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촉각의 메커니즘

SURPRISER - Tistory 2021. 10. 5. 02:44

0. 목차

  1. 촉각의 메커니즘
  2. 피부의 센서
  3. 압력 센서
  4. 통각, 온냉각 센서
  5. 피부에서 척수로
  6. 체성 감각 영역

1. 촉각의 메커니즘

 피부에는 압력, 온도, 통증을 받아들이는 신경이 뻗어있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 않아 보이는 피부 표면 아래에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여러 가지 센서가 감춰져 있다. 피부의 센서에서 받아들인 자극은 '뉴런'을 통해 척수나 연수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이후 촉각 정보는 뇌의 '체성 감각 영역'이라는 곳에서 인식된다.

2. 피부의 센서

 성인의 경우 온몸의 피부를 모두 펴면 약 1.5~1.8m² 정도 된다. 피부 감각의 감도는 부위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입 주변에는 압력이 잘 느끼지고, 집게손가락이나 가운뎃손가락의 안쪽 부분은 물체의 질감을 잘 느낀다. 부위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피부에 다양한 종류의 센서가 있고 그 밀도는 부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피부에는 어떤 센서가 있을까?

2-1. 손가락 끝의 센서

 손가락 피부의 단면을 통해 한 번 살펴보자. 손가락 피부의 단면에는 센서가 밀집해 있다. 손가락 끝 안쪽 피부에는 압력이나 진동에 반응하는 '기계 수용기'라는 4종의 센서(메르켈 세포, 마이스너 소체, 파치니 소체, 루피니 소체)와 온도나 조직의 손상 등에 반응하는 '자유 신경 종말'이 있다. 또 털이 나있는 부분의 피부에는 '모낭(털의 뿌리)'에 자유 신경 종말이 들어 있다.

 손가락 끝에 특히 많은 센서는 '메르켈(Merkel) 세포'와 '마이스너(Meissner) 소체'이다. '메르켈 세포'는 압력에 반응하는 센서로, 표피와 진피의 경계에 있다. 물체의 '모양(테두리나 모서리)'이나 표면의 '요철(오목함과 볼록함)'을 감지한다. '마이스너 소체'는 진동에 반응하는 센서이다. 진동이란 짧은 주기로 반복적인 압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마이너스 소체가 가장 잘 반응하는 반응은 초당 40회(40Hz) 정도이다. 좀 더 깊은 곳(진피와 피하 조직)에 있는 '파치니(Pacini) 소체'도 진동에 반응해 초당 250회 정도의 진동에 가장 잘 반응한다. 물체를 만질 때, 피부에 미약한 진동이 발생하는데, 그 진동으로 2종의 '소체'가 흔들리고 소체에 접속되어 있는 신경(감각 신경 섬유)가 반응하면서, 매끄러운 질감이나 간지러운 느낌 등의 피부 감각이 생기게 된다. '루피니 종말'도 '소체'의 일종이지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자유 신경 종말'은 구조가 가장 단순한 센서다. '자유 신경 종말'과 같은 신경 섬유에 콜라겐 등으로 만들어진 캡슐(소체)가 싸인 것이 '마이스너 소체'와 '파치니 소체'이다. '자유 신경 종말'은 수초가 있는 것에 비해 신호 전달 속도가 느리다

2-2. 신경 섬유 다발

 '신경 섬유'는 센서를 통해 받은 압력이나 진동 등의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척수와 뇌에 전달한다. '신경 섬유'는 말하자면 '전선'이다.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속도는 '수초'라는 절연체에 싸여 있는 신경 섬유에서는 빠르고, '수초'로 감겨 있지 않아 노출된 상태의 신경 섬유에서는 느리다.

 자극에 대한 반응성도 다르다. 예를 들어 '마이스너 소체'와 '파니치 소체'의 반응을 전달하는 신경 섬유는 자극에 반응한 후 원래 상태로 빨리 돌아간다. 때문에 압력이 반복적으로 걸리는 진동에 반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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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압력 센서

 위에서 '메르켈 세포('는 표피와 진피의 경계에 있는 압력에 반응하는 센서라고 설명하였다. 메르켈 세포는 피부의 다른 세포와는 매우 다르다. 일단 '메르켈 세포'는 '신경 세포'가 아니다. '마이너스 소체'나 '파치니 소체'는 신경 세포의 말단이 특수한 구조로 덮여있는 것이다. 또 메르켈 세포는 지름이 0.01mm 정도로, 진동에 반응하는 다른 소체에 비해 아주 작다. 주변의 표피 세포와 비교해봐도 1/3~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3-1. '압력 센서 세포(메르켈 세포)'

'메르켈 세포'의 자세한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독일의 해부학자 '프리드리히 메르켈(1845~1919)이 '메르켈 세포'라는 이름을 남긴지 무려 약 140년이나 지난 2014년의 일이었다. 메르켈 세포는 신경 종말과 접속해있지만, 그 신경 종말 자체도 단독으로 압력 등에 반응하기 때문에 압력을 감지하는 데 메르켈 세포가 정말로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특정 세포만을 조작하는 실험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메르켈 세포만 자극을 주어 메르켈 세포가 압력에 반응하여 신경에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지 알 수 있다. 메르켈 세포는 압력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약하고 지속적인 압력에도 반응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메르켈 세포는 압력을 느끼기 쉬운 곳에 모여있다. 밑바닥에 해당하는 곳에 메르켈 세포가 위치한다. 압력이 피부에 어떻게 전해지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힘의 굴곡도 '밑바닥'에 잘 걸린다고 한다.

메르켈 세포(Merkel Cell)

 그러면 압력 센서 세포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할까? 메르켈 세포(Merkel cell)의 표면에는 전기를 띤 '이온'의 통로'가 여러 개 있다. 이온은 통로가 열렸을 때만 세포를 추입할 수 있다. 피부에 압력이 걸리면 '피에조(piezo)2'라는 이온 채널이 열린다. '피에조1'도 있는데, 이 채널은 세포에서 혈류의 압력을 감지한다. 피에조2가 열려 메르켈 세포 속으로 전기를 띤 나트륨 이온 등이 흘러 들어오면, 이것을 신호로 다른 이온 채널을 통해 칼슘이 흘러들어온다. 메르켈 세포는 아랫부분에서 신경 종말과 접속해 있다. 메르켈 세포 쪽에는 신경 전달 물질이 세포 밖으로 방출되고 '신경 종말'에서 흡수됨으로써, 신경 종말에 어떤 이온이 흘러들어간다고 생각된다. 이 이온이 유입되면서 전기신호가 발생되는 것이다. 신경 섬유는 '수초'라는 절연체에 감싸여 있다. 전기 신호는 수초를 건너뛰듯이 순식간에 전달되어 짧으면 0.04초 만에 척수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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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통각, 온냉각 센서

 피부는 '압력'이나 '진동' 외에 온도를 감지하는 '온각'과 냉각', 조직 손상을 감지하는 '통각'도 감지할 수 있다. 먼저 온각과 냉각을 감지하는 것은 '자유 신경 종말'이다. '자유 신경 종말'은 신경 세포의 말단을 말한다. 그리고 '자유 신경 종말'에는 온도에 반응하는 것, 온도와 손상 모두에 반응하는 것 등 다양한 성질의 것이 있다.

 그러면 이러한 반응성의 차이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 걸까? 바로 '이온 채널'의 종류에 따라 각자의 반응성이 생긴다. 피부가 손상될 정도의 강한 압력이나 진동에 의해 열려 이온을 통과시키는 것, 특정 물질과 결합하여 이온을 통과시키는 것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자유 신경 종말'에 의해 어떤 이온 채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4-1. TRPV1

 한 예로 피부나 입속에 있는 '자유 신경 종말'의 일부는 'TRPV1'이라는 이온 채널을 가지고 있다. 'TRPV1'은 43℃ 이상의 온도뿐만 아니라,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나 산 등 다양한 자극에 의해서 열려 이온을 통과시킨다. 한 마디로 'TRPV1'은 뜨거움, 매운맛, 통증을 모두 느끼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TRPV1'에는 10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TRPV4'는 30℃ 이상에서 관문을 열고, 'TRPV8'은 28℃ 이하에서만 관문을 여는 식이다. 담당하는 온도 범위가 다른 종류의 이온 채널이 여러 개 모여 하나의 온도계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4-2. 'TRPV1'의 메커니즘

 그러면 이번에는 'TRPV1' 채널이 온도와 통증을 전달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알아보자. 자유 신경 종말에는 많은 이온이 있다. 이 상태는 바깥쪽에 양전기를 띈 나트륨 이온과 칼슘 이온이 많은 상태이다. 'TRPV1'이 고온 등에 의해 반응해 열린다. 그러면 세포 바깥에서 안쪽으로 '나트륨 이온'과 '칼슘 이온'이 흘러들어온다. 'TRPV1' 바로 옆에는 다른 이온 채널인 '아녹타민1'이 있다. 아녹타민에도 약 10가지 정도가 있다. TRPV1을 통해 들어온 칼슘 이온의 일부가 '아녹타민1'에 작용하면 순식간에 '아녹타민1'도 열려 '염화 이온'이 세포 밖으로 흘러나간다. '염화 이온'은 음전기를 띠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흘러나간다는 것은 양전기를 띤 이온이 흘러들어 온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극을 전하는 전기 신호는 증강되어 타는듯한 통증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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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피부에서 척수로

 피부에 있는 각종 센서가 자극을 받아 생긴 전기 신호는 최종적으로 뇌에 전달된다. 그런데 뇌로 가는 길에 중계소가 하나 있다. 바로 '척수'이다. 척수는 단지 신호를 뇌에 건네주는 것뿐만 아니라 신호를 가려내는 역할도 맡고 있다. 신경 섬유 다발은 배 쪽의 '전근'과 등 쪽의 '후근'의 두 갈래로 나뉘어 척수로 들어간다. 등 쪽의 '후근'은 피부와 내장으로부터 뇌로 전달되는 신호의 주요 통로이다. '전근'은 뇌에서 근육으로 전해지는 반대 방향의 통로이다. 후근의 끝은 빗자루처럼 가늘게 갈라져 척수로 들어가는데, 하나하나에는 신호의 종류와 전달 속도가 다른 다양한 신경 섬유가 뭉쳐져 있다. 먼저 세 종류의 신경 섬유로 나누어진다. '델타 섬유'는 날카로운 통증과 온도의 신호를 초속 30m 정도의 빠르기로 전달하고, 'C 섬유'는 둔한 통증과 가려움, 온도 등의 신호를 초속 1m 정도의 빠르기로 전달하고, 'A 베타 섬유'는 압력과 진동 센서의 신호를 초속 72m 정도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 세 종류의 섬유는 척수에 들어갈 때 더 세분화되어 척수의 다른 층에 접속한다. 단, 'A 베타 섬유'의 대부분은 척수에서 중계되지 않고 척수 상부에 위치한 연수까지 도달하고, 거기에서 시상을 거쳐 대뇌 피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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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체성 감각 영역

 척수를 거친 신호는 뇌에 도착한다. 대뇌 피질의 '체성 감각 영역'에는 피부 감각에 대응하는 부위가 있다. 이 대응하는 영역은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였던 '와일더 페필드(Wilder Penfield, 1891~1976)'가 최초로 밝혀냈고 점차 개선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뇌에서는 피부 감각이 다른 감각과도 조합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각 정보가 체성 감각 영역에도 들어오기도 한다. 또 청각도 촉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실험이 있다. 손을 비비면 매끈매끈하거나 꺼칠꺼칠한 감촉이 온다. 그런데 손을 비빌 때의 소리를 녹음해 EQ를 조정한 후, 고음만 나오는 비비는 소리를 들으면서 손을 비비면 더 건조하게 느껴지고, 반대로 고음을 약하게 한 소리를 들으면서 손을 비비면 더 습하게 느껴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