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26개의 알파벳으로 문장을 만들지만, 세상에는 4개의 글자로만 쓰인 설계도도 있다. 바로 'DNA(디옥시리보핵산)'라는 설계도다. DNA는 우리의 몸속에 있는 작은 분자로, 4종의 화학 물질이 글자처럼 늘어선 화학 구조를 하고 있다. 컴퓨터가 '2진법(0과 1)'으로 표현된다면 우리의 몸은 '4진법(A, G, C, T)'으로 표현된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이 4종류의 화학 물질이 늘어서는 방법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방법이나 몸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반응들을 지시한다. DNA는 우리의 몸, 그 자체의 설계도인 것이다.
0. 목차
- DNA의 위치
- DNA는 4종의 화학 물질이 이어져 있다.
- DNA는 단백질을 지정
- DNA는 유전된다.
- 다른 종류의 세포도 모두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
- 모든 생물의 공통 언어
1. DNA의 위치
우리의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하나하나는 내부의 세포 소기관이 작용하는 바에 따라 활동한다. 우리가 날마다 하는 생명 활동 또한 이 세포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분열을 시작한 세포에서 보이는 염색체는 X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는 1개의 염색체가 2개의 염색 분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광학 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 염색체의 중심에는 '동원체(Centromere)'라는 잘록한 부분이 있다. 세포 분열 때 염색체를 잡아당기는 미세소관은 여기에 접속한다. 2개의 염색 분체가 동원체의 위치에서 붙어 있다.
염색체를 풀어서 확대해 보면 '히스톤(Histone)'이라는 단백질에 감겨 있는 끈 모양의 'DNA(디옥시리보핵산)'가 보이는데, 이 DNA가 바로 바로 우리의 설계도이다. DNA가 가진 유전 정보를 우리는 '게놈(Genome)'이라고 한다. 각각의 세포 속에는 2세트의 게놈이 46개의 염색체에 나뉘어 들어가 있다. 우리 몸속의 모든 세포에 들어가 있으며, 정확히는 세포 안의 핵 속에 들어가 있다. (단, 사람의 적혈구는 탈핵되어 있어 제외함) DNA를 더 확대하면 한 가닥이 아니라 두 가닥의 실이 쌍을 이루며 구불구불 꼬인 나선 구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중 나선의 지름은 불과 2nm밖에 되지 않는다. '히스톤 단백질'의 지름 또한 11nm밖에 되지 않는다.
1-1. 염색체
'염색체(Chromosome)'는 세포 분열 때 나타난다. 세포 분열에 앞서 핵 속에서 DNA가 복제된 후 끈 모양이었던 DNA가 응축해 염색체의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세포질에는 분열을 진행시키는 단백질이 합성된다. 세포 양 극의 중심체에서 뻗은 미세소관이 염색체에 붙어 방추체가 생긴다. 염색체는 적도면에 수평으로 늘어선다. 복제되어 있던 염색체는 1개씩 양극으로 이끌려 2개의 염색 분체가 된다. 그리고 세포질 분열로 2개의 딸세포가 생긴다. '염색 분체'도 둘로 나뉜다. 각 세포가 모세포와 똑같이 46개의 염색체를 지니다. 이후 응축되어 있던 염색체는 다시 구조가 느슨해져 끈 모양의 DNA로 되돌아간다. 세포 소기관도 일반적으로 균등하게 나뉘어 들어간다.
2. DNA는 4종의 화학 물질이 이어져 있다.
이번에는 DNA의 기본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위에서 DNA는 두 가닥의 끈이 나선 모양으로 된 구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욱 자세히 보면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우리의 설계도는 어떤 모양으로 적혀 있을까?
DNA를 더 확대해 보면 한 가닥 한 가닥의 끈은 '당에 염기와 인산이 결합한 화학 물질이 차례로 이어진 구조'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DNA를 구성하는 이러한 하나하나의 화학물질(기본 요소)를 '뉴클레오티드'라고 한다. DNA를 구성하는 당은 '디옥시리보스'라는 오탄당으로, 오탄당이란 5개의 탄소를 골격으로 하는 당이다. 5개의 탄소 중 1개에 인산이 결합해 있다. 그리고 인산은 다음 뉴클레오티드의 탄소 1개와 결합해있다. 이렇게 해서 뉴클레오티드는 차례로 연결되어 DNA의 긴 사슬을 만드는 것이다. 당과 인산은 어느 뉴클레오티드에서도 공통이다.
한편, DNA에 사용되는 염기에는 4종류가 있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넷이다. 우리는 이들 4종의 염기가 늘어서는 방법에 따라 우리 몸을 만드는 방법이나 생명 활동을 지시하는 정보가 결정된다. 영어는 26글자로 되어 있지만 DNA는 4글자만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나타낸다. 영어의 경우 'mars'는 '화성'이라는 뜻을 나타내지만 순서가 바뀐 'sarm'은 의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DNA에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 있고 의미가 없는 부분이 있다. 그중 의미가 있는 염기 배열을 바탕으로 몸이 만들어지거나 생명 활동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4종의 염기들은 염기끼리 '상보성(相補性)'을 가지고 있다. 염기들은 다른 한쪽의 DNA 사슬의 염기와 결합하여 이중 나선을 형성한다. A는 T와 수소 결합을 하기 쉽고, G는 C와 수소 결합을 하기 쉽다. 예를 들어 GACTG 차례로 염기가 늘어선 한 가득의 사슬에는 CTGAC라는 차례로 염기가 늘어선 한 가닥의 사슬이 마주보면서 이중 나선을 이루게 된다.
3. DNA는 단백질을 지정
그러면 DNA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까? DNA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갖 단백질을 만드는 법과 만들어지는 타이밍이 적혀 있다.
그러면 단백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단백질이나 세포의 탄력성 등의 성질을 주는 단백질 뿐만 아니라 세포를 움직이는 단백질 등 다양한 단백질이 있다. 예컨대, '콜라겐'은 세포에 탄력성을 주는 단백질이다. '액틴'과 '미오신'은 세포를 운동시키는 단백질이다. 근육은 '근섬유'라는 세포가 모여 구성되는 데 이 근섬유 속에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두 종류의 단백질이 늘어서서 다발을 이룬다. 액틴과 미오신이 서로의 틈새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함으로써 근원섬유가 오그라들어 근육이 수축한다. 이외에도 단백질에는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거나 체온이나 혈당치, 염분 농도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도 있고 눈, 귀, 코, 혀 등에서 얻는 감각 정보를 뇌에 전하는 신경 전달 물질 그리고 먹은 것의 소화를 돕는 소화 효소 등도 있다. 또 몸 속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병원균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B세포에 의해 생산, 분비되는 항체도 단백질의 일종이다. DNA는 A, T, C, G 4글자만으로, 10만 종에 이르는 단백질을 만들고 있다.
4. DNA는 유전된다.
그러면 DNA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리는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DNA를 물려받는데,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융합해 생긴 수정란이 우리의 최초 모습이다. 정자와 난자는 자손을 남기기 위해 전문화된 '생식세포'이다. '생식세포'는 '원시생식세포'라는 공통의 세포에서 갈라져 생긴 것이다. 정자는 원시생식세포에서 '정원세포', '정모세포'를 거쳐 정자가 되며, 난자는 원시생식세포에서 '난원세포, '난모세포'를 거쳐 난자가 된다. 정자속에는 아버지의 DNA가, 난자속에는 어머니의 DNA가 들어있는데, 그 둘의 수정으로 수정란 속에는 부모의 DNA가 절반씩 들어간다.
5. 다른 종류의 세포도 모두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으로 탄생한 수정란은 여러 차례의 세포분열을 되풀이한다. 사람의 경우 성인이 되면 약 60조 개나 되는 세포로 몸이 구성된다. 그런데 이 60조 개의 세포가 모두 똑같은 모양하고 똑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뼈의 성분이 되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눈으로 물체를 보는 데 도움이 되는 세포도 있으며, 면역세포처럼 공 모양의 세포도 있고 신경세포처럼 삐쭉삐쭉 돌기를 가진 세포도 있다. 우리 몸 속에는 모양과 기능이 다른 세포가 약 250종이 북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 다양한 세포들은 모두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열되어 생긴 것이므로 세포의 핵 속에 들어있는 DNA, 즉 유전 정보가 모두 같다. 그런데 같은 DNA를 가지고 있으면서 모양이나 기능이 다른 세포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그 속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유전자가 세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6. 모든 생물의 공통 언어
모든 생물들은 각각 독자적인 DNA, 즉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일부 제외)'나 '세균', '식물'이나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은 똑같은 DNA라는 화학 물질을 사용해 유전정보를 기록한다. 이들의 유전자도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이라는 4종류의 글자를 사용해 유전정보를 기록한다. 사람의 DNA를 대장균의 DNA에 집어넣으면 사람의 특성을 대장균에서 작용케 할 수 있다. 이런 유전자 교환이 가능한 것은 모든 생물이 DNA라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