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미래학 (Futurology)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SURPRISER - Tistory 2022. 7. 30. 04:54

0. 목차

  1. '호세 델가도'의 마인드 컨트롤 연구
  2. MK-ULTRA
  3. 최면술을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
  4. 약물요법을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
  5. 광유전학을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
  6. 마인드 컨트롤의 미래

1. '호세 델가도'의 마인드 컨트롤 연구

1-1. 동물의 마음과 행동을 조종한 '호세 델가도'

 예일대학교의 '호세 델가도(José Delgado, 1915~2011)' 교수는 1960년대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놀라운 실험을 수행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동물의 마음을 조종한 최초의 인물로, 그의 특기는 동물의 뇌에 전극을 삽입하여 마음을 통제하고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스페인의 '코르도바(Cordoba)'에 있는 한 투우장에서 진행자들이 잔뜩 흥분한 소 한 마리를 우리 밖으로 풀어주었다. 스페인의 투우 사육자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품종을 개량하여 '공격성'과 '킬러 본능'을 극대화한 괴물을 만들어냈고, 이 소는 그중에서도 가장 난폭한 놈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밝은 금색 재킷을 입은 '호세 델가도' 교수는 투우장에 들어서더니, 사나운 소가 보는 앞에서 붉은 천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를 몰랐던 사람이 그의 이 모습을 봤다면 태연한 모습에 '미쳤거나 자살하려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흥분한 소는 앞발로 땅을 거칠게 비비면서 뿔을 그에게 겨냥했지만, '호세 델가도' 교수는 여유 있게 미소를 지으면서 주머니에서 조그만 상자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가 교수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상자에 달린 조그만 단추를 눌렀다. 그랬더니 소가 마치 얼음 땡 놀이라도 하듯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투우장에서 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소 두뇌의 '선조체(Striatum)'에 삽입한 전극 덕분이었다.

 '호세 델가도' 교수는 이 방법을 이용하여 원숭이 무리의 위계질서도 인위적으로 바꾼 적이 있다. 무리에서 서열 1위인 수놈의 '미상핵(움직임을 제어하는 부위)'에 전극을 삽입하여 적절한 충격을 가했더니, 공격적인 성향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자 서열 2위였던 원숭이가 반란을 일으켜 우두머리가 되었고, 서열 1위였던 원숭이는 영역을 지키거나 암놈을 차지하려는 의욕을 거의 잃은 채 조용히 물러났다. 그 후 우두머리였던 원숭이의 뇌에 또 다른 충격을 가했더니 갑자기 예전처럼 난폭해지면서, 새 우두머리를 몰아내고 본래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호세 델가도' 교수와 '소'

1-2. '호세 델가도'는 왜 이 연구를 계속했는가?

 하지만 과학계와 대중들은 '호세 델가도' 교수의 마음을 조종하는 연구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호세 델가도'는 1969년에 '마음 조종하기: 정신적으로 문명화된 세상을 향하여(Physical Control of the Mind: Toward a Psychocivilized Society)'라는 책까지 출간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호세 델가도'의 연구는 과학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부각시켰다. 만약 이 기술이 비양심적인 독재자의 손에 들어간다면, 사회적 약자들을 기만하고 제어하는 데 악용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술은 매일같이 불안에 떨거나 환영에 시달리는 등 정신질환을 앓는 수백만 명의 환자에게는 한줄기 희망이 될 수 있다. '호세 델가도' 박사가 생전에 한 기자와 인터뷰 하던중 '당신의 연구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데, 왜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혹사당하는 관행을 근절하고 싶다. 그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두엽 절제술을 받곤 하는데, 수술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아는가? 얼음을 깨는 정처럼 생킨 칼을 이마에 대고 망치로 내려친다. 고통도 문제지만, 그들이 향후 겪게 되는 부작용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전전두엽을 절제 당한 환자 중에는 수술 전보다 훨씬 끔찍한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다. '켄 키지(Ken kesey)'의 소설 '뻐꾸기 등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는 바로 이런 현실을 다룬 문제작으로, 1975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서 일부 환자들은 조용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감정과 고통에 무감각해진 채 좀비와 다름없는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이 잔인한 치료법은 1949년에 '안토니오 모니스(António Moniz, 1874~1955)'가 '전두엽 절제술(Lobotomy)'에 성공하여 노벨상을 받은 후부터 널리 퍼지기 시작해, 곳곳에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서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50년 소련에서는 '전두엽 절제술'이 인간성을 말살할 뿐만 아니라 정신병 환자를 아예 바보로 만든다며, 이와 관련된 모든 의료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호세 델가도' 교수

1-3. '호세 델가도' 박사의 연구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이유

  1.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호세 델가도' 박사의 연구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 데에는 시대적 상황도 한몫했다.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무르익던 무렵, '한국전쟁(1950년 6월 25일에 한국에서 발발한 내전)'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힌 미군 병사들이 카메라 앞에서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우리는 비밀 임무를 띠고 파견된 미국 스파이로, 정부의 강압에 못 이겨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자신의 조국을 비난했다. 얼마 후 미국 언론들은 '두뇌 세척(Brainwashing)'이라는 제목과 함께 '공산주의자들이 비밀리에 개발한 약을 미군 포로들에게 먹여서 말 잘 듣는 좀비로 만들었다.'며 가짜뉴스를 살포했다.
  2. 냉전 배경 영화의 영향: 이런 분위기에서 1962년에 개봉된 영화 '세뇌된 사람(The Manchurian Candi-date)'은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을 더욱 부추겼다. 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는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알고 보니 그 스파이는 온 국민이 전쟁영웅으로 떠받드는 미국 군인이었다. 과거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었을 때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도록 세뇌당한 것이다. 가족관계와 신분이 확실하고 무공훈장까지 받은 그를 어느 누가 의심하겠는가? 당시 이 영화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섬뜩한 공포를 안겨주었다.
  3. 디스토피아 SF 소설의 영향: 또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1931년에 발표한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도 이와 비슷한 공포를 자아낸다. 이 소설의 배경은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 세계로, 이 시대에 사는 모든 사람은 거대한 시험관 아기 공장에서 태어난다. 관리자들은 태아에게 산소 공급량을 조절하여 고의로 뇌에 손상을 입히는데, 손상된 정도에 따라 지능이 차별화되어 각기 다른 신분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손상이 전혀 없는 뇌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사회의 지도층'이 되고, 뇌 손상이 제일 심한 상태로 태어난 아이들은 '소모품이나 다름없는 일꾼'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다수의 중간계층 사람들은 나름대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을 조종하는 약을 수시로 먹어가며 자신도 모르게 세뇌당하며 살아간다. '올더스 헉슬리'는 글 속에서 '당신은 이 세상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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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K-ULTRA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의 사령부도 냉전의 긴장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CIA'는 1950년대에 '두뇌 세척(Brainwashing)'과 '인간 세뇌'등 비정상적인 과학에서 소련이 훨씬 앞서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MK-ULTRA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수행했다. 특히 MK-ULTRA는 '상대방의 정신 상태'와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을 연구하는 특급비밀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1973년에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Affair)'이 터졌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미국 정부가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당사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정부의 감찰 행위가 연이어 드러났고, 결국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1913~1994)' 대통령이 임기 중 사임하게 되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미국 정부가 공황상태에 빠졌을 때, CIA 국장 '리처드 헬림스(Richard Helms)'는 돌연 MK-ULTRA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하고, 2만 개가 넘는 관련 문건을 폐기했다. 그러나 1977년에 정보공개법이 통과되면서 미처 폐기하지 않은 일부 문건이 일반에 공개되는 바람에, 미국 정부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2-1. MK-ULTRA의 실험 내용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MK-ULTRA는 1953~1973년 동안 44개의 대학교를 비롯하여, 병원, 제약회사, 교도소 등 총 80개의 연구기관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이 와중에 본인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수술만 150건에 달했으며, CIA 전체 예산의 6%가 MK-ULTRA에 투입된 적도 있었다. 이때 실행된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실험을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수감자가 진실을 털어놓게 하는 '진실의 약(Truth Serum)' 개발
  2. 미 해군의 주도로 진행된 'Subproject 54(기억 지우기 기술 개발)' 지원
  3. 최면과 '다양한 약물(특히 LSD)'를 이용하여 사람의 행동을 제어하는 기술 개발
  4.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등 외국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마인드 컨트롤용 약물투여법 연구 (피델 카스트로는 1959~2006년 동안 쿠바를 통치했던 인물이다.)
  5. 죄수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심문 방법 개발
  6. 사람을 빠르게 기절시키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약물 개발
  7. 사람을 순종적으로 만드는  약물 개발

2-2. 비과학적 실험이었지만, 미국은 불안감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MK-ULTRA 프로젝트(MK-ULTRA Project)'에는 물리학자, 컴퓨터 전문가, 심령술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개중에는 연구의 이론적 타당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꺼이 동참하여 순수과학에서 벗어난 이단적 실험을 수행했다. 이때 실행된 실험 중에는 심령술사에게 LSD를 먹이고 소련 잠수함의 위치를 알아맞히게 하는 황당한 실험도 있었다. 또한 이들은 미군에 근무하던 한 과학자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LSD를 다량으로 먹게 하여 완전히 폐인으로 만들기도 했다. 결국 그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창문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이 모든 실험은 너무나 황당하고 미친 짓이어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은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분야에서 소련이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도저히 실험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미국은 어리석음의 늪에 빠졌다. 또 다른 비밀보고서에 의하면, 당시 소련은 마이크로 복사파를 사람의 뇌에 직접 발사하는 실험까지 감행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미국 의회에 실제로 전달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소련의 행위를 비난하기는커녕 '군인이나 외교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완전히 분열시키는 신기술'이라고 평가했고, 심지어 미군 측에서는 '적의 마음속에 우리가 원하는 '말(talk)'을 주입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소련의 기술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작성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적을 교란하고 기만한는 방법 중 하나는... 저출력 마이크로파 펄스를 적의 머리에 발사하는 것이다... 이때 펄스의 강도를 적절히 조종하면 이해 가능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이용하면 우리가 선택한 특정 인물에게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송출하여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시킬 수 있다.

2-3. MK-ULTRA 프로젝트는 완전한 실패였다.

 미국 국민이 납부한 세금이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비정상적 연구에 쓰인 것은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워낙 비밀스러운 프로젝트였기에 검증을 받을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가설은 물리학 법칙에도 어긋난다. 인간의 뇌는 마이크로파를 수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담긴 메시지를 해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영국 '개방 대학교(Open University)'의 생물학자 '스티브 로즈(Steve Rose)' 박사는 이 무리한 연구를 '신경과학적 불가능(Neuro-scientific impossibility)'이라고 불렀다.

 미국 정부는 비밀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이로부터 파생된 과학 분야는 단 하나도 없었다. '마음을 바꾸는 약'을 복용한 피험자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극심한 고통을 겪을 뿐이었다. 결국 미국 국방성은 '다른 사람의 의식을 조종한다.'는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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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면술을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종종 '최면(Hypnosis)'에 관해 다룬다. 대한민국의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에서는 노홍철씨가 최면 상태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갔는데, 돈가스를 먹는다고 해놓고선 주사를 맞았다는 이유로 눈물을 흘렸다. 그럼 정말로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서 수십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까?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최면이 걸린 상태에서 특정 임무를 주입하여 수행하게 할 수도 있을까? 최면에 걸린 사람의 뇌를 'EEG(Electroencephalogram)'와 '자기 공명 영상법(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로 찍어보면, 외부로부터 감각피질에 약간의 자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정도면 일부 기억을 희미하게 되살릴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피험자의 '성격'이나 '목적', '원하는 것'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1966년 미국 국방성에서 작성한 내부 보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최면은 무기로 사용할 정도로 신뢰가 높지 않다.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최면은 인간의 지성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왔으나, 그 효과는 구체적인 목적을 수행할 정도로 정확하지 않으며,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두뇌 스캔 데이터에 의하면, 최면에 걸린 상태는 꿈을 꾸는 REM 수면상태와 비슷하다. 즉, '최면에 걸린 상태'는 과학으로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의식 상태가 아니다. 인간 의 의식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외부 세계의 모형을 만들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을 때, 최면은 이 기본적인 과정을 바꿀 수 없다. 최면은 의식의 특정 부분을 부각하거나 특정한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이 되거나 전생 체험하기 등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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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약물요법을 이용한 '마인드컨트롤'

4-1. 약물에 중독되면 두뇌가 서서히 파괴된다.

 처음에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약으로 마음이 바뀌는 생화학적 과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을 수행했다. 이 실험의 피험자들도 자신이 실험 대상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후 '분자 생화학(Molecular Biochemistry)'이 발달하면서 약물중독에 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실행되었는데,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을 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쥐를 비롯한 포유동물에게 '코카인(Cocaine)'이나 '헤로인(Heroin)', '암페타민(Amphetamine)' 같은 약을 주면 몸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죽을 때까지 약을 필사적으로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약물중독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12살 이상의 미국인 가운데 '메탐페타민(Methamphethamine)'에 중독됐거나 복용 경험이 있는 사람이 1300만 명으로, 이는 미국 인구의 5%에 달하는 수치였다. 약물에 중독되면 삶이 피폐해질 뿐만 아니라, 두뇌가 서서히 파괴된다. MRI 사진에 의하면, '메탐페타민'에 중독된 사람은 감정을 처리하는 '대뇌번연계(Limbic System)'의 크기가 정상인보다 11% 작고,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의 8%가 손상되어 있다. 게다가 '알츠하이머병(Alzheimer' Disease)'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손상과 거의 비슷하다.

4-2. 약물에 왜 중독되는가?

 그러나 중독자는 메탐페타민을 복용했을 때 느끼는 황홀감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섹스를 할 때보다 거의 12배나 강렬해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마약을 복용했을 때 황홀경을 느끼는 것은 대뇌번연계에 있는 '쾌락 및 보상 체계(Pleasure-Reward System)'에 의해 강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원시적 체계이지만, 바람직한 행동에 보상을 주고 해로운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하는 등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체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체계가 마약에 점령당하면 끔찍한 결과가 초례된다. 약이 혈뇌장벽에 유입되면,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과도하게 생산되어 '편도체(Amygdala)' 근처에 있는 쾌락의 중추인 '측위 신경핵(Niucleus Accumbens)'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복측피개영역(VTA: Ventral Temental Area)'에 있는 뇌세포에서 생성된다.

 모든 마약은 작동원리가 거의 비슷하다. 'VTA-측위 신경핵 회로'는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전달물질이 쾌락 중추로 흘러가는 과정을 제어하는데, 약이 투입되면 이 회로가 손상되어 신경전달물질의 유입량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약의 종류에 따라 이 과정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뿐이다. 두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대표적 성분으로는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극도의 쾌감과 행복감 그리고 근거 없는 확신을 불러일으키고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1. 코카인(Cocaine): 코카인과 같은 흥분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 첫째는 VTA 세포를 자극하여 도파민의 생성량을 늘려서 과다한 도파민이 측위 신경핵으로 흘러들어 가게 하고, 둘째는 VTA 세포가 'off' 위치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지하여 도파민이 계속 방출되게 한다. 또한 코카인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코카인을 복용하면,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 이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동시에 신경계로 들러들어와 극도의 황홀경을 느끼게 된다.
  2. 헤로인(Heroin): 헤로인을 비롯한 '아편제(마취제)'는 도파민의 생성을 억제하는 VTA 세포를 무력화하여, VTA로 하여금 과다한 '도파민'을 생성하게 한다.
  3. LSD: LSD와 같은 마약류는 세로토닌의 생성을 자극하여 행복감과 존재감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이 약은 측두엽을 자극하여 온갖 환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LSD를 10만 분의 5g만 복용해도 환각상태에 빠신다. 하지만 LSD는 결합력이 강해서 일정량을 초과하면 더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CIA는 몇 가지 실험을 거치면서 '아무런 부작용이 없으면서 마음만 바꾸는 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았다. 피험자들은 온갖 환각에 시달리고 중독 증세를 보이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졌으므로, 마음을 바꾼다고 해도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4-3. 약물 치료

 하지만 과학자들은 마약 상습 복용자의 MRI 뇌 스캔 영상을 분석하다가, 몇 가지 중독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뇌도(전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에 있는 삼각형 부분)'에 손상을 입은 뇌졸중 환자들은 일반 흡연자들보다 담배를 쉽게 끊는다고 한다. 담배뿐만 아니라 코카인, 알코올, 아편 등도 끊기가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극(Electrode)'이나 '자기 시뮬레이터'로 뇌도에 충격을 가하여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각종 중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뇌 손상이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연구진은 이 사실을 알아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뇌도'는 인지력과 근육운동, 자각능력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고 있어서, 중동이 치료되는 원리를 지금 당장 알아내긴 어렵다. '뇌도'는 인지력과 근육운동, 자각능력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고 있어서, 중독이 치료되는 원리를 지금 당장 알아내긴 어렵다. 그러나 뇌도와 중독의 관계가 드러난다면, 중독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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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광유전학을 이용한 '마인드 컨트롤'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실험은 뇌에 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던 시기에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두뇌 탐사용 도구가 속속 개발되면서 과학자들은 뇌의 구조를 자세히 알게 되었고, 뇌를 제어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 중이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지금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 중 하나로서, 빛에 매우 민감한 유전자인 '옵신(Opsin)'에서 출발한다. 옵신 유전자'를 뉴런에 삽입한 후 빛에 노출시키면 해당 뉴런이 활성화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유전공학적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옵신 유전자를 '무해한 바이러스(유해한 유전자가 제거된 바이러스)'에 삽입한 후 정밀 도구를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특정 뉴런에 주입한다. 그러면 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자로 뉴런을 감염시키고, 신경조직에 빛을 쪼이면 뉴런이 활성화된다.

 광유전학을 이용하면, 뉴런의 활동을 제어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과학자들은 과실파리가 위험을 감지하고 날아가는 것이 단순한 신경회로 때문이라고 믿어왔는데, 광유전학은 이것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과실파리의 특정 뉴런에 빛을 쪼이면 주변 상황에 상관없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 과학자들은 지렁이에게 빛을 쪼여서 꿈틀거리는 행동을 갑자기 멈추게 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스탠퍼드의 과학자들은 쥐의 편도체에 옵신 유전자를 삽입한 후 행동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 쥐들은 태어난 직후부터 소심한 성격을 갖도록 양육되었는데, 두뇌에 빛을 쪼이자 갑자기 우리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등 적극적이고 난폭한 성격으로 돌변했다. 이 실험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과실파리와 달리 쥐는 사람과 거의 비슷한 대뇌번연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쥐의 반응을 사람에게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신경 경로를 규명하여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두뇌회로의 전원을 끄고 일부 조직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광학 섬유 삽입술(Fiber Optic Implantation)'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신경회로망의 구조가 밝혀지면, 적절한 부위를 자극하여 동물들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쥐가 원을 그리며 맴돌도록 할 수 있다. 지금은 몇 가지 동물에게 단순한 행동을 유도하는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행동-신경망 백과사전'을 만들어서 다양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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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인드 컨트롤의 미래

 '최면술'이나 '약물요법'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너무 불안정하고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런 것들은 '환영(illusion)'을 만들어내거나 사람들을 중독에 빠지게 하는 등 사람을 망가뜨리는 데 쓰일 수는 있지만, 특정 기억을 지우거나, 사람을 순하게 만들거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무를 수행하게 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약물이나 최면으로 타인의 행동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했으며, CIA가 연구했던 '마인드 컨트롤'은 완전한 실패였다.

6-1. 강제로 신체를 조종당하는 세상이 올까?

 그런데 '마인드 컨트롤' 실험이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기술이 불순한 집단의 손에 들어가면 대중의 행동을 제어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 언젠가 '칼 세이컨(Carl Sagan)'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언급한 적이 있다. 독재자가 어린아이들의 '고통 중추'와 '쾌락 중추'에 전극을 삽입하여 이것을 컴퓨터에 연결한 후, 단추 하나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아직 행동을 제어하는 연구는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호세 델가도' 박사가 보여준 것처럼 운동을 제어하는 뇌 부위에 강한 전기충격을 가하면 근육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지금은 동물의 간단한 행동을 제어하는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스위치 하나로 다양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남에게 조종당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내 몸의 주인은 나 자신'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당신의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인다고 상상해 보라. 뇌에 전달되 전기신호가 당신의 의지보다 훨씬 강하다면, 아무리 하기 싫은 행동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의식도 깨어 있고 몸도 멀쩡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인다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을 것이다.

 이 끔찍한 시나리오는 과연 실현될까? 원리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다행히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1. 이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이므로 오용이나 악용을 방지하는 안전장치 및 관련 법규를 마련할 시간이 충분하다.
  2. 독재자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 해도, 수백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일일이 전극을 삽입하는 것보다, 선전과 강압으로 다스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돈도 적게 든다.
  3. 민주 사회에서는 이 강력한 기술의 장단점을 놓고 활발하게 토론한 후,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오용을 방지하는 법규를 마련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두뇌 신경망의 자세한 구조를 파악하여 인간의 마음과 해동을 조종할 수 있게 되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사회를 통제하는 기술'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