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Battery)'는 '이온화 경향(Ionization Tendency)'에 차이가 있는 두 금속을 연결하여 전류가 흐르게 만든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전지(Battery)'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될까?
0. 목차
- 볼타 전지(voltaic cell)
- 망가니즈 건전지(manganese drycell)
- 리튬 이온 전지(lithium-ion battery)
- 기원전 3세기 무렵에 이미 '전지'가 있었다?
- '도금'은 전지의 역반응을 이용한다.
1. 볼타 전지
'아연(Zn)'과 '구리(Cu)'를 이용한 것이 세계 최초의 전지인 '볼타 전지(voltaic cell)'이다. 상대적으로 '이온화 경향(Ionization Tendency)'이 큰 '아연(Zn)'은 전자를 뺏기기 쉬워, 구리에게 전자를 뺏기고 '아연 이온(Zn2+)'이 된다. 아연으로부터 전자를 받은 '구리(Cu)'는 '전자(electron)'을 방출한다. 황산 수용액에 섞여 있던 '수소 이온(H+)'이 구리판에서 전자를 받아 '수소 가스(H2)'가 발생한다, 구리는 전자를 넘겨줌으로써 양전하를 띠게 된다. 그래서 아연과 구리를 이으면 전기가 흐르는 것이다.
금속이 담긴 수용액은 이온이 들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반드시 아연 이온이나 구리 이온이 들어 있을 필요는 없다. 수용액 안에 전자를 받아들이거나 넘겨주는 이온이 들어있으면 된다.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가 만든 전지에는 수용액으로 수소 이온과 환산 이온을 포함한 '황산(H2SO4)'과 나트륨 이온과 염화이온이 들어 있는 '식염수' 등을 이용했다.
2. 망가니즈 건전지
'볼타 전지'의 등장 이후, 전지는 여러 가지로 개량되어 왔지만, 개량된 '건전지'들 또한 그 근본적인 구조가 같다. 그런데 '건전지(dry cell)'란 볼타 전지처럼 전해액을 액상인 채 사용하는 전지에 비해, 전해액을 솜이나 종이에 흡수시키거나 풀과 같은 상태로 해서 운반하기 편리하게 만든 전지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망가니즈 건전지(manganese drycell)'는 음극에 '아연(Zn)'을, 양극에 '이산화망가니즈(MnO2)'를 사용한다. '볼타 전지'에서는 '방전(Discharge)'이 이루어짐에 따라, 양극에 수소 가스가 달라붙어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되는 결점이 있었다. 하지만 망가니즈 건전지에서는 '이산화망가니즈'의 산화 작용해 의해, 양극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물로 산화시킴으로써 그 결점을 해소한다. 망가니즈 건전지의 경우, 음극에서는 아연이 전극에 전자를 남겨놓고 이온이 됨으로써 음전하를 띠고, 양극에서는 탄소를 통해 이산화망가니즈가 전자를 받아들임으로써 양전하를 띤다. 그래서 양쪽의 극을 이으면 전기가 흐르는 것이다.
전지의 '전압(기전력)'은 전지의 양극과 음극에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예컨대 볼타 전지는 약 1.1V이고, 망가니즈 건전지는 약 1.5V이다. 한편, 전해질로 '수산화칼륨(KOH)'을 사용한 '알칼리 망가니즈 건전지(alkaline manganese dioxide dry cell)'는 '전압(기전력)'이 약 1.5V로 망가니즈 건전지와 같지만, 망가니즈 건전지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음극(Cathode): Zn → Zn2+ +2e-
- 양극(Anode): MnO2 + e- +NH4+ → MnO(OH) + NH3(e-는 전자)
3. 리튬 이온 전지
휴대 전화나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리튬 이온 전지(lithium-ion battery)'는 충전할 수 있는 전지 중에서는, 현재 가장 소형이자 가볍고 높은 전압을 얻을 수 있다. '리튬 이온 전지'는 반복해 충전시켜 사용할 수 있어 '2차 전지(secondary battery)'라고 불린다. 전지로 사용할 때는 음극에 들어 있는 '리튬 이온(Li+)'이 방출된다. 그리고 양극으로 이동해 양극 결정 속에 들어간다. 충전할 때는 전기를 흐르게 함으로써 양극 결정 속에 있는 리튬 이온이 방출되고, 음극으로 이동해 음극에 들어가는 모양이 된다. 이 반응이 되풀이되어 일어나기 때문에, 충전시켜서 몇 번이고 사용할 수 있다. '리튬 이온'이 모두 양극으로 이동한 상태가 '완전 방전(full discharge)'이고, 양극에서 이동한 리튬이온이 모두 음극으로 들어간 상태가 바로 '완전 충전(full charge)'이다.
전극 사이의 리튬 이온이 움직이는 부분에 '이온 액체(ionic liquid)'를 사용하면, 더욱 안전한 전지가 된다. 놀랍게도 상온에서 물 등에 녹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뿔뿔이 이온으로 존재하는 액체가 존재하는데, 녹는점이 실온 정도로 매우 낮은 이 액체를 '이온 액체(ionic liquid)'라고 한다.
3-1. 리튬을 쓰면 왜 뛰어난 전지가 되는가?
'리튬(Li, 원자번호 3번)'은 원래 3개의 '전자(Electron)'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원자에서 떨어져 나가기 쉬운데, 전자를 하나 내놓은 리튬을 '리튬 이온(Li+)'이라고 한다. '이온(Ion)'이란 전자를 내놓거나 전자를 더 받은 원자를 말한다.
애초에 '전지(Battery)'란 음극에서 발생시킨 전자를 외부의 회로에 내보내고, 외부의 회로에서 오는 전자를 양극에서 받을 수 있는 장치이다. '리튬 이온 전지(Lithium-ion battery)'의 경우, 음극에서 리튬이 이온으로 될 때 내놓는 전자가 외부의 회로로 보내진다. 그리고 양극에서 전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음극에서 전지 안을 이동해 온 리튬 이온이다. 리튬 이온이 모두 양극으로 이동한 상태가 '완전 방전'이다. 충전을 할 때는, 양극에 모인 리튬이 외부 전원의 힘에 의해 다시 이온과 전자로 갈라진다. '리튬 이온(Li+)'은 다시 전지 안을 이동해 음극으로 향한다. 양극에서 이동한 리튬 이온이 모두 음극으로 들어간 상태가 바로 '완전 충전'이다.
결국 리튬 이온은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고 가는 셈이다. 이것이 '리튬 이온 전지'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리튬은 모든 원소 가운데 가장 이온이 되기 쉽다. 그래서 리튬을 사용한 전지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또 리튬은 금속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원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작고 가벼우면서도, 아주 높은 성능의 전지가 되는 것이다.
3-2. '리튬 이온 전지'는 수명도 길다.
'리튬 이온 전지'는 수명이 길다는 특성도 있다. 예컨대 '아연(Zn)'을 쓰는 전지에서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가운데 아연이 전극에 부착되어, 전극의 형상이 바뀌어 전지가 '열화(물리적·화학적 변화에 따라 성능이나 품질이 나빠지는 일)'한다. 한편, '리튬 이온 전지'는 이온이 오고 가는 것만으로도 전극의 형상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
4. '리튬 이온 전지'를 넘어서
4-1. 리튬 공기 전지
'리튬(Li)'은 '희소 금속'이다. 리튬의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최대 용도인 '리튬 이온 전지'를 개량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래서 '리튬 공기 전지(Lithium Air Battery)'가 주목된다. '리튬 공기 전지'는 음극에 '금속 리튬', 양극에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한다. 방전할 때는 금속 리튬이 녹아 나와 이온이 되고 전자를 발생시킨다. '리튬 이온'은 양극으로 이동해 산소와 결합하고 '산화 리튬'이 된다. 충전할 때는 '산화 리튬'이 분해되고, 리튬 이온은 다시 음극으로 향한다. 리튬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무게당 에너지는 '리튬 이온 전지'에 비해 훨씬 커진다. 또 양극은 공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극을 전지 안에 밀어 넣을 필요가 없어서 더욱 소형화할 수 있다. '리튬 이온 전지'의 성능을 웃도는 이상적인 충전지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다.
단, 실용화에 이르려면, 아직 과제가 남아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사용하는 동안 금속 리튬의 표면 형태가 변하고 전지의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지가 파손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산화 리튬'에 의해, 산소가 지나는 길로 쓰는 탄소가 막혀서 방전이 중지되는 일이다. 현재 이들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 산업 기술 종합연구소에서는 개량형 '리튬 공기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금속 리튬 쪽과 전해액과 공기층의 전해액을 칸막이로 나누어, 두 종류의 전해액을 쓴다. 이 개량형에서는 '산화 리튬'의 막힘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종래의 리튬 공기 전지에 비해 에너지 용량이 10배 이상 늘어났다.
4-2. 마그네슘 이온 전지
리튬을 전혀 쓰지 않고, 에너지 용량이 큰 충전지인 '마그네슘 이온 전지(Magnesium Ion Battery)'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리튬은 전자를 1개 내놓고 이온이 된다. 리튬 대신에 전자를 2개 이상 내놓는 원소를 쓰면, 이온 1개당 얻는 에너지가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전자를 2개 내놓고 이온이 되는 '마그네슘(Mg)'을 사용한 충전지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마그네슘은 바닷물이나 지각 속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이온의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전지로 하기에는 아직 과제가 있지만, 리튬을 대신할 원소로 기대된다.
5. 기원전 3세기 무렵에 이미 '전지'가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1800년에 발견된 '볼타 전지(voltaic cell)'가 세계 최초의 전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보다 2000년 이상이나 빠른 시기인 기원전 3세기 무렵에 '전지(Battery)'가 이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교외의 '후유트라부(Khujut Rabu)' 유적에서 발견된 유물 주에는 '바그다드 전지(Bagdad Battery)'라는 것이 있다. 바그다드 전지는 높이 14cm 정도의 토기에 구리로 만든 통을 박고, 쇠막대를 꽂은 구조로 되어 있다. 속에는 '전해질(물처럼 극성을 띤 용매에 녹아서 이온을 형성함으로써 전기를 통하는 물질)'로 포도주나 술 등을 넣었던 것 같다. 바그다드 전지는 복원과 재현 실험을 통해, 실제로 전지로 기능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금이나 은의 도금에 사용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실제로 전지로 사용되었는지는 아직 수수께끼이다.
6. '도금'은 전지의 역반응을 이용한다.
'도금(Plating)'은 비금속의 표면에 부식을 막고, 장식을 하기 위해 다른 금속의 얇은 막으로 코팅을 하는 일이다. 도금을 전기를 흐르게 해서 이온을 원자로 바꾸는 원리를 이용한다. 즉, '전지(Battery)'의 '역반응(Reverse Reaction)'이다. 예컨대 다른 도금의 바탕이 되는 '니켈(Ni, 원자번호 28번)' 도금은 여러 제품에 이용되고 있다.
'니켈 도금'을 예로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니켈판'을 전원의 '양극(+)'에 연결하고, '도금할 물건'를 '음극(-)'에 연결하자. 여기에서 '도금할 물건'는 '구리판'을 사용하도록 하자. 그러면 양극에 연결된 니켈판은 전자를 방출하고, 이온이 되어 물에 녹는다. 그리고 음극에 연결된 구리판의 표면에서는 음전하인 전자를 수용액 속의 '니켈 이온'에게 넘겨준다. 즉, 물에 녹아 있는 니켈 이온이 전자를 받아 '물건의 표면'에서 원자로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구리의 표면이 니켈로 코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