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뇌의 메커니즘이 빠르게 밝혀지고 있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뇌의 신경 세포끼리 주고받는 신호를 'AI(인공지능)'을 통해 해독하는 기술이다. '브레인 디코딩(Brain Decoding, 뇌 해독)'이라는 기술을 통해, 인간이 뇌에서 생각하고 있는 여상이나 동작, 꿈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응용함으로써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 Interface)'도 개발되고 있다.
0. 목차
- 통 속의 뇌
- 뇌 해독 (Brain Decoding)
- BMI (Brain-Machin Interface)
- 해독한 뇌 신호로 기계를 움직인다.
- 침습형 BMI의 역사
- 뉴럴링크 (Neuralink)
1. 통 속의 뇌
생각, 동작, 감각, 희로애락의 감정 등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뇌의 활동이 지배한다. 뇌의 활동이란 엄밀하게는 두개골 안에 들어 있는 약 1000억 개의 '신경 세포(Neuron)'의 활동을 가리킨다. '신경 세포'는 서로 연결되어 복잡한 네트워크를 만들며, 거기에서 오고 가는 전기 신호와 화학 신호를 통해 우리의 운동과 감정을 제어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눈으로 보는 세계의 모습도 뇌의 활동이 만들어 낸 것이다. 예컨대 눈앞에 빨간 사과가 있다고 하자. 그 사과에서 나온 빛은 눈의 망막에서 전기 신호로 전환되고, 시신경을 통해 뇌의 '시각 피질'이라는 영역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시각 피질의 특정 신경 세포가 활동함으로써 '빨간 사과'로 인식된다. 이것을 넓게 받아들이면, 우리가 보는 것은 모두 뇌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발전시킨 사람은 미국의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Hilary Whitehall Putnam, 1926~2016)'이다. 그는 '통 속에 들어 있는 뇌에 전극이 삽입되어 고성능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 당신이 보고 있는 세계는 이 컴퓨터가 입력하는 신호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 세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가설을 '통 속의 뇌(Brain in a vat)'라고 하며, 1999년에 공개된 영화 '매트릭스(Matrix)'는 이 가설을 SF로 웅장하게 그려냈다.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세계가 가상 현실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2. 뇌 해독 (Brain Decoding)
그렇다면 발상을 전환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현실을 꼭 닮은 가상 현실을 만들려면 최소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컴퓨터가 다루는 정보는 숫자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로 '코딩(Coding)'된다. 예컨대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사과의 정체는 0이나 1의 디지털 신호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뇌의 활동도 전기 신호나 화학 신호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 신호가 어떻게 영상과 사고 내용을 '코딩(Coding)'하는지는 인간이 판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가상 현실을 하기 위해서는 뇌의 신호를 해독(Decoding)'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기술을 '뇌 해독(Brain Decoding, 브레인 디코딩)'이라고 한다. 실제로 '뇌 해독' 기술을 구사해 인간의 마음 일부를 읽어 내고, 그것들을 컴퓨터 모니터에 재현하는 일이 이미 가능해졌다. 그리고 코딩에는 '암호'라는 의미도 있으므로, '뇌 활동이라는 암호를 해독하는 기술'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1. 먼저 뇌의 신호를 측정한다.
그렇다면 '뇌 해독(Brain Decoding, 브레인 디코딩)'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일까? 뇌 해독에서는 먼저 어떤 방법으로 뇌의 신호를 측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뇌 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침습형'과 '비침습형' 2종류가 있다.
- 침습형: '침습형'은 뇌에 미세한 전극을 삽입해, 신경 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직접 검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야 하고, 전극 삽입은 뇌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침습형은 동물 실험에서 이용할 수는 있어도, 인간에 대해서는 뇌에 어떤 질환이나 상처가 있어 그것을 치료하는 경우에만 사용되고 있다.
- 비침습형: 그래서 뇌에 손상을 주지 않고 뇌의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비침습형 기술'이 개발되었다. 예컨대 '뇌파' 측정은 두피 위에 붙인 전극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파동 형태로 기록하는 기술이다. 가장 간단하게 뇌의 움직임을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전극과 신경 세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몸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뇌의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널리 보급 되어 있는 것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다. fMRI는 뇌의 혈류 변화를 읽어, 어느 부위가 활동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신경 세포(Neuron)'는 활동하면 산소를 소비한다. 그러면 소비한 만큼의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몇 초 늦게 혈류가 많아진다. 그 변화를 측정하면 뇌의 어느 부위가 활발하고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오른손이 움직이고 있을 떄의 뇌를 fMRI로 측정하면, 주로 좌뇌 '운동 피질(몸의 동작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 특정 부위의 혈류가 증가함을 알 수 있다.
fMRI가 보급됨에 따라 뇌의 다양한 영역의 기능과 역할이 특정되었다. 하지만 활동하는 뇌의 장소를 알더라도, 그 안에서 신경 세포가 어떤 신호를 주고받는지는 fMRI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fMRI 영상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노이즈(Noise)'로 간주된다. 노이즈에서 무엇인가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연구자는 많지 않았다.
2-2. 인공 지능으로 뇌의 신호를 해독한다.
하지만 몇몇 연구자에 의해 그런 생각이 뒤집혔다. '브레인 디코딩(Brain Decoding, 뇌 해독)' 연구자 중에는 'AI(인공 지능)'라면 노이즈에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해낼 것이라고 생각해, AI가 하는 학습의 하나인 '기계 학습'에 주목했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란 컴퓨터가 어떤 대상의 특징을 추출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어떤 동물 사진을 보여줄 때, 그것이 어떤 동물 사진인지 판정하기 위해, 미리 대량의 동물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그것을 학습시킨다. 인간이 영상을 보고 있을 때 뇌 활동을 fMRI로 측정하고, 그때 얻어진 신호를 AI로 재구성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뇌 안에 있는 이미지를 현실 영상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이미 영상을 보고 있는 피실험자의 fMRI 영상에서 원래 영상을 정확하게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단 실물과 완전히 똑같은 영상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fMRI의 해상도와 AI 모델의 제약 등으로 인해 재구성하는 영상의 '수준(Quality)'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재구성된 영상은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2-3. 마음속으로 그린 영상도 재현할 수 있다.
연구진들은 사람이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직 마음속에서 생각으로 떠올리는 영상을 재현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피실험자에게 'ㅁ', '+', '×' 등의 간단한 기호를 떠올리게 하고, 그때의 시각피질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 신호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재현했다. 그러자 도형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대뇌 피질'에서 시각 피질로 신호가 전해져 시각 피질의 뉴런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볼 때의 뇌 활동과 거의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단, 이때 떠올린 영상의 선명도는 사람의 상상력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고 한다. 투박한 전체 모습만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색의 선명한 정도에서 빛이 반사하는 방식까지 뚜렷하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2-4. '꿈'을 해독한다.
같은 원리를 이용해서 꿈의 부분적인 해독에도 도전했다. 3명의 피실험자 각자에게 '사람', '의자', '열쇠' 등 다양한 영상 20장을 보게 하고, 그때의 시각피질 활동을 fMRI로 측정해 AI에게 학습시켰다. 그리고 피실험자를 자게 한 다음,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의 시각 피질 활동을 fMRI로 측정하고, 그 신호 데이터를 바탕으로 꿈에 무엇이 나왔는지를 AI에게 추정하게 했다. 그 추정 결과와 깨어난 후 피실험자가 밝힌 꿈의 내용을 비교했더니, 그 보고 내용에 나온 다양한 단어의 약 70%를 AI가 추정하고 있었다.
이 꿈 해독 과정에 '뇌 쌍둥이' 기술을 접목시켜, 피실험자가 보고 있는 꿈을 통째로 영상으로 재현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예컨대 꿈에 용이 나왓을 때, 용의 영상을 학습하지 않는 AI가 그것을 모니터 위에 그려 냈다면 놀랄 것이다. 수면 중인 뇌 활동에서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재구성된 영상은 선명하지 않아, 무엇을 나타내는지 해독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해독 방법이 개량되어 꿈의 내용과의 관계가 자세히 분석될 것이다.
3. BMI (Brain-Machin Interface)
3-1. BMI는 신체 기능을 보완하는 기술로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뇌 해독 기술을 응용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 Interface)'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인터페이스(Interface)'는 '접합 부분'을 의미한다. 따라서 BMI라 하면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장치를 말한다. BMI라고 하면, 인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SF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생각 자체를 기계로 조종하거나, 컴퓨터를 매개로 인간의 뇌와 뇌를 연결해 언어를 통하지 않고 '텔레파시(Telepathy)'를 보낼 수 있는 상상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원래 BMI 연구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상실된 운동 기능이나 의사소통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기술이다. 즉, 의료·복지·요양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었다.
3-2. '감각형 BMI'와 '운동형 BMI'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에는 '감각형(입력형)'과 '운동형(출력형)' 2종류가 있다.
- 감각형(입력형): '감각형'은 인간의 몸에 부착한 센서에 입력된 정보를 뇌의 신호로 변화하고 그 신호를 뇌에 삽입한 전극을 통해 감각 신경에 전달함으로써, 감각 기능을 조종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청각 장애인의 귀에 소형 마이크를 달아, 마이크가 포착한 음 정보를 뇌 신경에 삽입한 전극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청각을 조종할 수 있다. 이 '인공 청각' 기술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미 실용화되어 있다.
- 운동형(출력형): '운동형'은 간단히 말하면, 무엇을 떠올림으로써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어떤 동작을 하려고 했을 때의 뇌 '운동 피질'의 신호를 사용해 기계를 직접 움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BMI라고 하면, 이 운동형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BMI도 운동형일 것이다.
4. 해독한 뇌 신호로 기계를 움직인다.
예컨대 피실험자에게 오른손을 '가위', '바위', '보' 3가지로 움직이게 한다. 그때의 뇌 활동을 fMRI로 측정하면, 좌뇌의 '운동 피질'이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다음, 이 운동 피질의 fMRI 영상을 AI에게 학습시키고 '가위', '바위', '보' 각가에 대응하는 뇌 신호의 패턴을 찾아내게 한다. 그리고 그 3종류의 신호 패턴을 인간의 손을 모방한 로봇에게 전달한다. AI가 '이것은 가위 신호'라고 추측하면 로봇이 '가위'를 내는 원리이다. 이렇게 하면 인간이 '가위', '바위', '보'의 동작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런 운동형 BMI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목적하는 동작에 대응하는 뇌 신호를 해독해야 한다. 해독된 신호를 기계에 학습시켜야 비로소 뇌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뇌 신호를 측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말한 대로, 뇌 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비침습형'과 '침습형' 2종류가 있다. '비침습형'의 장점은 외과 수술이 필요치 않아 뇌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단점도 많다. 예를 들어 fMRI의 경우 '거대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과 '뇌 활동이 일어난 다음에 그 신호가 검출될 때까지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최근에는 뇌파를 측정하는 '헤드밴드(Headband)'형이나 '이어폰(Earphone)'형 등의 소형이면서 스마트한 측정기도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량과 세밀도에 한계가 있어, 침습형에 비하면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한다.
뇌파 측정을 이용한 BMI의 유명한 예로, 모니터에 나타난 기호를 바라봄으로써 문자를 선택해 문장을 작성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모니터에 의한 시각 자극이 필요하다. 뇌의 전기 신호를 직접 검출할 수 있는 '침습형'의 경우, 이런 감각 자극이 없어도 문자를 고르거나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
5. 침습형 BMI의 역사
'침습형 운동형 BMI'가 최초로 성공한 예는 1999년 미국의 신경과학자 '존 채핀(John K. Chapin)' 교수 연구팀이 보고한 연구였다. 이 연구는 쥐가 앞다리를 사용해 레버를 당기려는 생각만으로 물방울이 맺힌 로봇팔이 움직여 쥐가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쥐의 뇌 운동 피질에 미세한 전극을 삽입한다. 그러면 쥐가 앞다를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뉴런이 발화하고, 그 전기 신호가 컴퓨터에 전달된다. 다음은 그 전기 신호가 전해질 때마다 로봇팔이 움직이도록 설정해 두면 된다. 이 연구는 뇌 신호만으로 기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실증한 예로서, BMI 연구의 기폭제가 되었다.
또 2000년에는 거의 같은 연구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했다. 또 2006년에는 미국의 신경과학자 '라이히 로버트 혹버그(Leight Rober Hochberg)' 교수 등이 인체에서 최초의 침습형 BMI 임상 시험에 성공했다. 현재는 인체에서의 침습형 BMI 임상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단, 어디까지나 질환의 치료 목적인 임상 사례이다. 모든 임상 사례가 대규모 수술과 그에 따른 설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BMI를 사용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단계에 이르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6. 뉴럴링크 (Neuralink)
6-1. 전극을 두개골에 직접 심는 LINK V0.9
그런데 미국의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16년에 창업한 뇌공학회사 '뉴럴링크(Neuralink)'가 그 생각을 뒤집었다. '뉴럴링크'에서 두부에 완전히 심을 수 있는 미소한 BMI를 개발한 것이다. 2020년 8월에 발표한 모델 'LINK V0.9'은 지름 23mm, 두께 8mm의 동전 모야의 장치이다. 100원짜리 동전 5개를 포개놓은 정도의 크기이다. LINK 0.9에는 1024개의 가는 전극 다발이 부착되어 있다. 전극 한 개의 폭은 5μm로, 머리카락의 약 20분의 1이다. 이 가늘고 부드러운 전극이 3~20μm 크기인 뉴런 사이에 삽입된다. 전극과 뉴런의 거리가 60μm 이내이면 전기 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고 한다. 전극을 통해 얻은 전기 신호는 일단 LINK V0.9 본체에 전해지고, 거기에서 처리된 정보는 블루투스 통신에 의해 10m 범위 안에 있는 외부 디바이스에 송신할 수 있다. 더구나 LINK V0.9는 무선 충전도 할 수 있다.
기존의 BMI 전극은 고정된 전극을 뇌를 향해 붙이는 형태였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뉴런과 전극의 위치가 어긋나 매일 '신호 교정(Signal Caliblation)'을 해줘야 했다. 하지만 뉴럴링크사의 전극은 가늘고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역시 뉴럴링크사가 개발한 전용 수술 로봇이 '모심기'를 하듯 하나하나 전극을 혈관을 피해 정밀하게 뉴런에 삽입한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술은 안구 라식 수술처럼 간단하다. 레이저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LINK V0.9를 완전히 끼운다. 수술은 국소 마취로 할 수 있으며,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라고 한다.
6-2. 뇌파만으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
뉴럴링크사는 2021년 4월 9일, LINK V0.9를 사용한 놀라운 동물 실험 결과를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Youtube)'에 공개했다. 대상이 된 것은 '페이저(Pager)'라는 이름을 가진 9살 원숭이였다. 페이저의 두부에 LINK V0.9를 심었으며, 그 전극은 운동 피질의 뉴런에 삽입되었다.
그리고 페이저에게 다음과 같은 게임을 시켰다. 모니터의 6×6의 칸이 표시되고 그 가운데 어떤 칸이 주황색이다. 페이저는 오른손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해 모니터에 표시된 커서를 주황색 칸으로 이동시킨다. 성공하면 페이저는 빨대를 통해 바나나 주스를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조이스틱의 동작'과 '페이저 뇌의 운동 피질의 신호'를 AI에게 학습시켰다. 그 결과 페이저는 '커서를 이쪽으로 움직이자'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커서를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동영상 후반에는 'PONG'이라는 간단한 탁구 게임을 하는데, 페이저가 뇌 신호만으로 이 게임을 멋지게 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3. 뉴럴링크사 기술의 획기적인 점
'뉴럴링크(Neuralink)'사 기술의 획기적인 점은 '침습형 BMI'의 실용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모두 통합해 패키지화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저의 실험과 거의 같은 연구는 이미 몇 가지 보고된 적이 있다. 그렇지만 BMI 센서를 두부에 완전히 심어 이런 과제를 수행한 적은 없었다. 페이저의 실험이 대단한 이유는 BMI의 실용화에 필요한 '센서(Sensor)', '로봇(Robot)', '무선 통신(Wireless Communication)',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등 모든 기술을 통합했다는 점이다.
또 원숭이의 BMI 실험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한 것은 기존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기존 기술로는 동물의 머리를 잔혹하게 실험대에 고정한 상태에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뉴럴링크의 동영상은 잔혹하다든가 대단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혀 주지 않는다. 실험에 필요한 장치를 두부에 완전히 심었기 때문이다.
6-4. 뉴럴링크의 최종 목표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페이저의 실험에서 사용한 기술을 인체에 응용함으로써 가까운 시기에 사지마비 환자가 머리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인간 능력의 확장도 꾀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나 개념을 상대방 뇌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언어를 통하지 않고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확립하는 것이다. 즉, '텔레파시(Telepathy)'가 가능해진다.
자신이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뇌 → 컴퓨터 → 뇌'라는 경로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컴퓨터→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 연구는 아직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뇌를 자극해 빛을 보게 하는 것 등은 가능해도 지속적으로 의식이나 행동을 컨트롤하기란 현시점에서는 어렵다. '통 속의 뇌'도 컴퓨터에서 뇌로 입력하는 기술이 없으면 실현할 수 없다.
'뉴럴링크(Neuralink)'사의 최종 목표는 인간이 AI와의 경쟁에서 지지 않는 것이다. AI는 고속 계산 처리와 방대한 데이터에 근거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상황에서는 인간을 압도할 것이다. 그러나 AI가 가진 강점을 인간이 지닌 뇌 능력과 융합시킴으로써 인간은 AI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