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태계 (Ecosystem)

'개'의 천재성

SURPRISER - Tistory 2023. 1. 7. 21:12

0. 목차

  1. '개'의 천재성
  2. 아이들과 개는 인지적으로 유연했다.
  3. 개는 인간의 몸짓과 시선을 읽을 수 있다.
  4. 개의 이런 놀라운 능력들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5. '가축화 과정'은 다른 동물에게도 일어났을까?

1. '개'의 천재성

 '브라이언 헤어(Brain Hare)' 박사는 듀크대학교 진화인류학과 교수로, 인간과 영장류, 가축화된 개의 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개의 인지 능력 연구의 선구자이자 핵심 전문가이다. 개의 인지 능력 연구에서 일어난 혁신을 흥미롭게 그려낸 '개의 천재성: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개가 영리한 이유(The Genius of Dogs: How Dogs Are Smarter Than You Thnik)'라는 책을 '자네사 우즈(Vanessa Woods)'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이 책을 '인지과학자들의 첨단 기술 대신 장난감·컵·공·창고에 굴러다니는 다른 잡동사니들을 이용해 개의 천재성을 실험하고 이해하게 된 과정을 그린 책'이라고 소개한다.

 '브라이언 헤어(Brain Hare'와 연구자들은 개가 인간이 표현하는 의사소통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뛰어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1950년대 구소련의 생물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로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여우 실험을 바탕으로, '브라이언 헤어'는 개의 뛰어난 의사소통 이해력이 가축화 때문임을 입증했다. 실험군에 속하는 '드미트리 벨라예프'의 여우들은 45세대를 거치면서 귀가 늘어지고 꼬리가 휘어졌으며 대조군의 여우보다 인간의 몸짓을 훌륭하게 해독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드미트리 벨라예프'가 인간의 몸짓을 이해하는 데 능숙한 여우들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그는 인간을 덜 무서워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여우들을 선택했다. '브라이언 헤어'와 '자네사 우즈'가 책에서 강조했듯이, 교배를 위해 친화력이 가장 뛰어난 여우들을 선택한 가축화가 인지의 진화를 야기한 것이다.

 그러면 이 책에서 말하는 개의 '천재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브라이언 헤어(Brain Hare)' 박사가 생각하기에 '인지 혁명'이 시사하는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인지가 매우 특수한 차원의 형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인지'란 독립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술들의 집합체이다. 그 기술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모르지만 말이다. 예컨대 수학에서는 능숙하지만 의사소통 능력이 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종들은 특정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에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다.

 이는 개도 마찬가지이다. '브라이언 헤어' 박사는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은 종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번성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개는 성공한 종이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개가 있으니 말이다. 아마 개와 인간과 소를 제외하고 그다음으로 가장 성공한 포유류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탐구한다. 개는 심리적 혹은 인지적으로 천재성을 지녔을까? 그렇다. 개들은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 특별한 정교함과 유연성을 보여준다.

반응형

2. 아이들과 개는 인지적으로 유연했다.

 '브라이언 헤어'의 지도 교수였던 발달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 교수는 어느 날 '브라이언 헤어'에게 몸짓을 이용한 소통이 인간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고 한다. '마이클 토마셀로' 교수는 몸짓이 인간의 진화에 중요한 요소였을 뿐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몸짓을 사용하고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능력은 영유아기 때 발달하는 것이 그의 이론이었다.

 그때 '브라이언 헤어'는 자신이 키우고 있던 개 역시 똑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이클 토마셀로' 교수가 그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그의 이론은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가와 관련된 중요한 개념이었음에도 말이다. '마이클 토마셀로' 교수는 '브라이언 헤어'에게 '내가 틀렸음을 자네가 증명하도록 도와주겠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마이클 토마셀로' 교수는 자신이 개의 인지능력에 관해 틀렸음을 깨닫자 흥분하며 '실험을 더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강력하지만 매우 단순한 기법을 이용했다. 두 기 용기를 이용해 그중 하나에 먹이를 숨기고, 먹이를 숨긴 용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개가 먹이를 찾도록 유도한다. 같은 실험을 유인원에게 해봤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유인원은 인지적으로 유연하지 않았다. 그들은 학습을 통해서만 몸짓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새로운 몸짓으로 소통하고자 할 때면 다시 학습을 해야만 했다. 유인원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개에게도 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개는 아이들과 비슷했다.

 이들은 개들이 후각을 이용하거나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도록 통제 실험을 했다. 먼저 이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몸짓을 개가 따른다는 현상을 입증해 보였다. 또 이들은 개가 몸짓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가령 숨겨진 먹이의 냄새를 맡은 것은 아닐까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들은 늑대·개·여우 모두 눈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늑대·개·여우는 눈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할 때 코를 사용한다. 이 실험에서 개가 후각보다 시각과 기억력을 통해 얻은 정보를 우선시함을 알게 되었다.

3. 개는 인간의 몸짓과 시선을 읽을 수 있다.

3-1. 불투명한 벽을 이용한 실험

 이 책에서는 여러 기발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는 '줄리안 커먼스키(Juliane Kaminsky)'와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 '조셉 콜(Josep Call)'이 수행한 '불투명한 벽을 이용한 실험'이 있다.

 '불투명한 벽'과 '투명한 벽' 앞에 공을 한 개씩 놓는다. 개는 두 공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 사람이 벽 뒤로 간 다음 개에게 공을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놀랍게도 개는 불투명한 벽에 가려 사람이 볼 수 없는 공은 물어오지 않고, 투명한 벽 앞에 있는 공만 물어온다. 인간과 개 모두 두 공을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대조실험을 하면, 개는 투명한 벽 앞의 공과 불투명한 벽 앞의 공을 무작위로 선택했다. 이 실험은 개가 '인간에게 보이는 것'과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즉, 개는 인간의 시선을 고려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1. 실험 조건: 투명한 벽과 불투명한 벽 뒤 사이에 실험자가 앉았다. 그리고 두 벽 앞에 앉은 개가 볼 수 있도록 장난감 2개를 각각의 벽 앞에 놓았다. 그 후 실험자가 개에게 '이리 가져와!'라고 말했다. (두 장난감 중 하나를 특정하지 않았다.)
  2. 대조실험 A: 실험자가 장난감을 둘 다 볼 수 없도록 돌아섰다.
  3. 대조실험 B: 실험자가 장난감을 둘 다 볼 수 있도록 개와 같은 쪽에 섰다. 이 실험들에서 실험자는 몸짓으로 명백히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들은 사람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심지어 사람의 시야와 자신의 시야가 다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들은 사람이 투명한 벽을 통해서만 장난감을 볼 수 있을 때에는 투명한 벽 앞에 있는 장난감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3-2. 개가 인간의 몸짓을 읽을 수 있는 이유

 그러면 개가 인간의 몸짓을 읽을 수 있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개가 그 몸짓을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고, 경험을 통해 점차 학습했다는 것이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몸짓으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예컨대 발로 지시를 해보는 것이다. 아니면 먹이를 숨긴 용기 위에 어떤 물체를 가져다 올려놓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써볼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와 개는 이런 몸짓도 이해하고 행동했다. 반면 침팬지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서서히 학습했다는 가설은 배제되었다.

 하지만 어려운 부분은 이제부터이다. 개가 실제로 '마음 이론(Theory of Mind)'과 같은 정교하고 유연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 동물에게도 적용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영장류'와 '까마귀'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의 경우 대안 설명들을 배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실험이 없다. 즉, 개가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론을 가지고 있다는 압도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개가 인간이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음을 보인 '불투명한 벽 실험'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마음 이론'과 같은 연구에서는 동물이 여러 다른 실험에서 동일한 능력을 나타내야 한다. 영장류는 동일한 능력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지만, 아직 개는 그러한 경우가 없다.

반응형

4. 개의 이런 놀라운 능력들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그러면 개의 이런 놀라운 능력들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연구진들은 다음과 같은 가설들을 시험해 보았다.

  1. 가설 1: 첫째는 개가 인간의 몸짓을 읽는 데 능숙한 늑대와 유연관계를 갖기 때문이라는 가설이었다
  2. 가설 2: 둘째는 개가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천천히 이런 기술들을 학습했다는 가설이었다.
  3. 가설 3: 셋째는 '가축화 과정'에 일어난 어떤 변화 때문이라는 가설이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증거는 '가축화 가설'을 지지한다. 이는 친화적인 개체들에 대한 선택이 인간의 마음을 읽고 인간을 문제 풀이에 이용하는 데 능숙해지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놀라운 결과다. 그러면 '친화적인 개체들에 대한 선택'이 어떤 이유로 개들을 더 영리하게 만들었을까?

 위에 언급한 가설 중 나머지 두 가설에 문제가 있다는 논문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되었다. 첫 번째 가설은 늑대로부터 진화된 '몸짓을 읽는 뛰어난 능력'을 개가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경험을 통해 개들이 그런 능력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연구진들은 이 두 가설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세 번째 가설인 '가축화 가설'에 주안점을 두었다. 하지만 '가축화 가설'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앞의 두 가설에 대한 반증들을 찾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드리트리 벨라예프' 박사의 주도 아래 연구된 여우 연구에서 세 번째 가설의 직접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4-1. 벨랴예프 박사의 여우 연구

 '드미트리 벨랴예프' 박사의 주도 아래 시베리아에서 획기적인 여우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여우를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접촉을 차단했다. '대조군'의 교배는 임의적으로 이루어졌다. 반면 '실험군'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잘 따르는 여우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끼리 서로 교배가 이루어졌다. 여러 세대가 지나자 실험군에서 높은 빈도로 '드미트리 벨라예프' 박사가 선택하지 않았던 '처진 귀', '말린 꼬리', '여러 색이 섞인 털'과 같은 형질들이 나타났다. 이 연구는 실험을 통해 여우를 가축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연구이다. 가축화가 실로 사람에 대한 비공격성과 친화력을 선택한 과정이었는지 실험할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 상식적으로 사람을 공격하거나 가까이 오기를 두려워하는 동물을 어떻게 삼을 수 있을까?

 또한 '드리트리 벨랴예프' 박사의 여우 실험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심리학적 질문을 제기했다. 몸짓을 이해하고 인간을 사회적 도구로 이용하는 이런 놀라운 능력이 친화력 선택의 결과일까?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가축화된 여우들은 개들이 그런 것처럼 인간의 몸짓을 이해했지만, 대조군 여우들은 늑대처럼 행동했다.

4-2. 인간이 늑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늑대가 인간을 선택한 것이다.

 여우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의 몸짓을 이해하는 데 뛰어나거나 똑똑한 여우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친화력이 좋은 여우를 선택한 결과 이런 형질들을 갖게 된 것이었다. 이는 '가축화 가설'의 직접적인 증거였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개들을 가축화하면서 그들을 영리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인간의 생각대로 개들을 창조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분야의 확실한 증거들을 통해 볼 때, 사람과 친한 동물들은 더 많이 번식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새로운 식량 자원을 개발했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동물은 식량을 얻어 진화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늑대가 우리를 선택한 것이지, 우리가 늑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늑대와 경쟁하던 수렵채집인들은 분면 아이들 곁에 늑대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늑대 역시 인간의 거주지 주변에 훌륭한 식량 자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몇 세대 후 실험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형태학적 변화가 일어났고, 그 결과로 사람들은 친화적인 늑대와 적대적인 늑대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선택점 이점이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공격적이지 않고 친밀한 개체만을 선택하는 과정은 형태학적·심리학적 변화 외에도 여러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일단 이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게 되면, 선택은 마찬가지로 그 변화에 대해서도 작동하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이러한 변화들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간은 애초에 귀가 늘어진 개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비공격성을 선택한 결과 귀가 늘어진 개체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자 인간은 교배를 통해 귀가 늘어진 개체를 늘렸다. 다시 말해 인간은 비공격성을 선택하다 발생한 변이를 활용한 것이다.

반응형

5. '가축화 과정'은 다른 동물에게도 일어났을까?

 개에서 일어난 이러한 가축화 과정은 소위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를 통해 다른 동물에게도 일어났을 듯하다. 가령 '공격성', '낯선 자에 대한 태도' 등과 관련해 침팬지, 보노보와 비교한다면 어떨까?

 '보노보(Bonobo)'의 사례는 인위선택이 아닌 자연선택이 가축화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자연선택을 통해 한 종이 가축 동물처럼 되는 현상을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이라고 한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차이'를 '늑대와 개의 차이'와 비교해 보면, 늑대와 개에서 나타나는 여러 차이가 침팬지와 보노보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침팬지가 유인원의 늑대라면, 보노보는 형태학적 특성이나 행동적 특성 모두에서 유인원에서 개의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보노보(Bono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