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심리학 (Psychology)

'혐오'의 심리학

SURPRISER - Tistory 2023. 1. 7. 18:57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썩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때때로 혐오가 생기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것은 주위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며, 혐오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자기혐오'를 하여 괴로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 자신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과, 접촉하지 않은 것, 지독한 냄새를 맡으면 구역질이 나는 것, 바퀴·거미·뱀 등이 싫은 것 또한 대표적인 혐오이다. 또 자신의 사고방식과 일치하지 않는 타인의 언행을 혐오하기도 한다. 인간은 왜 '혐오(Disgust)'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어떻게 해도 피하기 어려운 '혐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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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혐오'란 무엇인가?
  2. 사람은 어떤 사람을 싫어할까?
  3. 자기혐오
  4. 인터넷과 혐오감정
  5. 혐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혐오'란 무엇인가?

1-1. 혐오라는 감정은 '진화의 산물'이다.

 기본적으로 '혐오'란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니게 된 마음의 메커니즘의 하나이다. '혐오'라는 감정은 자신에게 유해한 것이나 불이익이 되는 것을 피하거나 멀리하는 역할을 한다. 혐오에는 위험을 피하라는 경고로서의 기능이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본능적으로 갖는 감정이다. 한편, 혐오에는 문화나 종교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서도 양상이 달라진다. 혐오가 인종이나 민족 등을 둘러싼 차별이나 편견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혐오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면 주위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며, 심각한 경우에는 정신 질환에 해당하는 것도 있다. 또 혐오의 대상은 변화할 수 있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대변은 평상시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배설 뒤 손을 대고 싶은 사람은 없다. 더러워진 속옷이라도 자기 자식의 것이라면 아무렇지 않기도 하다. 즉, 어떤 대상이 실제로 더러운가 아닌가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혐오가 좌우되는 것이다.

 '혐오'라는 감정의 특유한 성질로는 '전염성'이 거론된다. 즉 혐오 대상이 접촉한 것에도 똑같이 혐오를 느끼는 것이다. 나아가 그것이 닿은 것이 차례로 혐오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싫어하는 사람이 앉았던 의자에 앉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느끼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혐오의 대상'이 될 것 같은 색다른 것을 굳이 찾으려는 사람들도 가끔 보인다. 사람은 때로 혐오를 환기하는 그런 대상을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부 미식가들은 일부로 기분이 나쁠 것 같은 기이한 음식을 찾아다닌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똥 이야기를 듣고 웃는 어린이', '아주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 등도 그런 현상의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혐오'라는 감정은 실은 상당히 복잡한 것이다. 과거의 심리학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으로는 '분노', '슬픔', '공포' 등에만 관심이 집중되었던 적이 있다. 그만큼 혐오 연구는 충분하지 못했다. 혐오에 대해서는 아직도 규명해야 할 것이 많다.

1-2. 혐오는 기본적인 감정의 하나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어떤 것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은 연구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혐오가 포함되는 것'에는 다른 의견이 거의 없다.

 진화론의 제창자인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의 하나로 '혐오'를 거론했다. 진화의 관점에서 감정을 연구한 심리학자 '로버트 플루칙(Robert Plutchik)'도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혐오를 포함하는 8항목을 제시한 뒤 그들의 조합을 통해 더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는 이론을 구축했다.

 표정과 감정 연구의 권위자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 1934~)' 박사는 문화의 차이와 무관하게 인간은 공통적으로 '기쁨', '놀람', '두려움', '혐오', '분노', '슬픔' 등 6항목의 기본 감정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여기에 '경멸'을 더해 7항목을 기본 감정을 주장하였다. '폴 에크먼' 박사는 이들 기본 감정과 그에 대응하는 표정이 바로 생물로서의 인간이 유전적으로 가진 커뮤니케이션의 메커니즘이라고 지적했다.

1-3. 우리를 지키는 혐오의 역할

 현대 심리학에서 '혐오'에 주목한 연구의 1인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의 '폴 포진(Paul Rozin, 1936~)' 박사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이 가진 혐오의 감정은 '중핵 혐오', '동물성 혐오', '도덕성 혐오' 3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단, 혐오의 감정을 3단계로 나누는 방식은 연구자에 따서도 약간 차이가 있으며,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경계를 가로질러 어디에나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 그런 혐오도 있다고 생각된다.

  1. 중핵 혐오(역할: 신체 방어): 먼저 혐오의 중핵에는 쓴맛과 신맛을 피하려는 미각이 있다고 한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알칼리성으로 쓴맛을 내는 것이 많으며, 또 세균이 번식한 썩은 물질은 신맛을 느끼게 하므로, 그들이 몸속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을 '중핵 혐오'라고 한다. 여기서 파생해 '구역질을 일으키는 냄새', '생물의 체액과 배설물', '뱀과 바퀴 등 특정 생물에 대한 불쾌감'도 '중핵 혐오'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2. 동물성 혐오(역할: 정신 방어): '중핵 혐오'의 주위에 있는 것은 '신체의 손상과 기형', '장기와 혈액', '사체', '일부 성적 언행' 등에 대한 불쾌감이다. 이들은 동물적인 사물에 대한 혐오이기 때문에 '동물성 혐오'라고 한다. 유해 물질이나 병원체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혐오도 포함되지만, '중핵 혐오'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여겨진다.
  3. 도덕성 혐오(역할: 사회 방어): 그보다 더 바깥쪽에 있는 것이 '도덕성 혐오'이다. 이것은 '거짓말', '도둑질', '불성실한 행위', '난폭한 태도' 등 자신이 속한 사회의 규제에 반하는 사물에 대한 불쾌감이다. 자신이 소속된 문화와 종교, 조직, 집단 등에 따라 양상은 달라지며, 많은 경우는 인간에 대한 혐오가 된다.

 이런 3단계 혐오에는 각각 역할이 있다고 한다. '중핵 혐오'는 앞서 말한 대로 자기 신체를 유해 물질과 병원체로부터 지키는 의미가 있다. '동물성 혐오'는 우리가 동물과는 다른 인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정신적인 존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도덕성 혐오'는 사회의 규제를 철저히 지켜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도 쓴맛과 신맛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외의 혐오는 아직 없다. 성장함에 따라 서서히 '동물성 혐오'와 '도덕성 혐오'를 익혀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도덕성 혐오'는 본인이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가와 관계되므로, 성장 과정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1-4. 위험이 없는 것에도 혐오를 느낀다.

 그런데 혐오의 대상이 되는 생물에는 '민달팽이', '지렁이', '구더기(파리의 유충)'처럼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큰 위해를 주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또 앞서 말한 것처럼 혐오는 전염된다. 그렇게 되면, 파리가 머물렀던 과일은 실제로 파리가 접촉하지 않은 부분까지 더럽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합리적인 것일까?

 이 점에 대해 혐오라는 감정에 경보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보다도 위험 회피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즉, 위험 유무를 잘 알지 못하거나 재빨리 판단해야 할 때는, 한정된 정보로부터 단시간에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생각하면 위험이 없는 듯한 것에도, 직감적으로 혐오를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휴리스틱스(Huristics, 어림 짐작)'라는 마음의 메커니즘에서 나오는 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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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은 어떤 사람을 싫어할까?

 혐오의 감정을 둘러싸고 우리가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대인 혐오'의 문제일 것이다. 어떤 인간이 미워지기 쉬운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확립된 이론은 없지만,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것에 답이 있을 것 같다. 아래에 '대인 혐오의 원인'과 예를 정리해 보았다.

  1. 난폭한 언행: 남에게 해가 되는 험담과 불쾌감을 자아내는 등의 무신경한 언행 
  2. 매너의 결여: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등 최소한의 예의와 매너가 없는 언행
  3. 거만한 언행: 아는 체하는 등 남에게 으스대는 언행
  4. 서로 어긋남: 취미와 가치관이 맞지 않고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지 않음
  5. 뻔뻔스러움: 형편이 나빠지면 의지하는 등 남의 의향에 신경 쓰지 않는 태도
  6. 내향적 분위기: 주위와 어울리려는 자세 없이 전체적으로 소극적인 분위기
  7. 불유쾌한 언행: 나이에 비해 유치한 생각 등 지성이 낮은 것에 대한 불유쾌함
  8. 계산적인 자기 연출: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좋게 평가되기 위해 보이는 자기 연출
  9. 자신에 대한 부정적 태도: 자신의 일을 싫다고 느끼는 거부하는 듯한 태도
  10. 매력적이지 않은 외관: 외모나 복장 등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

 다양한 조사에 따르면 '불결', '거짓말쟁이', '능글맞다', '신뢰할 수 없다', '동정심이 없다.', '자기중심적' 등의 특징으로 표현되는 사람은 미움을 받기 쉽다고 한다. 그 가운데 '불결'은 '동물성 혐오', 그 이외는 '도덕성 혐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인간은 '나를 부정하는 사람', '나의 일을 미워하는 사람'에게 혐오를 느낀다는 쌍방향적 성질이 있다. 이들을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대인 혐오'의 다수는 '도덕성 혐오'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인간에게 혐오를 느끼는지에는 자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서와 규제가 크게 반영된다.

 또 '나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도 혐오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혐오를 느끼는 이유로는, '자신과 가까운 입장에서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다는 설'과 '자신이 싫어하는 자신의 싫은 점을 가진 사람에게 혐오를 느낀다는 설'이 있다. 그 밖에 외모나 말투가 싫다거나 '공포'나 '경멸' 등 다른 부정적인 감정이 관련된 혐오도 보인다.

 또 인품과 능력, 그리고 혐오의 관련성을 조사한 분석도 있다. 미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품이 좋음'과 '유능함'의 2가지 축을 사용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어느 쪽 축이라도 평가가 낮은 상대, 즉 인품이 좋지 않으면서 유능하지 않은 경우, 가장 혐오가 생기기 쉬웠다. 인품은 좋지만 유능하지 않은 경우, 동정이나 슬픔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인품은 좋지 않지만 유능한 경우, 존경이나 질투 등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2-1. 사람에 대한 혐오는 성장 과정에서 생기기 쉽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생 무렵까지는 성장 과정에서 자기 가치관이 계속 구축되는 시기이며, 그것에 수반되어 혐오 감정도 나타나기 쉽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아직 스스로의 정체성이 불안정한 사춘기에는 그것을 지키려다 혐오가 노골화되기 쉬운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예컨대 중학생 딸에게 "기분 나빠"라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가만히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혐오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자기혐오도 사춘기나 청년기에 많다고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를 인식하는 장면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2-2. 확증 편향과 혐오

 한편, 혐오의 감정은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매우 힘든 일이다. 괴롭힘과 차별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한 번 '싫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은 자신이 싫은 사람의 불쾌한 언행을 보면 '역시 싫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혐오가 더 강해진다. 한편, 그 사람이 좋은 일을 해도 주변 사람의 인상에 남지 않아, 이미지는 개선되기 어렵다. 이처럼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혐오의 감정에는 쌍방향성이 있다. 따라서 주위로부터 혐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우호적이 되기란 어렵다. 그 결과 '싫은 사람'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실제로 적대적인 행동이 늘어나기 쉽다. 이때 나쁜 이미지가 정착된 인간관계와는 다른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장면을 경험하고 새롭게 자기 긍정 의식을 갖는 것도 방법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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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기혐오

 '자기혐오(Self-Loathing)'는 심리학에서 인간에 대한 혐오 가운데 큰 주제이다. '자기혐오'는 미워하는 입장이자 미움을 받는 입장이기도 한 복잡한 상태로, 스스로에게 큰 고통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자기혐오'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존재인 자기 자신에게 왜 혐오를 느끼는 것일까? 자기혐오를 가장 느끼는 것은 사춘기부터 청년기까지라고 한다. 자신을 객관화하게 되고,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이상주의적이 되는 것등이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사회적 소수자라는 사람들이 느끼는 자기혐오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도 있다.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압력을 받았을 때, 그것을 되돌리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자신도 사회 쪽에 서서 자기 자신을 혐오하면 다수파에 붙을 수 있다. 즉, 사회로부터 부정되는 자신을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사회의 가치관과 타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3-1. '혐오'와 관련된 정신 질환

 혐오의 감정이 특히 확실하게 나타나는 정신 질환이 있다. '혐오'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강박 장애(강박증): 어떤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특정 행동을 되풀이한다. 자신의 신체와 주위의 물건이 세균에 오염된 것처럼 느끼고 거듭 씻는 등 '혐오'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단, 강백 장애에는 자택이 잠금장치를 했는지 아닌지를 비정상적으로 거듭 확인하고, 사물의 순서와 물품 배치에 극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등 혐오와 관계없는 증상도 많다.)
  2. 신체 추형 장애(신체 이형 장애): 자신의 외모와 체형이 추하다고 느끼고, 강한 자기혐오에 빠진다.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거나 외출할 수 없게 된다. 다이어트에 대한 과도한 바람 때문에 '섭식 장애(Eating Disorder)'에 이르기도 한다.
  3. 섭식 장애(거식증, 과식증):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무엇을 먹지 못하게 되거나 과식하게 된다. 너무 살쪘다는 자기혐오에서 극단적으로 식사가 적어지는 등 '혐오'가 관계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4. 자기 냄새 공포증: 자신의 몸 냄새와 입 냄새 등이 역겹게 느껴지고, 강한 자기혐오에 빠진다.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거나 외출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정신 질환은 자신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증상이 이런 정신 질환의 증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신과나 심리 상담사 등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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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터넷과 혐오 감정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의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이른바 '악플'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악플'이란 특정 대상을 향해 인터넷에서 헐뜯음, 비판, 비난이 쇄도하는 현상이다.

 이런 악플은 단순히 악플을 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악플의 대상이 된 사람이 자살하는 경우처럼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제는 SNS 사용자는 젊은이뿐만 아니라, 어린이에서부터 중년층·노년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사회 전체의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악플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감정으로는 분노, 증오, 질투, 경멸 등과 혐오를 들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상대와 얼굴을 마주치는 일 없이 익명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해 혐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더 분출되기 쉽다. 또 악플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규탄해야 할 대상을 공격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면서, 정의감을 가진 경우도 있다. 예컨대 유명인의 비리에 대한 심한 비난은 정의감에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

4-1. 희생양 현상

 악플의 배경 가운데 하나에 '희생양 현상'이 있다고 한다. 희생양 현상에 대해 미국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음과 같은 연구가 있다.

  1.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퍼즐 같은 과제를 하게 하고, 시간 안에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문제를 풀도록 지시했다. 이때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어려운 문제를 계속 주고 귀에 거슬리는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과제가 끝난 뒤 감독자는 '성적이 평균보다 나쁘다'라고 알렸다. 이들을 '분노 있는 그룹'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다른 쪽 그룹에게는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주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과제가 끝낸 뒤 감독자는 '성적이 평균이다.'고 말했다. 이들을 '분노 없는 그룹'이라고 했다.
  2. 이어 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다음 과제를 주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진행자가 나와 퀴즈 같은 문제를 읽으면, 그것에 답하는 작업이다. 이때 두 그룹을 다시 각각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쪽 그룹에는 진행자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문제를 일고 때때로 잘못 읽기도 했다. 종료 뒤 감독자는 '성적이 평균 이하'라고 알렸다. 이 조건을 '촉발 있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쪽 그룹에게는 잘못 읽는 것도 없었으며, 종료 뒤 감독사는 '성적이 평균이다.'라고 알렸다. 이 조건을 '촉발 없음'이라고 했다.
  3. 이 시점에서 참가자들은 '분노 있고 촉발 있음', '분노 있고 촉발 없음', '분노 없고 촉발 있음', '분노 없고 촉발 있음'의 4개 그룹으로 나뉜다. 그리고 각 그룹에 대해 문제를 읽은 진행자가 일하는 모습이 어땠는지 질문했더니 '분노 있고 촉발 있음'의 그룹만 낮은 평가를 내렸다. 이것은 진행자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그 밖의 그룹에서는 진행자에게 낮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결과가 나타내는 것은 욕구 불만이 높은 상태에서 불쾌한 언행에 접하면, 원래의 욕구 불만과는 무관한 대상을 희생양을 삼아 공격하기 쉽다는 것이다. '분노 없음'의 그룹에서 낮은 평가가 나오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원래의 '욕구 불만'이 공격의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촉발 없음'의 그룹으로부터도 낮은 평가가 나오지 않아, 아주 좋은 대상이 발견되었을 때에만 공격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혐오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은 반드시 대상에 원인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며, 자신의 욕구 불만에서 생기기도 한다. 우리도 '공격에 가담하는 쪽'과 '공격당하는 쪽' 어느 하나의 입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SNS 등에서 누군가의 댓글에 혐오를 느끼거나 주위로부터 혐오가 자신에게 향한다고 느꼈을 때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4-2. 많은 정보에 노출되는 것이 미치는 영향

 악플 같은 극단적인 예는 아니어도, SNS로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언제라도 서로를 교환할 수 있는 상황 그 자체가, 혐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SNS의 보급으로 '패션', '라이프 스타일', '식사 내용'까지 타인의 여러 정보가 비교 대상으로 눈에 들어오면,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비교 대상이 되어 버려, 자신을 낮게 평가하거나 지나친 압박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인터넷에는 개인에게 특화된 내용의 광고가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자신의 체형을 염두에 두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스마트폰과 컴퓨터에는 살찐 것의 열등감을 조장하는 광고가 나오기 쉽다. 특히 '자기혐오를 느끼는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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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혐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혐오'라는 감정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자신이 싫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정신적인 부담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혐오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혐오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혐오를 아예 없앨 수는 없으며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혐오를 갖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혐오 그 자체로부터 등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한 번 과감히 맞서 보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도덕적인 혐오'는 스스로의 가치관을 크게 반영한다. 즉, 자신이 가진 혐오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혐오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는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상대에게 맞추는 '맞춰주기', 상대에게 개선을 촉구하는 '적극 해결', 표면적으로 원만해지는 '잘라 말하기', 가능한 대로 상대를 피하는 '접촉 회피' 등의 대응 방법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도 혐오에서 완전히 벗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1. 자기 연민

 최근에 혐오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괴로운 상황에 도움이 되는 개념으로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 주목받고 있다. '셀프컴패션'은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1966~)' 박사가 불교 사상을 받아들여 제창한 것이다. 직역하면 '자신에 대한 연민'이라는 의미이지만, 타인에 대한 연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친한 사람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을 때, 동정하고 그 사람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과 접하는 것이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다고 한다.

 '자기 연민'은 '자신에 대한 다정함(자신의 편이 되어 이해하는 것)', '공통된 인간성(자신과 모든 사람이 같다는 마음)', '마음 챙김(Mindfullness, 좋고 나쁨의 평가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기감정을 치우침 없이 받아들이는 것)'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에 강하다고 한다. 자신의 '셀프 컴패션'이 얼마나 높은지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도 만들어져 있으므로,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서 테스트해 봐도 좋을 것이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5-2.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변화를 일으키는 심리 요법

 또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심리 요법도 있다. 공감하면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카운슬러(Counselor)'의 관계 가운데 곤란한 감정을 체험함으로써, 그 감정을 극복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며 더욱 바람직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심리 요법에는 전문가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