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화학 (Chemistry)

유동학(Rheology)

SURPRISER - Tistory 2022. 5. 14. 11:13

0. 목차

  1. '유동학'이란?
  2. '시간 규모'에 따라 액체인지 고체인지가 바뀐다.
  3. 데보라 수(Deborah Number)
  4. '압력'에 의해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물질
  5. 거대한 분자가 있음으로써, 고체처럼 움직이는 물질
  6. 전기장에서 고체로 변하는 'ER 유체'
  7. 자기장에서 고체로 변하는 '자성 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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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동학'이란?

 일반적으로 '고체(Solid)'는 고밀도로 분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선 구조를 가리키고, '액체(Liquid)'는 고밀도로 모인 분자가 뿔뿔이 흩어져서 늘어서 있지 않은 상태의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고체인 물'인 '얼음'은 일반적으로 '물 분자(H2O)'가 늘어선 정사면체 꼭짓점을 이루도록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지만, '액체인 물'은 '물 분자(H2O)'가 뿔뿔이 흩어져 움직이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의 차이를 바탕으로, 액체와 고체는 크게 성질이 다르다. 고체는 단단하게 결합해 늘어서 있기 때문에, 중력을 받아도 형태를 유지하고 흐르는 일이 없다. 하지만 액체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분자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중력에 따라 흘러간다.

 학창 시절, 물질은 '액체(Liquid)', '고체(Solid)', '기체(Gas)'의 3가지 상태가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치약처럼 그 성질이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액체와 고체 사이'인 물질도 존재한다. 실은 치약은 힘이 걸리는 정도에 따라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한다. 물질의 이와 같은 성질에 주목해 생겨난 것이 '유동학(Rheology)'이라는 학문이다. 즉, '유동학(Rheology)'이란 '물질의 변형과 유동에 관한 과학'이다. 그리고 '유동학' 연구를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기능을 가진 소재도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Rheology(유동학)'는 'Rheo(흐른다)' + 'logy(학문)'이라는 의미로, 'Rheo'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 BC 540?~BC 480?)'가 말한 '판타레이(panta rhei: 만물은 돌고 돈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유동학(Rheology)'에서는 '결정(Crystal)' 구조에 따르지 않고 흐르는 것을 '액체', 흐르는 것을 '고체'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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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 규모'에 따라 액체인지 고체인지가 바뀐다.

 물질이 흐르는지 흐르지 않는지는 '보고 있는 시간의 규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물이 흐르는 모습은 누구나 보았으므로, 물이 액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면 물질의 흐름에 매우 느린 경우는 어떨까?

2-1. 피치 낙하 실험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진행되는 실험으로 '기네스북(Guiness Book)'에도 올라 있는 '피치 낙하 실험(Pitch Drop Experiment)'을 소개한다. '피치(Pitch)'는 매우 '끈기'가 있는 '수지(resin)'의 총칭이다. 석유에서 만들어지는데, 과거에는 방수제 등으로 쓰였다. 피치는 쇠망치로 두들기면 깨져서 얼핏 '고체(Solid)'처럼 보이지만, '피치'는 매우 점도가 높은 '액체(Liquid)'이다. 1927년,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의 교수 '토머스 파넬(Thomas Parnell, 1881~1948)' 박사는 고체로 보이는 피치가 실제로는 점도가 높은 액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피치 낙하 실험'을 했다.

 피치가 최초로 한 방울 떨어진 때는 실험이 시작된 지 10년 이상 지난, 1938년 12월이이었다. 그리고 여덟째 방울이 떨어진 때가 2000년 11월이고, 2014년 4월 17일에는 아홉째 방울이 여덟째 방울에 닿았다. 하지만 4월 24일에 방울을 받는 비커를 교체하던 중, 받침대가 흔들려, 방울이 끊어져 떨어졌다. 피치는 겉보기에 거의 움직이지 않아서 고체처럼 보이지만, 대략 10년에 한 방울 떨어지는 속도로 흐르고 있다. 누구나 흐른다고 생각하는 물의 흐름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하면 멈춘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 사실로부터 알 수 있듯이 관찰자의 시간 규모에 따라서 '흐르는지, 흐르지 않는지', 즉, '액체인지, 고체인지'가 바뀌게 된다.

피치의 방울 방울이 떨어진 시점
첫째 방울 1938년 12월
둘째 방울 1947년 2월
셋째 방울 1954년 4월
넷째 방울 1962년 5월
다섯째 방울 1970년 8월
여섯째 방울 1979년 4월
일곱째 방울 1988년 7월
여덟째 방울 2000년 11월
아홉째 방울 2014년 4월

피치 낙하 실험(Pitch drop experiment)

3. 데보라 수(Deborah Number)

 '액체인지, 고체인지'는 '분자가 움직이기 쉬운 정도'와 '관측자의 시간 규모'를 통해 알 수 있다. 이것은 '데보라 수(Deborah Number)'라는 개념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데보라 수'는 '운동의 시간 ÷ 관찰 시간 규모'이다. '분자 운동의 시간'은 분자가 분자 자체의 크기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간주된다. '데보라수'가 1보다 작으면 액체, 1보다 크면 고체로 간주할 수 있다.

 예컨대 창유리 등에 쓰이는 '규산 유리(Silica Glass)'나 DVD 케이스 등에 쓰이는 '폴리스티렌(Styrene Resin)'은 둘 다 결정 구조를 취하지 않는다. 구조로는 액체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관측 시간 규모를 수십 면으로 생각하면, 실온에서는 '규산유리'나 '폴리스티렌'의 데보라 수는 1010이상 된다. 따라서 '규산유리'나 '폴리스티렌'은 우리가 봤을 때 고체로 보이는 것이다.

 지구 내부에도 '분자 구조는 액체'이지만 '움직임은 고체'인 물질이 존재한다.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맨틀(Mantle)'은 과거 대륙 이동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맨틀'의 '데보라수'도 '규산유리'와 마찬가지로 매우 커서, 우리에게는 고체처럼 느껴지고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수억 년 규모로 맨틀을 볼 수 있다면, 맨틀은 액체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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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압력'에 의해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물질

 우리의 관측 시간으로 할 때, 액체와 고체를 쉽게 오가는 물질은 많이 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물질들이 액체와 고체의 양쪽 성질을 잘 이용하고 있다.

4-1. '치약'과 '마요네즈'가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이유

 치약과 마요네즈는 '액체로서 쉽게 바를 수 있는 성질'과, '고체로서 형태를 유지하는 성질' 양쪽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요네즈는 쉽게 빵에 바를 수 있으며, 바른 다음에 흘러 떨어지는 일도 잘 없다. 치약도 칫솔에 묻힌 후 흘러내리는 일이 없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액체와 고체를 오갈 수 있을까?

 치약이나 마요네즈는 힘을 가함으로써 액체와 고체를 오갈 수 있다. 치약이나 마요네즈는 분자가 몇 개 모인 입자가 다시 모여 이루어지며, 그 입자끼리는 느슨하게 결합함으로써 굳어 있다. 그런데 튜브가 밀려 밖에서 힘이 가해지면, 치약 입자끼리의 느슨한 결합이 끊어지고, 입자가 움직이기 쉽게 되어 액체처럼 흐른다. 또 힘이 사라지면 입자끼리 결합해서 굳는다.

4-2. '젤 잉크'는 액체와 고체를 오가면서 기능을 발휘

 원래 잉크에는 '유성(Oil-Based)'과 '수성(Water-Based)'이 있었다. '유성 잉크(Oil-Based Ink)'는 잘 번지지 않지만, 점도가 높아서 쓰는 느낌이 무겁고, 살짝 긁히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한편, '수성 잉크(Water-Based Ink)'는 쓰는 느낌은 가볍지만, 종이 위해서 흘러 번지기 쉽다는 결점이 있었다. 그래서 양쪽의 결점을 없애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젤 잉크(Gel Ink)'이다. 볼펜의 '젤 잉크'도 액체와 고체를 오가면서 기능을 발휘한다.

 '젤 잉크(Gel Ink)'는 일반적으로 고체처럼 움직이지만, 압력이 걸리면 액체로 변한다. 글자를 쓸 때 펜 끝에 달린 볼의 회전에 의해 잉크에 압력이 걸리면 액체로 변하고, 수성 잉크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쓸 수 있다. 필기가 끝나면 다시 고체로 되돌아가 종이 위에서 흐르지 않기 때문에 번지는 일이 없다. '젤 잉크'는 이크를 끈 모양의 분자가 느슨하게 연결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압력을 가하면, 끈 모양의 분자가 떨어져 액체처럼 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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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대한 분자가 있음으로써, 고체처럼 움직이는 물질

 물질 중에는 '거대한 분자'가 있음으로써, 고체처럼 움직이는 물질도 있다. 위에서 소개한 '피치 낙하 실험(Pitch drop experiment)'의 '피치(Pitch)'는 탄소의 고리가 여럿 이어진 거대한 분자가 포함되어 있어, 분자가 얽혀서 느슨하게 움직일 수 없어서 얼핏 고체로 보인다. 이처럼 입자를 느슨하게 결합시키거나 '거대 분자'를 섞음으로써, 기존의 것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식품 중에는 거대한 분자가 섞여 있는 식품도 많은데, 대부분 원재료명에 '증점제(Thickener)'가 표기되어 있다. 그러한 식품은 거대 분자에 의해 그 식감이나 기능이 부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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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액체는 에너지를 산일시키는 성질이 있다.

 '액체(Liquid)'와 '고체(Solid)'를 나누는 또 하나의 성질은 '튀는지', '안 튀는지'라는 점이다.

 바닥에 금속 구슬을 떨어뜨리면 튀어 오른다. 이것은 공의 '위치 에너지'가 그대로 '운동 에너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물은 떨어뜨려도 튀어 오르지 않고 옆으로 퍼진다. 분자가 움직이기 쉬운 액체는 낙하 에너지를 '분자 운동(열)'로 바꾸어 산일 시킨다. 결국 액체는 에너지를 산일시키는 성질이 있는 것이다. '산일(Getting Scattered and Lost)'이란 운동 등에 의해 생긴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하는 과정을 말한다.

6-1. 면진 고무

 이 성질을 생각할 때, 액체와 고체 사이에 있는 것이 '고무(Rubber)'이다. '고무'는 끈 모양의 분자가 서로 얽혀 그물코 모양으로 결합한 구조를 하고 있다. '고무'는 걸리는 힘의 '빠르기'에 따라, 액체가 되거나 고체가 된다. 그리고 '그물코 구조'를 바꾸거나 고무 이외의 입자를 섞음으로써 그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다. 예컨대 '튀어 오르지 않는 고무공'이라는 것이 판매되고 있다. 이 고무공은 손으로 쥐면 보통의 공과 마찬가지로 탄력은 있는데, 바닥에 떨어뜨려도 튀어 오르지 않는다. 이 고무공은 '손으로 쥐는 움직임(변형 주기가 1초 정도)'에서는 고체로 움직여 힘을 되돌릭, 떨어뜨려서 바닥에 닿게 하는 빠른 움직임(변형 주기가 0.001초 정도)'에서는 에너지를 산일시킨다.

 이 성질은 '면진 고무' 등에 응용된다. '면진 고무(base isolation rubber)'는 '면진 장치(구조물에 전달되는 지반운동을 차단하여 지진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는 장치)'의 하나로써, 건물과 그 기초 사이에 넣어 지진의 요동을 줄인다. '면진 고무'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고무의 탄력성(고체의 성질)'과 '내부의 분자 운동으로 산일시키는 성질(액체의 성질)'을 이용해 건물의 요동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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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기장에서 고체로 변하는 'ER 유체'

 힘을 가함으로써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물질이 있는 반면, 힘을 가하지 않아도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물질도 있다. 예컨대 'ER 유체(Electro-Rheological Fluid)'는 '전기장(Electric field)'의 유무만으로 자유롭게 액체와 고체를 오갈 수 있다. 'ER 유체'는 전기장이 있는 곳에서 고체로 변하거나 끈기가 변하는 물질이다. 미립자를 녹인 물질에 전기를 흐르게 하면, 점도가 변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두 전극 사이에 'ER 유체'를 놓고 전압을 걸면, 전극 사이에 있는 'ER 유체'의 입자가 사슬 모양으로 이어져 굳는다. 그리고 전압의 세기에 따라, 굳는 정도를 제어할 수도 있다.

 'ER 유체'는 차바퀴와 엔진을 잇는 클러치로 사용될 수 있다. 전기장이 있는 곳에서 ER 유체'가 고체처럼 되어서, 엔진의 회전을 차바퀴로 전한다. 브레이크를 건 순간에 전기장을 없애면, 순식간에 차바퀴에 회전을 전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보다 더욱 단시간에 제어할 수 있다.

8. 자기장에서 고체로 변하는 '자성 유체'

 '전기장(Electric field)'이 아니라 '자기장(Magnetic field)'에서 굳는 물질도 있다. 바로 '자성 유체(Magnetic Fluid)'이다. '자성 유체'는 '페라이트(Ferrite)' 같은 '강한 자성을 가진 입자'를 기름에 녹인 것이다. 그대로는 기름과 입자가 분리되므로, 입자의 표면은 계면 활성제로 덮여서 입자가 균일하게 분산된다. 자성 유체에 자석을 접근시키면, 자기력을 따라 가시처럼 단단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자기력선을 따라 자성 입자가 들러붙음으로써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자석을 멀리하면, 다시 줄줄 흐르는 액체로 변한다.

 '자성 유체'는 1960년대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 and Space Administration)'에서 개발되어 우주복 등에 사용되었다. 우주복은 진공 환경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빈틈없이 밀봉되어야 한다. 또 관절 부분 등은 움직임에 따라서 부드럽게 움직여야 한다. 접착 부분에 자석을 묻고 빈틈에 '자성 유체'를 흐르게 하면, 작은 공간까지 흘러서 굳기 때문에 꽉 밀착되면서 밀폐가 된다. 또 굳은 뒤에도 액체처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움직여도 마모되는 일이 없다.

자성 유체(Magnetic flu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