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지구 과학 (Earth Science)

'바다'의 탄생

SURPRISER - Tistory 2021. 12. 9. 21:58

0. 목차

  1. 바닷물의 기원
  2. 초기 지구의 방대한 물
  3. 바다와 태양계 형성 이론
  4. 중수소 비율로 생각해보는 바닷물의 기원
  5. 바닷물은 왜 짤까?
  6. 바닷물의 성분 변화가 '생물의 진화'를 촉진했다.

1. 바닷물의 기원

 태양은 약 46억 년 전에 탄생했다. 막 태어난 태양의 주위에는 수소 가스와 고체인 먼지로 이루어진 '원시 태양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이 있었으며, 그 원반 속에 지구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과정 중 어디에선가 지구에 '물' 또는 '물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 주어졌을 것이다. 이 물이 호우가 되어 지표면에 고이고 바다가 생겨났다는 것도 거의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물이 어디서 왔느냐이다. 이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풀리지 않은 난제이다. 과연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력한 3가지 설이 있다.

  1. 미행성에 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설
  2. 원시 지구가 수소 대기를 두르고 산소와 반응해 물이 생겼다는 설
  3. 뒤늦게 얼음 덩어리 천체가 뒤늦게 떨어져 바다의 재료가 되었다는 설

1-1. 미행성에 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설

 첫 번째 가설은 '물은 지구의 재료였던 미행성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설이다. '미행성(Planetesimal)'이란 '원시 태양계 원반'의 먼지가 모여 생겼다고 생각되는 크기 1~10km 정도의 소천체를 가리킨다.

 현재의 표준적인 태양계 형성 이론에서는 '먼지'에서 '미행성', '미행성'에서 '원시 행성(지름 1000~3000km 정도)'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원시 행성'끼리 충돌해 지구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적어도 일부의 미행성에는 '물 분자(H2O)'나 물의 재료가 되는 '수산기(OH-)'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 양은 현재의 지구 바닷물의 양을 확보하는 데 충분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한다.

 미행성이 서로 충돌·합체하면서 중력이 강해지면, 주변의 미행성을 더 강하게 끌어당기기 때문에 미행성의 낙하 속도가 빨라진다. 원시 행성이 지구의 달과 같은 크기 정도로 성장하면, 충돌 에너지에 의해 내부에 포함되어 있던 물이 수증기로 방출된다. 이리하여 원시 지구에 수증기를 대량으로 포함한 두꺼운 대기가 생겨났다.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행성의 낙하가 계속되는 한 지표면의 온도는 점점 상승하고, 마침내 지표면이 끈적끈적하게 녹은 '마그마 오션(Magma Ocean)' 상태가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지구 최초의 바다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물의 바다는 아니다. 이후 미행성의 낙하가 진정되면서 대기의 온도가 내려갔다. 대기 속의 수증기가 비가 되어 지표에 떨어지게 된 시점에서 지표에 물의 바다가 탄생했다고 생각된다.

1-2. 원시 지구가 수소 대기를 두르고 산소와 반응해 물이 생겼다는 설

 두 번째 가설은 '지구가 원시 태양계 원반 속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원반 속의 수소 가스를 대기로 두르고, 그 수소 가스와 산소가 화학적으로 반응해 물이 생겼다'는 설이다. 원시 행성이 성장함에 따라 중력이 강해지고, 주위의 원시 태양계 원반의 주요한 성분인 대기로 갖게 된다. 결국 수소에 관해서는 원시 지구에 이미 충분한 양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산소도 충분한 양이 확보되어 있었다. 대기 속의 수소와 지표면의 암석의 산소가 고온의 환경에서 접촉하면 수증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서 지표면이 대부분 고체인 암석일 경우, 지표면 암석 속의 산소가 물의 재료로 소비되면 더 이상 공급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표면이 끈적끈적하게 녹은 '마그마 오션(Magma Ocean)' 상태라면, 대류에 의해 마그마가 섞이기 때문에 지표에 산소가 계속 공급된다. 도쿄 대학 대학원 이학계연구과의 '이코마 마사히로' 부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원시 지구가 현재 지구의 30% 정도의 질량까지 성장하면, 미행성의 낙하 에너지와 수소가 주성분인 대기의 온실 효과에 의해 지표가 '마그마 오션'이 된다고 한다. 이 경우, 대기 중의 수소와 지표의 산소가 반응해 수증기가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이윽고 미행성의 낙하가 진정되면서 수증기가 물이 되어 바다가 생길 것이다.

 표준적인 태양계 형성 이론에서는 원시 행성은 지구의 10% 정도의 질량 단계에서 성장을 멈춘 다음, 원시 행성끼리 여러 번 충돌·합체함으로써 현재 지구의 크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충돌·합체는 '원시 태양계 원반'의 가스가 거의 소실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이 설이 필요로 하는 '현재 지구의 30% 정도의 질량인 원시 행성'과 '원시 태양계 원반의 가스의 존재'라는 2개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없게 된다.

 첫 번째 가설처럼 미행성에 물이 포함되어 있으면, 그 높은 온실 효과에 의해 '마그마 오션'을 유지하기 쉽지만, 두 번째 가설은 미행성에 물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전제이다. 그래서 '이코마 마사히로' 부교수 등은 원시 행성의 질량이 훨씬 작아도 '마그마 오션'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그 조건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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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뒤늦게 얼음 덩어리 천체가 뒤늦게 떨어져 바다의 재료가 되었다는 설

 세 번째 가설은 '지구의 원형이 만들어진 다음, 얼음덩어리인 혜성 등 물을 포함한 소천체가 대량으로 쏟아져 바다가 되었다는 설'이다. 첫 번째 가설과 두 번째 가설은, 모두 지구 그 자체나 지구 주변의 물질이 바닷물의 재료가 되었다는 설이었다. 한편, 세 번째 가설에서는 지구 부근에 물의 재료가 될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도 지구에 물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원시 태양계 원반' 속에 있는 먼지에는, '암석이 주성분인 것'과 '얼음이 주성분인 것'이 있다. 원반 속에서 태양에 비교적 가까운 영역에서는 얼음 먼지는 증발해 기체가 된다. 하지만 태양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진 영역에서는 '얼음 먼지'가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 미행성의 재료가 된다. 현재 '화성(Mars)'과 '목성(Jupiter)'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Asteroid belt)'에는 작은 천체가 무수히 남아있다. 이들 천체에는 중량으로 볼 때 5% 정도의 비율로 물을 포함한 것도 존재한다. 또 해왕성 바깥에 있는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도 소천체가 무수히 존재한다. 이들 천체의 주성분은 얼음이며, 중량의 80%를 차지할 정도이다. 이들 천체가 지구 탄생으로부터 수억 년 사이에 지구로 떨어져 바닷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NASA의 '적외선망원경(Infrared Telescope Facility)'으로 소행성을 추적한 끝에 '24 테미스(24 Themis)' 소행성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표면에 생화학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수십억 년 전에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와 빈번하게 충돌하면서 생명의 기본단위인 아미노산과 물을 배달했다.'는 가설도 설득력을 얻게 된다.

 한편, 물 분자는 우주의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에도 존재한다. 성간 공간에는 수소와 산소가 원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만나 물 분자가 된다. 또 어린 항성 주위에 있는 가스가 '항성이 방출하는 빛과 가스'에 의해 따뜻해지면, 따뜻해진 가스 안에서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가 반응해 물 분자가 생긴다. 사실 지구의 물 분자도 대부분은 '성간 공간'에서 생겼다고 생각된다. 물 분자는 성간 공간에서 탄생한 후, 암석 틈으로 들어가거나 암석에 '수산기(-OH)'로서 포함되거나 얼음이 되어서, 암석으로 이루어진 소행성과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혜성 등을 타고 지구로 운반되었다고 생각된다.

 다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바닷물의 일부는 이 경로로 생겨났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현재의 지구에 물을 포함한 운석이 떨어진 적이 있고, '카이퍼 벨트'나 그 훨씬 바깥쪽에서 천체가 찾아와 '혜성'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초기의 지구에도 이런 천체가 수없이 떨어졌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또 달에 남아있는 '크레이터(crater)'를 분석한 결과, 40억 년 전쯤에 소천체가 격렬하게 떨어진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들어온 물이 현재 지구의 바닷물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점이다. 바닷물에 포함된 수소의 '동위 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조사해 보면, 지구의 바닷물 대부분이 이런 경로로 들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행성대'와 '카이퍼 벨트'

2. 초기 지구의 방대한 물

2-1. 지구에 물은 얼마나 있을까?

 지구 표면적의 대략 70%는 바다가 차지하며, 평균 수심은 약 3700m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구에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지구 전체로 보면 바닷물의 무게는 지구 전체 무게의 약 0.0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지구 표면에 있는 물 말고, 지구 내부에는 어느 정도의 물이 존재하고 있을까? 지구 내부에 있는 고체 암석인 '맨틀'의 광물질 속에는 미량의 물이 '수산기(OH-)'로서 결정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이 맨틀 전체로 봤을 때, 어느 정도의 양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바닷물과 같은 양이나 그 몇 배 이상 되는 물이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2-2. 핵에 포함된 '혼합물'

 한편, 맨틀 아래에는 '핵(Core)'이 있다. 핵은 지구의 중심부로써, 성분은 '철(Fe)'과 '니켈(Ni)'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핵은 다시 2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고체 상태인 '내핵(지름 약 1300km)'과 액체 상태인 '외핵(지름 약 2200km)'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지구 내부 정보는' 지진파'를 자세히 분석하면 알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외핵과 내핵의 밀도도 추정할 수 있다. 그 결과, 외핵과 내핵에는 철이나 니켈보다 가벼운 원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후보가 되는 원소로는 '수소(H)', '탄소(C)', '산소(O)', '황(S)' '규소(Si)' 등이 있다. 단, 이들 가운데는 어떤 원소가 주요 '혼합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14년, 일본 도쿄 공업대학 '지구 생명연구소'의 '히로세 게이' 교수 등의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핵에 포함되어 있는 '혼합물'은 수소이며, 그 양은 물로 환산하면 지구의 바닷물의 80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리고 초기에는 지구에 대량의 물이 존재했으며, 그 대부분은 핵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연구에서는 약 130만 기압, 수천℃에 이르는 맨틀 최상층의 환경을 재현하고, 이런 환경에서 맨틀의 물질이 녹아 액체가 되기 시작하는 온도를 실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그 결과, 맨틀의 최상층에서 암석은 3600K에서 녹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맨틀은 고체라는 사실이 밝혀져 있으므로, 맨틀 최하층의 온도는 적어도 3600K보다는 낮다. 또 맨틀의 최하층과 접해있는 외핵의 최상층의 온도도 이 정도의 온도일 것이다. 외핵은 액체이기 때문에, 외핵을 구성하는 물질은 3600K 이하에서도 액체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종전의 추정으로는 외핵 최상층의 온도는 4000K 정도로 알려져 있어, 그것과 비교하면 400K 정도 낮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고체가 녹아 액체가 되는 온도는 '혼합물'이 있으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그 온도를 외핵에서 여기까지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은 수소뿐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지구의 핵에 대량의 수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지진파 분석을 통해 밝혀낸 외핵의 밀도 추정값이 철·니켈 합금에 비해 10% 정도 낮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섞여 있을 수소의 양을 핵 무게의 0.6%라고 추정했다.

2-3. 과거에 방대한 양의 물이 대기 속에 수증기로 존재했다.

 현재 '핵(Core)'에 있는 이 수소는, 지구가 탄생할 무렵에 '마그마 오션(Magma Ocean)' 속에서 물과 철이 화학 반응해, '수소화철(Fe2H)'이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음으로써 핵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를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H2O + 2Fe → FeH2 + FeO'이 된다.

 핵에 포함된 수소의 양을 바탕으로 지구에 존재했던 물의 양을 추정해 보면, 현재 지구 바닷물의 80배라는 방대한 양이 계산된다. 다만, 초기 지구에 현재 바닷물의 80배나 되는 바닷물을 채울 바다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물은 수증기 상태로 대기 속에 존재했을 것이다. 수증기 상태로 존재하는 물이 마그마 오션에 흡수되고, 가라앉아 핵에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2-4. 대량의 수소는 어떻게 핵에 포함되었을까?

 지구가 탄생할 무렵, 두꺼운 수증기의 대기에 덮인 지구는 표면이 찐득하게 녹은 '마그마 오션(Magma Ocean)' 상태를 경험했다고 생각된다. 마그마 오션의 깊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000km보다 깊은 곳까지 녹았다고 한다. 마그마는 대기 속의 수증기를 흡수하고, 대류에 의해 깊은 장소까지 물 분자를 운반한다.

 한편 지구가 탄생할 무렵, 지구의 원재료인 미행성 속에 포함되어 있던 '철(Fe)'은 마그마 오션 속에 금속 상태이 채 가라앉아 있었다고 생각된다. 철과 수소는 3만 기압 이상의 환경에서는 결합하기 매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깊이 90km에 해당한다. 따라서 마그마 오션 속에서 물과 철이 반응해 '수소화철(FeH2)'과 '산화철(FeO)'이 합성되었다. '수소화철'은 마그마 오션 속으로 더 깊이 가라앉아 '핵(Core)'이 되었고, 이렇게 핵에 대량의 수소가 포함되었다. 한편, '산화철'은 마그마에 녹았기 때문에 핵에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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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다와 태양계 형성 이론

 바다의 기원을 생각을 생각할 때는 태양계가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문제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서는 '태양계 형성 이론'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현재 '태양계 형성 이론'은 혼돈 상태에 있다. 지구 바닷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는 '태양계의 행성'뿐만 아니라 '외계 행성의 바다'에 대해서도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1. 태양계 형성 이론

 '은하(Galaxy)' 속에는 주변의 물질보다 밀도가 높은 장소가 있는데, 이를 '분자운(Molecular Cloud)'이라고 한다. '분자운'은 수소 가스가 주성분이며, 고체인 먼지도 섞여 있다. 먼지는 금속이나 암석, 얼음 등의 미세한 입자를 말하는 것으로, 근원을 더듬어 보면 일생의 마지막에 흩뿌린 다양한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바닷물의 기원' 또한 적어도 일부는, 태양계가 탄생하기 전부터 분자운 속을 떠돌아다니던 '얼음 먼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분자운 속에서도 특히 물질의 밀도가 높은 장소를 '분자운 핵(Molecular Cloud Core)'이라고 하는데, '분자운 핵'의 가스와 먼지는 스스로 중력으로 모이고 마침내 편평한 '원시 태양계 원반'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분자운 핵'의 물질의 대부분은 중심에 있는 태양에 모였고, 원반이 된 것은 전체의 1% 정도로 추정된다. 이러한 원반의 수소 가스와 먼지로부터 행성과 기타 소천체가 태어났다.

3-2. 얼음 먼지가 존재할 수 있는 경계선

 태양과 가까운 영역에서는 얼음 먼지가 증발해버려 기체가 되지만, 먼 영역에서는 얼음 먼지가 존재할 수 있다. 얼음 먼지가 존재할 수 있는 경계선을 '스노 라인(Snow Line)'이라고 한다. 지구의 바닷물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려면 '지구의 재료 물질로서 얼음 먼지가 존재할 수 있느냐'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1au는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평균 거리를 말한다. 종전의 설에서는 '스노 라인(Snow Line)'은 2.7au 부근이라고 알려졌다. 결국 이 설에서는 지구의 궤도 부근에서 얼음 먼지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나머지 건조한 재료에서 어떻게 물을 획득했는가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는 위에서 살펴봤듯이 '암석 먼지 속에도 아주 적은 양의 물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1-1)', '원반의 수소 가스와 암석 속의 산소에서 물이 만들어졌을 가능성(1-2)', '태양계의 바깥쪽 영역에서 혜성 등의 천체가 떨어졌을 가능성(1-3)'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지구에 가져온 물이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컨대 '스노 라인'은 종전에 생각되던 2.7au 부근이 아니라 1au보다 훨씬 안쪽에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원시 태양계 원반'의 먼지의 양과 성질에 따라서 태양의 빛이 차단되면, 태양에 가까운 곳 이외의 원반의 온도는 상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구 궤도 부근에는 미행성이 많이 존재하며, 이들이 모여 생긴 지구는 '방대한 물을 가진 행성'이 된다.

3-3. '태양계 형성'에 대한 새로운 모델

 또 최근 몇년 간의 연구를 통해 '태양계 형성'에 대한 새로운 모델이 주목받게 되었다.

3-3-1. 종전의 '미행성을 거쳐 성장하는 모델'

 예전부터 '먼지가 미행성으로 성장하는 도중의 단계에서 태양으로 떨어져 버릴 가능성이 문제가 되었다. 먼지가 모여 성장해 크기가 몇십 cm 정도를 넘으면, 원시 태양계 원반의 가스의 저항을 받기 쉬워져, 제동이 걸려서 공전 운동의 반지름이 점점 작아지는 것이다. 이 경우, 최종적으로는 태양에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미행성으로 성장하기 전에 고체 성분이 모두 없어져, 행성이 탄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행성 크기까지 계속 성장하면, 가스 저항이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낙하가 억제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먼지가 미행성 크기까지 성장한단 말인가? 종전의 이론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3-3-2. 페블 집적 모델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크기 몇십 cm 정도의 고체 성분인 '페블(Pebble)'의 낙하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 낙하 도중에 미행성의 단계를 건너 뛰어 단번에 원시 행성으로 성장했다는 견해가 지지를 받고 있다. 무수한 페블이 공전 궤도의 반지름을 축소하면서 도중 영역에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정체'됨으로써 고체 성분이 모여 원시 행성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을 '페블 집적 모델'이라고 한다. 또 종전의 '미행성을 거쳐 성장하는 모델'에서는 목성 바깥쪽의 행성에 대해 성장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페블 집적 모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설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페블 집적 모델'에서는 '스노 라인(Snow Line)'의 위치가 지구 궤도 바깥쪽에 있었다고 해도 얼음이 주성분인 '페블(Pebble)'이 지구에 대량으로 낙하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대량의 얼음이 지구의 지표면에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나온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구의 재료로 물이 풍부하게 존재했을지도 모르는데, 현재의 지구에 있는 바닷물은 너무 적다는 모순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라진 물의 행방에 대해서는 핵에 포함되었다는 설도 유력한 후보이다. 또 맨틀 속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물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오랜 기간에 걸쳐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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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중수소 비율로 생각해보는 바닷물의 기원

 바닷물의 물 분자를 구성하는 수소에는 '가벼운 수소'와 '무거운 수소'가 있다. '가벼운 수소'는 원자핵이 '양(+)'전기를 띤, 양자가 1개뿐인 수소로 '경수소(Protium)'라고 한다. 한편 '무거운 수소'에는 몇 종류가 있다. 원자핵이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이루어진 것을 '중수소(deuterium)'라고 하며, '원자핵이 양성자 1개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것을 '삼중수소(tritium)'라고 한다. 이들 수소 가운데 무거운 수소와 가벼운 수소의 비율을 '중수소의 비율'이라고 한다.

 지구 바닷물의 중수소 비율을 분석해 보면, 0.015% 정도라고 한다. 이 값을 바닷물의 근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바닷물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 중수소 비율을 바탕으로, 위에서 소개했던 3가지 바닷물의 기원이 되는 경로에 대해 검토해 보자.

  1. '첫번째 경로(1-1)'에 대하여: 예컨대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라고 하는 유형의 운석은, 행성의 재료가 된 미행성의 잔여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포함된 중수소의 비율은 지구의 바닷물과 매우 근사한 값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미행성 속에 포함되었던 물이 지구의 바닷물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을 강하게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2. '두 번째 경로(1-2)'에 대하여: '원시 태양계 원반의 수소 가스가 지구의 물의 재료가 된 설'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원반의 가스는 현재의 태양계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태양의 성분이 이것과 가깝다. 태양의 중수소 비율은 지구 바다의 5분의 1 이하로 크게 차이가 난다.
  3. '세 번째 경로(1-3)'에 대하여: 혜성 등의 얼음덩어리 천체가 지구의 바닷물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혜성 같은 태양계 가장자리 천체의 중수소 비율은 지구의 바닷물보다 큰 경향이 있다고 밝혀졌다. 다만, 최근에는 지구의 바닷물과 거의 같은 정도의 중수소 비율을 가진 혜성도 발견되었다.

수소의 동위원소

4-2.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단순하게 생각해 미행성이 지구의 바닷물의 기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원시 태양계 원반의 수소 가스가 바닷물의 재료가 되었다는 '두 번째 설'에서는, 바닷물의 경수소와 대기의 중수소 사이에 교환이 일어나 바닷물의 중수소 비율이 상승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대기 속의 수소 분자는 장시간에 걸쳐 천천히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갔지만, 그때 무거운 중수소를 포함한 수소 분자는 비교적 지구에 남기 쉬웠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도 바닷물의 중수소 비율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효과를 고려하면 원시 태양계 원반'의 수소 가스가 바닷물의 재료가 되었다고 해도, 중수소의 비율이 현재의 바닷물의 값까지 상승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혜성(Comet)'이 바닷물의 재료가 되었다고 하면, 중수소의 지나치게 높다. 중수소 비율이 낮아지면서 지금의 중수소 비율에 근접하는 현상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혜성이 바다의 주요한 재료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다만 중수소 비율을 측정할 수 있었던 혜성의 비율이 낮고, 지구 바닷물의 중수소 비율과 근사한 값의 혜성도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 설도 완전히 부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지구의 바닷물의 기원이 하나의 경로에 국한되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3개의 가설이 모두 옳아, 3개의 경로가 조합되어 바다가 탄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중수소 비율에 대해서는, 복수의 가설을 조합해도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5. 바닷물은 왜 짤까?

 바닷물이 짠 이유는 '염화나트륨(NaCl)'의 재료인 '염소(Cl)'와 '나트륨(Na)'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염소와 나트륨은 언제 어디에서 들어와 바닷물 속에 녹아들었을까?

 염소는 원래 지구의 재료가 되었던 암석의 먼지 속에 화합물로서 포함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구가 탄생할 때의 고온의 환경에서는 염소 등의 휘발성 높은 물질이 대기 속으로 방출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 대기 속의 온도가 내려가 수증기가 빗방울이 되자, 염소는 빗방울 속에 녹아 지표로 떨어지게 되었다. 염소 외에 황이나 이산화탄소 등도 마찬가지로 빗방울에 녹아들어, 그 빗방울은 강한 산성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빗방울이 지표에 고여 생긴 최초의 바다는 산성의 바다였다.

 또 지표면의 암석에는 나트륨 등의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나트륨 등의 '알칼리 금속(주기율표에서 1족을 구성하는 반응성이 매우 큰 금속들)'은 암석의 결정 구조 속에 머물기 어렵고, 물에 녹아 나오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구가 탄생할 때, 지구 지표면에 산성비가 쏟아지면서 암석 속의 나트륨이 물속으로 녹아 나왔다. 이리하여 산성의 바닷물은 점차 중화되고, 염소와 나트륨이 녹아든 짠 바닷물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6. 바닷물의 성분 변화가 '생물의 진화'를 촉진했다.

 '남세균(Cyanobacteria)' 등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방출하는 생물이 등장하면서 지구에는 산소가 넘쳐나게 되었다. 이리하여 '철'(Fe)'이나 '망간(Mn)', '코발트(Co)' 등 산소와 결합하기 쉬운 원소가 산화물이 되어 해저에 침전하였다. 반면, '몰리브데넘(Mo)' 등의 원소는 바닷물 속으로 녹아 나왔다.

 이 시대는 이전부터 등장해 있던 '박테리아(Bacteria)'나 '고세균(Archaea)'의 세력이 쇠퇴하고, '진핵생물(Eukaryote)'이 세력을 뻗치던 시대이다. 흥미롭게도 바닷물 속의 농도가 낮아진 원소는 박테리아나 고세균에게 중요한 원소인 경향이 강하며, 바닷물 속의 농도가 높아진 원소는 '진핵생물'에게 중요한 원소인 경향이 강하다. 바닷물의 성분 변화는 생명의 진화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