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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자병법(孙子兵法)
    카테고리 없음 2021. 10. 7. 15:38

    0. 들어가기 전에

     '손자병법(孙子兵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더들이 영원한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전설의 책'이다. 이순신, 조조, 손정의, '마오쩌둥(毛泽东)',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일본 전국시대의 '다이묘 다케다 신겐(武田信玄)' 등 수많은 리더들이 손자병법을 애독했다.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재위 1888~1918)'는 만년에 뒤늦게 손자병법을 읽고 "내가 만일 20년 전에 손자병법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무참하게 패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회한에 찬 말을 남기기도 했다.

     손자병법은 시대를 초월한 '생존의 지혜'를 담고 있어 인간관계에 두루 응용이 가능한 처세서로도 손색이 없다. 손자병법은 서양 병서의 고전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의 '전쟁론(Vom Kriege)'을 능가한다는 평까지 받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 손자병법이 전쟁의 지혜를 담고 있는 것을 넘어 인간의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0-1. 시대적 배경

     손자가 태어나 활동하던 시대는 예악(禮樂)이 붕괴되고 격변하던 혼란의 춘추시대였다. '겸병(둘 이상의 것을 한데 합침, 또는 합치어 가짐)' 전쟁은 계속 확대됐고, 세상의 모든 나라들은 서로에게 포식자였으며 동맹과 배신을 반복하였다. 춘추의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242년 제후국과 각국 내부에서 발생한 전쟁은 483차례나 되었고, 전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정치, 군사적인 활동과 회맹 등은 450차례나 되어 모두 933차례에 이른다. 당시 140여 개의 크고 작은 제후국들은 대부분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나라가 망하거나 흥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것인가?'의 문제는 공론의 화두였고 이에 따라 효율적인 전쟁을 위한 전략과 전술의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공자, 노자, 맹자가 전쟁을 반대한 것과는 달리 손자는 전쟁을 현실적으로 피하고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현상으로 보았고 일종의 필요악으로 보았다. 손자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실론자였을 뿐이지, 그가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0-2. 전쟁과 정치 경제는 밀접하다.

     손자는 전쟁과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제2편 '작전'에서 10만 명의 군사를 동원하려면 가장 먼저 물질적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치중(置重; 군수물품)'과 양식, 병력 등 경제적인 밑받침이 선행되어야 하고, 제4편 '형'에서 말한 '도, 량, 수, 칭, 승'의 요소를 갖추고 난 뒤 비로소 용병할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승리한 군대와 패배한 군대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경제 기초와 군사력 등의 객관적 요소의 차이라고 보았다. 이를 비교, 분석해야 비로소 승리를 점칠 수 있으며,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손자의 기본 입장이었다. 13편을 관통하고 있는 '이'라는 글자는 실제로 경제적 이익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토지와 인구 등의 재산과 관련된 이익을 말한다. 손자가 살던 당시는 경제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0-3. 전쟁의 유희가 아니다.

     손자는 전쟁이야말로 국가와 군대, 그리고 백성이 생존을 추구하는 하나의 수단이므로, 군의 통수권자는 전쟁을 유희로 보지 말고 반드시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제2편 '작전'과 제13편 '용간'에서 망한 나라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소생할 수 없다는 이치를 살펴 노여움으로 군대를 일으키는 일이 없어야 하며, 반드시 나라를 편안히 하고 군대를 온전하게 하는 이치에 입각해 삼가고 경계한다고 하였다. 또한 전쟁의 승패를 예측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문제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라고 하였다. 정치가 공정하고 법규와 제도가 잘 지켜져야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0-4. 목차

    1. 계(計): 전쟁하기 전에 계획하라
    2. 작전(作戰): 전쟁을 하는 방법
    3. 모공(謀攻): 모략으로 공격하라
    4. 형(形): 공격과 수비의 형세
    5. 세(勢): 전쟁 태세
    6. 허실(虛實): 허실의 운용과 주도권 장악
    7. 군쟁(軍爭): 유리한 국면을 위한 군대 간의 다툼
    8. 구변(九變): 아홉 가지 임기응변의 책략
    9. 행군(行軍): 군대의 행군 원칙
    10. 지형(地形): 지형과 전쟁의 관계
    11. 구지(九地): 아홉 가지 지형의 작전 원칙
    12. 화공(火攻): 불로 공격하라
    13. 용간(用間): 간첩을 활용하라

    1. 계(計): 전쟁하기 전에 계획하라

     '계(計)' 편은 손자병법 전체를 총괄하는 가장 중요한 편이다. '계' 편에서 손자는 전쟁하기 전에 치밀하게 계획할 것을 강조한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쟁을 일으키려면 먼저 제반 사안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계(計)'란 '묘산(廟算)'과 같은 의미인데 '묘산'은 전쟁에 앞서 군주가 의사결정을 하는 곳을 의미한다. 계(計)라는 이름도 묘당에서 주책 등을 써서 적군과 아군의 우열관계를 계산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야전이나 고성 등 본격적인 전투의 전 단계를 말한다. 여기서 손자는 적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때 무찌르는 것, 예기치 않은 공격을 강조한다.

     손자는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의 '오사(五事)'를 전쟁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따라서 올바른 정치, 기후와 기상, 지리적 이점, 지도자의 능력, 제도와 질서 등 국가의 모든 시스템을 점검해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전쟁에 임해야 한다. 여기에 군대의 질적인 문제까지 고려한 것이 '칠계'이다. 무기와 훈련 상태, 상벌 시행의 규모 등 국가는 전쟁 전에 최상의 준비를 완료해야만 한다. 적이 처한 지형과 상황을 이용해 속이고 이간하거나 불안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적을 와해시키는 것은 '권(權)'이고, 정신적인 것, 물리적 힘의 차이로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바로 '세(勢)'이다.

     '계(計)' 편은 간첩을 활용하는 법을 다룬 제13편 '용간'과 수미를 이루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먼저 계책을 수립해 대비하되 간첩을 활용해서라도 적을 무너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계산을 하라는 것은 미리 전쟁의 승패를 치밀히 분석하라는 의미이다. 13편의 용간에 나오는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 등 다섯 종류의 간첩 또한 적을 알기 위한 방책이다.

    1-1. 전쟁은 죽음과 삶의 문제

    1-1-1. 원문

    孫子曰: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1-1-2. 해석

     손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1-1-3. 설명

     손자는 전쟁을 단순히 나라만의 문제라고 보지 않고 민생의 문제로 바라보았다. 전쟁에서 지면 민생이 무너지고 그 기반까지 철저히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손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강조하였다. 이 기본 요소가 완벽히 갖추어지지 않고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1-2. 전쟁 전 헤아려야 할 다섯 가지

    1-2-1. 원문

    故經之以五事, 校之以七計, 而索其情. 一曰道, 二曰天, 三曰地, 四曰將, 五曰法. 道者, 令民與上同意也, 故可與之死, 可與之生, 而不畏危也. 天者, 陰陽. 寒暑, 時制也. 地者, 遠近. 險易, 廣狹, 死生也. 將者, 智.信.仁.勇.嚴也. 法者, 曲制 官道 主用也. 凡此五者, 將莫不聞, 知之者勝, 不知者不勝. 

    1-2-2. 해석

     전쟁이란 다섯 가지에 따라 경영되어야 하고 일곱 가지를 비교해 그 정황을 탐색해야 한다. 첫째를 '도(道; 도덕)'라고 하고 , 둘째를 '천(天; 천시)', 셋째를 '지(地; 지리)', 넷째를 '장(將; 장수)', 다섯째를 '법(法; 법도)'이라고 한다. '천(天)', '지(地)', '법(法)'은 비교적 눈에 잘 띄지만 '도(道)', '장(將)'은 사람과 관계된 것이므로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맹자는 '천시는 지리보다 못하고 지리는 인화보다 못하다.'라고 하여 전쟁에서 사람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도(道)'란 백성이 '군주(윗사람)'와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군주를 따라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백성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즉, 도란 전쟁의 정당성이기도 하고, 군주와 백성의 관계이기도 하다. 백성의 신뢰가 전제가 되었을 때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1. '도(道)'란 백성이 '윗사람(군주)'과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군주를 따라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백성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 '천(天)'이란 음양, 추위와 더위, 사계절의 변화를 가리킨다. 여기서 음양(陰陽)이란 본래 햇볕이 비추는 곳과 등진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3. '지(地)'란 지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땅의 멀고 가까움, 험준함과 평탄함, 넓음과 좁은 살 곳과 죽을 곳을 의미한다. 사실상 전쟁은 전쟁은 하늘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하는 것이므로 손자는 땅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였다.
    4. '장(將)'이란 지혜, 믿음, 어짊, 용기, 엄격함을 가리킨다.
    5. '법(法)'이란 군대 편제, 조정의 벼슬 체계와 식량의 수송로, 주력부대의 보급 물자 운용을 가리킨다.

     이 다섯 가지는 장수된 자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것으로, 이것을 아는 자는 승리하지만 알지 못하는 자는 승리할 수 없다.

    1-2-3. 설명

     이 다섯 글자 속에 전쟁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장수된 자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을 아는 자는 승리하지만 알지 못하는 자는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만 잘 점검해도 전투를 하는 병사들의 역량은 극대화되고, 참모들의 책략도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다음의 '칠계(七計)'라는 말과 함께 보아야 한다.

    1-3. 칠계(七計) - 전쟁 전 가늠해야 할 일곱 가지

    1-3-1. 원문

    故校之以七計, 而塞其情. 曰. 主孰有道 將孰有能 天地孰得 法令孰行 兵衆孰强 士卒孰鍊 賞罰孰明 吾以此知勝負矣.

    1-3-2. 해석

     그러므로 일곱 가지 계책을 비교해 보아야만 그 정황을 탐색할 수 있으니,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1. 군주 중에 누가 '도(道)'를 갖추었는가?
    2. 장수 중에 누가 더 유능한가?
    3. 천시와 지리는 누가 얻었는가?
    4. 법령은 누가 잘 시행하는가?
    5. 병력은 누가 더 강한가?
    6. 병사들은 어느 쪽이 더 훈련되어 있는가?
    7. 상벌은 누가 분명한가?

     나는 이 일곱 가지에 의거해 이기고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나의 계책을 듣고 군대를 부리면 반드시 승리하게 될 것이니 합려에게 남을 것이고, 만일 나의 계책을 듣지 않고 군대를 부리면 반드시 패하게 될 것이니 합려를 떠날 것이다.

    1-3-3. 설명

     손자는 오왕 합려를 찾아와 '칠계(七計)'에 대해 정의를 내렸는데, 당시 합려 또한 손자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합려는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손자를 장군으로 초빙하려 했고, 손자 또한 필요로 한다면 머물겠다 하였다. 합려는 손자를 장군에 임명하였고, 손자는 합려를 도와 오나라를 강국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손자가 합려의 장수가 되어 공을 세우는 과정은 '사기'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나온다.

     '손빈병법(孫臏兵法)'에 보면 '좋은 군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장수가 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나라를 볼 때에는 먼저 그 나라의 군주를 보고, 한 가족을 볼 때는 먼저 그 가장을 먼저 보는 법이다.

    1-4. 전쟁은 곧 속이는 것

    1-4-1. 원문

    計利以聽,乃爲之勢,以佐其外.勢者,因利而制權也.兵者, 詭道也. 故能而示之不能, 用而示之不用, 近而視之遠, 遠而示之近. 利而誘之, 亂而取之, 實而備之, 强而避之, 怒而橈之, 卑而驕之, 佚而勞之, 親而離之. 攻其無備, 出其不意, 此兵家之勝, 不可先傳也.

    1-4-2. 해석

     나의 계책의 이익을 헤아려 듣게 되면 그것이 곧 유리한 형세가 되고, 그 바깥으로 출병한 군대를 도와주는 것이다. '세(勢)'란 유리함에 따라 '권변(때와 형편에 따라 둘러대어 일을 처리하는 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전쟁이란 속이는 '도(道)'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데 적에게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대를 쓰되 적에게는 군대를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먼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롭게 하면서 적을 꾀어내고 내부를 어지럽게 하여 적을 습격하고, 적이 충실하면 적을 방비하고, 적이 강하면 적을 피하고, 적이 분노하면 그들을 소란스럽게 하고, 적이 낮추려 들면 적을 교만에 빠지게 하고, 적이 편안해하면 그들을 수고롭게 만들고, 적이 친하게 지내면 그들을 이간질하라. 그들이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 이것은 병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니, 정말로 미리 전수해져서는 안 된다.

    1-4-3. 설명

     손자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고, 상대방을 속여야 하며, 정규전과 비정규전, 기습과 정공이 끊임없이 맞물려가는 '기정상생'을 전쟁론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병이사립(兵以詐立)' '즉, 전쟁은 곧 속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즉, 적에게 위장한 나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속일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예컨대, 용병의 속임수 중에는 한 방식에 동쪽에 군대를 향하게 하면서 실제로는 소수 정예를 서쪽으로 보내 성벽을 기어오르게 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있다. 동태를 살피던 서쪽의 적이 심리적으로 안심할 때 바로 허가 생기게 되는데, 이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방법은 자신을 감추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1-5. 싸우기 전에 계산하라

    1-5-1. 원문

    夫未戰而廟算勝者, 得算多也. 未戰而廟算不勝者, 得算少也. 多算勝, 少算不勝, 而況於無算乎. 吾以此觀之, 勝負見矣

    1-5-2. 해석

     전쟁을 하기 전 묘당에서 승리를 것은 이길 수 있는 '묘책'이 많기 때문이고, 전쟁을 하기 전에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는 그 '묘책'이 적기 때문이다. 묘책이 많으면 승리하고, 묘책이 적으면 승리할 수 없다. 하물며 묘책이 없음에랴! 내가 이러는 것에 의거해 관찰해 보니 승패가 분명히 보인다.

    2. 작전(作戰): 전쟁을 하는 방법

    '작전' 편에서는 '묘산'을 한 뒤 군대를 일으켜 실질적으로 전쟁을 하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2-1. 비용을 계산하라

    2-1-1. 원문

    孫子曰: 凡用兵之法, 馳車千駟, 革車千乘, 帶甲十萬, 千里饋糧, 則內外之費. 賓客之用, 膠漆之材, 車甲之奉, 日費千金, 然後十萬之師擧矣.

    2-1-2. 해석

     무릇 용병의 원칙에는 즉, 군대를 사용하는 원칙에는 가벼운 (전쟁용) 수레 천 대와 무장한 수레 천대, 갑옷 입은 병사 10만 명, 천리 길에 걸쳐 나를 식량이 필요하다. 국내와 국외의 비용, 빈객(단순한 외교관의 의미가 아니라 유세객이나 간첩까지 포괄) 접대비, 아교와 칠에 쓰는 재료, 수레와 갑옷을 정비하는 비용 등이 하루에 천금씩 소모되므로 이러한 준비를 하고 난 뒤에라야 10만의 군대를 일으킬 수 있다.

    2-1-3. 설명

     손자는 전쟁을 할 때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어느 정도의 장비를 동원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숫자로 밝히고 있다. 손자는 전쟁에서 인력 그리고 물질적, 재정적 자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국방력은 곧 경쟁력이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아무리 상대보다 경제력이 뛰어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충분한 재정적인 준비 없이 섣불리 전쟁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2-2. 질질 끌면 패망

    2-2-1. 원문

    其用戰也貴勝, 久則鈍兵挫銳, 攻城則力屈, 久暴師則國用不足, 夫鈍兵挫銳 屈力殫貨, 則諸侯乘其弊而起, 雖有智者, 不能善其後矣. 故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故不盡知用兵之害者, 則不能盡知用兵之利也.

    2-2-2. 해석

     전쟁을 하는 데에는 승리를 귀히 여긴다. 질질 끌면 무기는 둔해지고 사기는 꺾여 성을 공격해도 힘만 소진된다. 오랜 기간 군대를 햇빛에 노출시키면 나라의 비용이 부족해진다. 무기가 무뎌지고 사기가 꺾이고 힘만 소진되고 재정이 바닥나면 다른 제후들이 그 피폐함을 틈타 일어난다. 비록 지혜로운 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뒤를 잘 수습할 수 없게 된다. 고로 용병법에서 "어설프지만 속전속결해야 한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교묘하게 질질 끄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전쟁을 오래 끌어서 나라에 이로운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므로 용병의 해로움을 이루 다 알지 못하는 자는 용병의 이로움도 이루 다 알 수 없는 것이다.

    2-2-3. 설명

     손자는 군대를 일으키고 용병하는 방법에서 '속전속결'을 최우선의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다소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기회가 생기면 즉각 기동력을 발휘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손실이 가장 큰 것은 지구전이다. 또한 성을 공격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손자는 '공성'을 공격의 최하위 전술로 폄하하였다.

    2-3. 식량은 적지에서 충당하라

    2-3-1. 원문

    善用兵者, 役不再籍, 糧不三載, 取用於國, 因糧於敵, 故軍食可足也.

    2-3-2. 해석

     군대를 잘 쓰는 자는 '군역(軍役; 군대에서 복역하거나 군대의 진영을 부역하는 일)'을 두 번 징집하지 않고, 식량을 전장으로 세 번 실어 나르지 않으며, 나라에서 비용을 취하되 양식은 적으로부터 빼앗는다. 그러므로 군대의 식량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2-3-3. 설명

     병사를 징집해야 하고 마차 등도 징발해 사용해야 하며 식량 등도 조달받아야 하는 것이 전쟁 상황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본국에서 병사들을 다시 징집해 보충해야 하므로 식량 소비 또한 엄청나지고 멀리까지 수송해야 하므로 백성들은 농사지을 시간이 없어 궁핍해진다. 그래서 손자는 아군을 힘들게 해서 조달하지 말고 식량을 적으로부터 빼앗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손자는 '백성의 생활에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전쟁이 끝나도록 전략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하였다.

     '사마법(司馬法)'에서도 군주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농사철에 백성을 동원하지 말고, 전염병이 돌 때 군사를 징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2-4. 장기전의 폐해

    2-4-1. 원문

    國之貧於師者遠輸, 遠輸則百姓貧. 近於師者貴賣, 貴賣則百姓財竭, 財竭則急於丘役. 力屈財彈, 中原內虛於家. 百姓之費, 十去其七, 公家之費, 破軍罷馬, 甲胄矢弩, 戟盾蔽櫓, 丘牛大車, 十去其六.

    2-4-2. 해석

     나라가 군대 때문에 가난해지는 까닭은 군수품을 멀리까지 수송하는 데에 있으니, 군수품을 멀리까지 수송하게 되면 백성들은 가난해진다. 가까이에 군대가 있으면 물가는 비싸지고 물가가 비싸지면 백성들의 재정이 고갈되고, 재정이 고갈되면 조정은 백성들의 구역을 서둘러 늘린다. 힘은 소진되고 재정은 고갈되어 중원 안으로는 집집마다 텅 비게 되고, 백성들의 비용은 열에 일곱이 사라진다. 조정의 비용은 부서진 전차와 병든 말, 갑옷과 투구 및 화살, 노, 화극, 방패, 창, 노, 수송용 소와 큰 수레를 유지하는 데 열에 여섯이 사라진다.

    2-4-3. 설명

     양식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비축한 물자가 없으면 버틸 수 없는 것은 용병의 기본 이치이다.

    2-5. 현지 조달이 전략이다

    2-5-1. 원문

    故智將務食於敵. 食敵一鐘, 當吾二十鐘, 萁稈一石, 當吾二十石.

    2-5-2. 해석

     그러므로 지혜로운 장수는 적으로부터 식량을 빼앗는 데 힘쓴다. 적의 식량 1종을 먹는 것은 아군의 식량 20종에 해당되고, 정의 콩깍지와 볏짚 1 섬은 아군의 20 섬에 해당한다.

    2-5-3. 설명

     적의 식량과 아군의 식량이 20배 차이 난다는 것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당시 장거리 수송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두 번째는 적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강점이 있다. 적에게 전리품을 빼앗아 전쟁에 들어간 비용을 충당하지 않으면 경제를 회복할 수 없다.

    2-6. 탈취한 물건으로 포상하라

    2-6-1. 원문

    故殺敵者, 怒也, 取敵之利者, 貨也. 故車戰, 得車十乘已上, 賞其先得者, 而更其旌旗, 車雜而乘之, 卒善而養之, 是謂勝敵而益强.

    2-6-2. 해석

     그러므로 적을 죽이고자 한다면, 적에 대한 적개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병사들이 적의 재물을 탈취하는 것은 포상으로 받는 재물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차전에서 적의 전차 10대 이상을 획득하면 가장 먼저 전차를 획득한 자를 포상한다. 포획한 전차는 깃발을 바꾸어 달아 아군의 전차와 섞어서 사용하고 포로로 잡은 병사는 잘 대우해 아군으로 양성한다. 이것이 적에게 승리하면 할수록 더욱 강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적의 물자를 포획하기 위한 심리전술과 포획한 적으로부터 얻은 재물의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적에 대한 적개심 구축과 물질적 보상은 '전의(戰意; 싸우고자 하는 의욕)'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책략이다.

    2-7. 전쟁의 목적은 승리

    2-7-1. 원문

    故兵貴勝, 不貴久. 故知兵之將, 民之司命, 國家安危之主也.

    2-7-2. 해석

     그러므로 전쟁을 승리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지 오래 끄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전쟁의 본질을 아는 장수만이 백성들의 생명을 관장하며,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는 주인이다.

    2-7-3. 설명

     손자는 다시 지구전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다. 전쟁은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양측의 손실이므로 지구전을 즐기는 장수는 어리석고 무능한 장수다. 또한 전쟁의 본질을 아는 장수야 말로 백성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존재라고 결론지었다. 손자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지도자인 장수는 특별한 직무에 대해 무한 책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3. 모공(謀攻): 모략으로 공격하라

     3편 '모공'은 1편, 2편과 더불어 손자병법 '총론'의 마지막 부분이다. '모'는 책략 혹은 전략을 말하며 '공'은 공격을 말하는데 이는 정치적이란 말이기도 하다. 즉, 교묘한 전략으로 적을 공격한다는 의미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을 최상의 전략으로 보았고, 이걸 실현하는 방법으로 '모공'편을 만들었다.

    3-1.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

    3-1-1. 원문

    孫子曰:凡用兵之法,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全旅爲上, 破旅次之, 全卒爲上, 破卒次之, 全伍爲上, 破伍次之.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3-1-2. 해석

     대체로 용병의 원칙에는 적의 국가를 온전히 하는 것을 상책으로 삼으며, 적국을 쳐부수는 것을 차선책으로 삼는다. 적국의 군을 온전히 한 채 이기는 것이 상책이며, 군을 무찌르는 것은 차선책이다. 적의 여를 온전히 한 채 이기는 것이 적의 여를 무찌르는 것은 차선책이다. 적의 졸을 온전히 한 채 이기는 것이 상책이며, 적의 졸을 무찌르는 것은 차선책이다. 적의 오를 온전히 한 채 이기는 것이 상책이며, 적의 오를 쳐부수는 것은 차선책이다. 그러므로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잘된 것 중에 잘된 용병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용병이 잘된 것 중의 잘된 용병이다.

    3-2. 성을 공격하는 것은 최하책

    3-2-1. 원문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攻城之法, 為不得已. 修櫓轒轀, 具器械, 三月而後成; 距闉, 又三月而後已. 將不勝其忿, 而蟻附之, 殺士三分之一, 而城不拔者, 此攻之災也. 故善用兵者, 屈人之兵而非戰也, 拔人之城而非攻也, 毀人之國而非久也, 必以全爭於天下, 故兵不頓而利可全, 此謀攻之法也.

    3-2-2. 해석

     그러므로 상책의 용병은 적의 모략을 공격하는 것이며, 차선책은 외교관계를 공격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며, 최하의 방법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성을 공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데, 노와 분온을 수리하고 기구를 갖추는 데에만 석 달이 지나서야 완성된다. 성을 공격하기 위한 토산을 쌓는 데에만 또 석 달이 소요된다. 장수가 그의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병사들에게 개미처럼 성벽을 공격하게 하여 병사의 1/3이나 죽게 만들고도 성은 함락시키지 못하니, 이는 공격하는 것의 재앙이다.

     따라서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지만 전쟁은 하지 않고, 적의 성을 함락시키지만 공격은 하지 않으며, 적의 나라를 무너뜨리지만 질질 끌지는 않고, 반드시 적을 온전하게 하여 천하를 다투므로 군대는 무뎌지지 않으면서 이익은 정말로 온전해지니, 이것이야말로 지모로써 성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3-3. 네 가지 용병 원칙

    3-3-1. 원문

    故用兵之法, 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守之, 不若則能避之. 故小敵之堅, 大敵之擒也.

    3-3-2. 해석

     그러므로 용병의 원칙은 아군이 열 배면 적을 포위하고, 다섯 배면 적을 공격하며, 두 배면 적을 분산시킨다. 대적할 만하면 적을 맞아 싸우고, 적보다 병력이 적으면 적으로부터 달아나며, 적의 병력과 대적할 만하지 못하면 적을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작고 약한 군대가 적을 맞아 견고하게 수비한다면 강대한 적의 포로가 된다.

    3-4. 군주가 장수의 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3-4-1. 원문

    夫將者, 國之輔也. 輔周則國必強, 輔隙則國必弱. 故君之所以患於軍者三: 不知軍之不可以進, 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 而謂之退,是為縻軍; 不知三軍之事, 而同三軍之政, 則軍士惑矣; 不知三軍之權, 而同三軍之任, 則軍士疑矣. 三軍既惑且疑, 則諸侯之難至矣, 是謂亂軍引勝

    3-4-2. 해석

     장수란 나라를 보좌하는 자이다. 보좌함에 두루 미치면 나라는 강성해지지만, 보좌함에 틈이 벌어지면 나라는 반드시 쇠약해진다. 그러므로 군주가 군대에 해를 끼치는 상황이 세 가지 있다.

    1. 첫째, 군대가 진격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진군하라는 명을 내리거나, 군대가 후퇴해서는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후퇴하라는 명을 내리는 경우로 이를 미군이라고 한다.
    2. 둘째, 삼군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 군정에 간섭하면 군사들은 미혹된다.
    3. 셋째, 삼군의 권한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의 직책을 맡으려고 한다면 군사들이 회의를 품게 된다. 삼군이 미혹되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면 제후들이 난을 일으키니, 이것을 '우리 군대를 어지럽게 하여 적이 승리하게 이끌어준다'고하는 것이다.

    3-5. 승리로 가는 다섯 가지 길

    3-5-1. 원문

    故知勝有五: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識衆寡之用者勝, 上下同欲者勝, 以虞待不虞者勝, 將能而君不御者勝. 此五者, 知勝之道也.

    3-5-2. 해석

     따라서 승리를 미리 아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다.

    1. 첫째, 싸워야 할 때를 아는 것과 싸워서 안 될 때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
    2. 둘째, 병력이 많고 적음에 따라 용병법을 아는 자는 승리한다.
    3. 셋째, 위(장수)와 아래(병사)가 한마음이 되면 승리한다.
    4. 넷째, 준비하고 있으면서 준비하지 못한 적을 기다리는 자는 승리한다.
    5. 다섯째,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조종하려고 들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 다섯 가지는 승리를 알 수 있는 이치이다.

    3-6.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3-6-1. 원문

    故曰: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3-6-2. 해석

     그러므로 말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지게 될 것이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게 될 것이다.

    4. 형(形): 공격과 수비의 형세

    4-1.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라

    4-1-1. 원문

    孫子曰; 昔之善戰者, 先為不可勝, 以待敵之可勝. 不可勝在己, 可勝在敵. 故善戰者, 能為不可勝, 不能使敵之必可勝. 故曰: 勝可知, 而不可為. 不可勝者, 守也; 可勝者, 攻也. 守則有餘, 攻則不足. 善守者, 藏於九地之下; 善攻者, 動於九天之上, 故能自保而全勝也.

    4-1-2. 해석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승리할 수 없도록 만들고, 적에게 승리할 수 있기를 기다린다. 적이 승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으며, 내가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능히 적이 승리할 수 없게 만들 수는 있어도 적으로 하여금 내가 기필코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승리라 미리 알 수는 있어도 만들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다. 승리할 수 없으면 수비하고, 승리할 수 있으면 공격한다. 내가 수비하는 것은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공격하는 것은 힘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수비를 잘하는 자는 '구지(九地; 땅의 가장 낮은 곳)' 아래에 숨어 있는 것처럼 하고 공격을 잘하는 자는 '구천(九天; 높디높아 닿을 수 없는 하늘)'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한다. 따라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온전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4-2. 잘 싸웠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다

    4-2-1. 원문

    見勝不過衆人之所知, 非善之善者也; 戰勝而天下曰善, 非善之善者也. 故舉秋毫不為多力, 見日月不為明目, 聞雷霆不為聰耳. 古之所謂善戰者, 勝於易勝者也. 故善戰者之勝也, 無智名, 無勇功. 故其戰勝不忒. 不忒者, 其所措必勝, 勝已敗者也. 故善戰者, 立於不敗之地, 而不失敵之敗也. 是故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善用兵者, 修道而保法, 故能為勝敗之政.

    4-2-2. 해석

     전쟁에서의 승리를 예측할 때 모든 사람이 아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잘한 것 중에 잘한 것이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천하 사람들이 '잘 싸웠다'고 말하는 것은 잘한 것 중에 잘한 승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가을 터럭을 들었다고 하여 힘이 세다고 하지 않고, 해와 달을 보았다고 하여 눈이 밝다고 하지 않으며, 천둥과 벼락 소리를 들었다고 하여 귀가 밝다고 하지 않는다. 옛날에 전쟁을 잘한다고 일컫는 자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자에게 승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가 승리를 한다는 것은 천하사람들이 보기에 지혜롭다는 명성도 없고 용맹한 공적이라는 말도 따라붙지 않지만, 싸워서 승리하는 데에는 어긋남이 없다. 어긋남이 없다는 말은 그가 이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고 이미 패할 만한 자에게 이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패하지 않는 땅에 서서 적의 패배를 놓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나서 싸움을 걸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우고 난 뒤에 승리를 구한다. 용병을 잘하는 자는 도(道)를 닦고 법을 보존하므로 이 때문에 승패를 좌우하는 군정(軍政; 정치)를 만들 수 있다.

    4-3. 완전한 승리로 가는 다섯 가지 길

    4-3-1. 원문

    兵法: 一曰度, 二曰量, 三曰數, 四曰稱, 五曰勝. 地生度, 度生量, 量生數, 數生稱, 稱生勝. 故勝兵若以鎰稱銖, 敗兵若以銖稱鎰. 勝者之戰民也, 若決積水於千仞之溪者, 形也.

    4-3-2. 해석

     병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으니, 첫째는 '도(度; 적군과 아군 사이의 거리를 재는 것)', 둘째는 '양(量; 적군과 아군의 군 동원력을 재는 것)'이라고 하며, 셋째는 '수(數; 동원 가능한 병력의 수를 계산하는 것)'라 하고, 넷째는 '칭(稱; 적군과 아군의 전력을 저울질하는 것)'이라고 하며 다섯째는 '승(勝; 승리의 가능성)'이라고 한다. 영토가 있기에 거리의 넓고 좁은 척도가 생겨나고, 척도가 있기에 양을 산정하며, 양을 산정하기에 출병하는 수를 결정하고, 수가 있기에 우리의 전력을 저울질하며, 저울질하기에 승리를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리하는 군대는 마치 일의 무게로 수의 무게를 재는 것과 같고, 패배하는 군대는 마치 수의 무게로 일의 무게를 재는 것과 같다. 전쟁에 승리하려는 자가 병사들을 싸우게 하는 것은 천 길의 계곡에 가두어 놓은 물을 터뜨리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바로 형(形; 외관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5. 세(勢): 전쟁 태세

    5-1. 작전의 네 가지 요령

    5-1-1. 원문

    孫子曰: 凡治衆如治寡, 分數是也; 鬥衆如鬥寡, 形名是也; 三軍之衆, 可使必受敵而無敗者, 奇正是也; 兵之所加, 如以碫投卵者, 虛實是也.

    5-1-2. 해석

     무릇 많은 수의 병력을 다스리면서 마치 적은 수의 병력을 다스리듯 할 수 있는 것은 '분수(分數; 부대의 편성제도)'에 달려 있다. 많은 수의 병력과 싸우면서 적은 수의 병력과 싸우듯 할 수 있는 것은 '형명(刑名; 형벌의 이름)'에 달려 있다. 삼군의 병사들이 적을 맞아 싸우고도 반드시 패배하지 않게 하는 것은 '기정(奇正)'에 달려 있다. 병력을 더 투입하는 것을 마치 숫돌을 던져 달걀을 깨뜨리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은 '허실(虛實)'에 달려있다.

    5-2. 정공과 기습의 변증법

    5-2-1. 원문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故善出奇者, 無窮如天地, 不竭如江海. 終而復始, 日月是也. 死而復生, 四時是也. 聲不過五, 五聲之變, 不可勝聽也; 色不過五, 五色之變, 不可勝觀也; 味不過五, 五味之變, 不可勝嘗也; 戰勢不過奇正, 奇正之變, 不可勝窮也. 奇正相生, 如循環之無端, 孰能窮之哉?

    5-2-2. 해석

     무릇 전쟁이란 정공법으로 적군과 맞서고 기습으로 승리한다. 따라서 기습을 잘하는 자는 끝이 없는 것이 하늘과 땅 같고, 마르지 않는 것이 강과 바다 같다. 전술의 변화가 끝났다가 다시 시작되는 것은 해와 달이 차고 기우는 것과 같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사계절과 같다. 소리는 다섯 가지 '궁', '상', '각', '치', '우'에 지나지 않지만 다섯 가지 소리의 변화는 이루 다 들을 수 없다. 색깔은 다섯 가지 '흑', '백', '황', '적', '청'에 지나지 않지만 다섯 색깔의 변화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맛은 다섯 가지 '달고', '맵고', '시고', '짜고', '쓴'에 지나지 않지만 다섯 가지 맛의 변화는 이루 다 맛볼 수 없다 전쟁의 형세는 '기정(奇正)'에 지나지 않지만 기정의 변화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기정이 상생하는 것은 마치 순환하는 것이 끝이 없는 것과 같으니 누가 능히 이것을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5-3. 기세와 절도의 중요성

    5-3-1. 원문

    激水之疾, 至於漂石者, 勢也; 鷙鳥之疾, 至於毀折者, 節也. 故善戰者, 其勢險, 其節短. 勢如彍弩, 節如發機.

    5-3-2. 해석

     거센 물살이 빠르게 흘러가 바위를 떠내려가게 하는 것은 '기세(勢)' 때문이고, 독수리나 매처럼 사나운 새가 빠르게 날아와 다른 새의 목뼈를 부러뜨리고 날개를 꺾는 것은 '절도'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을 잘하는 자는 그가 만들어내는 '기세'도 험하며, 그가 장학하는 '절도'도 짧다. '기세'는 쇠뇌를 팽팽하게 당긴 것 같고, '절도'는 활시위 기계에서 발사되는 것과 같다.

    5-4. 미끼로 유인하고 복병으로 공격하라

    5-4-1. 원문

    紛紛紜紜, 鬥亂而不可亂也; 渾渾沌沌, 形圓而不可敗也. 亂生於治, 怯生於勇, 弱生於強. 治亂, 數也; 勇怯, 勢也; 強弱, 形也.

    故善動敵者, 形之, 敵必從之; 予之, 敵必取之, 以利動之, 以實待之.

    5-4-2. 해석

     깃발이 바람에 어지럽게 휘날리고 서로 뒤엉켜 싸우는 전투가 혼란스러워도 적군과 아군이 뒤섞여서는 안 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져도 진용을 둥글게 배치하면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지 않는다. 혼란스러움은 다스려지는 데에서 생겨나고 , 겁은 용기에서 생겨나며, 나약함은 강함에서 생겨난다. 다스려지는 것과 혼란스러움은 '분수(分數)'에 속하는 것이고, 용기와 비겁은 '세'에 속하는 것이며, 강함과 약함은 '형'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을 잘 움직이는 장수는 적에게 형세를 만들어내어 적이 반드시 그를 따르게 되고, 적에게 좋은 점을 주면 적이 그것을 반드시 취하게 된다. 작은 이익으로써 적을 움직이고 병사로써 적을 기다린다.

    5-5. 모나면 멈추고 동글면 굴러간다

    5-5-1. 원문

    故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 故能擇人而任勢. 任勢者, 其戰人也, 如轉木石. 木石之性, 安則靜, 危則動, 方則止, 圓則行. 故善戰人之勢, 如轉圓石於千仞之山者, 勢也.

    5-5-2. 해석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기세'에서 승리를 구하고 병사들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따라서 능히 사람을 버리고 기세에 모든 것을 맡긴다. 기세에 맡긴다는 것은 그 병사들을 마치 나무와 돌이 구르는 것처럼 싸우게 한다. 나무와 돌의 성질은 평평하면 고요히 멈추어 있지만, 위태로우면 움직이며 모나면 정지해 있고 둥글면 굴러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장수의 기세는 마치 둥근돌을 천 길 높이의 산에서 굴러 내려오게 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기세이다.

    6. 허실(虛實): 허실의 운용과 주도권 장악

    6-1. 적을 끌어들여라

    6-1-1. 원문

    孫子曰: 凡先處戰地而待敵者佚, 後處戰地而趨戰者勞. 故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 能使敵自至者, 利之也; 能使敵不得至者, 害之也. 故敵佚能勞之, 飽能饑之, 安能動之. 出其所不趨, 趨其所不意.

    6-1-2. 해석

     무릇 먼저 전쟁터에 터를 잡고 적을 기다리는 자는 여유가 있고, 적보다 늦게 전쟁터에 터를 잡고 전투에 달려 나가는 자는 피로하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적을 끌어들이지, 적에게 끌려가지 않는다.

     적으로 하여금 스스로 오게 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적으로 하여금 스스로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적을 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이 편안하면 그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배부르면 그들을 굶주리게 만들며, 안정되어 있으면 그들을 동요시킬 수 있어야 하고, 적이 반드시 달려갈 곳을 향해 출동하고 적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6-2. 행군과 수비의 원칙

    6-2-1. 원문

    行千里而不勞者, 行於無人之地也. 攻而必取者, 攻其所不守也; 守而必固者, 守其所不攻也.

    6-2-2. 해석

     천 리를 행군하고도 병사가 피로하지 않은 것은 적이 없는 곳을 행군하기 때문이다. 공격해 반드시 취하는 것은 적이 수비할 수 없는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수비를 하면 반드시 지켜내는 것은 적이'반드시 공격할 수 없는 곳을 지키기 때문이다.'

    6-3. 공격과 수비의 불문율

    6-3-1. 원문

    故善攻者, 敵不知其所守; 善守者, 敵不知其所攻. 微乎微乎, 至於無形; 神乎神乎, 至於無聲, 故能為敵之司命. 進而不可禦者, 沖其虛也; 退而不可追者, 速而不可及也. 故我欲戰, 敵雖高壘深溝, 不得不與我戰者, 攻其所必救也; 我不欲戰, 雖畫地而守之, 敵不得與我戰者, 乖其所之也.

    6-3-2. 해석

     그러므로 공격을 잘하는 자는 수비하는 곳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하고, 수비를 잘하는 자는 그 공격해야 할 곳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한다. 미묘하고 마묘하니 형태가 없는 데에 이르고, 신기하고 신기하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적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 아군이 진격해도 적이 방어할 수 없는 것은 그 허점을 찌르기 때문이고, 아군이 후퇴해도 적이 추격할 수 없는 것은 이미 멀리 달아나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전쟁을 하고자 하면 적이 비록 높은 성루와 깊은 도랑을 만든다고 하여도 부득이 나와 싸울 수밖에 없으니, 적이 반드시 구해야만 하는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내가 싸우고자 하지 않으면 비록 땅을 구획하고 그곳을 지키려고 하여도 적이 아군과 싸움을 할 수 없는 것은 방향을 어그러뜨렸기 때문이다.

    6-4. 유형과 무형의 차이

    6-4-1. 원문

    故形人而我無形, 則我專而敵分. 我專為一, 敵分為十, 是以十攻其一也, 則我衆而敵寡. 能以衆擊寡者, 則吾之所與戰者, 約矣. 吾所與戰之地不可知, 不可知, 則敵所備者多, 敵所備者多, 則吾之所與戰者, 寡矣.

    6-4-2. 해석

     그러므로 적을 드러나게 하고 아군을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은 아군은 집중하되 적은 분산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군이 집중해 하나가 되고 적은 분산되어 '열(十)'이 되니, 이는 열의 힘으로 하나의 힘을 공격하는 것이다. 즉 아군은 많아지고 적군은 적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많은 병력이 적은 병력을 공격하면 아군과 싸워야 할 적은 죽어 들게 된다. 아군이 공격할 곳이 어디인지 적이 모르게 하면 적은 수비할 곳이 많아지게 되고, 적이 수비할 곳이 많아지면 아군과 싸워야 할 적은 줄어들게 된다.

    6-5. 예상을 뒤엎어 공격하고 수비하라

    6-5-1. 원문

     내용 보충 예정

    6-5-2. 해석

     그러므로 적이 전방을 수비하면 후방의 병력이 모자라고, 후방을 수비하면 전방의 병력이 모자란다. 좌측을 수비하면 우측이 모자라고 우측을 수비하면 좌측이 모자란다. 수비하지 않는 곳이 없으면 모자라지 않는 곳도 없게 된다. 적병이 모자란다는 것은 적이 아군을 수비하기 때문이다. 아군이 많다는 것은 적들로 하여금 아군을 수비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할 곳을 알고, 전쟁할 날짜를 알면 천 리를 행군해서도 전쟁을 할 수 있지만, 전쟁할 곳을 알지 못하고 전쟁할 날짜를 알지 못하면 좌측이 우측을 구할 수 없고, 우측이 좌측을 구할 수 없다. 전방이 후방을 구할 수 없고 후방이 전방을 구할 수 없는데, 하물며 먼 곳은 수십 리, 가까운 곳도 몇 리나 떨어져 있는 경우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내가 헤아려보건대, '월(越)'나라의 병력이 비록 많다고는 하지만 또한 어찌 이기고 지는 것에 보탬이 되겠는가? 그러므로 승리란 만들어지는 것이니, 적이 비록 많을지라도 그들로 하여금 전투를 할 수 없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6-6. 네 가지 전술

    6-6-1. 원문

    故知戰之地, 知戰之日, 則可千里而會戰; 不知戰之地, 不知戰之日, 則左不能救右, 右不能救左, 前不能救後, 後不能救前, 而況遠者數十里, 近者數里乎! 以吾度之, 越人之兵雖多, 亦奚益於勝敗哉! 故曰: 勝可擅也. 敵雖衆, 可使無鬪.

    6-6-2. 해석

     그러므로 묘책을 헤아려 이해 득실을 계산하고, 적을 자극해 움직이고 멈추는 이치를 알며, 아군을 드러내서 그곳이 사지인지 생지인지를 알고, 적과 다투어보아 병력이 남음이 있거나 부족한 곳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최상의 군대 배치는 그 형세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형태가 없으면 아군 깊숙이 들어온 간첩도 실상을 엿볼 수 없으며 지혜로운 자라도 모략을 세울 수 없다. 적의 형세에 따라 잘 대응해서 비록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승리했더라도 그들은 아무도 승리의 요인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모두 아군의 형세 때문에 승리한 것으로 알지, 승리할 수 있는 형세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따라서 전쟁에서 한 번 승리한 방법은 되풀이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시켜 형세에 대응해야 한다.

    6-7. 물의 이치를 따르라

    6-7-1. 원문

    故策之而知得失之計, 作之而知動靜之理, 形之而知死生之地, 角之而知有餘不足之處. 故形兵之極, 至於無形. 無形, 則深間不能窺, 智者不能謀. 因形而措勝於衆, 衆不能知. 人皆知我所以勝之形, 而莫知吾所以制勝之形. 故其戰勝不復, 而應形於無窮.

    6-7-2. 해석

     용병의 형세는 물과 같은 형상(형태)를 띠어야만 한다. 물이 흘러감은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달려간다. 용병의 형상은 충실한 곳을 피하고 허약한 곳을 공격하는 곳이다. 물은 땅의 형태에 따라 흐름이 만들어진다. 용병은 적에 따라 승리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용병은 영원한 형세가 없고, 물은 영원한 형태가 없다. 적의 변화에 따라 승리를 취하는 것을 일컬어 '신(神)'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오행(五行)
    에는 항상이기는 것이 없고, 사계절은 영원한 위치가 없으며 해에는 길고 짧음이 있고, 달에는 차고 기우는 것이 있다.
    가나다

    7. 군쟁(軍爭): 유리한 국면을 위한 군대 간의 다툼

    7-1. 가기 좋은 길은 도리어 나쁜 길이다

    7-1-1. 원문

    夫兵形象水, 水之行, 避高而趨下; 兵之勝, 避實而擊虛. 水因地而制行, 兵因敵而制勝. 故兵無成勢, 無恒形, 能因敵變化而取勝者, 謂之神. 故五行無常勝, 四時無常位, 日有短長, 月有死生.

    7-1-2. 해석

     대체로 용병의 원칙은 장수가 군주로부터 명을 받고, 군대를 징집하고 군중을 모아 편성해 양측이 서로 대치하는 데 '군쟁(軍爭)'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7-2. 급한 군쟁은 삼가라

    7-2-1. 원문

    故軍爭為利, 軍爭為危. 舉軍而爭利, 則不及; 委軍而爭利, 則輜重捐. 是故卷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軍將, 勁者先, 疲者後, 其法十一而至; 五十里而爭利, 則蹶上軍將, 其法半至;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是故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7-2-2. 해석

     그러므로 군쟁은 유리한 것이 되기도 하고, 군쟁은 위험한 것이 되기도 한다. 만일 전군을 출동시켰으나 요충지를 확보하려고 이익을 다투다 보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던 군을 내버려 두고 이로움을 얻기 위해 적과 다투면 전쟁 장비와 보금품이 위험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갑옷을 말아 올리고 길을 달려 밤낮으로 쉬지도 않고 두 배의 속도로 행군해 모든 부대가 나아가 백 리에 걸쳐 이로움을 다투면 '삼장군(三將軍)'이 사로잡히게 된다. 강한 자는 먼저 가고 피로한 자는 뒤처지게 되니, 이런 방법으로는 병력의 1/10만 전쟁터에 도착하게 된다. 50리에 걸쳐 유리함을 다툰다면 상장군을 잃게 되고, 이런 방법으로는 병력의 절반만이 도착하게 된다. 30리에 걸쳐 이로움을 다툰다면 2/3만 도착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군대는 장비가 없어 패망하고 양식이 없어서 패망하며 남겨 쌓아 둔 물자가 없어서 패망하게 된다.

    7-3. 바람처럼 숲처럼, 불처럼 산처럼

    7-3-1. 원문

    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不用鄉導者, 不能得地利.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為變者也.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震. 掠鄉分衆, 廓地分利,懸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7-3-2. 해석

     그러므로 제후들의 모략을 알지 못하면 그들미리 외교관계를 맺을 수 없다. 산림, 험지, 늪지 지형을 알지 못하면 군대가 행군할 수 없고, 해당 지역의 길라잡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지리상의 이점을 파악할 수 없다.

    7-4. 북과 징은 눈과 귀이다

    7-4-1. 원문

    軍政曰: 言不相聞, 故為金鼓; 視不相見, 故為旌旗.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民既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故夜戰多金鼓, 晝戰多旌旗, 所以變人之耳目也.

    7-4-2. 해석

     군정에서 말한다. "말을 하여도 서로 들리지 않으므로 징과 북을 만들었고, 보려고 하여도 서로 보이지 않으므로 깃발을 만들었다. 징과 북과 깃발은 병사들의 눈과 귀를 하나로 만드는 도구이다. 병사들이 지휘관의 뜻에 하나로 집중하면 용감한 자라도 혼자 앞서 나가는 일이 없고, 비겁한 자라도 혼자 물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많은 병력을 다루는 원칙이다. 그러므로 야간 전투에서는 횃불과 북을 많이 사용하고 주간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하니, 병사의 눈과 귀를 변화시키기 위한 까닭이다.

    7-5. 네 가지를 장악하라

    7-5-1. 원문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是故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歸, 此治氣者也; 以治待亂, 以靜待嘩, 此治心者也;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饑, 此治力者也; 無邀正正之旗, 無擊堂堂之陣, 此治變者也.

    7-5-2. 해석

     그러므로 '삼군(三軍)'은 적의 사기를 꺾을 수 있고, 장군은 적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사기는 왕성하고, 낮에 일어나는 사기는 나태해지며, 저녁에 일어나는 사기는 쉬고 싶어 한다. 따라서 용병을 잘하는 자는 그 왕성한 때를 피하고 적이 나태해지고 쉬고 싶을 때 공격하니, 이것은 '기(氣)'를 다스리는 원칙이다. 엄정하게 다스려진 군대로 혼란스러운 적을 상대하고 고요한 아군으로 시끄러운 적을 상대하니, 이것은 '마음(장수의 심리)'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나는 가까이 있으면서 멀리 있는 적 상대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피로한 적을 상대하며 배부른 상태에서 굶주린 적을 상대하니, 이것은 '힘(군대의 전투력)'을 다스리는 원칙이다. 깃발이 정도 되고 부서가 치밀한 적은 맞아 싸우지 말고 당당한 진용을 갖춘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변화(임기응변의 기동 전략)'를 다스리는 원칙이다.

    7-6. 여덟 가지 금기사항

    7-6-1. 원문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丘勿逆, 佯北勿從, 銳卒勿攻, 餌兵勿食, 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7-6-2. 해석

     그러므로 용병의 원칙은 높은 언덕에 있는 적을 향해 싸우지 말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은 맞이해 싸우지 말아야 한다. 거짓으로 패한 척하는 적은 추격하지 말고, 날카로운 병사가 있는 적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며, 미끼를 던지는 부대는 공격하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부대는 가로막지 말며, 적을 포위할 때는 한쪽을 터주어야 하고, 궁지에 몰린 적은 추격하지 말아야 한다.

    8. 구변(九變): 아홉 가지 임기응변의 책략

    8-1. 다섯 지형에 따른 용병법

    8-1-1. 원문

    孫子曰: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圮地無舍, 衢地合交, 絕地無留, 圍地則謀, 死地則戰. 途有所不由, 軍有所不擊, 城有所不攻, 地有所不爭, 君命有所不受. 故將通於九變之利者, 知用兵矣; 將不通於九變之利, 雖知地形, 不能得地之利矣; 治兵不知九變之術, 雖知地利, 不能得人之用矣.

    8-1-2. 해석

     대체로 용병의 원칙은 장수가 군주로부터 명을 받고, 군대를 징집하고 군중을 모아 편성해 서로 대치하는데 움푹 꺼진 땅에는 주둔하지 말아야 하고, 사통팔달의 땅에서는 외교관계를 맺어야 하며, 생존하기 어려운 땅에서는 오래 머물지 말아야 하고, 포위되기 쉬운 땅에서는 기묘한 계책을 세워두어야 하며, '사지(死地)'에서는 결전을 벌여야 한다. 길에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고, 군대에는 공격하지 말아야 할 군대가 있으며, 성에는 공략하지 말아야 할 성이 있고, 땅에는 빼앗지 말아야 할 땅이 있으며, 군주의 명령에는 받아들이지 않아야 할 명령도 있다.

     그러므로 장수란 아홉 가지 지형 변화의 이로움에 통달해야만 용병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장수가 아홉 가지 용병의 이로움에 통달하지 못하면 비록 지형을 알고 있다고 하여도 지리의 이점을 터득할 수 없을 것이다. 군대를 다스리는 데 아홉 가지 변화의 운용 원칙을 알지 못하면 비록 위에 든 '다섯 가지 이로움(지地, 신信, 인仁, 용勇, 엄嚴)'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용병에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8-2. 적이 오지 않으리라 믿지 말고 자신을 강하게 하라

    8-2-1. 원문

    是故智者之慮, 必雜於利害, 雜於利而務可信也, 雜於害而患可解也. 是故屈諸侯者以害, 役諸侯者以業, 趨諸侯者以利. 故用兵之法, 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之; 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也.

    8-2-2. 해석

     이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자의 생각은 반드시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해로움을 생각할 때 이로움을 함께 고려하면 더욱 믿을 수 있는 방향(전투 임무를 완성하는 것)으로 힘쓸 수 있으며, 이로움을 생각할 때 해로움을 함께 고려하면 실로 근심을 풀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적국의 제후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해로움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알게 하기 때문이고, 적국의 군주를 부리는 것은 그로 하여금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게 하기 때문이며, 적국의 제후를 달려오게 하는 것은 이로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용병의 원칙은 적이 공격해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고 아군이 대적할 방책을 믿으며, 적이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지 않고 적이 나를 공격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믿는 것이다.

    8-3. 장수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위태로움

    8-3-1. 원문

    故將有五危: 必死, 可殺也; 必生, 可虜也; 忿速, 可侮也; 廉潔, 可辱也; 愛民, 可煩也. 凡此五者, 將之過也, 用兵之災也. 覆軍殺將, 必以五危, 不可不察也.

    8-3-2. 해석

     그러므로 장수에게는 다섯 가지의 위험한 일이 있으니, 장수가 용맹이 지나쳐 반드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면 죽을 수 있고, 반드시 살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사로잡히게 되며, 분을 이기지 못해 성급하게 행동하면 모욕을 당할 수 있고, 성품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치욕을 당할 수 있으며, 백성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면 번민을 하게 된다.

     무릇 이 다섯 가지는 장수의 허물이며, 용병의 재앙이다. 군대를 파멸시키고 장수를 죽게 하는 것은 반드시 다섯 가지 위험에서 비롯되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9. 행군(行軍): 군대의 행군 원칙

    9-1. 상황에 따른 전투의 네 가지 방식

    9-1-1. 원문

    孫子曰: 凡處軍相敵, 絕山依谷, 視生處高, 戰隆無登, 此處山之軍也. 絕水必遠水, 客絕水而來, 勿迎之于水內, 令半濟而擊之, 利; 欲戰者, 無附于水而迎客, 視生處高, 無迎水流, 此處水上之軍也. 絕斥澤, 惟亟去無留, 若交軍於斥澤之中, 必依水草, 而背衆樹, 此處斥澤之軍也. 平陸處易, 而右背高, 前死後生, 此處平陸之軍也. 凡此四軍之利, 黃帝之所以勝四帝也.

    9-1-2. 해석

     무릇 군대를 주둔시키고 적의 동향을 살필 때에는 산을 넘어 계곡에 의지하고, '살 수 있는 땅(탁 트인 곳을 말함)'을 보고 높은 곳에 주둔해야 하며, 급경사가 있는 지형에서는 그 지역을 올려다보며 싸우지 않으니, 이것이 산악지대에서 주둔하는 군대의 전쟁 원칙이다. 강을 건너서는 반드시 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둔해야 한다. '객(客; 적군)'이 물을 건너 쳐들어오면 물가에서 맞아 싸우지 말고, 절반을 건널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격하면 이롭다. 강을 건너는 적과 싸울 때에는 아군이 강에 근접해서 객을 맞아 싸우지 않아야 한다. 살 수 있는 땅을 보고 높은 곳에 주둔해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지니, 이것이 강물에서 주둔하는 군대의 용병 원칙이다.

     무릇 이 네 가지 용병의 유리함은 '황제(黃帝)'가 사방의 우두머리를 이긴 까닭이다.

    9-2. 병사들의 건강과 환경을 고려하라

    9-2-1. 원문

    凡軍好高而惡下, 貴陽而賤陰, 養生而處實, 軍無百疾, 是謂必勝. 丘陵堤防, 必處其陽, 而右背之, 此兵之利, 地之助也. 上雨, 水沫至, 欲涉者, 待其定也.

    9-2-2. 해석

     무릇 용병은 높은 곳을 좋아하고 낮을 곳을 싫어하며, 볕이 드는 곳을 귀하게 여기고 그늘진 땅을 천하게 여긴다. 생명을 보양하고 단단한 땅에 주둔하면 군대에는 온갖 질병이 없어지니, 이를 '필승(必勝)'이라고 한다.

     언덕과 제방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볕 드는 곳에 주둔하고, 오른쪽 등 뒤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용병의 유리함이고 지형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상류에 폭우가 내려 강물에 물거품이 떠내려오면 건너려는 자는 그것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9-3. 절대적으로 해로운 여섯 가지 지형

    9-3-1. 원문

    凡地有絕澗, 遇天井, 天牢, 天羅, 天陷, 天隙, 必亟去之, 勿近也. 吾遠之, 敵近之; 吾迎之, 敵背之. 軍旁有險阻, 潢井, 葭葦, 林木, 蘙薈者, 必謹覆索之, 此伏奸之所處也.

    9-3-2. 해석

     무릇 행군하는 지형에는 '절간(絕澗; 험한 절벽 사이의 골짜기)', '천정(天井; 사방이 높고 복판이 푹 꺼진 지형)', '천뢰(天牢; 들어가기는 쉬우나 오기 어려운 지형)', '천라(天羅; 가시덤불 등이 우거져 군대가 진입한 뒤 빠져나오지 못해 그물에 걸린 모양이 되는 지형)', '천함(天陷; 지세가 낮고 진흙탕 모양으로 쉽게 빠지는 지형)', '천극(天隙; 좁은 계곡 사이에 장애가 많아 행군하기 어려운 골짜기)'이 있으니, 이런 곳은 반드시 빨리 벗어나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 아군은 이런 곳을 멀리하되 적군은 가까이 오게 하여야 한다. 아군은 이런 지형을 마주 보고 적군은 이런 지형을 등지게 하여야 한다.

     행군하는 길가에 험하고 막힌 골짜기나 질펀한 소택지, 갈대가 우거진 늪지, 산림, 초목이 무성한 곳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조심해서 거듭 그곳을 수색해야 한다. 이런 곳은 복병이나 간첩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9-4. 적의 동태를 알아내는 법 33가지

    9-4-1. 원문

    敵近而靜者, 恃其險也; 遠而挑戰者, 欲人之進也; 其所居易者, 利也; 衆樹動者, 來也; 衆草多障者, 疑也; 鳥起者, 伏也; 獸駭者, 覆也; 塵高而銳者, 車來也; 卑而廣者, 徒來也; 散而條達者, 樵采也; 少而往來者, 營軍也; 辭卑而益備者, 進也; 辭強而進驅者, 退也; 輕車先出, 居其側者, 陣也; 無約而請和者, 謀也; 奔走而陳兵者, 期也; 半進半退者, 誘也; 杖而立者, 饑也; 汲而先飲者, 渴也; 見利而不進者, 勞也; 鳥集者, 虛也; 夜呼者, 恐也; 軍擾者, 將不重也; 旌旗動者, 亂也; 吏怒者, 倦也; 粟馬肉食, 軍無懸瓶, 而不返其舍者, 窮寇也; 諄諄翕翕, 徐與人言者, 失衆也; 數賞者, 窘也; 數罰者, 困也; 先暴而後畏其衆者, 不精之至也; 來委謝者, 欲休息也. 兵怒而相迎, 久而不合, 又不相去, 必謹察之。

    9-4-2. 해석

     적이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고요한 것은 그들이 험준한 지형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적이 먼 거리에 있으면서 싸움을 걸어오는 것은 아군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적이 험준한 지형이 아니라 평지에 진을 쳤다면 그곳에 진퇴에 용이한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나무들이 움직이는 것은 적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풀숲에 장애물을 많이 만들어놓는 것은 우리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새들이 날아오르는 것은 그 아래에 복병이 있다는 것이다. 짐승들이 놀라 달아나는 것은 적군이 기습해 오기 때문이다. 흙먼지가 높고도 날카롭게 일어나면 적군의 전차가 진격해 오는 징후이고, 흙먼지가 낮고 퍼지듯 일어나면 적군의 보병이 진격해 오는 징후이며, 흙먼지가 흩어져서 일어나면 적이 땔감을 채취하는 징후이다. 흙먼지가 적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군이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전비(戰備)'를 갖추는 것은 진격하려는 뜻이다. 적군이 강경하게 말하면서도 진격하려고 하는 것은 퇴각하려는 뜻이다. 가벼운 전차가 먼저 나와 그 측면에 머무르는 것은 진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약속도 없이 강화를 청하는 것은 음모를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적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전차를 정렬시키는 것은 공격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반쯤 진격했다가 반쯤 퇴각하는 것은 아군을 유인하기 위해서이다.

     적이 병기를 지팡이처럼 기대고 서 있는 것은 굶주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을 길어 먼저 마시려고 하는 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이다. 이익을 보았는데도 진격하지 않는 것은 피로해 있다는 것이다. 새가 모여든다는 것은 적의 병력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큰소리로 부르는 것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대가 소란스러운 것은 장수가 진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부대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지휘관이 노여워하는 것은 병사들이 게으르다는 것이다. 말을 죽여 고기를 먹는 것은 군대의 식량이 없다는 것이다. 군영에 질장군을 걸어놓지도 않고 막사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적이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간절하면서도 타이르는 모습으로 천천히 병사들과 말하는 것은 뭇 병사들의 믿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상을 자주 내리는 것은 궁색하기 때문이다. 벌을 자주 내리는 것은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장수가 이전에는 난폭하다가 나중에는 그 병사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정명(精明; 아주 깨끗하고 밝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군에게 사람을 보내 사죄하는 것은 병사를 쉬게 하고 휴전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병이 성내며 직격해왔음에도 서로 마주했는데도 오랫동안 싸우지 않고, 또 서로 물러나지도 않는 것은 반드시 삼가 살펴야만 하는 것이다.

    9-5. 병력의 숫자만 믿지 말라

    9-5-1. 원문

    故兵非貴益多也, 惟無武進, 足以併力, 料敵, 取人而已. 夫惟無慮而易敵者, 必擒於人.

    9-5-2. 해석

     병력이 더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오직 무모하게 진격만 하여서도 안되고, 병사들의 힘을 하나로 집중시켜 적을 헤아려 판단하고 인재를 취하기만 하면 될 뿐이다. 단지 깊은 생각 없이 적을 얕잡아보면 반드시 적에게 사로잡힐 것이다.

    9-6. 너무 친하지도 거리를 두지도 말라

    9-6-1. 원문

    卒未親附而罰之, 則不服, 不服則難用也. 卒已親附而罰不行, 則不可用也. 故合之以文, 齊之以武, 是謂必取. 令素行以教其民, 則民服; 令素不行以教其民, 則民不服. 令素行者, 與衆相得也.

    9-6-2. 해석

     병사들이 장수와 아직 친해지거나 기대려고 하지도 않는데 그들에게 벌을 주면 복종하지 않게 된다. 복종하지 않으면 다루기가 어렵다. 병사들과 이미 친해졌다고 하여서 벌을 행하지 않으면 다룰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병사들에게는 문으로써 명령하고, 무로써 통제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군대라고 말한다. 명령이 평소에 잘 시행되고, 그 사졸들을 가르치면 사졸들은 복종하게 된다. 명령이 평소에 잘 시행되지 않았는데 그 사졸들을 가르치려고 하면 사졸들은 복종하지 않는다. 명령이 평소에 잘 시행된다는 것은 모든 사졸들과 서로 친화하기 때문이다.

    10. 지형(地形): 지형과 전쟁의 관계

    10-1. 여섯 지형으로 판단을 달리하라

    10-1-1. 원문

    孫子曰: 凡地形有通者, 有掛者, 有支者, 有隘者, 有險者, 有遠者. 我可以往, 彼可以來, 曰通. 通形者, 先居高陽, 利糧道, 以戰則利. 可以往, 難以返, 曰掛. 掛形者, 敵無備, 出而勝之; 敵若有備, 出而不勝, 難以返, 不利. 我出而不利, 彼出而不利, 曰支. 支形者, 敵雖利我, 我無出也, 引而去之, 令敵半出而擊之, 利. 隘形者, 我先居之, 必盈之以待敵. 若敵先居之, 盈而勿從, 不盈而從之. 險形者, 我先居之, 必居高陽以待敵; 若敵先居之, 引而去之, 勿從也. 遠形者, 勢均, 難以挑戰, 戰而不利. 凡此六者, 地之道也, 將之至任, 不可不察也.

    10-1-2. 해석

     지형에는 '통형(通形)'이라는 것이 있고, '괘형(挂形)'이라는 것이 있으며, '지형(志形)'이라는 것이 있고 '애형(隘形)'이라는 것이 있으며, '험형(險形)'이라는 것도 있고, '원형(遠形)'이라는 것이 있다.

     아군이 진격할 수 있고 적군이 쳐들어올 수 있는 지형을 '통형'이라고 한다. 통형이란 아군이 먼저 높고 양지바른 곳을 점거해 식량의 보급로를 확보한 뒤 전쟁을 하게 되면 이롭다는 것이다. 진격할 수는 있으나 물러나기는 어려운 지형을 '괘형'이라고 한다. 괘형이란 적군이 방비하고 있지 않을 때 진격하면 그들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적군이 방비하고 있으면 진격해도 승리하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어려워 불리하다. 아군이 진격해도 이롭지 못하고, 적군이 진격해도 이롭지 못한 곳을 '지형'이라고 한다. 지형이란 비록 적군이 이익으로 아군을 유인해도 진격해서는 안 되고, 적군을 유인해 그들을 물러나게 하고 적군으로 하여금 반쯤 진격해 나오게 하였을 때 그들을 공격해 유리함으로 삼는다. '애형'이란 아군이 먼저 점령해 그 양측에 병력을 가득 채우고 적군을 기다린다. 만약 적군이 먼저 그곳을 점령해 양측에 병력을 채워놓고 있으면 이 지역을 지나가지 않아야 한다. 병력을 채워놓지 않고 있으면 그곳을 따라 지나가면 된다. '험형'이란 아군이 먼저 그곳을 점령하는 것이니, 반드시 높고 양지바른 곳을 점령해 적군을 기다린다. 만약 적군이 그곳을 먼저 점령하고 있으면 아군은 병력을 이끌고 그곳을 떠나 적들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원형'이란 양측의 세력이 비슷하면 싸움을 걸기 어려우며 싸워도 불리하다. 무릇 이 여섯 가지는 지형을 이용하는 기본 원칙이며, 장수 된 자의 중요한 임무이니, 반드시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10-2. 장수의 허물로 인한 패배의 여섯 유형

    10-2-1. 원문

    故兵有走者, 有弛者, 有陷者, 有崩者, 有亂者, 有北者. 凡此六者, 非天之災, 將之過也. 夫勢均, 以一擊十, 曰走; 卒强吏弱, 曰弛; 吏强卒弱, 曰陷; 大吏怒而不服, 遇敵懟而自戰, 將不知其能, 曰崩; 將弱不嚴, 教道不明, 吏卒無常, 陳兵縱橫, 曰亂; 將不能料敵, 以少合衆, 以弱擊強, 兵無選鋒, 曰北. 凡此六者, 敗之道也, 將之至任, 不可不察也.

    10-2-2. 해석

     그러므로 군대에는 '주병(走兵)'이라는 것이 있고, '이병(弛兵)'이라는 것이 있으며, '함병(陷兵)'이라는 것이 있고, '붕병(崩兵)'이라는 것이 있으며, '난병(亂兵)'이라는 것이 있고, '배병(北兵)'이라는 것이 있다. 무릇 이 여섯 가지는 하늘과 땅의 재앙이 아니라 장수의 허물이다.

     양측의 세력이 균등한데도 하나의 힘으로 열의 힘을 치는 군대를 '주병'이라고 한다. 병사들은 강한데 지휘관이 나약한 군대를 '이병'이라고 한다. 지휘관은 강한데 병사들이 약한 군대를 '함병'이라고 한다. '주장(主將; 우두머리 되는 장수)'의 명력에 복종하지 않고 적과 마주치면 명을 거슬러 독자적으로 출전하며 장수가 그의 능력을 알지 못하는 군대를 '붕병'이라고 한다. 장수가 나약해 엄하고 못하고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며 지휘관과 병사들이 정해진 규칙 없이 병력을 배치함에 있어 멋대로 하는 군대를 '난병'이라고 한다. 장수가 적군의 적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적은 병력으로 많은 적군과 싸우며 약한 병력으로 강한 적군을 공격하며 병사들 중에서 선발된 정예병이 없는 군대를 '배병'이라고 한다. 무릇 이 여섯 가지는 패배하는 길이며 장수 된 자의 중요한 임무이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10-3. 진정한 전쟁은 지형 파악이 관건

    10-3-1. 원문

    夫地形者, 兵之助也. 料敵制勝, 計險厄遠近, 上將之道也. 知此而用戰者必勝, 不知此而用戰者必敗. 故戰道必勝, 主曰無戰, 必戰可也; 戰道不勝, 主曰必戰, 無戰可也. 是故進不求名, 退不避罪, 唯民是保, 而利合於主, 國之寶也.

    10-3-2. 해석

     무릇 지형이란 용병을 도와주는 것이다. 적군의 적정을 헤아려 승리로 이끌며, 지형의 험난하고 평탄하며 멀고 가까운 것을 계산하는 것이 상장(上狀; 여기서는 장군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이지 상군의 통수는 아니다.)의 길이다. 이것을 알고 싸우는 자는 반드시 이기고, 이것을 알지 못하고 싸우는 자는 반드시 패한다. 그러므로 전쟁의 이치상 반드시 이길 수 있으면 군주가 싸우지 말라고 하여도 반드시 싸우는 것이 옳고, 전쟁의 이치상 이길 수 없으면 군주가 반드시 싸우라고 하여도 싸우지 않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진격하는 것은 명예를 추구하지 않고 퇴각하는 것도 죄를 피하지 않으며, 오로지 백성을 보호하고 이익이 군주에게 부합되는 것만을 생각하니 이런 장수는 나라의 보배이다.

    10-4. 때로는 자애롭게 때로는 엄격하게 다루어라

    10-4-1. 원문

    視卒如嬰兒, 故可以與之赴深溪; 視卒如愛子, 故可與之俱死. 厚而不能使, 愛而不能令, 亂而不能治, 譬若驕子, 不可用也.

    10-4-2. 해석

     병사들은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이 하여야 하니, 그들과 함께 깊은 계곡을 달려가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여야 하는 것이니, 그들과 함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사들을 너무 후하게 대하면 부릴 수 없으며, 아끼기만 하면 명령할 수 없게 된다. 어지러우면 다스릴 수 없으니, 비유하건대 교만한 자식과 같아서 아무 소용이 없다.

    10-5.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10-5-1. 원문

    知吾卒之可以擊, 而不知敵之不可擊, 勝之半也; 知敵之可擊, 而不知吾卒之不可以擊, 勝之半也; 知敵之可擊, 知吾卒之可以擊, 而不知地形之不可以戰, 勝之半也. 故知兵者, 動而不迷, 舉而不窮. 故曰: 知彼知己, 勝乃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

    10-5-2. 해석

     아군의 병사가 공격할 수 있는 것만을 알고, 적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절반의 승리만 있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군이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이 또한 절반의 승리만 얻을 뿐이다.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군이 공격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지형이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절반의 승리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용병을 아는 자는 출동해도 미혹되지 않고, 군대를 일으켜도 궁지에 몰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는 곧 위태롭지 않으며, 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승리는 곧 온전해질 것이다.

    11. 구지(九地): 아홉 가지 지형의 작전 원칙

    11-1. 전쟁터의 상황에 따라 싸우는 방식이 다르다

    11-1-1. 원문

    孫子曰: 凡用兵之法, 有散地, 有輕地, 有爭地, 有交地, 有衢地, 有重地, 有圮地, 有圍地, 有死地. 諸侯自戰其地者, 為散地; 入人之地而不深者, 為輕地; 我得則利, 彼得亦利者, 為爭地; 我可以往, 彼可以來者, 為交地; 諸侯之地三屬, 先至而得天下之衆者, 為衢地; 入人之地深, 背城邑多者, 為重地; 山林, 險阻, 沮澤, 凡難行之道者, 為圮地; 所由入者隘, 所從歸者迂, 彼寡可以擊吾之衆者, 為圍地; 疾戰則存, 不疾戰則亡者, 為死地. 是故散地則無戰, 輕地則無止, 爭地則無攻, 交地則無絕, 衢地則合交, 重地則掠, 圮地則行, 圍地則謀, 死地則戰.

    11-1-2. 해석

     용병의 원칙에서는 '산지(散地; 흩어져 도망가기 쉬운 지역)'가 있고, '경지(輕地; 쉽게 퇴각할 수 있는 지역)'가 있으며, '쟁지(爭地; 양측이 싸우는 땅)'가 있고, '교지(交地; 사방이 만나는 지역)'가 있으며, '구지(衢地; 사동팔달의 지역)'가 있고, '중지(重地; 군대의 보급 문제를 해결하는 곳)'가 있으며, '비지(圮地; 움푹 꺼진 땅)'가 있고, '위지(圍地)'가 있으며, '사지(死地; 죽을 수밖에 없는 꽉 막힌 땅)'가 있다.

     제후가 자신의 땅에서 적과 전쟁하는 곳을 '산지'라고 한다. 적의 땅에 들어갔으나 깊지 않은 곳을 '경지'라고 한다. 아군이 점거해도 유리하고 적군이 점거해도 유리한 곳을 '쟁지'라고 한다. 아군이 갈 수 있고 적군도 올 수 있는 곳을 '교지'라고 한다. 제후구의 땅이 세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먼저 이르는 쪽이 천하의 백성을 얻을 수 있는 곳을 '구지'라고 한다. 적의 영토 깊숙이 들어가서 많은 성과 읍을 등지고 있는 곳을 '중지'라고 한다. 산림, 험준한 곳, 늪지 등이 있어 행군하기 어려운 곳을 '비지'라고 한다. 진입하는 길은 좁고 돌아 나오는 길은 멀어 소수 병력의 적군이 다수 병력의 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곳을 '위지'라고 한다. 빨리 싸우면 생존할 수 있으나, 빨리 싸우지 못하면 멸망하는 곳을 '사지'라고 한다.

     이 때문에 '산지'에서는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되고, '경제'에서는 멈추어서는 안 되며, '쟁지'에서는 주동적으로 공격하지 말아야 하고, '교지'에서는 부대의 앞뒤가 끊어져서는 안 되며, '구지'에서는 널리 외교관계를 맺어야 하고, '중지'에서는 사방으로 약탈해야 하며, '비지'에서는 신속하게 통과해야 하고, '위지'에서는 모책을 써야 하며, '사지'에서는 죽기를 가오하고 싸워야 한다.

    11-2. 용병의 여덟 가지 원칙

    11-2-1. 원문

    所謂古之善用兵者, 能使敵人前後不相及, 衆寡不相恃, 貴賤不相救, 上下不相收, 卒離而不集, 兵合而不齊. 合於利而動, 不合於利而止. 敢問: "敵衆整而將來, 待之若何?" 曰: "先奪其所愛, 則聽矣." 故兵之情主速, 乘人之不及, 由不虞之道, 攻其所不戒也.

    11-2-2. 해석

     이른바 옛날에 용병을 잘하는 장수는 적으로 하여금 적의 전방과 후방이 서로 따르지 못하게 하고, 대부대와 소부대가 서로 의지하지 못하게 하며, 신분이 귀한 자와 낮은 자가 서로 구원하지 못하게 하고,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마음으로 돕지 못하게 하며, 사졸들이 흩어지면 몽리 수 없게 하고, 병사들이 모여도 결집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익에 부합되면 행동하고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멈추었다. 감히 붇건데 "적군이 정비된 대군으로 장차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답하기를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곳을 먼저 탈환하면 그들은 순종하게 될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 용병의 정세 파악은 신속함을 위주로 하여야 한다. 적이 나의 속도에 미치치 못하는 틈을 이용해 적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길을 거쳐 경계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는 것이다.

    11-3. 적지에 침투해서 싸우는 법 네 가지

    11-3-1. 원문

    凡為客之道, 深入則專, 主人不克. 掠于饒野, 三軍足食. 謹養而勿勞, 併氣積力, 運兵計謀, 為不可測. 投之無所往, 死且不北. 死焉不得, 士人盡力. 兵士甚陷則不懼, 無所往則固, 深入則拘, 不得已則鬥. 是故其兵不修而戒, 不求而得, 不約而親, 不令而信. 禁祥去疑, 至死無所之. 吾士無餘財, 非惡貨也; 無餘命, 非惡壽也. 令發之日, 士卒坐者涕沾襟, 偃臥者淚交頤, 投之無所往者, 諸劌之勇也.

    11-3-2. 해석

     무릇 객(客)의 입장으로 용병하는 길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야 전쟁에만 전념하므로 적이 이길 수 없다. 그들의 기름진 들판에서 약탈하면 삼군이 충분히 먹을 수 있고, 삼가 병사들을 잘 먹이고 피로하지 않게 하며 사기를 높이고 힘을 축적하며 병사들을 다루고 묘책을 헤아리면 적이 예측할 수 없다.

     갈 곳 없는 곳으로 투입하면 죽는 한이 있어도 달아나지 않는다. 죽음도 불사하지 않는데 어찌 병사들이 온 힘을 다하지 않겠는가? 병사들은 깊은 함정에 빠지면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으며 달아날 길이 없게 되면 굳세어지니, 적진 깊숙이 들어가면 군심이 결집되어 부득이 싸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런 군대는 훈련하지 않아도 경계심을 갖게 되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며, 약속하지 않아도 내부가 친하게 되고,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믿게 된다. 미신을 금하고 의심스런 생각을 없애면 죽음에 이르러도 도망가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병사들이 넉넉한 재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재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남은 목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장수하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다. 명령이 내려지는 날 병사들 중에 앉아 있는 자는 눈물로 옷깃을 적시고, 누워 있는 자는 눈물이 턱으로 엇갈려 흐른다. 그들을 갈 곳이 없는 곳에 투입하면 모두 '전제(專諸)'와 '조귀(曹劌)'의 용기를 보여준다.

    11-4. 군대를 상산의 뱀처럼 부려라

    11-4-1. 원문

    故善用兵者, 譬如率然. 率然者, 常山之蛇也. 擊其首則尾至, 擊其尾則首至, 擊其中則首尾俱至. 敢問 "兵可使如率然乎?" 曰: "可. 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 遇風, 其相救也, 如左右手." 是故方馬埋輪, 未足恃也; 齊勇如一, 政之道也; 剛柔皆得, 地之理也. 故善用兵者, 攜手若使一人, 不得已也.

    11-4-2. 해석

     그러므로 용병을 잘 아는 자는 마치 '솔연(率然; 상산에 산다는 뱀의 이름)'처럼 부대를 지위한다. '솔연'은 상산에 산다는 뱀으로 그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그 꼬리를 치면 머리가 달려들며, 그 허리를 치며 머리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감히 "군대를 '솔연처럼 부릴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가능하다"라고 답한다. 무릇 오(吳) 나라 사람과 월(越) 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는데, 그들은 한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바람을 만났을 때에는 서로를 구하려고 마치 한 몸에 붙은 왼손과 오른손처럼 하는 것과 같다.

    11-5. 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거둔다

    11-5-1. 원문

    將軍之事, 靜以幽, 正以治. 能愚士卒之耳目, 使之無知; 易其事, 革其謀, 使人無識; 易其居, 迂其途, 使人不得慮. 帥與之期, 如登高而去其梯; 帥與之深入諸侯之地, 而發其機, 焚舟破釜, 若驅群羊. 驅而往, 驅而來, 莫知所之. 聚三軍之衆, 投之於險, 此謂將軍之事也. 九地之變, 屈伸之利, 人情之理, 不可不察也.

    11-5-2. 해석

     군대를 지휘하는 일은 고요하고 드러내지 않으며, 엄정하고 조리가 있어야 한다. 병사들의 눈과 귀를 어리석게 만들어 그들로 하여금 장군의 작전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그 계획을 바꾸고 그 계략을 변경함에 있어 병사들로 하여금 인식하지 못하게 하며, 그 주둔지를 바꾸고 그 행군로를 우회하여 병사들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게 한다.

    장수가 병사들과 함께 결전을 벌이고자 한다며 마치 높은 곳에 올라가 그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것처럼 한다. 장수가 병사들과 제후의 땅에 깊이 들어가는 것은 마치 쇠뇌를 격발하는 것처럼 하고, 배를 불사르고 솥단지를 깨뜨려버려 무리지은 양을 몰고 가듯 저쪽으로 몰아갔다가 이쪽으로 몰면서 아무도 그 방향을 알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삼군의 무리를 모아서 그들은 험준한 지역에 투입시키니, 이것이 장군의 일을 일컫는 것이다.

     아홉 가지 지형의 변화에 따라 군대를 물러났다가 진격시켰다가 하는 이로움과 병사들의 정서의 이치에 대해서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11-6. 포위되면 방어하고 어쩔 수 없으면 싸운다

    11-6-1. 원문

    凡為客之道, 深則專, 淺則散. 去國越境而師者, 絕地也; 四達者, 衢地也; 入深者, 重地也; 入淺者, 輕地也; 背固前隘者, 圍地也; 無所往者, 死地也. 是故散地, 吾將一其志; 輕地, 吾將使之屬; 爭地, 吾將趨其後; 交地, 吾將謹其守; 衢地, 吾將固其結; 重地, 吾將繼其食; 圮地, 吾將進其途; 圍地, 吾將塞其闕; 死地, 吾將示之以不活.

    故兵之情: 圍則禦, 不得已則鬥, 過則從.

    11-6-2. 해석

     무릇 객이 되어 전쟁을 하는 이치는 다음과 같다. 적국에 깊숙이 들어가면 병사들이 전념하지만, 얕게 들어가면 흩어진다. 자기 나라를 떠나 국경을 넘어 군대를 움직이는 것을 '절지'라고 한다. 사방으로 통하는 곳을 '구지'라고 한다. 적지 깊숙이 들어간 곳을 '중지'라고 한다. 적지에 얕게 들어간 곳을 '경지'라고 한다. 뒤가 견고하고 앞이 좁은 곳을 '위지'라고 한다. 갈 곳이 없는 곳을 '사지'라고 한다.

     그래서 '산지'라면 나는 장차 병사들의 뜻을 단결시키고 '경지'라면 나는 장차 병사들로 하여금 결속하게 하며, '쟁지'라면 나는 장차 적의 후방으로 달려 나갈 것이고, '교지'라면 나는 장차 그 지키는 것을 삼가게 할 것이며, '구지'라면 나는 장차 제후들과의 결속을 굳게 할 것이고, '중지'라면 나는 장차 그 군대의 식량을 계속 공급할 것이며, '비지'라면 나는 장차 그 길을 나아가게 할 것이고, '위지'라면 나는 장차 트인 곳을 막도록 할 것이며, '사지'라면 나는 장차 그들에게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따라서 병사들의 정서란 포위 당하면 스스로를 방어하게 되며 어쩔 수 없으면 싸우게 되니, 지나치게 위급하면 명령에 따르게 된다.

    11-7. 패왕의 군대

    11-7-1. 원문

    是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不用鄉導者, 不能得地利. 四五者, 不知一, 非霸王之兵也. 夫霸王之兵, 伐大國, 則其衆不得聚; 威加於敵, 則其交不得合. 是故不爭天下之交, 不養天下之權, 信己之私, 威加於敵, 則其城可拔, 其國可隳. 施無法之賞, 懸無政之令. 犯三軍之衆, 若使一人. 犯之以事, 勿告以言; 犯之以利, 勿告以害. 投之亡地然後存, 陷之死地然後生. 夫衆陷於害, 然後能為勝敗.

    11-7-2. 해석

     이 때문에 제후들의 계책을 알지 못하는 자는 미리 외교를 펼칠 수 없으며 산림, 험준한 지역, 늪지대 등과 같은 지형을 알지 못하면 행군할 수 없다. '향도(嚮導; 해당 지역을 잘 아는 길 안내자)'를 활용하지 않는 자는 지형의 이로움을 얻을 수 없다. 이 네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알지 못하면 패왕의 군대가 될 자격이 없다. 무릇 패왕의 군대가 강대국을 정벌하면 그 적국의 무리들은 모여서 대항할 겨를도 얻지 못하고 위세가 적에게 가해져 적의 외교력이 연합할 겨를을 얻지 못한다. 이 때문에 천하 제후들과의 외교를 다투지 않고, 천하의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의 소신만을 펼쳐 적에게 위세를 가하면 그 성을 함락시킬 수 있고 그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 법령에도 없는 상을 내리고 군정에도 없는 명령을 내리면 삼군을 마치 한 사람 부리듯 할 수 있다. 그들을 통제함에 있어 '일(事)'로써 하고 말로써 말해주지 않는다. 그들을 통제함에 있어 이익으로써 하지 해로움으로써 말해주지 않는다. 그들을 망할 땅에 집어넣은 이후에 생존하게 되고, 그들을 죽을 땅에 빠지게 한 이후에 살아나게 된다. 무릇 군중은 해로움에 빠진 연후에 능히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11-8. 전쟁은 처녀처럼, 토끼처럼

    11-8-1. 원문

    故為兵之事, 在於佯順敵之意, 併敵一向, 千里殺將, 是謂巧能成事者也. 是故政舉之日, 夷關折符, 無通其使; 厲於廊廟之上, 以誅其事. 敵人開闔, 必亟入之, 先其所愛, 微與之期, 踐墨隨敵, 以決戰事. 是故始如處女, 敵人開戶; 後如脫兔, 敵不及拒.

    11-8-2. 해석

     그러므로 전쟁에서 중요한 일은 적의 의도를 상세히 파악하는 데 있다. 적과 한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천 리 밖의 장수도 죽일 수 있다. 이를 일컬어 '교묘하게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자'라고 한다. 그러므로 결전이 임박한 날은 관문을 봉쇄하고 부절(符節; 신분증)을 꺾어버려 그 사신이 왕래하지 못하게 한다. 조정에서는 대신들이 모여 의논해 적국에게 전쟁의 책임을 묻는 데 힘쓴다. 적군이 성문을 여닫을 때 반드시 빠르게 그곳으로 진입한다. 적이 소중히 여기는 곳을 먼저 공략할 틈을 은밀히 기다리면서 묵묵히 적정에 따라 행동하다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마치 처녀처럼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적군이 문을 연 뒤에는 도망가는 토끼처럼 적군이 항거할 수 없게 하여야 한다.

    12. 화공(火攻): 불로 공격하라

    12-1. 화공의 다섯 가지 유형

    12-1-1. 원문

    孫子曰: 凡火攻有五: 一曰火人, 二曰火積, 三曰火輜, 四曰火庫, 五曰火隊. 行火必有因, 烟火必素具. 發火有時, 起火有日. 時者, 天之燥也. 日者, 月在箕, 壁, 翼, 軫也. 凡此四宿者, 風起之日也.

    12-1-2. 해석

     무릇 불로 공격하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화인(火人; 적군의 병사와 말을 태우는 것)', 둘째는 '화적(火積; 적군의 식량과 비축 물자를 태우는 것)', 셋째는 '화치[火緇; 적군의 '치중(군대의 여러 군수 물품)'을 태우는 것]', 넷째는 '화고(火庫; 적군의 무기창고를 태우는 것)', 다섯째는 '화대(火隊; 적군의 후방부대를 태우는 것)'이다.

     '화공(火攻; 전쟁 때에, 불로 적을 공격함)'을 할 때에는 반드시 조건이 있으면, 불을 붙일 수 있는 적절한 도구도 반드시 필요하다. 불을 지피는 데에는 때가 있어야 하고, 불을 타오르게 하는 데에는 날짜가 있어야 한다. 때란 천지가 건조할 때이다. 날이란 달이 기(箕), 벽(壁), 익(翼), 진(軫)'에 있는 날을 말한다. 무릇 이 네 '성수(星宿)'는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날이다.

    12-2. 전술에 따른 화공의 다섯 가지 원칙

    12-2-1. 원문

    凡火攻, 必因五火之變而應之: 火發於內, 則早應之於外; 火發而其兵靜者, 待而勿攻, 極其火力, 可從而從之, 不可從則止; 火可發於外, 無待於內, 以時發之; 火發上風, 無攻下風; 晝風久, 夜風止. 凡軍必知有五火之變, 以數守之. 故以火佐攻者明, 以水佐攻者強. 水可以絕, 不可以奪.

    12-2-2. 해석

     무릇 화공이란 반드시 다섯 가지 화공의 변화에 따라 그에 대처해야 한다. 불이 적의 내부에서 일어나면 아군은 밖에서 호응해야 한다. 불이 났는데도 적군이 고요하면 기다려야지 공격해서는 안 된다. 그 화력이 매우 심할 때에는 상황에 따라 쫓아가야지, 쫓아갔다가 멈추어서는 안 된다. 불을 아군이 밖에서 일어나게 할 수 있으면 적의 내부에서 호응을 기대하지 말고 때에 맞추어 불을 질러야 한다. 화공은 바람이 위를 향할 때 실시하고 바람이 아래로 향할 때는 공격하지 않는다. 낮에는 바람이 오래 불지만 이 바람도 밤이 되면 그친다. 무릇 군대란 반드시 다섯 가지 화공의 변화를 알고 이를 헤아려서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불로써 공격을 지원하면 그 효과는 분명하고, 물로써 공격을 지원하면 그 효과는 강력하다. '수공(水攻; 길을 끊어 급수를 막거나 많은 물을 끌어다가 침수시켜는 공격)'은 적을 끊어버릴 수 있지만 적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릴 수는 없다.

    12-3. 나라를 안전하게 하고 군대를 온존케 하는 법

    12-3-1. 원문

    夫戰勝攻取, 而不修其功者凶, 命曰 "費留". 故曰: 明主慮之, 良將修之, 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 主不可以怒而興師, 將不可以慍而致戰. 合於利而動, 不合於利而止. 怒可以復喜, 慍可以復悅, 亡國不可以復存, 死者不可以復生. 故明主慎之, 良將警之, 此安國全軍之道也.

    12-3-2. 해석

     무릇 전쟁에서 승리하고 공격해 취하고도 그 공을 다스리지 못하면(얻은 이익이 없으면) 흉하다. 이름하여 '비류(물자를 낭비하는 것)'라고 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이 점을 염려하고 훌륭한 장수는 이것을 온전하게 다스린다. 이로움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고 얻는 것이 없으면 용병하지 않고 위급하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 군주 된 자는 노여움으로 군대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 된 자는 화가 난다고 전투를 해서는 안된다. 이익에 들어맞으면 움직이고, 이익에 들어맞지 않으면 멈춰야 한다. 분노는 다시 즐거움이 될 수 있고 성냄은 다시 기쁨이 될 수 있지만, 망한 나라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소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전쟁에 신중하고, 훌륭한 장수는 전쟁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나라를 안전하게 하고 군대를 온존하게 하는 이치이다.

    13. 용간(用間): 간첩을 활용하라

    13-1.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으라

    13-1-1. 원문

    孫子曰: 凡興師十萬, 出征千里, 百姓之費, 公家之奉, 日費千金, 內外騷動, 怠于道路, 不得操事者, 七十萬家. 相守數年, 以爭一日之勝, 而愛爵祿百金, 不知敵之情者, 不仁之至也, 非人之將也, 非主之佐也, 非勝之主也. 故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 知敵之情者也.

    13-1-2. 해석

     무릇 군사 10만 명을 일으켜 천 리를 출정하게 되면 백성들의 비용과 조정의 재정은 하루 천금이 소요되며, 나라 안팎이 혼란스럽게 요동치며 길을 보수하는 데에도 게을러지게 되고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는 자가 70만 가구에 이른다. 서로 몇 년 동안 대치하다가도 하루 만에 승패가 결정된다. 그런데도 작위와 봉록과 돈이 아까워 적의 사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 자는 어질지 못함의 극치이니 다른 사람의 장수가 될 수 없고, 주군을 보좌할 자격도 없으며 승리의 주인이 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와 어진 장수가 군대를 움직여 적을 이기고 적보다 공을 이룰 수 있는 까닭은 그들보다 먼저 적진의 상황을 알았기 때문이다. 먼저 안다는 것은 귀신에게 의존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전에 있었던 일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법도에 의해서 시험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사람에게 취해서 적의 상황을 알아내는 것이다.

    13-2. 다섯 종류의 간첩 활용법

    13-2-1. 원문

    故用間有五: 有鄉間, 有內間, 有反間, 有死間, 有生間. 五間俱起, 莫知其道, 是謂 "神紀", 人君之寶也. 鄉間者, 因其鄉人而用之; 內間者, 因其官人而用之; 反間者, 因其敵間而用之; 死間者, 為誑事於外, 令吾間知之, 而傳於敵間也; 生間者, 反報也. 故三軍之事, 莫親於間, 賞莫厚於間, 事莫密於間, 非聖智不能用間, 非仁義不能使間, 非微妙不能得間之實. 微哉! 微哉! 無所不用間也. 間事未發而先聞者, 間與所告者皆死.

    13-2-2. 해석

     그러므로 간첩을 활용하는 데에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향간이 있고, 내간이 있으며, 반간이 있고, 사간이 있으며, 생간이 있다. 다섯 유형의 간첩이 모두 일어나면 적군은 아무도 우리의 도를 알 수 없으니 이것을 일컬어 '신기'라고 하며, 군주 된 자의 보배이다. '향간'이란 그 고을 사람을 활용하는 것이다. '내간'이란 적의 관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반간'이란 적의 간첩을 아군의 간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사간'이란 조정 밖에서 거짓 일을 만들어 아군의 간첩에게 믿게 하여 다시 적의 간첩에게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생간'이란 돌아와 적정을 보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삼군의 일 중에서 간첩보다 더 친한 것은 없고, 간첩에게 주는 것보다 후한 상은 없으며, 간첩보다 더 비밀스러운 일은 없다. 성현의 지혜가 없으면 간첩을 활용할 수 없다. 어질고 의롭지 않으면 간첩을 부릴 수 없다. 교묘하고 미묘하지 않으면 간첩의 실적을 얻을 수 없다. 미묘하고도, 미묘하구나! 간첩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음이여! 간첩의 정보가 아직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드러나면 먼저 들은 자와 간첩,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알려준 자 모두 죽여야 한다.

    13-3. 간첩의 임무와 이중간첩의 활용법

    13-3-1. 원문

    凡軍之所欲擊, 城之所欲攻, 人之所欲殺, 必先知其守將, 左右, 謁者, 門者, 舍人之姓名, 令吾間必索知之. 必索敵人之間來間我者, 因而利之, 導而舍之, 故反間可得而用也; 因是而知之, 故鄉間, 內間可得而使也; 因是而知之, 故死間為誑事, 可使告敵; 因是而知之, 故生間可使如期. 五間之事, 主必知之, 知之必在於反間, 故反間不可不厚也. 昔殷之興也, 伊摯在夏; 周之興也, 呂牙在殷. 故明君賢將, 能以上智為間者, 必成大功. 此兵之要, 三軍之所恃而動也.

    13-3-2. 해석

     무릇 공격하고자 하는 적의 군대와 공격하고자 하는 적의 성, 죽이고자 하는 적의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먼저 알아야 하는데, 아군의 간첩에게 그곳을 지키는 장수, 수장을 모시는 측근, 조언자, 성문지기, '사인(舍人)' 등의 성명을 반드시 알아내게 하여야 한다. 적인데도 아군 측에 와 있는 간첩은 반드시 찾아내어 이익으로 회유하고 유도해 적국으로 돌려보냄으로써 '반간'을 얻어서 활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적의 내부 사정을 아 수 있게 되어 '향간'과 '내간'도 얻어서 부릴 수 있다. 이들을 통해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사간'은 거짓된 일들을 만들어 적에게 마음대로 전할 수도 있다. 이들을 통해 적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생간'은 기일을 정해 보고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 유형의 간첩에 관한 일은 군주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만 하고, 그것을 알아내는 데는 반드시 '반간'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반간'은 후한 대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옛날에 은나라가 흥성할 때 '이윤(伊尹; 중국 은나라의 전설상의 인물. 이름난 재상으로 탕왕을 도와 하나라의 걸왕을 멸망시키고 선정을 배풀었다.)'은 하 왕조에 있었고, 주나라가 흥성할 때 '여아(呂牙; '주나라'의 첩자)'는 은 왕조에 있었다. 그러므로 오직 총명한 군주와 현명한 장수만이 뛰어난 지혜로써 간첩을 활용해 반드시 큰 공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용병의 요체이니, 삼군이 간첩을 믿고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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