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 화폐 시스템 - 가장 교묘한 노예 제도카테고리 없음 2021. 10. 3. 18:18
0. 목차
- 화폐와 돈의 차이
- 원시시대
- 16세기 영국
- 20세기
- 신용 화폐 시스템

1. 화폐와 돈의 차이
경제의 커다란 숲을 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화폐(currency)'와 '돈(money)'의 차이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에서 '화폐(currency)'는 교환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이다. 따라서 회계 가능한 단위이면서도 휴대성, 내구성, 분할성을 가져야 하고, 돈을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돈(money)'은 앞서 말한 화폐의 특성에, 추가적으로 가치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화폐는 가치를 저장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인류는 가치를 저장하지 못하는 화폐를 돈처럼 사용하고 있다. 국가가 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줄 거라는 어리석은 믿음과 함께...
2. 원시시대
원시시대의 인류는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얻기 위해 물물교환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여러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됐고 식물의 씨나 조개 혹은 예쁜 돌 등을 사용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부터는 이집트인들이 거래를 위한 도구로 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금을 거래에 이용하게 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전성(압축력에 대하여 물체가 부서지거나 구부러짐이 일어나지 않고, 물체가 얇게 영구변형이 일어나는 성질)'과 '연성(탄성한계를 넘는 힘을 가함으로써 물체가 파괴되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이 높아 가공해 사용하기에 용이한 금속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공기나 물에 부식되지 않아 원래 상태를 가장 잘 유지하는 고체였기에 가치를 저장하는 기능이 좋았으며, 세 번째 이유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금은 돈으로 사용될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 금속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역사 속에 있었던 수많은 국가들이 금을 돈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집트의 금 세공사 3. 16세기 영국
이번에는 16세기의 영국으로 가보자. 이 시기 역시 금이 돈이었다. 당시의 영국에는 금을 금화로 만들거나 보관료를 받고 금을 보관해주는 일을 하는 금세공업자들이 있었다. 물론 보관증을 가져오면 언제든지 금을 내줄 수 있도록 보관증도 써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금화보다 휴대가 편한 보관증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금 보관증은 자연스럽게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금세공업자들은 사람들이 동시에 금을 찾으러 오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금세공업자들은 대출 이자를 받기 위해, 실제 보유하고 있는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사람들에게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관증의 10% 이상의 금을 동시에 찾으러 온다면 파산하겠지만, 통계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아주 적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이를 눈치챈 예금주들은 금세공업자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공업자는 대출이자의 일부를 예금 이자로 나눠주겠다고 하여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대출이자가 예금이자보다 비쌌기 때문에, 금세공업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커다란 부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영국은 당시 전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영국왕실은 금세공업자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였다. '전쟁 자금을 투자해 달라. 대신 금 보유량의 3배까지 가상의 화폐를 대출영업할 수 있게 특별히 허가해 주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금세공업자는 은행업자가 되었고 대출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왕실과 금세공업자가 결탁한 것이다.

중세 영국의 금세공업자 4. 20세기
세계 1, 2차 대전에 참전한 다수의 국가들도 전쟁자금을 위해 화폐와 연계된 금의 양보다 많은 화폐를 찍어내고는 했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전쟁은 보유하고 있는 금보다 많은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이것이 전쟁이 경제에 좋다고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이유이다.
세계 2차 대전 말에 이르러서는 미국이 세계 중앙은행의 금 3분의 2를 소유하게 되었고 유럽에는 금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세계 화폐 제도가 붕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유럽에는 금이 없었지만 미국이 유럽에 달러를 대출해 줬기 때문에 유럽에 달러는 많았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뉴햄프셔 주의 브레턴우즈에 미국을 중심으로 44개의 연합국 대표가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고 무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다른나라의 통화가치는 달러 대비 일정 비율로 결정되고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시키는 '브레턴우즈 협정(Bretton Woods Agreements)'을 맺게 된다. 이 협정으로 인해 미국의 달러는 기축 통화가 되었고 수년간 환율은 고정되었으며 모든 화폐에 신용을 불어 넣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금 지급준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이 달러를 맘대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된 프랑스 대통령 '샤를르 드골(Charles De Gaulle, 1890~1970)'은 미국에게 달러를 보증할 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금을 되돌려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알게된 다른 나라들도 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후 1959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은 50%의 금을 돌려주게 되었고, 전 세계 화폐 제도가 망할 위기해 처했다. 어쩔 수 없이(?) 미국은 1971년 8월 15일, 화폐의 가치와 금의 가치를 연계하는 금본위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전 세계의 화폐들은 아무런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종이 화폐 즉, 가짜 돈이 되었다.

브레튼 우즈 협정(BWS: Bretton Woods system) (1944년) 5. 신용 화폐 시스템
우리는 자본주의 그중에서도 '신용화폐 시스템(credit money system)' 속에서 살고 있다. '신용화폐 시스템'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보증하지 않는 종이 화폐의 가치를 함께 믿는다. 종교에서 믿음이 없으면 신이 없어지는 것처럼, 신용화폐 시스템에서는 믿음이 없으면 화폐는 휴지 조각이 된다. 이번에는 '신용화폐 시스템'에서 믿음에 기반한 '불환 화폐(가짜 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국채를 발행해 100만원을 찍어 시중은행 A에게 대출해줬다고 가정해보자. 금세공업자들이 했던 것처럼 시중은행들은 정부가 정해준 지급준비율 만큼을 남겨놓으면 나머지를 대출해 줄 수 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지금준비율이 10%라고 가정해보겠다. 그러면 시중은행 A는 기업 α에게 90만 원을 대출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 A는 10만 원의 지급 준비금과 90만원의 채권을 가지게 되고, 기업 α는 90만원을 가지게 된다. 100만 원이 190만 원으로 늘어나는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기업 α가 쓴 돈은 누군가에게 가게 될 것이고, 그 돈의 일부는 시중은행에 예금될 것이다. 하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 최대치인 90만원이 시중은행 B에 예금됐다고 가정해보겠다. 그러면 시중은행 B는 지급준비금인 9만원을 남겨두고, 기업 β에게 81만원 대출해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 B는 9만 원의 지급 준비금과 81만 원의 채권을 가지게 되고, 기업 β는 81만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81만 원이 더 늘어나는 마법이 일어나 총 271만 원이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 β가 쓴 돈은 누군가에게 가게 될 것이고, 그 돈의 일부는 시중은행에 예금될 것이다. 이번에도 계산의 편의를 위해 최대치인 81만 원이 시중은행 C에 예금됐다고 가정해보겠다. 그러면 시중은행 C는 지급준비금인 8만 1000원을 남겨두고 기업 γ에게 72만 9000원을 대출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 C만 1000원의 지급준비금과 72만 9000원의 채권을 가지게 되고, 기업 γ는 72만 9000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72만 9000원이 더 늘어나는 마법이 일어나 총 343만 9000원이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면 100만 원이었던 돈은 (지급준비율 10% 기준) 최대 1000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통화팽창(inflation)'은 이런 메커니즘으로 진행된다.
'신용 화폐 시스템'은 국가에서 주도하는 '폰지 사기(Ponzi Scheme)'였던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신용화폐 시스템상에서 모든 화폐는 빚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중에 풀려있는 돈으로 이자를 포함한 빚을 갚을 수 없다. 당신이 빚을 갚는데 성공한다 하여도 그 빚은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진 것 뿐이며, 당신 대신에 누군가는 반드시 파산해야만 한다. 이것이 경제 위기의 본질이며, 경제 위기 때 채권자들은 부의 소유권을 앗아간다. 그리고 빚을 갚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서 새로운 화폐를 찍어 대출해 주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적인 해결 방법일 뿐이고, 사람들은 경제적 종속화 과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신용화폐 시스템'은 사실상의 노예제도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악한 시스템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 금융위기가 다시 오면 '연방 준비 은행(Federal Reserve Bank)'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친 듯이 양적완화를 진행할 것이고, 미국 달러는 신뢰를 잃고 휴지 조각이 될 것이다. 아무런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신용 화폐의 운명은 언제나 정해져 있는 것이다. 역사에서 인류는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는 보증 없는 종이 화폐들을 계속 시도해왔다. 하지만 어떠한 보증없는 화폐도 살아남지 못했고, 100%의 확률로 실패했다. 어떠한 화폐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신용화폐 시스템이 종료된 후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화폐가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인류는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아니면 민주적인 화폐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성공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