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석유란 무엇인가?
- 석유가 만들어지는 방법
- 석유 시대의 종말
1. 석유란 무엇인가?
1950~1960년대 '미국 석유 협회(API: American Petroleum Institute)' 등에 의해 이루어진 성분 분석에 따르면, 석유의 주성분은 '탄화수소(saturated hydrocarbon)'라 불리는 화합물이다. 한마디로 '탄화수소'라고 불리지만, 그 종류는 350종 이상이다. 석유에는 이 밖에도 200종 이상의 황 화합물, 50종 이상의 질소 화합물 등 모두 1000종을 넘는 화합물이 포함되며, 그 성분은 균일하지 않다.
탄화수소는 액체로 대량 존재해야만 석유로서의 가치가 있다. 탄화수소는 소량일 경우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퇴적물, 동식물, 천연수, 대기 중, 화산 가스 등 여기저기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한 방울의 탄화수소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석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자본과 시간을 들여 채굴하고 있지 않는 이상, 입수하는 석유는 대량이 아니면 비용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
2. 석유가 만들어지는 방법
그러면 '탄화수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현재 가장 유력한 설은, 해저의 진흙 등에 들어 있는 생물의 유해에서 석유의 생성이 시작된다는 설이다. 이 설에 의한 석유의 생성 과정을 살펴보자.
생물의 유해는 일반적으로 해저에 생활하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하지만 물의 순환이 약한 장소에서는 산소가 적기 때문에 분해하는 미생물 그 자체가 적다. 이런 곳에서는 유해를 만드는 유기물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해저에 퇴적해 지층이 된다. 지층은 지각 변동이나 새로운 지층이 만들어짐으로써 깊이 매몰된다.
지하에서는 100m 깊어질 때마다 3~5℃의 비율로 온도가 상승한다. 이 열에 의해 유기물끼리 계속 결합해 '케로겐(kerogen)'이라고 불리는 복잡한 화합물이 된다. 또 깊이 파묻히면 반대로 열에 의해 '케로겐'이 분해되어 물, 이산화탄소와 함께 탄화수소가 생성된다. 이 탄화수소가 특정 지층에 모이면 '유전'이나 '가스전'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온도와, 그 온도가 더해진 시간이다. 높은 온도에서는 단시간에 석유가 생기지만, 온도가 낮으면 가열 시간이라도 길어야 한다.
2-1. 석유가 모이는 곳
가열을 받아 생성된 석유는 한 장소에 머물러 있게 된다. 그 장소의 대부분은 '배사 구조(anticline)'라 불리는 곳으로, 세계 석유의 70%가 이와 같은 곳에 괴어 있다. '배사 구조'란 지층이 위로 활 모양으로 된 곳으로, 석유는 모래 입자 사이의 틈 등에 존재하고 있다. 물보다 가벼운 석유는 지하수 등에 의해 억제되어 그 볼록한 부분을 향해 이동한다.
2-2. 중동 지역의 유전이 거대한 이유
세계 대유전의 40% 이상은 중동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공룡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 지역은 '아열대(열대와 온대의 중간 지대)'의 해저였다는 사실이 화석 등을 통해 알려져 있다. 따뜻한 바다에는 생물의 수가 많다. 즉, 원료가 되는 미생물의 수가 풍부했던 점이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2-3. 석유의 60%는 중생대에 생성되었다.
그러면 석유 등의 화석 연료는 어느 시대부터 생성되었을까? 석유는 다양한 지층에서 산출되지만 그것의 약 60%는 '중생대(2억 5100만~65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중생대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시기'인 '백악기' 무렵, 석유는 어떠한 경로로 생성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나와 있다.
일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석유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우선 백악기 시대 중반 무렵에 대양판의 확대 속도가 증가해, 약하고 가벼운 해저가 넓어졌다. 그래서 부력에 의해 해저가 상승함으로써 해수면이 상승해 육지의 저지대 부분이 얕은 바다가 되었다. 얕은 바다에서는 석유의 원료가 되는 '식물 플랑크톤' 등이 광합성을 해서 많이 번식했다. 이 '식물 플랑크톤'의 사체를 세균이 분해하느라고, 산소를 소비해 바다는 '산소 결핍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식물 플랑크톤의 사체가 충분히 산화되지 않은 채, 해저에 퇴적되고 모래나 진흙으로 덮였다. 그러면 거기에서 산소가 분리되어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지는 탄화수소가 만들어진다. 이어서 탄화수소를 대량으로 함유하는 석유 근원암이 땅속에 매몰되면, 지구 내부의 열이나 압력의 영향을 받아 석유가 생성된다.
18세기 산업 혁명이 일어난 이래 인류는 급속도로 화석 연료를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몇억 년 분량의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비축해 놓은 것을,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물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 인류가 고작 수백 년만에 모조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3. 석유 시대의 종말
현대 문명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주로 '화석연료'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화석연료가 없으면 세계경제는 바로 마비된다. 모든 산업이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석유 시대는 계속될까?
3-1. 석유시대의 종말을 경고한 '셸오일'
'석유시대의 종말'을 처음으로 심각하게 경고한 사람은 '셸 오일(Shell Oil)'사의 석유 공학자 '마리온 킹 허버트(Marion King Hubbert, 1903~1989)'였다. 그는 1956년에 미국 석유연구소에서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미국의 석유 보유량은 머지않아 반으로 줄어들 것이며, 1965~1971년 사이에 에너지 난에 처할 것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한동안 상승곡선을 그려왔으나, 이 곡선은 곧 최고점에 도달한 후 돌이킬 수 없는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이는 곧 석유 생산이 갈수록 어려워지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원유 수출국이었던 미국이 원유 수입국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마리온 킹 허버트'의 예측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코웃음을 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무렵에 미국은 텍사스를 비롯한 여러 유전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예언이 터무니없게 들릴 만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리온 킹 허버트'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면서 석유공학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1970년에 미국의 1일 석유 생산량이 1020만 톤으로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계속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3-2. 석유의 수명
그러면 석유는 앞으로 몇 후까지 남아 있을까? '석유의 수명'은 세계 석유의 매장량을 생산량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하는데, 이것을 '가채 연수(자원의 확인 매장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눈 지표)'라고 한다. 이때 사용하는 매장량은 지층 속의 총량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채집할 수 있는 양인 '궁극 매장량'을 사용한다. 하지만 세계의 석유 매장량에 관해서는 사실 통일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예측값은 연구자에 따라 약 270조~477조 리터로 차이가 있다. 앞으로 수명이 40년 전후로 예측되는 것은 이 궁극 매장량이 바탕으로 되어 있는 것이고, 이 값 자체가 석유 총량의 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석유 채굴의 대부분은 가장 간단하고 싼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석유가 지하의 압력으로 스스로 뿜어져 나오거나 펌프로 길어 올림으로써 회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회수율은 평균 25%이다. 나머지 75%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석유를 모래 알갱이에서 벗겨 내기 위한 계면 활성제나, 압력을 높이기 위한 가스 등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석유는 지금보다 더 비쌀 것이다.
통계적으로 발견되는 석유의 양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상의 경향만으로는 '석유의 수명은 몇 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석유의 수명을 계산할 수 있을까? 지질 조사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해서, 거기에 어느 만큼의 석유가 생기고 있는지 그 지역의 지층 역사를 복원해 가면 된다. 이 작업은 막대한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지만, 컴퓨터 기술의 발달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오차도 있겠지만, 이렇게 해야 꽤 정확한 석유 매장량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에 의해 지금까지 간과해 온 유전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
3-3. 석유가 지금까지 고갈되지 않은 이유
석유는 20세기부터 인류 문명을 떠받쳐온 핵심 자원이다. 그런데 석유가 점차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 석유는 아직 충분하다는 견해도 있다. 석유는 과연 언제까지 나올까?
석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가 정말 바닥나고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석유 가격의 인상은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지, 석유 매장량과는 관계가 없다. 예컨대, 2000년대 이후의 석유 가격의 인상은 미국과 중국에서의 소비 확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되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화, 국제 환율 등의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그 결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져 고가가 된 것이다.
석유가 지금까지 고갈되지 않은 이유는 석유 채굴의 기술적인 진보에 의해 새로운 유전이 계속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또 석유를 회수하는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수천 m가 한계라고 했던 굴착 기술도 현재에는 1만 m를 넘는다. 또 회수율을 현재 25%에서 50%까지 올리면, 석유의 수명은 2배가 된다. 물론 현재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필요한 것은 저비용으로 회수하는 기술이다.
3-4. 치솟는 석유 가격
사실 중동 각국의 석유장관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들이 발표한 '채굴 가능 매장량'에 의하면 전 세계가 앞으로 수십 년은 거뜬히 쓰고도 남지만, 이것은 원유 수입자들이 믿어주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중동의 석유장관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상황에 얽혀 '석유 매장량'을 과장해서 발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새로운 유전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석유가 완전히 바닥나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석유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의 타르 퇴적지에는 전 세계가 수십 년 동안 쓸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으나, 채산성이 맞지 않아 개발을 미루고 있다. 미국의 석탄 매장량도 300년 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적인 제한이 걸려 있는 데다가 미립자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새로 발견된 유전들은 주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역에 집중되어 있다. 원유의 가격은 각국의 정치 상황과 향후 전망, 소문 등에 달라지겠지만, 석유의 평균 가격은 앞으로도 꾸준히 올라간다는 점은 분명하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가 정말 바닥나고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석유 가격의 인상은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지, 석유 매장량과는 관계가 없다. 예컨대, 2000년대 이후의 석유 가격의 인상은 미국과 중국에서의 소비 확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되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화, 국제 환율 등의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그 결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져 고가가 된 것이다.
3-5. '에너지' 문제는 '식량 문제'와 '환경 오염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유가상승은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류 문명이 지난 20세기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값싼 석유 덕분이었다. 그런데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 '식량 수급'과 '환경오염'이 현안으로 떠오른다. 왜 그럴까? 소설가인 '제리 포넬(Jerry Pournelle)'은 이렇게 말했다. "식량과 환경오염이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에너지다. 에너지만 충분하면 수경재배나 그린 하우스를 이용하여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다. 환경오염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충분하면 오염물질을 분해하여 환경에 무해한 물질로 바꿀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 인구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들의 소비력이 증가하면서 석유와 생필품 가격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도 미국인들처럼 풍족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 대가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 점이 소모된다는 점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