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번개란 무엇인가?
- '여름 번개'와 '겨울 번개'
- 번개가 발생하는 조건
-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
- 우주에서 번개를 관찰해 보았다.
- 다른 행성에서도 번개가 발생할까?
- 벼락의 피해와 대처법
- 번개 Q&A
1. 번개란 무엇인가?
'번개(Lightning)'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 현상이다.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번개의 그 섬광과 굉음은 큰 북을 가진 신의 행위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번개의 정체는 전기'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번개는 '적란운'이라는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구름에서 발생한다. 구름의 내부나 구름의 지면 사이에 커다란 '전압(전위차)'이 생기면, 그 상태를 해소하려고 전류가 공기 속을 흐르는 것이다. 이 현상을 '방전(Discharge)'이라고 한다. 원래 공기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insulator)'이지만, 절연체도 매우 높은 전압이 걸리면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절연 파괴(Dielectric Breakdown)'라고 한다.
방전에는 구름과 지면 사이에서 방전하는 '대지 방전(Earth Discharge)'과 구름 속에서 방전이 완결되는 '구름 방전(Cloud Discharge)'이 있다. '벼락'은 '대지 방전'이다. 벼락이 칠 때, 순간적으로 지면과 구름 사이에는 전류의 통로가 밝게 빛나는데, 이것은 '섬광(flash)'이라고 한다. 또 '번개'라고 하면 구름에서 지면을 향해 섬광이 지나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면에서 구름을 향해 섬광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대지 방전'이다. 위쪽 방향으로의 섬광은 굴뚝이나 첨탑 등 구조물에서 구름을 향해 나아가는 경우가 많고, 섬광의 형태는 위를 향해 가지를 뻗는 모습이다.
- '섬광(Flash)'이 빛나는 이유: 그러면 번개가 칠 때, '섬광(flash)'이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류(Electric Current)'란 '전기를 띤 입자(전자 또는 이온 등)'의 흐름을 말한다. 그런데 전류가 공기 속을 흐르다 보면, 공기 속에 있는 질소 분자나 산소 분자에 전자가 부딪친다. 그러면 부딪친 전자로부터 원자가 에너지를 받아 '들뜬 상태(에너지가 높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 높은 에너지 상태가 다시 진정될 때, 에너지로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빛나 보이는 것이다.
- '천둥(Thunder)'이 치는 이유: '천둥(Thunder)'이란 공기 중의 전기 방전에 의하여 발생하는 '소리'이다. 그러면 번개가 칠 때, '천둥'은 왜 생기는 걸까? 즉, 소리는 왜 나는 걸까? 전류가 흐르는 길에서 공기는 순식간에 수천℃의 정도의 고온이 된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공기는 음속을 넘는 속도로 팽창하고, 그에 따라 주변의 공기가 급속히 압축되어 '충격파'가 발생한다. 이 '충격파'가 발생할 때의 소리가 폭발음 같은 천둥이 되어 들리는 것이다.
'번개'와 '천둥'은 동시에 일어나는데, 우리가 항상 번개가 치고 난 다음에 천둥소리를 듣게 되는 이유는, '빛의 속도'와 '소리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리의 속도'는 1초당 약 340m이고, 빛의 속도는 1초당 약 30만 km이므로, 번개가 더 빨리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1-1. 구름 속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이유
그러면 구름 속에서 전기는 왜 만들어졌을까?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은 구름을 구성하고 있는 조그만 얼음 결정인 '빙정(ice crystal: 대기 중의 얼음 결정)'이다. 공기가 상승하면 상공에서 차가워져 공기 속의 수증기는 물방울이나 빙정이 된다. 이러한 물방울이나 빙정이 구름의 정체이다. '적란운'은 특히 상승 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구름의 맨 윗부분이 고도 10km 높이에 이르기도 한다. 이 정도로 고도가 높으면 기온은 -40℃ 정도가 되기 때문에, 적란운의 맨 윗부분에서 물방울은 존재하지 않고, 여름에도 '빙정'뿐이다.
구름 속의 입자가 만든 정전기는 번개를 발생시킨다. 그러면 구름 속의 입자는 어떻게 전기를 발생시킬까? 구름 속의 '빙정'은 수변의 수증기를 흡수해 마침내 커다란 '싸라기(쌀알 같은 눈)'가 된다. 싸라기와 빙정이 구름 속에서 부딪치면 양전기와 음전기로 나누어진다. 이때 작은 입자인 '빙정'은 양전기, 큰 입자인 '싸라기'는 음전기를 띠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적란운의 상층은 양전기, 아래층은 음정기, 그리고 구름의 바닥층은 미약한 양전기를 띤 3층 구조를 이룬다. 그러면 왜 이처럼 계층이 나뉘게 될까? 그 이유는 양전기를 띤 빙정이 상승기류를 타고 상층으로 운반되고, 음전기를 띤 싸라기가 그 무게 때문에 낙하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설이 있으며, 명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반드시 빙정이 양전기, 싸라기가 음전기를 띠는 것은 아니며, 기온 등의 조건에 의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여름 번개'와 '겨울 번개'
2-1. 여름 번개
여름은 강한 햇살에 의해 지면이 뜨거워져 강한 상승 기류가 생겨나기 때문에 적란운이 생기기 쉽다. 구름 위에는 주로 양전기, 구름의 아래쪽에는 음전기가 축적된다. 지면과의 방전은 구름 아래쪽에 있는 음전기에서 지면을 향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번개인 '여름 번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 전기를 띤다: 적란운의 상층에는 양전기를 띤 '입자가 작은 빙정', 하층에는 음전기를 띤 '입자가 큰 싸라기'가 모인다. 최하층의 일부가 양전기를 띠는 경우도 있다. 적란운의 바로 밑의 지면에서는 적란운 하층의 음전기에 이끌려 양전기가 모인다.
- 약한 방전: 구름의 아래쪽에서부터 '리더'가 가지를 뻗으면서 지면을 향해 나아간다. 리더가 지면에 접근하면, 지면에서도 리더가 뻗어 나온다.
- 강한 방전: 아래위의 리더가 연결되면 전류의 통로가 생겨 강한 방전이 일어난다. 리더가 같은 경로를 나아가, 강한 방전이 일어나는 과정이 1초에 몇 차례씩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2-2. 겨울 번개
번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여름 번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번개는 겨울에도 발생한다. 사실 겨울의 번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현상이지만, 노르웨이나 일본 등 국한된 지역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겨울의 동해에서는,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일본을 향해서 불 때, 동해에서 습한 공기로 변한다. 그리고 이 습한 공기가 일본 열도의 산맥에 부딪쳐 '상승 기류'가 발생해 적란운이 생긴다. 그래서 일본의 동해 쪽에서는 겨울이라도 번개가 발생하기 쉽다.
다만 겨울은 여름에 비해 '상승 기류'가 약해, 적란운의 높이가 낮다. 그리고 적란운의 높이가 낮기 때문에, 양전기가 음전기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 번개는 한 차례만 생기는 '단발 번개'가 많다. 그리고 겨울 번개는 여름에 비하면 적란운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는 만큼 그 수도 적다. 하지만 단발인 벼락의 에너지는 엄청나게 큰 것이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예컨대, 여름 벼락에서 흐르는 전기의 양이 수십 C(쿨롱) 정도인 데 비해, 겨울 벼락에서는 1000C 이상인 경우도 있다. 그 결과, 겨울 벼락은 여름 벼락의 100배의 에너지를 가진 경우도 있다. 이처럼 거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벼락을 '슈퍼볼트(Superbolt)'라고 한다. 하지만 겨울 벼락이 왜 이렇게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또 여름 번개의 90%는 구름의 음전기에서 방전하는 '음극성 번개'이지만, 겨울 번개는 구름의 양전기에서 방전하는 '양극성 번개'의 비율이 높아, 평균 33% 정도가 '양극성 번개'라는 통계도 있다.
3. 번개가 발생하는 조건
3-1. 대부분의 번개는 적란운에서 발생
이미 설명했듯이 대부분의 번개는 적란운에서 발생하며, 적란운이 생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 지표 근처가 달구어져 생기는 적란운: 우선 여름철 오후의 소나기처럼 지표 근처가 뜨겁게 달구어져 적란운이 생겨 번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서는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는데도, 느닷없이 번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청천벽력(맑게 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벼락)'이다.
- 전선에서 생기는 적란운: 또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경계가 되는 전선 부근에서 차가운 공기 위로 따뜻한 공기가 올라가면서, 상승 기류가 발생해 생기는 적란운도 있다.
- 화재로 발생하는 적란운: 자연 조건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원인으로 적란운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화재'이다. 화재가 일어나면 '상승 기류'가 발생해 '적란운'이 생긴다. 이처럼 화재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번개를 '화재번개' 또는 '화재뢰'라고 한다. 또 도심의 화재뿐만 아니라 산불에 의해서도 번개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3-2. 화산 분화에서도 번개가 발생
화산 분화에서도 번개가 발생한다. '화산번개' 또는 '화산뢰'라고 하는데, 이 경우 '적란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화와 함께 강한 상승 기류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분연 안에는 화산재와 같은 미립자도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 입자끼리 부딪치면 전기를 띠어 적란운이 발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양전기와 음전기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공기에 높은 전압이 걸려 '절연 파괴'가 일어나면 '방전 현상'이 발생한다.
4.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
지금까지는 주로 적란운에 의해 발생하는 '번개'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번개의 종류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의 번개도 있다. 적란운이 존재할 수 없는 고도 지상 십몇 km를 훨씬 넘는 상공에서 우주를 향해 방출하는 빛의 존재가 알려져 있다. 이것을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이라고 한다.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은 비행기 조종사가 이따금 보았던 것을 계기로 서서히 그 존재가 알려졌고, 1986년에는 과학잡지 nature에 보고되었다. 1989년에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프란츠(R. C. Frantz)' 박사가 초고층 탐사 로켓에 탑재된 타메라를 시험하기 위해 적란운 상공을 촬영하다가, 고도 250km 부근에서 빛나는 수수께끼의 발광을 우연히 촬영하였다. 그때 촬영된 빛은 붉고, 우주를 향해 방출되며, 0.0167초 동안 계속되었다고 기록되었다.
4-1.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그 발생 메커니즘과 영향 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발생하는 고도나 형태, 색에 따라 '스프라이트', '블루 제트', '엘브스'의 3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스프라이트(Sprite): 고도 40~90km에서 나타나는 우주를 향해 방출되는 붉은 빛으로, 당근 모양을 한 '캐럿 스프라이트(carrot sprite)'와 기둥 모양을 한 '칼럼 스프라이트(column sprite)'의 2종으로 나누어진다.
- 블루 제트(blue jet): 파란 빛이 순식간에 올라가는 현상으로, 구름 꼭대기에서 성층권으로 솟아오르는 형상을 보인다. 적란운의 정상에서부터 고도 40km 부근에서 보인다.
- 엘브스(elves): 고리 모양의 빛이 외부를 향해 퍼져나가는 현상으로,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 가운데 발생하는 수가 가장 많다
4-2.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의 메커니즘에 대한 설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아직 확고한 설은 없다. 다만, 다양한 단서가 보고되었는데, 그 가운데 1995년에 Science지에 투고된 논문이 유명하다. 이 설에서는 겨울에 일본의 동해 쪽 적란운에서 발생하거나, 미국의 미네소타 등에서 여름에 보이는 거대 적란운의 소멸기에 발생하는 '양극성 벼락'과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은 동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위에서 '겨울 번개'를 설명하면서 이런 '양극성 벼락'은 때로 '슈퍼볼트'라고 불리는 커다란 에너지 방전이 된다고 소개했는데, 이런 커다란 양전기가 방전에 의해 적란운 상층의 양전기가 소멸되면 그 순간 주변의 전기적인 상태가 모조리 바뀐다. 그 영향으로 '뇌운(뇌 방전의 발생 원인이 되는 가장 보편적인 구름)' 상공에 높은 전압이 걸리고, 전자가 위쪽으로 급격히 가속되어 이동한다. 이때 전자가 대기 중의 분자와 부딪쳐 발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스프라이트'의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유력한 설이다.
하지만 현재 이 설로는 '스프라이트(Sprite)'나 '엘브스(elves)' 등의 구조와 발생 간격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을 훨씬 많이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오사카 대학과 훗카이도 대학 등의 연구 그룹은 'JEM-GLIMS(Global Lightning and sprIte MeasurementS on Japanese Experiment Module Exposed Facility)'라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5. 우주에서 번개를 관찰해 보았다.
'JEM-GLIMS'에서는 '국제 우주 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관측 기기를 설치하고 지상 약 400km에서 관측하였다. 'JEM GLIMS'의 관측 기기는 광학 기계가 2종, 전파계가 2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학 기계'는 번계의 빛을 포착하고, '전파계'는 빛으로 볼 수 없는 구름 속의 여러 가지 방전 현상을 전파를 통해 포착한다.
2015년 8월에 3년간의 관측을 마친 후, 관측 데이터를 집계해 보니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은 지구 전체에서 1분에 6~7회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상외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JEM-GLIMS'는 '고고도 방전 발광 현상'에 대한 관측뿐만 아니라, 지상의 벼락에 대한 관측에서도 성과가 컸다.
1997년에 발사한 '열대강우관측위성(TRMM: Tropical Rainfall Measuring Mission)'이라는 인공위성에 관측 센서 '번개 영상센서(LIS: Lighting Imaging Sensor)'가 처음 탑재되어, 번개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열대강우관측위성(TRMM)'에서의 관측으로는 '대지 방전'과 '구름 방전'을 구별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우주 정거장에서 관측한 JEM-GLIMS에서는 '대지 방전'과 '구름 방전'을 구별할 수 있었다.
6. 벼락의 피해와 대처법
번개가 칠 때의 전기량은 1회에 전압 10억 V(볼트), 전류는 수만 A(암페어)에 달하기도 한다. 예컨대 5000A의 벼락은 100W의 전구 7000개를 8시간 동안 켤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때의 전하 덩어리를 사람이 맞을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피뢰침이 발명되기 전, 사람들은 번개나 벼락이 다른 곳에 치기만을 바랐다. 벼락을 신의 응징으로 생각하던 과거에 신성한 교회의 탑 꼭대기에 벼락이 치는 상황은 사람들을 얼마나 당혹스럽게 만들었을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이다.
우리의 몸에 벼락이 떨어지면 대부분 호흡 정지나 심장 박동이 멈춰 사망한다. 운이 좋게 사망하지 않더라도, 의식을 잃거나 상처를 입는다. 그 밖에도 몸이 마비되거나 '난청(청각이 저하 또는 상실된 상태)', '이명(외부 소리 자극이 없는 데도 귀속이나 머리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세)'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단 마비, 난청, 이명 등의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 후유증이 남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6-1. 어떻게 해야 벼락을 피할 수 있을까?
실험 결과, '금속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 괜찮다'는 말이나 '우비나 고무장화가 전기를 막아 준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상식임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벼락이 떨어지기 쉬운 곳은 주변보다 높은 곳이나 사물이다. 따라서 벼락이 발생할 때는 넓은 공원이나 운동장, 골프장, 해상이나 하천 옆의 땅, 모래사장 등 넓고 평탄한 곳에 사람이 서있으면 위험하다. 또 낚싯대나 골프채같이 긴 물건을 몸보다 높게 돌출시키는 일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그 물체가 금속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다.
벼락이 발생할 때는 큰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럴 때 무의식적으로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나무가 사람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벼락은 처음에 나무에 떨어진다. 하지만 나무보다 인체에 전류가 흐르기 쉽기 때문에, 처음에 나무에 떨어진 벼락이 도중에 경로를 바꾸어 나무 아래에 있는 인체를 경유해 지면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주 방전로에서 부근에 재방전하는 벼락을 '측격뢰'라고 한다. 집의 '처마(외벽 경계선 바깥쪽으로 노출된 지붕의 일부분)' 밑에서 비를 피할 때도 '측격뢰'를 맞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안전한 장소는 건물 그중에서도 특히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내부이다. 자동차 안도 안전하다. 만약 이런 곳으로 피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봇대나 높은 건물을 45° 이상의 각도로 올려다볼 수 있는 장소에서 기다리는 곳이 좋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벼락이 전봇대나 높은 건물로 떨어지기 쉽다. 다만 전봇대나 건물에서 4m 이내의 거리까지 접근하면 '측격뢰'를 맞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때로는 언론을 통해 골프장에서 벼락을 막고 사망한 사고가 알려지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닌 골프장에서 번개에 의한 인명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골프장은 평지이거나 낮은 구릉이다. 음전하의 덩어리가 지상으로 내리칠 때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데 평지에서 골프채를 가진 사람은 일단 번개의 표적이 되기 쉽다. 번개는 전하가 많이 모여 있는 뾰족한 곳, 즉 '전위차가 큰 곳'을 찾기 때문이다. 번개가 생길 때 뾰족하고 기다란 물건을 높이 치켜드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그 물건이 금속인지 아닌지는 관계가 없다. 자신의 키보다 높은 우산이나 골프채는 순간적으로 번개를 부르는 피뢰침이나 마찬가지이다. 우산이나 낚싯대, 골프채 같은 뾰족하고 기다란 물건은 버리고 이로부터 멀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6-2. 섬광이 보이고 천둥 소리가 들릴 때까지 시간이 길면 벼락이 멀리 있으므로 안전하다?
빛의 속도는 초속 300000km이지만, 소리의 속도는 약 340m이다. 따라서 섬광이 보이고 천둥 소리가 늦게 들리면 벼락이 떨어진 장소와 먼 셈이다. 예컨대 섬광이 보인 다음 10초 후에 천둥 소리가 들리면, 약 3400m 멀리있는 곳에서 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섬광이 비친 뒤 천둥 소리가 들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면, 벼락이 멀리 있으므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적란운'의 크기는 수십 km이다. 조금 전에 벼락이 멀리서 떨어졌다고 해서, 머리 위에 적란운이 펼쳐져 있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적란운은 머리 위에 이미 펼쳐져 있으며, 다음 벼락은 자신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천둥이 들리면, 일단 위험한 장소에서 피해야 한다.
6-3. 유도뢰 서지
벼락은 컴퓨터 같은 전자 기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장이 날 뿐만 아니라, 내부의 데이터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격렬한 벼락이 몇 차례 발생한 후, 집의 인터폰을 아무도 누르지 않았는데도 계속 울렸다는 희귀한 현상도 보고되었다. 이런 고장이나 오작동은 벼락의 전기가 전선, 전화선, 통신 케이블 등을 통해 건물 안의 전자 기기로 흘러들어갔을 때 일어난다. 즉, 순간적으로 커다란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전자기기가 고장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유도뢰 서지(Inductive Lightning Surge)'라고 한다. 그래서 전자 기기의 고장을 막기 위해서, 번개가 칠 때 전원 플러그나 통신 케이블 등을 뽑아두기도 한다. 또 '피뢰기(Lightning Arrester)"라는 '유도뢰 서지'를 막는 기구도 판매하므로 구입해서 달아둬도 좋을 것이다.
7. Q&A
7-1. 다른 행성에서도 번개가 발생할까?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도 번개가 발생할까? 탐사선에 의한 관측 결과,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에서 번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목성'은 분명히 번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에서 번개가 발생했을 때 나오는 저주파인 '휘슬러 공전'이라는 전파가 목성에서도 관측되기 때문이다. 또 목성에서는 번개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발광 현상도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