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공학 (Engineering)

'와인'의 과학

SURPRISER - Tistory 2024. 1. 18. 18:17

 '와인(Wine)'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술 중에 하나이다. 와인은 처음에 우연의 산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맛에 매료된 사람들이 그 기술을 발전시켜 '양조(Brewing)' 방법을 확립하였다. 또한 현대에는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포도의 생산', '효모의 개발' 그리고 '발효'와 '숙성'이라는 와인 제조 공정이 개량되고 있다. 맛있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1. '와인'이란?
  2. '와인'의 재료와 양조 방법
  3. 알코올 발효
  4. '효모'는 맛까지 바꾼다.
  5. 맛을 순하게 하는 '말로락틱 발효'
  6. 숙성(Aging)
  7. 와인용 포도

1. '와인'이란?

 '와인(Wine)'이란 일반적으로 생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술을 가리킨다. '와인'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기원전 6000년 무렵의 '조지아'의 유적에서 이미 와인이 만들어졌다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그 시기에 와인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당시의 토기 파편에, 와인에 대량으로 들어있는 '주석산(Tartaric Acid)'이라는 화합물이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와인이 그렇게 오랜 옛날부터 만들어진 데에는 와인이 포도만을 원료로 하는 단순한 제조 공정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술이라는 점이 큰 이유가 되었다.

 '와인'은 '맥주'와 마찬가지로 '양조주'이다. '양조주(Brewed Alcoholic Beverage)'는 곡류나 과일 따위를 알코올 발효(Alcohol Fermentation)'시켜 만드는 술이다. '효모(Yeast)'라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당분이 '에틸알코올(Ethyl Alcohol)'과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것이 '알코올 발효'이다. 포도 껍질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함께 '효모'도 달라붙어 있는데, 포도 열매 안의 당류는 그대로 효모의 먹이가 된다. 게다가 '수분'도 풍부하다. 포도는 술이 만들어질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세계 최초의 와인은 뭉개진 포도가 발효해 자연 발생적으로 양조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 후, 포도를 으깨어 그릇에 담아 '자연 발효'로 와인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편, '맥주'는 곡물의 보리를 원료로 만드는 술이다. 곡물에는 효모가 붙어 있지 않고, 효모가 이용할 수 있는 당분도 충분히 들어 있지 않다. 곡물에는 당인 연결되어 생긴 '전분'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곡물로 술을 만들려면, 먼저 전분을 분해해 당으로 바꾸는 '당화(Saccharification)' 작업이 필요하다. 이처럼 '당화'와 '알코올 발효'의 2단계를 거쳐 양조하는 제법을 '복발효(Two‑Step Fermentation)'라고 한다. 곡물은 수분이 적기 때문에 술로 만들기 위해서는 '물'도 필요하다.

 이에 반해 포도를 직접 발효시켜 만드는 와인의 제조법을 '단 발효(Single‑Step Fermentation)'라고한다. '단 발효'인 와인의 양조는 고대부터 이미 양조 방법이 고안되어 있었다. 기원전 3000년 무렵의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포도가 탐스럽게 영근 모습', '포도 시렁이 있는 '포도밭', '와인을 만드는 상세한 작업'이 그려져 있어 와인 산업이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로마 제국 시대에는 포도 재배법과 양조법이 확립되었다. 현재는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하면서, 과학적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공정이 개발되어 보다 안정적으로 맛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알코올 발효(Alcohol fermentation)

2. '와인'의 재료와 양조 방법

 '레드 와인(Red Wine)'은 아름다운 붉은색이며 떫은맛과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화이트 와인(White Wine)'은 투명한 연노란색에 상큼한 향과 깊은 맛이 매력적이다. 화려한 장미색의 '로제 와인(Rose Wine)'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양쪽의 매력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런 색과 맛의 차이는 원재료인 '포도의 종류'와 '양조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1. 레드 와인(Red Wine): '레드 와인'은 껍질이 빨간색 또는 검정색인 흑포도를 으깨고 그대로 발효시켜 만든다. 포도 껍질은 향의 원료를 많이 품고 있다. 원래 상태로는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없지만, 발효를 거치면 향이 살아나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 또 껍질과 씨에는 독특한 떫은맛을 지닌 '탄닌(Tannin)'이라는 '폴리페놀(Polyphenol)'이 많이 들어 있다. '레드 와인'의 특징의 하나인 '색'과 '떫은맛', '풍부한 향기'는 껍질과 씨앗에 의해 만들어진다.
  2. 화이트 와인(White Wine): '화이트 와인'이 투명한 연노란색이 되는 이유는 포도 껍질의 색이 황록색인 화이트 와인용 백포도를 사용해, 과즙만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3. 로제 와인(Rose Wine): '로제 와인'에는 3종류의 양조 방법이 있다. 첫째는 레드와인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고 색이 짙어지기 전에 일찍 착즙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흑포도의 과즙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흑포도와 백포도의 과즙을 섞어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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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코올 발효

3-1. '단맛'과 '신맛'은 발효의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와인 양조'에서 '알코올 발효'는 와인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코올 발효'에서 알코올이 생길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와인의 맛도 크게 바뀐다. 예컨대 당분을 거의 모두 사용할 때까지 발효시키면 생성되는 알코올의 양은 많지만, 당분이 남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고 단맛이 적은 맛(신맛)'이 된다. 이와 반대로, 발효가 도중에서 멈추도록 제어하면, 생성되는 알코올의 양은 적고 발효에 사용되지 않은 당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단맛이 된다. 다만, 신맛의 와인에 과즙과 당분을 첨가해 단맛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도중에 '발효'를 멈추려면 어떻게 할까? 와인 제조 공정에서는 효모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온도를 낮추거나, '아황산(Sulfurous Acid)'을 첨가한다. 또 큰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선는 '원심 분리기'를 사용해 효모를 제거하기도 한다. 사실 '알코올'이 높은 환경은 효모에게는 가혹한 환경이다. 와인 양조에 사용되는 효모는 알코올 내성이 있는 종류이지만, 그렇더라도 보통은 15% 정도가 한계이다.

3-2.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알코올 발효'를 1번이 아니라 2번 함으로써 특수한 와인을 제조하기도 한다. '샴페인(Champagne)'으로 대표되는 '스파클링 와인'이 그것이다. '탄산가스'가 들어 있어 입안에서 터지는 듯한 맛이 매력인 '스파클링 와인'은 '알코올 발효' 방식을 개량해 만든다. '스파클링 와인도 처음 공정은 일반 와인과 다르지 않다. 포도 과즙에 와인 전용 효모를 첨가해 '알코올 발효'를 한다. 하지만 최초의 알코올 발효로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와인 안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초의 알코올 발효로 생긴 와인을 병에 담고, 거기에 당분과 효모를 추가한다. 그리고 뚜껑을 씌워 밀폐하고, 병안에서 다시 '알코올 발효'를 한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생긴 이산화탄소는 밀폐된 용기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와인 안으로 녹아든다. 그 결과, 탄산을 지닌 '스파클링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 밖에 병이 아니라 특수한 내압성 탱크 안에서 2차 발효를 시키는 방법과 일반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고 나중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탄산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넣는 방법은 거품이 사라지기 쉬워 비교적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에 많이 사용된다. '스파클링 와인'에는 '화이트 와인'이 많지만 '로제 와인'이나 '레드 와인'으로도 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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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효모'는 맛까지 바꾼다.

 '효모(Yeast)'가 '알코올 발효'에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발효' 중에는 향기의 성분을 만들거나 포도의 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와인용 포도의 껍질에는 향의 근원이 되는 '배당체(Glycoside)'가 많이 들어 있다. '배당체(Gglycoside)'는 향기 성분에 당 사슬이 결합한 것으로, 그대로는 향을 풍기지 않는다. 효모가 만드는 효소에 의해 당 사슬이 끊어져 향기가 나는 것이다. '배당체'에서 유래한 향기에는 '라벤더 향'인 '리나롤(Linalool)', 장미 향'인 '게라니올(Geraniol))', 설탕애 절인 사과 향인 '베타-다마세논(ß-Damascenone)', 클로브라는 향신료의 향인 '오이게놀(Eugenol)' 등이 있다.

 '효모'에 의해 '알코올 발효' 이외의 화학 반응도 많이 일어나며, 그것도 와인의 향과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생성되는 맛과 향도 변한다. 고대에는 와인의 '알코올 발효'는 포도의 껍질과 용기 등에 붙어 있는 자연 효모에게 맡겼다. 그러나 현대에는 원하는 맛과 향기를 만들기 위해 배양된 효모를 사용해 발효를 촉진시키는 방법이 주류를 이룬다.

 '와인의 맛과 향기에 대한 평가'는 '와인의 성분 분석'과 '사람에 의한 관능 평가'로 이루어진다. 와인의 향기에는 수천 개에 이르는 물질이 복잡하게 관여하고 있어, 성분 분석만으로는 추측하기 어렵다. 향기를 느끼는 방식에는 개인차도 있다. '피노 누아르(Pinot noir)'라는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에는 '배당체(Glycoside)'에서 유래한, 제비꽃 향기를 지닌 '베타-이오논(β-ionone)'이 들어 있다. 그러나 30~50%의 사람이 이 향기를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Olfactory Receptors)'는 그 유전자의 개인차에 따라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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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맛을 순하게 하는 '말로락틱 발효'

 효모를 사용해 '알코올 발효'를 한 다음, '젖산균(유산균)'을 사용해 다시 한번 발효시키기도 한다. 특히 레드와인에서 일어나는 그런 발효는 '말로락틱 발효(Malolactic fermentation)'라는 공정이다. '말로락틱 발효'의 주된 목적은 와인의 신맛을 억제해 순한 맛을 만들기 위함이다. '알코올 발효' 후의 와인에는 '사과산(Malic Acid)'이 들어있다. '사과산'은 '타타르산(Tartaric Acid)'과 함께 포도에 원래 들어 있는 산이다. '사과산'은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레드 와인의 떫은맛 등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젖산균을 사용해 사과산을 '젖산(Lactic Acid)'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신맛을 줄여 입에 순하게 하는 것이 '말로락틱 발효'의 주된 역할이다.

 '말로락틱 발효'를 하면 맛도 변한다.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이 '구연산(Citric Acid)'에서 '디아세틸(Diacetyl)'을 생성하기 때문에, 버터 같은 향기가 생긴다. 이처럼 사과산의 분해만이 아니라 젖산균에 의한 다양한 물질의 변화도 와인의 향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자주 이용된다. 현재는 향미를 다양하게 할 목적으로 일부 '화이트 와인'에서도 '말로락틱 발효'를 한다. 그러나 모든 '젖산균'이 '말로락틱 발효'에 사용하기에 적절한 것은 아니다. '알코올 발효' 후의 와인은 '사과산' 등의 영향으로 산성도가 높아, 젖산균에게는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발효가 어려운 강한 산성이라는 조건에서도 활동하는 젖산균이 개발하고, 그것을 첨가하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젖산균'의 육종이 와인을 진화시킨 예를 살펴보자. '젖산균'은 '말로락틱 발효' 시에 '티라민(Tyramine)'이라는 질소 화합물을 만든다. 드물게 '레드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이 있는 것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티라민(Tyramine)'의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배양한 젖산균 중에서 '말로락틱 발효' 시에 '티라민'을 거의 생성하지 않는 것이 선택되었다. 현재는 이 젖산균을 이용해 두통을 일으키지 않는 와인을 만든다.

젖산균에 의한 '말로락틱 발효'

6. 숙성(Aging)

6-1. 숙성을 통해 색깔과 떫은맛이 변한다.

 와인을 만든 다음 일정 기간 저장해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이 과정을 '숙성(Aging)'이라고 한다. 특히 레드 와인은 1년 단위로 숙성이 이루어진다. 레드 와인이 지닌 '탄닌(Tannin)'의 떫은맛을 순하게 하고, 빨간색 색소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을 안정화시켜 진한 갈색을 내기 위함이다. '탄닌'과 '안토시아닌'은 모두 포도 껍질과 씨에 포함된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이다.

 숙성을 통한 이 물질들의 변화는 과학적으로 계속 연구 중이지만, 아직 수수께끼도 많다. 사실 '탄닌'은 다양한 고분자로 이루어진 혼합물이다. 따라서 '탄닌'의 반응은 복잡해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 떫은맛을 느끼는 메커니즘도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아 이해하기가 더 어렵다. 다만 현재로서는 '탄닌'이 침 속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응집시킴으로써, 혀 점막을 수축시켜 떫은맛을 느낀다는 설이 유력하다. '탄닌'은 길게 연결된 고분자로, 길수록 입안의 단백질과 반응해 강한 떫은맛을 느끼게 한다고 생각된다. 와인을 숙성하는 동안, 산성 환경에서 탄닌은 조금씩 분해되어 짧아진다. 따라서 '숙성'을 통해 떫은맛이 약해진다고 생각된다.

 또 '탄닌(Tannin)'은 와인 속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과도 결합한다. 그러면 분자 구조가 변해, 입안의 단백질과 반응하기 어려워 떫은맛이 줄어든다. '안토시아닌'과 '탄닌'이 결합하면서 진한 갈색이 되고 변화하기 어려운 물질이 된다. 이런 반응은 숙성 중에 레드 와인이 산소와 적당하게 접하면서 진행된다.

6-2. 숙성에 나무통을 사용하는 이유

 숙성 중인 와인이 나무통에 담겨있는 광경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무통은 적절한 통기성이 있어, 나무통을 사용함으로써 와인을 조금씩 산소와 접하게 하면서 숙성시킬 수 있다. 와인의 숙성에는 '오크(Oak)'라는 목재로 만들어진 '오크통'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오크통에서 녹아 나온 성분도 와인에 좋은 향기를 제공한다. 예컨대 바닐라 향이 나는 '바닐린(Vanillin)', 코코넛과 같은 달콤한 향인 '락톤(Lactone)' 등이 있다. 또 타무통을 만드는 목재를 구어, 와인에 구수한 복잡한 향기가 스미게 한다.

 나무통 살균에는 예로부터 '이산화황'이 이용되었다. 나무통 안에서 작은 황 덩어리를 태와 통 안을 '이산화황(SO2)'으로 가득 채워 살균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와인의 '산화'도 방지한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배경도 있어, 지금도 '이산화황'은 와인 제조에 이용된다. 와인의 상표를 보면 대부분의 와인에서 '아황산염', '아황산칼륨'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다. '아황산'은 '이산화황이 물에 녹은 것'으로, 와인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식품 첨가물이다.

 와인에 미치는 '아황산'의 기능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미생물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아황산'의 강한 살균 작용을 통해, 양조 중에 와인 효모 이외의 잡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고 산화를 방지한다. 와인 효모는 다른 미생물보다 아황산에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황산이 있는 환경에서도 '알코올 발효'를 할 수 있다. 또 '아황산'의 농도를 높여 와인 효모의 작용을 멈추게 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알코올 발효' 중에 '아황산'이 첨가된다. '아황산'은 살균 작용 외에 불필요한 산화를 방지하는 작용도 한다. 와인은 생성된 향기와 색깔이 산화로 손상되기 쉽다. 이런 현상을 막아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아황산'은 꼭 필요한 첨가물이다.

 와인에 일부러 곰팡이를 키워 만드는 특수한 와인도 있다. '귀부균(학명: Botrytis cinerea)'가 달라붙어 썩은 '귀부 포도'로 만드는 향기가 진하고 달콤한 '귀부 와인(Botrytised Wine)'이 그것이다. '귀부 와인'은 매우 희소하기 때문에 '와인의 제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귀부균'이 포도껍질의 '왁스질(표면을 덮은 에스테르 성분)'을 파괴하면, 그 구멍을 통해 과즙 속의 수분이 증발해 당도가 훨씬 농축된다. 그리고 입맛에 관여하는 '글리세롤(Glycerol)'이라는 성분과 '귀부향'이라는 특유의 향기와 그 바탕이 만들어진다. '귀부균'은 원래 잿빛곰팡이를 팔생시키는, 포도에게는 해로운 균이다. 그러나 낮에 맑은 날이 이어져 건조하고, 밤에 어느 정도 습독 유지되는 기상 조건을 충족하면, 균이 껍질에서 알맞게 번식해 매우 달콤한 '귀부 포도'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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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와인용 포도

 와인 제조의 주역은 결국 '포도'이다. 와인은 포도 그 자체가 맛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인 제조에는 전용으로 선택된 품종의 포도가 사용된다. 와인용 포도에는 식용 포도에 비해 무게당 당과 산이 많이 들어 있다. 또 껍질에는 와인의 '색깔', '맛', '향기'에 관여하는 성분이 풍부하다. 와인용 포도도 날로 먹을 수 있지만, 알이 작은 포도가 많고, 씨가 많고, 과즙이 적으며, 껍질에 떫은맛이 강하다는 특징 때문에,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와인용 포도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된다. 주요 재배 지역은 북위 30~50°, 남위 20~40°에 있으며, 밤낮의 기온 차가 큰 곳이 적합하다. 특히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서 재배된다. 수분이 부족하고 적당한 건조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포도 알의 당도가 높아지고, 향기 성분과 껍질의 색소도 많아진다. 또 일조 시간이 길어지면서 광합성이 활발해져, 당분의 증가와 함께 향기 성분의 생성이 촉진되어 '와인'에 알맞게 된다. 다만, 최근에는 온난화의 영향도 있어, 세계적으로 포도밭이 고지·고위도로 이동하고 있다.

 재배되는 포도의 품종은 나라와 지역별로 다르며, 포도는 같은 품종이라도 '토양', '기온', '일조 시간', '강우량' 등의 자연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품종과 품질의 차이가 와인의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 예컨대 포도를 많이 재배하여 와인 생산이 많은 유럽에서는 국제 품종이라는 레드 와인용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즈(Shiraz), 화이트 와인용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청수', '두누리', '리슬링' 등이 많이 재배된다.

포도의 품종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레드 와인용
시라즈(Shiraz) 레드 와인용
두누리 레드 와인용
샤르도네(Chardonnay) 화이트 와인용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화이트 와인용
청수 화이트 와인용
  1.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탄닌'이 많아 강한 떫은 맛을 지니다. '소비뇽 블랑'과 스페인 원산의 '카베르네 블랑'의 자연 교배로 생겼다. 원산지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미국', '칠레' 등에서 세계적으로 재배된다. 산지와 관계없이 포도 품질을 유지하기 쉬워 가장 널리 재배되는 품종의 하나이다.
  2. 시라즈(Shiraz): 껍질이 두껍고 신맛이 강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프랑스에서 많이 재배된다. 이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은 '스파이시(Spicy)'라고 표현하는 향기가 특징이다.
  3. 두누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쉴러' 품종에 '캠벨 얼리' 품종을 교배하여 최종 선발 명명한 품종이다. 한국 기후에 알맞는 '두누리'는 짙은 검은색으로 착색이 잘 되며, 과실이 많이 달리고 포도송이가 길쭉에 알솎기가 필요 없다.
  4. 샤르도네(Chardonnay): 비교적 추운 지역에서도 자라기 쉬워, 세계적으로 재배된다. 재배 환경과 양조 기술 등에 맛이 좌우되기 쉽다. DNA 분석 결과, 프랑스의 대표적 품종 '피노 누아르'와 크로아티아 원산의 '구애 블랑'이라는 품종의 자연 교배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5.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산뜻한 신맛이 특징이다. 프랑스어 '소비뇽(야생적)'이 이름의 유래이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등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된다. DNA 분석 결과, 교배 대상은 프랑스에 오래전부터 있던 품종인 '사바냥'으로 밝혀졌다.
  6. 청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시벨 9110' 품종에 '힘로드' 품종을 교배하여 최종 선발한 품종이다. '내한성', '내병성'이 뛰어나 한국 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향이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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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와인용 포도의 개량

 한편, 미국에서는 이들 품종에 더해, 원래 자생하던 야생종과 유럽계의 품종의 교배 육종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미국계 포도 품종이라는 '나이아가라(Niagara)', '델라웨어(Dalaware)', '콩코드(Concorde)', '캠벨 얼리(Campbell Early)' 등도 활발히 재배되고 있다. 이것들은 '폭시 플레이버(foxy flavor, 여우냄새)'라는 포도 주스처럼 달콤한 향기가 특징이며 꾸준한 인기가 있다. 여우를 의미하는 '폭시(foxy)'는 미국계 포도의 품종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며, 진짜 여우 냄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지금까지 와인용 포도는 병에 강한 내성과 풍미를 위해 품종이 계속 개량되었다. 그 대부분은 기존 포도를 교배해 만든다. 교배 이외에는 과수 특유의 변이를 이용한 방법도 있다. 포도에서는 생육 과정에서 특정 가지에서만 변이가 일어나, 색깔과 향기가 다른 열매를 맺는' 돌연변이 가지'라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가지만을 접목해 키워,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도 한다.

 와인용 포도의 대부분은 자연 교배로 생긴 예로부터 있던 품종으로, 각각의 품종은 그 출신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각 품종의 DNA가 분석되어, 지금까지 불분명했던 와인용 포도의 '가계도'가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DNA를 분석한 결과, 각 품종에서 병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의 유무 등도 밝혀지고 있어 '육종' 등에 응용되고 있다. 현재는 병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이라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품종 개량도 연구되고 있다.

7-2. 최신 기술을 포도 재배에 활용

 포도가 자라는데 날씨가 좋았던 해를 '그레이트 빈티지(Great Vintage)'라고 한다. '빈티지'란 원료가 되는 포도를 수확한 해를 가리킨다. 날씨의 혜택을 받은 좋은 빈티지의 포도는 당도와 산도 모두 높아서, 맛이 짙은 경우가 많다. 그 포도로 만든 와인도 성분이 진해 풍미가 뚜렷해진다. 포도의 품질에 날씨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최근에는 와인을 제조할 때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 기술을 이용한다. 여기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유럽 등의 광대한 포도밭에서 이용하는 기술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GPS에 의한 매핑 시스템: 인공위성에 의한 전 지구 위치 확인 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한 '매핑(Mapping)' 시스템을 사용하면, 상공에서 관측된 토양 정보와 GPS 정보를 조합해 광대한 밭의 토양 상태를 손안의 단말기로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보지 않고도 토양의 수분 상태와 포도의 상태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구획별로 비료와 농약의 살포 계획을 세우거나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리모트 센싱 기술: '리모트 센싱(Remote Sensing)' 기술을 활용해, 포도밭의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리모트 센싱'은 인공위성이나 비행기의 측정기를 사용해, 지면 위의 물체 표면에서 반사된 태양광을 검출해 기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여 포도밭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이 기술과 다양한 해상도로 얻은 영상을 조합하면, 복잡한 구조를 한 포도나무의 형태와 '크기', '성장 모습'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포도밭 안에 변화가 생겼을 때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3. 로봇 기술: 로봇 활용도 검토되고 있다. 기복이 많은 포도밭 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로봇에 포도의 숙성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하면, 적절한 시기를 확인해 로봇이 포도를 대신 수확할 수도 있다.
  4. AI 기술: '인공지능(AI)'를 사용한 포도 재배 보조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병원균 발생 예측 시스템'은 밭에 설치한 온도와 습도 등의 센서를 바탕으로, 과거의 기상 조건 등에서 병원균의 발생 위험을 예상해 생산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통지한다. 세계적으로 화학 비료와 농약에 의지하지 않은 유기농 재배 포도를 사용한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기술은 유기농 재배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