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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허용해야 하는가?

SURPRISER - Tistory 2022. 12. 23. 08:27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도저히 끝이 없는 논쟁처럼 보인다. 그러면 낙태에 관한 '과학'의 입장은 어떨까? 낙태를 허용해야 할까? 만약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면, 낙태결정권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점을 찾는 일은 가능할까?

0. 목차

  1.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2.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3. '인격'이란 무엇인가?
  4. '의식의 시작'은 뇌의 구조와 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5. 태아는 언제 의식 능력을 얻는가?
  6. 도덕적 규칙과 법칙의 정립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1. 로 대 웨이드 판결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까지 대부분의 주에서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한 낙태를 불법으로 보고 낙태죄를 처벌했다. 그러다 1969년 텍사스주 댈러스의 '노마 맥코비(Norma McCorvey, 1947~2017)'라는 여성이 강간을 당해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낙태수술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임산부의 생명이 위독하지 않고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보고서가 없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 이에 '노마 맥코비' 씨는 변호사 '린다 커피', '사라 웨딩턴'을 대리로 해 텍사스주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신변 보호를 위해 '제인 로(Jane Roe)'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이 이름과 소송의 피고인이었던 댈러스카운디 지방검사 '헨리 웨이드(Henry Wade)'의 이름을 따 소송의 명칭이 '로 대 웨이드(Roe v. Wade)'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소송은 지방 법원을 거쳐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은 1973년 1월 22일에 7:2로 낙태금지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낙태를 처벌하는 대부분의 법률이 미 수정헌법 14조의 '적법절차 조항에 의한 사생활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침해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시기인 출산 직전 3개월 전까지는, 어떤 이유로든 임신 상태에서 벗어날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로 인해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각 주와 연방 법률들은 모두 폐지됐다.

 그런데 2022년 6월 24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 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에서 반세기 동안 헌법으로 보호받던 여성의 낙태 자기결정권이 폐기되었다. 이 판결은 1973년 당시 여성의 낙태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정치권의 거센 반발은 물론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격렬한 찬반 시위가 벌어지면서 양측의 충돌이 확산됐다.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사안을 2022년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규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낙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미국 사회의 이슈로 부상하였다.

노마 맥코비(Norma McCorvey, 1947~2017)

2.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논쟁의 한쪽 극단에는 급진적인 '생명 우선론자(Pro-Life)'가 있고, 다른 쪽 극단에는 급진적인 '선택 우선론자(Pro-Choice)'가 있다.

  1. 생명 우선론자(Pro-Life): 급진적인 '생명 우선론자'들은 인간 유기체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되는 순간부터 생명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인권을 갖는 '인격'을 가지게 되므로, 국가는 태아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 우선론자'들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생긴 단세포 유기체인 '접합체(Zygote)'를 신성시하며, '접합체'나 '배아' 또는 '태아'를 직간접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살인이라고 말한다.
  2. 선택 우선론자(Pro-Choice): 급진적인 '선택 우선론자'들은 임신한 여성은 신체적 자주권을 포함한 모든 인권을 이미 갖고 있고 본인이 원한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언제든지 임신을 종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택 우선론자'는 유기체가 인격이 되기 시기는 자궁을 떠나 모체가 제공하는 생명 유지 장치와 연결이 끊어졌을 때라고 믿는다.
  3. '인격 우선(Pro Person)' 입장: 그리고 두 극단적인 의견을 절충한 세 번 입장인 '인격 우선 입장'도 있다. '인격 우선(Pro Person)' 입장은 '생명 우선론'보다는 '선택 우선론'에 조금 더 가깝지만, 훨씬 탄탄한 철학적 논리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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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격'이란 무엇인가?

 1973년에 내려진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태아의 생존능력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 판결에는 명백한 문제가 있다. 생존능력은 현대 의학 기술과 의료진의 기술에 크게 좌우된다. 최신 의료 기술을 적용한다면 20주밖에 안 되는 태아도 살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36주가 넘는 태아 역시 위험할 수 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수정 직후의 인간 유기체'를 특수 인공 배양기에 아홉 달 동안 보존할 수 있게 되면, 태아의 생존능력은 무의미한 논쟁이 될 것이다. 태아가 인격인지 아닌지는 태아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외부 장치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다른 인간이나 의료장비에 연결되어 있는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태아의 인격은 태아가 현재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정의해야 한다.

 '인격(Person)'을 갖춘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명권 및 신체 자주권을 포함한 모든 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격(Person)'이란 무엇일까?

3-1. '인격'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충분하지 않다.

 일반적인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인격'의 정의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메리엄-웹스터 사전(Merriam-Webster Dictionary)'에 나온 첫 번째 뜻은 '인간, 개인'이고, 두 번째 뜻은 '법률상의 권리와 의무의 대상자'이다. '딕셔너리 닷컴(Dictionary.com)'에 나온 첫 번째 뜻은 '성인과 아동을 포함한 인간', 두 번째는 '자의식이나 이성을 지닌 존재', 세 번째는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이다. 마지막으로 '옥스퍼드 리빙 사전(Oxford Living Dictionary)'은 인격을 '개인으로 간주되는 인간'으로 정의한다. 한편, 사용자들이 참여하며 만들어가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이성, 도덕성, 자의식과 같은 능력이나 특성을 지녔으며, 친족 관계, 재산 소유, 법적 책임과 같은 문화적으로 확립된 사회적 관계의 일부인 존재'라고 더 심오하게 정의하면서, 여기에 '인격을 나타내는 특징들을 정의하고 특정 존재를 인격으로 간주하는 기준은 문화에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라는 점을 덧붙였다.

3-2. '의식'이란 무엇인가?

 '인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심오하고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격'이라고 하면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남성이나 여성', 즉 의식과 감각을 지니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나름의 기호와 가치를 지니고, 기억하고, 학습하고, 결정을 내리고, 소통하고, 교감하는 존재를 떠올린다. 이러한 인격 패러다임은 '성인 인간' 인격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 패러다임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유아와 아동 역시 '인격'이라고 믿는다. '유아'와 '아동'의 기초적인 인지 능력들은 성인이 되면 완전하게 발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물학 수업에서 '인간의 접합체는 그러한 인지 능력이 전혀 없다.'라는 사실을 배웠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이며, '침팬지'와 '성인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 기본적인 인지 능력 중 하나는 '의식(Consciousness)'이다. 그런데 '의식(Consciousness)'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직관적으로 '의식(Consciousness)'이 무엇인지는 안다. 밤에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빠지면 '의식'이 없는 것이고, 아침에 잠에서 깨면 의식이 있는 것이다. 무의식일 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의식이 있을 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미국의 첫 번째 심리학자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의식을 '경험의 흐름(Stream of Experience)'라고 여겼다. 이처럼 유용한 직관을 바탕으로, 이제 당신이 자궁 속에 있었던 때을 상상해 보자. 당신의 뇌는 너무나 미성숙해서 어떤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자궁 속 당신은 의식을 지닌 적이 없다. 당신의 뇌, 특히 대뇌피질과 시상이 점차 커지고, 정교해지고, 서로 연결되고, 구조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의식 능력이 생겨난다. 인간 유기체에서 일어나는 이 사건을 '의식의 시작'이라고 하자. '의식'을 인간 유기체가 획득하는 시기는, 수정과 출산 사이의 어느 기간 동안이다. 아직 시각, 청각, 촉각, 통각, 미각과 같은 감각적 경험은 흐릿하고 불분명하겠지만, 어쨌든 의식의 집에 불이 켜진 것이다. 21세기인 지금 '인격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은 '의식 능력을 지닌 인간 유기체'일 것이다.

3-3. 예상되는 반박

 이러한 '인격'의 정의를 내리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1. 반박 1: 가장 먼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박은 '그렇다면 우리가 잠들었을 때는 인격이 아니고 깨어있을 때만 인격인가?'라는 것이다. 이는 '의식의 능력'과 '의식의 상태'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질문이다. 유기체가 처음으로 의식을 하기 시작하면, '의식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의식의 능력'은 주요 뇌 작용들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보존될 수 있다. 따라서 잠자고 있는 인간 유기체는 '의식의 능력'을 가진 인격이다.
  2. 반박 2: 그렇다면 오랫동안 혼수상태인 사람은 인격이 아니라는 말인가?'라는 반박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또한 '의식의 능력'을 영구적으로 잃은 사람이라면 인격은 아니다. 그러한 인간은 '인격'을 결정하는 형질들을 지니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의식의 능력'이 이전에 한 번도 없었거나 앞으로 다시는 없을 인간 유기체는 '인격'이 아니다.
  3. 반박 3: 또 다른 반박은 '의식의 시작'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서서히 밝아지는 연속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반박이 사실이더라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의식의 시작'이 잠에서 깨는 과정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잠에서 깬 후 세상으로 들어왔음을 느끼는 첫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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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식의 시작'은 뇌의 구조와 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인격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답을 했으니, 이제 '인간 유기체가 의식 능력을 획득하는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과학 질문을 던져보자. 여성의 몸 안에서 발달 중인 인간 유기체는 언제 '인격'이 생길까? 즉 '의식 능력'은 언제 생길까?

 DNA의 발견자 중 한 명인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뇌 구조와 경험은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하며 이를 '놀라운 가설(Astonishing Hypothesis)'라고 불렀다. 그리고 "당신, 당신의 기쁨과 슬픔, 당신의 기억, 당신의 야망, 정체성과 자유의지에 대한 당신의 감각은 거대한 집합을 이루는 신경세포들과 관련된 분자들의 불과하다."고 말했다. '프랜시스 크릭'의 가설은 수천 번의 연구로 입증되면서, 이제 반증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의식의 시작'은 뇌의 구조와 작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면 '의식'은 언제 시작될까? 1973년 '로 대 웨이드' 재판에서 '해리 블랙먼(Harry Blackmun)' 판사가 배석판사 다수의 의견에 따라 작성한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생명은 언제 시작되는가?'라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의학계, 철학계, 신하계는 아직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으며, 인류의 지식이 발전 중인 지금으로서는 재판부가 어떠한 추측을 할 입장도 아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해리 블랙먼' 판사와 배석판사들이 '생명은 언제 시작되는가?'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본 재판에서 대법원이 다뤄야 했던 질문은 '태아의 인격은 언제 형성되는가?'였다. 앞서 내린 정의에 따라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태아는 언제 의식 능력을 얻는가?'일 것이다.

5. 태아는 언제 의식 능력을 얻는가?

 1973년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제 의사·생물학자·신경과학자·철학자들은 점차 합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선 태아의 뇌 발달에 관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의견을 검토한 후, 이를 종합하여 어떠한 일반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는지 살펴보자.

5-1. 태아의 뇌 구조와 통증 지각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통증'은 분명 의식의 한 측면이며, 통증 지각은 전반적인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로 간주되기도 한다. 1987년 'K. J. S. 아난드(K. J. S. Anand)'와 'P. R. 히키(P. R. Hickey)'는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 태아와 신생아의 뇌 구조와 통증 지각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를 발표했다.

 두 저자에 따르면, 신피질로 이어지는 감각 통로 대부분은 시신경에 시냅스가 있기 때문에, 시상 피질의 연결 시기는 피질의 지각 능력에 매우 중요하다. 영장류와 인간의 태아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시상의 '구심성 뉴런(Afferent Neuron)'들이 생성한 축삭돌기들은 임신 중반 이전에 이어졌다. 이러한 섬유질들은 피질 뉴런들의 이동과 수상돌기의 '분지(Dendritic Arborization)'가 끝날 때까지 신피질 바로 아래에서 대기하며, 임신 20~24주째 마침내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진다. 두 저자는 신경 연결이 정확히 언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뇌피질의 기능적 성숙은 태아와 신생아의 뇌파 패턴, 대뇌 대사에 관한 연구들, 신생아의 행동발달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다. 첫째, 임신 20주에 접어들면 태아의 대뇌반구 양쪽에서 간헐적으로 뇌파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22주가 되면 뇌파는 지속적으로 감지되며, 26~27주에는 양방향으로 동기화된다. 30주에는 뇌파 그래프로 각성 상태와 수면 상태를 구분할 수 있다. '조산아(임신 30주 전에 태어난 신생아)'에서는 시각과 청각의 '유발전위(evoked potential)'를 일으키는 대뇌피질 성분들이 발견되었고, 후각과 촉각에 의한 자극 역시 신생아의 뇌파 그래프에 감지 가능한 변화를 일으켰다. 둘째, 신생아의 생체 검사를 통해 뇌가 소모하는 포도당량을 측정한 결과, '감각과 관련된 뇌 영역들(감각 운동피질, 시상, 뇌 중간에 있는 뇌줄기 주변)'에서 대사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 이는 감각 영역들이 기능적으로 성숙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셋째, 태아기에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행동은 대뇌피질이 기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조용한 수면(Quiet Sleep)' , '활성 수면(Active Sleep)', '각성(Wakefulness)'으로 이루어지는 수면 단계들이 임신 28주째의 태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5-2. 과학적 관점에서 본 발달 단계

  1. 1998년 '개러스 존스(Gareth Jones)'박사: 'K. J. S. 아난드'와 'P. R. 히키'의 연구가 나온 이후 1998년에 뉴질랜드의 '개러스 존스(Gareth Jones)'박사는 '의료윤리 저널(Journal of Medical Ethics)'에서 관련 발견들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2. 1997년 영국 왕립 산부인과 대학: 1997년에 '영국 왕립 산부인과 대학(Royal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의 연구진은 태아가 임신 26주 이후에 의식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3. 2001년 '데이빗 L. 페리(David L. Perry)': '데이빗 L. 페리(David L. Perry)' 박사가 '마쿨라 응용 윤리 연구소(Markkula Center for Applied Ethics)'의 후원을 받아 2001년에 작성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식이 맨 처음 발생하는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태아의 뇌파 패턴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신 20~32주 사이가 되면, 대뇌피질 뉴런들에 시동이 걸리면서 의식이 일어난다. '뇌줄기(Brain Stem)'와 '신경계(Nervous System)'는 그전부터 이미 작동하고 있고 자극에 대해 반사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유입된 감각을 경험할 존재는 '그곳'에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집에 불은 켜졌지만 아무도 없는 것이다."
  4. 2005년 '수잔 J. 리(Susan J. Lee)', '헨리 J. 피터 랠스턴(Henry J. Peter Ralston)', '엘리너 A. 드레이(Eleanor A. Drey)': '수잔 J. 리(Susan J. Lee)', '헨리 J. 피터 랠스턴(Henry J. Peter Ralston), '엘리너 A. 드레이(Eleanor A. Drey)' 역시 2005년에 '미국 의학 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통증 지각'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통증은 ㅇ해 자극에 대한 의식적인 지각이 이루어져야 하는 감정적·심리적 경험이다. 임상 정보를 검토한 결과, 통증을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능력은 '시상(Thalamus)' 피질 경로들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임신 후기인 29~30주가 되어서야 일어날 수 있다."
  5. 2009년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과 여러 해 동안 일한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는 2009년에 "그렇다면 이 놀라운 의식의 여행은 언제 시작되는가? 의식이 일어나려면 신경 세포라는 요소들이 매우 긴밀하고 섬세하게 연결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러한 네트워크의 물리적 기질이 시상 피질은 임신 24주와 28주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의식을 정교하게 구체화한다. 약 2달 뒤 뇌파 리듬이 양쪽 대뇌반구에서 동기화되면 전반적으로 뉴런의 상호작용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의식에 필요한 회로 부품 중 상당수는 임신 후반기에 생겨난다."라고 말했다.
  6. 2010년 '메건 오길비(Megan Ogilvie)': 건강 전문 기자 '메건 오길비(Megan Ogilvie)'는 2010년에 한 기사에서 의식의 시작에 대한 과학 연구들을 다음과 같이 탁월하게 요약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뇌에서 기억·인식·언어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에 말초신경계가 연결되기 전까지는 의식은 일어날 수 없다. '감각수용기들(바깥세상을 감지하게 해주는 수용기)'과 뇌 사이의 연결은 26~28주가 되기 전에는 완성되지 않는다.

 관련 연구 자료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위에 제시된 증거들을 토대로 일반적인 결론에 이를 수는 있다. 태아에서 의식이 시작되는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통증 지각이 시작되는 시기'인 임신 27주로, 수정이 이루어진 후 약 25주가 되었을 때다. (임신 주수는 마지막 생리 주기가 시작한 날을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배아의 실제 나이는 임신 주수보다 적다.) 신경과학 이론과 방법들이 더욱 발전하면, 의식이 시작되는 시점이 더 정확히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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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도덕적 규칙과 법칙의 정립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이제까지 나온 과학적 증거로는 '태아는 언제 의식 능력을 얻는가?'라는 질문에 충분히 타당한 답은 가능하지만, 정확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학계가 최종적인 답을 내놓을 때까지 도덕적 규칙과 법칙의 정립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그런데 사실 최종적인 답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1973년에 '해리 블랙먼(Harry Blackmun)' 판사가 이끌었던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3개월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는 태아의 생존능력에 치중한 허술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종교'는 지속적으로 쇠퇴했고 '과학'은 계속해서 발전했으므로, 우리는 이제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