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미래학 (Futurology)

마인드 업로드(Mind Upload)

SURPRISER - Tistory 2022. 8. 6. 06:42

0. 목차

  1. 미래의 기계 문명
  2. 죽은 사람 되살리기
  3. 마인드 업로드(Mind Upload)
  4. 인공 신체
  5. 마인드 업로드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1. 미래의 기계 문명

1-1. 레이 커즈와일

 전설적인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은 인간의 의식을 '슈퍼컴퓨터(Super Computer)'에 '업로드(Upload)'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레이 커즈와일'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향한 열정은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온갖 종류의 기계장치와 장난감을 사줬는데, 그는 기계에 파묻혀 살면서 자신이 발명가가 될 운명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 진학하여 인공지능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1927~2016)' 박사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형태인식 기술을 응용한 '악기'와 '문자인식 낭독기(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인공지능을 상업화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발명한 '문자인식 낭독기'는 책에 인쇄된 문자를 인식한 후 음성으로 들려주는 장치로서,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1-2. 인간은 기계와 하나가 되거나 그들에게 길을 내줘야만 한다.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발명가로 성공하려면 항상 시류를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측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이커즈 와일'은 무엇이든 예측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며, 특히 디지털 기술의 미래에 관해서 많은 예측을 내놓았다. 그는 2045년을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전환점의 해'로 지목했다. 이때가 되면 기계가 만든 로봇도 사람보다 똑똑해진다. 그런데 기계의 성능은 끊임없이 개선되고 발전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이므로, 인간은 기계와 하나가 되거나 그들에게 길을 내줘야만 한다.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이 되면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한계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있다. 하지만 '레이 커즈와일'은 '무어의 법칙의 종말'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면서 '레이 커즈와일'은 무어의 법칙을 극복하고 컴퓨터의 계산 능력을 계속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전체적인 크기를 키우는 것뿐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면 기계는 지구의 광물을 소비하면서 크기와 능력을 키워나가다가, 자원이 고갈되면 우주로 진출하여 모든 별을 먹어치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떤 생명체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우주 공간 어디서나 같은 '광속(빛의 속도)'가 바로 그것이다. 기계 문명이 빛의 속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레이 커즈와일'은 만약 미래의 문명이 빛의 속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물리학 법칙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혁신적인 미래를 그것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예견하다 보면, 번개를 모으는 피뢰침처럼 비판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해지는 날까지 살 수 없을 것'이라며 근거없이 비판을 했다. 그리고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자 '케빈 켈리(Kevin Kelly, 1952~)'는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죽기 전에 그날이 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레이 커즈와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예견 중 시기가 틀린 사례를 주로 문제 삼았지만, 그는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라 아이디어 자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2. 죽은 사람 되살리기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을까?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자신의 부친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이라고 구현하고 싶다고 한다. 커즈와일은 이를 위해 부친의 몸에서 DNA를 채취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시신에서 직접 취할 수도 있고, 부친이 남긴 장기에서 취할 수도 있다. 약 23000개의 유전자가 밝혀지면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청사진이 확보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DNA를 배양하여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

 센디에이고 박물관 측에서 '로버트 란자(Lobert Lanza)' 박사에게 25년 전에 죽은 '반텡(동남아시아산 들소의 일종)'을 복제해달라며 시신을 보내온 적이 있다고 한다. '로버트 란자' 박사는 '반텡'이 죽은 지 오래되어서 사용 가능한 세포를 추출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성공하여 세포를 농장으로 보내주었다. 그곳에서 살아 있는 암소에게 세포를 이식했고, 얼마 후 그 소는 반텡을 출산했다.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는 아직 복제된 사례가 없다. 하지만 '로버트 란자' 박사는 그것도 오직 시간문제일 뿐이라면서, '몇 가지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사람도 복제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쉬운 부분에 속한다.

2-1. 기억은 어떻게 복구할까?

 하지만 복제된 인간은 원본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해도, 과거의 '기억(Memory)'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해마에 전극을 삽입하여 기억을 주입하거나 인공 해마에 기억을 저장하여 이식할 수는 있지만, '레이 커즈와일'의 부친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기 때문에 어떤 기억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경우에는 '주변의 지인들'이나 '인터뷰 기사', 그리고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수집하여 가능한 한 많은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다. 즉, 한 사람의 성격과 주입하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은 그 사람의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데이터파일로 저장하는 것이다. 요즘은 주고받은 이메일, 신용카드 사용내역, 스케줄, 전자 다이어리 등 모든 것이 파일로 저장되므로, 이 모든 정보를 하나의 파일에 담으면 그 사람의 성격과 기억을 매우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이 파일은 한 개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디지털 서명'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휴가를 보냈는지, 비누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등 한 개인에 관한 모든 것을 한 파일에 담는 것이다. 또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여, 커즈와일 부친의 성격을 비슷하게나마 알 수 있다. 생전에 그가 수줍음을 탔는지, 호기심이 많았는지, 성실한 사람이었는지, 운동을 좋아했는지 등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다양한 질문을 선별하여 일종의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다. 각 문항에 1에서 10까지 숫자로 답하면 숫자 배열이 얻어지고, 이 값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특정인의 성격이 만들어진다. 즉, 가상의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짐작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모임에서 연설하는데, 누군가가 지독한 야유를 보낸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성격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면, 컴퓨터는 숫자를 스캔하여 몇 가지 가능한 반응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야유를 무시하거나, 상대방에 똑같은 야유를 퍼붓거나, 맞붙어 싸울 수도 있다. 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을수록, 그가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계산'할 수 있다. '성격', '기억', '말투', '행동'은 물론이고 '유별난 부분'까지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2-2. 죽은 사람의 DNA가 없을 때

 DNA 복제 과정을 통째로 생략하고, 실물과 닮은 로봇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여기에 설문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주입하면, 그 사람처럼 말하고, 그 사람과 몸가짐이 비슷하고, 팔과 다리를 그 사람처럼 움직이면서 겉모습까지 닮은 로봇이 탄생한다. 여기에 그 사람의 특유의 말버릇까지 입력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지금은 이런 로봇을 만들어도 가짜임이 금방 드러나겠지만, 수십 년 후에는 로봇이 매우 정교해질 것이므로 웬만한 사람은 쉽게 속일 수 있을 것이다.

2-3. 엄밀히 말하면 복제인간일 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원본과 동일할까? 원래 인간은 이미 죽었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복제인간이나 로봇은 가짜에 불과하다. 고성능 녹음기가 특정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재현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복제품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복제인간이나 로봇으로 되살아난 인간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이 방법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과학 평론가들은 신랄한 비평을 쏟아냈다. 이런 식으로는 한 개인과 성격과 기억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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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인드 업로드(Mind Upload)

 하지만 두뇌의 각 '뉴런(Neuron)'과 신호전달 경로를 똑같이 복제하는 프로젝트인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와 연계하면 좀 더 바람직한 방법으로 인간의 정신을 기계에 심을 수 있다. '커넥톰(Connectome)'이란 한 개체 내 신경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신경 세포들이 서로 연결된 연결망에 대한 전체적 지도를 말한다. 이 '커넥톰'을 '트랜지스터(Transistor)'에 심는 과정을 '마인드 업로드(Mind Upload)'라고 부른다.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에 참여했던 '승현준(1966~)' 박사에 의하면, 자신의 뇌를 액체질소 안에 담가서 냉동상태로 보관해달라면서 10만 달러를 보내오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물고기와 개구리는 겨울 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다가 봄이 되어 얼음이 녹으면 건강한 상태로 되살아난다. '포도당(Glucose)'이 '부동액(동결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액체)' 역할을 하여, 몸속의 피가 어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즉, 이들이 얼음 속에 갇힌 동안에도 피는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포도당이 피의 결빙을 막을 정도로 많으면 극심한 당뇨로 살아남기 어렵다. 물이 얼어붙으면 부피가 커지면서 세포벽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뇌를 액체질소에 담그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죽은 뇌세포는 철분을 흡수하여 세포벽이 파열될 때까지 계속 커진다. 요컨대, 뇌를 냉동하면 뇌세포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진정으로 불사의 존재가 되길 원한다면, 몸을 얼리고 세포를 파괴하는 대신 '마인드 업로드(Mind Upload)'에 의지하는 쪽이 더 나을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영혼에 해당하는 '사람의 뇌의 모든 신경 연결망 데이터'는 디지털 저장 장치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가 저장된 커넥톰을 찾아서, 복제인간을 만들거나 트랜지스터에 옮겨심으면 생명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의 '신경 연결망(Neural Network)'을 디지털 저장 장치에 기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훗날에는 충분히 사람의 신경 연결망을 디지털로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승현준 박사

4. 인공 신체

4-1. 인공 신체 만들기

 하지만 '트랜지스터(Transistor)'에 옮겨진 의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자뇌는 두뇌 '피질(Cortex)'과 '시상(Thalamus)' 사이의 연결까지만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몸뚱이 없이 역설계를 통해 두뇌만 만들어놓으면, 고립감이 극에 달하여 정신병이 생길지도 모른다. 교도소에서 독방에 감금된 죄수들에게도 종종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방에 사람을 오랫동안 가둬놓으면 환영을 보게 된다. 고립된 상태에서 몇 주 또는 몇 달이 지나면 누구도 정신이 멀쩡할 수 없다.

 '역설계로 만들어진 두뇌'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외부 신호를 감지하는 '감각기관(Sensory Organ)'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뇌는 바깥세상을 보고 느껴야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역설계된 두뇌는 원본과 똑같은 기억과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 감정을 나눠야 한다. 이것이 모두 가능하려면, 커넥톰과 완전히 동기화된 멋진 인공 신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커넥톰과 인공 신체를 완전히 동기화하고 인공 신체를 대량 생산하는 일은 '두뇌 역설계(Brain Reverse Engineering)'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인공 신체 만들기

4-2. 물리적 육체 없이 사는 사람들

 하지만 다른 경우의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물리적 육체를 포기하고 '웹(Web)' 속에서 살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속에서 가상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거나 '홀로그램(Hologram)'으로 투사된 육체로 살아가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 인체를 재설계할 필요없이, 신체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 육체 없이 살아가다가 필요할 때만 육체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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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인드 업로드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그런데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이 생길 것이다. 컴퓨터에 '마인드 업로드(Mind Upload)'된 의식은 복제된 의식에 불과한 것일까? 의식을 컴퓨터로 옮기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신체에 있던 의식은 죽어야만 하는 것일까? 살아있는 사람의 의식을 실시간으로 트랜지스터로 옮길 수는 없을까?

 로봇공학 전문가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1948~)'은 디지털 의식으로 영원히 살기 위해 죽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살아있는 동안에 마음을 컴퓨터로 전송하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사람의 뇌에서 뉴런 몇 개를 추출하여 뇌가 없는 로봇의 '트랜지스터(Transistor)'에 복제한다. 그 후 사람의 뇌에 있는 복제된 뉴런들은 폐기하고 전선을 통해 로봇과 연결한다. 하지만 뇌와 로봇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로봇 의사는 로봇의 머리에 뉴런을 복제하고 사람의 뇌의 뉴런을 폐기하는 것을 반복하면, 어느새 의식은 로봇의 뇌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보의 연속성을 유지했으므로 의식이 죽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의식이 물질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여 복제본은 원래의 의식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의식의 본질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에너지가 패턴화된 '정보(Information)' 자체에 있기 때문에 '마인드 업로드'된 의식이 원본인지 복제된 의식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의식은 그냥 정보 덩어리이므로 '컴퓨터 파일(Computer File)'과 같은 것이다. 컴퓨터 파일을 옮길 때 실제로는 원본은 파기되고 새로운 곳에서 복제본이 생겨나는 것이지만, 우리는 파일이 옮겨졌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과 뇌를 이루는 물질과 정보 또한 계속 변해가는데 '나(I)'라는 의식은 왜 계속된다고 생각할까? 결국 우리는 '의식(Consciousness)'을 '연속되는 정보의 패턴'이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과거의 정보를 미래로 전송하는 '정보 전달자(Informant)'이다. '삶(Life)'이라는 것 또한 결국 이러한 정보의 보존 행위이고, '죽음(Death)'은 이러한 정보의 손실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