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우주 (Universe)

인플레이션 이론(Inflation Theory)

SURPRISER - Tistory 2021. 8. 10. 23:45

 지금으로부터 약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했다. 1940년대 후반 이후에는 우주가 '빅뱅(Big Bang)'이라는 '불덩이 사태'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졌다. 이 무렵의 우주는 초고온이었고, 원자나 원자핵도 없이 '전자(Electron), '양성자(Proton)', '중성자(Neutron)'가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있는 '불덩이 상태'였다. 우주는 그 후 팽창을 계속했고, 현재의 광대한 우주가 되었다.

 그런데 1980년대가 되자, 물리학자들은 빅뱅 이전에 그'전(前)'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빅뱅 이전의 시대는 우주의 초급팽창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시대이다. 공간의 팽창 속도가 광속보다 빨랐다고 하니,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팽창의 정도는 '이론 모델'에 따라서 수십 자릿수나 달라지지만, 대략 말하자면 모래알이 한순간에 수백억 광년의 크기(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까지 팽창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팽창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한순간'이란 '100억 분의 1'초 이하의 초단시간이다. 인플레이션이 끝나자 수많은 물질과 빛이 태어나고, 우주는 작열하는 불덩이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빅뱅'이다. '인플레이션'과 '빅뱅'을 비교하자면, 인플레이션 시기의 팽창이 압도적이다. 인플레이션 팽창은 빅뱅 이후의 팽창 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더 격렬한 초특급 팽창이다.

 그러면 물리학자들은 왜 '인플레이션'이라는 우주의 팽창을 생각해냈을까? 그 이유는 '단순한 빅뱅 모델'로 천문학의 많은 것들이 잘 설명되지 않았지만, 우주 초기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주에 수많은 은하가 어떻게 생겼는지 등이 제대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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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빅뱅 이론
  2. 빅뱅 모델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3. 인플레이션 이론의 등장
  4. 무엇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는가?
  5. 우주의 불균일성
  6. 인플레이션 이론 검증하기
  7. 인플레이션 이론의 놀라운 예언
  8. 인플레이션과 암흑 에너지

1. 빅뱅 이론

1-1.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1929년 이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는 수축도 팽창도 안 하는 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은 이 우주관을 뒤엎었다. 허블은 천문 관측을 통해, '우리 은하(지구가 속한 은하)'에서 거리가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 은하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을 '허블-르메트르 법칙(Hubble-Lemaitre' s Law)'이라고 부른다. 허블은 이 법칙을 겨우 18개의 은하 관측으로부터 유도했다. 당시의 이 관측 데이터는 오차가 커서 천문학자들이 곧바로 납득하지 않았지만, 이후 허블이 추가 관측 데이터 등을 제시하였고, '허블-르메트르 법칙'은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로 인정받게 되었다.

 '허블-르메트르 법칙'에 의하면 '지구에서의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r)'와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v)'는 비례한다. 예컨대 지구에서 은하까지의 거리가 2배가 되면,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도 2배가 된다. 이것은 우주의 어느 방향으로도 적용된다. 그런데 은하가 계속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은하 사이의 거리가 짧았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면, 마침내 은하 간의 거리는 계산상 0이 된다. 결국, 우주의 모든 물질이 과거에 좁은 장소에 모여 있었고, 매우 고밀도 상태였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과거의 우주는 현재의 우주보다 매우 작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에드윈 허블'의 관측보다 앞서, '상대성 이론'과 '은하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과거의 우주가 작았다는 결론을 내린 사람이 있었다. 바로 벨기에의 천문학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 1894~1966)'이다. 르메트르는 1927년, 과거에 우주의 모든 물질은 한 점에 집중되어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덩어리를 '원시 원자'라고 불렀다. 당시 원자핵이 붕괴해 방사선을 내는 현상이 알려져 있었는데, 그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는 원시 원자가 붕괴해 물질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원시 원자가 붕괴해 수많은 파편으로 분열하고, 그 파편이 우주 전체 물질의 근원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원시 원자'라는 생각은 지금은 틀렸다고 밝혀졌지만, 르메트르의 이론은 '빅뱅 모델'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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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빅뱅' 이론의 탄생

 허블의 관측 이후에도 많은 과학자들은 과거의 우주가 작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주는 영원불변한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뿌리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948년, 러시아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1968)' 등은 고온, 고밀도의 과거의 불덩이 우주(빅뱅 우주)에서 대량의 헬륨이 합성되었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태양의 중심은 고온, 고밀도로, 원자를 만드는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따로 되어있는 '플라즈마(plasma: 기체 상태의 물질에 열을 가하면 만들어지는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입자들의 집합체)' 상태이다. 그리고 수소 원자핵끼리 충돌 합체를 하여 (핵융합을 하여) 헬륨 원자핵이 합성된다. '조지 가모프' 등은 과거의 '불덩이 우주(빅뱅 우주)'도 태양과 비슷한 상황에 있었으며, 활발한 '핵융합(nuclear fusion)'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우주론의 권위자였던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은 이 이론에 반발했다. 그리고 '프레드 호일'은 이 이론을 조롱하기 위해, 이 이론을 '빅뱅 가설(대폭발 가설)'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빅뱅 이름의 시초이다. 공교롭게도 빅뱅 모델의 최대 비판자가 그 이름의 명명자가 된 것이다.

1-3.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빛

 빛의 빠르기는 유한하므로, 먼 우주를 관측하는 일은 과거의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다. 1억 광년 떨어진 천체에서 오는 빛은 1억 년에 걸려 지구에 도달하는 것이므로, 1억 광년 떨어진 우주를 보는 것은 1억 년 전의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다. 예컨대,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 빛이 닿는데 약 8분 20초가량 걸리므로, 지구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언제나 약 8분 20초 전의 태양이다. 또 '오리온 성운'은 약 1500년 전의 모습, 안드로메다 은하는 약 230만년 전의 모습을 관측하는 셈이다.

  1. 플라즈마 구름(Plasma Cloud): 그러면 우주에 망원경을 대면, '불덩이 우주(빅뱅 우주)'도 보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 '불덩이 우주'는 원자가 그 상태로 있지 못하고 전자와 원자핵으로 갈라진 '플라즈마 상태'로 되어 있다. 이때의 우주는 전자와 원자핵이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고 있으므로, 이 무렵의 우주는 '플라스마의 구름'으로 가득한 상태이다. '플라즈마 구름(plasma cloud)' 안에서는 빛이 전자나 원자핵과 무수히 충돌해 곧바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것은 지구의 구름 속과 비슷하다. 구름 속에는 많은 작은 물방울이 있어, 빛이 이들과 무수히 충돌해 곧바로 나아갈 수 없다. 밖에서 구름 내부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불덩이 시대의 우주도 '플라즈마 구름'에 방해되어 불투명해지므로 보이지 않는다.
  2. 우주의 맑게 갬: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 온도가 내려간다. 충분히 온도가 내려가면, 음전기를 가진 전자가 양전기를 가진 원자핵에 잡혀서 원자를 형성한다. 그러면, 빛은 전자나 원자핵과 충돌하지 않고 곧장 나아갈 수 있다. 우주가 투명해지는 것이다. 이를 '우주의 맑게 갬'이라고 한다. 최신 천문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맑게 갬'은 우주가 탄생한지 38만 년 뒤에 일어났다고 생각된다. 이 무렵의 우주의 빛은 현재 지구까지 도달하므로 관측이 가능하다. 즉, 이 시대의 빛이 현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우주의 빛이다. 이 시대의 우주는 '우주 배경 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에 의해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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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빅뱅 모델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2-1. 우주 배경 복사

 모든 물체는 그 온도에 상응하는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온도가 높은 물질일수록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따라서 예컨대, 용광로 안의 온도는 거기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조사하면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의 우주가 정말 불덩이 상태였다면, 과거의 우주는 그 온도에 상응하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우주의 맑게 갠 시대'의 우주는 절대 온도 3000K 전후가 되므로, 이 온도에 상응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다만, 우주의 팽창에 의해 이 빛의 파장은 늘어난다. '조지 가모프' 등은 계산을 통해 현재의 우주에서는 이 빛이 절대온도 5K 정도의 빛(마이크로파)으로 관측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이 바로 '우주 배경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이다.

 드디어 1965년, 미국의 벨 연구소의 전파 망원경이 이 '우주 배경 복사'를 포착했다. 그 온도는 절대 온도 약 3K였는데, 이것은 '조지 가모프'가 예상한 수치와 매우 가까웠다. 이 관측에 의해 '빅뱅 모델'은 근거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빅뱅 모델(Big Bang model)'에는 몇몇 문제가 나타났다. 그중 한 예를 소개한다.

2-2. 빅뱅 모델의 문제

 관측된 배경 복사는 천구의 모든 방향에서 거의 같은 온도의 빛으로 왔다. 예컨대 어느 방향과, 그와는 정반대 방향의 배경 복사온도를 생각해 보자. 어느 방향에서 온 배경 복사는 '맑게 갠' 시대의 우주의 A 지점에서 137억 년 걸려 겨우 지구에 도달했으며, 정 반대의 방향에서도 마찬가지로, 배경 복사는 '맑게 갠' 시대의 우주의 B 지점에서 137억 년 걸려 겨우 지구에 도달했다. 또 A와 B 지점뿐만 아니라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오는 배경 복사가 같은 온도였다. 그런데 단순한 빅뱅 모델에 의하면, 이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왜 그럴까?

 빛의 빠르기는 자연계에서 최고 속도이므로, A 지점과 B 지점은 우주 탄생으로부터 현재까지 물질적으로 '교류'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빛이나 중력을 통한 상호 작용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서로 섞이는 기회'가 없었을 것이므로, 이 두 지점이 같은 온도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빅뱅 모델'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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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플레이션 이론의 등장

 1980년대가 되자, '빅뱅 모델'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바로 '초기 우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빠르기로 급팽창했다'라고 생각하는 '인플레이션 이론(Inflation Theory)'이 등장한 것이다.

3-1. '우주 배경 복사'가 거의 균일한 문제

 온도는 장소에 따라 불규칙한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초기 우주 안의 작은 영역에서는 온도가 거의 균일했다. 그 작은 영역에 비균일화가 되는 틈을 주지 않고, 한순간에 큰 우주로 급팽창했다면, 우주는 거의 균일한 온도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현재 관측되는 우주 배경 복사가 어느 방향에서나 거의 균일하다는 것을 잘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우주 초기의 급팽창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의 우주는 10의 수십 제곱분의 1초라는 한순간에, 그 크기가 수십 자릿수나 팽창했다고 생각된다. 인플레이션이 끝난 다음의 우주의 팽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정도의 맹렬한 속도의 급팽창이 일어났다면, 빅뱅 모델이 가지고 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2. '홀극' 문제

 '홀극(Monopole)'이란 N극 또는 S극의 자기만 가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소립자(Elementary Particle)'이다. '전기(Electricity)'는 '양(+)'과 '음(-)'으로 따로따로 나누어지지만, '자기(Magnetism)'는 N과 S극으로 나눌 수 없다. 자석은 아무리 작게 나누어도 N극과 S극의 양쪽을 갖는다.

 하지만 소립자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는 많은 '홀극(Monopole)'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우주에도 '홀극'이 대량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이 문제는 '빅뱅 모델(Big Bang Model)'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기 우주에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현재 '홀극'의 밀도는 극단적으로 희석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의 우주에서는 홑극의 밀도가 낮아, 관측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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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엇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는가?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도입함으로써, '빅뱅 모델'이 가지고 있던 어려운 문제들은 해결되었다. 그러면, 초기 우주를 급팽창 시킨 원인은 무엇일까? 물체의 중력은 우주를 수축시키는 '인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면 그 반대의 '반발력'이 필요하다. 우주를 팽창시키는 '반발력'을 처음으로 제창한 사람은 상대성 이론을 창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였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공간은 고무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원래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우주 전체에 적용시키려고 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은하 등의 중력이 우주를 수축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정적인 것으로, 수축되거나 늘어나는 일은 없다.'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공간 자체가 반발력의 효과를 가져, 물질의 중력에 의한 인력의 효과를 지우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공간이 가진 반발력은 '우주 반발력' 또는 '우주 상수(Cosmological Constant, 기호 Λ)'라고 불린다. '우주 상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에서 '우주 반발력'이 상수로 표현되는 데서 나온 용어이다. 하지만 허블에 의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우주 반발력'을 철회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 반발력에 대한 생각을 '생애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 '인플레이션 이론'이 등장하면서, 초기 우주에는 '우주 반발력'과 같은 어떤 에너지가 진공을 채우고 생각하게 되었다. '진공'은 '빈 공간'이므로 진공에 무언가가 채워져 있다는 것은 참 이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는 물질을 제거해도, 물질이 아닌 무언가가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현대 물리학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어떤 에너지'의 정체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1980년 무렵,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이론'을 제창한 '앨런 구스(Alan Guth)' 박사는 소립자 물리학을 이용해 '힉스 입자(Higgs particle)'가 소립자가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설을 제창했다. 하지만 현재는 '힉스 입자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다.'라는 설은 부정되고 있다. 현재는 우주 초기에 반발력의 효과를 낳게 한 정체불명의 '어떤 것'을 '인플라톤(Inflaton)' 또는 '인플라톤장'이라고 부르며, 이에 따른 다양한 이론 모델이 제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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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인플레이션에서 빅뱅으로(인플라톤의 붕괴)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인플라톤'은 곧 붕괴한다. 인플레이션이 끝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성자'는 양성자와 전자, 그리고 중성미자로 붕괴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베타 붕괴) 중성자라는 입자가 전혀 다른 종인 여러 입자로 바뀌는 셈이다. '인플라톤(inflaton)'도 마찬가지로 붕괴하면서 다양한 소립자를 탄생시킨다.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의 초급팽창을 일으킨 '인플라톤의 에너지(진공 에너지)'는 엄청난 것이므로, 그 붕괴로 인해 생기는 소립자와 에너지도 엄청난 양이다.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이나 빛 등은 모두 인플라톤의 붕괴에 의해 탄생했다고 생각된다.

 '인플라톤'이 붕괴하면 인플레이션은 끊나지만, 기차가 급정거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팽창도 완전히 멈추지 못한다. 우주는 그 뒤 팽창의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지금까지도 완만한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원래 인플레이션 이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뜨거운 우주가 먼저 있고 그 뒤에 인플레이션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끝난 뒤에 물질과 빛, 열이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알게 된 후에는, 초기 우주의 변천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 '인플라톤의 에너지(진공 에너지)'로 채워진 지극히 작은 우주가 있었다. 그 작은 우주가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서 큰 우주로 성장한다. 그리고 인플라톤의 붕괴로 인플레이션이 끝나자, 물질과 빛, 열이 생겨서 '불덩이 우주(빅뱅 우주)'가 탄생했다.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불덩이 상태가 되기 전에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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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주의 불균일성

 우주에는 수천억 개 정도의 항성이 모인 '은하(Galaxy)'가 있고, 은하가 수백 개 정도 모인 '은하단(Galaxy cluster)'이 있고, 그리고 더 무수히 많은 은하가 이어진 '대규모 구조(Large Scale Structure)'가 있다. 이것이 우리 '우주의 구조'다. '우주의 구조'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씨'가 필요하다. '씨(Seed)'라는 것은 탄생 직후의 우주에 있어야 할 '물질 밀도의 근소한 불균일성(얼룩)'을 말한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은 주위의 물질에 중력을 미친다. 그리고 중력은 질량에 비례해, 물질 밀도가 약간 높은 영역은 중력으로부터 물질을 잡아당긴다. 그러면 더욱 밀도가 높아지고 중력이 강해진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물질 밀도의 불균일성이 커지고, 은하나 은하단, 대규모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빅뱅 모델'에서는 초기 우주의 광대한 범위에 불균일성을 만드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면, 우주의 불균성일성을 만든 것, 다시 말해 '우주의 구조'의 '씨'를 심은 것은 무엇일까? 우주의 씨를 심은 것 또한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양자역학적 효과에 의해 우주에 생긴 운동에너지의 미시적 요동, 즉 불균일을 낳는 것을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양자 요동'에 의해 '인플라톤'이 만드는 에너지의 분포는 필연적으로 근소하게나마 불균일해진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의해 인플라톤의 불균일성은 균일화될 틈이 없었고, 우주는 단번에 급팽창하였다.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인플라톤에서 물질이 탄생하면, 인플라톤의 불균일성은 물질 밀도의 불균일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인플레이션의 양자 요동이 우주의 물질 밀도의 불균일성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초기 우주의 물질 밀도의 근소한 요동은, 오랜 세월을 거쳐 은하와 은하단, 대규모 구조 등으로 성장했다. 만약 초기 우주에 물질 밀도의 불균일성이 없었다면, 가스가 거의 균일하게 분포된 우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지나치게 불균일했다면 거대한 중력을 가지고 있는 천체인 '블랙홀(black hole)'이 엄청나게 많은 우주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양자 요동 (상상도)

6. 인플레이션 이론 검증하기

 그러면 '인플레이션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인플레이션 이론'을 뒷받침하는 천문 관측 결과는 NASA의 우주 배경 복사 탐사 위성 'COBE(1989년 발사됨)'와 그 후속선 'WMAP(2001년 발사됨)'의 관측을 통해 나왔다. COBE와 WMAP는 모두 우주에서 배경 복사를 관측하는 위성으로, COBE의 분해능은 7°, WMAP의 분해능은 0.3°였다. '분해능'이란 망원경 등으로 관찰 대상의 세부를 판결하는 능력, 즉, 검출할 수 있는 최소 각도를 말하는 것이다. 배경 복사는 전 우주 공간에서 대개 균일하다. 하지만 COBE 위성은 1992년에 배경 복사 온도에 10만 분의 1 정도의 극히 적은 불균일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평균치 절대온도 약 2.7K에서 편차가 10만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주의 맑게 갬' 시대 이전까지 배경 복사의 근원이 되는 빛은 물질(전자나 원자핵)과 무수히 충돌하면서 서로 무수히 충돌하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배경 복사의 온도 변동은 초기 우주의 물질 분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배경 복사'의 온도 변동은 초기 우주의 물질 밀도의 근소한 불균일성은 '우주 구조의 씨'를 나타내는 것이다.

6-1. 우주 배경 복사

 아래의 사진은 우주 배경 복사 탐사 위성 COBE, WMAP, Plank가 관측한 '우주 배경 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 데이터이다.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오는 특징을 온도로 환산해 나타내고 있다. 온도 평균은 약 2.73K이다. 노란색 부분이 온도가 높은 곳이고 파란색 부분이 온도가 낮은 곳이다. 단, 이 온도의 차이는 10만 분의 1 정도로 극히 작은 것이다. 10만 분의 1정도의 미세한 '불균일'이 있다는 사실은 미세한 온도 차이가 있었다는 뜻이고, 온도가 불균일하다는 것은 물질 분포에도 차이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 사실은 빅뱅 우주론을 성립시키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빅뱅 우주론의 시나리오에서는 우주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은 중력으로 끌어당긴다. 따라서 주위보다 물질의 밀도가 아주 약간 높은 영역은 주위보다 중력이 미세하게 강해지기 때문에 물질을 끌어당긴다. 그 결과, 그 영역은 중력이 더욱 강해져서 물질을 더 끌어당긴다. 이렇게 해서 우주에는 은하나 대규모 구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COBE의 결과가 빅뱅 우주론에서 예측한 결과와 잘 일치했다. 이로써 우주의 시작에 '빅뱅'이 있었다는 것은 확정적인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 WAMP와 Plank의 관측으로 더욱 확정적인 사실이 되었다.

  1. Cobe 1992: Cobe 1992은 NASA의 우주 배경복사 탐사 위성 'Cobe'가 관측하고 2003년에 발표된 '우주 배경 복사' 데이터이다. 관측 결과 10만 분의 1 정도의 극히 미세한 '불균'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 WMAP 2003: WMAP 2003은 NASA의 우주 배경복사 탐사 위성 'WMAP'이 관측하고 2003년에 발표된 '우주 배경 복사' 데이터이다. 파란색은 온도가 평균보다 낮은 영역이고, 빨간색 부분은 평균보다 온도가 높은 영역이다. COBE의 영상보다 30배나 더 정밀하고 자세히 조사되었다.
  3. Planck 2013: Planck 2013은 NASA의 우주 배경 복사 탐사 위성 'PLANK'가 관측하고, 2013년에 발표된 '우주 배경 복사'이다.

6-2. 어떤 크기의 밀도 요동도 대개 같은 크기에서 성장했다.

 그런데 물질 밀도의 요동에도 여러 크기가 있다. 여기에서 크기란 '요동을 파동으로 표현했을 때의 파장'을 말한다. 작은 크기의 요동은 은하의 씨가 되었고, 큰 요동은 은하단이나 '대규모 구조'의 씨가 되었다. COBE와 WMAP의 관측 분석에 의하면, 어떤 크기의 밀도 요동도 '대개 같은 크기(파동으로 표현했을 때 진폭이 같은 크기)'에서 성장하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인플레이션 이론'이 예측한 것과 잘 일치한다. 이 관측 결과 등에 의해, '인플레이션 이론'은 천문학에서 그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WMAP의 관측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이 재기되었다. 어떤 크기의 밀도 요동도 대개 같은 크기에서 성장했다고 했지만, WMAP의 정밀한 관측해서는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 약간의 오차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이 연이어 두 번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이 약간의 오차가 설명된다. 정말 인플레이션은 두 번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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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플레이션 이론의 놀라운 예언

7-1. 관측 가능한 우주

 '우주'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의 반지름은 410억 광년 정도라고 생각된다.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이므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를 '137억 광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사이에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그 효과를 생각하면,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137억 년의 3배 정도인 410억 광년 정도가 된다. 물론 410억 광년이라는 이 수치는 우주 팽창의 방식(감속 팽창 또는 감속 팽창)에 따라서 바뀌게 된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관측 가능한 우주'는 공간이 이어진 광대한 우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빛의 속도는 유한한데, 그 바깥 영역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우주 탄생에서 현재까지 자연계의 최고 속도인 빛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한다. 반대로 '관측할 수 없는 우주'는 우주 탄생 이후 빛이 도달하는 범위보다 먼 영역을 말한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끝'을 '우주의 지평선(Cosmological Horizon)'이라고 부른다.

7-2. '우주의 지평선' 너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 안에서는 우주 배경 복사가 거의 균일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지평선을 훨씬 멀리넘은 규모에서 우주를 보면, 배경 복사는 불균일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지평선에서 훨씬 멀리 있는 우주 영역은 우리 우주와는 그 모습이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어떤 모델에 따르면, '우주의 지평선(Cosmological Horizon)' 훨씬 저 멀리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가 137억 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주는 어떤 형용사를 쓴다고 해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다고 생각된다. '인플레이션 이론'이 옳다면, '관측 가능한 우주'는 먼지와 같은 존재처럼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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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우주의 다중 발생

 '인플레이션 이론'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암시한다. '광대한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모든 장소에서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소마다 시간차가 생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영역을 '가짜 진공(False Vacuum)'이라고 부르고, 인플레이션이 끝난 영역을 '진짜 진공(True Vacuum)'이라고 부른다. 인플레이션이 끝나 가고 있는 우주는 '가짜 진공' 안에 '진짜 진공'의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이 자꾸 커진다. 진짜 진공의 거품은 가짜 진공의 영역을 '찌부러지게 밀고' 나가며, 가짜 진공의 영역의 표면적은 0에 접근하게 된다. 이것은 '진짜 진공'의 영역에서 본 결과이다. 하지만 가짜 진공 쪽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된다. 가짜 진공 영역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부피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밖에서 보면 표면적이 0에 접근하고, 안에서 보면 부피가 커지고 있다'라는 말을 모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시간과 공간의 이론인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입장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따라서 관측자 A와 B가 공간의 크기에 대해 관측한 결과가 다르다고 해도, 어느 한쪽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양쪽을 관측 결과가 모두 옳다는 것이 '상대성 이론'의 결론이다.

 진짜 진공에 밀려, 찌부러졌을 가짜 진공의 영역은 '자식 우주'가 되어 연명한다. 그리고 같은 메커니즘으로 자식 우주는 손자 우주를 낳고, 손자 우주는 증손자 우주를 낳는 식으로 우주는 다중 발생을 되풀이한다. 진짜 진공의 거품은 맹렬한 속도로 커지고, 공간을 메워 나간다. 진짜 진공으로 메워진 영역, 즉 우리의 우주에서 보면 가짜 진공의 영역은 그야말로 찌부러져 간다. 하지만 가짜 진공의 영역 안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을 계속하고 있고, 우리의 우주와 같은 크기의 공간(시공)으로까지 팽창한다. 이것이 '자식 우주'이다. '자식 우주'와 '부모 우주'는 '아인슈타인 로젠의 다리(웜홀)'이라고 불리는 시공의 '잘록한 것'으로 이어져 있다.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는 진짜 진공의 영역, 즉 우리의 영역에서 보면 '블랙홀(Black Hole)'로 보인다. 이 시공의 잘록한 것은 언젠가 떨어져 나가서, 자식 우주와 부모 우주는 완전히 분리된다고 생각된다.

'에너지의 산' 건너편에 '진짜 진공'이 있을지도 모른다.

8. 인플레이션과 암흑 에너지

8-1. 우주의 가속 팽창

 1998년, 2개의 독립된 관측팀이 천문 관측을 통해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관측팀은 '에드윈 허블'처럼, 천체가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와 밝기를 다양한 거리에 있는 천체에서 관측하고, 우주 팽창의 모습을 자세히 조사했다. 그 결과, 과거의 우주는 지금보다 팽창의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는 가속되고 있었다.

 물질에 의한 중력은 우주 공간을 수축시키려 한다. 그래서 이때까지는 우주의 팽창 속도가 계속 감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말은, 중력을 거스르는 '반발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로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우주 반발력'이 모습을 바꾸어 부활하게 되었다. 우주 공간을 채우고, 공간을 눌러 퍼지게 하는 '반발력'을 만들어 내는 이 정체불명의 에너지원을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른다.

8-2. 새로운 물리학이 탄생할까?

 초기 우주에서의 인플레이션은 '인플라톤(Inflaton)'이 만드는 에너지에 의해 일어났다. 그런데 현재의 우주의 가속 팽창 또한 인플레이션과 비교하면 아주 느린 가속이지만, 이 둘은 서로 비슷하다. 인플라톤과 암흑 에너지의 관계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암흑 에너지와 인플레이션은 아주 깊은 곳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우주는 어쩌면 '제2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흑 에너지 문제는 기존의 물리학 이론에서는 규명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20세기에 몇 가지 어려운 문제를 두고,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과 '양자역학(Quantum Theory)'이 탄생했다. 마찬가지로 암흑 에너지 문제가 새로운 물리학의 탄생으로 연결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