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Cholesterol)'이 많은 식사를 계속하는 등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의 양이 늘어난다. 그 상태가 계속되면 '동맥 경화(Sclerosis of the arteries)'가 되고 '뇌졸중(Stroke)'이나 '심근 경색(Myocardial infarction)' 등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혈관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가 지나치게 많은 '콜레스테롤'이다.
그리고 몸속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약을 통틀어 '스타틴(Statin)'이라고 한다. 스타틴은 전 세계에서 하루에 수천만 명이 복용하는 매우 중요한 약이다. 스타틴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일본의 '엔도 아키라' 박사이다. 푸른 곰팡이에서 항생 물질 '페니실린(Penicillin)'을 발견한 것처럼, '엔도 아키라' 박사 또한 푸른 곰팡이에서 '스타틴(Statin)'을 발견했다. '스타틴'은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신약으로 인정되기까지 과정이 있었을까?
0. 목차
- 지나치게 많은 콜레스테롤이 몸에 나쁜 이유
- 지질 저하제(Lipid Lowering Agent)
- 초기의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제'는 부작용이 있었다.
- 곰팡이와 버섯에서 찾은 신약 '콤팩틴'
- '콜레스테롤 합성'과 '콤팩틴의 작용'
- '스타틴'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약 중 하나
- '스타틴'의 종류
1. 지나치게 많은 콜레스테롤이 몸에 나쁜 이유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라고 하면, 몸에 나쁘다는 이미지가 강한 경향이 있지만, 콜레스테롤 자체는 몸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은 '지질(Lipid)'의 일종이며, 주로 간에서 합성되어 세포막, 지방의 소화 및 흡수를 돕는 '쓸게즙산', '부신 피질 호르몬', '남성 호르몬', '여성 호르몬', '비타민 D' 등의 원료가 된다. 간에서 합성된 '콜레스테롤'은 단백질과 결합해 '리포단백질(Lipoprotein, 지질과 단백질 복합체의 총칭)'을 만들고, '리포단백질'은 혈류를 타고 온몸을 돌며 몸의 구석구석까지 운반된다.
그런데 '리포단백질'에는 비중이 큰 '고밀도 리포단백질(HDL: High-Density Lipoprotein )'과 비중이 작은 '저밀도 리포단백질(LDL: Low-Density Lipoprotein)' 등이 있다. LDL은 혈관 안쪽에 생긴 작은 상처를 통해 혈관 벽 내부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LDL이 산화되면 면역 세포의 일종인 '대식 세포'에 잡아먹힌다. LDL이 혈관 벽 속으로 더 들어오면 LDL을 계속 잡아먹은 대식 세포는 이윽고 혈관 벽 내부에서 죽는다. 이리하여 LDL과 대식 세포의 잔해가 쌓여 혈관 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된다. 이렇게 해서 혈관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탄력성을 잃거나 혈관 안이 좁아져 혈류가 나빠진다. 이것이 '동맥 경화(Sclerosis of the Arteries)'이다.
'동맥 경화'가 더욱 진행되면 혈관 안쪽의 벽이 더욱 손상되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는 '혈소판(Platelet)'이 모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혈전(핏덩어리)'이 생겨 혈액의 흐름이 극단적으로 나빠지거나 완전히 막혀버린다. 그러면 그 건너편의 조직에 산소나 영양분이 골고루 전해지지 못해 조직의 세포가 괴사한다. 또는 혈관이 부풀어 올라 '동맥류(동맥벽이 손상되거나 이상을 일으켜 동맥 내부 공간의 일부분이 늘어나 혹처럼 불룩해지는 병)'가 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부분이 파열되는 경우도 았다. 이러한 이상이 심장의 세포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 동맥'에서 일어나면 '심근 경색' 등의 심장 질환이 되고, 뇌에 뻗은 혈관에서 일어나면 뇌경색 등의 뇌혈관 질환이 된다.
'동맥 경화'의 위험성은 혈액 속 LDL의 양이 많으면 높아진다. 그리고 혈액 속의 LDL은 동물성 지질의 과잉 섭취나 과식, 운동 부족 등에 있다. 즉 지나치게 많은 콜레스테롤은 LDL 증가를 불러 '동맥 경화'의 위험을 상승시키고, 결국에는 심장 질환이나 뇌질환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혈액 속 콜레스테롤의 양을 낮추는 약이 요구되었다.
2. 지질 저하제(Lipid Lowering Agent)
1960년대까지 상품화된 약의 대부분은 '지질 저하제(Lipid Lowering Agent)'였다. 즉, 이미 혈액 속에 존재하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이는 작용을 하는 약이었다. 주요 지질 저하제의 하나로 알려진 것이 '콜레스티라민(Cholestyramine)'이다. 콜레스테롤은 간 속에서 '쓸개즙(Bile)'의 주성분인 '쓸개즙산(Bile Acid)'의 재료가 된다. '쓸개즙산'은 십이지장으로 분비되어 지방의 소화·흡수를 보조한 뒤, 소장에서 흡수되어 다시 간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콜레스티라민'은 장 내부에서 쓸개즙산과 들러붙어 변으로 배설된다. 그러면 쓸개즙산이 간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간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사용해 쓸개즙산을 만들려고 한다. 이리하여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값이 낮아지는 것이다. 단 '콜레스티라민'은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는 데다 부작용으로 불쾌한 위와 장의 증상도 나타나므로 환자에게 부담이 큰 약이었다.
비타민 B군의 하나인 '나이아신(비타민 B3)'도 쓸개즙산의 배설을 촉진하며, 혈액 속 '중성 지방'의 양을 줄이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지질 저하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LDL 양을 줄이는 효과는 약하다. 그리고 부작용으로 얼굴이나 상반신이 붉어지거나 구토, 설사, 소화 불량, 간 기능 장애, 고혈당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지질 저하제'가 신약으로 발매되었지만,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약해서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다음 전략으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과정을 방해해 콜레스테롤이 쉽게 합성되지 못하게 하는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제'를 개발하게 되었다. 몸속에 존재하는 콜레스테롤 가운데 약 70%는 몸속에서 합성된 것이다.
3. 초기의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제'는 부작용이 있었다.
1950년대 말까지, 콜레스테롤의 합성은 '아세트산(Acetic Acid)'을 바탕으로 한 '아세틸 보조 효소 A(아세틸 CoA: 아세틸 코엔자임 에이)'라는 물질로부터 여러 가지 모양을 바꾸면서 진행된다는 사실이 거의 밝혀졌다. 합성될 때까지는 약 30종의 '효소'가 관여하며, 그 가운데 어느 한 가지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면, 콜레스테롤은 합성되지 않는다.
단, 작용을 방해하면 심한 부작용이 생기는 효소도 있다. 예컨대 콜레스테롤로 변화하는 한 단계 앞의 물질인 '데스모스테롤(Desmosterol)'이 '콜레스테롤'로 바뀌지 않으면, '데스모스테롤'이 몸속에 지나치게 축적되어 '백내장(수정체가 부옇게 흐려지는 병)'이나 '탈모' 등을 일으킨다. 이런 종류의 약은 1950년대 말에 발매되었지만, 이런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발매가 중지되었다. 그 뒤의 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의 생성 경로 가운데 'HMG-CoA'로부터 '메발론산(Mevalonic Acid)'을 합성할 때 작용하는 'HMG-CoA 환원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방법이 판명되었다.
4. 곰팡이와 버섯에서 찾은 신약 '콤팩틴'
일본 도쿄 농공 대학의 '엔도 아키라' 박사는 1966년 미국에 유학을 떠났는데, 이 유학 시절 때 '과잉된 콜레스테롤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과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제의 개발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다. 1968년에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엔오 아키라' 박사는 'HMG-CoA 환원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기로 했다.
'HMG-CoA 환원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은 어디에 있을까? 인공적으로 새로 만들어야 할까, 자연계에서 찾아야 할까? '엔도 아키라' 박사는 '페니실린' 같은 '항생 물질'과 마찬가지로, 먼저 미생물에서 '효소 억제제'를 찾기로 했다. 당시 항생 물질의 태반은 '방선균'이라는 균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방선균'이란 방사상의 실 모양의 균사가 뻗은 흙 속의 미생물이다. 그러나 '엔도 아키라' 박사는 굳이 방선균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곰팡이나 버섯에서 찾기로 했다. 곰팡이나 버섯에서 발견된 '항생 물질'은 적었지만, 곰팡이나 버섯은 발효 식품의 제조에도 사용되므로, 안정성에서도 뛰어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엔도 아키라' 박사는 'HMG-CoA 환원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약 2년에 걸쳐 합계 6388주의 곰팡이와 버섯으로 실험을 했다. 쥐의 간에 있는 효소를 사용해 콜레스테롤을 합성시키고, 곰팡이나 버섯의 배양액을 가함으로써 합성되는 양이 감소하면, 그 곰팡이나 버섯은 약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거기서부터 더욱 'HMG-CoA 환원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미생물의 범위를 좁혀나갔고, 최종적으로는 푸름 곰팡이의 일종인 '(학명: Penicillium citrinum)'이 남았다. 그리고 이 푸른 곰팡이를 대량으로 배양하고, 그 가운데서 'HMG-CoA 환원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이리하여 발견된 물질이 '콤팩틴(Compactin)'이다.
5. '콜레스테롤 합성'과 '콤팩틴의 작용'
아래의 그림은 콜레스테롤이 합성되기까지의 과정 일부를 그린 것이다.
- '아세틸 CoA(acetyle CoA)'와 '아세토아세틸 CoA(acetoacetyl-CoA)'가 반응해 'HMG-CoA'가 합성된다.
- 'HMG-CoA'는 'HMG-CoA 환원 효소'와 결합하고, 'HMG-CoA 환원 효소'의 작용으로 '메발론산'으로 변한다.
- '메발론산' 이후에 여러 단계를 거쳐 '콜레스테롤'이 합성된다. (그림에서는 생략됨)
그런데 이 과정에 '콤팩틴(Compactin)'이 투입되면 어떻게 될까? '콤팩틴'은 그 구조의 일부가 HMG-CoA와 아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콤팩틴은 HMG-CoA 대신에 'HMG-CoA 환원 효소'와 결합한다. 그러면 그만큼 콜레스테롤의 합성이 억제된다.
6. '스타틴'은 가장 필요로 하는 약 중 하나
'콤팩틴(Compactin)의 발견 뒤 전 세계의 제약 회사에서 '콤팩틴'과 비슷한 물질이 여럿 종류 개발되어 약으로 발매되었다. 이와 같은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제(Cholesterol Synthesis Inhibitor)' 약을 통틀어 모두 '스타틴(Statin)'이라고 부른다. 즉 '스타틴'은 'HMG-CoA 환원 효소 억제제'의 총칭이다. '스타틴'의 물질은 모두 기본적인 구조가 '콤팩틴'과 공통되며, 인공적으로 말단 구조가 조금씩 바뀌어 있다. 그 차이는 약효의 차이 등으로 나타난다.
현재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비만은 LDL 증가로 이어져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다. 미국 워싱턴 대학 건강지표 평가연구소가 188개 나라의 최신 데이터를 취합한 '세계 비만 실태 GBD 조사'에 따르면, 비만 인구의 수는 1980년에 8억 8500만 명이었는데, 2013년에는 2.5배인 21억 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따라서 '스타틴'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약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7. '스타틴'의 종류
이름 | CAS 등록번호 | 분자식 |
로바스타틴(Lovastatin) | 75330-75-5 | C24H36O5 |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 | 287714-41-4 | C22H28FN3O6S |
세라바스타틴(Ceravastatin) | 147403-03-0 | C25H38O5 |
심바스타틴(Simvastatin) | 79901-63-9 | C25H38O5 |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 | 134523-00-5 | C33H35FN2O5 |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 | 81131-74-0 | C23H36O7 |
플루바스타틴(Fluvastatin) | 81190-29-0 | C24H26FNO4 |
피타바스타틴(Pitavastatin) | 147526-32-7 | C25H24FNO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