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공학 (Engineering)

햅틱스(Haptics)

SURPRISER - Tistory 2023. 1. 7. 19:01

 '햅틱스(Haptics)'란 피부나 압력에 진동을 주어 물체의 다양한 감촉과 반응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을 말한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로, 아이폰에서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을 2초 정도 누르면, 딸각거리는 느낌과 함께 실제로 버튼이 눌려지는 듯한 반응이 느껴진다. 하지만 버튼이 실제로 눌린 것은 아니다. 버튼을 누르면 미세한 진동이 전해지고, 그 진동에 따라 버튼이 눌린 것 같은 감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2020년 11월에 발매된 비디오 게임기 'PlayStation 5'의 'DualSense'라는 전용 컨트롤러에는 '햅틱 피드백(Haptic Feedback)'과 '어댑티브 트리거(Adaptive Trigger)'라는 새로운 기능이 탑재되었으며, 두 기능 모두에 '햅틱스(Haptics)'가 사용되었다. '햅틱 피드백'에서는 게임의 영상과 음성에 맞게 컨트롤러에서 손으로 미세한 진동이 전해지면서, 모래 위를 힘겹게 걷고 있는 감촉이나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감촉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어댑티브 트리거'는 컨트롤러 상부에 있는 버튼에서 상황에 따라 손가락에 반발력이 전해지는 기능이다. 예컨대 총을 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방아쇠(Trigger)'를 당기는 듯한 묵직한 반응이 버튼에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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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햅틱스'는 왜 필요한가?
  2. 촉각의 메커니즘
  3. 피부에 진동을 주어 다양한 감촉을 재현한다.
  4. 메타사의 '촉각 체험 글러브'
  5. 착각 햅틱스
  6. 공중 햅틱스
  7. 촉각으로 감정과 생각도 전달할 수 있다.

1. '햅틱스'는 왜 필요한가?

1-1. '가상 세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촉각이 필수적

 '햅틱스(Haptics)'는 인터넷상에 만들어진 3차원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의 하나이다. '메타버스'란 'mete(초월한)'와 'Universe(우주)'를 합한 신조어이다. 미국의 SF 작가인 '닐 타운 스티븐슨(Neal Town Stephenson), 1959~)'의 1992년 작품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등장한 이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메타버스가 펼쳐지면, 가상 세계에서 친구와 만나서 놀거나 인터넷의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골라 살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의 실현을 향한 연구는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IT기업 Facebook은 2021년 10월에 회사의 핵심 사업을 'SNS 서비스'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으로 옮긴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동시에 회사 명칭도 '메타(Meta)'로 바꾸었다. '메타'에서 메타버스 실현을 위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기술이 바로 '햅틱스(Haptics)'이다.

 우리는 평소 별다른 생각 없이 이 세계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그런데 이 세계가 현실이라는 감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라는 다섯 가지 감각, 즉 오감으로 입수한 정보를 뇌에 보내고, 뇌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처리 과정을 통해 외부를 인식한다. 그리고 오감과 외부와의 왕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특별한 위화감이 없는 한, 우리는 그 세계를 현실이라고 느낀다. 그에 비해 '가상 세계'란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를 가리킨다. 그리고 메타버스의 도달점 가운데 하나는 실제로는 가상인데도 현실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체험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이런 가상 세계의 현실감을 일반적으로 '몰입감'이라고 한다. 이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가상 세계의 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1-2. '가상 세계'에도 촉각이 필요하다.

 전용 헤드셋을 장착해 '가상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VR(Virtual Reality)', 즉 '가상 현실' 기술은 게임 분야를 바탕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VR 헤드셋을 장착하면 시야가 현실 세계를 벗어나, 가상 세계를 표현하는 아주 세밀한 영상이 3차원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영상에 맞춰 효과적으로 음성도 들어온다. '6DoF(식스 도프)'라는 최신 센서 기술을 통해 '머리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걷고 웅크리는 전후·좌우·상하의 몸의 움직임도 VR 공간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런 가상 세계에는 큰 약점이 있다. 자신의 손을 움직여 가상 세계의 물체를 만졌을 때 아무런 감촉이 없다는 점이다. 애써 만든 VR의 몰입감이 여기에서 사라지고 만다. 눈앞에 있는 물체를 만지거나 잡았을 때, 그 감촉과 반응이 전해지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평소 생활에서 촉각을 의식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촉각이 없으면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쓸 수 없다. 우리가 글씨를 쓸 수 있는 것은 연필을 쥐고 그것을 움직이고 있는 반응을 촉각을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촉각은 우리 몸 전체에 펼쳐진 고성능 센서이다. 이 센서를 통해 얻는 다양하고 섬세한 정보에 의해, 우리 일상 생활은유지되고 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가상 세계'에서도 촉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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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촉각의 메커니즘

2-1. 촉각은 피부만의 감각이 아니다.

 이제 촉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인간의 감각은 '특수 감각'과 '체성 감각'으로 나눌 수 있다. '특수 감각'이란 시각의 경우에는 눈, 청각인 경우에는 귀, 각각 전용 감각 기관이 있는 감각을 가리킨다. 반면 '체성 감각'은 그런 전용 기관이 없이 전신에 걸쳐 느끼는 감각이다. '체성 감각'은 다시 피부에 생기는 '피부 감각'과 관절이나 근육, 힘줄 등 몸 내부에 생기는 '심부 감각'으로 나뉜다. 피부 감각'은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 진동, 온도, 통증 등을 지각한다. '심부 감각'은 몸의 일부를 움직였을 때 그 위치의 변화와 운동 등을 지각한다. 팔을 구부렸을 때, 자신이 팔을 움직이고 있음을 아는 것은 '심부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피부 감각' 가운데 압력과 진동을 통해 물체 표면의 '요철'과 '질감' 등을 지각하는 감각을, 좁은 의미에서 촉각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햅틱스(Haptics)' 분야에서는 '피부 감각'과 '심부 감각'을 합친 '체성 감각'을 촉각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물체의 감촉은 기본적으로 '피부 감각'과 '심부 감각'이 하나가 되어 작용함으로써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눈앞에 금속 구체가 놓여 있다고 하자. 그 표면의 매끄러운 질감과 금속 특유의 선뜻하고 차가운 감촉은 피부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구체임을 알기 위해서는 손이나 손가락을 세심하게 움직여 '심부 감각'을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 또 구체의 무게를 지각하기 위해서는 손이나 손가락만이 아니라, 구체를 들고 있는 팔의 근육과 관절에서 생기는 '심부 감각'도 필요하다. 물체를 지각하는 일은 '피부 감각'과 '심부 감각'이 결합되어 있어, 양자를 때어 놓고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체성 감각'에 의한 지각을 촉각으로 부르기로 하자.

 더 폭넓게 이야기하면 '물체의 감촉'에는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이라는 오감이 모두 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래 위를 걷고 있을 때 '사각거리는 감촉'에는 촉각 외에 청각이 큰 영향을 미친다. '물체의 감촉'이라고 우리가 말하는 체험은 반드시 촉각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또 촉각만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도 없다.

감각 세부
체성 감각 피부 감각
심부 감각
특수 감각 특수 감각

2-2. 4종류의 센서가 압력과 진동을 감지한다.

 그러면 피부는 외부의 자극을 어떻게 감지할까? 먼저 피부에는 '기계 수용기(Mechanoreceptor)'라는 4종류의 센서가 있다. '메르켈 세포(Merkel cell)', '마이스너 소체(Meissner's corpuscle)', '파치니 소체(Vater-Pacini corpuscle)', '루피니 소체(Ruffini's corpuscle)'이다. 중요한 점은 이들 센서는 외부의 자극에 직접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에 의한 '피부의 변형'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피부가 변형하는 것은 피부에 압력과 진동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진동이란 짧은 주기로 반복해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말한다. 4종류의 센서는 각각 이 압력과 진동을 감지한다.

  1. 메르켈 세포(Merkel cell): 대표적으로 촉각을 수용하며, 특히 촉각의 낮은 강도와 촉각의 속도에 반응한다. 또한 일정한 압력과 질감을 감지하여 '두 점 식별(Two Point Discrimna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마이스너 소체(Meissner's corpuscle): 대표적으로 촉각을 수용하며 속도 감지기의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손, 발, 입술, 바깥 생식기 등의 털이 별로 없는 신체 부위에 많이 존재한다. 주파수가 낮은 진동감각 또한 수용한다.
  3. 파치니 소체Vater-Pacini corpuscle): 대표적으로 압각을 수용하며, 지속적인 진동감각도 전달한다. 손바닥, 손가락, 발바닥, 바깥 생식기, 가슴에 많이 분포한다.
  4. 루피니 소체(Ruffini's Corpuscle): 대표적으로 온각을 수용하며, 피부의 진피에 위치한다. 그 외에도 지속적인 압력과 신장력에 반응하고, 촉각의 강도와 자극의 속도를 수용한다.

 또한 피부 내부에는 '자유 신경 종말(Free Nerve Ending)'이라는 온도와 통증을 감지하는 센서도 있다. 예를 들어 금속에 닿으면 선뜻하고 차가운 감촉이 얻어지는 것은 '자유 신경 종말'이 손가락의 온도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이들 센서가 감지한 정보는 통합되어 '신경 섬유'로 보내지고 '전기 신호'로서 척수와 뇌에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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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피부에 진동을 주어 다양한 감촉을 재현한다.

 촉각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물체를 만졌을 때의 감촉을 '햅틱스(Haptics)'로 재현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거칠거칠한 물체가 피부에 닿았을 때는 거칠거칠한 물체 특유의 진동이 피부에서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런 진동의 특징을 예측하고 그것을 피부에 전달하면 거칠거칠한 감촉을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실현하기에 쉬운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진동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진동이 아니고, 피부의 변형을 동반하지 않은 채 3차원 피부 공간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그것들의 전체적인 경향 또는 분포를 바탕으로 특정 감촉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감촉에는 이 주파 수의 진동을 대입하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또 처음 물체에 닿았을 때 피부 어디에서 어떤 패턴의 진동이 발생했는지 정밀하게 측정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물체의 표면에 눈에 띄는 두드러진 요철 등의 정보는 피부 얕은 층에서 저주파의 진동으로 자각되며, 물체의 운동에 동반되어 생기는 피부 전체의 고주파 진동은 피부 깊은 층에서 지각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들을 어디까지 재현하면 현실과 같은 감촉이 되는지 완전하게 정량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피부 표면에 어떤 주파수의 진동을 어떤 식으로 대입하면 물체의 감촉을 재현할 수 있는지는 경험적으로 조금씩 밝혀지고 있으며, 그런 지식과 경험이 쌓여 '햅틱스(Haptics)'의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햅틱스(Haptics)'에서는 일반적으로, 섬세한 진동을 '액추에이터(Actuator)'라는 장치로 발생시킨다. '액추에이터(Actuator)'에는 '편심 모터(ERM)', '선형 공진 액추에이터(LRA)', '압전 소자(PE)' 3종류가 있다. ERM은 중심이 치우쳐 있는 모터를 회전시켜 진동을 발생시킨다. LRA는 전자기력에 의한 반발을 이용해 자석을 흔들어 진동을 발생시킨다. PE는 전압의 ON·OFF를 통해 기계적으로 신축하는 소재, 즉 '전압 소재'를 사용해 진동을 발생시킨다. 목적과 비용에 맞는 최적의 '액추에이터'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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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메타사의 '촉각 체험 글러브'

 이제부터 최신 햅틱스 기술을 소개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메타(Meta)'사에서 개발 중인 '촉각 체험 글러브'의 시험 모델이다. VR 헤드셋과 이 글러브를 함께 장착하면 시각·청각·촉각이라는 3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몰입감 있는 가상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VR 헤드셋에 비친 가상 세계의 영상에는 자신의 가상 손도 비친다. 현실의 자신의 손과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에 따라 영상 속의 손과 손가락도 움직인다. 그리고 영상 속의 다양한 물체에 닿으면, 그 감촉이 정확히 전달된다. 게다가 VR 헤드셋과 글러브를 장착한 2명의 남녀가 가상 세계를 통해 악수나 가위바위보, 블록 빼기 게임을 하는 모습도 공개되어 있다.

 메타사의 촉각 체험 글러브에는 다수의 '가속도 센서'와 '진동 액추에이터'가 탑재되어 있다고 한다. 현실의 손가락을 움직이면, 가상 세계의 손가락도 거의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가속도 센서가 현실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다수의 액추에이터가 가상 세계에서의 현상에 대응한 진동을 현실의 손과 손가락에 전해 줌으로써 다양하고 실감 나는 촉각을 재현하는 것이다. 메타사와 같은 글러브는 여러 회사가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제품화된 것도 있다.

'메타'사에서 개발중인 글러브 형태의 도구

5. 착각 햅틱스

 이번에는 2014년에 설립된 일본의 벤처기업 '미라이센스(MIRAI-SENS)'사의 햅틱스 기술을 소개한다. 이 회사가 개발한 수십 g의 가볍고 작은 도구를 손에 쥐면 손가락 끝에 진동이 전달된다. 그렇지만, 단지 진동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모니터상에서 조작되고 있는 커서의 움직임에 맞춰 팔이 전후좌우로 밀리거나 원을 그리듯이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팔과 몸 전체가 움직일 정도이다. 또 도구를 쥔 팔을 움직 용수철을 당기거나 누르는 감촉과 고무를 당겨 끊었을 때의 '뚝'하는 감촉 등을 느낄 수 있으며, 이 밖에도 자갈 위에서 공을 굴리는 감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도구에서 손가락으로 진동이 전달되는 것뿐인데도 팔에도 힘이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즉, '심부 감각'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라이센스가 보유한 독자적인 기술이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고무를 당겼을 때의 반발력을 만들고 싶다고 하자. 이 경우 고무를 당길 때 실제 손과 팔에 전해지는 압력과 진동을 재현하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신체에 전달한다는 것이 햅틱스의 정석이다. 하지만 '미라이센스(MIRAI-SENS)'의 기술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것은 '비선형 파동'이라는 '뇌에 착각을 주는 특수한 진동'이다. 그 진동으로 뇌를 속임으로써 마치 팔이 고무를 당기고 있는 것 같은 감촉을 낳는다. 이 기술은 이 회사의 '나카무라 노리오' 박사에 의해 2003년에 개발되었다. 우리가 느끼는 물체의 감촉과 운동은 결국은 뇌의 신호 처리 결과이다. 따라서 촉각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더라도 뇌가 특정 촉각을 느끼도록 착각하게 하면 된다. '비선형 파동(Nonlinear wave)'이라는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 진동을 사용하면 뇌에 다양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기존의 햅틱스 상식을 뒤엎은 이 기술은 '착각 햅틱스(Illusion Haptics)' 기술이라고 불린다.

 또 '나카무라 노리오' 박사에 따르면, 온도를 제외한 물체의 생생한 감촉은 '역각', '압각',' 촉각'이라는 3가지 요소를 합성해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역각'이란 기고 미는 힘을 느끼는 것이고, '압각'은 탄력과 부드러움 등을 느끼는 것이고, '촉각'은 표면 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으로 다양한 색채를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비유해, '나카무라 노리오'박사는 이 이론을 '삼원촉 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들 3가지 요소는 모두 '비선형 파동'을 일으킴으로써 아주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의 기술은 이미 제품화되어 디지털 게임, 의료, 헬스케어, 건설업 등 다양한 업계에서 이미 활용되고 잇다. 촉각과 피부 감각의 메커니즘은 복잡해서, 인공적으로 재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정밀하게 재현하려고 하면 '글러브(Glove)' 형태나 '바디수트(Body Suit)' 형태의 대규모 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카무라 노리오' 박사가 발명한 기술은 피부에 진동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소령화, 경량화, 저비용화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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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중 햅틱스

 지금까지는 글러브 형태나 소형 도구라는 실재하는 물체를 통해 다양한 촉각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물체에도 닿지 않고 허공에 손을 뻗는 것만으로 물체에 닿은 것과 같은 감촉을 주는 '공중 햅틱스'라는 기술도 등장했다.

6-1. '초음파'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촉각을 만든다.

 구체적으로는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소형 스피커를 늘어놓은 판지 모양의 장치(array)'를 사용한다. '초음파(Ultrasnics Wave)'란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높은 주파수의 음파이다. 이 장치에서 일제히 초음파를 발생시키면 각각의 파동이 간섭을 일으켜 강하게 모이는 '초점(Focus)'이 생긴다. 개별 스피커의 초음파는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살마의 피부에서 그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파동이 강하게 모이는 초점에서는 인간의 피부도 느낄 정도의 세기가 되기 때문에, 이 초점에 손을 대면 피부가 확실한 진동을 느낀다. 이 기술은 2008년에 일본 '시노다' 교수 등의 연구팀에 의해 발명되었다. 초음파로 촉각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은 그때까지의 상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지시된 위치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확실히 손가락 안쪽에 진동이 전해진다. 전방에 있는 카메라로 손가락과 손바닥 위치를 파악하고, 그와 연동해 초음파의 초점을 만들어 낸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손의 움직임에 맞춰 공간상에 차례차례 초점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직선, 원, 구체 등 다양한 형상의 감촉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공중 햅틱스'의 장점은 공간상 원하는 곳에서 감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응용하면 예컨대 현실 공간에 구체 홀로그램을 비추고, 그 구체의 가장자리를 감싸듯이 초음파의 초점을 만들어, 구체를 만지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2008년 발표 당시에는 떨리는 단순한 진동밖에 만들 수 없었지만, 연구팀은 최근 초음파 진동을 주는 방식을 연구해 '매끌매끌', '거칠거칠', '보슬보슬' 등의 대표적인 촉감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피부의 진동과 촉각의 관계에 대한 기본 원리가 최근 차츰 밝혀졌다. 앞으로는 그 원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물체의 감촉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6-2. 온도 감각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온도 감각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초음파의 초점을 향해 엷은 '물안개(Mist)'를 뿌려 두고 손가락을 갖다 대면, 그 초점에서 차가움이 느껴진다. 이것은 초음파의 진동 에너지가 물안개를 증발시켜 손가락 안쪽의 열을 빼앗기 때문이다. 또 초음파의 에너지를 강하게 해 손가락 안쪽을 가열함으로써 뜨겁게 느끼도록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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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촉각으로 감정과 생각도 전달할 수 있다.

 '햅틱스(Haptics)'의 근간이 되는 원리와 기술은 최근 발견·개발된 것도 많아, 연구는 앞으로 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디지털 게임, 커뮤니케이션, 쇼핑, 교육, 원격 수술 등 응용 분야는 다방면에 걸쳐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마음과 감정에 관계된 분야도 기대된다. 실제로 '메타(Meta)'사에서는 피부의 촉각을 통해 상대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하는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메타'사는 다음과 같은 연구 내용을 2019년에 발표했다. 피실험자 A에게, 피실험자 B의 팔에 손을 대, 기쁨이나 슬픔 등 '특정 감정'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이때 B는 A가 어떤 감정을 전하려고 했는지를 예측한다. 결국 의도한 감정을 촉각만으로 상대에게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이다. 그리고 이런 검증 과정에서 피실험자 A가 어떤 팔을 만졌는지, 또 피실험자 B의 뇌에서는 어떤 신경 활동이 일어났는지를 조사하는 연구 등도 이루어졌다. 이런 연구를 통해 '촉각 자극'과 '감정'의 인과 관계가 밝혀지면, 촉각만으로 다양한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에 새롭게 촉각을 더하려는 시도는 매우 흥미롭게 느껴진다.

 원래 '촉각'은 손을 겹치거나, 키스를 하거나, 포옹을 하는 등, 다른 사람과의 연결감을 얻기 위한 중요한 감각 기관이다. 또 말을 교환하지 않고 단지 상대와 접촉하는 것만으로 깊은 감정이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촉각을 통한 생각과 감정의 전달은 인간에게 가장 원시적인 커뮤케이션 수단이다. '햅틱스'는 그와 같은 촉각의 원래 능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우리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