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탈모'의 과학

SURPRISER - Tistory 2023. 2. 23. 12:48

 세상에는 수많은 성인 남성들이 '탈모'로 고통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탈모는 '남성형 탈모증'이라고 불리며 성인 남성의 약 3분의 1에서 증세가 나타난다. 아직 탈모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장래에 탈모가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 남성만이 아니라 탈모로 고민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탈모는 현대인만이 안고 있는 문제는 전혀 아니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비둘기의 배설물을 머리에 바르는 등의 탈모 대책이 시도되었다. 탈모는 인류가 예로부터 안고 있는 큰 주제이다. 그렇지만 '탈모의 메커니즘'이나 '탈모의 치료법'이 밝혀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과연 탈모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탈모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까?

0. 목차

  1. 머리카락이 자라는 메커니즘
  2. 남성의 3분의 1이 고민하는 탈모의 대표 '남성형 탈모증'
  3. 남성형 탈모증 치료
  4. 여성의 탈모에는 수수께끼가 많다.

1. 머리카락이 자라는 메커니즘

1-1. 머리카락은 피부가 변한 것이다.

 우리의 머리에는 약 10만 가닥의 '머리카락(머리털)'이 나 있다. 그 머리카락을 만드는 것이 두피가 쏙 들어가 생긴 통 모양의 '모낭'이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모낭에서 한 가닥의 머리털이 난다. 모낭 안에 있는 털의 근원을 살펴보자. 거기에는 '모모 세포'라는 세포가 있다. 바로 이 세포가 머리털을 만들어 내는 세포이다. 자라고 있는 머리카락의 근원에서는 모모 세포가 활발히 분열하고 있으며, 분열한 세포가 점차 위로 밀려 올라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케라틴(Keratin)'이라는 섬유 모양의 단백질이 세포 안으로 축적되면서 마침내 세포는 죽고, 죽은 세포의 덩어리가 딱딱한 머리털이 되는 것이다. '모모 세포'는 원래 피부의 세포에서 생기기 때문에, 머리털은 피부가 형태를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2. 머리카락은 어디까지 자랄까?

 '모모 세포'가 활발히 분열하고 있는 성장 중인 머리털은 1개월에 약 1cm, 1년에 15cm 정도의 속도로 자란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을 20년 동안 계속 자르지 않고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20년 동안 머리털을 자르지 않으면 머리털의 길이는 약 3m에 이른다는 계산이 된다. 실제로도 그렇게 될까?

 사실은 머리카락은 그만큼 길어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머리카락에는 수명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빠지고, 새롭게 자라 변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활발하게 자라는 '성장기(Anagen)'와 자라는 것이 멈추는 '퇴행기(Catagen)', 머리털이 탈락을 준비하는 '휴지기(Telogen)', 기존 모발이 자연 탈락하는 '모발기(Exogen)'를 를 주기적으로 되풀이한다. '모발 주기(모주기)'의 1사이클은 대략 2~6년 정도이며, 그 가운데 약 90%가 성장기에 해당한다.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도 보통은 1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모발 주기 4단계

1-3. 모발 주기를 조절하는 사령탑

 우리의 몸에 있는 털은 머리카락만이 아니다. 수염이나 눈썹, 팔의 솜털에 다리털 등 온몸 곳곳에 털이 있어 그 총수는 약 500만 가닥에 이른다. 털의 길이나 굵기는 털이 자라는 부위에 따라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느 털이든 머리털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자란다. 그 가운데 털의 성질의 차이를 낳는 하나의 요인이 모발 주기의 길이이다. 예를 들면, 팔에 나는 솜털의 성장기는 2~3주 정도이며, 눈썹이나 속눈썹은 1~2개월 정도이다. 성장기가 긴 털일수록 굵고 긴 털이 되고 성장기가 짧고 충분한 성장할 수 없는 털일수록 가늘고 짧은 털이 된다. 다른 털에 비해 머리카락이 길고 굵은 것은 2~6년이라는 모발 주기의 길이를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모발 주기의 길이'는 모모 세포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모모 세포에 지령을 내려 모발 주기를 조절하는 세포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모낭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모유두 세포'이다. '모유두 세포'는 성장기에는 '모모 세포'의 분열을 촉진하는 물질을 분비하고, 퇴행기·휴지기에는 역으로 분열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면서 모모 세포에 지시를 내린다. 결국 몸에 나 있는 털의 굵기와 길이를 결정하는 것은 털을 털을 만들어내는 '모모 세포'가 아니라 모발 주기를 조절하는 '모유두 세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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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성의 3분의 1이 고민하는 탈모의 대표 '남성형 탈모증'

 이제부터는 탈모가 왜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털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 증상을 '탈모증'이라고 하며,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남성형 탈모증(AGA: ANdrogenetic Alopecia): 약 30%의 남성에게서 나타난다. 남성 호르몬이 주원인으로, 주로 앞머리나 두정부에서 서서히 탈모가 진행된다.
  2. 원형 탈모증: 원형 탈모증이 생기는 비율은 0.1~0.2% 정도로, 갑자기 원형으로 머리털이 빠진다. 원래는 이물질을 없애기 위해 몸에 준비된 '면역계'가 모낭을 공격해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심하지 않을 때는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3. 견인성 탈모정: '포니 테일(Ponytail)'등 머리털을 오랫동안 잡아당김으로써 모낭에 충격이 가해져 머리털 언저리가 빠지게 된다.
  4. 약물에 의한 탈모증: '모모 세포'가 항암제 등의 약물의 영향으로 일어나는 탈모증이다. 항암제 이외에도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약물 사용을 멈추면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5. 비강성 탈모증: 가과도한 피지의 분비가 원인으로, 피부에 염증이 생겨 털이 빠진다.

 탈모증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유형이 '남성형 탈모증(AGA: Androgenetic Alopecia)'이다. 흔히 탈모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남성형 탈모증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형 탈모증의 발생률은 30대 남성에서는 10~20% 정도이지만,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늘어나 60대에서는 50% 정도가 된다. 성인 남성 전체로 보면 탈모인 사람은 약 30% 정도이다. 그리고 '남성형 탈모증'의 발생률은 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2-1. '남성형 탈모증'은 '모발 주기'에 이상인 생긴 것이다.

남성형 탈모증의 커다란 특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이다.

  1. '남성형 탈모증'의 첫 번째 중요한 특징은 그 진행 패턴이다. '탈모'라고 하면 앞머리가 후퇴하거나 '두정부(머리꼭지)'에서 서서히 머리가 빠지는 반면, 뒷머리나 옆머리에는 털이 남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남성형 탈모증'의 특징이다. 갑자기 원형으로 머리털이 빠지는 '원형 탈모증'이나 전체적으로 머리숱이 적어지는 단순한 노화 현상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2. '남성형 탈모증'의 두 번째 중요한 특징은 머리카락 수 자체가 줄어드는 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탈모가 진행된 부분에는 털이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솜털 같은 가느다란 털이 나 있다. 결국 모낭 자체가 망가지거나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모발 주기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원래 2~6년인 머리털의 성장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면서 휴지기에 머무는 모낭이 증가한다. 그 결과, 머리카락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해 가늘과 짧은 털이 되고 만다. 결국 '남성형 탈모증'이란 굵고 뻣뻣한 털이 솜털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털로 변하는, 즉 털의 성질이 변하는 현상이다. 다만 머리털은 두피 표면에 나타날 때까지 약 7~8mm 자라야 한다. 중증 남성형 탈모증의 경우, 그 길이조차 자라지 않게 되어, 털이 완전히 두피 아래에 숨어서 머리털의 수가 감소해 보일 수도 있다.

2-2. 남성형 탈모증의 원인

 그러면 모발 주기에 이상을 일으켜 남성형 탈모증을 초래하는 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남성 호르몬'이다. '남성 호르몬'이란 몸속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혈액을 타고 다양한 기관으로 흘러가 남성적 특징의 발달을 촉진한다. 사춘기 이후에 분비량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남성형 탈모증'은 사춘기 이후에 시작된다. 또 남성에 비해 양은 적지만 여성의 몸속에서도 분비된다.

 '남성 호르몬'이 '남성형 탈모증'과 관계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40년대의 일이다. 그 후 남성형 탈모증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털을 만드는 모모 세포에 남성 호르몬을 작용시키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아, 과연 어떤 메커니즘으로 남성 호르몬이 남성형 탈모증을 일으키는지 오랫동안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다. 그러다 그 메커니즘의 일부가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밝혀졌다. 남성 호르몬은 털을 만드는 모모 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남성 호르몬은 모모 세포가 아니라 모모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모유두 세포'에 작용하고 있었다. 조금 복잡하지만, 남성 호르몬이 어떻게 탈모를 일으키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자.

  1. 모세 혈관을 타고 온 남성 호르몬은 '모유두 세포' 안으로 들어가 '5알파 리덕타아제(5α-reductase)'라는 효소를 만들어낸다.
  2. 그러면 남성 호르몬이 활성화되어 'DHT(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한다.
  3. 남성형 탈증의 경우, DHT와 남성 호르몬 수용체가 하나가 되어 '모유두 세포'의 핵에 작용해 최종적으로 모유두 세포가 모모 세포의 분열을 억제하는 다양한 물질을 분비하게 한다.
  4. 이와 같은 다단계 반응을 통해 남성 호르몬은 털의 성장기를 억제하고 퇴행기·휴지기로 이행시키는 것이다.

 남성형 탈모증에는 옆머리와 뒷머리에서는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이들 부위에 있는 모유두 세포가 남성 호르몬 수용체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머리카락이라도 부위에 따라 모유두 세포의 성질은 다르다. 이러한 '모유두 세포'의 성질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한다.

2-3. 탈모는 '유전'이다.

 남성 가운데에도 어릴 때부터 '남성형 탈모증'이 나타나는 사람과 머리털이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길까? 그것은 바로 '유전'이다. '남성형 탈모증'에 관한 유전자로 10여 종류가 발견되었다. 여러 가지 유전적 요인이 얽혀 '남성형 탈모증'이 되든가 진행 속도, 진행 패턴 등이 결정된다.

 민간요법으로는 '미역을 먹는다', '두피를 마사지한다', '식생활을 개선한다',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 무엇도 과학적인 근거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또 스트레스가 남성형 탈모증의 원인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결국 제아무리 생활습관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남성형 탈모증'을 예방하거나 그 진행을 늦추기는 어렵다. '남성형 탈모증'이 유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면,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발모 프로그램이나 비싼 샴푸에 시간이나 돈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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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성형 탈모증 치료

 그러면 '남성형 탈모증'을 운명에 맡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분명히 탈모는 선천적인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할 일만은 아니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남성형 탈모증'의 진행을 늦추거나 더 나아가 개선할 수도 있다. 특히 그 대책은 빠를수록 좋다.

3-1. 약물 치료

 '남성형 탈모증 치료'의 첫째 선택지는 '약물 치료'이다. '미녹시딜(Minoxidil)'과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라는 2종의 약물에 남성형 탈모증의 치료 효과가 인정된다. 현상 유지라면 이 가운데 어느 약물을 사용해도 거의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개인차는 있지만 3년간 사용하면 거의 80%의 사람에게 어느 정도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1. 미녹시딜(Minoxidil): '미녹시딜'은 여러 가지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이다. 이것은 주로 두피에 직접 바르는 외용약이다. 모유두 세포에 직접 작용해, 모모 세포의 분열을 촉진하는 물질을 분비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2.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한편, '피나스테리드' 역시 여러 가지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미녹시딜과 달리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피나스테리드'는 '경구용 내복약(먹는 약)'이다.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면, 혈관을 통해 '모유두 세포' 안으로 들어가 '5알파 리덕타아제'의 작용을 억제한다. 그러면 남성 호르몬이 '활성화형(DHT)'로 변하지 않고, 그 결과 모모 세포의 분열을 저지하는 물질의 분비가 억제된다. 특히 물질의 분비가 억제된다. 단, 여성의 탈모에 대해서는 '피나스테리드'는 효과가 없으며, 임신 중 남자아이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해서는 처방하지 않는다.
  3.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또 '피나스테리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두타스테리드'라는 약물도 의약품으로 인정받아 치료 약으로 사용된다.

 시중에는 무수한 육모·발모제가 넘쳐지지만, 현재 남성형 탈모증의 치료에 과학적으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에서 말한 3종의 약물뿐이다.

3-2. 자신의 털을 이식하는 '자모 식모'

 '약물 치료'는 초기 탈모에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미 진행된 중증 남성형 탈모증에는 그다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또 약물의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약물 치료에 한계를 느끼는 경우에도 숱이 적어진 부분에 털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식모(植毛)'이다. '식모'라고 하면 인공적인 털을 머리에 심는다'는 이미지 때문에 저항감을 갖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인공모의 식모가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공모의 식모는 머리에 염증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있어 지금은 권장되지 않는다. 지금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자신의 뒷머리에 있는 털을 탈모가 진행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모 식모(自毛 植毛)'라는 방법이다. 다음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뒷머리의 탈모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의 피부를 폭 1cm×길이 10cm 정도 잘라내어 모낭이 붙은 피부 조각을 얻는다. 피부를 떼어낸 다음 뒷머리는 봉합한다. 뗴어낸 피부 조각을 모낭별로 잘라내어 바늘을 사용해 하나씩 탈모가 진행된 부위에 이식한다. 떼어낸 피부 조각의 넓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식할 수 있는 모낭은 여러 차례 해도 1만 개 정도가 한계이다. (머리는 보통 10만 개의 머리카락이 있다.) 또 시술한 후에는 뒷머리에 봉합한 흔적이 남는다. 이 치료를 하면 '머리털(머리카락)'의 총수를 늘릴 수는 없지만, 탈모증이 생긴 부위가 겉보기에 개선된다.

 그런데 탈모가 진행된 부위에 머리털 심어도 다시 탈모가 진행되지는 않을까? 중요한 것은 '털의 성질을 결정짓는 것은 털이 어디서 자라고 있는 가가 아니라, 모유두가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결국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낭을 탈모가 진행된 부위에 이식하면, 그곳에서도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아 탈모가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생각된다. 식모된 털은 자연스러운 털과 마찬가지로 한번 빠져도 다시 생겨나는 일반적인 모발 주기를 되풀이한다. 한번 식모를 하면 반영구적으로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

3-3. 모낭 재생 의료

 현재 탈모 치료는 '약물 치료'나 '자모 식모'가 주된 방법이지만, 현재 '모낭 재생 의료'라는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모낭 재생 의료'는 '재생 모낭 원기(모낭의 근원이 되는 조직)'를 몸 밖에서 대량으로 만들고, 그것을 탈모가 진행된 두피에 심는 치료법이다. 털의 생산 공장인 '모낭'은 모발 주기 중에서 몇 차례나 파괴와 재생을 되풀이한다. 모낭의 재생에 필요한 세포가 어른이 된 다음에도 존재하는 기관이다. 모낭은 '모유두 세포'와 입모근의 근원에 있는 '상피성 줄기세포'라는 두 종류의 세포를 바탕으로 재생된다. 모발 주기의 휴지기에서 성장기로 들어갈 때, 상피성 줄기세포가 모낭 아래쪽으로 내려가 모유두 세포와 밀착함으로써 모낭 재생이 유도되어 모낭이 생긴다. 그래서 이들 두 종류의 세포를 추출해 몸 밖에서 증식시킨 다음, 둘을 밀착시켜 '재생모낭 원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 이것이 '모낭 재생의료'의 전략이다.

 이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30년 정도 전부터 제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두 종류의 세포에서 '재생 모낭 원기'를 만들어 내기가 어려워, 2007년에야 비로소 그 방법이 확립되기 시작했다. 두 종류의 세포를 모아 고밀도화하고 그들을 점도가 높은 '젤(Gel)' 속에서 밀착시켜 덩어리 모양을 만들었더니, 즉 '재생 모낭 원기'로 만들었더니 그 내부에서 정상 모낭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쥐의 수염의 세포에서 만든 '재생 모낭 원기'를 털이 없는 쥐의 등에 이식하고, 등에서 재생모가 자라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와 같은 작업을 사람의 머리에서도 하면 '머리털(머리카락)'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자모 식모'와 마찬가지로 뒷머리의 '모유두 세포'나 '상피성 줄기세포'에서 '재생 모낭 원기'를 만들고, 그것을 이식하는 거기에서 생긴 털은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거의 영구적으로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이 치료법은 모낭을 그대로 이식하는 '자모 식모'와 달리 모낭의 수 자체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모낭의 '근원'을 몸 밖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이식하는 '모낭 재생 의료'를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뒷머리의 모낭에서 '모유두 세포'와 '상피성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2. 모유두 세포와 상피성 줄기세포를 각각 배양해 증식시킨다.
  3. 두 종류의 세포를 젤 속에서 밀착시킨다. 이것이 모낭을 만들어 내는 '재생 모낭 원기'가 된다.
  4. 탈모가 진행된 부위에 '재생 모낭 원기'를 이식한다.

'재생 모낭 원기'를 이식한 쥐

4. 여성의 탈모에는 수수께끼가 많다.

 탈모로 고민하는 여성도 적지 않지만, 사실 여성의 탈모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는 점이 많다. 여성에게 가장 많은 유형의 탈모증은 두정부 가르마에서부터 머리털이 빠지는 것으로, 남성형 탈모증과 마찬가지로 남성 호르몬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여성의 남성형 탈모증(FAGA: Female Androgenetic Alopecia)'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두정부의 털이 비교적 유지되는 등 탈모의 진행 방식이 남성과는 다르며, 더구나 남성형 탈모증에 효과가 있는 '피타스테리드(Finasteride)'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 등 남성형 탈모증과는 다른 점이 많다. 따라서 원래 남성형 호르몬이 관여하지 않을 가능성되 고려되어, 최근에는 '여성형 탈모증'이라고 바꾸고 있다. 그리고 '미녹시딜(Minoxidil)'은 여성형 탈모증'에도 효과가 있어 여성 탈모 치료의 첫 번째 선택지가 된다. 다만 여성의 경우, 일반적인 여성형 탈모증과는 달리 '호르몬 균형 이상', '과도한 다이어트', '철분 부족' 등이 원인인 유형의 탈모증도 많다. 탈모에 신경이 쓰이면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의 검사를 통해 무엇이 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