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초거대 분화
- 옐로스톤에서 실제로 초거대 분화가 일어나면?
- 초거대 분화의 메커니즘
- 옐로스톤의 지하 구조
- 과거의 초거대 분화
1. 초거대 분화
미국에는 광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약 9000km²(서울 크기 약 15배)'의 거대한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이 있다. '옐로스톤(Yellowstone)'에 있는 예쁜 색깔의 온천과 수많은 '간헐천(언제 솟아오를지 모르는 뜨거운 온천)'은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옐로스톤(Yellowstone)'은 지구 최대급의 거대 화산이기도 하다. 옐로스톤은 지구상에 있는 '초거대 분화'를 일으킬 수 있는 화산 가운데 가장 분화 가능성이 높은 화산 중 하나다. 당장 내일 분화가 시작되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옐로스톤은 지금으로부터 약 64만년 전, 약 130만 년 전, 210만 년 전에 지구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초거대 분화'를 일으켰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옐로스톤'의 지하에는 동서로 약 80km, 남북으로 약 40km에 이르는 '마그마방(Magma Chamber)'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마그마방에 있는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분화되면, 즉 '초거대 분화'가 발생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1-1. 초거대 분화의 기준
분화의 규모는 분출한 마그마의 양이 기준이 된다. 아래의 사례 중에서는 '7300년 전에 약 54km3의 마그마를 분출한 '기카이 칼데라 분화' 이상 규모의 것이 초거대 분화이다.
1991년에는 필리핀의 피나투보 산에서 약 5km의 마그마가 분출됐다. 이는 20세기에 발생한 분화 중 두 번째로 큰 분화이다. 이때 당시 화구에서 약 20km3 떨어진 미국 공군 기지가 폐쇄되는 등 그 피해가 광범위했다. 20세기 최대의 분화는 2012년 미국 알레스카 주의 카트마이산 분화인데, 이때 마그마의 양은 10km3로 추정된다.
그러면 분출된 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분출량은 마그마의 양으로 환산하는 경우도 있고, '재(Ash)' 등의 겉보기 분출물을 양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겉보기 분출물의 양을 기준으로 하면, 초거대 분화는 분출량이 100km3 이상의 분화가 된다.
화산 | 마그마 분출량 | 분화 시기 |
토바 칼데라 | 2800km3 | 약 7만 년 전 |
옐로스톤 칼데라 | 2500km3 | 약 200만 년 전 |
아소 칼데라 | 200km3 | 약 9 만 년 전 |
아이라 칼데라 | 150km3 | 약 2만 9000 년 전 |
기카이 칼데라 | 54km3 | 기원전 5300년 |
카트마이 산 | 10km3 | 1912년 |
피나투보산 | 5km3 | 1991년 |
후지산 | 0.8km3 | 1707년 |
운젠 산 | 0.2km3 | 1990년대 후반 |
2. 옐로스톤에서 실제로 초거대 분화가 일어나면?
옐로스톤의 초거대 분화가 무서운 것은 '화쇄류(화산쇄설물이 고속으로 분출되는 현상 또는 그 분출물)' 때문만은 아니다.
2-1. 화산재가 전 지구로 퍼진다.
대량의 '화산재'가 방출되어,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 화산재란 분화에 의해 분출된 마그마가 급속히 식어 굳을 때 가늘게 부서진 것이다. 이 화산재는 며칠 만에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이후에는 전 세계를 돌아다닐 것으로 예측된다. 64만 년 전에 일어난 대분화에서는 1500km 떨어진 지역인 '시카고'에서도 화산재의 두께가 수십 cm에 이르렀다고 한다.
화산재는 날카로운 '유리질(Hyaline: 마그마가 급격히 냉각되어 생긴 것)'이기 때문에, 만약 들이마시면 폐에 상처가 생기고, 눈에 들어가면 각막이 손상된다. 게다가 화산재는 수많은 정밀 기기에 들어가서 고장을 일으킨다. 수많은 기계와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대도시에 대량의 화산재가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화산재가 30cm 이상 쌓이면 목조 가옥의 지붕에 상당히 큰 부담이 되어, 가옥 붕괴가 일어난다. 이런 영향 등으로 미루어보아, 화산재에 의해 대략 5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쌓이는 두께가 1mm밖에 안되는 적은 양의 화산재라고 해도, 시계 불량 등의 영향으로 비행기와 철도 등의 운행이 중지될 가능성이 있다.
2-2. '에어로졸'이 전 지구를 한랭화시킨다.
더 무서운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에어로졸(Aerosol: 대기 중에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의 미립자)'이다. 분화에 의해 분출된 화산 가스는 '성층권(상공 약 10km~50km)'에 이르면, 식어서 액체가 되었다가 '에어로졸'이라는 작은 입자 상태가 된다. 이 에어로졸은 수년 동안이나 성층권에 머무르면서 마치 두꺼운 구름처럼 햇빛을 가린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일단 분화 1주일 이내에 미국의 토지 75%가 완전히 화산재로 뒤덮인다고 한다. 분화 후 2주일 뒤부터는, 이 에어로졸에 의해 지구의 한랭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것을 '화산 겨울'이라고 한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지에서는 평균 기온이 12℃ 정도 내려가고, 열대 지방에서는 평균 기온이 15℃ 정도 내려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기후는 몇 년이나 지속될 것이다. 그 결과,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식료품 부족과 대기근에 빠질 것이다.
인류가 멸망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약 7만 4000년 전에 현재의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토바(Toba) 화산'이 초거대 분화를 일으켜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이 5℃ 정도 내려 갔다고 한다. 이 한랭화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의 총인구가 약 1만 명으로 줄어들어 멸종의 위기에 부딪쳤다고 한다. 물론 초거대 분화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재해이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발생한다. 따라서 인류는 초거대 분화에 대해 알아가는 일부터 시작함으로써, 대재해에 정면으로 맞설 힘을 키워야만 한다.
2-3. 초거대 분화 이후의 시나리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에서는 옐로스톤이 초거대 분화를 일으킬 경우, 화산재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시뮬레이션하였다. 아래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옐로스톤의 '초거대 분화'가 일어날 경우의 시나리오이다.
- 분화 직후: 성층권까지 상승한 분연은 제트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흐른다.
- 2일 후: 화산재가 맹렬한 속도로 미국 전국에 퍼진다.
- 4일 후: 화산재가 퍼지는 힘은 약해지지 않는다. 분화 4일 후분터 8일 후까지 화산재가 대서양을 건넌다. 그리고 태평양을 동쪽에서 서쪽으로도 나아가 아시아를 향한다.
- 10일 후: 화산재는 태평양을 넘어 아시아에 도달한다.
- 12일 후: 유라시아 대륙 상공 전체에 화산재가 퍼진다.
- 14일후: 분출된 화산재가 세계를 일주한다.
3. 초거대 분화의 메커니즘
3-1. 일반적인 화산의 분화
초거대 분화의 메커니즘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일반적인 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분화를 일으키는 마그마는 땅속 깊은 곳의 암석이 열에 녹아 만들어진다. 이 마그마는 주위의 암석보다 가벼우므로, 상승하여 화산의 바로 밑에 '마그마방(Magma chamber)'이 만들어진다. 마그마의 공급이 더 이어지면, 마그마방의 압력이 높아진다. 그리고 마그마가 암반의 균열을 통해 지표에 이르는 등, 어떤 이유에 의해 '마그마를 누르고 있던 압력이 내려가면' 마그마가 발포, 팽창해 분화가 일어난다.
3-2. 초거대 분화
한편, '초거대 분화'는 '마그마방'에 고인 마그마 자신의 '부력'에 의해 지면에 균열이 생김으로써 분화에 이른다고 생각된다.
- 지하에 대량의 마그마가 축적된다: 옐로스톤의 지하에는 '핫 플룸(hot plume: 지구 깊숙한 곳으로부터 흐르는 맨틀의 흐름)'이라는 열원이 존재한다. 옐로스톤의 지하에서는 '핫 플룸'에 의해 지하 암석이 녹아 대량의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 마그마방의 가장자리부터 분화가 시작된다: 원반 모양의 거대한 마그마방은 암반에 힘을 미치므로, 지표에 생기는 균열은 마그마방의 윤곽을 두르듯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그마의 압력에 의해 암반이 약한 장소가 파괴되는 것 등을 계기로 해서 분화가 시작된다. 이 균열을 통해 마그마가 지표에 이르면, 초거대 분화가 시작된다. 초거대 분화가 시작되면, 거대한 원둘레 위에 차례로 화구가 생긴다. 분화는 마그마방을 두르듯 원둘레 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 암반이 함몰하고, 격렬한 분화로 이어진다: 분화가 계속됨으로써 각각의 화구가 확대되고, 서로 이어져 커다란 원이 된다. 그 결과, 지탱할 것이 없는 암반이 함몰되기 시작된다. 그러면 마그마방에 남아 있던 마그마가 떨어진 암반에 의해 한꺼번에 지표로 밀려나오게 된다. 분화구로부터 분연이 격렬하게 분출되고 화쇄류가 주위를 집어삼킨다.
- 수십 km 의 '칼대라(caldera: 화산 일부가 무너지면서 생긴 분지)'가 남는다: 폭발적인 분화는 몇 시간 내지 며칠 동안 계속되다 끝난다. 폭발적인 분화로 발생한 파쇄류는 지름 수백 km를 넘는 범위를 태우면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원둘레 모양의 화구 안쪽은 커다랗게 함몰해 거대한 '칼데라' 지형이 형성된다. 64만 년 전에 일어난 옐로스톤의 초거대 분화에서는 지름 60km에 이르는 칼데라가 남았다.
4. 옐로스톤의 지하 구조
4-1. '뜨거운 플룸'이 맨틀 표층부를 녹여 마그마를 만든다.
'지구 맨틀의 외핵 가까운 곳(지하 약 2900km의 지구 심층부)'에서 뜨거운 맨틀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지하 60km 부근까지 이른다. 이 맨틀의 상승류를 '뜨거운 플룸(Hot Plume)'이라고 한다. 이처럼 '뜨거운 플룸'이 맨틀 표층부를 녹여 마그마를 만들어 낸다.
4-2. 마그마방에 마그마가 축적된다.
2015년에 발표된 미국 '유타 대학(University of Utah)'의 연구에 따르면, 옐로스톤의 지하 20km에서 50km 사이에 길이 80km, 폭 40km, 두께 8km나 되는 거대한 '마그마방(Magma Chamber)'이 있다고 한다. 이 마그마방에는 약 4만 6000km³에 이르는 마그마가 축적되어 있다. 나아가 이 마그마방에 저장된 마그마는 '칼데라(caldera: 화산 일부가 무너지면서 생긴 분지)' 바로 아래에 있는 다른 '위쪽 마그마방'으로 들어간다. '위쪽 마그마방'에는 약 1만 km³의 마그마가 축적되어 있으며, 현재는 연간 0.1km³의 빠르기로 마그마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4-3. 균열에 의해 마그마가 분출된다.
땅속의 거대한 마그마방에 마그마가 축적되면 지표는 부풀어 올라 돔 모양이 된다. 지하에서 날마다 마그마가 축적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그마의 축적에 의해, 암반에 균열이 생기면 지진이 일어난다. 실제로 옐로스톤에서는 매달 수백 회에 이르는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나아가 지하 몇 km까지 침투한 지하수가 지열에 의해 가열되어 끓어오름으로써, '간헐천(열수와 수증기, 기타 가스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분출하는 온천)'과 '분기공(화산의 화구 또는 화산가스가 분출되어 나오는 구멍)'이 발생한다. '옐로스톤(Yellowstone)'은 세계에서 가장 간헐천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는 지하의 활동이 활발한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원인에 의해 커다란 균열이 발생하고 거대한 마그마방의 내부 압력이 해방되면, 그때까지 마그마에 녹아 있던 가스가 단숨에 분출해 초거대 분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5. 과거의 초거대 분화
5-1. 시베리아 트랩
지금으로부터 약 2억 5100만 년 전, 생물종의 90% 이상이 모습을 감추었다는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량 절멸(Permian–Triassic extinction Event)'이 일어났다. 이때의 용암 분출은 수백만 년에 걸쳐 '단속적(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것)'으로 계속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분화에 의해 대량의 화산재 및 화산 가스로부터 만들어진 '에어로졸'이 하늘을 뒤덮어, '화산 겨울'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 결과, 지구 전체가 한랭화되었고 대멸종이 일어났다. 먼저 지표면에 이르는 태양광의 양이 줄어들어, '해중식물(seagrass)'의 광합성 양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바닷속의 산소가 적어져 '삼엽충' 등의 해양 생물 다수가 멸종했다. 그러면 이 분화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현재의 시베리아 지하에 거대한 '뜨거운 플룸(hot plume)'이 상승함에 따라 대량의 마그마가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분화의 일부 흔적은 현재에도 시베리아의 광대한 용암원으로 남아있는데, 마치 홍수처럼 현무암질 용암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이 흔적을 '홍수 현무암'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베리아에 있는 이 현무암질 용암 지대를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이라고 한다. '시베리아 트랩'의 면적은 한반도의 9배 정도인 약 200만 km²에 이른다.
5-3. 데칸 트랩
인도 중서부 '데칸 고원(Deccan Plateau)'에 위치한 '데칸 트랩(Deccan Traps)'은 6600만 년 전의 '데칸 화산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지구상에서 가장 큰 화산 활동 지형이다.
'인도 아대륙(Indian Subcontinent)'은 판의 운동에 의해 남극 부근에서 '유라시아판(Eurasian Plate)'과 충돌하여 현재의 위치에 있다. 그 사이에 화산의 분화에 의해 대량의 용암을 계속 분출했던 시기가 있다. 특히 6600만 년 전에는 '시베리아 트랩'을 만든 '시베리아 홍수 현무암의 분출'에 필적할 정도의 용암 분출이 일어났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홍수 현무암 층이 여러 층 겹쳐 쌓였고, 그 결과 두께 2000m가 넘는 대지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데칸 고원'이다.
공룡의 멸종은 '데칸 화산 폭발'과 무관하다. 일반적으로 공룡의 멸종은 약 6600만 년 전에 일어난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대분화도 대량 멸종과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공룡의 멸종'과 '데칸 화산 폭발'은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어 있다. 특히 미국 예일대 지구물리 및 지질학부의 '핀첼리 헐(Pincelli Hull)'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데칸 용암대지를 만든 대형 화산 폭발에 따른 환경적 충격은 대멸종 훨씬 전에 이미 끝나 대멸종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