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NASA의 달 탐사 계획
- 달에 있는 자원
-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 달에서 영구 거주하기
- 달에서 걷기
1. NASA의 달 탐사 계획
NASA는 1990년대부터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채 우유부단하고 혼란스러운 정책으로 헛발질을 연발했다. 그러다가 2015년 10월 8월에 드디어 사람을 화성에 보낸다는 확실한 장기 목표와 함께, 한동안 외면해왔던 달 탐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달은 화성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이용될 예정이다. 이로써 NASA는 오랜 방황을 끝내고 뚜렷한 목표를 갖게 되었다. 이제 목표와 계획을 세웠으니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NASA는 'SLS/오라이언 로켓 시스템'으로 2020년대 중반에 사람을 태우고 달 근접 비행을 시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달로 다시 돌아간다는 NASA의 차기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우주 발사 시스템(SLS, Space Launch System)'이라는 대형 추진 로켓과 유인우주선 '오라이언(Orion)'의 성능에 달려 있다. 이들은 오바마 정부가 2010년에 '컨스털레이션 프로그램(Constallation Program)'을 폐지한 이후로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가 NASA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완전히 다른 임무를 위해 개발된 발사체와 우주선을 하나로 엮는 것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SLS/오라이언 로켓 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이전에 활약했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보다 '새턴 5호(Saturn V)' 로켓에 더 가깝다. 지난 45년 동안 박물관 전시품으로 눌러앉아 있던 '새턴 5호'가 SLS 추진 로켓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우주왕복선'과는 달리 'SLS/오라이언 로켓 시스템'의 주 목적은 화물 운송이 아니라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또 'SLS/오라이언 로켓 시스템'은 지구 저궤도까지 가는 단거리용이 아니라, 새턴 5호처럼 탈출속도에 도달하여 지구를 벗어나는 용도로 설계되었다.
- SLS(Space Launch System): SLS의 적재량은 130톤, 길이는 약 111m로 '새턴 5호' 로켓과 거의 비슷하다. '우주왕복선'의 승무원들은 로켓 추진체와 나란히 붙어 있는 우주선에 앉아서 카운트다운을 기다렸지만, 'SLS/오라이언'의 승무원들은 '새턴 5호(Saturn 5)' 위에 얹혀진 아폴로 우주선처럼 로켓추진체 위해 얹혀진 캡슐 안에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게 된다. 또 SLS는 달과 소행성, 또는 화성 등 거의 모든 곳에 갈 수 있는 전천후 로켓이다.
- 오라이언(Orion): '오라이언(Orion)' 우주선 캡슐은 4~6인승이지만, 지름 5m에 높이 3.3M, 무게 25.8톤으로 결코 넓은 공간이 아니다. 공간은 곧 돈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더치가 작은 우주인을 선호했다. 예컨대 '유리 가가린(Yurri Gagarin, 1934~1968)'의 키는 157cm였다.
2. 달에 있는 자원
그러면 달은 달은 개발 가치가 있을까?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개발 가치가 낮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달 개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수지 타산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과 천문학자들은 달에 있는 자원을 분석한 끝에 달에는 발굴 가치가 있는 자원이 최소 세 종류 이상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그 세 가지 자원이란 '물', '희토류 등', '헬륨-3'이다.
2-1. 물
1990년대에 달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학계가 술렁거린 적이 있다. 달의 남반구에 있는 '대규모 산악지대'와 '운석공(운석이 떨어질 때 충격으로 생긴 웅덩이 모양의 지형)' 근처에서 다량의 얼음이 발견된 것이다. 이 지역은 지형적 특성에 의해 '영구 그림자(1년 내내 태양의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지역)'이 형성되어,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얼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과학자들은 그 근원을 태양계 형성 초기에 일어났던 '혜성과 달의 충돌'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혜성'은 주로 얼음과 먼지, 그리고 바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달의 '영구 그림자'에 떨어지면 얼음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산소와 수소로 분해된다. 그렇다면 달은 먼 우주로 진출하는 로켓은 '중간 급유지'가 될 수 있다.
또 달에 물이 존재한다면, 기지에 거주하는 우주인들이 마시거나 소규모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은 달에서 얼음을 채취하기 위해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라는 회사를 이미 설립해놓았다. '문 익스프레스'의 1차 목표는 얼음층을 찾는 무인탐사선을 달에 착륙하는 것이다. 자본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니, 그다음 단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2-2. 희토류 등
과학자들은 '아폴로 계획'에 참여했던 우주인들이 달에서 가져온 월석을 분석한 끝에, 달에는 상업적 가치가 높은 물질이 다양하게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예컨대 '희토류(Rare Earth, 자연에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원소의 총칭)'는 전자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로서, 현재 전 세계 희토류의 30%는 중국에 매장되어 있다. 물론 희토류는 세계 각지에 조금씩 퍼져 있지만, 교역량으로 따시면 중국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희토류 공급량은 앞으로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달에 희토류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으니, 채산성만 확보한다면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
전자산업에서 희토류 못지않게 중요한 '백금'도 달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이 백금은 까마득한 과거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달에 이전되었을 것이다.
2-3. 헬륨-3
마지막으로 '핵융합반응(Nuclear fusion reaction)'에 사용되는 '헬륨-3(3He)'도 달에서 얻을 수 있다. 수소 원자들이 엄청난 고온에 노출되면, '수소 원자의 핵(양성자)'들이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헬륨-4(4He)'로 변하면서 다량의 에너지와 열이 방출된다. 이때 발생한 에너지는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문제는 핵융합 과정에서 방출된 중성자들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 대신 '헬륨-3'을 원료로 삼아 핵융합반응을 유도하면 '중성자(Neutron)' 대신 '양성자(Proton)'가 방출되고, 양성자는 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자기장을 걸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3.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그런데 여기에는 미묘한 문제가 남아 있다. 달에서 원료를 채굴하는 것이 과연 합법적 행위일까?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1967년에 미국·소련·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달과 같은 외계 천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우주 조약(Space Treaty)'를 체결한 바 있다. 정식 명칭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Treaty on Principles Governing the Activities of States in the Exploration and Use of 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the Other Celestial Bodies)'이다. 우주개발과 관련된 최초의 조약인 '우주 조약'은 1967년 1월 27일에 미국 · 소련 · 영국의 주도로 워싱턴 D.C · 런던 · 모스크바에서 조약문을 작성하였으며, 그 해 10월 10일에 발효되었다. 그리고 2019년 2월 기준으로 이 조약에 가입한 나라는 총 108개국이 되었다. 한국은 조약 발표 3일 뒤인 1967년 10월 13일에 서명하였다. 이 조약에 따르면, 어떤 국가도 핵무기를 지구궤도에 띄울 수 없으며, 달을 비롯한 외계 천체에 핵무기를 설치할 수도 없다. 물론 외계에서 핵무기를 실험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런데 이 조약에는 달의 상업적 활용에 대한 금지조항이 없다. 아마도 조약을 체결하던 당시에 '개인이나 민간 기업은 절대로 달에 갈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이제는 천체의 소유권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되었다.
또 1967년에 발효된 우주 조약은 국가에 의한 달과 천체의 영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자원 소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1984년에 발효된 '달 협정(Agreement Governing the Activities or States on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에서는 달의 자원이 '인류의 공동 재산'이며, 국가나 기업 그 누구도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이 '달 협정'에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우주 선진국은 비준하지 않았다.
현재로는 각국 정부에서 자국의 국내법에 따라 인가한 민간 기업이 달의 자원을 채굴하거나 이용해도 된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공통 이해 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자원 소유권을 인정하는 국제적인 공통 법률을 여전히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예를 들어 국가 A의 기업 a가 채굴한 달의 자원을 국가 B의 기업 b가 훔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원래 달의 자원은 누구의 것도 아니며, 기업이 자원을 채굴해도 그 소유권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에서 우주 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둘 경우, 월면에서 무모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월면에서의 국제적인 규칙을 정하는 것도 급선무이다.
4. 달에서 영구 거주하기
1960~1970년대에 '아폴로(Apollo)' 우주선의 승무원들이 달에 머문 시간은 단 며칠에 불과했다. 그러나 달에 전초기지가 완공되면 우주인의 체류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장기 임무를 수행하려면 달의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4-1. 거주 공간 확보하기
선발대가 임시 거처를 확보했다면, 대규모 우주 수송선단이 본격적으로 나설 차례다. 영구 기지를 짓는 데 필요한 기계와 자재를 무인 우주선에 실어서 달에 보내는 것이다. 지구에서 부품을 만들어두거나 팽창성 자재를 사용하면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지하기지를 건설하다 보면, 기계의 부품을 수리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것이다. 불도저나 크레인과 같은 대형 장비가 심각하게 고장 나면 지구에서 다시 보내는 수밖에 없지만, 작은 부품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제작할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기지에서 모든 장비를 직접 만드는 것이 좋다. 물론 달에는 공기가 없으므로, 용광로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용광로가 작동하려면 산소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의 토양을 '마이크로파(Microwave)'로 가열하면 단단한 벽돌이 되기 때문에, 달 기지의 기본 건축자재는 현지 조달이 가능하다. 원리적으로는 건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반 시설을 달의 흙으로부터 만들 수 있다.
달의 구성 성분은 지구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지구에 드문 광물이나 보석이 무더기로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즉 노다지를 캐기 위해 달을 파헤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달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대규모 굴착을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건물, 차도, 고속도로 등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재가 달의 지하에 충분히 매장되어 있을 것이다.
달에 존재하는 천연 용암동굴을 개조하여 대피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동굴은 고대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직경이 수백 m에 달하고 깊이도 충분히 깊어서, '태양복사(Solar Radiation)'을 피하기엔 안성맞춤이다.
4-2. 물, 산소, 식량, 전기 등은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우주선의 적재량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품을 아무리 많이 가져간다고 해도 몇 주만 지나면 곧 바닥날 것이다. 물론 개발 초기에 필요한 모든 자원은 지구에서 배달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을 먼저 보낸 후, 무인 우주선에 물품을 실어서 몇 주 간격으로 계속 보내야 한다. 달에 파견된 선발대에게는 이 수송선이 생명줄이므로, 사소한 사고도 대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물품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물, 산소, 식량, 전기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물: 달의 극지방에는 1년 내내 해가 들지 않는 '영구 그림자(1년 내내 태양의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지역)'가 존재하는데, 이곳에 중요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 m 두께로 표면을 덮고 있는 북극의 얼음층으로, 총량은 거의 6억 톤에 달한다. 이 얼음을 정제하면 사람이 마실 수 있다.
- 산소: 산소는 몇 가지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 수 있고, 물은 달에 있는 얼음에서 채취하면 된다.
- 식량: 여기에서 얻은 물은 식용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수경재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산소는 얼음층뿐만 아니라, 달의 토양 속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 전기 비축하기: 달에 처음으로 도착한 선발대는 한동안 착륙선 캡슐을 기지로 활용하면서 가끔씩 밖으로 나가 태양 집열판을 펼쳐놓아야 한다. 달의 하루는 지구의 한 달에 해당하기 때문에 약 2주에 걸친 낮과 밤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따라서 밤에 전기를 사용하려면 낮 시간 동안 충분한 양의 전기를 비축해둬야 한다. 또 달의 극지방의 산악지대는 1년 내내 영구 양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곳에 태양 집열판 수천 개를 설치해 놓으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4-3. 복사 문제
또 한 가지 문제는 '복사(Radiation)'이다. '아폴로(Apollo)' 우주인들처럼 며칠 만에 돌아온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체류 기간이 몇 개월로 길어지면 다량의 복사에 노출되어 암에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지구에 있는 천문학자들은 태양의 활동을 계속 관찰하면서 달에 파견된 우주인들에게 매일 '일기예보'를 제공해야 한다. 달에는 대기가 없으므로 태풍이 불 염려는 없지만, '태양플레어(Solar Flare)'를 미리 경고해 주지 않으면 태양에서 날아온 하전입자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태양플레어'가 예보되면 우주인들은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기지 안으로 몇 시간 동안 대피해야 한다.
4-4. 인터넷
다행히도 지구에서 송출된 전파가 달까지 가는 데에는 2.5초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통신 지연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달에 파견된 우주인은 단 몇 초의 지연만 참으면 지구에 있는 관제요원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고, 인터넷도 검색할 수 있으며, 가족들의 최신 소식도 전해 들을 수 있다.
4-5. 여가활동과 오락시설
달에서도 스트레스 및 긴장 해소용 오락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1971년에 아폴로 14호의 우주인들이 달에 착륙했을 때, NASA의 관제요원들은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선장이었던 '앨런 셰퍼드(Alan Shepard, 1923~1998)'가 아무도 모르게 6번 아이언 골프채를 갖고 갔던 것이다. '앨런 셰퍼드'는 골프공을 달 표면에 놓고 약간의 준비운동을 한 후 보란 듯이 200야드짜리 샷을 멋지게 날렸다. 그것인 지구가 아닌 천체에서 행해진 최초의 스포츠 활동이었다. 달은 대기가 없고 중력이 약해서 여가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절치 않지만, 선발대가 기지를 완성하고 생활이 안정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아폴로 15, 16, 17호의 우주인들은 먼지로 뒤덮인 달 표면에서 '루나 로빙 비클(Lunar Roving Vehicle)'이라는 탐사용 자동차를 타고 27~35km를 이동했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으로도 중요한 임무였지만, 달의 거대한 운석공과 산악지대를 감상하는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희열과 경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래에 등장할 달 탐사용 자동차는 '월석'의 성분을 분석하고, 태양 집열판을 설치하고, 기지를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관객에게 달의 전경을 구경시켜주는 관람차로 활용될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지 근처에 전용 트랙을 만들어놓고 자동차 경주를 벌일 수도 있다.
달 관광과 탐험은 상품가치가 충분하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도중에 타이어를 갈아끼우지 않고 장거리를 여행할 수 있으며, 등반가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릴 수 있다. 특히 절벽을 내려올 때에는 체중이 가볍기 때문에 초보자도 밧줄을 쉽게 탈 수 있다. 체력이 약하거나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수십억 년 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은 운석공과 산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느낄 것이다. 또 동굴 탐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달의 지하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용암동굴을 돌아보며 희열을 만끽할 수 있다. 지구의 동굴은 오랜 세월 동안 지하수에 의해 깎여나가면서 그 흔적이 종유석과 석순의 형태로 남아있지만, 달의 지하에는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굳은 용암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달의 동굴은 지구의 동굴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일 것이다.
5. 달에서 걷기
5-1. 중력에 적응하기
우주인들은 달의 약한 중력에도 적응해야 한다. 뉴턴의 중력 법칙에 의하면 두 물체 사이에 적용하는 중력의 세기는 두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그런데 달의 질량은 지구의 6분의 1이기 때문에, 달에서 느끼는 중력도 지구의 6분의 1로 감소한다. 그 덕분에 달에서는 무거운 장비도 쉽게 운반할 수 있다. 또 달의 '탈출속도(Escape Velocity)'는 지구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에 착륙과 이륙이 훨씬 쉽다. 지구에서는 우주선의 이착륙이 세계적인 화젯거리이지만, 미래의 달 기지에서는 마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처럼 일상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달에 파견된 우주인들은 걸음걸이와 손동작 등 가장 단순한 행동부터 새로 익혀야 한다. 과거에 아폴로 우주인들은 지구로 귀환하여 인터뷰를 할 때 '달에서 걷기가 매우 어색했다'고 했다. 지구에서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 뛰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달에서는 발을 번갈아가며 점프하는 것이 상책이다. 달의 중력이 지구보다 약해서 한 번 점프할 때마다 먼 거리를 갈 수 있고, 행동을 제어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5-2. 우주복을 벗으면 위험하다.
달에서 우주복을 벗으면 어떻게 될까? 물론 공기가 없으니 숨을 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기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주복을 벗거나 우주복에 구멍이 나면 몸속의 혈액이 끓기 시작한다. 다들 알다시피 물은 100℃에서 끓는다. 그러나 이것은 1기압에서 물을 끓을 때 이야기고, 압력이 낮으면 물의 끓는 점도 낮아진다. 구멍을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면 우주복 내부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물의 끓는 점이 낮아지고, 그 결과 몸속의 피가 끓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구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있을 때에는 대기압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사실 우리 몸에는 1cm2당 약 1kg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공기 속에서 산다는 것은 머리 위로 거대한 공기기둥의 압력을 받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우리 몸이 안으로 찌그러지지 않는 이유는 몸속에 존재한 공기가 바깥쪽으로 똑같은 크기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대기압'과 '내부의 압력'이 정확하게 균형을 이루어 아무런 힘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달에는 공기가 없으므로, 대기압은 거의 0이고 '신체 내부에서 바깥쪽으로 작용하는 압력'만 작용한다. 즉, 달에서 우주복을 벗으면 신체 내부에서 바깥쪽으로 1cm2당 약 1kg의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달에서는 우주복을 벗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어쩌다가 미세운석이 떨어져서 옷에 구멍이 생기면 곧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내의 피가 끓으면서 온갖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5-3. 미세 입자
'월석(Lunar rock)'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 보면, 월석의 표면에는 수십억 년 전에 미세입자가 충돌하면서 생긴 미세한 '운석공(Meteor Crater)'이 수없이 나 있다. 그런데 현미경의 배율을 높이면 그 작은 운석공 안에 더 작은 운석공이 모습을 드러내고, 배율을 더 높였더니 또 그 안에 더 작은 운석공이 존재한다. 지구로 떨어지는 '미세운석(작은 입자)'들은 대기를 통과하면 기화되어 지면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석공 속의 운석공'이라는 독특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작은 입자들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이와 같은 흔적이 남아 있다. 따라서 미세운석은 달에 파견된 우주인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