black hole)'과 마찬가지로, 좁은 영역에 큰 질량이 집중되어 있음이 밝혀지면 블랙홀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1984년 독일의 전파 망원경 관측에 의해, 지구에서 23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나선 은하 'M106(NGC4258)'이 그 중심에서 매우 강한 전파를 내고 있음이 알려졌다. 그 후, 일본 국립 천문대 노베야마 전파 관측소의 45m 전파 망원경과 미국의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LBI)'를 사용해 M106의 상세한 관측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중심 부근에서 납작한 동전 모양의 '가스 원반'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가스 원반을 상세하게 조사한 결과, 가스의 가스 원반의 반지름은 약 0.4광년이고, 가스 원반은 시속 390만 km라는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음이 판명되었다. 그 결과, 이 은하의 중심에는 계산상 태양 질량의 3900만 배나 되는 질량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좁은 영역에 태양의 3900만 배인 항성 또는 성단을 압축해 넣을 수는 없다. 즉, 블랙홀 이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다. 이리하여 1995년에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의 확실한 증거가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그 후에도 다른 은하의 중심에 대한 관측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 은하 중심에 '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되는 은하들이 발견되었다. 당초에는 중심에 블랙홀이 있는 은하는 특수한 경우일 뿐이라고 추측되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거의 모든 은하가 그 중심에 '거대 질량 블랙홀'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4-2. '거대 질량 블랙홀'이 생기는 메커니즘

 '항성 질량 블랙홀'의 경우, 질량이 큰 별의 일생의 최후에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로 나중에 블랙홀이 형성된다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하지만 '거대 질량 블랙홀'같은 초거대 별이 생기는 천문 현상은 알려져 있지 않다. 거대 블랙홀 형성의 시나리오는 별의 일생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거대한 가스 구름에서 한꺼번에 거대 질량 블랙홀이 생긴다는 시나리오와, 거대한 가스 구름에서 밀도가 높은 성단이 생기고 그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된다는 시나리오 등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거대 질량 블랙홀이 생기기까지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설명되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에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에이브러햄 로브(Abraham Loeb, 1962~)' 박사 등이 우주 초기에 대질량 천체의 응축에 의해 '거대 질량 블랙홀'이 생긴다는 시나리오를 제안하였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주가 맑게 갠' 직후에 대질량 천체가 응축해 태양 질량의 10만 배 내지 100만 배의 대질량 블랙홀이 탄생한다. '우주의 맑게 갠 시기'란 우주 탄생으로부터 약 38만 년 후에 빛이 자유로이 직진하게 되어 멀리 내다볼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그리고 그 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와 만나면, 블랙홀이 은하의 중심으로 떨어져 간다. 그 후 중심에 떨어진 블랙홀에 1년 동안 태양 정도의 물질이 쌓이면, 1억 년 후에는 태양의 1억 배 질량까지 성장해서 '거대 질량 블랙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도 블랙홀이 생기는 수가 은하의 수보다 훨씬 적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면 '항성 질량 블랙홀'이 점차 합체해서 '거대 질량 블랙홀'로 진화한다는 시나리오는 어떨까? 하지만 '항성 질량 블랙홀'의 질량과 '거대 질량 블랙홀'의 질량 차이는 너무 크다. 만약 둘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다면 '중간 질량 블랙홀(Intermediate Mass Black Hole)'이 발견되어야 할 것이다. 1999년 일본 교토 대학의 '쓰루 다케시' 부교수와 '마쓰모토 히로노리' 조교 등에 의해, 질량이 태양의 1000배 정도로 보이는 '중간 질량 블랙홀'이 지구에서 약 12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M82'라는 은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게다가 이 '중간 질량 블랙홀'이 발견된 곳은 M82의 중심이 아니라, 은하 중심에서 500광년 정도 떨어진 장소로 특이했다. 또 도쿄 대학의 '마키시마 가즈오' 교수 등은 매우 강한 X선을 복사하는 '초광도 X선원(ULX: Ultraluminous X-ray source)'이라는 천체에 대해서도 '중간 질량 블랙홀'로 추정된다는 설을 발표했다. '마키시마 가즈오' 교수 등은 ULX의 스펙트럼 분석이나 X선 광도로 미루어보아, 태양의 20~200배 정도 되는 '중간 질량 블랙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토 대학팀이 M82에서 발견한 천체도 ULX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것 같다.

 하지만 '중간 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발견을 계기로 해서, '거대 질량 블랙홀' 형성의 시나리오가 하나 만들어졌다. 현재 생각되는 '거대 질량 블랙홀' 형성의 유력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이 시나리오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에비스자키 도시카즈' 주임 연구원 등이 주장한 것이다.

  1. 스타버스트에 의해 고밀도의 성단이 다수 형성됨: 우선 은하끼리의 충돌 등에 의해 '스타 버스트(폭발적인 별 형성)'가 일어난다. 그 결과, 별이 고밀도로 존재하는 성단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그들 성단 안에서, 무거운 별은 가벼운 별에 운동 에너지를 빼앗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운동 에너지를 빼앗긴 별은 성단의 중심으로 떨어져 간다. 그리고 중심으로 떨어진 별들이 합체해, 태양의 100배 이상의 질량을 지닌 대질량 별이 탄생한다.
  2. 별이 중력 붕괴에 의해 중간 질량 블랙홀이 됨: 항성은 질량이 무거울수록 수명이 짧기 때문에, 성단 중심에서 탄생한 초대질량 별은 중력 붕괴해 수명을 다하고 중간 질량 블랙홀이 된다. 중력 붕괴란 스스로의 무게로 붕괴하는 것이다. 그 블랙홀은 주위의 별이나 가스를 삼키면서 성장해 가며, 마침내 태양의 수천 배 되는 질량의 '중간 질량 블랙홀'이 된다. 다른 성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심부에 '중간 질량 블랙홀'이 형성되어 간다.
  3. '중간 질량 블랙홀'이 은하 중심으로 떨어져, '거대 질량 블랙홀'로 성장: 중간 질량 블랙홀을 가진 성단은 무거운 것부터 은하 중심으로 떨어져 간다. 그 과정에서 성단의 별이 떨어져 나가고, 중간 질량 블랙홀만이 중심에 집중되어 간다. 그들 '중간 질량 블랙홀'이 서로 합체해 하나의 '거대 질량 블랙홀'로 성장해 간다. 2개의 블랙홀이 은하 중심 부근에서 계속 합체하는 현장이라고 생각되는 현상은 이미 실제로 관측되었다.

 이 시나리오를 한 줄로 요약하면 '거대 질량 블랙홀'의 형성은 은하끼리의 충돌에 의해 성단 속에서 '중간 질량 블랙홀(Intermediate Mass Black Hole)'이 생기고, 그것이 은하의 중심부에 모여 거대해진다'이다. 이 시나리오로는 은하의 벌지와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 크기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떨어져 나간 별이 벌지를 형성한다고 생각하면 설명이 되고, 초기의 성단이 많으면 벌지와 블랙홀 모두 질량이 커지기 때문이다. 'M82'라는 은하에서 발견된 '중간 질량 블랙홀'은 은하 중심에서 5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존재했다. 이것은 은하 중심으로 떨어져 가는 도중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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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블랙홀 속으로

5-1. 블랙홀의 종류

 지금까지는 블랙홀을 질량에 따라 '항성 질량 블랙홀(Stellar Mass Black Hole)'과 '거대 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로 나누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성질의 차이에 따라서도 여러 종류의 블랙홀을 생각해 왔다. 블랙홀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에는 '질량(Mass)', '자전(Rotation), '전하(Electric Charge)'의 세 가지밖에 없다. 그런데 질량이 없는 것은 없으므로 회전, 전하의 유무에 따라 네 종류의 기본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다.

  1. 슈바르츠실트 블랙홀(Schwarzschild black hole): 그 가운데 가장 단순한 것이 '슈바르츠실트 블랙홀(Schwarzschild black hole)'이라는 정지한 구체의 블랙홀이다. 슈바르츠실트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사용해 별의 내부나 표면 가까이의 중력을 계산하는 식을 유도할 때,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회전도 하지 않고 전하도 없는 별을 상정해 구한 것이다.
  2. 커 블랙홀(Kerr Black Hole): 하지만 모든 별은 자전하고 있으므로, 별의 '중력 붕괴(Gravitational Collapse)'로 생기는 블랙홀도 자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회전하고 있는 블랙홀은 '커 블랙홀(Kerr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커 블랙홀'도 '슈바르츠실트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공 모양이며, 자전 속도가 커지면 공의 반지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의 반지름이 작아진다. 커 블랙홀의 특징은 바깥쪽과 안쪽에 두 가지 지평선이 있으며, 바깥쪽 지평선의 더욱 바깥쪽에는 '에르고 영역(Ergo Sphere)'이라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또 회전하고 있으므로 '특이점(Singularity)'은 고리 모양이 된다.
  3. 라이스너·노르트슈트룀 블랙홀(Reissner-Nordström Black hole): 전하를 띠는 블랙홀도 생각되는데, 이러한 블랙홀을 '라이스너·노르트슈트룀 블랙홀(Reissner-Nordström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4. 커·뉴먼 블랙홀(Kerr-Newman Black hole): 그리고 '라이스너·노르트슈트룀 블랙홀(Reissner-Nordström Black hole)' 중에서도 회전하고 있는 것은 '커·뉴먼 블랙홀(Kerr-Newman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전하를 띤 블랙홀을 만들려면, 전하를 띤 물질을 '중력 붕괴(ravitational collapse)'시켜야 한다. 하지만 블랙홀이 되기 전에 전기력이 작용해 반발하고 도로 튕겨 버리므로, 전하를 띤 블랙홀은 생기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에서 가장 일반적인 블랙홀은 '커 블랙홀'이라고 생각된다.

블랙홀의 종류

5-2. 블랙홀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5-2-1.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경우

 여기서는 우주 비행기가 가장 단순한 블랙홀인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볼 것이다. '슈바르트실트 블랙홀(Schwarzschild black hole)'의 경우,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어 일단 빨려 들어가면 중심의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똑바로 낙하한다. 그때 블랙홀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강해지므로, 우주 비행기 기체의 맨 앞과 맨 뒤는 받아들이는 중력에 큰 차이가 생긴다. 이것을 '조석력(潮汐力)'이라고 한다. 태양이나 달의 중력에 의해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블랙홀의 경우, 조석력이 낙하하는 물질을 끌어당기고 최후에는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린다. 조석력의 크기는 블랙홀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의외로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작은 블랙홀일수록 조석력은 커진다. 예컨대 태양 질량 정도의 작은 블랙홀의 경우, 사건의 지평선에 빨려가는 시점에서 조석력은 지구 표면의 1조 배나 된다. 따라서 물질은 스파게티처럼 가늘게 늘어나 버린다.

 한편,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의 경우, 반지름이 3000억 km라고 하면, 사건의 지평선의 조석력은 지구 표면의 1000만 분의 1 정도이다. 따라서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으며, 빨려 들어가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점차 중심의 특이점에 가까워짐에 따라, 어떤 블랙홀이라도 중력이 강해져 끌어당겨지는 힘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최후에는 결국 스파게티같이 되어, 중심 부근에서 산산조각날 것이다.

5-2-2. '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경우

 그러면 회전하고 있는 '커 블랙홀(Kerr Black Hole)'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커 블랙홀'과 '슈바르트실츠 블랙홀'은 겉보기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커 블랙홀에서는, 처음에는 블랙홀로 일직선으로 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궤도가 어긋나 블랙홀에서 벗어난다. 더욱 가까워지면 블랙홀 주위를 돌게 된다. 이것을 '렌제·티링 효과(Lense-Thirring effect)'라고 한다.

 그때 블랙홀의 회전과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면, 이 효과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더욱 가까워지면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려 해도 어느새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힘껏 엔진을 내뿜어도 정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블랙홀 주위의 공간이 블랙홀에 떨어지는 동시에 회전하고 있어, 그들을 합친 속도가 광속도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슈바르트실츠 블랙홀의 경우, 공간이 블랙홀 안쪽을 향해 떨어지다가 사건의 지평선에서 광속도로 된다. 한편 커 블랙홀의 경우, 안쪽을 향해 떨어지다가 안쪽을 향하는 데다가 회전 방향의 속도가 있으므로, 사건의 지평선 바깥쪽에서 공간 운동의 속도가 광속도를 넘는다. 커 블랙홀 주위의 공간에서 광속도를 넘는 영역을 '에르고 영역(Ergo Sphere)'이라고 한다. '에르고 영역'에 들어가면 블랙홀에 대해 정지하고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면서 고리 모양의 특이점을 향해 떨어져 간다. 하지만 에르고 영역 단계에서 바깥쪽을 향해 달아나듯이 엔진을 내뿜으면 탈출할 가능성은 있다.

커 블랙홀 (Kerr Black Hole)

5-3. 고리 모양의 특이점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회전하는 '커 블랙홀'에서는 원심력 때문에 특이점이 고리 모양으로 된다. 그리고 특이점에 부딪히면 물질은 산산 조각난다.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의 경우,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들어간 물질은 반드시 특이점을 향한다. 하지만 회전하고 있는 커 블랙홀의 특이점은 원심력 때문에 고리 모양을 이루므로, 피해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지평선에 빨려 들어간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몸을 내맡기고 있으면, 특이점에 부딪힌다. 하지만 고리의 한가운데로 돌입하듯이 힘껏 로켓 엔진을 내뿜으면, 그곳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고리를 빠져나간 물질은 어떻게 될까? 고리를 빠져나가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을 때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 우리의 우주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 우리 우주와는 다른 우주로 나가게 된다. 이처럼 '내뱉어진' 다른 블랙홀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화이트 홀(white hole)'이라고 한다. 커 블랙홀은 다른 우주의 화이트홀과 연결되어 있으며, 내뱉어진 우주에도 커 블랙홀이 있어, 그곳에 들어가면 또 다른 우주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커 블랙홀을 '연결 다리'로 삼아 무한한 우주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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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특이점의 내부

 모든 블랙홀에는 특이점이 존재한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질은 특이점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큰 조석력에 의해 전자나 쿼크 같은 소립자 등 물질 구성 요소의 수준까지 산산조각 난다. 하지만 현재의 물리학에서는 특이점으로 떨어진 물질이 어떻게 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특이점에서 물질이 어떻게 되는지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커다란 난제이다.

 물질의 구성요소는 소립자가 아니라 10-33cm라는 극히 작은 고무줄 같은 '끈'이라고 생각하는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 있다. 초끈 이론에 의하면, 이 끈이 진동해 그 진동의 차이가 끈을 각각의 소립자로 보이게 한다고 한다. 중력도 이 끈의 진동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이점 가까운 곳 같은 매우 작은 영역에서는 물질이나 중력을 구별할 수 없다. 이 끈이 존재하는 것은 공간이 9차원의 세계일 때이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 공간에 다시 1차원의 시간이 더해진 4차원 시공이다. 9차원의 공간은 3차원 공간의 모든점에 6차원의 넓이를 가진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6차원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마카로니'를 상상해 보자. 마카로니를 아주 멀리서 보면 하나의 1차원의 '선(line)'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면, 굵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관(pipe)' 모양으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카로니 면은 길이 방향과, 관으로 된 방향과, 관으로 된 방향(길이 방향의 90° 방향)'의 2차원의 면이다. 그런데 관 방향이 작은 고리로 되어 있어서, 멀리서 보면 길이 방향의 1차원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간도 매우 작은 규모에서 보면 6차원 방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특이점 가까이에서는 여분의 6차원이 얼굴을 내밀고, 특이점에서는 9차원 공간 속에서 끈이 진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카로니 (macaroni)

5-5. 블랙홀 입구에서는 시간이 멈춘다.

 블랙홀 주위는 중력이 터무니 없이 강해서, 가까울수록 시간이 느려진다. 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언한 '중력으로 시간이 느려지는 효과'에 의한 것이다.

 블랙홀에 떨어지는 탐사선을 먼 곳의 모선에서 본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일반적으로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끌어당겨져 탐사선의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고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탐사선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가까워짐에 따라, 점차 느려지는 것 처럼 보인다. 그리고 최후에는 탐사선의 겉보기 속도가 '0'에 가까워져, 사건의 지평선에 달라붙은 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블랙홀에 떨어지는 탐사선을 타고 있는 사람은 시간의 느려짐을 느끼지 않는다. 그대로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로 떨어져 간다. 하지만 실제로는 먼 곳의 모선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바로 가까이에 도달한 탐사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빛의 파장이 무한히 늘어나,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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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블랙홀 증발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블랙홀은 물질을 빨아들여 질량이 커지기만 한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 박사는 블랙홀에 '양자론(Quantum Theory)'을 적용해, 블랙홀이 그 질량에 반비례한 온도로 빛을 내면서 계속 '증발(Evaporation)'해 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양자론에서 '진공(Vaccum)'은 물질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진공에서는 에너지가 일정한 값을 취할 수 없으며, 항상 흔들리고 있다. 이것을 양자론의 '불확정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라고 한다. 진공을 우주의 소립자 수준의 규모에서 보면, 예컨대 '전자(Electron)'와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Positron)'가 2개의 쌍이 되어 생기거나 사라지고 있다. 요동은 짧은 시간 간격일수록 크고, 그 에너지는 전자와 양전자의 쌍이나 그 밖의 입자와 반입자의 쌍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해서 생긴 입자와 반입자의 쌍은 즉시 서로 만났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 입자의 반입자의 쌍생성이 블랙홀 주위의 공간에 일어나면, 블랙홀 가까이에서는 강한 조석력이 작용해, 블랙홀에 대해 '음의 에너지'를 가진 쪽이 더욱 강하게 블랙홀에 끌어당겨진다. 그러면 원래는 즉시 만나 소멸해야 할 2개의 입자와 반입자의 쌍이 떨어진다. 한쪽이 블랙홀 속으로 날아가면, 그 반동으로 다른 한쪽의 입자는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리하여 블랙홀에서는 입자가 방출되는 것처럼 보인다.

 질량이 작은 블랙홀일수록 조석력이 강하기 때문에, 입자는 큰 에너지를 가지고 기세 좋게 밖으로 방출된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은 물질에서 방출되는 입자일수록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커진다. 그래서 질량이 작은 블랙홀일수록 고온이 된다. 블랙홀은 입자를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으므로, 서서히 질량이 줄어든다. 이를 '블랙홀의 증발(Black-Hole Evapora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블랙홀의 질량이 줄어들면 더욱 고온이 되므로, 한층 더 격렬하게 증발된다.

블랙홀의 증발(black hole evaporation)

6-1. 블랙홀은 최후에 대폭발해 소멸한다.

 블랙홀이 증발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큰 것은 블랙홀이 양성자보다 작은 크기일 때이다. '항성 질량 블랙홀'이나 '거대 질량 블랙홀' 등에서는 이 증발의 영향을 거의 무시할 수 있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미니 블랙홀이 양성자 크기 이상일 때는 현재까지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즉, 양성자 크기의 블랙홀조차도 증발하기까지 '우주 나이 정도(약 138억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태양 질량 정도의 블랙홀에서는, 그 온도가 100만 분의 1K로 아주 낮고, 증발하기까지 우주 나이의 1054배라는 터무니없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전혀 관계없는 세계이다. 하지만 양성자 크기의 블랙홀은 지금 바로 증발하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증발하기 시작한 블랙홀은 가벼워짐에 따라 더욱 많은 입자가 방출되어 주위가 밝게 빛난다.

 블랙홀의 온도가 그다지 높지 않을 때는 붉고 어둡게 빛난다. 증발이 더 진행되어 블랙홀의 질량이 작아짐에 따라, 온도가 마침내 푸른빛으로 빛나게 된다. 또 블랙홀의 질량이 줄어들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증발속도는 점점 가속된다. 그리고 최후에는 증발이라기보다는 대폭발에 가까운 상태로 모든 질량이 증발한다. 계산상으로는 마지막 1000t의 블랙홀은 불과 1초 만에 소멸한다고 한다.

6-2. 블랙홀의 미래

 '항성 질량 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이나 '거대 질량 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 등은 증발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블랙홀의 증발이 우리와 관계될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려면, 블랙홀의 증발은 매우 중요하다.

 100조 년 뒤의 미래에는 모든 별이 다 타버린다. 짙은 암흑이 된 우주의 은하 속에는 큰 별의 최후에 남은 '블랙홀'이나 차가워진 '중성자별(Neutron Star)', 차가워진 '백색 왜성(White Dwarf)', 그리고 처음부터 타지 않았던 천체만 남게 된다. 이와 같은 은하 속에서는 아주 드물게 별끼리 접근에 한쪽이 큰 에너지를 받아 은하 밖으로 내던져진다. 몇 차례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은하는 지탱하는 에너지가 작아져 찌부러지고, 최후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다.

 그리고 은하가 찌부러진 거대한 블랙홀 사이의 막대한 공간을 작은 블랙홀이나 차가워진 별이 떠돌고 있는 것이 먼 미래의 우주 모습이다. 그 후 우주는 블랙홀만 남게 될 것이며, 더욱 먼 미래에는 이들이 우주의 곳곳에서 증발을 시작해 빛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증발이 대폭발을 거쳐 모두 끝나면, 우주에 최종적인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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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이트홀

 이론의 산물이었던 '블랙홀(black hole)'은 관측에 의해 그 존재가 확실해졌다. 그런데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블랙홀뿐만 아니라, 동시에 공간과 공간을 순식간에 연결하는 '웜홀(Worm Hole)'과, 무엇이든 내뱉는 '화이트홀(White Hole)'도 예언되어 있다. 이들은 블랙홀처럼 관측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론적으로는 그 존재가 인정되고 있다.

7-1. 화이트홀이란 무엇인가?

 원래 화이트홀은 블랙홀과 함께 그 존재가 예언되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항성 내부와 주위의 중력을 계산하는 식이 도출될 때, 그 식이 의미하는 것에는 블랙홀과 화이트홀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계산에 따르면,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서로의 시간을 뒤집는 관계에 있다고 한다. 예컨대 공을 위로 던진 후 떨어질 때까지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다고 하자. 이를 거꾸로 재생시키면, 거꾸로 재생된 공의 운동은 전혀 물리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공기 저항 등의 영향은 무시) 이처럼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어떤 현상에 대해 시간을 반전시킨 현상도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화이트홀의 성질을 알 수 있다. 즉 블랙홀은 누구도 그 내부에서 탈출할 수 없는 천체인데 반해, 화이트홀은 그 누구라도 그 내부에 머무를 수 없는 천체이다. 화이트홀을 그 내부의 특이점에 집중해 있는 질량을 물질과 빛 등으로 계속 뱉어낸다. >또 블랙홀에 경계면이 있었던 것처럼, 화이트홀에도 경계면이 있다. 화이트홀의 경계면 안쪽에서는 바깥쪽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바깥쪽에서는 안쪽으로 빛조차 들어갈 수 없다.

7-2. 화이트홀의 관측

 화이트홀이 실재한다고 해도, 관측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다. 이 설은 미국의 '더글러스 어들리(Douglas M. Eardley)' 박사가 1974년에 발표했으며, 그 후 몇몇 상대성 이론 전문가들에 의해 상세하게 연구되었다.

  화이트홀은 내부에서 물질을 뱉어 내는 천체이다. 이 말을 들으면, 화이트홀은 인력과 반대인 척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론상 화이트홀은 인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세기는 블랙홀과 같다. 화이트홀의 주위에는 내부에서 뱉어진 물질과, 원래 주위에 있던 물질이 존재한다. 이들 물질은 새로 분출하는 물질과 빛 등의 일부도 거느리면서 화이트홀로 끌려간다. 하지만 화이트홀의 성질상, 끌려든 물질이 화이트홀의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다. 결국 이들 물질은 화이트홀 표면에 쌓이며, 전체적으로 질량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화이트홀에는 블랙홀과 같은 중력이 있다. 그만큼 무거운 화이트홀의 질량이 더욱 늘어난 결과, 화이트홀보다도 질량이 크고 반지름도 큰 블랙홀이 화이트홀 표면 바깥에 존재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화이트홀이 존재한다고 해도, 화이트홀의 경계면 바로 바깥쪽에 블랙홀이 생겨 이중 구조가 된다. 화이트홀은 그 내부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내보내기 전에 블랙홀에 뒤덮여 감추어진다. 다만 화이트홀이 블랙홀로 뒤덮이기 전이라면, 내부에서 방출되는 물질과 에너지를 관측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있다.

7-3. 빅뱅은 화이트홀인가?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에 의하면, 초기의 우주는 '불덩이 같은 상태'였으며, 팽창하면서 여러 소립자나 물질을 생성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좁은 영역에서 물질이 분출되는 이 현상은 화이트홀과 매우 비슷하다. 즉 보기에 따라서는 우주 그 자체가 화이트홀과 같으며, 우리는 화이트홀에서 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빅뱅이 어느 영역에서는 약간 늦게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이 영역에서는 주위의 빅뱅이 진정된 뒤에도 많은 소립자를 방출하는 듯이 보였을 것이다. 만약 빅뱅이 늦게 발생한 곳이 있으면, 화이트홀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단, 현재까지 그러한 관측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초기의 우주는 상당히 '얼룩이 적은 균일한 세계'였음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으로 '늦게 발생한 빅뱅'의 흔적이 관측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가 있는 곳까지 그 흔적의 빛이 이르지 않았다거나, 현재 관측 방법으로는 관측 정밀도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화이트홀(White Hole)' 상상도

8. 웜홀

 '웜홀(Warm hole)'은 어떤 공간과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샛길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웜홀을 빠져나가면 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웜홀'을 '아인슈타인-로젠 다리(Einstein-Rosen bridge)'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자전하고 있는 블랙홀의 경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은 고리 모양의 특이점을 거쳐 다른 공간에 있는 화이트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샛길 같은 구조도 '웜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 빠져나간 반대쪽은 우리가 있는 우주와는 다른 우주이다. 그리고 화이트홀 쪽에서는 돌아올 수 없다. 이처럼 샛길이 일방통행인 경우에는 엄밀하게는 웜홀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긴 하다. 그리고 이 웜홀은 매우 불안정한 존재인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빠져나갈 수 있어도, 실제로 물질이나 빛이 빠져나가려면 그에 의해 생기는 에너지의 '요동(fluctuation)'이 증폭되어 웜홀이 찌부러져 버린다.

8-1. 시간 여행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하지 않고 일방통행도 아닌 웜홀이 존재할 가능성도 이론상 허용된다. 만약 이런 웜홀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멀리까지 순식간에 이동했다가 돌아올 수 있다. '공간의 벽'을 뛰어넘는 것이다. 나아가 웜홀을 이용하면, '시간의 벽'을 넘어 '시간 여행'도 가능하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이동하는 물체의 시간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에서 보면 느려진다. 이런 효과는 물체가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뚜렷해진다.

 2020년, 지구의 곁에 웜홀의 출입구 양쪽이 모두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가운데 한쪽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일단 멀리 보냈다가 바로 되돌렸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멀리 보낸 쪽의 출입구는, 이동시킴으로써 시간이 느려진다. 그러면 이 사이에 지구는 10년이 경과해 2030년이 되는데 비해, 움직인 쪽의 출입구는 시간이 느려져 2년밖에 지나지 않아 2022년이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서 2022년의 출입구로 들어가면, 2030년의 세계에 있는 사람이 2022년의 세계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웜홀이 존재한 시점보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이 경우 2020년보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리고 웜홀은 매우 불안정해서, 가능하다고 해도 곧 찌부러질 운명에 있다. 미국의 '킵 손(Kip Stephen Thorne, 1940~)' 박사에 의하면, 웜홀을 유지하려면 '음(-)'의 압력을 지닌 물질이 필요하다고 하다. 음의 압력을 가진 물질은 일반적인 물질과는 반대로 공간을 펼치려고 작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성질이 불안정한 웜홀을 보강해 주는 것이다. 이 음의 압력을 지닌 물질에는 'Exotic Matter'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하지만 현재에는 이론상의 존재이며, 어떻게 하면 만들어 낼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8-2. 극히 미세한 웜홀

 양자론에 의하면, 극히 미세한 영역에서는 에너지의 '요동'이 있으며, 어느 영역과 어느 이웃한 영역 사이에 항상 에너지가 오가고 있다. 이 에너지를 사용해 여러 가지 소립자의 쌍이 순식간에 생성되거나 순식간에 소멸되어, 에너지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 이는 특수한 공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주나 우리의 몸 주위에 있는 공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동'에 의해, 온갖 공간에서 미세한 웜홀이 순간적으로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관측할 수가 없다. 만약 이 미세한 웜홀을 어떤 방법으로 크게 하고 안정시킬 수 있다면, 공간을 뛰어넘는 이동이나 시간 여행에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아직 모른다.

8-3. 막우주를 연결하는 웜홀

 웜홀의 구조를 유지하려면 'Exotic Matter'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년에는 '고차원'의 세계를 생각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 공간에 시간을 합쳐 '4차원 시공'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우주에는 제5의 차원이나 그 이상의 차원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고차원 공간을 다루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을 '고차원 공간에 떠다니는 막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설이 있다. 이것을 '브레인 월드 가설(Brane world hypothesis) 또는 '막 우주론(brane theory)'이라고 한다. '브레인 월드 가설'에 의하면 제5의 차원 건너편에는 다른 '막(brane)'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막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제5의 차원을 통해 다른 막으로 이동할 수는 없다.

 이 막끼리 어느 순간에 부분적으로 접촉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상대성 이론을 이용한 계산에 의하면, 이때 두 막이 만나는 점에 '웜홀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제5의 차원은 웜홀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Exotic Matter'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서, 'Exotic Matter'이 없더라도 웜홀이 안정해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같은 막 우주에서 연결된 웜홀에서는 같은 우주 내에서의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다른 막 우주가 연결된 웜홀에서는 두 막 우주를 왕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막 우주끼리의 충돌로 설명하는 '에크피로틱 우주론(Ekpyrotic Cosmology)'에서는, 빅뱅을 부분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가 충돌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한다.

막우주의 접촉

9. 블랙홀 발전

 회전하는 블랙홀을 이용하면 쓰레기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꿈처럼 들리는 이 '블랙홀 초미래 도시' 이야기는 '상대성 이론' 교과서에 실려 있다. '찰스 미스너(Charles W. Misner, 1923~)', '킵 손(Kip Stephen Thorne, 1940~)', '존 휠러(John Wheeler, 1911~2008)'가 집필한 'Graviation(중력)'은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유명한 교과서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1931~)'는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끄집어내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회전하는 블랙홀의 '에르고 영역(Ergo Sphere)'에 물질을 집어넣고 안에서 '2분(2minute)'이 되면, 하나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흡수되고 또 하나는 '에르고 영역' 밖으로 날아 나온다. 그러면 블랙홀의 회전은 미세하게 느려지고, 그때 날아 나오는 물질이 가진 에너지가, 던져 넣어졌을 때보다 커지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을 '펜로즈 과정(Penrose process)'이라고 한다. 블랙홀의 회전 속도가 느려지면 효율이 나빠지므로 급속하게 회전하고 있는 블랙홀을 새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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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블랙홀 갤러리

10-1. 인류 역사상 최초로 화상 촬영한 블랙홀

10-1-1. '처녀자리 A 은하 (M87, NGC 4486)'의 블랙홀

 '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블랙홀 주변에서 '중력 렌즈 효과'에 의해 휘어지는 빛이 블랙홀의 윤곽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인류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이미지를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하였음을 2019년 4월 10일에 발표하였다. 해당 관측에서 미국, 하와이, 멕시코, 칠레, 스페인, 남극의 8개의 전파 망원경을 서로 연결하여 지구 지름 크기의 가상의 전파 망원경인 '사상 수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을 구성하여 관측하였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가 주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전세계 34곳의 천문대와 대학교가 참여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Korea Aerospace Research Institute)', '한국천문연구원(KASI: Korea Astronomy and Space Science Institute)' 등 한국의 연구소들도 제휴기관으로 공동 연구에 참여하였다. 이번에 촬영한 블랙홀의 무게는 태양 질량의 약 65억 배에 달하며, 지름은 약 380억 km에 달한다.

2019년 4월 11일 인류가 최초로 화상 촬영한 'M87'의 모습

10-2. 허블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거대 질량 블랙홀'

10-2-1. NGC4261

 아래 왼쪽은 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약 4500만 광년 떨어진 타원 은하 'NGC4261'의 제트 분출 모습을 지상 망원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하얀색 부분은 '광학 망원경'으로, 오렌지색 부분은 '전파 망원경'으로 각각 촬영해서 합성하였다. 중심에서 위아래로 길게 뻗은 것은 블랙홀에 의해 고온이 된 강착 원반의 중심부에서 복사된 '제트(jet)'이다.

 아래 오른쪽은 중심부를 클로즈업한 것으로, '허블 우주 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으로 촬영했다. 중심부의 가스 원반의 지름은 약 800광년이나 되며, 그 중심에는 태양의 약 5억 배 되는 무게의 거대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된다.

10-2-2. NGC4261

 사진 'Ground'는 지상에서 촬영한 것이고 사진 'HST'는 '허블 우주 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으로 촬영한 것이다. 지구에서 약 19만 1000광년 떨어져 있는, 여우자리의 타원 은하 'NGC7052'의 중심부에 있는 먼지 원반이 포착되어 있다. 원반의 지름은 약 3700광년이다. 이 원반은 옛날의 은하 충돌의 흔적이라고 생각되는데, 중심에는 태양의 약 3억 배되는 질량을 가진 거대 블랙홀이 있으리라고 추정된다.

10-2-3. NGC4438

 사진 A는 5000만 광년 떨어진 NGC4438 은하의 중심 영역을 촬영한 것이다. 은하 중심에는 숨어있으리라 생각된다. 클로즈업 사진에는 은하 중심부의 거대한 거품 같은 것이 붉게 부푼 채 찍혀 있다. 거품 아래의 하얀색 부분에는 강착 원반이 있고, 강착 원반에서는 위아래로 제트가 뿜어 나오고 있다. 속도가 느린 농밀한 가스에 제트가 부딪치면 물질이 빛난다. 그 빛남이 거대한 거품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10-3. X선 천문위성 '찬드라가 포착한 '쌍성계 블랙홀'

10-3-1. GRS 1915+105

 아래 영상의 화살표 끝에 있는 것은 독수리 방향에 있는 'GRS 1915+105'라고 불리는 '쌍성계 블랙홀'이다. NASA의 찬드라 X선 우주 망원경이 촬영하였다. 큰 영상은 'DSS(디지털화된 전천 영상)'의 가시광선 영상과 적외선 영상에, 찬드라 X선을 촬영한 영상을 보라색으로 착색해 합성한 것이다. 작은 영상은 'GRS 1915+105'가 내보내는 X선을 확대한 것이다.

 'GRS 1915+105'는 질량이 태양의 약 14배인 블랙홀과, 질량이 태양의 약 1.2배인 항성이 쌍성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블랙홀에 끌어당겨진 항성의 물질이 블랙홀 주위에 원반을 만들고, 그 원반에서 X선이 나온다. GRS 1915+105에서 오는 X선은 단속적이기 때문에 X선의 세기를 변화시키는 어떠한 메커니즘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GRS 1915+105

10-4. X선 천문 위성 '찬드라'가 포착한 '거대 질량 블랙홀'

10-4-1. NGC4258

 아래는 X선 천문 위성 '찬드라(Chandra)'가 포착한 나선 은하 'NGC4258'이다. 사냥개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25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중심 부근에 희끄무레한 부분이 은하의 중심이다. 가시광선, 적외선, 관측하였더니, 은하의 원반 위에 있는 '팔(Arm)'이 보였다. 그리고 X선으로 관측하였더니 다른 팔이 2개 더 발견되었다.

 그러면 이 팔들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형성되었을까? 이 은하를 관찰한 연구자들의 가설에 의하면, 이 팔은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은하의 중심에는 거대 블랙홀이 있다. 이 블랙홀에 가스가 떨어지면서 들어가면, 그 일부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정반데의 두 방향으로 제트가 분출된다. 그러면 제트 주위에는 고에너지의 입자로 가득 찬 '커쿤(cocoon)'이라는 영역이 생긴다. 그런데 이 은하는 제트가 원반에 대해 수직이 아니라 기울어 있다. 그래서 제트 주위의 커쿤이 은하 원반에 충돌해 그 충격파로 가스가 수백만 ℃라는 고온으로 뜨거워진다. 강한 X선을 방출하는 이 고온 가스가 원반의 위아래 방향으로 달아나면서, 그것이 '팔'처럼 보인다고 한다.

NGC4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