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Diabetes Mellitus)'은 혈당값이 높은 상태가 계속되는 병으로,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기며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다. 환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2020년 기준 전 세계에 4~5억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당뇨병이 왜 생기는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예방책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 '당뇨병'이란?
-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
-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 비만과 당뇨병
-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
1. '당뇨병'이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에너지를 음식물로 얻는다. 음식물로부터 섭취한 탄수화물을 위나 장 등에서 분해되고 '포도당(글루코오스)'이 되어 혈액 속을 흐른다. 혈액 속을 흐르는 글루코오스의 양을 '혈당값(Blood Glucose Level)'이라고 한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글루코오스가 이제는 현대인을 괴롭히고 있다. 그것은 바로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다. 혈당값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에 의해 제어된다.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되지 않거나, 충분히 분비되는데도 불구하고 세포 수준으로 제대로 작용하지 않게 되면 혈당값이 높아져 당뇨병이 된다.
혈당값을 올리는 호르몬에는 '글루카곤(Glucagon)'이나 '아드레날린(Adrenaline)', '코르티솔(Cortisol)'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혈당값을 내리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밖에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옛날 인류의 생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에는 음식물을 손에 넣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저혈당이 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혈당값을 올리는 호르몬을 많이 가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에 혈당값을 내릴 필요성은 거의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혈당값을 내리는 호르몬을 내리는 호르몬은 '인슐린'밖에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식의 시대인 현재는 반대로 혈당값을 내릴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인간의 몸의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뇨병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나왔을까?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면 소변의 양이 매우 많아진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데서 당뇨병을 '요붕'이라고 불렀다. 그 후 당뇨병 환자의 소변이 벌꿀처럼 달다는 사실이 알려져 '밀뇨병'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어서 이 단맛의 원인이 '당'이라는 사실이 판명되고 나서 '당뇨병'이라는 명칭이 나왔다.
1-2. 당뇨병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증상들
그러면 당뇨병이 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고혈당 상태가 계속되면 혈관의 '열화(절연체가 외부적인 영향이나 내부적인 영향에 따라 화학적 및 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가 진행된다. 열화된 혈관은 탄력성이 사라져 단단해지고,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는 '동맥 경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동맥 경화'에 의해 심장의 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보내는 혈관이 막히면 '심근 경색(Myocardial Infarction)',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Cerebral Infarction)'이 된다. 나아가 혈관의 열화는 신장이나 눈에도 나타난다. 혈액을 여과하는 작용을 하는 신장의 모세혈관이 막히면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신장병'이 생긴다. 그리고 눈의 망막에 있는 미세한 결관이 파괴되어 출혈을 일으키면 '망막증'이 되었다가 실명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미세 혈관의 손상에 의해, 신경에 이상이 생겨 팔다리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신장병, 망막증, 신경장애를 합쳐 '당뇨병 3대 합병증'이라고 한다. 당뇨병은 그 밖에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
- 당뇨병성 신장병: 신장은 혈액을 여과함으로써 불필요한 물질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고혈당 장애로 신장의 혈관 장애가 일어나면, 이 여과 기능이 떨어진다. 최종적으로는 신장의 기능이 거의 사라지는 '신부전(신장 기능 부족)'이 되어 죽음에 이른다. '당뇨병성 신장병'은 '투석을 시작하는 큰 원인이다.
- 당뇨병성 망막증: 고혈당 상태가 장기가 계속되면 혈관이 약해져 망막에 산소를 보내는 혈관이 막힌다. 산소 결핍 상태가 된 망막은 새로운 혈관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혈관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출혈이 잘 일어나며, 그 때문에 눈의 기능에 장애가 일어나거나 실명하게 된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실명의 원인 가운데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 당뇨병성 신경 장애: 고혈당 상태가 계속되면 신경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혈류가 나빠지기 때문에, 감각 신경이나 운동 신경의 정보 전달 장애가 나타난다. 나아가 신경 세포 자체도 고혈당에 의한 기능 장애를 받는다. 그 결과, 손발의 끝에 통증이나 마비를 느낀다.
- 동맥 경화: 당은 사화 등의 화학 반응에 의해, 혈관 안쪽의 벽을 손상시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고혈당 상태가 계속되면 혈관의 열화가 진행되어 굳는다. 동맥 경화는 뇌경색이나 심근 경색, 말초 동맥 질환 등을 일으킨다.
- 뇌경색: 뇌에 산소나 영양을 보내는 동맥이 막힘으로써, 그 부분의 뇌 영역이 괴사하는 질병이다.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혈관이 약해져 막히기 쉬워진다. 그 결과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높아진다.
- 허혈성 심장 질병(심근 경색, 협심증): '심장을 움직이는 근육(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보내는 '심장 동맥 혈관'이 막히거나 가늘어짐으로써 심장 근육이 산소 결핍 상태가 되어 괴사하는 질병이다. 미국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70% 가까이가 뇌경색 또는 심근 경색으로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감염증: 당뇨병이 되어 혈당값이 높아지면, 생체 방어에 관여하는 '백혈구'의 기능이 저하된다. 그 결과 폐렴이나 방광염, '치육염(잇몸 염증)', 그리고 감기 등의 감염증에 걸리기 쉬워진다.
- 혼수: 세포는 인슐린의 자극에 의해 글루코오스를 끌어들여 에너지로 이용한다. 그러나 당뇨병이 생겨 인슐린의 작용이 나빠지면 혈액 속에는 글루코오스가 대량으로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에 세포가 '기아 상태'가 된다. 그 결과, 의식 장애가 일어나고, 최악의 경우 혼수에 빠졌다가 죽음에 이른다.
- 말초 동맥 질환(발의 괴사): 발의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힘으로써 혈액의 흐름이 나빠져 발에 통증이나 마비, 냉기 등을 느끼는 질병이다. 나아가 당뇨병성 신경 장애의 결과 감각이 둔해져 발가락의 상처를 느끼지 못하거나, 혈관이 막혀서 상처가 잘 낫지 않기 때문에 발이 괴사하는 경우도 있다.
2.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
당뇨병은 왜 생길까? 당뇨병에 걸린 사람의 상황을 보기 전에 먼저 건강한 사람의 몸속을 살펴보자. 밥이나 빵 등의 탄수화물은 침 등으로 소화되어, 글루코오스로 소장에서 흡수된다. 그리고 글루코오스가 소장의 세포에서 혈관에 흘러듦으로써 혈당값이 올라간다. 그러면 '췌장'은 혈당값의 상승을 감지하고, 혈당값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근육이나 간, 지방에 글루코오스를 흡수하려고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들 세포에서 글루코오스는 '중성 지방' 등으로 변환되어 축적된다. 인슐린의 작용에 의해 혈당값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고, 항상 어떤 일정한 농도로 유지된다.
당뇨병은 주로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나누어진다.
- 1형 당뇨병: '1형 당뇨병'은 면역에 관여하는 세포가 췌장 세포를 '적(Enemy)'이라고 오인해 파괴함으로써 증상이 나타난다. 췌장이 파괴되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혈당이 된다. 췌장이 파괴되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혈당이 된다.
- 2형 당뇨병: 한편,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주된 원인이다. 폭음 폭식이나 운동 부족이 계속되면 비만이 된다. 그러면 과잉 축적된 지방 조직은 '당을 흡수해 달라'는 인슐린의 지령을 세포 내부에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의 자극을 받은 간이나 근육은 고혈당 상태에서도 글루코오스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이것은 당뇨병 환자가 밥을 먹어도 세포 수준에서 보면 기아 상태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의 흡수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다시 인슐린이 분비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췌장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게 된다.
3.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그러면 혈당값을 제어하는 인슐린은 어떻게 분비될까? 인슐린을 분비하는 장기는 위 뒤쪽에 위치한 '췌장(이자)이다. 췌장에는 '췌장섬(이자섬)'이라고 하는 세포 집단이 곳곳에 있다. 사람의 췌장에는 100만 개 이상의 췌장섬이 있다.
췌장섬은 주로 '알파 세포(α-cell)', '베타 세포(β‑cell)', 그리고 '델타 세포(δ-cell)'라는 세 가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들 세포는 각각 서로 다른 호르몬을 분비한다. '알파 세포'는 혈당값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한편, '베타 세포'는 혈당값을 낮추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그리고 '델타 세포'에서는 '소마토스타틴'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소마토스타틴'은 글루카곤과 인슐린의 분비량을 제어하는 작용을 한다. 이들 세 가지 세포가 각각 정보 교환을 해서, 적절할 때 적절한 양이 호르몬이 분비됨으로써 몸속의 혈당값이 엄밀하게 제어된다.
식사를 해서 혈당값이 높아지면, '베타 세포(β‑cell)'는 글루코오스를 세포 안으로 흡수한다. 글루코오스가 세포 안에서 분해되고 그 정보가 전달됨으로써 인슐린이 분비된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를 일으키는 자극은 혈당값의 상승만이 아니다. 소화·흡수에 수반되는 소장의 연동 운동 등이 자극이 되어, 소장의 세포로부터 'GLP-1'과 'GIP'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리고 이들 호르몬이 췌장에 작용하기 시작함으로써, 인슐린의 분비가 늘어난다.
4. 비만과 당뇨병
당뇨병이라고 하면, 살찐 사람들에게 생긴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몸무게 증가와 당뇨병 발병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비만과 당뇨병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까? 최근 지방 세포는 단순한 지방 저축 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실은 '지방 세포'는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이었다.
4-1. 표준 체중인 사람에서
적절한 크기의 지방 세포는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따라서 표준 체중인 사람의 지방 세포는 '아디포넥틴'을 많이 분비한다. '아디포넥틴'은 간이나 근육 세포에 작용해, 인슐린의 효과를 강하게 하는(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좋은 작용을 한다. 나아가 아디포넥틴은 손상된 혈관을 복구함으로써, 동맥 경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4-2. 비만인 사람에서
지방 세포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면, 지방을 많이 축적한 사람은 인슐린 저항성을 더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방을 지나치게 비축한 지방 세포에서는 왠지 아디포넥틴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나아가 이처럼 비대해진 조직에는 많은 면역 세포가 들어온다. 그리고 이 면역 세포가 'TNF-α' 등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많이 분비한다. 'TNF-α'는 '아디포넥틴'과는 반대로 '인슐린의 효과를 약하게하는(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나쁜 작용을 한다. 그 결과, 비만인 사람은 혈당값이 올라가 당뇨병의 위험이 늘어나는 것이다.
5.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
여기서부터는 당뇨병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동양인은 지방이 조금 축적된 상태의 사람이라도, 외견상 분명히 살찐 서양인과 같은 정도의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비만이 아니라도 몸무게 증가와 더불어 당뇨병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뜻이므로, 당뇨병에 대한 예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당뇨병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당뇨병에 대한 예방 및 치료의 세 가지는 '식사 요법', '운동 요법', '약물 요법'이다. 현재 당뇨병에 대한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판매되고 있지만, 약물 요법이 진보된 현재에도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은 여전히 중요하다.
2002년에 비만 환자의 건강 상태를 추적하는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당뇨병 예방을 위해 미리 당뇨병 치료약을 먹는 집단보다 날마다 저에너지·저지방 식사를 하고, 매주 150분 동안 속보를 하는 등 생활 습관의 개선을 한 집단이 당뇨병 발병의 억제 효과가 컸다고 한다. 약보다 먼저 식사나 운동을 통해 당뇨병을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5-2. 식사요법
당뇨병이니까 비만이나 당뇨병을 막기 위해서는 '당질(탄수화물)'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질 제한 다이어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맞게 당질을 제한하는 방법은 일정한 효과가 있지만, 당질을 마음대로 제한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을 통틀어 '3대 영양소'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어, 몸속에서 에너지가 된다. 그래서 탄수화물을 제안했다고 해도, 그 대신에 단백질이나 지질을 많이 섭취한 경우에는 칼로리 총량이 바뀌지 않으며 몸무게도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당질 제한에 따라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질을 많이 섭취했을 경우, 신장병 악화를 초래하거나 동맥 경화나 심근 경색 증상을 나타내는 비율이 높아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식사 요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에너지의 총량만이 아니다. 어떻게 먹는지도 중요하다. 식사를 하는 순서에 따라 혈당값의 진폭이 크게 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어느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5분마다 혈당값 측정해 보았다. '야채→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섭취한 경우와, '탄수화물→단백질→야채'의 순으로 섭취한 경우를 비교하면, 탄수화물부터 섭취한 경우 혈당값 상승의 양이 크고 혈당값의 변동 폭도 컸다. 야채를 먼저 먹는 쪽이 혈당값 상승을 억제하는 이유는 야채에 들어 있는 식이 섬유가 당질이나 지질, 콜레스테롤의 소화·흡수를 늦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같은 식사라도 먹는 순서를 변경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혈당 제어가 가능하다.
5-3. 운동 요법
다음으로 '운동 요법'에 대해 살펴보자. 식후 운동은 식사에 의한 혈당값 상승을 억제한다. 2형 당뇨병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근육이 당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혈당값이 내려가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2형 당뇨병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근육이 당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혈당값이 내려가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운동은 인슐린에 의한 메커니즘과는 다른 방법으로 근육의 당 흡수를 빠르게 촉진한다. 그래서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경우에도 운동이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근육은 당과 지질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장기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근육이 양이 줄어든다. 그러면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도, 글루코오스를 흡수하는 근육 조직의 양이 원래 적기 때문에 글루코오스를 흡수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고혈당, 당뇨병이 생기게 된다.
젊은 시절과 같은 양의 식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와 같은 근육의 쇠퇴가 원인 중 하나이다. 실제로 체력 변화와 당뇨병 발병률을 비교했더니, 체력이 떨어짐에 따라 당뇨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근육의 양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너무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 즉 서서히 땀이 날 정도의 근육 운동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 당뇨병이 우려되는 사람은 먼저 식사 제한을 하는 것보다 평소에 의식적으로 운동을 하고 근육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당뇨병 합병증의 병태가 심한 경우에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위에서 이미 말했듯이, 비만인 사람은 'TNF-α'같은 혈당 제어에 악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운동을 통해 지방의 양을 줄이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다. 운동 요법을 실시하지 않으면, 식사 요법으로 몸무게가 줄었다고 해도 인슐린 저항성은 효과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5-4. 약물치료
인슐린 투여에 의한 당뇨병 치료가 시작된 것은 1922년의 일이다. 캐나다 의학자인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 1891~1941)'이 개와 소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발견해 추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인슐린 발견에 의해 수백만 당뇨병 환자들의 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인슐린에는 투여 시기나 투여량이 잘못되면 혈당값이 너무 내려가 혼수에 빠진다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식사 후마다 반드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번잡한 점도 있었다. 그 후 저혈당의 부작용이 잘 일어나지 않게 하는 약이나 1일 1회 투여로 혈당 제어를 하는 약 등 여러 가지 당뇨병 치료약들이 만들어져 당뇨병 환자의 생활의 질이 높아졌다.
5-4-1. SGLT 억제제
당뇨병에 걸렸다고 하면, 죽을 때까지 인슐린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식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 신장의 '사구체(Glomerulus)'라는 조직은 혈액을 여과함으로써 요소 등의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신장에는 100만 개가 넘는 '사구체'가 있으며, 무려 150L가 넘는 혈액을 여과한다. 그러나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은 그 1% 정도인 약 1.5L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나머지 99%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구체에서 여과된 '원뇨(primitive urine)'는 방광에 이르기까지 '세뇨관'이라는 관을 지난다. 그리고 이 관을 지나는 동안 미네랄이나 아미노산 등 몸속에 필요한 물질을 99%의 수분과 함께 '재흡수(Reabsorption)'한다.
'글루코오스'도 마찬가지다. 글루코오스는 사구체를 빠져나간 뒤 세뇨관에서 재흡수되며, 다시 혈관으로 돌아간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거의 100%의 글루코오스가 재흡수 된다. 그런데 세뇨관을 흐르는 글루코오스를 재흡수하는 단백질이 'SGLT2'이다.그래서 'SGLT2'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으면 글루코오스 재흡수가 억제되고, 그 결과 혈당값을 내릴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당뇨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약으로 'SGLT2 저해제'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SGLT2의 작용은 세뇨관의 글루코오스 농도에 비례한다. 그래서 SGLT2의 작용을 억제했다고 해도, 인슐린 제제와는 달리 격렬한 저혈당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없다. 나아가 SGLT2 저해제는 에너지가 되는 글루코오스를 몸속에 비축하지 않고 배출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혈당값을 낮추는 것과 더불어 몸무게 감소도 가져온다. 혈당값이 정상으로 돌아와 세뇨관에 들어 있는 글루코오스 농도가 낮아지면, SGLT2 저해제의 효과는 낮아진다. 그래서 SGLT2 저해제는 비만인 사람을 정상 몸무게에 가깝게 효과는 있지만, 정상 몸무게인 사람이 '다이어트 약'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