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대변이란 무엇인가?
- 변비의 진단 기준
- 잔변감의 원인
- 긴장하면 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
1. 대변이란 무엇인가?
'대변(똥을 점잖게 이르는 말)'의 근원은 우리가 먹은 음식이다. 음식 안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영양소는 입, 위, 소장으로 이어지는 소화관 안에서 다양한 소화 효소에 의해 세세히 분해된다. 그리고 분해된 영양소는 소장의 표면에서 흡수되어 혈액 등으로 들어가고, 필요한 장기로 운반된다.
단 음식물의 모든 것이 분해되어 흡수되는 것은 아니고,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성분도 있다. 이들을 통틀어 '식이 섬유(Dietary Fiber)'라 하는데, 이것이 '대변'의 근본이 된다. '식이 섬유'의 대부분은 '식물'이나 '균류의 세포의 벽을 구성하는 성분인데,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구성 요소로 되어 있다.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남은 '식이 섬유'는 수분이나 소화효소액 등에 섞여서 대장까지 운반된다. 길이 1.5m 정도의 대장을 지나는 사이 수분의 대부분은 흡수되고 마지막에는 고형물, 결국 대변이 되어 항문으로 배출하게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변의 정체는 영양소가 제거된 음식의 남은 찌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변의 구성 성분을 보면, 여전히 수분이 80%를 차지한다. 그리고 나머지 20%를 '음식의 나머지 찌꺼기(식이 섬유)', '장의 벽에서 벗겨진 세포, '세균(살아 있는 세균, 죽은 세균)' 등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한다.
대변이 갈색 계통의 색깔을 띠는 이유는 간에서 분비되는 '쓸개즙(담즙)'의 영향이다. 쓸개즙에 포함된 '쓸개즙산(담즙산)'은 지방의 분해와 흡수를 돕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지방을 많이 포함하는 음식을 먹을수록 쓸개즙도 많이 분비되어, 대변의 색깔은 진한 갈색이 되는 경향이 있다.
2. 변비의 진단 기준
대변을 몸밖으로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죽음을 의미할 정도로 배변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며칠씩이나 대변을 보지 못하는 '변비 상태(배변이 되지 않는 상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어떤 배변 상태이면 변비로 분류하게 될까? 매일 배변을 하지 않으면 변비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배변 횟수는 1일 3회에서 3일 1회 정도의 빈도까지는 정상이다. 변비의 진단에는 사실 국제적인 기준도 있다. 이 기준을 보면, 배변의 횟수는 물론이고 대변의 특징도 변비를 진단하는 기준이 된다.
대변의 단단함과 모양은 대변의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대변이 대장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수록 수분이 흡수되어 단단해진다. 대장이 머무르는 기간에 따른 대변의 모양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기준이 있는데, 7단계로 분류된다. 이 분류 기준을 이용해서 의사나 환자는 대변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배변되는지도 변비의 중요한 진단 기준이 된다. 본래 배변은 배에 힘을 주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항문의 바로 앞에 있는 직장에 대변이 모이면, 신경 세포를 통해 뇌에 그 결과가 전해져 '배변을 하고 싶다.'는 뜻이 뇌에서 직장에 전해진다. 그러면 항문의 주위 근육이 이완되어 편안하게 배변할 수 있다. 배에 힘을 준다거나 잔변감이 있는 배변은 변비의 증거이다.
2-1. 변비의 국제 진단 기준
2015년 5월에 로마 회의에서 변비를 진단하는 새로운 기준인 Rome Ⅳ가 공표되었다. 적어도 최근 3개월 사이에 아래의 1~3의 증상이 있으면 변비로 진단된다. (이전의 기준인 Rome Ⅲ는 2006년에 공표되었음)
- 다음 내용 중 2항목 이상에 해당될 것 a)25% 이상의 빈도로, 배변할 때 배에 힘을 준다. b)25% 이상의 빈도로, 토끼똥 모양의 대변, 또는 변이 나온다. c)25% 이상의 빈도로, 배변한 다음에 잔변감을 느낀다. d)25% 이상의 빈도로, 배변할 때 항문에 꽉 찬 느낌이 든다. e)25% 이상의 빈도로, 배변할때 손으로 긁어내거나 골반 밖을 압축하거나 해야 한다. f)배변의 횟수가 1주일에 3회 미만이다.
- 설사약을 쓰지 않을 때, 부드러운 대변이나 액체 상태의 대변을 보는 일은 드물다.
-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충족하지 않는다.
2-2. 브리스톨 스케일
대변의 딱딱함, 형태 등을 특징을 7단계로 분류한 국제적인 기준을 '브리스톨 스케일(Bristol Scale)'이라고 한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의사가 개발했다. 1에서 7로 갈수록 대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진다. 브리스톨 스케일에서는 대변의 색깔에 대한 기준은 없다. 정상인 배변 리듬을 갖는 경우, 80% 정도의 수분을 포함한 바나나형 대변, 국제 기준에서 말하는 Type4와 비슷한 대변이 나온다.
- Type1(동글동글한 변): 단단하고 동글동글한 토끼똥 모양이다.
- Type2(단단한 변): 단단하고 작은 덩어리가 모인 소시지 모양이다.
- Type3(주름 있는 변): 표면이 금이 간 소시지 모양이다.
- Type4(바나나 모양의 변): 부드럽고 표면이 부드러운 소시지 모양 뱀처럼 똬리를 튼다.
- Type5(연한 변): 부드러운 반고체형. 덩어리의 끝이 끊어벼 보풀이 일어난다.
- Type6(약하게 모양을 갖춘 변): 경계가 풀려서, 일정한 모양이 없는 죽 같은 상태
- Type7(물 같은 변): 물 같은 상태로 고형물이 없는 완전한 액체 형태
3. 잔변감의 원인
변비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변비는 원인에 따라 주로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3-1. 이완성 변비
첫 번째 유형은 배변의 횟수가 적은 것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이완성 변비'이다. 대변을 항문 쪽으로 밀어내는 '대장의 연동 운동'이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변비이다. '대장의 연동 운동'이란 대장의 근육 전체가 마치 치약 튜브에서 치약을 밀어내듯이 대변을 항문 쪽으로 밀어내는 움직임이다. 우선 영양소가 소장에 들어오면 소장의 표면에 있는 '장 크롬 친화성 세포(Enterochro-maffin Cell)'가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 세로토닌은 소장의 근육 사이를 지나는 신경 세포에 넘겨진다. 세로토닌을 받은 신경 세포는 장 내부에서의 위치에 따라 근육을 이완·수축시키는 물질을 방출한다. 이리하여 소장의 근육을 전체로 해서, 음식물의 나머지 찌꺼기를 대장 쪽으로 밀어내듯 움직인다. 이러한 근육의 움직임은 소장에 이어져 있는 대장의 근육에도 전해진다.
배변으로 이어지는 큰 연동 운동은 하루 중 여러 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대분의 '분량'이 없으면 연동 운동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대변의 바탕이 되는 식이 섬유를 먹는 것도 중요하다. '이완성 변비'는 여성에게 많으며, 특히 10대 무렵부터 생기는 경향이 있다. 다이어트 때 식사를 거르거나 편식을 하는 일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3-2. 직장성 변비
두 번째 유형은 직장까지 대변이 운반되어 '변의(대소변이 마려운 느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에 강하게 힘을 주지 않으면 배변이 되지 않거나 잔변감이 남는 '직장성 변비'이다. 여성이 '직장성 변비'가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직장의 변형이다. 배변을 하려고 하면, 직장이 질 쪽으로 부풀어 '주머니'가 생기고, 거기에 대변이 들어가 항문으로 배설되지 않는 것이다. 이 주머니는 나이를 먹거나 출산으로 질의 벽이 약해지기 때문에 생긴다. 출산 경험이 있는 50대와 60대 여성에게 많은데,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3-3. 무의식적으로 항문 주위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
세 번째 원인은 배변할 때 무의식적으로 항문 주위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배변 때 힘을 빼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4. 긴장하면 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
'배변 장애' 중에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도 있다. 긴장, 불쾌감 등의 스트레스를 느껴서 변비가 되거나 설사를 하거나, 변비와 설사를 반복한다. 중요한 회의가 다가오면 설사가 시작되는 식이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성 '배변 장애'를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Colon Syndrome)'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장에 영향을 줄까? 뇌와 장은 복수의 신경으로 이어져 있다. 뇌에서 장으로 향하는 신경은 그 작용 방식에 따라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나누어진다. 장에서는 '부교감 신경'이 장의 운동을 활발히 움직이고, '교감 신경'이 근육을 억제하도록 작용한다. 일반적으로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작용 방식이 균형을 이루어서 적당한 연동 운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뇌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작용 방식의 균형이 무너진다. 그러면 장의 연동 운동이 일어나지 않거나, 과잉으로 움직여 경련을 일으키거나 해서 변비나 설사를 일으킨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변비에서는 토끼똥과 같은 동글동글하고 단단한 대변이 나온다.
한편, 장의 상태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반대 방향의 정보 전달도 이루어진다. 장에서 과잉 수축이 일어나서 복압이 오르면, 그 정보가 감각 신경을 지나 뇌로 가서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을 느낀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는 장에서 뇌로 가는 감각이 민감해져 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에게는 우선 대변의 수분량을 바꾸거나 대장의 연동 운동을 정상으로 돌리는 약이 처방된다. 이들 약도 효과가 없다면 항우울제 등 뇌에 작용하는 약이 처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