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화학 (Chemistry)

생물을 모방한 ‘신소재’ 6가지

SURPRISER - Tistory 2022. 5. 14. 11:03

0. 목차

  1. 젖은 상태나 건조 상태에서도 붙는 '만능 점착 테이프'
  2. 점착제 없는 테이프
  3. 물방울을 고정하는 '막'
  4. 아주 깨끗하고 미끄러운 소재
  5. DNA를 접어서 만드는 소재
  6. 생체 조직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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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젖은 상태나 건조 상태에서도 붙는 '만능 점착 테이프'

1-1. '도마뱀류'는 '반데르발스 힘'으로 달라붙는다.

 '도마뱀류(도마뱀과 장지뱀과 도마뱀붙잇과를 일상적으로 통틀어 이르는 말)'는 발 뒤쪽의 가느다란 주름만으로, 유리창이나 나무줄기 등에 계속 달라붙을 수 있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 주름에는 '족모(Foot Hair)'라는 많은 털이 모여 있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족모의 끝은 빗자루의 끝처럼 더욱 갈라져 있다. 그 끝부분은 불과 200nm 정도의 굴기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3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유리창처럼 평평해 보이는 물체에도 사실은 섬세한 '요철(오목함과 볼록함)'이 있다. 도마뱀류가 유리 위를 걸으면 '족모'가 부드럽게 휘어져 미세한 요철로 옮겨가, 많은 족모 끝이 유리의 표면에 접촉한다. 그러면 분자와 분자가 가까워질 때 작용하는 약한 인력인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이 털의 끝과 유리 표면에 생긴다. 하나하나의 털끝에 작용하는 인력은 약하지만, 서로 보태짐으로써 도마뱀류의 무게를 지탱할 만큼의 힘이 된다.

 반데르발스 힘은 약하지만 어떤 물질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도마뱀류는 온갖 것에 계속 달라붙을 수 있다. 하지만 물에 젖었을 때는 물 분자가 족모와 벽 사이에 작용하는 '반데르발스 힘'을 흐트러뜨리므로 달라붙을 수 없다.

도마뱀

1-2. '홍합'은 '화학 결합'으로 달라붙는다.

 한편, 홍합은 원반을 가진 강한 실 '족사'를 내보내서, 이 원반의 뒤쪽에 포함된 접착 물질로 바위 등에 달라붙는다. '족사(Byssus)'란 연체동물이 몸에서 내는 실 모양의 분비물을 말한다.

 원반과 바위는 접착 물질의 분자와, 바위 표면의 금속 분자 등이 '화학 결합'을 함으로써 달라붙는다. 그때 바위 표면의 물 분자는 접착 물질을 바위에 끌어당겨서 접착을 돕는 것처럼 작용한다. 그래서 홍합의 접착 물질은 물속에서 특히 강한 접착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일단 달라붙으면 뗄 수 없기 때문에, 홍합이 바위 위를 이동할 때는 족사를 근원부터 잘라 실을 남기고 간다.

1-3. 수륙양용의 '점착 테이프'를 개발하였다.

 도마뱀류는 벽이나 천장에 달라붙어서 돌아다닐 수 있다. 또 조개인 홍합은 파도가 밀려와도 축축하게 젖은 바위에 단단히 달라붙을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터 대학'의 '필립 B. 매서스미스(Phillip B. Messersmith)' 교수팀은 육지와 바다 생물이 가진 전혀 다른 달라붙는 방식을 조합해, 수륙 양용의 '점착 테이프'를 개발하였다. 이 성과는 영국의 과학 잡지 'nature 2007년 7월 19일 호에 발표되었다.

 '필립 B. 매서스미스(Phillip B. Messersmith)' 교수팀은 도마뱀류의 족모를 모방하여, 지름 400nm의 원기둥이 빽빽이 선 부드러운 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막의 표면에 홍합의 접착 물질을 모방해 '화학 합성한 물질'을 얇게 발랐다. 그랬더니 공기 중에서는 도마뱀류처럼, 물속에서는 홍합처럼 달라붙는 수륙양용의 '점착 테이프'가 생겼다고 한다.

 이 수륙양용의 '점착 테이프'는 사람의 근육과 뼈를 이어붙이거나, 작은 전자 부품을 조립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타고 오르는 로봇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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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점착제 없는 테이프

2-1. '아크릴 수지 테이프'의 문제

 베인 상처에 붙이는 '반창고'나, 신체검사를 위해 기구를 고정하는 '테이프' 등에는 '아크릴 수지(acrylic resin)' 등의 점착제가 칠해져 있다. 점착제의 접착력이 강하면 테이프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강력한 힘 때문에, 떼어 낼 때 피부가 아프거나 가려운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유아와 고령자, 알레르기 체질 등 피부가 약한 사람들에게 '강한 점착력'이 문제가 된다. 또 점착제는 떼어낼 때마다 피부의 조각이나 체모를 테이프를 달라붙게 한다. 그리고 점착제의 일부도 피부에 들러붙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다 보면 들러붙는 힘이 약해진다. 기존 테이프의 이런 문제 때문에, 쉽게 떨어지지 않고, 떼어낼 때 피부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며, 여러 번 재이용할 수 있는 테이프가 개발되기를 기다려졌다.

2-2. '도마뱀의 발'을 모델로 하여 '점착제 없는 테이프'를 개발하였다.

 그러다 한국 서울대학교의 서갑양 박사팀은 이 난제를 극복하고, '점착제 없는 테이프'를 개발하여 독일의 과학 잡지 'Advanced Materials'에 발표하였다. 그러면 들러붙는 정도를 적당히 가감할 수 있는 테이프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서양갑 박사팀이 이 테이프의 모델로 한 것은 '도마뱀류의 발'이다. '도마뱀류의 발'은 끈적끈적한 점착제 같은 것이 없어도 벽 등에 강하게 들러붙으며, 간단히 발을 떼어 이동할 수 있다.

 서갑양 박사팀은 도마뱀류 발끝의 미세한 구조를 재현하기 위한 '틀(schema)'에 '액체 상태의 실리콘 고무'를 흘려 넣어 굳혔다. 못의 머리에 해당하는 둥근 면과 피부는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이라는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약한 힘으로 서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점착제처럼 떼어 낼 때, 피부를 상하게 할 염려가 없다. 달라붙는 힘이 너무 약해 쉽게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약한 힘이어도 수가 많아서 테이프로서는 간단히 떨어지지 지지 않는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피부는 울퉁불퉁하게 되어 있다. 새로운 테이프는 울퉁한 부분에 대해 점이 안으로 면으로 접촉한다. 그리고 기둥이 길고 탄력성이 풍부해서 미세하게 패어있는 피부 부위에도 들어간다. 테이프의 기둥의 길이는 약 15μm 정도이며, 끝부분은 약 5μm라고 한다. 즉, 서양갑 박사팀이 개발한 새로운 테이프는 힘이 약하지만, 피부의 많은 곳과 붙어 있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또 소재가 고무라서, 피부가 강한 힘으로 눌릴 때도 기둥의 구조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실험에서는 이 테이프를 5회에 1회 씻으면 30회를 되풀이해 사용할 수 있었으며, 피부에 대한 영향도 종래의 테이프보다 낮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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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방울을 고정하는 '막'

3-1. 물방울을 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아프리카의 '나미브 사막(남아프리카 서해안에 위치한 사막)'에 서식하는 '거저리(학명: Neatus picipes)'라는 공충 무리는 아침의 바닷바람에 들어 있는 안개를 마실 물로 삼는다. 안개를 몸으로 빨아들여서 큰 물방울을 만든 후, 입으로 흘려 넣는다고 한다. 실은 이 곤충처럼 '물방울을 고정해서 제어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표면 장력' 때문에, 물은 물 분자끼리 모여 공 모양이 되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물방울이 '물을 튕기는 물질(소수성에 가까운 물질)' 위에 놓이면, 그 표면에서 공 모양이 된다. 이 물방울은 미끄러지기 쉬워서 고정할 수 없다. 반대로 물방울이 '물과 친해지기 쉬운 물질(친수성에 가까운 물질)' 위에 놓이면 엷게 퍼져서 막 모양이 된다. 이와 같이 물질의 표면이 '친수성(hydrophilicity)'이든 '소수성(hydrophobicity)'이든 '물방울을 한곳에 고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거저리' 무리는 어떻게 해서 물방울을 고정하는 것일까?

3-2. 거머리 무리는 '물방울'을 어떻게 한 점에서 빨아들일까?

 이 곤충의 몸의 소수성 표면 위에는 작은 친수성 점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아주 작은 물방울(안개)'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 안개가 곤충의 친수성 점에 닿으면, 빨아들여서 그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안개가 소수성 표면에 스칠 때는 빨아들이지 않고, 다시 공기 속을 떠돌게 한다. 이렇게 해서 친수성 점에만 안개가 달라붙게 된다. 이때 달라붙은 물은 주위의 소수성 부분으로부터 튕겨지지 때문에, 퍼지지 않고 큰 물방울이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막의 곤충은 물방울이 자신의 무게로 흘러 떨어질 때까지 물방울을 한곳에 고정해 커지게 할 수 있다.

3-3. '물방울을 고정하는 막'을 개발하였다.

 일본 도호쿠 대학의 '시모무라 마사쓰구' 교수와 '일본 이화학 연구소'의 '이시이 다이스케' 조교수팀은 소수성 소재 위애 친수성 점이 흩어진 '막(membrane)'을 개발하였다. 이 막도 사막의 곤충처럼 물방울을 고정할 수 있다. 이 막의 표면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늘어서 있으며 곳곳에 금속 점이 있다. 가시의 영역에서는 가시와 가시 사이의 공기에 '물 분자'가 반발하기 때문에 '소수성'을 띤다. 한편, 금속의 점은 물과 전기적인 치우침이 비슷하기 때문에 '친수성'을 띠고 있다. 이 막은 '시모무라 마사쓰구' 교수가 1987년에 발견했던 '허니콤 필름(honeycomb patterned films)'을 응용한 것이다. 막에 규칙적으로 뚫려 있는 구멍은 하나하나 가공한 것이 아니라, 편한 대로 뚫어 놓은 것이다.

 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막의 재료 용액을 만든다. 그러면 공기 중의 수분이 아주 작은 물방울이 되어, 막의 용액에 떠서 깨끗하게 정렬된다. 이것을 건조하면, 물방울이 뚫은 구멍이 남아 필름이 완성된다. '이시이 다이스케' 조교수는 이 필름에 금속 도금을 했다. 이때 구멍 속은 일부가 도금되도록 조절하였다. 그리고 막의 양면에 테이프를 바르고 2장으로 찢었더니, 가시가 늘어선 가운데 금속 부분이 '점재(여기저기 흩어져 있음)'하는 막이 생겼다. 이 구조는 종래의 방법에 비해, 매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막은 건조 지대의 '수원(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이나 '아주 작은 액체의 제어' 등 다양한 곳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의 사진은 '시모무라 마사쓰구' 교수와 '일본 이화학 연구소'의 '이시이 다이스케' 조교수팀이 개발한 막을 확대한 모습이다. 아래의 사진에서 가시의 간격은 7μm 정도이다. 가시의 간격은 100nm에서 수십μm까지 제어할 수 있다.

개발된 '물방울을 고정하는 막'

4. 아주 깨끗하고 미끄러운 소재

4-1. 연꽃의 뛰어난 '발수성'

 연꽃의 잎에서 힌트를 얻어, 액체를 튕기는 아주 미끄러운 '표면 처리' 수법이 개발되고 있다. 연꽃의 잎의 표면에는 미세한 요철 구조가 있어, 그 틈새에 있는 공기가 액체를 튕기는 쿠션 역할를 한다. 이런 뛰어난 '발수성(표면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성질)'을 가진 연꽃의 잎 표면은 물방울이 공 모양이 되어 더러움을 흡수하면서 미끄러지기 때문에 항상 깨끗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철 구조가 기름 등의 유기물 액체를 튕기기는 어렵다. 물은 분자끼리 서로 잡아당겨 공 모양으로 합져지기 쉽지만, 기름은 그런 성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요철 구조는 상처가 나거나 그 사이의 공기가 고압 상태라면 '발액성(액체를 튕기는 성질)'을 잃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4-2. '스펀지 모양의 기판'에 '윤활액'을 적셨다.

 그런데 자연계는 이 문제를 극복할 힌트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탁식 웡(TakSing Wong)' 박사팀은 벌레잡이 식물인 '네펜테스(Nepenthes)'를 모방해, 고압 아래서도 기름이나 물을 아주 잘 튕기는 새로운 표면을 설계·개발하였다. 'SLIPS(Slipper Liquid-Infused Porous Surface)'이라고 이름을 붙여 영국의 과학 잡지 'nature' 2011년 9월 22일호에 발표하였다.

 네펜테스에는 소화액이 든 종지 모양의 '함정'이 있다. 종지의 내벽에는 물을 머금은 미세한 도랑이 있으며, 표면에는 미끄러운 물의 막이 형성되어 있다. 이 물의 막에 다리의 기름이 튕겨 곤충이 미끄러지는 것이다. SLIP는 이 내벽을 모방하여, 섬유로 만든 nm 크기의 빈 공간이 있는 '스펀지 모양의 기판'에 '기름과 물을 튕기는 윤활액'을 지니게 함으로써 표면에서 윤활액의 막을 형성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스펀지 모양의 기판'의 소재로는 '실란화 에폭시 수지(Silanized Epoxy Resin)'가 쓰였고, '기름과 물을 튕기는 윤활액'로는 '플루오린계 수지(Fluorine Resin)'를 사용하였다.

 윤활액의 막은 몇 μm의 두께이다. 윤활액을 고정하는 기판의 구조에 엄밀한 규칙성을 필요 없으며, 연꽃의 잎을 모방한 요철보다, 값싸고 다양한 형상의 것을 대량 생산할 수도 있다. 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소재는 중요해서, 윤활액이 반발하지 않고 잘 스며드는 것이어야 한다.

4-3. 'SLIPS'의 장점과 단점

 'SLIPS'는 네펜테스처럼 개미가 미끄러질 뿐 아니라, 수평으로 몇° 기울이기만 해도 기름·물·혈액·탄화수소 등 다양한 액체가 잘 미끄러지며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 액체는 분말도 훌륭하게 제거한다. 680기압 이하에서도 '발액 성능(액채를 튕기는 성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칼로 상처를 내도 10초 조금 지나면 윤활액의 막이 박구되어 '발액 성능'이 회복된다. 또 어는점 아래에서도 얼음이 달라붙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격렬하게 흔들리는 액체에 접하는 등의 이유로 윤활액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탁식 웡(TakSing Wong)' 박사팀은 윤활액을 계속 공급하기 위해, 스펀지 구조의 층을 만드는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SLIPS'는 고온이나 표면에 평행으로 작용하는 커다란 힘, 더욱 큰 상처에 대한 안정성 등에 큰 과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점을 제외하면, 'SLIPS'는 발액성·내압성·자기 복구성·방수성 모든 면에서 종래의 '발수성 재료'보다 뛰어난 기능을 나타낸다.

SLIPS(Slipper Liquid-Infused Porous Surface)

5. DNA를 접어서 만드는 소재

5-1. DNA는 스스로의 힘으로 형태를 만드는 성질이 있다.

 'DNA(디옥시리보 핵산)'는 세포 안에서 유전정보를 수행하는 분자이다. 그런데 의외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DNA가 ' 나노 기술(Nanotechnology)'이나 '초분자(Supramolecule)' 화학 등의 분야에서도 유망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모아 형태를 만드는 성질'을 이용해 DNA로 자유롭게 미세한 구조를 만든다. DNA는 '염기(base)'가 이어진 가늘고 긴 분자로, 일반적으로 2쌍의 사슬이 마주 보는 구조를 하고 있다. 염기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의 4종류가 있으며, A와 T가 쌍을 이루고 C와 G가 쌍을 이뤄 결합한다. 이 염기쌍의 결합에 의해 두 가닥의 사슬이 연결되어 있다.

5-2. 종이 접기법

 200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폴 윌리엄 칼 로스먼드(Paul Wilhelm Karl Rothemund)' 박사팀은, 이 성질을 이용해 DNA가 '판(plate)'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방법을 확립시켰다. 이 방법을 '종이 접기법(origami)'이라고 한다. 로스먼드 박사팀은 '양 끝이 연결되어서 닫힌 구조를 한 기다란 한 가닥 사슬의 DNA'와 '짧은 한 가닥 사슬의 DNA 226가닥'을 섞어서 85℃까지 가열해 서서히 식혔다. 그러면 기다란 움의 곳곳에 짧은 DNA가 스테이플러의 침처럼 결합하고, 그 결과 기다란 DNA가 접혀서 '판' 모양이 되었다. 짧은 DNA는 기다란 DNA 안에서 스스로 쌍이 되는 염기 배열을 가진 부분에 선택적으로 결합했다. 그래서 판의 형태는 짧은 DNA의 염기 배열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5-3. '종이접기법'을 응용해 'DNA 그림 맞추기 퍼즐'을 만들었다.

 일본 '교토 대학(Kyoto University)'의 '스기야마 히로시(1956~)' 교수팀은 이 '종이 접기법'을 응용해 세로 60nm, 가로 90nm의 'DNA 그림 맞추기 퍼즐'의 피스를 만들었다. 2개의 피스 '결합 부분(요철 부분)'에 DNA의 '스테이플러 침'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실제의 그림 맞추기 퍼즐같이 피스끼리 붙일 수 있다.

 피스 안에서의 위치는 기다란 DNA의 염기 배열로 지정할 수 있다. 짧은 DNA의 염기 배열을 선택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만들 수 있다. 염기 배열을 '표지(marker)'해서 '스테이플러의 침'에 연결된 다른 분자를 피스 위의 원하는 위치에 붙일 수도 있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DNA 피스 위에 '문자'를 쓸 수도 있다. 또 DNA 피스를 가로세로 2차원으로 배열하는 데도 성공했다.

'종이 접기법'을 이용해 만든 'DNA 그림 퍼즐'

5-4. 'DNA 피스의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까?

 그러면 'DNA 피스의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스기야마 히로시' 교수가 하고 있는 응용법 중 하나는, 피스 위에 달라붙은 분자의 화학 반응을 관측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학 실험이라고 하면, 액체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반응에 관계하는 분자는 액체 속을 복잡한 방향으로 돌아다니며 움직인다. 한편, 피스에서의 화학반응은 분자의 공간 내에서의 위치를 결정해서 실행하기 때문에, 훨씬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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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생체 조직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 가능성

6-1. 평면 모양으로 배양한 세포를 접어 입체 구조를 만들었다.

 종이접기에서는 1장의 종이로 여러 가지 입체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현재는 종이접기 기술이 인공위성의 '태양 전지판'이나 혈관에 삽입하는 '스텐트(혈관의 내강을 벌리는 기구)'라는 의료 기구를 접어 개키는 것 등에 응용되고 있다. 그리고 2012년에는 평면 모양으로 배양한 '세포(Cell)'를 종이접기처럼 접음으로써 입체 구조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일본 도쿄대학 생산기술연구소의 '다케우치 쇼지' 부교수팀의 성과는 2012년 12월 12일에 미국의 과학잡지 'PLoS ONE'에 게재되었다.

6-1. '2차원 평면'의 세포로 '3차원 입체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의 몸속에는 소장의 부드러운 털 같은 주름 모양의 구조와, 식도처럼 속이 빈 구조가 많다. 이런 주름 모양의 속이 빈 구조는 종이접기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형태이다. '다케우치 쇼지' 부교수팀은 종이접기의 원리를 이용해, 이런 생체 속 구조의 '부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케우치 쇼지' 부교수팀은 먼저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라는 '미세 가공 기술'을 사용해 종이접기의 '형(model)'을 만들었다. 육면체나 통 등을 만드는 바탕이 되는 전개도를 박막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전개도의 박막을 젤라틴 위에 놓고, 전개도 위의 면과 면 경계 부분에 걸치듯 세포를 배치했다. 이 세포는 '경첩(한쪽은 문틀에 다른 한쪽은 문짝에 고정하여, 여닫이문의 문짝을 다는 데 쓰는 철물)'의 역할을 맡는다. 세포가 '박막'에 접착해 퍼지면 세포 내부에서는 찌그러지는 힘이 커진다. 그 결과, '젤라틴(gelatin)'에서 박막이 벗겨지고 박막이 세포를 위에 얹은 채 경계인 곳에서 휘어지면서 접힌다. 즉, 지금까지 '2차원 평면'에 있었던 전개도로 '3차원 입체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다케우치 쇼지' 부교수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서, 세포로 이루어지는 '육면체', '정십이면체', '통의 구조'를 만들었다. 더불어 만들어진 육면체와 통 등의 구조를 조합시켜 더 커다란 입체 구조를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 사용한 세포는 소나 사람의 혈관 내피세포 등이다. 육면체나 정십이면체의 경우, 세포가 접히는 데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종이접기의 원리로 속이 빈 구조를 고속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6-2. '세포의 종이접기 기술'을 어디에 응용할 수 있을까?

 그러면 세포의 종이접기 기술을 이용해, 실제의 장기를 만들 수 있을까? 실제의 장기는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이 방법만으로는 장기와 흡사한 입체 구조는 만들 수 없다. 실제의 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속이 빈 구조 이외의 입체 구조를 만드는 기술'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만든 입체 구조에는 '박막'이 접착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화학 반응이나 온도 변화 등으로 '박막'을 녹이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세포의 종이접기 기술'은 생체 조직 같은 입체 조직을 만드는 일 이외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세포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접고 구부림으로써 세포 모야 변화에 따른 상태 변화를 조사하는 데도 사용된다고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하나의 세포 수준에서 세포의 모양과 외부로부터 받는 힘을 입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세포생물학(cell biology)'적인 실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