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공학 (Engineering)

생체-기계 하이브리드(Bio-Mechanical Hybrid)

SURPRISER - Tistory 2022. 10. 26. 17:43

 현존하는 모든 기계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반도체 등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면 어떨까? 일본 도쿄 대학의 '다케우치 쇼지(竹内昌治)' 교수는 세포를 블록처럼 조립하거나, 미세한 디바이스에 단백질을 집어넣는 등 '기계'와 '생명'의 경계를 넘어 여러 가지 '하이브리드 디바이스(Hybrid Device)'를 개발하고 있다. 미래에는 생체 분자로 이루어진 기계가 우리의 생활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0. 목차

  1. 다케우치 쇼지
  2. 어떻게 하면 세포를 기계처럼 조립할까?
  3. 생체 분자 조립의 응용 범위
  4. '생체-기계 하이브리드'의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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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케우치 쇼지

 대학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하던 '다케우치 쇼지(竹内昌治)'는 학사 과정 당시 로봇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리고 대학 4학년 때는 '곤충 규범형 로봇'을 연구 주제로 내건 '미우라 히로후' 선생, '시모야마 이사오' 선생의 연구실을 지망했다고 한다. 이 연구실에서는 곤충을 기르고 있었는데, '다케우치 쇼지'는 '미우라 히로후' 선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과제를 받았다고 한다. "다케우치 군, 이 곤충을 자세히 보고 곤충다운 곳을 확실히 추출해 로봇을 만들어 보게." 그래서 그는 이 과제를 위해 우선 연구실에서 곤충을 관찰했다.

 목표는 곤충의 '보행'이나 '신경 메커니즘'을 금속이나 반도체로 재현하는 것, 즉 곤충 로봇을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점차 혼자 힘으로 곤충 로봇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상을 바꾸어, 살아 있는 곤충 자체에 전기 회로를 얹어서 조종해야겠다고 방향을 바꿨다. 이른바 살아 있는 곤충을 '로봇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곤충의 발과, 발에 전기 자극을 보내는 회로를 조합시킨 '로보로치'가 탄생했다. 마치 생물처럼 움직이는 '로보로치'를 보고 '시모야마 아사오' 선생은 "하이브리드 곤충 로봇이네"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계기로 '다케우치 쇼지'는 '생물과 기계의 하이브리드'라는 발상에 빠져들었다.

 이후 석사 과정과 박사과정에서도 곤충의 로봇화에 골몰했으며, 전자 회로나 반도체뿐만 아니라 생물 근육의 구조와 생체 내의 화학반응도 공부하게 되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취직했을 때, 동기인 '노치 히로유키'의 연구 발표에서 구불구불 도는 '분자 모터(Molecular Motor)' 단백질에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다케우치 쇼지'는 DNA나 단백질 등의 생체 분자도 '기계의 부품'이라는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그 후 '다케우치 쇼지'의 연구실에 생명공학 연구자가 와서 DNA·단백질·세포를 조금씩 잘 다루게 되었다. 그 결과, '세포를 조합해 3차원 구조를 만들거나 그것을 조합해 로봇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다케우치 쇼지(竹内昌治)

2. 어떻게 하면 세포를 기계처럼 조립할까?

 '기계 공학(Mechanical Engineering)'과 '생명 공학(Bio Engineering)'이 다루는 대상은 전혀 다르다. '기계 공학'에서는 반도체, 플라스틱을 어떻게 가공해 조립하는지 등을 다룬다. 한편 '생명 공학'에서는 DNA, 단백질, 세포 등을 다룬다. 하지만 이들은 형태도 다양하고 변형되어 끈적거리므로, 기계의 재료로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우선은 '이들을 어떻게 가공하기 쉬운 재료로 바꿀까?'를 생각해야 한다. 구리선이나 나사는 정해진 규격에 따라 같은 형태의 물건이 대량 생산된다. 만약 세포나 DNA, 단백질을 정해지진 크기의 섬유나 공, 판 모양으로 가공해서 대량생산할 수 있으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케우치 쇼지(竹内昌治)'는 '마이크로 유체 디바이스(Micro-fluidic device)'를 이용해, 극미의 실이나 공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심근 세포를 섬유 형태로 해서, 신축하는 섬유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뒤에는 세포를 알갱이 상태로 가공해서 조립하는 것만으로, 살아 있는 3차원적 구조를 만드는 데도 성공하였다. 이처럼 기계 공학적 발상으로 생체 재료를 점·선·면으로 규격화해서 다루기 쉽게 만들면, 기계 공학 연구자나 기계를 제조하는 기업이 생명 공학 분야에 좀 더 많이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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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체 분자 조립의 응용 범위

 세포로 3차원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응용 방법은 무한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응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재생 의학(Regenerative Medicine): 먼저 '재생 의학'에 대한 응용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인공 내장'이나 '인공 손발'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2. 신약 개발 시 동물 실험을 대체: 또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약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신약을 개발할 때 동물 실험을 하는 이유는 3차원 구조를 가진 세포 조직의 대사 모습을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은 접시에서 배양된 2차원 세포로는 알 수 없다. 만약 3차원 구조를 만들어 생체와 같은 반응을 볼 수 있으면, 동물 실험은 점차 필요 없어질 것이다.
  3. 고감도 센서: 세포를 사용한 센서도 유망하다. 이미 '세포막'과 '단백질'의 분자를 조합한 '막단백질 센서(Membrane Protein Sensor)'가 개발되었는데, 세포를 3차원으로 잘 배치하면 감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4. 식용 인공육: 모든 음식물은 세포로 되어 있다. 따라서 세포를 3차원적으로 구성할 수 있으면 고기나 야채도 인공적으로 전부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세포를 기르는 것만으로 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식용 인공육'은 달이나 깊은 바다처럼, 가축을 동반해서 가지 못하는 극한 환경에서 거주할 때도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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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체-기계 하이브리드'의 응용

4-1. 혈당치의 변화에 따라 발광하는 내장형 디바이스

 한 연구에서는, 예컨대 '혈당치(혈중의 포도당 농도)'를 탐지해 발광하는 디바이스를 생쥐의 귀에 삽입해 혈당치 변화를 4개월 이상 계속 모니터하는 데 성공하였다. 계발의 계기는 생체와 친숙해지기 쉽고, 간단하게 삽입되는 인공 재료에 다양한 기능을 갖게 하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재료 중에 '하이드로젤(Hydrogel)'이라는 젤리 상태의 재료가 유력 후보로 꼽혔다. '하이드로젤'은 생체 적합성이 굉장히 좋은 물질로, 이미 삽입 재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이드로젤을 각각의 모양으로 가공하고, 또 '화학 수식'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가진 분자를 결합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학 분야의 과제를 찾아보자 성인병, 특히 당뇨병 예비군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당치를 관리하기 때문에 하루에 몇 차례나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서 혈액을 조사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완전 삽입형 혈당치 센서'가 있으면 시시각각 일상생활에서 변화하는 혈당치를 연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그런데 생체에 적합한 재료를 사용한 장시간 삽입 센서는 없었다. 그래서 '하이드로젤'에 '합성 화학 재료'를 '화학 수식'하여 센서를 만들었더니, 혈당치에 잘 맞아 발광시킬 수 있었다.

4-2. 막단백질을 센서의 소자로 한 센서

 '막단백질'을 소자로 한 센서도 개발했다. '세포막(Cell membrane)' 안에 절반 정도 차 있는 단백질인 '막단백질(Membrane Protein)'은 예컨대 물질이 가까이 왔을 때 거두어들일지 말지를 판단한다. 이처럼 단 1개의 분자에도 반응하는 뛰어난 센서는 인공물 중에는 없다. '막단백질을 소자로 한 센서'는 '막단백질'이 물질을 인식했을 때 전기적인 변화를 측정한다. 미량의 '코카인(Cocaine)'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 미세한 '막단백질'을 소자로 인공 디바이스에 조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막단백질을 기능시키려면 세포막이 필요하다. 세포막은 마치 비눗방울의 막과 비슷해 매우 다루기 어렵지만, 작은 구멍 안에 펼치면 그런 대로 안정될 것 같다. 그래서 '마이크로 유체 디바이스(Micro-fluidic device)'를 이용해 효율 좋게 막을 펼쳐, 막단백질을 그곳에 넣는 방법을 개발했다. 단백질의 분자처럼 간단하게 변성된는 데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물질이라도 장치 안에 잘 삽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