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비만'이란 무엇인가?

SURPRISER - Tistory 2021. 10. 14. 07:04

0. 목차

  1. '기아에 대한 준비' 메커니즘
  2. BMI
  3. 비만의 기준
  4. 지방 세포의 종류
  5. 백색 지방 세포
  6. 갈색 지방 세포
  7. 베이지색 지방 세포

1. '지방'은 '기아에 대한 준비' 메커니즘의 결과

 '지방'을 저장할 필요성은 인류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 과거 인류가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 식량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류가 비교적 안정되게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농경이 시작된 수천 년 전 이후의 이야기다. 따라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며칠 동안 굶어야 하는 날도 종종 있었을 것이다. 이런 가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는 식사로 소화 흡수한 영양소 중 남는 것을 '지방'으로 몸속에 남겨 두었다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없을 때 이용하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켰다. 즉, 지방 축적은 '기아에 대한 준비' 메커니즘이다. 사실 이것은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동물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남은 영양소를 저장해 두는 인체의 메커니즘은 인류의 생존에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이 메커니즘이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특히 식량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만이 만연하고 있다. 식사량이 너무 많아 남은 영양소가 지방으로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식량 사정이 나아졌어도,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얻은 기아에 대항하는 메커니즘을 쉽게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몸속에 지방을 저장하는 것은 '지방 세포'나 '간' 등의 일이다. 지방 세포는 온몸에 있지만,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곳은 '피하 조직'과 '내장 주변'이다. 특히 여성은 '피하 조직'에 지방이 많이 모이기 쉽다. 게다가 하반신에 지방이 모이기 쉬우며, 그때의 체형을 본떠 '서양배형' 등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 한편, 남성은 내장 주위에 지방이 모이기 쉬워서 '사과형'이라고 불린다. '서양배형'은 일단 지방이 모이면 없애기가 무척 어렵고, '사과형'은 비교적 쉽게 지방이 없어지지만 '대사증후군'이 되기 쉬운 특징이 있다.

수렵 채집 생활

2. BMI

 비만에 대해 얘기하려면, 비만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필요하다. 가장 단순한 지표로는 '체중'이 있지만, 비만의 정도를 체중으로만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각 개인의 키와 근육량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비만을 나타내는 지표로 '체지방률(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체지방률'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신장과 체중의 값을 중심으로 한 'BMI(Body Mass Index)'라는 지표가 흔히 이용된다.

 통계적으로, BMI는 체지방률과 잘 대응한다고 밝혀져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나 세계 각국에서도 비만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BMI를 이용하고 있다. BMI를 계산하는 방법은 {체중(kg)}'÷{신장(kg)²}이다. 예컨대, 키가 173cm인 성인 남성의 몸무게가 66kg이라면 66÷1.72²이 되어 약 22.309... 가 된다. 키가 162cm인 성인 여성의 몸무게가 54kg이라면 54÷1.62²이 되어 약 20.576... 이 된다. BMI의 값이 클수록 비만의 정도가 높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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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만의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BMI 값이 25 이상인 경우를 '과체중(overweight)', 30 이상인 경우를 비만(obestiy)'라고 정했다. 하지만 이것은 주로 서양 성인의 기준이다. 또 근육량이 많은 운동선수나, 임산부, 어린이, 노인은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개인에 따라 임상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아시아인은 BMI의 값이 작아도 비만에 따르는 '당뇨병' 등의 질병이 발병하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WHO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및 대한 비만학회 지침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안인의 경우, BMI 23 이상을 과체중,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면 보통과 비만을 나누는 25라는 숫자에는 어떤 근거가 있을까? '대사 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비만에 '당뇨병', '고혈압', '지질 이상'을 합쳐서 이렇게 부른다. 이들은 '신진대사(Metabolism)'의 이상에 따라 생기는 증후군이기 때문에 이렇게 명명되었다. 통계적인 데이터에 의해, BMI가 25가 되면 이들 증상이 생길 확률이 2배가 된다. 이것을 근거로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하는 것이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20세 이상 성인 중 14억 명이 과체중이며 이 중 5억 명 이상은 비만이라고 한다. 2010년에는 5세 이하 어린이 중 4000만 명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등의 '비만 대국'은 비만인 사람의 비율이 30%를 넘는 심각한 상황이다.

3-1. BMI도 만능은 아니다.

 BMI는 비만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효과적이지만 만능은 아니다. 예컨대, '근육이 많은 사람'과 '지방이 많은 사람'의 경우, 신장과 체중이 같으면, BMI는 서로 같은 값이 되지만 실제 체지방률은 다른 값이 된다. (상대적으로 근육이 지방보다 무거움)

3-2. 어린이의 비만 기준

 비만의 지표인 BMI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성인과 체형이 다른 어린이에 대해서는 어른의 체형을 기준으로 한 BMI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린이의 비만 정도는 '표준 체중'에 비해 '실제 체중'이 몇%를 웃도는지를 계산함으로써 판정하고 있다. '비만도(%)'는 '(실측 체중-표준 체중)÷표준 체중×100'으로 계산한다. 이 계산 식에 의해 유아의 경우는 비만도 15% 이상은 비만 경향, 비만도 20% 이상은 약간 비만, 비만도 30% 이상은 과대 비만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시기 이후부터는 비만도 20% 이상을 경도 비만, 비만도 30% 이상을 중등 비만, 비만도 50% 이상을 고도 비만으로 판정한다.

소아청소년 신장별 체중 백분위수 (출처: 질병관리청 2017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4. 지방 세포의 종류

 '지방 세포'는 지방을 저장한다고 말했지만, 실은 이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지방 세포'에는 '백색 지방 세포(White Adipocyte)', '갈색 지방 세포(Brown Adipocyte)', '베이지색 지방 세포(Beige Adipocyte)'가 있으며, 이들의 형태와 기능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5. 백색 지방 세포

 '지방 세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하얀색 지방 세포이다. 비만은 '백색 지방 세포(White Adipocyte)'에 지방이 과잉 축적됨으로써 진행된다. '백색 지방 세포'는 장 주위의 '장간막' 등의 내장, 피부 밑, 근육의 섬유 주위 등 몸속의 여러 곳에 있다. 그 수는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250억~300억 개 정도 된다. '백색 지방 세포'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는 태아기, 유아기, 사춘기의 3회이다. 이 시기에 에너지를 과잉 섭취하면 분열이 활발해져서 수가 점차 증가한다. '백색 지방 세포'의 수가 늘어날수록 더욱 비만해지기 쉽고,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는 앞서 말한 세 시기 이외에도 에너지를 계속 섭취하면 백색 지방 세포가 분열해서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열 속도는 세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차 늘어나서 비만인 사람의 경우 약 600억 개 정도까지 되기도 한다.

 백색 지방 세포는 평균하면 지름 0.08mm의 둥근 모양이다. '백색 지방 세포'도 다른 보통 세포와 마찬가지로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 등의 세포 내 소기관이 갖춰져 있다. 따라서 '세포핵'의 작용으로 여러 가지 물질을 생산하거나 '소포체'나 '골지체'에 의해 물질을 세포 밖으로 분비하는 활동도 한다.

 하지만 '백색 지방 세포'의 부피 대부분은 지방이 고여 있는 '지방 방울(Lipid Droplet)'이다. 살이 쪘을 때는 '지방 방울'이 더 커져서 백색 지방 세포의 한계까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때 세포의 지름은 0.10mm 정도, 최대 0.13mm 정도이다. 부피는 대략 3배 정도까지 커진다. 비만의 초기 단기에서는 '백색 지방 세포'가 커짐으로써 지방이 축적된다. 하지만 더 비만이 되면, 백색 지방 세포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비만 상태가 되면, '백색 지방 세포'는 세포끼리 서로 눌려서 다면체 모양이 된다.

 소고기 중에서 '차돌박이'라고 불리는 부위는 근육 섬유 사이의 '백색 지방 세포'가 지방을 축적해 증식한 상태이다. 그리고 근육(붉은색 부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방이 많아 하얀색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이 부분은 이른바 '피하 지방'이라고 불리는, 피부 밑의 백색 지방 세포의 층이다.

5-1. 인슐린의 작용으로 당이 지방으로 모습을 바꾼다.

 지방을 저장하고 있는 것은 주로 '백색 지방 세포'이다. 그러나 '백색 지방 세포' 속의 지방은 처음부터 지방으로 거두어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는 '인슐린(Insulin)'이 작용한다.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 등은 '포도당'이 되고,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관으로 들어간다. '혈당치(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 인슐린이 췌장에서 혈관으로 분비되어 몸속을 순환한다. '백색 지방 세포'의 세포막에는 '인슐린 수용체(Insulin Receptor)'의 단백질이 있으며, 인슐린을 기다리고 있다. '수용체(Receptor)'란 특정 물질과 결합한 경우에 활성화되는 스위치 같은 것이다. 혈관 속을 흘러온 '인슐린'이 '백색 지방 세포'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하면, 하얀색 지방 세포 안의 '당 수송 담체Ⅳ'를 향해 신호가 전달된다. 신호를 받아들인 '당 수송 담체Ⅳ'는 '백색 지방 세포'의 표면으로 이동해, 혈관으로부터 세포질 속으로 포도당을 끌어당긴다. 이 덕택에 우리는 당뇨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간다. 이렇게 해서 '백색 지방 세포'에 도착한 '포도당'은 '중성 지방'으로 모습을 바꾸고, 마침내 '백색 지방 세포' 안의 빈 곳에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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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갈색 지방 세포

 '갈색 지방 세포(Brown Adipocyte)'는 이름처럼 갈색을 띠고 있으며, 그 내부에 지방을 포함하고 있다. 단,' 백색 지방 세포'는 지방 방울이 큰 것이 하나 있지만, '갈색 지방 세포'의 지방 방울은 여러 개로 나뉘어 존재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은 것도 '갈색 지방 세포'의 특징이다. 그러나 '갈색 지방 세포'는 몸속의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고, 비만해도 하얀색 지방 세포처럼 증가하지는 않는다. '갈색 지방 세포'는 어깨뼈 주변이나 가슴 등에 많다고 한다. 갈색 지방 세포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백색 지방 세포가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라면, '갈색 지방 세포'는 지방을 소비하는 세포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지방이 분해되어 생긴 '유리 지방산'을 소비해 열로 바꾼다. '갈색 지방 세포'는 대량으로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에 덕분에 열을 발생시키는 작용을 하며, 발열 능력은 근육의 100배 가까이 된다. '갈색 지방 세포'의 지방을 연소시키는 동시에 이른바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라디에이터 같은 역할을 한다.

 갈색 지방 세포의 수는 신생아 무렵에 가장 많다. 갈색 지방 세포는 몸을 만족스럽게 움직일 수 없는 신생아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열을 발생시켜서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후 성장함에 따라 갈색 지방 세포의 수는 줄어든다. 오히려 태어날 때는 150g 정도였다가 사춘기까지 40~50g 정도로 감소한다. 갈색 지방 세포는 특히 40대 이후에 급격히 감소하는데, '갈색 지방 세포의 감소'로 인한 '에너지 소비량의 감소'가 중년이 되어 살이 찌는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만약 '갈색 지방 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비만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갈색 지방 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혈당치(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정상인 사람은 갈색 지방 세포의 수가 많다는 데이터도 있다. 또 어느 실험에서는 피험자를 저온에 노출시키면 갈색 지방 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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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베이지색 지방 세포

 근년에는 '백색 지방 세포'나 '갈색 지방 세포'와는 다르지만 갈색 지방 세포와 매우 비슷한 '베이지색 지방 세포(Beige Adipocyte)'가 발견되었다. '베이지색 지방 세포'도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지방을 이용해 열을 발생시킨다.

 '베이지색 지방 세포'는 '백색 지방 세포'가 많이 모인 지방 조직 속에 섞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백색 지방 세포에서 변화하거나, 백색 지방 세포 전단계인 세포에서 분화해 베이지색 지방 세포가 생기는 것 같다는 점이다. 어느 실험에서 생쥐를 4℃이라는 저온 환경에서 계속 사육하였더니 백색 지방 세포가 베이지색 지방 세포로 변했다고 한다. 다만 백색 지방 세포에서 베이지색 지방 세포로 분화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