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심리학 (Psychology)

휴먼 에러(Human Error)

SURPRISER - Tistory 2023. 1. 7. 18:58

0. 목차

  1. '휴먼 에러'는 중대 사고의 원인이 된다.
  2. '휴먼 에러'는 '인지 편향'과 관계있는 경우가 많다.
  3. 휴리스틱(Heuristics)
  4. '인지 편향'이 있어도,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5. '기억'도 오류를 일으킨다.
  6. '감정'도 오류를 일으킨다.
  7. '휴먼 에러'는 진화의 숙명

1. '휴먼 에러'는 중대 사고의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휴먼 에러(Human Error)'라는 말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또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드는 행위'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고, 그것을 깔끔하게 처리하면 문제가 없을 상황에서 발생한다. '인적 오류'라고도 하며, 쉽게 말해 '사람의 실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 '규칙과 순서 그 자체가 부적절한 경우'나 '악의를 가지고 피해를 주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에서는 '교통 기관의 운행'이나 '발전소의 조업'처럼 작은 실수가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도 많다. 그런 현장에서는 작업 규칙과 순서가 상세히 정해져 있어서, 그것을 제대로 지키면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휴먼 에러(Human Error)'로 인해 발생하는 중대한 사고는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휴먼 에러(Human Error)'가 관련된 중대한 사고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휴먼 에러'의 원인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휴먼 에러'와 관련된 사고를 몇 가지 살펴보자.

1-1. NASA의 챌린저호 폭발 사고

 198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의 왕복 우주선 '챌린저호(Challenger)'가 발사 직후에 폭발해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 7명이 사망하는 중대한 사고가 있었다. 발사에는 모든 순서가 자세히 정해져 있었고, 위험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했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일까?

 사고 후의 조사에 따르면, 어떤 기술자가 장치에 사고 생길 가능성을 사전에 지적했지만, 그 가능성을 부적하는 압력에 의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또 팀 전체의 방침에 반하는 의견을 말하지 않은 관계자가 그 밖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반대 의견들이 반영되지 못한 채, 상부의 판단으로 발사가 결정되었다. NASA의 규칙에는 문제점이나 반대 의견이 있으면, 전원이 동의할 때까지 논의하도록 되어 있었다. 만약 그 규칙을 철저히 지켰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즉 '휴먼 에러(Human Error)'가 있었던 것이다.

1-2. 카리아 제도에서의 점보기 충돌 사고

 1977년, 서아프리카 난바다에 있는 '카리아 제도(Caria Islands)'의 공항에서 '점보기(승객 400명 이상을 싣는, 제트 엔진으로 움직이는 초대형 여객기)'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 승객 583명이 사망했다. '조종사와 관제탑이 교신을 잘못한 것' 이외에 '낙관적인 전망에 따른 판단 착오', '운항 지연을 해소하고자 하는 초조함', '상사에게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 등 여러 '휴먼 에러(Human Error)'가 있었다고 지적된다.

1-3.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사고

 1986년 구소련 체제 아래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Chernobyl Nuclear Power Plant)'의 폭발 사고도 '휴먼 에러'와 관련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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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휴먼 에러'는 '인지 편향'과 관계있는 경우가 많다.

 '휴먼 에러(Human Error)'는 '인지 편향'이라는 심리 현상과 관계되는 경우가 많다.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이란 인간의 사고와 판단 등이 무의식적으로 빠지기 쉬운, 치우침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사고와 판단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도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 '바넘 효과(Barnum Effect)', '도박사의 오류(Gambler' Fallacy)' 등 여러 가지 인지 편향이 밝혀졌다. 인간의 사고와 판단은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어서, 원래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2-1.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인지 편향' 중 하나로 '확증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무의식적으로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를 골라 받아들이거나, 그것에 반하는 정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일단 어떤 선입관을 가지면, 그것을 보강하는 정보만 축적되므로 선입관은 차츰 더 견고해지기가 쉽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왕복 우주선 '챌린저호(Challenger)'의 폭발 사고에는 '확증 편향'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발사를 결정한 팀은 장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라는 좋지 못한 정보를 '틀렸다'고 물리치고,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적절하다'고 판단해 버렸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합리성이 없는 의사 결정도 그 장소에 있던 당사자들은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사고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과신함으로써, 생각이 낙관적이 되어 집단의 판단을 옳다고 생각하는 한편, 그것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기 쉬워지는 '집단 사고 편향'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집단 사고 편향'의 다른 예로, 집단의 주요한 의사 결정에 다른 의견을 내놓은 구성원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자기 자신은 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경향이 있다.

2-2.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 또는 '항상성 편향'도 잘 알려져 있다. 보통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사건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정상적인 일상생활의 틀로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다.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 '이번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은 경험한 적 없는 그런 위험과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대피해야 할 상황인데, 위험을 과소평가해 '아직 괜찮을 것', '설마 나는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대피가 늦어진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다. 상식의 범위 안에서 대처하려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일을 내팽개치고 달아나는 행동' 등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호우 재해에서 대피하라는 대피 경보를 듣고도 대피하지 않거나 늦게 대피한 사람이 많아 피해가 큰 경우가 있다. 그 배경에는 '정상성 편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재해 대책에서는 대피 지시 등이 내려진 것을 알면서도, 대피하지 않는 주민이 많은 것이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다. 여러 가지 '인지 편향'과의 관련성이 지적되고 있다.

 인간은 매일 여러 가지 소소한 비정상 사태에 직면한다. 이때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일일이 심각하게 반응하며,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둔감함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정상성 편향'에 의해 상식의 범위 안에서 대응하려고 하면, 일을 내팽개치고 달아나는 것 같은 단호한 행동은 하기 어렵다.

2-3.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은 생존에 실패한 사람들의 '가시성 결여(Lack of Visibility)'로 인해 비교적 가시성이 두드러지는 생존자의 사례에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편향을 말한다. 이 편향은 '낙관주의 편향'과 '과신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전쟁이나 재해에서는 생존자의 증언만 남아 그것이 기준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망한 사람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으므로, 실제로는 생존자의 증언이 얼마나 타당한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사람의 일화만 널리 이야기되거나 합격한 사람의 학습법만 주목받고 다른 경우는 경시되기도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미국군에서 있었던 일이다. 전투에서 돌아온 군용기에서 적의 총탄을 많이 받은 곳의 '장갑(적의 총포탄을 막기 위해 배나 차 따위에 댄 특수한 강철판)'을 두껍게 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반대를 받았다. 왜냐하면 돌아온 군용기에 남은 탄흔은 공격을 받았어도 추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분이며, 다른 부분이 공격을 받은 군용기는 추락해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똑똑하게도 돌아온 전투기가 총탄을 맞은 부분 이외의 장갑을 강화했다고 한다.

2-4. 바넘 효과(Barnum Effect)

 '바넘 효과(Barnum Effect)'란 많은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을 듣고 자기에 대해 지적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잡지의 운세 코너에서 자신의 별자리에 '때로는 괴로움이 있을 것'이라고 적힌 것을 읽고 '맞다'고 생각했다고 하자.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때로는 괴로움이 있으므로, 이 운세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런 심리는 '비즈니스(Business)'에서도 이용된다. '바넘(Barnum)'은 서커스로 성공한 미국의 흥행사 이름에서 유래했다.

2-5. 도박사의 오류

 '도박사의 오류(Gambler' Fallacy)'란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련의 확률적 사건들에서 상관관계를 찾아내려 하는 사고의 오류를 말한다. 예컨대 빨간색과 검은색의 반반씩 나오는 룰렛이 있다고 하자. 룰렛에서 5회 연속 빨간색이 나오고 나서, 다음에 검은색과 빨간색 중 어느 쪽에 걸까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있다고 하자. 이 경우, 5회 연속 빨간색이었으니 다음은 검은색이 나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결과에 관계없이, 다음에 빨간색과 검은색이 나올 확률은 항상 같다.

2-6. 그 외의 편향들

 그 밖에도 '저 사람은 학력이 높으니까 인품도 신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 버리는 '후광 효과(Halo Effect)', 무슨 일이 일어난 뒤 '그럴 줄 알았다'고 느끼는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 '집단 사고 편향(Roupthink Bias)',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등 많은 편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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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휴리스틱(Heuristics)

 '인지 편향'을 일으키는 요인의 하나로 '휴리스틱(Heuristics)'이라는 마음의 메커니즘이 있다. '휴리스틱(Heuristics)'은 치명적이지 않은 정도의 잘못은 있더라도, 제한된 정보로부터 대체로 타당한 판단을 재빨리 내리기 위한 방략이다. 이것은 '직감', '인상', '경험칙' 등의 사고와 판단에서의 지름길 같은 것으로,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간을 충분히 갖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아니어서,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마음의 메커니즘'을 발전시켰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처음으로 받은 인상에 근거한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휴리스틱 자체는 여러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너무 비합리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휴리스틱 연구에 크게 공헌한 심리학자이자 행동 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베르스키(Amos Tversky, 1937~1996)'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은 휴리스틱의 3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휴리스틱의 3가지 유형이란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 Heuristic)',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고정 및 조정 휴리스틱(Anchoring and Adjustment Heuristic)'이다.

3-1. 대표성 휴리스틱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 Heuristic)'은 사물의 대표적인 성질로 대상을 판단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독일인은 맥주를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이런 이미지는 확률을 둘러싼 판단을 방해하기도 한다. '맥주와 녹차를 좋아하는 독일인'과 '녹차를 좋아하는 독일인' 중 어느 쪽이 더 많다고 생각할까? '아모스 트베르스키' 연구팀의 유사 실험에서는 전자가 더 많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확률 문제로 생각하면 '맥주와 녹차를 좋아하는 독일인'은 '녹차를 좋아하는 독일인'의 일부이다. 즉, '녹차를 좋아하는 독일인'보다 '맥주와 녹차를 좋아하는 독일인'이 더 많을 수는 없다.

 '아모스 트베르스키'에 따르면,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확률의 성질을 무시해버리는 것은 우리가 여러 가지 '스테레오타(Stereotype)'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란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집단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공통으로 가지는 비교적 고정된 견해와 사고를 말한다. 즉, 확률이 아니라 독일인의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운 것을 더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현상을 특히 '결합 오류(Conjunction Fallacy)'라고 한다.

3-2. 가용성 휴리스틱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머리에 떠오르기 쉬운 사물을 높이 평가하는 현상이다. '상기 휴리스틱'이라고도 한다. 세계의 도시를 열거하고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물으면, 친숙한 도시일수록 인구가 많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우리 아버지는 담배를 많이 피지만 장수하고 있으므로, 담배가 건강에 나쁠 턱이 없다.'와 같이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3-3. 고정 및 조정 휴리스틱

 '고정 및 조정 휴리스틱(Anchoring and Adjustment Heuristic)'은 처음에 어떤 수치를 제시하면, 그 후의 상황에서 그 수치를 무의식 중에 의식해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쇼핑에서 가격 흥정을 할 때 상인은 처음에 원래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구매자는 상인이 제시한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 얼마나 싸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상인은 먼저 높은 구매 가격을 제시하면 유리하게 흥정을 이끌 수 있다.

 '아모스 트베르스키' 연구팀이 '고정 및 조정 휴리스틱'의 영향을 밝힌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국제연합 가입국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는 몇 %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한 그룹에게는 '65%보다 많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10%보다 많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 결과 전자 쪽은 45%라는 결과를 얻었고, 후자 쪽은 25%라는 결과를 얻었다. 참고로 당시 실제의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은 3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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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지 편향'이 있어도,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인간은 '휴리스틱(Heuristic)'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 때때로 '인지 편향'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전혀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며, 멈추고 느긋하게 생각하면 적절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그 실마리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제창한 사고의 '이중 과정 이론(Dual Process Theory)'과 '전망 이론(Prospect Theroy)'에 있다.

  1. 이중 과정 이론(Dual Process Theory): '이중 과정 이론(Dual Process Theory)'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에는 의식하지 않고 직감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는 '시스템 1'과, 의식하면서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시스템 2'가 있어 필요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다고 한다. '휴리스틱'을 구동하는 것이 '시스템 1'이고, 숙고가 필요할 때 등장하는 것이 '시스템 2'다. '시스템 2'를 동원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한 부담이 가벼운 '시스템 1'로 끝내려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잘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일에서도, 순간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인지 편향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2. 전망 이론(Prospect Theroy): '아모스 트베르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또 다른 대표 연구인 '전망 이론(Prospect Theroy, 프로스펙트 이론)'을 제시했다. '전망 이론(Prospect Theroy)'은 인지 편향을 전제로 한 의사 결정 모델의 하나로, 인간에게는 이익을 얻기보다는 손실을 회피하려는 '손실 회피 편향이 있다는 것', '이익이나 손실이 커지더라도 주관적인 충격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등에 근거해, 가치 판단의 메커니즘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두 사람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끌어들인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확립했다. 과거에 인간의 경제적인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 연구로 '대니얼 카너먼'은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1996년에 사망한 '아모스 트베르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아마 공동 수상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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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억'도 오류를 일으킨다.

 만약 '시스템 1'이 아니라 '시스템 2'를 작동시켜 '휴리스틱'을 억제함으로써 '인지 편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면 '휴먼 에러'를 회피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의 중요한 근거인 '기억(Memory)'에도 오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실에 대한 기억이 나중에 추가된 정보로 바뀌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건의 기억이 만들어지는 일은 실은 드물지 않다. '건망증'이나 '기억 오류'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같은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을 목격한 일도 틀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F. Loftus, 1944~)'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그것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연구를 했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고, 자동차끼리 충돌하는 영상을 보여 준 뒤, 어떤 그룹에게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부딪쳤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격돌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후자 쪽이 빠른 속도를 대답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딪혔다(Hit)'와 '격돌했다(Smashed)'는 말의 차이가 기억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1주일 후에 사고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차 유리가 깨진 것을 보았는가?'라고 확인했더니 '전자'의 그룹에서 '봤다'고 답한 사람은 50명 가운데 7명이었던 것에 비해, '후자'의 그룹에서 '봤다'고 답한 사람은 50명 가운데 16명이었다. 실제로는 유리가 깨지지도 않았으며, 보지 않은 기억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에게 꿈의 내용을 이야기하게 한 뒤 '그 꿈은 당신이 어린 시절에 괴롭힘을 당한 일, 또는 미아가 되었던 일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는 실험 조작을 위한 거짓 설명이다. 그러면 그 참가자는 그 에피소드가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체험한 일처럼 자세히 이야기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가짜 기억' 또는 '거짓 기억'이라고 한다.

 가짜 기억은 매우 상세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즉, 자기는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기억이라도 사실은 아닌 것이다. 부모로부터 들은 사건이나 자신이 반복적으로 상상한 일 등은 가짜 기억이 되기 쉽다고 한다. 예컨대 '어머니 뱃속에 있었을 때의 기억', '어렸을 때 외계인에게 유괴된 기억' 등은 '가짜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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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감정'도 오류를 일으킨다.

 기억에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의 '감정'에는 오류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좋아하다', '재미있다' 같은 기분이 외부로부터 조작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감정조차 정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6-1. 흔들다리 효과

 연애를 둘러싼 하나의 효과로 '흔들다리 효과'라는 것이 있다. '흔들다리 효과(Suspension Bridge Effect)'는 누군가와 함께 흔들다리를 건너면 무서움에 심박수가 상승한 것을 '상대가 좋아 두근거린다'고 느끼고 정말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을 설명하는 학설로 '정서의 2요인 이론(Two Factor Theory)'이 있다. '생리적 변화 그 자체'와 '그것을 어떻게 상황과 관계를 지을까 '하는 두 요인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설이다. 즉, 혼자 다리를 건너면서 두근두근해도 연애 감정은 생기지 않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는 상황이 더해지면 감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가 좋아서 두근두근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6-2. 얼굴 표정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웃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은 즐거운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심리학자 '프리츠 슈트라크(Frits Strack)'의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얼굴 표정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프리츠 슈트라크'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이로 펜을 물게 했다. 그러면 입 모서리가 올라가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이 된다. 한편,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입술로 펜을 물게 했다. 그러면 입 모양이 뾰족해져 불만스러운 얼굴이 된다. 이 상태로 참가자들에게 만화를 읽게 했더니 전자 쪽이 더 재미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6-3. 신체의 움직임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특정한 신체의 움직임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보고되었다. 예컨대 손을 아래로부터 위로 움직이는 행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예컨대 손을 아래로부터 위로 움직이는 행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조작할 때 손가락을 이용해 화면을 '스와이프(Swipe)'하는 움직임이 많은데, 그것이 감정과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는 무표정보다는 웃는 것이 좋은 인상을 준다. 자신이 웃으면 상대방도 동조해 웃기 쉬우며, 웃는 얼굴이 되면 호의적인 감정이 생기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웃음이 전염되는 것이다. 이것은 면접이나 상담 같은 익숙한 상황에서도 흔히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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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휴먼 에러는 진화의 숙명

 여기까지 읽었다면 역시 인간은 '오류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서는 더 낫지 않을까? 의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서도 잘못하는 경우가 많은 생물이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가진 여러 능력은,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해가며 얻은 것이다. 즉, 생존에 필요한 것을 익혀왔다. 그러면 여러 가지 '마음의 메커니즘' 역시 진화의 산물이며 생존에 유리한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인간의 특징 중에는 환경을 스스로 차츰 변화시킨다는 성질이 있다. 진화의 역사에서 보면 문명의 발전은 매우 짧은 기간에 일어나 사건이며, 우리는 바로 윗세대인 부모님 세대에 비해서도 매우 다른 환경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생물로 적응한 환경과는 다른 생활을 보내고 있으며, 진화 과정에서 마주친 적이 없는 미지의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마음의 메커니즘과 환경의 부조화가 생겨 잘못을 저지르기 쉬운 것이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휴리스틱'에 빠져 합리적이지 못한 사고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합리적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런 상황보다는 재빨리 판단하는 펀이 생존에 유리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약간의 잘못이 있더라도 직감적으로 사고함으로써 환경에 적응한 결과 '휴리스틱(Heuristics)'이라는 마음의 메커니즘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진화 과정 중에 적응한 환경에서는 인간 마음의 메커니즘이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라는 환경에서는 약간의 잘못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그것이 '휴먼 에러(Human Error)'라는 것이다.

7-1. 휴먼 에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휴먼 에러(Human Error)'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최대한 줄일 방법은 없을까? '휴먼 에러'를 줄일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마음의 메커니즘 이해하기: 우선 인간 마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어떤 오류가 일어나기 쉬운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자신의 인지가 존재하는 방식을 스스로 인지하는 능력을 '메타 인지'라고 한다.
  2. 기계의 힘 빌리기: 인간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축구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에는 최근에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고 있다. 오프사이드 판정처럼 인간 심판이 틀리기 쉬운 분야도 정확함이 뛰어난 기계가 판단하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또 자율 주행 자동차 등도 '휴먼 에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인지 편향을 역이용하기: 인지 편향을 거꾸로 전략도 있다. 재해 대책에서는 주민의 대피를 어떻게 촉진할까가 과제인데, '주민의 70%가 이미 대피를 마쳤다' 같은 정보를 알려주거나, 대부분이 대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내서 '동조 심리'를 자극하는 식의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

7-2. '합리적인 판단'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판단이 반드시 정답은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예컨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서는 합리성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양자의 관계와 신뢰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완전한 합리성을 가졌더라도, 그것이 정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인간이 때때로 또는 자주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휴먼 에러(Human Error)'와 조화를 이루어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