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매일 '배가 고프다'라는 공복감과 '배가 부르다'라는 만복감을 느낀다. 이는 우리가 적절한 양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공복감과 만복감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할까?
0. 목차
- 공복감과 만복감
- 식욕을 자극하는 요소
- 스트레스와 식욕
- '식욕'과 '씹는 횟수'의 관계
- 다이어트
- 좋아하는 것도 단념하면 싫어진다.
- 식욕을 억제하는 단백질
1. 공복감과 만복감
공복을 느낀 사람들은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만복을 느끼면 더 이상 식사를 하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공복감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하는 신호이고, 만복감은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했다는 신호이자 먹는 행동을 중지시키는 신호이다.
1-1. '섭식 중추'와 '만복 중추'
공복감과 만복감은 기본적으로 '뇌의 작용(본능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뇌 아래에는 '시상 하부'라는 곳이 있다. '시상 하부'에는 공복감을 만드는 신경 세포가 모인 '섭식 중추' 그리고 그 아래 부근에는 만복감을 만드는 신경 세포가 모인 '만복 중추'가 있다. 음식 섭취가 필요한 상태가 되면 '섭식 중추'의 신경 세포가 뇌 안의 다양한 곳에 신호를 보내, 식욕을 북돋아 침이 고이고 소화와 흡수 등의 먹는 일에 관계된 무의식 행동을 촉진시킨다. 반대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가 되면 '만복 중추'의 신경 세포가 먹고 싶은 기분이나 먹는 행동을 억제시키도록 작용한다. 즉, 우리는 '섭식 중추(Feeding center)'가 작용하면 먹고, '만복 중추(Satiety center)'가 작용하면 먹지 않는다.
그러면 뇌에 있는 이들 신경 세포들이 몸속에 있는 영양 상태를 어떻게 파악할까? '섭식 중추'와 '만복 중추'의 '신경 세포'는 혈액 속의 영양소를 파악한다. 혈액 속의 영양소는 혈액을 타고 운반되어, '섭식 세포'와 '만복 중추'의 신경 세포에 달라붙는다. 섭식 중추와 만복 중추의 신경 세포는 같은 영양소에 대해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2. 식욕을 자극하는 요소
에너지를 만드는 주요 재료는 음식에 포함된 탄수화물과 지질이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된 후 혈액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포도당의 양이 늘어나면 췌장 세포에서 포도당의 양을 줄이는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포도당과 인슐린은 혈액을 타고 뇌의 섭식 중추와 만복 중추에 가서, 만복 중추의 신경 세포의 작용을 촉진하고, 섭식 중추의 신경 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
'위(Stomach)'의 정보도 '만복 중추'에 작용한다. 음식물을 섭취에 위가 불룩해지면 그 정보가 신경 세포의 신호를 통해 '만복 중추'에 전해져 '만복 중추'의 작용을 촉진시킨다. 비만 환자의 경우, 체중 감량을 위해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적은 음식에도 위가 차도록 해서, 그 정보가 만복 중추에 전해져 음식 섭취를 중단시키려는 의도이다. 몸속의 영양분과 위의 정보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맛 좋은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것처럼 시각, 후각, 미각의 정보도 '섭십 신경 세포'를 자극한다. 반대로 시각적인 느낌, 냄새, 맛이 나쁘면 식욕도 떨어진다.
식사 후 몇 시간이 지나면 혈액 중의 포도당 농도가 적어져 다시 섭식 중추의 신경 세포의 작용이 활발해진다. 만약 공복 상태가 오래돼서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피부 아래의 조직에 저장된 피하 지방(중성 지방)' 등의 지질이 혈액을 통해 간에 운반되고, 여기에서 분해되어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중성 지방이 분해되면 '지방산(Fatty Acid)'이 남는데, 이 지방산이 혈액 속을 지나 뇌의 섭식 중추의 신경 세포의 작용을 촉진시킨다. 이렇게 해서 다시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몸속에서 영양분이 필요할 때는 섭식 중추를 작용시키고, 영양분이 충분할 때는 만복 중추를 작용해 먹는 행동을 억제해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한다. 만복 중추나 섭식 중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필요 이상으로 계속 먹어, 살이 찌게 된다.
3. 스트레스와 식욕
기분도 우리의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식욕을 왕성하게 하는 물질과 감소시키는 물질을 함께 만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CRH('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을 자극하는 호르몬)'이라는 물질이 뇌에서 방출된다. CRH가 뇌에서 만든 'POMC'라는 물질은 뇌 안에서 절단되어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물질이 된다. 절단된 물질의 조각 중에는 만복 중추의 작용을 촉진하는 물질과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물질이 모두 들어 있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은 몸은 식욕에 대해 정반대의 작용을 하는 2종의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4. 전두 연합 영역
'어떤 식당의 감자탕이 먹고 싶다.'라는 식으로 특정한 음식이 먹고 싶거나, 식도락 관광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은 대뇌의 앞쪽에 있는 '전두 연합 영역(Frontal Association Area)'에서 담당한다. '전두 연합 영역은 이성적으로 행동하거나, 사물을 분석하거나 작업의 순서를 생각하는 등 사람의 정신적이고 지적인 활동을 담당하는 곳이다.
4-1. 식욕의 이성적 제어
사실 무엇인가를 먹었을 때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판단'하는 곳은 맛을 '느끼는' '제1차 미각 영역'이 아니라 '전두 연합 영역'에 있는 '제2차 미각 영역'이다. 우리는 음식의 맛, 겉보기의 느낌, 냄새, 온도, 식감, 내장 감각 등 다양한 감각 정보를 정리에 음식의 종합적인 정보를 기억한다. 이처럼 우리는 경험이나 학습 그리고 때로는 매체나 타인의 의견 등 외부 정보를 바탕으로 식욕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 우리는 맛이 없어도 건강에 좋으니까, 다이어트에 좋으니까 등의 이유에 의해, 몸의 욕구에 반해 이성적으로 먹는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 이처럼 이성적으로 먹는 행동을 제어하는 일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전두 연합 영역'이다.
4-2. 감각 특이성 만복
뷔페에서 음식을 많이 먹은 후 '배가 부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디저트 코너'에 가서 자신도 모르게 디저트를 잔뜩 먹은 적이 있는가? 우리는 농담 식으로 '디저트를 먹을 배는 따로 있다'라고 한다. 그런데 만복 중추가 작용하였는데 우리는 식사를 많이 한 다음에도 단맛의 식사를 더 할 수 있다. 이처럼 '먹을 배가 따로 있다'는 현상을 만드는 뇌의 장소도 '전두 연합 영역(frontal association area)'이다. 무언가를 충분히 먹으면 '전두 연합 영역'에서 '이제는 먹을 수 없다'라는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이는 배가 가득 차서 '이제는 먹을 수 없다'라고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무언가를 계속 먹다가 싫증이 나서 먹는 행위가 고통이 된 상태에서, 약간 짭짤한 과자가 나오면 먹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이제는 먹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배가 차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맛에 질렸기 때문이다. 이것을 '감각 특이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새로운 맛의 음식을 더 먹을 수 있는 것은 디저트와 비슷한 맛의 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각 특이성 만복'이 일어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먹을 배가 따로 있다'는 현상은 주로 단맛의 음식을 접했을 때 나타난다.
4-3. 오렉신(Orexin)
게다가 실제로 '전두 연합 영역'은 위 속에 디저트가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전두 연합 영역의 신경세포가 섭식 중추의 신경 세포에 맛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오렉신(Orexin)'이라는 물질을 방출된다. 오렉신은 위의 입구에 가까운 부분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출구에 가까운 부분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으로 위의 내용물을 밀어내고 새로운 음식을 넣을 공간을 만든다.
5. '식욕'과 '씹는 횟수'의 관계
음식을 더 먹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물질 중에는 '도파민(Dopamine)'도 있다. 전두 연합 영역에서 시상 하부의 신경세포로 맛있다는 신호가 전해지면 거기서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이 방출되고 쾌감을 느낀다. 이 쾌감의 정보는 시상 하부의 아래에 있는 뇌에 전달되어 '도파민'이 방출된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계의 작용을 활발하게 만들고, 보상계에서 '섭식 중추'에 신호를 보내 음식을 섭취하게 만든다.
자꾸 먹게 되는 음식의 대부분은 '씹는 횟수'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음식이 입에서 없어지면 맛있는 냄새가 사라져 도파민의 작용으로 더 먹고 싶어져 다시 음식을 입에 넣는다. 씹고 있는 사이, 다른 물질의 작용에 밀려 도파민의 작용이 약하다. 그래서 삼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은 음식의 경우 '도파민이 방출되어 더 먹고 싶어지는 상황이 더 자주 찾아오게 되고, 음식을 계속 먹게 된다.
6.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식사의 양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다. 줄인 식사량만으로 몸이 만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섭식 중추와 만복 중추를 잘 속이면서 식사의 양을 줄이면 된다. 다이어트 초기에는 양을 조금만 줄여도 배고픈 상태가 된다. 이는 섭식 중추의 작용이 약간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식사량을 잠시 동안 계속 유지하면, 이 정도 양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하여 만복 중추가 섭식 중추보다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조금씩 식사 양을 줄여 나가보면, 최초보다 적은 식사량으로 만족하는 체질이 되고, 몸무게도 무리 없이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급격히 식사량을 줄이면, 우리의 몸은 극단적으로 적은 식사량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만복 중추가 작용하지 않게 된다. 식욕 중추에 의도적으로 반항하는 무리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므로 참을 수 없게 되어, 원래의 식사량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7. 좋아하는 것도 단념하면 싫어진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체념하면, 무의식중에 그것을 조금 싫어하게 된다는 내용이 보고되었다. 비슷한 정도로 좋아하는 두 종류의 과자가 있는데, 한쪽을 체념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한쪽을 고르는 경우, 다른 한쪽도 좋아하지만 체념한다는 상반된 상태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태를 '인지적 불협화음'이라고 한다. '인지적 불협화음'이 일어나면 우리의 뇌는 체념한 것에 대한 신호를 저하시켜 상황에 맞게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연구는 피험자의 자기 신고에만 머물렀으므로, 정말 좋아하는 것이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7-1. fMRI로 뇌 활동을 측정해 보았다.
그래서 일본 다마가와 대학의 연구원이었던 '이즈마 게이세(出馬圭世)'와 부교수였던 '마쓰모토 겐지'팀은 피험자의 뇌 활동을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으로 계속 측정하며 실험을 해보았다. fMRI는 뇌 활동의 혈류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는 장치이다.
피험자는 우선 화면에 표시되는 160종의 음식에 대해 좋아하는 정도를 8점 만점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같은 정도로 좋아하던 음식 2개를 제시해서,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한쪽은 체념하도록 만들었다. 그 후 160종의 음식에 대해 좋아하는 정도를 기록하게 했다. 이때 조금 전에 체념한 음식도 제시하는 동시에 그것이 체념한 음식이라는 사실도 전달했다. 이와 같이 대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좋아하는 정도의 평균은 선택하기 전보다 내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정도가 낮을수록 활동 상태도 낮은 뇌의 부위인 '선조체'의 활동도 실제로 저하되었다. '인지적 불협화음'에 의해 뇌에서 단념한 것에 대한 좋아하는 정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7-2. 인지적 불협화음의 해결
인지적 불협화음이 생겼을 때, 뇌에서는 특정 부위가 활발하게 활동했다. 모순의 인지나 해결에 관계되는 부위로는'대상회 전부'나 '전두전 영역 배외측부'가 있다. 이 두 부위는 '대뇌 피질'에 있는데, 뇌의 깊은 곳에 있는 '대뇌 기저핵'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것을 반영하는 '선조체'는 '대뇌 기저핵'을 구성하고 있다. '대상회'나 '전두전 영역'에서 모순을 인지하고, 그 정보를 받아들인 '선조체'에서 좋아하는 정도를 변화시킴으로써 뇌가 인지적 불협화음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3.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단념이 나중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러면 단념에 의해 좋아하는 정도가 저하된 음식은 그 후 잘 선택하지 않게 될까? 좋아하는 정도가 미세하게 바뀌지만, 나중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된다. 비교적 기호가 바뀌기 쉬운 그림 등을 사용하여,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8. 식욕을 억제하는 단백질
8-1. 렙틴(Leptin)
1994년, 지방 세포에서 나오는 '렙틴(Leptin)'이라는 단백질이 발견되었다. '렙틴'은 식용 조절 중추인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이 알려졌다. 이에 렙틴이 비만 약으로 응용될 것인지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미 이미 비만이 된 개체에게는 효과가 적다는 사실이 알려져, 렙틴과는 다른 식욕 억제 물질이 기대되었다.
8-2. 네스파틴1(Nesfatin1)
이후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렙틴(Leptin)'처럼 식욕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네스파틴1(Nesfatin1)'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렙틴'이 듣지 않는 비만 동물에게도 효과를 가질 가능성도 밝혀졌다. 이 성과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쳐(Nature)'의 2006년 10월 12일호에 발표되었다. '네스파틴1'을 쥐의 뇌에 투여하였더니 하루에 먹는 양이 3분의 2 정도까지 억제되었으며, 10일간 투여로 피하지방이 20% 정도 줄어들었다. 반대로 '네스파틴1'을 억제하는 약을 뇌에 투여하였더니, 식욕이 왕성해져 체중 증가가 가속되었다. '네스파틴1(Nesfatin1)'은 배가 불러지면 '시상하부'에서 생산되어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어떤 경로를 거쳐 식욕을 억제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8-3. 체중 감소약은 개발될까?
연구팀은 '네스파틴1'의 작용 과정을 규명하는 동시에, 식욕을 억제하는 이외의 작용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네스파틴1이 비만 방지약으로 유효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로써 그 후보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